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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향기(香氣) - Renewal - 6부

오늘은 즐거운 휴일이다. 휴일은 즐겁다. 무려 7일이나 되는 일주일중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유일하게 있는 하루는 분명 즐거운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다거나 즐거운 친구들을 본다거나 아니면 부족했던 휴식을 취한 다거나, 자기만의 특별한 여가 생활을 즐긴 다거나 지친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좋은 날이다. 나 역시 오랜만의 휴일을 이용해 그동안 못 즐겼던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해 비디오 가게를 찾았지만 결국 허탕만 친 채 투덜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요즘 왜 이렇게 볼만한 영화가 없는 거야?? 영화를 만드는 거야 마는 거야?? 아~ 집에 누나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말상대라도 하면서 놀았을 텐데.. 물론 내가 당하는 입장이지만.. 누나는 뭔 놈의 일이 그렇게 많은지 쉬는 날인 오늘에도 아침을 먹고 곧장 회사로 나가버렸다. 이 놈의 회사.. 이번 달에 보너스만 적게 나와 봐라.. 내가 근로자 협회에 고발해 버릴거다..



어제 누나와 있었던 모종의 사건 때문에 누나와 나의 사이가 어색해지거나 이상해지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평소와 마찬 가지로 쏟아져 나오는 반찬 투정과 어제 안간 이불보에 대한 투덜거림. 그에 이어진 나의 반항에 따라온 누나의 응징성 구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누나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어제의 누나의 말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나름 정상(?)적인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내심 걱정한 나로서는 아까 맞은 구타의 흔적인 혹까지 살짝 기분이 좋을 정도로 상당히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확실히 우리 한 여사가 뒤끝은 없다..



근데 오늘은 뭐하냐? 오랜만에 집 안 일도 없는 한가한 날인데..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잠깐 놀러나 갈까? 아니지..그것도 같이 갈 여자친구라도 있어야지..혼자가면 그게 무슨 궁상이야.. 그럼 애들이나 불러서 놀까?? 아니다 지환이 그 자식은 오늘 여자랑 약속 있다고 했고 .. 아~ 오랜만의 휴일 인데 이렇게 할 게 없냐..새삼 느끼는 거지만 한강혁 너 왜 이렇게 사냐?? 한심하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매일 매일을 죽을둥 살둥 발버둥 치며 휴일만을 기다리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할 게 없다.. 진짜 슬픈 인생이다..



나는 밀려들어 오는 한숨에 땅이 꺼져라 숨을 쉬며 분풀이라도 하 듯 눈앞의 돌멩이를 걷어 찼다. 발에 차인 돌멩이가 또르르 땅위를 굴러가고 그 돌을 따라 가던 나의 시야에 하나의 커플이 잡혔다.



뭐야..저 년놈들..길거리에서 연애질 하고 있는 거냐?? 지금 누구 염장 지르나..



눈앞의 커플은 명백히 남들 보란 듯이 마주 서서 도란도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얀 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색 주름진 치마를 입은 여자는 키는 작은 듯했지만 어딘가 보다듬고 싶은 귀여운 인상과 어울리는 게 오히려 아담한 체구가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이었고 그 옆의 남자는 의젓하고 체격도 좋은 게 딱 봐도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호남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선남선녀의 이상적인 커플이다. 저런 걸 끼리끼리라고 하나?? 저런 건 불공평하지 않나?? 좀 이쁜 애들은 못난 애들이랑 또 잘생긴 것들은 좀 못생긴 여자애들이랑 있어야지 유전자가 평등하게 나오지.. 뭔가 잘못됐다. 평등 사회의 구현을 위해 국가에서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 새로운 법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좀 더 자세히 보니 왠지 커플이라고 하기엔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여자는 웃고는 있었지만 얼굴 가득 난처하다는 기색이 역력했고 남자는 그에 상관없다는 듯이 여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 추근덕 거리는 남자처럼..



거기에 여자 쪽은 어딘가 낯이 익은 구석이 많았다. 작은 키 귀여운 얼굴.. 확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었다. 근데 왜 저 여자가 여기 있지?? 이 동네 사나?? 저 사람은 애인?? 내가 알기론 애인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을 때 순간 여자의 고개가 내 쪽을 향해왔다. 내가 있는걸 알고 고개를 돌린 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연히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 역시 내가 누군지 생각 하는 듯 잠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났다는 듯 귀여운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귀여운 입을 감싸며 놀란 듯 동그란 눈을 크게 떠갔다. 그렇게 이쁘게 놀라 필욘 없는데.. 얼굴이 귀여워 선가 그냥 놀라는 것 도 귀엽다. 그리고 뭔가 생각 하는 듯 하더니 그녀는 옆에 있던 남자를 버려 둔 채 황급히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치마를 펄럭거리며 예쁜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모습은 내 넓은 가슴으로 꼭 품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워 보였지만 지금 당장의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왜 이쪽으로 오냐...그냥 모른 척하고 가지...아이 씨..모르겠다 그냥 아는척이라도 하자..



<안녕하..>



거의 내 앞에 다다른 그녀를 향해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녀가 나의 행동을 저지하며 빠른 움직임으로 내 옆에 다가왔다. 그리고 재빠르게 내 팔에 팔짱을 끼고는 나에게 밀착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동에 나는 놀랄 틈도 없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뭐냐..이 시츄에이션은..??



<선생님....무슨..윽>



생각 치도 못한 이 갑작스런 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무슨 일 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통증에 그 말마저 삼켜야만 했다.



(잠깐....잠깐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살며시 까치발을 들며 내 귓가에 선생님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 앳띄고 귀여운 목소리에 이끌리 듯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여갔다.



곧이어 아까 선생님이 팽겨치고 온 남자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짐작만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히 잘 생겼다.. 깔끔하고.. 선이 강한게...난 남자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확실히 남자는 남자인 내가 봐도 인기있게 생겼다 할 정도로 다부지고 잘생긴 타입이었다. 근데..선생님이랑 무슨 관계지?? 좀 심각 해 보이는데.. 이거 엄한데 껴서 피 보는 거 아냐??



