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은 약 80 퍼센트 쯤 사실입니다!
대략 10년 전쯤일 거다. 예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몇몇 사람들과 친목회를 만들어서 매달 첫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 친목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두 6, 7명인데 그중 내가 막내다.
그날은 금요일이 아니었고 일요일이거나 아니면 공휴일이었다. 참석한 일행 5명은 의정부에서 모여 매시간 마다 떠나는 경원선을 타고 대광리로 소풍을 갔다. 북쪽으로 약 1시간쯤 달렸다. 공기 맛이 달콤할 정도로 상쾌했다. 친목회장과 몇몇 분이 여러 번 와봤기 때문에 경치가 빼어난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완전 직각으로 꽤 높은 절벽이 있었고, 그 옆에 폭포에는 5월인데도 얼음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현지에서 생 돼지고기 3근과 소주 5병(다섯 명이 각 1병씩), 그리고 약간의 상추를 샀다. 김치와 도시락은 배낭 속에 들었다. 나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라 서성거리기만 했지만 경험이 많은 선배들은 능수한 솜씨를 발휘했다. 그들은 아주 납작한 큰 돌을 구해와 가스버너 위에 놓고 돼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곧 기름기가 충분히 빠진 잘 익은 돼지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특이한 맛이었다. 회장님은 생나무가지를 잘라 젓가락 다섯 짝을 만들었다. 산에서는 기가 살아있는 생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회원들 중 나보다 두 살 위인 두 선배는 젊었을 때 제법 술깨나 마셨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5병의 술은 금방 동이 났다.
유쾌한 소풍을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왔다. 술이 부족했던 일행은 당연히 2차를 원했기 때문에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거기엔 술도 팔았지만 만두와 김밥을 주로 팔았다.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가 서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려 했다. 그때 문득 주방에서 열심히 만두를 만들고 있는 젊은 여자가 상당한 미인이라는 걸 알고 나는 이곳에서 간단하게 한잔하고 가자고 우겼다. "친목회에서는 막내가 제일 무섭다."며 선배들은 흔쾌히 내 말에 따랐다. (친목 회비가 있었지만) 이번 계산은 내가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흘끔흘끔 젊고 예쁜 미녀를 살폈다. 키가 늘씬하고 얼굴이 예쁜 그녀는 좀처럼 우리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결국 내 모습을 알아차린 회장님(그는 대단한 익살꾼이다)이 그녀를 테이블에 앉게 하는데 성공했다. "아줌마, 잠깐 이리와 봐. 여기 아주 유명한 분이 당신 보고 싶대. 영어책을 많이 쓰신 학원 원장님이셔!"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우리 쪽으로 왔다. 얼굴에는 전혀 미소가 없고 덤덤했다.
나와 얼굴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고개를 갸웅뚱하더니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는 것 같았다. 나도 분명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인상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 선생님, 혹시 젊었을 때, 마포에 있는 요정에서 S출판사 사장님과 술 마신 적 있으시죠?"
"아, 자네가 바로 그때......"
그녀의 모습은 어렴풋하지만 그 때의 상황은 생생하게 떠올랐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나는 여러 권의 영어 참고서를 썼다. 대개 신통치 않았는데 S출판사 사장 J씨가 졸라서 억지로 써준 <7급 공무원 영어>라는 책이 뜻밖에 제법 히트했다.
J 사장은 사람은 좋은 편인데 속물 근성이 많았다. 그의 사무실에는 돈주고 산 트로피, 상장, 표창장, 감사패들이 한쪽 벽을 가득 차지했다. 매년 한번씩 나오는 인세가 1000만원 가까이 됐는데 한번은 수표가 아닌 만원권 지폐로 지불했다. 100만원 묶음 10개가 봉투가 아니라 쇼핑백에 들어있었다. 나는 약간 불쾌했지만 애교로 받아주었다.
J 사장은 술을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책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려는지 (당시 나는 거의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가끔 고급 술집으로 나를 모셨다. 그런데 그는 언제나 아주 어린 영계 두 명을 불러 옆에 앉게 했다. 그는 영계를 무척 좋아했지만 솔직히 영계에 관심이 없는 나는 고역이었다. 아주 어린 영계들은 대개 노래는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아무 재미가 없다. 더구나 나는 여자들을 아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여자의 몸을 만지기는커녕 손목도 잡지 않는 결벽성이 있다.
