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경험담.
오늘 낙방에 교통사고 목격 내용이 있더군요.
그 글을 읽다가 문득 잊고 살았던... 아니 차라리 잊고 사는게 편해야만 하는 교통사고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군요...
저에겐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지만, 특히 잊을수 없는 두가지의 사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사망사고 이며,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기분나쁜 에피소드 정도의 수준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두가지의 사고 모두 같은 장소에서 발생했으며, 차이점이라면 저희집을 기준으로 한번은 가는 방향에서 또 한번은 오는 방향에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지점은... 저희 동네 밑으로 지나가는 6차선 대로변이었으며, 약간의 오르막길로 가다가 정점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횡단보도가 있고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형태의 길입니다. 사고가 난 지점은 모두 그 횡단보도 근처에서 발생했습니다.
참고로, 오르막길이라지만 맞은편 도로상황이 관찰될만큼 비교적 완만한 수준입니다.
(아, 가만, 폴라베어님을 위해 좀 일찍 적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1. 사망사고
지금으로부터 7~8여년전 사고였습니다.
출근길이었습니다.
문제의 횡단보도에 빨간색이 켜지는군요. 그래서 일단 멈추어 섰습니다. (원래 빨간불은 빨리 지나가라고 있는 불이지만, 그 날 따라 이상하게 서고 싶더군요... --;)
출퇴근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로에 있는 횡단보도인 만큼 파란불 점등 시간도 엄청 깁니다. --; 빨리 안 지나간 점에 대해서 엄청 후회하며 룸밀러를 보니 헤치라이트를 켠 차량이 제가 있는 차선으로 오고 있더군요. 밤 새도록 달렸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아무생각없이 사람들이 후딱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어~ 제 차 뒤 10여m 까지 왔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군요.
어어~~~ 어~~~~ 으악~~~!@#!@$!#$ "꽝!!!!"
그렇습니다. 냅따 제 차를 그대로 받아버리더군요... ㅠ.ㅠ
상가집에 갔다오는 차량이었고 졸음운전이 원인이더군요.
다행히 운전자는 에어백이 터지고 안전벨터 착용으로 인해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는데...
크게 다친 사람은 조수석 사람이었습니다. 에어백도 없고 안전벨터를 착용하지도 않았더군요.
더 심각했던 상황은 조수석에 탄 사람이 잠이 온다고 의자를 뒤로 확 재껴서 누워버린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별로 큰 외상은 보이지 않는데, 아무런 미동이 없었습니다. 숨은 쉰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기절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희안한건... 제 차는 뒷범퍼를 제외하고는 멀쩡하더군요... 부딪히는 차량보다 들이받는 차량이 더 많이 부숴진다는데 사실인가 봅니다.
아뭏튼 112/119 모두 전화하고 교통과로 가서 간단한 조서 작성하고(사람이 다쳤기 때문에 조서를 서야 한다고 한것 같습니다.) 렉카 불러서 정비소에 차를 맡기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러다 1주일 정도 지난 후에 경찰로부터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 조수석에 탄 사람이 병원에서 사망을 했다고 하더군요. 목뼈가 부러진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얼마전 유명을 달리 한 모 개그우먼과 비슷한 사인인것 같습니다.
일단 사건 정리는 대략 이 정도인데...
그 사건 이후 시간이 엄청 흐른 후에 새로이 깨달은게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와 달리 횡단보도 앞에 차를 잘 세운 것이 무슨 하늘의 뜻으로 생각되는군요... 제가 만약 빨간불을 무시하고 빨리 지나가버렸고... 그 차가 제 차를 들이받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면... 횡단보도를 지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어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ㅠ.ㅠ
여러분 피곤한 상태에서는 절대 운전은 삼가하십시오...
2. 기분나쁜 사고
일요일인지 토요일이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아뭏튼 주말에 할인마트에서 물건을 잔뜩 사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차량과 도로위에서 사소한 시비가 붙었습니다. 내려서 쌈박질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 눈을 부라리며 욕을 해대었었지요...
저도 열 받아서 제 차로 그 차를 앞질러서 브레이크를 확 밟아버리고, 그 차도 저에게 그러고... 엄청 고난이도 스킬의 드라이빙(?)실력을 선 보이며 한참을 오다가... 문제의 저 횡단보도 앞에 둘다 신호를 받아 멈춰섰습니다. 이유는 저~기 멀리 경찰차가 보여서 입니다. --;
저나 저 차의 운전자나 싸움에는 자신이 없었던지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욕설만 오갔습니다. --;
문제는 이제 200~300m만 더 가면 저희집 진입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붙어주자는 생각으로 후까시를 팍팍 밟으며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습니다. --;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부아아아아아앙~~~" 하면서 냅다 오르막길의 정점인 횡단보도를 넘어섰습니다.
횡단보도를 넘어서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자마자 제 눈에 보이는 광경은...
50cc 스쿠터를 몰고 정면으로 저를 향해 달려오시는 칠팔순 할아버지였습니다. --; 그렇습니다. 그 할아버지 께서는 스쿠터를 몰고 역주행으로 오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옆차선에는 저와 시비가 붙은 그 넘이 있기 때문에 차선변경도 불가능했고... 그냥 브레이크를 밟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
결국 스쿠터를 정면으로 들이받게 되었고, 스쿠터는 제 차에 깔려 완전 아작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께서는 그대로 날아올라 제차의 앞유리를 들이받으시더니 튕기듯 날라가 버리시더군요.... ㅠ.ㅠ
여러분, 옛날 개그프로그램 같은거 보면 개그맨들이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붙여서 웃기는 표정을 만들곤 했는데 기억나시죠?
