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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첫사랑 ( 1 )

오랫만에 비가 오는군요

남들보다 빨리 늙는(?) 편이라 27 나이에 웬만한 일은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3,40 대 같은 생활을 하는 유성이지만 비만 오면 괜시리 센치멘탈꼴랑 해지는

사춘기소녀적인 마인드는 어릴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

제 첫사랑과 저는 비에 관한 추억이 없습니다

물론 같이 한 시간동안 비가 온 날들이야 있었겠지만..기억나는 일은 없습니다

왜 비가 오면 그녀가 생각나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언젠가 올포유라는 싸이트에 비슷한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그 싸이트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요 ( url 도 기억이 안 나니.. )

번호를 붙여 놓은건..이 글이 얼마나 길게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늘 끝나지는 않을거 같아서요

그냥 비오는날엔 괜히 울적해져서 혼자 주절대는것이니 너무 흔한 스토리라고 욕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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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건 92년도.. 고3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 취업반이었다는 행운으로 얼터당토 않은 내신을 받았었죠

취업반은 취업반만 따로 내신을 매긴다는 규정이 있었기에

시험인줄도 모르고 친구들이나 찾아볼까 해서 찾아간 교실에 붙잡혀 시험을 보고

60명 정원중에 시험본 사람이 3명...그중엔 제일 공부를 잘했던 모양이더군요

어째꺼나 2학년때까지 항상 10등급을 받던넘이 ( 그때는 10등급이었죠 )

갑자기 1등급으로 올라가고 자격증 특혜로 대학에도 붙었었죠

중앙대학교 기계공학과 ( 과였는지 부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그때 부가 있었나?? )

사실 유성이는 남들처럼 유세떨며 시험장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냥 남들이 다 치는 시험이니 시험이나 볼까 하는 마음에 부모님 몰래 친 시험이었고

어차피 가지도 못할 대학을 붙어 놓고 보니 마음만 답답하더군요

당시에 유성이 살던 집이 보증금 100만원에 월 10만원짜리 였는데..

성남사시는분은 아실거에요 고등동에서 청계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저수지옆에 있는 작은 동네..

지금은 길도 크게 놓이고 버스도 다니는 모양이던데 그땐 버스도 안 다니는 동네였죠

그 동네 어느집의 축사를 개조해 만든집이 우리 가족의 쉼터였어요

그런 사정에 부모님께 등록금 대 달라고 해봐야 마음만 아프실거구..

영화에서처럼 아르바이트 해서 4년동안 학교 다닐려니..

솔직히 너무 힘이 들것 같고 하기 싫더군요

이런저런 답답한 마음에 친구를 꼬셔 해운대에 갔습니다

그날..친구가 물류센타에서 아르바이트 해 받은 10만원과

제가 취업해 있던 카센터에서 받은 월급중 부모님께 드리고 남은돈 10만원을 들고

기차를 타고 해운대로 갔었죠

첫날 가자마자 우린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습니다

둘다 어린마음에 어지간히도 지랄을 떨고 다녔는지 다음날 파출소에서 깨어보니

친구나 나나 꼴이 말이 아니더군요

친구놈은 유리창을 깼는지 누군가 손에 감아준 붕대가 피로 덕지져 있었고

전 하나뿐인 가죽잠바가 넝마가 된채 어깨부분이 약간 찢어져 피가 나고 있더군요

내려올때 끊어 두었던 기차표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그나마 다행인건 친구넘이 애지중지 하는 워크맨은 무사하더군요

둘이 해운대 공중 화장실에서 대출 씻을덴 씻고 버릴건 버리고 나서 전당포에 갔습니다

워크맨을 맡기고 받은 돈으로 기차표를 끊고 남은돈으로 또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 친구넘이 인사불성 또 망가지고 기차시간은 넘어버리고..

한참을 지랄하다 잠든 친구를 모래사장에 눕혀 놓고 해변을 돌아 다녔습니다

마침 혼자 바닷가에 앉아 있는 여자가 보이더군요

한시간 정도 열심히 작업해서 꼬신 여자는 서울에서 여행 온 32살의 이혼녀..

