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4
작성자 : ○○™ | 첨부 : | 조회 : 230 | 작성일 : 2004-11-06 10:39:02 |
그 이후 soft한 bondage는 자주 가졌지만... 노끈 등으로 단순히 손을 묶는다는 것은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곤 했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집근처 지하상가를 지나가다가 수예점 앞에서 눈에 띄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요즘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밧줄... 색상은 비록 하얀색 한가지였지만 둘둘 말려서 한쪽에 걸려 있는 그것을 보고 들뜬 마음에 그 주변상가를 거닐며 시선을 사로잡은 그 밧줄에 곁눈질하며 "그래 이거면 정말 좋겠다."라고 결심한 뒤 밧줄앞에 서서 막상 사려고 하니...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시리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겨우 용기내어 물어본 질문이.. "아줌마..이거 인테리어 소품으로 괜찮은가요?" "그럼요..많이들 사가는걸요." "아..그래요? 천정에 물결모양으로 꾸며보고 싶은데..어떻게 파나요?" "10미터에 ○○원이에요." "아..네..그정도믄 천정 꾸미는데 충분한가요?" "어느정도는 괘안쳐...." "네..그럼 10미터만 주세효." 대충 팔로 어림잡아 길이를 재며 잘라준 하얀색의 새끼손가락 정도 되는 굵기의 밧줄.. 곧 이어 검은 봉투에 담겨진 채...한손에 쥐어지는 순간...그 때의 그 기분은 잊을 수 없다. 집으로 돌아와 봉투속에 담겨진 그 밧줄을 보며... 그녀와의 또다른 경험으로의 상상속에 잠시 빠져보기도 했다. 그 밧줄을 한 번 사용해보고자 기회를 엿보던 나는... 종강을 앞둔 어느날을 D-day로 결정하고 그녀에게 며칠전 은근히 암시를 줬다. "○○야...이번엔 내가 깜짝이벤트를 준비했거든. 종강하는 날...기대해봐..." "응...??...먼데....?" "미리 이야기하면 깜짝이벤트가 아니잖어. 그냥..기대해봐..알았지??" "응..." 그리고 D-day...!!!! 10미터 정도 되는 밧줄을 나누지도 않은채 통째로 쑤셔넣은 카메라가방을 메고... 마지막 시험을 치룬 뒤...캠퍼스 내 잔디밭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빠..깜짝이벤트 보여준다며...??...그게 뭐야...??" "응.....그거 여기서는 안되니까..조용한데로 가자.." "어디...?" "잠깐 쉬었다 가자.." ".............." 무슨 이벤트일까 궁금해하는 그녀와 함께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한 모텔로 들어갔다. "쉬었다 가실거에요?" "네...." "○○○호실로 가세요" "네...." 방안으로 들어온 우리는...이내...가벼운 스킨쉽을 한 뒤 나는 곧바로...카메라가방안의 밧줄을 천천히 꺼내보였다. 한쪽 끝을 잡고 늘여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은 채...길게 바닥에 드리운 밧줄... 이내...그녀의 얼굴에 재미로 가득찬 표정이 스쳐지나가고.... 말없이 밧줄의 한쪽 끝을 잡고...그녀의 손을 앞으로 한채...... 손목을 한번..두번..몇번을 휘휘 둘러감고 손목과 손목사이를 가로질러 매듭을 지었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밧줄을 늘어뜨려... 왼쪽 발목을 몇번 감아 한번 매듭을 짓고..... 다시 두 다리를 벌려 오른쪽 발목을 몇번 감아 매듭을 지었다. 두손을 머리 위로 올려도 두 다리가 밧줄에 당겨 구부러지지 않을만큼 여유를 두고 감았는데도 불구하고 밧줄은 아직도 충분한 길이가 바닥에서 홀로 뒹굴고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발목을 감은 밧줄들이 느슨해지며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내 구속력을 잃은 그녀는... "아이 참...오빠..이게 뭐야...?...그때보다 오히려 별로야..." "그때..??...언제...??" "처음 암실에서하고...우리 엠티핑계로 가서 영화장면처럼 했을때보다도 오히려 못한거같아." "으잉...그래....?" "응...오늘은 그냥 그런거 같아..." "그래..??...알았어...그럼 오늘 깜짝이벤트는 실패네....쩝...." "............." 엷은 미소를 바라보며...어설프게 감겨있는 밧줄을 풀어주곤 얼른 가방속에 집어넣었다. 왜 노끈으로 했을때보다...스타킹으로 묶었을때보다 별로였을까? 오히려 구속력은 처음 구입한 밧줄이 더 강할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지금처럼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결박들을 처음 접했던 한참 뒤의 시간속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너무나도 단순했던 결박... 묶는다는 것 자체를 단순히 둘둘 휘감아 매듭만 지으면 묶은거라고 여겼던 그 결박은.... 비록 모양새는 묶여있지만...이내 쉽게 풀려 구속력을 느낄 수 없었기에 짧고 얇은 노끈이나 스타킹으로 손목 등을 한번이라도 더 휘감아 묶었던 강한 결박보다 오히려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대.. 온몸이 또는 몸의 일부분이 그 무엇인가에 의해 결박을 당할 때.. 몸은 물론이거니와 마음마저 함께 묶임을..엮임을 당하지 않는다면... b●ndage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결박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고..이미지 등도 접해보지 못했던 내가 행해봤던 것은 바로... self-b●ndage........ 묶임을 당하는 상대방이 어느정도의 묶임을 당해야 b●ndage..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결박을 해야...아름다운 곡선미에 또다른 형상미를 일궈낼 수 있을지... 그 대상을 바로 나 자신으로 정했던 것이다.
추천87 비추천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