<지민씨..이 사람은 누구죠??>

<아...이 사람이 좀 전에 제가 말한 제 애인이예요..>



애인?? 누가?? 내가?? 언제부터?? 내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 두뇌에서는 당신 같은 애인이 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씀인지?? 뭐...그 두뇌에는 애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고 하지만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넘어가자.



뜬금없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 보려던 나는 다시금 느껴지는 옆구리의 통증에 고개를 원위치 시켜갔다. 아이씨....좀 살살 좀 꼬집지.. 살 패이겠다..



<애인이라뇨...이 사람이요??>



그렇다네요..제가 이 사람 애인이라네요..저도 방금전에 알았어요..나한테 애인이 있었다는거..



선생님의 말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제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천천히 기분 나쁜 시선으로 나를 아래위로 훑던 사내는 갑자기 뭐가 우스운지 역시 기분 나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갔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것이 나를 향한 비웃음이었다는 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내 꼴이 지금 말이 아니긴 하다.. 대충 입고 나온 면 티에 집에서 나 입을 법한 줄무니 반바지.. 거기다 질질 끌고 나온 슬리퍼.. 감지도 않아 헝클어진 더벅머리.. 옆집 사는 백수 형이 봤다면 새로 들어 온 신입인지 알고 피시방 가자고 할 정도의 몰골이었다.



그래도 그렇지...사람을 대놓고 비웃네..이게 아직 인성교육이 덜 됐구만.. 은근히 재수없다...다시 보니까 잘생기지도 않았네... 농약 먹은 족제비처럼 생겨가지고...



왠지 기분이 나빠져 얼굴이 굳어 져 갔지만 그 자식은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않고 나를 무시하며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민씨... 제가 지금 당자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같이 차 한번 마시자는 건데...이렇게 까지 하시다니..좀 섭섭합니다..>

<이렇게라뇨?? 전 엄연히 애인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 애인이 바로 옆에 있어요.. 너무 한건 그쪽 아닌가요??>



내보기엔 둘 다 너무해..엄한 사람 앞에 놓고 무슨 짓 하는 거냐??



<이 사람이 애인이라고요??>

<네!! 제 애인 이예요!>



얼마나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는지 듣고 있는 나도 내가 진짜로 애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후후..거짓말을 하시는 건 좋은데 상대를 잘 고르셨어야죠..제가 충분히 납득 할 수 있게요..>



다시 한번 비웃음을 흘리며 힐끗 깔보듯 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확실히 무시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 열라 기분 더럽네...내가 이딴 자식한테 이런 꼴을 당해야 돼??



<어디서 이런 되지도 않는 놈을 갔다 놓고는 애인이라고..>



혼잣말이었지만 분명히 들렸다.. 되.지.도.않,은.놈. 솔직히 지금 상태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나쁘다. 이걸 한번 엎어?? 근데 싸움 잘하게 생겼는데..



짝!!



그때였다. 강한 따귀소리와 함께 그 사내의 얼굴이 확 돌아 간 것은.. 사내는 자기가 맞은 것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내 옆에 있는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나 역시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 멍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로 눈 앞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무례하군요!! 당신이 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당신이 뭔데 겉모습만 보고 남을 판단하는 거냐고요?? 당신이 뭔데??!!>



나를 위해 그럴 필요 까진 없는데 일단 저 자식 맞는 거 보니까 속은 시원하다..마치 설교하듯 매섭게 남자를 질책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남자는 창피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여 갔다. 여자에게 맞은 것이 분하고 치욕스러운 듯 사내운 강인함이 느껴지는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쪽팔리지...나 같아도 그러겠다.. 지금 주위만 봐도 여기저기서 무슨 일인가 수군거리고 있다.



그에 따라 같이 있는 나도 같이 쪽팔리다. 저 놈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누가 봐도 선남선녀로 보이는 이 커플의 가운데에서 이런 초라한 복장으로 서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창피함 그 자체였다. 사람들도 뺨 맞은 놈을 주목 하기 보단 어느새 인형 같은 미모의 여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는 나를 더 주목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 사건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건만...이럴 줄 알았으면 모자라도 쓰고 나오는데 가까운 곳이라 너무 방심했다.



<크윽...제가...좀 무례했던 것 같군요..사과 드리겠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정정해라...그래도 의외로 참을성이 있었는지 사내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선생님에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해갔다. 근데 왜 나한테 아니고 선생님 쪽으로 하는 거냐..기분 나쁜 건 난데..



<사과는 저한테가 아니라 제 애인한테 해야죠..>



애인이라는 말이 너무 술술 나와서 듣는 내가 오해할 지경입니다.



<아..네...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죄송합니다...>



사과를 할 려면 얼굴 좀 피고 해라..어렸을때 사과법도 안 배웠냐?? 얼굴에 웃음을 띄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서 하는 게 사과란다..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는 거 티내 것도 아니고...



<제가 실수한건 그렇다 치고.. 지민씨.. 저 솔직히 지민씨 좋아 합니다..아니 사랑 합니다!!>



뺨 맞고 정신이 나갔나 보다. 이젠 앞도 뒤도 안보고 사랑한 댄다.



<아직도..그런 소릴..>

<애인이 있다구요?? 옆에 저 사람이 애인이라고요?? 하지만 전 그 말 못믿겠습니다. 몇 주동안 지민 씨를 봐왔지만 저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걸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도 지민씨 한테 애인이 있다는 얘길 들어본적도 없고요..그래도 저 사람이 지민씨 애인 입니까??>



이건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긴 게 스토커야..뭐야..몇 주 동안 봐왔데..거기다 주변조사까지 단단히 해왔나 보다. 추궁하듯 물어보듯 그의 얼굴엔 확신의 빛이 뚜렷했다. 그나 저나 어쩌나..우리 선생님 다 뽀록 나게 생겼다.. 그냥 당신이 싫어요~~ 하면 될 거 가지고..왜 이렇게 하시나..머리만 아프게..



