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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마음....

여러분 설 명절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올 한해에는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모두 부자 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설 연휴를 마무리하는 오늘 전 그만 아들놈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중3이 되는 16살 난 녀석인데 덩치는 이미 저보다 커진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이놈이 글쎄 이제는 제 딴에는 컸다고 그러는지 부쩍 반항이 심해졌습니다.
몇 번 타일렀는데 그만 말대꾸하고 반항하는 게 버릇이 되다시피 해버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차에 오늘은 그만 제가 폭발하고 말았답니다.
그 녀석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줄은 저도 연휴동안 알았는데 설날 저녁에
어디서인가 걸려온 전화를 녀석이 들고는 안방에서 무려 두시간이나 통화하는걸 보고
딸애에게 물었더니 여자친구라는 거였습니다.
아버지가 되어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은 참 묘한 기분을 주더군요.
전 나름대로 녀석이 제법 컸다는 사실과 이제 여자친구랑 전화를 아버지 몰래
오랫동안 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싱글거리며 누구냐고 묻는 저에게 계면쩍어 하며
"아빤 몰라도 돼요..."
하는 아들놈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지 누나랑 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아마 일요일 오늘 오후에 약속이 되었나 봅니다.
누나의 조롱 섞인 농담도 웃어 넘기고 또 어느새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이제 다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드디어 아들놈의 데이트 약속이 있는 오늘.
녀석은 어제(토요일) 세배 돈으로 받은 용돈을 지 누나에게 건네며 멋진
운동화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니가 사지 왜 누나에게 부탁하느냐고 물었더니 패션 감각이나
미적 감각이 누나가 뛰어나서 누나에게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놈도 벌써 여자친구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남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그냥 웃고 넘겼지요....
하지만 녀석의 기대에 찬물을 끼 언듯 누나는 나가서 그만 녀석의 신발을 사는 것을
잊어버리고 귀가해 버렸습니다.
큰일났다고 아쉬워하는 아들놈을 달래서 내일 사라고 사태를 수습해 주기는 했는데
막상 오늘 데이트를 갈려는 날에 녀석의 꾸물거림으로 인해 신발 사러 나갈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녀석이 더 심통이 났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오늘 녀석이 입고 나가려고 준비해둔 겉옷을 엄마가 그만 모르고
세탁해 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냥 다른 외투를 입어도 될 것 같은데 지 생각에는 그 옷이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이었나 봅니다.
그때부터 녀석의 불만 섞인 짜증과 심통이 온 집안을 시끄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방안에 있던 제가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참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와 누나에게 모두 분통을 터뜨리는 아들에게 다른 옷을 입어도 넌 멋있다고
추켜세워 주기도 하고 그리고 여자친구는 니가 입은 옷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을거라는
말로 타이르며 엄마가 권해주는 외투를 입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아버지인 제게도 반항 같은 말대꾸로 일관하고 입어 보라는 저의 말도
묵살해 버리고 있었습니다.
평소 지 엄마가 말대꾸 때문에 큰일이라는 하소연을 몇 번이나 했지만 전 그 나이 때는
다 그러려니 하며 그냥 넘겨오고 있었던 차에 오늘은 이대로 넘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녀석을 방으로 불러들여 매질을 했답니다.
오늘 녀석이 데이트하러 나가는 날임을 깜빡 한거죠...
녀석의 눈에서는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고 잘못했다고 비는 아들놈을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심하게 다루고 말았습니다.
다음부터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 화를 풀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지 누나가 안타까운지 방으로 가서 녀석을 달래는 소리가 났습니다.
여태 한번도 애들에게 매를 들어본 일이 없는 저로서는 마음이 엄청 무거웠습니다.
아들의 버릇이 고쳐지기를 바라는 아내지만 역시 아들놈이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니
마음이 아픈지 아들을 향해 언젠가 한번 혼날 줄 알았다며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습니다.
전 알죠...
아내가 아들놈이 안 스러워 하는 잔소리란걸...
그렇다고 남편인 저한테 역정을 낼 수도 없는 입장이니 오히려 아들에게
잔소리하고 있다는 것을...
전 다시 아들놈을 불러내어 세수하고 외출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꾸지람의 효과가 있었는지 아무 말 없이 세수를 하고 지 누나가 코디 해주는 복장으로 외출 준비를 합니다.
모른 척 거실 쇼파에 앉아 녀석을 움직임을 보고 있는 저는 가슴이 싸해 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며칠 전부터 오늘의 데이트를 기다려 온 녀석에게 저토록 기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내 보내게 되었으니 후회도 되고 가슴도 아픕니다.
녀석의 버릇을 고치기 위함이란 말로 스스로 위로도 해 보지만 울먹거리는 소리로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서는 녀석의 목소릴 듣는 순간 울컥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전 방으로 옮겨 눈가에 맺히는 이슬을 아무도 모르게 닦았습니다.
여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들떠 있었을 녀석의 기분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저렇게
내 보냈으니 녀석의 마음인들 어떨까 생각하니 오늘은 그냥 참지 못한 제가 너무
미련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녀석이 나가고 딸애가 한 마디 합니다.
"아빠 오늘은 그냥 좀 참으시지.....절마 오늘 최악의 날이겠네....신발도 안 사다줬지
엄마가 빨래 통에 넣어 버렸지. 아빠한테 혼났지....
여자 친구에게 제대로 말이나 하고 올까?...."
딸애의 그 말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꼽혔습니다.
설레이며 나서야 할 데이트 길을 아버지인 제가 그만 버려놓은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녀석의 기분을 헤아려 보니 저의 행동이 너무
후회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행여 녀석의 가슴에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자리할까
두려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녀석이 나가고 한참을 혼자서 가슴앓이 하던 저는 슬그머니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녀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어 줘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했지만 녀석은 받지 않았습니다.
혹시 녀석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됩니다.
저렇게 나가서 과연 여자 친구에게 다정하게 굴 수 있을지?....
저 기분으로 친구랑 어울릴 수 있을지?....
그리고 전화를 고의로 받지 않는 건 아닐지?....
아들의 버릇을 고치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과연 녀석이 이해해 줄지.....
저도 아버지에게 매 맞으며 눈치를 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가 아들놈
때문에 마음을 쓰고 있는 나이가 돼 버렸다는 생각이 참 한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쓰며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전화했었네?.... 아까 벨소리를 못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처럼 전화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여자 친구랑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지 다소 들떠 있는 녀석의 말을 듣고서야
아프던 가슴이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바로 이게 부모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옛말에도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했는데 이제야 저도
제 부모님 마음을 알 것 같은 생각이 들구요
또 제 아들놈이 어서 커서 저의 이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기다려 봅니다.
여러분....
명절 끝에 다시 한번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 보시는 것도 효도의 길이 아닐까 싶어
제 아들을 통한 부모님 마음을 깨달은 우매한 얘기를 몇 자 적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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