폭력은 비웃지 말자...
요즘 만나는 아가씨랑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그래서 그 누추한 방에 사는데, 밤마다 옆집 신혼방에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니, 그거 말고, 뭐 그것도 있지만... 내 말은, 처음엔 둘이 싸워. 막 말다툼을 하고 양쪽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너무 노골적으로 둔탁한 소리가 쿵,쿵 아니면 푹, 푹! 울리는 거야. 그러면 여자가 울어. 남자는 화내. 남자의 주먹인지 발인지가 여자 살에 푹푹 박히는 소리가 벽 너머로 고대로 들리는 거야."
"신고해야지, 그런 건."
"아니, 들어 봐. 그래서 나도 신고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리가 끊겨. 끝났나? 하고 있으면 이번엔 다른 소리가 들린다고. 그니까... 뭔지 알지? 부부관계 소리. 이번 것도 아까 못지 않게 화끈-.-해. 쫌아까까지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가,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
"근데 어떤 날은, 그게 교대로 두어 번 이어지는 거야. 싸우다 때리다가 부부관계하고, 좀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싸우다 또 때리고, 또..."
"..."
"결국 그러저러하다 그 부부인지 뭔지는 이사를 갔지만, 여튼 그렇더라고. 그때 내가 신고를 했으면 어땠겠어? 신고받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문 두드렸는데 그 양반들이 이번엔 열심히 다른 신체활동 중이었다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니. 어쩌면 어 총각이 아직 경험이 없어서 모르나 본데, 그 소리는 아프다는 거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갑자기 성교육을 받게 되는 수가 있잖아!"
"그래도 신고했어야 돼. 당신이 나쁜 거야."
"잉? 아니 그니까..."
"나도 어릴 적에 아빠가 우리 엄마랑 나를 심하게 때렸어. 어떨 땐 배에 발길질을 받으면서 아, 내가 이러다 죽겠구나... 했다고. 근데 그럴 때 가장 속상했던 건 때리는 아빠보다도 아파트 이웃들이었어. 맞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울리고, 아니, 나랑 엄마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한번 나와보지를 않았다고. 왜 그랬는지는 알겠어.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다음날이면 나름 멀쩡한 가족 행세를 하고 아빠는 얌전해 보이니까, 아무 일 아닌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나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단 말야. 그때 알게 된 건 내가 아무리 죽을 위기에 처해있어도, 그래서 성대가 째져라 소리를 질러도 이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누구 하나 구하러 와주지 않는다는 거였어."
"..."
"당신이 나빴어. 그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신고를 했어야 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쪽에서 아 누군가 날 보고 있구나, 신고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안 그러면 폭력은 걷잡을 수 없게 돼. 당신도 곁에서 부부관계 소리에 괜히 키득대면서 넘어간 일로, 사실은 그 폭력에 일조를 한 거나 마찬가지야."
"신고해야지, 그런 건."
"아니, 들어 봐. 그래서 나도 신고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소리가 끊겨. 끝났나? 하고 있으면 이번엔 다른 소리가 들린다고. 그니까... 뭔지 알지? 부부관계 소리. 이번 것도 아까 못지 않게 화끈-.-해. 쫌아까까지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가, 이번에는 또 다른 의미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
"근데 어떤 날은, 그게 교대로 두어 번 이어지는 거야. 싸우다 때리다가 부부관계하고, 좀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싸우다 또 때리고, 또..."
"..."
"결국 그러저러하다 그 부부인지 뭔지는 이사를 갔지만, 여튼 그렇더라고. 그때 내가 신고를 했으면 어땠겠어? 신고받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문 두드렸는데 그 양반들이 이번엔 열심히 다른 신체활동 중이었다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니. 어쩌면 어 총각이 아직 경험이 없어서 모르나 본데, 그 소리는 아프다는 거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갑자기 성교육을 받게 되는 수가 있잖아!"
"그래도 신고했어야 돼. 당신이 나쁜 거야."
"잉? 아니 그니까..."
"나도 어릴 적에 아빠가 우리 엄마랑 나를 심하게 때렸어. 어떨 땐 배에 발길질을 받으면서 아, 내가 이러다 죽겠구나... 했다고. 근데 그럴 때 가장 속상했던 건 때리는 아빠보다도 아파트 이웃들이었어. 맞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울리고, 아니, 나랑 엄마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한번 나와보지를 않았다고. 왜 그랬는지는 알겠어.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다음날이면 나름 멀쩡한 가족 행세를 하고 아빠는 얌전해 보이니까, 아무 일 아닌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나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단 말야. 그때 알게 된 건 내가 아무리 죽을 위기에 처해있어도, 그래서 성대가 째져라 소리를 질러도 이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누구 하나 구하러 와주지 않는다는 거였어."
"..."
"당신이 나빴어. 그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신고를 했어야 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더라도 최소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쪽에서 아 누군가 날 보고 있구나, 신고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안 그러면 폭력은 걷잡을 수 없게 돼. 당신도 곁에서 부부관계 소리에 괜히 키득대면서 넘어간 일로, 사실은 그 폭력에 일조를 한 거나 마찬가지야."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일은 무슨 무용담마냥 떠들어댈 해프닝이 아니라, 심각한 제 잘못이었던 겁니다. 반성해야만 했습니다.
아울러 가족이란 벽이 때로는 외부 침입에 대한 보호막이 아니라, 내부 폭력을 위한 밀실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추천87 비추천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