가끔가다 그런 여자 있다. 분명히 자기 맘에 들지 않는데도 확실히 말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기대를 갖게 만드는 사람..자기 딴에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라고 그러는데 웃기는 소리다.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잘라 버리는 게 그 사람에게 덜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건 그냥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나, 지금의 상황이 재밌어 즐기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니까..그리고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니까..



지금 선생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도 딴엔 남자가 쉽게 단념 할 수 있도록 생각해서 하는 일일 테니까..근데..문제는...왜 그 사이에 내가 껴야 하냐고..머리 아프게...



<그럼 어떻게 해야 믿으시겠어요?? 뭐 증명서이라도 떼다 드릴까요??>



그런 게 있기나 한거야?? 애인 확인 증명증 같은거??



<그냥 전 사실을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지민 씨의 진짜 애인이라면 전 이 자리에서 깨끗이 지민 씨를 포기하겠습니다. 앞으로 귀찮게 한다거나 쫓아다닌 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정말이죠??>

<네..남자답게 포기 하겠습니다!!>

<그럼 똑똑히 보세요!! 이게 그 증거니까요!!>



정말 있는 거냐?? 그 증거서류 라는...흡



순간 내 고개가 홱 돌아가며 밑에서 무언가가 덮쳐왔다. 그리고 동시에 입술에 느껴지는 촉촉한 느낌..어제 느꼈던 누나의 입술과는 또 다른 감각의 부드러운 감촉이 내 입술을 타고 얼굴 전체로 퍼져 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내 입술을 누르고 있던 부드러운 무언가가 사라지고 천천히 선생님의 얼굴이 떨어져갔다.



지...지금 뭐가 지나갔냐...?? 나는 내 입술을 범하고(?) 당당하게 남자를 향해 외치는 선생님을 그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때요..뭐 더 보여줘야 할 게 남았나요??>



여기서 뭘 더 보여 주실 라고 그러 소리를 해??



<아...아닙니다...이제...됐습니다..지금까지 귀찮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겁니다.>



니 얼굴 보니까 그래 보인다.. 어지간히 놀랬나 보다..밀가루라도 덮어 쓴것 마냥 얼굴이 하얗게 떴네...



<당연 그래야죠..저도 다신 그쪽 보는 일 없었으면 하네요..>



무라도 있으면 바로 베어 버릴 듯한 목소리로 단칼에 외치는 선생님. 의외로 잔인하네...우리 선생님..그런 말은 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요..



<네...그리고...애인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아까의 무례..죄송합니다..>

<아..아뇨...그럴수도 있죠..뭐...하하...>



아까와는 다르게 진심어린 얼굴로 사과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냥 확 불어버려?? 나 이 여자 몰라요 하고.. 아니다..그냥 보내는 게 낫겠다. 맘에 없는 사람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흉한 것도 없으니까..그냥 여기서 단념 시키는 게 남자를 위한 길일 것이다.



<그럼..전 이만...>



힘 없이 등을 돌린 그는 터덜터덜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우리의 눈앞에서 멀어져 갔다.



좀 기분이 찝찝하다..그렇게 나쁜 놈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뭐..그건 그렇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선생님은 아까의 남자가 다시 오는 건 아닐까 내 팔짱을 꼭 킨 채 남자가 걸어간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선생님...이제...팔..좀...>



이제 좀 놓지?? 팔뚝에서 뭉클거리는 게 느낌이 이상하잖아..



<아!! 미안...미안해..>



그 말은 한참 아까 했어야 했을 말입니다.. 뒤늦게 끼고 있던 팔짱을 빼며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듯 사과해왔다. 잘못했다는 듯 귀엽게 손바닥을 마주 댄 선생님의 모습이 어른 답지 않게 귀여워 살짝 웃음이 나올 뻔 했다.



<미안해..많이 놀랐지?? 갑자기 내가 그래서...>



네...아마 지나가던 아줌마가 아무 이유없이 내 뒷통수를 치고 가도 이정도로 놀라진 않을 것 같네요..



<예...조금요... 근데 저 남자는 누구예요??>

<아... 삼주 전에 선 본 남자.. 내가 맘에 든다고 사귀어 보자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막 쫓아 다녀.. 근데 앞으로는 안 그럴 것 같다.. 지금 저러고 가는 거 보니..>



당연하지...바로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키스를 했는데...나 같아도 포기하겠다.. 의외로 잔인했어..당신...



<근데..너무 심하셨던거 아니예요?? 따귀까지 때리시고...>

<아..그거.. 그건 맞아도 싸. 자기가 뭔데 자기 맘대로 남을 무시하고 깔보는 거야!! 그것도 우리 귀여운 제자를 그건 내가 절대 용서 못해!!>



정의의 힘으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하고많은 옷 중에 교복만 입고 악당 때려 부수는 여자아이들의 포스를 풍기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깜찍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귀엽다니...뭔가 좀 민망한 단어 선택 같습니다..



<그래도...선생님이 좋아서 그런 것 같던데..나쁜 사람 같지도 않아 보였고..>



좀 재수가 없어서 그렇지...



<뭐..그런 것 같긴 한데 사람 마음이 자기 맘대로 되는 거겠니..그냥 싫으면 싫은 거지..안그래??>

<하긴..그렇죠..>



맞는 말이다..사람을 자기 의지대로 좋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아무리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아무리 그 사람이 나에게 잘 해준다고 해도 내가 아니면 아닌 거니까..그건 누가 옆에서 부추기고 강요해도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게 재밌긴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과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을 가지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을 사는 것 그게 인생의 묘미고 인생의 작은 즐거움이 아닐까??



<근데...기분 나빴지??>

<네?? 뭐가요??>

<아니...아까...그거...키...스...>



쪽팔리게 그냥 넘어가지..왜 그런걸 물어 보시나?? 대답하기 곤란하게..



<그냥...그랬어요...>

<그냥 그랬어?? 어..이상하다..>

<뭐가요??>

<아니...나 같은 미인이랑 키스를 했는데 반응이 그냥 그랬어요가 다잖아...이상해...>



이거..은근히 공주병 있는 거 아냐?? 뭐 확실히 공주 취급 받을 만 하지만..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말하네...



