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이런일도...
아기아빠가 된지 어느덧 3주일째.
출산기나 육아일기를 한번쯤 게시판에 올려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귀찮다는 생각에, 혹은 피곤하다는 생각에 그냥 다 관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한가지 하고싶은 이야기는 좀 있어서 횡설수설 게시판에 적어봅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할머니한테 맞기는 경우야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좀 특별한 사례일수도 있는. 저희 집안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지금의 저희 엄마는 제가 중학교 다닐때부터 절 키워주신 분이죠. 그리고 지금 나이눈 우리나라 나이로 정확하 44세십니다.
사춘기때 철없이 젊은 새엄마에게 반항하는 이야기가 종종 그 무슨 청소년드라마의 에피소드에 나오기도 하지만. 전 그런 반항심리도 없이 그냥 처음 볼때부터 엄마라고 부르며 따랐습니다.
사춘기 시절 철없이 반항하는 계모와 의붓자식간의 갈등같은 일화는 유감스럽게도 저에겐 없습니다. 생모에 대한 기억이 그만큼 없는건지. 아니면 그만큼 착했던건지, 생각이 없었던건지.
어쨌거나 그렇게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엄마가. 지금은 맞벌이를 하는 저희 내외 대신 저희 아이를 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감사함 그외 형언할 수 없는 무수한 감정들이 가슴에서 북받쳐 옵니다.
희안한건 저희 쌍둥이 딸이. 지네들 할머니 품에 안겨선 순하게 잘 지낸다는 겁니다. 애기엄마가 몸이 좀 마른편이라서 그런지. 모유도 잘 안나오고, 많이 허약해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런 지네들 엄마품에선 자꾸 칭얼대는것들이 할머니품에 안겨선 거짓말처럼 쉽게 잠이 들더군요.
" 내가 아이를 낳아보진 못했지만 키우는건 자신있다 "며 농담처럼 말하곤 씩 웃어버리는 저희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마음은 또 누군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며오기도 합니다. 이럴땐 오히려 불교적 인연설을 생각해보고 싶어지네요. 도대체 " 김경숙 " 저 여인과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기에. 나는 중학교때부터 그녀와 마치 막내동생과 큰누나같은 새엄마와 아들의 사이로 티격태격 자라왔고. 이제는 그렇게 자라서 결혼한 제가 낳은 아기가 그 할머니 손에서 키워지게 되는지.
아기가 할머니 젖을 문채 새근새근 잠든 모습. 그리고 그렇게 손녀딸을 안은채 눈가에 물기가 묻히는 젊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저 또한 가슴이 아픕니다. 낳아보지는 못했는데 키워보는건 잘 하는 여인 김경숙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물론 그렇다고 젖이 나오는건 아니니 사실상은 우유를 먹이면서. 다만 젖만 물리우는 그런 형국인거죠.
저의 신경과민 탓인지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하더군요. 아동심리학 상담센터같은데 한번 문의를 해볼까 조심스럽게 생각도 해 보았는데.
덕분에 저희 집사람과 어머니 사이에 고부갈등은 거의 없습니다. 결혼초엔 좀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기를 대신 돌봐주고 있으니. 너무나 고마와하고 있지요.
"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와요. "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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