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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룸싸롱 안간다..

사업에 실패하고 종적을 감췄던 친구가 1년만에 나타났다. 닷컴 열풍이 전국을 휘몰아치던 그때. 출장이다 뭐다 전국의 룸살롱을 누비며 지폐를 뿌리던 녀석. 그러던 녀석이 지금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실패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허무할 손 인생살이여. 우린 미친 듯이 소주를 들이켰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던가. 녀석은 2차를 외쳤다. 아직 정신 못 차렸냐며 쏘아붙이자 "엄청 싼 데가 있어" 하고 큰소리친다. 녀석이 안내한 곳은 경기도의 어느 룸살롱. 우리는 맥주 냄새가 자욱한 방으로 안내되었고 곧 파트너가 들어왔다.
 
안돼!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리 싸구려라 해도 이 파트너는 너무했다. 길다란 얼굴, 구불구불한 코, 툭 튀어나온 턱. 단지 화장을 하고 치마만 둘렀을 뿐 그건 누가 보더라도 흉측한 남성의 마스크였다. "야, 나 쟤 싫어. 완전 남자잖아! 아니야, 남자도 아니야, 저건 말이야, 말!" 녀석의 파트너도 남자같긴 못지 않았지만 비위도 좋은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 못 차린 건 내가 아니라 너구만 그래. 지금 이것저것 가릴 때냐. 주는 대로 먹어."
 
파트너는 대경실색하는 내 태도 따위 아랑곳 않고 옆에 털썩 앉아 느끼하게 웃는다. 그 웃음소리, 으흐흐흐. "야, 싫다니까. 앉지 마" 해도 소용없다. "오빠 왜 그래?" 하며 더욱 다가앉는다. 아, 시멘트 바닥을 칼로 긁는 듯한 그 목소리. 이건 호스티스가 아니라 기상 드높은 대한 남아였다. "야, 너 남자 아냐?" 하니까 "어머, 이 오빠 좀 봐. 아이 자존심 상해" 하며 입을 삐죽 내미는데 아, 어떻게 인간 입이 그렇게나 튀어나올 수가. 파트너가 입을 내밀자 그 입술은 마치 묘기처럼 댓발이나 밀려나왔다, 쭈우우욱. "으허허, 내 보다보다 드디어 입술 쇼까지 보게 되는구나. 술이나 먹자, 술이나 먹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친 듯이 술만 마셨다.
 
그러나 술로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노래 기계에 <남행 열차>를 틀어놓은 친구 녀석이 "야, 춤들 춰" 했을 때 나는 그만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으며 룸살롱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손가락을 화투패를 쪼이듯 모으고 두 손을 왔다갔다하며 추는 내 파트너의 춤. 그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다름아닌 군바리 춤,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에, 군바리 춤을 추는 룸살롱 파트너라니. 룸살롱 앞 골목 구석에서 속을 뒤집으며 나는 결심했다. 내 이제 사업 실패한 놈이랑 술을 마시면 성을 룸 씨로 갈 테다, 룸 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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