<농담이야..농담..그렇게 쳐다보니까 선생님 무안해질라고 한다...>



내 시선의 목적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군,,



<그건 그렇고 미안해..너한텐 첫 키스 였을텐데...>



잠깐...당연히 내가 첫 키스 일거라고 그 확신하는 듯 한 주장의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 거냐??



<그래도 첫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하는데...선생님이 멋대로..>



그러니까 왜 그렇게 멋대로 단정지어버리는 거냐고!!



<첫키스는 평생 기억에 남는 그런...>



못 참겠다..그 첫 자라는 단어..



<선생님...!!>

<응?? 그래...미안해 너의 첫키스를...>

<저 처음 아니예요...>



정말이다..어제 첫 키스와 첫 동정을 동시에 졸업했다. 상대가 친 누나라는게 좀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졸업은 했다.



<뭐??>

<처음 아니라고요..그러니까..아니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너 선생님이 미안해 할까봐 그러는 거구나...?? 괜찮아 그러지 않아도...>



믿질 않는다. 아예 머릿속에는 자신은 제자의 첫 키스를 뺏은 나쁜 선생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나보다.



<아뇨...그런게 아니라 정말 이예요...>

<정말?? 너 여자 친구 있니??>

<그건 아닌데..하아 정말 처음은 아니예요...>



내가 왜 이런 걸 설명하고 있어야 되는지 누가 이유를 좀 알려주라..



<그래?? 그렇구나...하아...다행이다. 난 당연히 니가 첫키슨줄 알고 되게 미안했는데..정말 다행이다... >



첫키스가 아니면 미안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닐텐데...그렇게 가슴까지 쓸어내릴 필요까지 있나 싶다. 정말로 다행이라 는 듯 선생님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까지 내쉰다. 미안함의 기준이 뭔가 어긋나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여러모로 선생님이 곤란하게 해서 미안...다시 한번 사과할게..>



다시 한번 합장하듯 두 손을 모으며 선생님이 사과의 말을 건네 왔다.



<아뇨..전 정말 괜찮아요..신경쓰지 마세요...>



그래..덕분에 졸지에 이쁜 선생님의 키스까지 받았는데.. 그 정도면 수지맞은 거지..오히려 내가 감사해야지..암..



<근데..강혁이 너는 어디.. 가던 길이니??>



그렇게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뭘 물어보시나..표정에 어디 가는건 아니구나 라고 버젓이 써있는데..



<아.. 예..집에 가는 길이예요..비디오 빌릴 라고 잠깐 나왔거든요..>

<집에?? 오늘 휴일인데 친구들은 안 만나??>

<그게...뭐.. 다 일이 있다고 해서요...>

<아...그럼 오늘은 혼자야??>

<뭐..엄밀히 따지면 그렇죠..>



슬픈 현실이다...한창 휴일에 놀 나인데..대답하면서도 힘이 쫙 빠진다. 휴일 날 집에 혼자 있는 다는 사실이 갑자기 확 와 닿는다.



<니네 집.. 여기서 가깝니??>

<네..여기서 두 블록만 가면 되요...>

<그래??집엔 혼자 있고??>

<네..>



또 아픈 얘기 꺼내게 하네...왜 이래 이 여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뭔가 고민하듯 턱 밑에 손을 받치며 눈을 감던 선생님은 이내 뭔가 결심한 듯 갑자기 나를 보며 외쳤다.



<나두 가자!!>

<네??>



내가 지금 뭐 잘못 들었나?? 어딜 가자고??



<니 네집..나두 가자고!!>

<저희집이요??>

<응..니네 집..>

<저희 집엔 왜..??>

<음...그냥 가정방문 겸해서 가는 거지..선생이 학생이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간다는 데 더 한 이유가 필요해??>



그거 자체가 이유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즘에 가정 방문하는 학교 교사가 어딨냐고.. 무슨 학습지 해??재능 교육도 아니고..가정 방문은 무슨.. 뜬금없이...



<아니..그래도 그렇게 갑자기...>

<원래 모든 일은 갑자기 이루어지는 가야..이른바 불시 검문!! 가자!! 앞장서..어여...>



내가 음주 운전자냐?? 검문을 하게... 잡아 끌 듯 내 팔을 잡고 길을 재촉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그래..뭐 혼자 휴일 보내는 것 보단 났겠지..



<아!! 그리고 집에 가기 전에 마트 좀 들렸다가자..>

<마트는 왜요??>

<남의 집에 가는데 뭐라도 사가지고 가야지..그냥 빈손으로 갈순 없잖아..실례되게..>



이렇게 갑자기 오는 것 자체가 실롑니다.



<괜찮은데...>

<아냐 아냐..내가 안 괜찮아..암튼 어여 가자..>



놀이동산 놀러가자는 어린아이처럼 내 팔을 잡고 질질 끌고가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이내 떨떠름한 마음을 접었다. 뭐..그래!! 이쁜 선생님이 가정방문도 해준다는데 맛있는 거나 만들어줘야겠다.



<선생님 뭐 좋아하세요??>

<나??그냥 이것 저것 다 잘 먹어..잡식성이거든..>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건요??>

<음...닭 종류??>

<아..그래요..>

<근데 그건 왜??>

<아뇨..그냥요..>















마트 안은 주말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어수선했다. 여기저기서 장을 보러 나온 아줌마들이 바구니를 들고 각 코너를 돌고 있었고 여기 저기서 세일이네 모네 하면서 시끄럽게 방송을 해대고 있었다. 마트로 들어간 우리는 물건을 담을 바구니를 들고 마트 안을 걷기 시작했다.



<저기..봐봐..시식 코너다.. 절루 잠깐만 가자..>

<네??저긴 왜요??>

<시식코너는 장 보기의 백미라고..몰라??>



그런 백미가 어딨냐?? 내 4년 동안 장을 봤지만 그런 말은 첨 듣는다.



