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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모증에 대한 상념



1.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시판이므로 제목을 점잖게 붙였지만 사실은 빽보X에 관한 내용입니다.

무식하게 빽보X라고 해야 오히려 실감나는 말을 체면 차리고 점잖게 하려니

머리 숱 없는 친구 빛나리를 비롯하여 그와 같은 이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때는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선배와 함께 나이트클럽에 갔습니다. 그때 나이가 30대 중반이었으니 무대에 나가

오도방정을 떨 만큼 박력있는 나이는 아니었고

그저 룸에 자리잡고 웨이터가 부킹시켜주는 여자들 쳐다보며 수작부리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눈높이도 높아져 룸에 들어오는 여자마다 맘에 들지 않게 마련입니다.

여자를 꼬셔서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높이의 탄력적인 적용입니다 .

평소 이상형이라는 이유로 상대가 전지현이라던가 또는 김혜수일 거라고

예상했다가는 그날은 집에서 딸딸이나 쳐야 합니다.

또한 그럴 때 치는 딸딸이는 마무리 과정도 별로 좋지 않아 치지 않으니만 못한 경우를

종종 당하곤 합니다. 그러니 부킹할 때는 눈높이를 하향 조정하고 다른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아무튼 그 당시 컨디션으로 보아 눈높이는 한참이나 높아졌고 컨디션도 안좋아

분위기는 딸딸이가 제격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하루가 이렇게 끝나려는 듯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2.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나이트클럽 영업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빠빠빠~ 소리가 요란하게 귓전을 강타할 무렵

갑자기 없던 힘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도저히 그냥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묘한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상황이 바뀌어야 그전 상황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불과 10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 욕구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금메달을 향한 집념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함께 있던 선배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습니다 .

나도 선배에게 뒤질세라 가슴을 손에 얹고 마치 한일전에 출전하는 축구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듯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나이트클럽의 영업은 끝났으니 의욕만 앞섰지

달리 작전 및 전술에 들어 갈 환경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

하는 수 없이 나이트 클럽에서 나왔지만 그 시간에 딱히 갈 데가 있겠습니까?

고작해야 술이나 한잔 더 하는 건데 우리는 술이 급한 게 아니라 여자가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3.

택시를 타려고 거리에 서있는데 한 여인이 길에서 택시를 타려는 모습으로 서있었습니다 .

헌데 별로 택시를 타려는 의지는 약해서 적극적으로 합승을 외치거나 또는

급한 몸동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이는 그럭저럭 어울릴 것 같았고 이미 낮아진 눈높이에는 과분한 스타일이었습니다 .

거기에 술도 한잔 거나하게 걸쳤으니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최적의 상대라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앞으로 그런 바보같은 질문하면 더 이상 대답 안합니다 .

그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냥 무조건 집요하게 달라붙어서

술이나 한잔 더 하자고 했습니다.

안하면 그만이고 하자고 하면 슬슬 수작을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이건 그 상황에 닥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방법입니다 .

처음엔 조금 경계하는 표정으로 거절했습니다. 믿져야 본전이니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그런데 가만히 보니 거절만 하지 자리를 박차고 다른데를 가지는 않더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파악했습니다. 일단 여자를 꼬시려면 자신의 외모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도 아까 말한 눈높이의 탄력적 적용과 정확한 상황의 감지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손을 잡아끌듯 데리고 눈에 보이는 근처 술집 아무데나 들어갔지요.

따라와서 자리에 앉는 걸로 보아 경찰을 부르거나 인근 군부대에 구조요청을 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일단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술만 마시고 얘기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슬금슬금 화제를 끈적끈적하게 끌고 가며

상대의 반응을 예의 주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했음에도

그 여자(이후 거리녀로 통칭)는 핸드폰을 꺼내 112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얘기를 조금 더 진행시킨 후 슬금슬금 능동적 행동을 강요했습니다 .

대충 얘기가 다 되어간다고 생각되던 때였습니다.

거리녀는 갑자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3.

“두 사람은 안돼요!”


