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콘서트
1.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이야 야한 내용이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든 글이든 동영상이든, 심지어 함께 떡칠 사람도 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야한 그림 한장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어떤 해괴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사건은 친구 마징가로부터 시작됩니다.
마징가.
낫 하나면 모두들 벌벌 떤다는 마징가.
친구인지 애인인지 젖가슴 퍽퍽 날리는 동료를 둔 바로 그 마징가......가 아니라
별명이 마징가인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발상도 기이하고 행동력 및 기타 추진력도 대범하여
흔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만들곤 했습니다.
빛나리가 발상은 특출났으나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
마징가의 추진력과 행동력은 대단했습니다.
특히 우리들이 좋아한다는 사실만 알면 물불 안가리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친구를 놀려먹은 적은 없고
다만 그 친구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면 우리는 늘 감동에 겨워
친구를 찬송했습니다.
빛나리는 그 친구의 열정을 시로 남겨 오랫동안 그의 업적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마징가야 마징가야
오래오래 잘살아라
아으 다롱디리
2.
어느날 아침 마징가가 찾아왔습니다.
워크맨을 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뜬금없는 제의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니 꺼는?”
그러자 마징가는 짧고도 단호한 목소리와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내건 녹음 기능이 없어”
“......?”
그것이 뭘 말하는지, 뭘 의미하는지는 당시로서는 알 수가 없었고
다만 녀석이 우리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려 한다는 어렴풋한 느낌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워크맨을 들고 의욕에 찬 걸음으로 멀어지고 있는 마징가를 보며
왠지 모를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예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워크맨 안에 들어있던 어느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 실황이 녹음된 테이프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돌려주리라는 생각에 곧 잊어버렸습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자주 가던 빛나리네 집에 모였습니다.
서너명이 모여 있었고 모인 친구들에게 오전에 있었던,
마징가가 워크맨 빌려간 얘기를 하는 도중에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유유히 나타났습니다. 회심의 미소까지 짓고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네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녀석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야! 오디오 켜져 있냐?”
녀석은 아침에 빌려준 워크맨에서 테이프를 하나 꺼냈습니다.
그리고 워크맨은 잘 썼다며 내게 던지듯 건넸습니다.
아침에 잠깐 걱정하던 라이브 콘서트 테이프가 녀석의 손에 들려있었습니다.
녀석은 황급히 오디오에 테이프를 넣고 볼륨을 크게 높였습니다.
3.
마징가가 아침에 급히 워크맨을 빌려간 것은
오후에 있을 떡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아, 정말 대단한 마징가였습니다.
그동안 고작 포르노 테이프를 빌려서 혼자 사는 친구집에 우르르 몰려가
선진국의 성문화를 관찰하고, 신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시청각 교육을 한 것이
떡과 관련된 문화의 전부였는데 마징가가 이를 한차원 높이는 개가를 올린 것이었습니다.
마징가의 테이프는 매우 리얼했습니다.
북적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간드러지는 여자의 신음소리는
듣고 있는 친구들의 입가에 수많은 타액의 분출하게 만들었고,
신음소리의 강약이 자연스럽게 변화될 때마다 듣는 사람들의 신체 일부분의 크기가
심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다만 녀석은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인지
자신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나타내지 않으려고 거의 입을 꾹 다문 채 떡을 치고 있었고
일방적인 여자의 교성만이 테이프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풍족하지 않은 포르노의 보급으로
포르노적인 문화에 목말라 했는데 이런 생생한 포르노(비록 음성 뿐이지만)가
우리 손에 들어오다니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음 상태도 매우 양호하여 바로 옆방에서 나는 소리보다 생생하게 들렸습니다.
테이프를 다시 자세히 들어보니 테이프속의 주인공인 마징가는 딱 두마디를 했습니다.
처음 나왔던 한마디는 이러했습니다.
“뒤집어!”
무식한 새끼. 뒤집어라니요.
그냥 말없이 몸으로 액션 취하면 알아서 뒤집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한마디는 이러했습니다.
“끝!”
녀석은 화장대 위에 올려둔 가방에 워크맨을 넣고 여자가 샤워하는 틈을 이용해
녹음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떡이 끝나고 나자 자신이 직접 녹음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워크맨이 있는 화장대 근처로 다가가 조그만 목소리로 “끝!”이라 외친 것입니다.
본인 확인 및 친구들에 대한 무한한 배려였습니다.
이후 그 테이프는 친구들 사이에 테이프 겉면에 쓰여 있는 것처럼
“라이브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인기 절정의 애청곡(?)이 되었습니다.
4.
그 테이프 사건은 오래 동안 친구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몰래 카메라의 시초격이 된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그 노력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O양아라던가 B양의 비디오를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이 사건은 그 뒤로 또 다른 사건을 유발하는 원동력이 되어
심오한 남녀관계의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성스러운 ‘떡’을 치는 데 있어 떡 자체가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만
다음 이야기를 위해선 지금의 이 이야기가 꼭 필요했습니다.
* * *
요즘은 친구보다 떡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연륜으로 인해 우정은 우정대로,
떡은 떡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요?
아니면 나 편하자고 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생각이 들게 된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당장 눈앞의 쾌락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걸까요?
오늘은 조금 멀어진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살아가는데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떡보다 소홀했으니까요.
글을 마치는 일산마루의 한마디 -
떡은 가깝지만 결국 멀게 되고, 친구는 멀리 있지만 결국 가깝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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