나의 손을 잡아 끌고 시식코너로 다가간 선생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 벙글 거리며 이쑤시개를 들고 음식을 집어 먹었다. 마치 그 모습이 군것질하는 어린애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봐요.. 새댁.. 이게 요번에 새로 나온 신상품이라우..어때 맛좋지??>



없는 것도 퍼줄만한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가 연신 시식 음식을 먹고 있는 선생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거 저한테 하신 말씀이예요??>

<그럼 여기 새댁 밖에 더 있어?? 아님 남편한테 새댁이라고 부를까??>



남편?? 새댁?? 설마 이 아줌마 지금 우릴 부부로 보는 건가??



<두 사람 부부 아냐??>

<그렇게 보여요??>

<응..딱 그렇게 보이는데..봐봐 사이좋게 손까지 잡고 있고..아냐??>



밑을 내려다 보니 아줌마의 말대로 선생님과 나는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나란히 서 있었다. 아까 선생님이 시식코너로 날 끌고 올 때 잡은 손이 었으리라.. 잡은 손을 보자 그제야 내 손을 감싼 여린 손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 왔다. 어쩐지 손에 좀 땀나더라...



나는 다급히 선생님의 손에 잡힌 내 손을 빼내려고 했다. 순간 내 손을 잡은 선생님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나는 빼내려던 손을 다시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선생님이 잡은 손을 치켜 올려갔다.



<아뇨~~ 맞아요~~ 어때요 우리 신랑 잘 생겼죠??>



어이어이..이봐요..아깐 애인이라고 하더니 이번엔 신랑 입니까.. 몇 시간 만에 애인 생기고 부인 생기고 참.. 나중엔 애까지 낳겠네요..



<음..뭐,,,그럭저럭..근데...아무리 봐도 여자가 아깝네..아까워..>



아깝기는 누가 아까워...나는 파릇 파릇한 영계고..이쪽은 이제 막 저물어져 가는 꽃인데..이 아줌마 보는 눈이 영 꽝이 시네... 얼굴 가득 정말 아까워 정말 아까워를 연발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줌마에게 나는 약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어이구..신랑은 너무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말아..마누라 이쁘다는 소리니까..봐봐 다른 사라들도 색시가 이뻐서 힐끔힐끔 쳐다 보잖아..>



그 아줌마의 말대로 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들의 시선들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까 처음 마트 안에 들어 올 때부터 아니 그전 우리가 함께 움직일 때부터였다. 그 시선의 원인은 당연 우리 담팅이 선생님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담팅이 즉 유지민 선생님은 확실히 눈에 띌 만한 미인이었다. 누나처럼 선이 살아있는 조각 같은 미인은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얼굴은 충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깜찍한 인형 눈을 그대로 붙인 것 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큰 눈. 그 눈을 가득 메우는 호수 같은 검은 눈망울은 선생님의 밝은 심성을 나타내듯 초롱초롱 빛났고 갸름하면서 각지지 않은 동근 선의 얼굴과 약간 통통한 느낌의 볼을 타고 내려오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짧게 웨이브 진 머리는 어린애 같은 선생님의 외모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거기에 가끔씩 웃을 때 마다 보이는 귀여운 보조개 역시 그 귀여움을 배로 승화 시키고 있었다.



그런 귀여운 선생님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그 옆에 있는 나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고 바로 그 관심은 사람들의 바로 실망으로 이어져갔다. 여기저기서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과 미모의 여인이 아깝다는 듯 한 한숨소리가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왔다. 내 꼴이 이래서 그렇지 나도 꾸미면 괜찮아...지겠지?? 왠지 자신은 없다.



<그래..자기야..내가 이뻐서 그런건데..자기가 이해해..>



어디에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확히 설명을 해줘라..그리고 당신은 왜그러시나?? 한술 더 떠서..아무래도 아까의 연기의 여파가 남아 있나보다..



<그래..마누라 이쁘니 얼마나 좋겠어..남자는 모름지기 이쁜 마누라 얻어서 알콩달콩 살아야돼..>

<그럼요~ 자기도 들었지?? 자긴 복 받은 거래..>



부끄럼 타는 새댁마냥 선생님이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양을 떨어왔다. 더이상 못 들어 주겠다.. 여기 있다간 나중에 애기 몇 명 날 껀 지 2세 얘기까지 나오겠다..



<저..그럼 많이 파세요..>

<저기..그냥 가게??>

<예.. 별로 땡기지가 않네요..>



나는 내 손을 감싸고 있던 선생님의 손을 살며시 뿌리치고는 시식코너를 걸어 나왔다. 그러자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으니..



<남편이 화 났나 보네..>

<그런가 보네요.. 좀 잘 삐지거든요...죄송해요 담에 사러 올께요..그럼 많이 파세요..>



그냥 여기서 내빼 버려?? 어차피 우리집이 어딘지도 모를 테니까 찾아오지도 못 할테고..

아니다..월요일날 학교에서 또 볼 텐데 뭐..아이구..내 팔자야..어떻게 된게 내 주위에는 저런 여자 밖에 없냐..



<화났어..자기??>



언제 왔는지 내 옆에 바짝 다가온 선생님은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양을 떨어 왔다. 이게 선생이냐??



<그만하세요..>

<왜그래 자기??>

<그만 하라구요..>

<알았어..자!기!야!!크크크..>

<진짜!! 재밌어요?? 그렇게 제자 놀려 먹는게??>

<몰랐는데..은근히 재밌다...자주 해 봐야겠는데..>



이걸 또 하겠다고?? 당신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이건 뭐 애보다 더 애 같아..



<근데 어떻게 너랑 나랑 부부로 봤을까?? 우리가 잘 어울리나??>

<모르죠..저 아줌마가 그냥 상술로 한 말인지..>

<에이~설마...>

<선생님이 아직 이 세계를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이 세계는 잠시 정신만 놓고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물건 얹어서 팔아버리는 그런 세계라고요..가차 없어요 진짜..>

<너 너무 부정적이다..>



당신이 한번 시장 바닥에서 한 4년 굴러먹어봐..이렇게 안되나...