앗,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

나는 일행이 있는데 거리녀는 혼자 뿐이니 그걸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 사실이 그때야 떠 오른 것이었습니다. 잠시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

선배 얼굴을 보니 나 못지 않은 불굴의 의지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

갑자기 선배가 씨발놈으로 보였습니다.

눈치를 챘는지 거리녀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

그 의미는 둘중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알아서 선택하라, 단 두 사람은 안된다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너 얼른 집에 가 ! 씹새야!”

“X까고 있네 . 형이 가!”

“그럼 가위바위보로 해!”

“......?”



선배는 나름대로 거리녀가 이곳까지 오는데에 자신의 역할보다 내 역할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잔머리를 굴려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영악한 선배였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여자 한사람을 두고 남자들이 싸우는 것은 되먹지 못한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평소에 늘 생각해오던 터라 흔쾌히 가위바위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국내 떡치기 사상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었습니다.



“가위바위보 !”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그말을 누가 말했는지 생각을 해봐야 날 리가 없겠지만 아주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위바위보에 나는 이겼고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던 선배는 반쯤 남아있는 술잔을

입에 털어 넣듯 마시더니 훌쩍 자리를 떳습니다. 영악하긴 하나 멋진 선배였습니다.

잠시후 거리녀가 돌아왔습니다.



“한사람은요 ?”



알면서 묻긴.....

배가 아파서 먼저 집에 갔다고 했습니다. 배가 아프겠지요.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리고 둘이 남아 있는 술을 마저 마시고는 근처 모텔로 향했습니다 .

눈높이의 탄력적 적용과 상황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한 뛰어난 분석력,

그리고 천운을 거스르지 않는 정신자세가 가져다준 선물이었습니다.



4.


“거긴 안돼, 하지마 !”


모텔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본격적인 퍼포먼스로 들어가 사전작업을 하는 도중

거리녀가 말했습니다. 성의 있게 펠라를 해주기에 나름대로 응분의 보답을 하고자

고개를 아래도 돌려 몸을 낮추었더니 거리녀가 한 말이었습니다.



“왜 그래 . 뭐 어때... ”



몇 번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거리녀는 무모증 환자,

일명 빽보X 였습니다. 비교적 큰 거부감없이 순순히 따라온 이유도

평소에 그것이 가지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친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많이 굶주렸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당시 나의 눈높이나 떡에 대한 집착으로 볼 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신체 특정부위의 크기가 더 심하고 변화 하고 있었습니다 .

어떤 놈이 지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예로부터 ‘빽보 X를 먹으면 3년간 재수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학적이고 정신학적 분석없이 무책임하게 지어진 나쁜 말입니다.

왜냐구요?

빽보X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 나름대로 나열하면 -



1. 스스로 꺼리기 때문에 오히려 남에게 해주는 펠라에 강하다

2. 부속물(?)이 이빨에 끼거나 목구멍에 걸릴 염려가 없다 .

3. 이뻐해주면 더 감동한다.

4. 수영복 입을 때 편하고 행동이 더 자연스럽다 .



이런 장점을 가진 빽보X 를 가리켜 3년이나 재수없다는 무지막지한 말을 해도 됩니까 ?





아무튼 그날은 아주 뜨겁게 지나갔습니다.

비교적 거리녀의 오랜 굶주림과 또한 빽보X 의 스트레스가

나의 굶주림( 거리녀의 입장에선 애정표현)과 맞아 떨어져 아주 열심히 이것저것 잘했습니다 .

역시 떡은 사랑으로 쳐야 합니다.


* * *


그 일이 있고 3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딱히 재수없는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괜히 그런 말 만들어서 사람 차별하지 마시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면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해줍시다.

가만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닌 거 아닙니까?

떡치기를 통해서도 인생의 교훈을 느낄 수 있는 나는

매우 바람직한 떡치기의 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갑자기 거리녀가 생각납니다.

수술한다고 하던데 지금은 많이 무성해졌을라나?




글을 마치는 일산마루의 한마디 -




“떡은 떡이요 털은 털이로다.”






-일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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