그날도 내 옆에 아주 어린 영계가 앉았는데 대학생은 아니고 고등학생이 분명했다. 당시는 술집에 미성년자 단속이 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과연 노래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술만 따라줄 뿐이었다. 키는 큰 편이고 얼굴은 상당히 예뻤다. (이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편의상 M양이라고 한다.) J 사장 옆에 앉은 영계는 제법 명랑해서 술도 마시고 노래까지 불렀다. M은 술도 못 마시고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리자루 꼴이 되었다.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드디어 그녀가 울쌍이 되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러시면 다른 아가씨를 데리고 오겠어요."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아니야, 난 네가 좋아. 넌 아주 예쁘고 착한 애야. 네가 그냥 여기 있어 줘." 나는 그녀의 등을 몇 번 두들겨 주었다. M양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나는 아저씨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
시간이 아까웠던 나는 정당한 핑계를 대고 재빨리 그곳을 나왔다. 잠시 후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같이 가요!" 돌아보니 M양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너와 어딜 같이 가냐?"
순간 M양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저씨는 저를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그러면 이거 도로 가져 가세요! 저는 공짜는 싫어요!" 그녀의 음성에는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내미는 봉투 속에는 2만원이 들어있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20만원 정도일 거다.
나는 실로 난감했다. "너 연애(섹스)해본 적 있냐?"
"예, 그래요!"
"몇 번?"
"한 대여섯 번 정도...."
그 순간 내게 묘안이 떠올랐다. "나는 사실 지금 몸이 아프다. 연애를 해서는 안돼. 다음에 우리가 만나면 네가 두 배 더 잘해주면 되잖어."
그녀가 멍하니 서있는 동안 나는 돈봉투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술을 다 마신 친목회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하자 젊고 예쁜 아줌마(과거의 M양)는 펄쩍 뛰며 사양했다. "선생님에게 돈은 안 받을 테니까 다음에 꼭 한번 저희 집에 들려주세요. 약속해요!"
동료 친목회원들은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여기서 줄입니다.)
(후기) 그후 나는 혼자 의정부에 가서 그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중3짜리 딸이 하나 있었고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녀와는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섹스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후 다시 한번 찾아갔는데 그녀는 없고 다른 사람이 거기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까 그녀는 이혼했던 남자를 다시 만나 동두천으로 같다고 합니다. 더 이상 그녀에 관해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녀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고, 매우 내성적이었고, 착했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행복을 빌뿐입니다!
대략 10년 전쯤일 거다. 예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몇몇 사람들과 친목회를 만들어서 매달 첫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 친목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두 6, 7명인데 그중 내가 막내다.
그날은 금요일이 아니었고 일요일이거나 아니면 공휴일이었다. 참석한 일행 5명은 의정부에서 모여 매시간 마다 떠나는 경원선을 타고 대광리로 소풍을 갔다. 북쪽으로 약 1시간쯤 달렸다. 공기 맛이 달콤할 정도로 상쾌했다. 친목회장과 몇몇 분이 여러 번 와봤기 때문에 경치가 빼어난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완전 직각으로 꽤 높은 절벽이 있었고, 그 옆에 폭포에는 5월인데도 얼음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현지에서 생 돼지고기 3근과 소주 5병(다섯 명이 각 1병씩), 그리고 약간의 상추를 샀다. 김치와 도시락은 배낭 속에 들었다. 나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라 서성거리기만 했지만 경험이 많은 선배들은 능수한 솜씨를 발휘했다. 그들은 아주 납작한 큰 돌을 구해와 가스버너 위에 놓고 돼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곧 기름기가 충분히 빠진 잘 익은 돼지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특이한 맛이었다. 회장님은 생나무가지를 잘라 젓가락 다섯 짝을 만들었다. 산에서는 기가 살아있는 생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회원들 중 나보다 두 살 위인 두 선배는 젊었을 때 제법 술깨나 마셨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5병의 술은 금방 동이 났다.
유쾌한 소풍을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왔다. 술이 부족했던 일행은 당연히 2차를 원했기 때문에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거기엔 술도 팔았지만 만두와 김밥을 주로 팔았다.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가 서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려 했다. 그때 문득 주방에서 열심히 만두를 만들고 있는 젊은 여자가 상당한 미인이라는 걸 알고 나는 이곳에서 간단하게 한잔하고 가자고 우겼다. "친목회에서는 막내가 제일 무섭다."며 선배들은 흔쾌히 내 말에 따랐다. (친목 회비가 있었지만) 이번 계산은 내가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흘끔흘끔 젊고 예쁜 미녀를 살폈다. 키가 늘씬하고 얼굴이 예쁜 그녀는 좀처럼 우리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결국 내 모습을 알아차린 회장님(그는 대단한 익살꾼이다)이 그녀를 테이블에 앉게 하는데 성공했다. "아줌마, 잠깐 이리와 봐. 여기 아주 유명한 분이 당신 보고 싶대. 영어책을 많이 쓰신 학원 원장님이셔!" 그녀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우리 쪽으로 왔다. 얼굴에는 전혀 미소가 없고 덤덤했다.