<암튼 담부턴 그런 장난 치지 마세요..>

<왜?? 기분 나빴어??>

<좋을 리가 없잖아요..멀쩡한 총각이 유부남이 됐는데..누구 혼삿길 망칠라고 작정 한 것두 아니고..>

<혼삿길 막히면 내가 책임 지면 돼지..>

<사양합니다..>

<엥?? 무슨 소리야?? 아까 아줌마가 한 말 못 들었어?? 선생님 같은 마누라 얻으면 복 받는 거라고 했잖아..>

<전 연상은 싫어요...>

<참나...가리는 것도 많다..>

<아무거나 먹으면 체하거든요..>

<뭐야?? 내가 아무거나 라는 얘기야??>

<뭐 좋으실대로 생각 하세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뚱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나는 능청스런 얼굴로 걸어 나갔다. 크크크..한방 먹였다..그러니까 날 너무 물로 보지 말라구.. 이래뵈도 우리 아줌마랑 평생을 개싸움만 하고 살아온 난데.. 어디서 까부시나..좀 더 배워 오세요..



그렇게 한참을 놀이터에 놀러온 어린애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선생님을 따르길 한참 어느덧 무사히 장보기가 끝나고 우리는 마트를 빠져나왔다. 마트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기에 우리는 몇 분 안 가 금방 집에 도착했다.



찰칵.



열쇠를 따고 들어가자 아까 나왔던 그대로의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나 빼고 들어올 사람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자..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여기가 저희 집입니다..>

<그럼..실례하겠습니다..>



나의 안내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와 힐을 벗은 선생님은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거실로 발을 들였다. 나 역시 그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 사온 음식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어갔다.



<장 보느라고 힘드셨을 텐데 저기 쇼파에 앉아서 좀 쉬고 계세요..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응??아....그냥 아무거나 줘...>



처음 온 제자의 집이 낯설어서인가?? 쇼파에 앉아서도 선생님은 어색한 몸짓으로 집안을 둘러 보고 있었다.



<여기...주스 좀 드세요..>

<응..고마워..근데 집이 생각보다 크네??>

<네..옛날에 부모님이랑 같이 살던 집이 거든요..그래서 그래요..>

<아..이 큰집에서 누나랑만 사는 거야??>

<뭐..그렇죠...>

<음...근데 집이 디게 이쁘다..>

<그죠?? 저희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이예요..>

<아버지가??>

<네..건축가 셨거든요..어머니한테 프로포즈 할 때 선물하신 집이예요..>

<그래??멋있다~~ 너희 아버지..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집을 짓는다라.. 멋있는 분이네..>

<네..아버지가 좀 그런 구석이 있으세요..어머니를 끔찍이 좋아 하셨거든요..>

<그래...그럼 너도 나중에 커서 너희 아버지처럼 부인 한테 끔찍하게 잘하겠네??>

<뭐..그건 두고 봐야죠..>

<하긴...아까 하는 거 봐선 끔찍하게 잘하기는커녕 끔찍하게 못하겠더라...>



어이어이...이런 식으로 아까의 복수를 하나...선생이란 사람이 의외로 치사한데??



주위를 둘러보던 선생님의 시선이 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에 머물렀다.



<저 분들이야?? 너희 부모님들??>

<네..>

<좋으신 분들 같으셔...>

<맞아요..좋으신 분들이세요..어머니는 다정하시고 아버지는 인자하시고..>

<많이..좋아했나보네?? 부모님을..>

<그렇죠..저한텐 세상에서 젤 소중한 분들이시니까..>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지금도 두분은 언제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들이다. 누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이해가 간다는 듯 쥬스 한 모금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쥬스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왔다.



<저기...저번엔 선생님이 미안했어..>

<뭐가요??>

<저번에..상담에서...미쳐 모르고 물어본거..명색이 담임인데..그것도 상담하면서 그런것도 모르고 하다니...기분 나빴지??>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구나.. 어젠가 그젠가..상담할 때..까먹고 있었는데..



<아...그거...신경쓰지 마세요...저도 신경 안 쓰니까요..그리고 선생님은 잘 할라고 하시다 그러신 거잖아요..쉽지 않잖아요.. 아이들 생활기록부며 성적이며 성격이며 외우는 거..>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외우면서 한거??>

<상담 중에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었잖아요..원래 자료 같은 거 펴놓고 하는게 정상인데..선생님 은 그렇지 않으셨어요..물 흐르듯이 마치 제 자신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하셨으니까.. 그런 거 그 사람에 대한 웬만한 사전 지식 없이는 힘들잖아요..>



확실히 그렇다. 반 애들 이름 다 외우는 것도 귀찮고 힘든 일 일 텐데 거기다 생활기록부며 성격, 성적 등 그런 세세한 것 까지 외우기는 정말 웬만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전혀 막힘없이 부드럽게 상담을 리드해 갔고 나 역시도 그때 편안하게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 노력만으로도 눈앞의 우리 담팅이가 얼마나 좋은 선생인지 그리고 우리를 위해 애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뭐 마무리에서 조금 삐끗하긴 했지만 그건 어쩌다가 생긴 실수니까 넘어가고..



<후...그럼 뭐해...어설프게 하다가 제자한테 상처만 줬는데...>

<상처 안줬어요...뭐..좀 기분나쁜게 있었다면 모를까..>

<기분 나쁜거??>

<음..말해도 되요??>

<응.. 듣고 싶어!!>



아예 몸을 돌려 자세를 고쳐 잡은 선생님이 나에게 시선을 고정해 온다. 귀여운 눈동자가 진지하게 나를 응시해오자 뭔지 모를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대놓고 보면 너무 민망한데..



<음...그 눈빛이요...지금도 약간씩 보이고 있는 그 눈빛..너무 불쌍해...어린 나이에..저렇게 되다니...불쌍해...어떻게 하지..라는... 동정 섞인 눈빛이요..>

<내가.. 그랬어??>

<네...그것도 상당히 심하게..>



내말에 마치 죄라도 진 것 마냥 선생님은 얼굴 가득 미안한 빛을 띄워갔다.