친구넘을 들쳐업고 여자가 얻어준 옆방에 가져다 던져놓고 그 댓가로 아침까지 노력봉사 해야 했죠

아침에 해장국도 얻어먹고 기차표도 여자가 다시 끊어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서울에서 꼭 다시 연락 하랍니다

꼭 다시 연락하마 .. 바이바이 하고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전번은 버렸습니다

더러운 기분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칭구넘 면상을 한대 갈기는걸로 풀고

바로 꼬꾸라져 잠이 들었죠

대전임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서야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갔습니다

기차연결칸에 서서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반대칸에서 한 여자애가 나와

내 맞은편에 서서 창밖을 구경하고 있더군요

깔끔한 투피스 정장을 입고 동그란 모자를 눌러쓴 인상이 꽤 귀여웠습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들어가려는데 두명의 남자가 객실에서 나오더니 그녀에게 수작을 걸더군요

그녀는 관심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었고 그 남자들은 좀 험악하게 굴며 그녀를 위협했어요

평일이라 그녀칸이나 내칸이나 거의 텅텅 빈 열차였거든요

넘들은 한사코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려고 급기야는 그녀 손목을 잡아 끌었습니다

겁에 질린 그녀가 나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참다못한 유성이가 다가가 원투 어퍼컷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라고 하면

참 분위기 있고 멋질거 같은데 상황이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그녀를 도와 주려고 다가 간것도 사실이고 그넘들이 인상을 쓰며 날 협박한것도 사실이구요

그냥 진행 됬다면 멋있게 파바박 !! 하고 끝났을건데...

이 망할넘의 친구넘이 잠에서 깼는지 부시시한 얼굴로 기어 나옵니다 ㅡㅡ

친구 : 야 ... 뭐야?

나 : 암것두 아냐 얘들이 시비 걸어서...

친구 : 어이 형씨들...그냥 들어가..기분좋게 여행하다 다치지 말구..

그걸로 상황 종료 됬습니다 ㅡㅡ

이해를 돕기위해 칭구넘을 설명하자면 키가 당시에 187이었고...

몸무게는 102 키로.. ( 2키로만 더 찌면 군면제라며 무지하게도 먹어댔죠 )

생긴건 고질라랑 프랑켄슈타인이랑 섞어놓으면 딱 그대로입니다

결국 유성이는 미인 앞에서 실력발휘 한번 못한채 칭구넘 인상 하나에 끝났습니다

그녀 : 고맙습니다 ..

나 : 별말씀을요.. 추운데 그만 들어 가시죠

그녀 : 지금 저칸에 저사람들하고 저 뿐이라서..

나 : 그래요? 그럼 우리칸에 오시죠

그녀 : 저칸에 제 가방이 있어요

나 : 그럼 같이 가서 짐 가져 오죠

그녀와 같이 가서 집을 가져 옵니다

두넘말고 두넘이 더 있더군요

다행이 얘기를 들었는지 날 보더니 다들 고개를 푹 숙여버립니다

그녀와 서울까지 오면서 그녀에 대해 좀더 많은걸 알게 됐습니다

집은 울산이고..부천에 사는 고모님댁에 가는길이라더군요

나이는 저보다 한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1년 일찍 들어가서 그녀도 고3

공부는 못했는지 대학엔 안 갔다고 하더군요 ( 못 간거겠죠 ㅡㅡ )

영등포역에서 그녀에게 내 전번을 적어주고 헤어졌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삼삼한 여자애구나 라는 생각만 했을뿐 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잊어 먹었죠

카센터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어디 아르바이트나 할까 싶어

여기저기 구인광고를 보고 지내던 어느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나 : 여보세요

그녀 : 저...유성씨세요?

나 : 그런데요..누구시죠?

그녀 : 저 모르시겠어요?

나 : 누군데? 진화( 친구 ) 냐?

그녀 : 아닌데요...진화가 누구에요?

나 : 그럼 누구야..야 짜증나니까 얼른 할말해 나 자던중이야

그녀 : 저 누군지 정말 모르시겠어요?

나 : 야 이 18년아 너 누군데 장난질이야 졸려 죽겠구만 장난할래?

그녀 : .................

나 : 뭐야 할말 있으면 얼른 하고 없으면 끊어

그녀 : .......저......유린데요

나 : 유리? 유리?? 헉 ㅡㅡ;... 아...유리씨...그러니까...그게..

그녀 : 착한분인줄 알았는데...여자한테 욕도 하시나봐요?

나 :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전 제 친구가 장난치는지 알구...친구넘이 여자목소릴 잘 내거든요...

그녀 : 아...그랬구나^^ 놀랬어요 ( 아마 걍 속아 준거겠죠? )

어째꺼나 그녀와 나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날 그녀는 내려가는 길이었어요

우린 터미날 커피숍에 앉아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얘길 했어요

결국 오전 11시 차를 타려던 그녀는 저녁 6시차로 내려갔죠

7시간동안 한자리에서 얘기를 하는데도 전혀 지겹지가 않더군요

일찌기 중2시절부터 여자를 경험했고 숱하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같은건 생겨본적이 없었는데..그녀는 나에게 그때까지와는

다른 여자로 다가왔죠

단지 만나서 놀다가 섹스나 하고 헤어지는 감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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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군요 ㅡㅡ 그래도 주절거리고 나니 속은 시원하네요

다음편이 이어질지 어떨지는 저도 모르겟습니다

어쩌면 내일 다음편이 이어질수도 있고..

아님 영원히 안 이어질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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