그 할아버지 께서는 세상의 모든 공포를 쓸어담은 표정으로 제 차의 앞유리에 그러한 표정을 남기신채 제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할아버지의 유리에 문질러진 공포스런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자다가도 간혹 꿈에 나타나는데, 온 몸이 젖을 만큼 땀에 배였다가 잠에 깨곤합니다.
정말 큰 고통이 아닐수 없습니다.
다행스러운건 그 할아버지께서 크게 다치지 않고 타박상 정도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ㅠ.ㅠ
지금부터 말씀드릴 문제의 발단은 할아버지의 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뭏튼 경찰이 보는데서 사고가 났지만 역시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였으므로 경찰서에 조서를 작성하러 갔습니다.
경찰서로 가면서 속으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신가? 할아버지는 괜찮으신가?...."
그런데 저도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넘은 매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처음엔 할아버지 걱정만 하던 것이... "띠바, 오토바이랑 박으면 무조건 차가 진다는데 조때다... ㅠ.ㅠ 완전 덤탱이 제대로 쓰겠네... ㅠ.ㅠ" 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더군요...
아뭏튼 조서를 작성하고 나니 담당 경찰분께서 저를 조용히 부르더군요...
주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통과 안에는 접촉사고 등으로 너 잘했니 나 잘했니 하면서 시끄럽게 싸우는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정말 소란스러웠습니다.
아뭏튼 조용히 부르더니 커피까지 한잔 주면서 살짝 물어보시더군요...
차 견적이 대충 얼마 나올것 같냐고 하더군요..
깜빡이,헤치라이트 유리가 깨지고 앞범퍼 도색이 조금 벗겨졌는데, 도색은 제가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10만원 밑으로 나올것 같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죠... "오토바이는 아작 났는데... 띠바... 더 부를껄...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망까이 되지... ㅠ.ㅠ"
헉, 그런데 제 이야기를 들은 경찰분의 답변은 저의 모든 근심을 할아버지의 건강만 신경쓰면 되도록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저 할아버지 우리 서에서 좀 알려진 분입니다. 자식이라고 있는 것이 허구헌날 술처먹고 행패만 부리고 돈 안준다고 때리기까지 하구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인근 땅을 대충 밭으로 만들어서 근근히 먹고 살아요... 얼마나 불쌍한 분이신가 아세요? 오늘도 아마 밭에서 돌아오시는 길이었을겁니다. 할아버지... 무면허일겁니다. 차 수리비... 할아버지한테 넘기실겁니까? 아까 조서쓰실때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멍이 든것 빼고는 다치신데가 없어서 이리로 곧 오실겁니다."
그 말 하나에 할아버지의 건강은 잊어버리고 오토바이랑 부딪히면 승용차가 지고 이기고 하는 생각을 한 제가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제대로 쪽팔리더군요... ㅠ.ㅠ
"돈이 문젭니까? 할아버지 건강이 우선이지요... 어디 크게 안 다치셨어야 할텐데... 제 차는 제가 고치면 되지요..." 라면서 부끄러운 생각을 했던 저의 악한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했지요...
좀 있으니... 왠 남녀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들어오시더군요...
근데 같이 온 한 남자가... 냅따 들어오더니...
"어느 씨발럼이고? 우리 하늘 같은 아부지 저리 만든게.. 어느 씨발럼이고?" 라면서 눈에 불을 키고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옆에 있던 여자도 맞장구 치면서.. "아이구~ 아부지요~ 아부지요~"라고 하더군요... ㅠ.ㅠ
그 남자는 사고 당사자가 저라는걸 알자마자 냅따 저에게 날라오더니 뺨을 몇대 때리더군요...
정말 아프게 제대로 맞았습니다. 물론 몇대 맞자마자 경찰분들이 말려서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띠바.. 기분은 제대로 나빴습니다. ㅠ.ㅠ
경찰들이 아무리 말려도 "우리 아부지 저렇게 만들고, 니 우짤래? 책임지라~" 라면서 엄청 몰아세우더군요...
경찰서안에서 싸우던 다른 사고의 소란한 사람들도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더군요... --;
분명, 오토바이와 승용차간이 사고이니깐.. 제대로 연기하면 저에게서 돈을 제대로 우려먹을수 있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옆에서 눈물시늉까지 하는 여편네는 추측컨데 며느리 같았습니다.
둘이서 아에 짝짜꿍 하덕군요.
분명, "우히히... 술값이 얼마야... 몇년간 돈 제대로 우려먹을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요...
저요...
머리속에서 벼라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씨바, 수리비 안 받기로 한 것 취소하고 다 받아야겠다는 생각부터, "그래 나는 좋은 일 하면 안되..."라는 생각까지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별 생각 다 했습니다.
뭐 아뭏튼... 결국, 딱 몇마디만 하고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그 몇마디에 경찰서안에 있던 사람들이 고소하다고 맞짱구를 치는 사람도 있고... 아뭏튼 웃음과 조롱의 한마당을 만들어주고 나왔습니다.
"아저씨... 할아버지한테 좀 잘해주이소... 씨바, 아저씨가 얼마나 매차게 했으면, 할아버지께서 죽고 싶어서 제 차로 뛰어들었겠능교? 내 차 수리비 물리 달라고 안 하고, 내 뺨 때린거 잊어줄텡께 그 돈으로 소고기 좀 사서 할아버지한테 소고기 국 좀 해주이소 죽고싶다 생각 안들구로..."
모두 수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지만...
그 할아버지는 그 이후로 소식을 모릅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셔야 할텐데...
그 빌어처먹을 아들노무 자슥이랑 며느리라는 미틴뇬이랑 그 두 년놈들때문에 행복하실런가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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