<미안..나도 모르게 그랬나봐..>

<아뇨..이해해요...선생님 입장에선 당연한 거니까..>

<그래도...미안...>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주눅든 목소리로 사과해오는 선생님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게..내가 말하기 싫댔잖아..



<하아...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

<많이... 힘드세요??>

<제자 앞에서 이런 말하기 창피하지만 좀 그렇네.. 부임 한지 얼마 안되서 담임까지 맡아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힘에 부치는 것도 많고..얘들한테 좋은 선생인지도 모르겠고...>



손에 놓인 쥬스 컵을 살살 돌려 가며 선생님이 버겁다는 듯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어 갔다.



<선생님은 잘하고 계시잖아요...열심히 애들 챙겨주시고..친해지려고 노력도 하시고..>

<그거야..얘들이 워낙 착하니까..그렇게 되는 거고..모르겠어..내가 좋은 선생인지..>

<음...다른 건 몰라도 애들은 선생님 정말 좋아해요..그럼 좋은 선생 아닌가요??>

<치..빈말은..>

<진짜예요..얼굴 이쁘다고...>

<그게 뭐야.. 뭐..그런 거라면 이해가 가긴 가네..내가 좀 한 미모 하긴 하지..역시 우리 반 애들이 보는 눈은 있어..>



정말로 이해가 간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떫은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은근히 병있는 것 같다. 공주병... 좀 겸손할 줄 알아라...담부터 칭찬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을 보니 이제 4시를 약간 넘었다. 음..그럼 밥이나 차려 볼까??



<선생님..배 고프시죠??>

<응?? 아냐 괜찮아..>



꼬르륵~~



대답과 동시에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둘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소리 근원지인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서는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힌 선생님이 턱을 긁적이며 어색한 표정으로 귀엽게 웃고 있었다.



<헤헤...점심을 안 먹었더니.....>

<기다리세요 금방 밥차려 드릴께요.>

<응..>



많이 창피한가 보네...말끝까지 흐리고.. 귀여워 귀여워..



<저기..그럼 나 집구경 좀 하고 있을게..>

<네~>



대답을 하고 부엌으로 들어간 나는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난 요리할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 또 그 누군가가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행복해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 역시도 행복해지는 것 모든 것이 나에겐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근데..나 이러다가 진짜 가정주부 아니지..가정주부(家庭主夫) 되는 거 아냐?? 뭐..그것도 나름대로 즐겁겠지..



얼마안가 요리가 완성되고 나는 선생님을 부르기 위해 거실로 갔지만 쇼파 위에 앉아있던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가방은 여는 걸 보니까 집에 가신 것 같지는 않고..



<선생님~~선생님~~ 밥 다 됐어요...>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었다. 2층에 계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자 내 눈에 열려져 있는 문이 보였다. 내 방이었다.



<선생님~ 혹시 여기,,, 계시네....>



방안으로 들어가자 내 침대위에 누워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의 장보기가 피곤했던 것이었는지 아님 침대에 누워서 맘이 편해져서 였는지 선생님은 세상 모르게 편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밥 차려 달라더니 배고픈 것 도 모르고 자고 있네..



나는 침대의 머리맡에 앉아 아기처럼 자고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자는 것도 이쁘다. 천사가 잠을 잔다면 이런 느낌일까?? 새액새액 아기 같은 고운 숨결이 예쁜 입술사이로 새어 나오는 모습도 귀여운 코 끝에 맺히는 숨소리가 귀여운 얼굴과 너무나 잘어울려져 절로 볼을 쓰다 듬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근데...너무 무방비 한거 아냐?? 아무리 제자라지만 남자 침대에서 이렇게 나 잡아 잡슈 하고 자고 있는건..



그다지 길지 않은 길이의 하늘색 플레어 스커트 밑으로 뻗은 가늘고 예쁜 다리가 보인다.

자면서 올라갔는지 우유 처럼 뽀얀 피부의 통통한 허벅지가 훤히 드러 나있는 모습이 상당히 아찔한 느낌이다. 거기에 이 아찔한 모습의 주인이 학교 제일가는 미녀 선생님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찔함에 묘한 흥분까지 더 해온다. 내 침대에 이렇게 선생님이 자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묘하게 기분이 이상하다.



숨 쉴 때마다 고급스런 실크 레이스가 달린 민소매 블라우스로 덮여있는 가슴이 한번씩 한번씩 아래위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지금까지 몰랐는데 불룩 올라온 가슴의 굴곡을 보니 상당히 크기가 커 보인다. 누워 있는 데도 불구하고 꽤나 높고 넓은 능선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살짝 풀어진 단추께로 보이는 젖가슴의 융기로 봐도 그렇고 귀여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섹시함을 풍기는 가슴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천천히 그곳에 손을 뻗어갔다.



부스럭...



아이고!! 깜짝이야...갑작스레 뒤척이는 움직임에 급히 뻗은 손을 뒤로 거두며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지만 잠결이었는지 감긴 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정신 차리자..넌 변태가 아냐 변태가 아냐..그래 정신 차리자...안되겠다 우선 이 여자부터 깨우자..



<저..선생님 선생님.. 일어나세요..밥 다됐어요..선생님...>



여린 어깨를 흔들며 불러 보지만 깊이 잠들었는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자기 집 인줄아나... 잘려면 숙박비나 내고 자라고..



<선생님..선생님..>



순간 어깨를 흔들던 내 손을 선생님의 하얀 손이 잡아왔다. 나는 놀란 나머지 손을 빼보려 했지만 선생님은 가녀린 손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내 손을 꼭 쥔 채 놓아주질 않았다.



<가지마...제발...>



마치 떠나가는 누군가를 붙잡고 슬퍼하는 사람처럼, 멀어지는 누군가에게 애원하는 사람처럼 선생님은 그렇게 슬픈 목소리로 내 손을 꼭 잡은 채 중얼 거렸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당황하고 있던 나는 선생님의 감긴 두 눈을 타고 한줄기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명 그것은 눈물이었다.