나와 얼굴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고개를 갸웅뚱하더니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는 것 같았다. 나도 분명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인상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 선생님, 혹시 젊었을 때, 마포에 있는 요정에서 S출판사 사장님과 술 마신 적 있으시죠?"
"아, 자네가 바로 그때......"
그녀의 모습은 어렴풋하지만 그 때의 상황은 생생하게 떠올랐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나는 여러 권의 영어 참고서를 썼다. 대개 신통치 않았는데 S출판사 사장 J씨가 졸라서 억지로 써준 <7급 공무원 영어>라는 책이 뜻밖에 제법 히트했다.
J 사장은 사람은 좋은 편인데 속물 근성이 많았다. 그의 사무실에는 돈주고 산 트로피, 상장, 표창장, 감사패들이 한쪽 벽을 가득 차지했다. 매년 한번씩 나오는 인세가 1000만원 가까이 됐는데 한번은 수표가 아닌 만원권 지폐로 지불했다. 100만원 묶음 10개가 봉투가 아니라 쇼핑백에 들어있었다. 나는 약간 불쾌했지만 애교로 받아주었다.
J 사장은 술을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책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려는지 (당시 나는 거의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가끔 고급 술집으로 나를 모셨다. 그런데 그는 언제나 아주 어린 영계 두 명을 불러 옆에 앉게 했다. 그는 영계를 무척 좋아했지만 솔직히 영계에 관심이 없는 나는 고역이었다. 아주 어린 영계들은 대개 노래는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아무 재미가 없다. 더구나 나는 여자들을 아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여자의 몸을 만지기는커녕 손목도 잡지 않는 결벽성이 있다.
그날도 내 옆에 아주 어린 영계가 앉았는데 대학생은 아니고 고등학생이 분명했다. 당시는 술집에 미성년자 단속이 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과연 노래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술만 따라줄 뿐이었다. 키는 큰 편이고 얼굴은 상당히 예뻤다. (이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편의상 M양이라고 한다.) J 사장 옆에 앉은 영계는 제법 명랑해서 술도 마시고 노래까지 불렀다. M은 술도 못 마시고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리자루 꼴이 되었다.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드디어 그녀가 울쌍이 되어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러시면 다른 아가씨를 데리고 오겠어요."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아니야, 난 네가 좋아. 넌 아주 예쁘고 착한 애야. 네가 그냥 여기 있어 줘." 나는 그녀의 등을 몇 번 두들겨 주었다. M양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나는 아저씨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
시간이 아까웠던 나는 정당한 핑계를 대고 재빨리 그곳을 나왔다. 잠시 후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같이 가요!" 돌아보니 M양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너와 어딜 같이 가냐?"
순간 M양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저씨는 저를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그러면 이거 도로 가져 가세요! 저는 공짜는 싫어요!" 그녀의 음성에는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내미는 봉투 속에는 2만원이 들어있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20만원 정도일 거다.
나는 실로 난감했다. "너 연애(섹스)해본 적 있냐?"
"예, 그래요!"
"몇 번?"
"한 대여섯 번 정도...."
그 순간 내게 묘안이 떠올랐다. "나는 사실 지금 몸이 아프다. 연애를 해서는 안돼. 다음에 우리가 만나면 네가 두 배 더 잘해주면 되잖어."
그녀가 멍하니 서있는 동안 나는 돈봉투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술을 다 마신 친목회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하자 젊고 예쁜 아줌마(과거의 M양)는 펄쩍 뛰며 사양했다. "선생님에게 돈은 안 받을 테니까 다음에 꼭 한번 저희 집에 들려주세요. 약속해요!"
동료 친목회원들은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여기서 줄입니다.)
(후기) 그후 나는 혼자 의정부에 가서 그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중3짜리 딸이 하나 있었고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녀와는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섹스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후 다시 한번 찾아갔는데 그녀는 없고 다른 사람이 거기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까 그녀는 이혼했던 남자를 다시 만나 동두천으로 같다고 합니다. 더 이상 그녀에 관해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녀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고, 매우 내성적이었고, 착했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행복을 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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