<제발..제발...나만 두고 가지마...>



뭐가 그리 슬픈걸까?? 뭐가 그리 아픈걸까?? 항상 밝고 활기찼던 선생님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슬픈 얼굴이었다. 마치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가지 말란 말만 되풀이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그 아픔이 슬픔이 꼭 잡은 손을 타고 나의 가슴까지 닿아 내게 전해져 오는 기분이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나는 위로하듯 선생님의 눈물로 젖은 눈가를 닦아주며 속삭였다.



<아무데도 안가요..아무데도..그냥 여기.. 여기 있을께요..>



나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것일까?? 조금씩 선생님의 애㉯?중얼거림은 천천히 잦아 들어갔고 이내 다시 세상모르는 아이처럼 잠들어 갔다. 내 손 만은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잡은 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몸을 뒤척이던 선생님은 천천히 감은 눈을 떠갔다.



<일어나셨어요??>

<아...미안...내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네..>

<아뇨..괜찮아요..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그런가보네...얼마나 잔거야??>

<한.. 20~30분 정도?? 얼마 안주무셨어요..>

<잠깐 방 구경 좀 한다는게 침대에 앉으니까 졸음이 왔나봐..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미안..>

<아뇨..괜찮아요...밑에 밥 차려 놨어요..언능 일어나서 밥 드세요..>

<그래..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던 나는 내 손을 당기는 느낌에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여전히 내 손과 선생님의 손이 마치 붙어버린 것 처럼 꼭 붙어 있었다.



<내가 언제 잡고 있었지...미안...잠결에 잡았나보다..>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손을 놓는 선생님. 나 역시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가볍게 웃음만 지었다.



<아..맞다..나 니 방에서 이상한거 발견했어..>

<이상한거요??>

<응.. 이거..침대 밑에 있더라..크크>



이게 뭐냐는 듯 웃으며 뭔가를 꺼내드는 선생님. 나는 그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를 보고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저..저게..왜 저는 거야?? 분명히 지환이 자식이 보고 가져갔을 텐데..언제 놓고 간거야?? 그리고 왜 하필 저기 있는 거냐고??



<소라 AV 콜렉션?? 이게 뭐야?? 크크크..>

<그..그거..그냥 잡진데...>

<아..그래?? 근데 무슨 잡지 길래 여자만 나와 있어?? 그것두 홀라당 벗은 여자만...>

<그..그게...>



선생님의 손에 들려있는 그 책의 표지에는 선생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교복을 걸친 듯 만 듯한 여자가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보란 듯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온통 일어네?? 혹시 일어 공부해??크크>



다 알면서 묻기는...우선 뺏자...그리고 나서 생각하자..



나는 빠른 움직임으로 스텝을 밟아 책으로 손을 뻗어갔다. 내 움직임을 알았던 것일까 그보다 빠르게 선생님의 손은 책을 뒤 편으로 감춰버렸고 내 손은 그저 허공만 갈라갔다.



<에이...안되지 이럼...>

<주..주세요..그거...>

<히히..갖고 싶으면 뺏어봐..>



귀엽게 웃으며 이리저리 장난치듯 손에 든 잡지를 흔드는 선생님. 나는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잡지를 채 보려 했지만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피하는 선생님의 움직임에 좀처럼 뜻을 이루지 못햇다. 지쳤던것일까?? 열심히 손을 뻗던 나는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져 갔고 침대에 앉아 있던 선생님은 덮쳐오는 나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같이 침대로 쓰러져 갔다. 아이고...뭐야..이거..어딨어 잡지...



필사의 의지로 잡지를 찾기 위해 손을 더듬거리던 나는 순간 무언가 잡히는 느낌에 옳다쿠나 하고 손에 힘을 줘 갔다.



뭉클..



잡지가..잡으면 뭉클했나?? 원래 바스락 소리가 나야 정상 아냐??



뭉클..뭉클..



두 번 세 번 손에 쥔 무언가를 만져 봐도 느껴지는 것은 떡 주무르는 것 같은 느낌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손에 잡힌 뭉클 거리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하하....저게 왜 내 손에..있냐..아니지..내 손이 왜 저기 저러고 있냐..



잡지를 향해 뻗은 손은 언제 올라갔는지 선생님의 가슴위로 올라가 부푼 젖가슴을 한 움큼 움켜주고 있었다. 손안 가득 넘처나는 젖가슴의 탄력이 전해져 왔다. 부드럽고 말캉말캉한게 느낌이 좋다.



<저기...선생님...이건..>



팍!!



순간 내 얼굴을 강타하는 무언가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나는 눈을 감아야 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손 뗀 다음 빨딱 일어나...>



살기어린 선생님의 말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갓 들어온 신병처럼 번개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젠장..엿 같다...아니 가도 어디 글로 갔냐..



한동안 방안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무릎만 꿇고 안절부절 앉아 있었다. 화나셨나?? 왜 무섭게 암말도 없냐..아이씨..다리 저려 죽겠네..



<가자!!밥 먹으러!!>



정적을 깨고 울리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네??>

<배고프니까 밥먹으러 가자고..밥차려 놨다메??>

<아...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멍하니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리는 선생님.



<그리고..이건 압수다..담임으로서 학생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일은 차마 볼 수가 없구나..>

<그..그거!! 교육용인데...>



나도 몰래 튀어나온 말이었다. 미친...너 같으면 믿겠냐?? 그럼 자위는 예습이냐??



훗.



선생님도 내 말이 웃겼는지 픽하고 웃으신다.



<웃겼다..요번건.. 아무튼 독학은 안돼.. 잘못 배우면 큰일나거든..나중에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쳐 줄께. 그때까지 이건 압수.>



어..어..그냥 가면 어쩌냐...그리고...가르쳐 준다니..뭘?? 그것도 직접??

아~~ 모르겠다..신경 끌란다..뭐 어떻게든 되겠지..밥이나 먹으러 가자..

근데...다리가 저려서 못 일어나겠다.. 젠장...



코에 침을 바른 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거실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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