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설이.. - 2부
여동생 설이.."야 이 씨발년아! 남편이 왔으면 얼굴이라도 내다봐야 할 것아냐?"
적막했던 집안에 큰 고성이 나기 시작했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작은 집. 영민의 가족은 다른 사람들이 참 부러워하는 가족이다.
타고난 말솜씨에 훤칠한 외모, 거기에 활발한 성격까지 갖춘 아버지, 5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으로 보일정도로 미모의 어머니, 그리고 둘 사이의 장점들만을 나누어 물려받은 25살의 영민과 19살의 여동생 설이는 평소에 친구같이 편안한 가족 분위기를 가진 참으로 단란한 가족이다.
영민과 설이의 집은 서울 외곽에 있었다.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2층의 전원주택은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교육목적으로 찾아올 정도로 잘 지어진 멋진 집이었다. 뒤에는 작은 동산이 있어 바람이 불 때면 사샤삭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울 같지 않게 철마다 조금이기는 하지만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름이라 꽃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람이 불어올 때면 바람에 풋풋한 풀 향기가 실려 오고는 했다. 그리고 2층의 건물은 그 자연과 자연스레 동화되어 있었다.
단란한 가족, 그림처럼 자연에 스며들어 있는 아름다운 집, 영민의 집은 얼 핏 보기에는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이는 그런 가정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이 일어나면 이 가정의 아름다운 모습은 산산이 깨어진다. 바로 영민의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오는 경우였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그렇게 되어버린다. 산산이 깨어져 몇몇 조각은 날카롭게 날이 선 채로, 몇몇 조각은 산산이 부서진 완전한 가루의 모습으로 그렇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다.
‘후... 또 시작이네.’
영민은 자기 방한구석에서 자는 척 누워있었다. 불을 꺼둔 방안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약간의 조명 불빛만 있을 뿐 많이 어두웠다. 하지만 그 어둠 보다 영민의 표정이 더 어두워 보이는 건 왜일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겪었던 일... 이제 초등학교 때처럼 울며 누워있지는 않지만 마음이 우울해지는 건 아무리 많이 겪어도 무디어지지 않는다. 이런 집에 이렇게 사랑하는 어린 동생을 두고도 군대에 있던 동안 백일휴가 이외의 휴가 때 집에 오지 않았던 것은 이런 일이 너무 지겨웠던 탓도 있었다. 또 다른 더 큰이유가 있었지만...
쾅.. 부르르..
쾅.. 쾅..
“야 이년아, 안나와?”
영민의 아버지가 거실 미닫이 문을 발로 차면서 외친다. 영민의 심장은 거실에서 큰 소리가 날 때다 같이 심장이 덜컹거렸다. 이번엔 특히 오랜만에 겪는 일이라 그 강도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전역하는 날에 축하는커녕 이게 뭐야. 후’
영민도 남들처럼 전역 날 온 가족이 모여 2년 고생에 대해 축하 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 반대의 상황이 되었고, 영민은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영민의 어머니가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울며 손을 싹싹 빌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잘못한게 없어보이는 어머니가 마냥 빌기만 하고 있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안다. 너무 취해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사실을 이야기하려 하면 할수록 주사 부리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었다. 말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말리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는 것을 영민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비겁해보일지 모르지만 그저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비는 것만이 이 상황에서 영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설이 또 방에서 울고 있으려나.’
영민은 여동생 설이가 걱정이었다. 아까 지하철에서 있던 일 때문에 안 그래도 심란해하던 동생이었다. 물론 집안의 이런 소동은 설이도 지겹도록 많이 겪었던 일이지만 마음이 여린 설이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방에서 소리를 참아가며 울고는 했다. 초등학교 땐 매일같이 벌어졌던 일이고,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같은 방을 쓰며 지냈었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영민의 초등학생 시절이 두 분 사이가 가장 극으로 치달았던 시기였다. 매일 매일 아버지의 술주정과 가정폭력이 이어졌다. 아마 평범한 다른 가정이었다면 벌써 가정이 깨어졌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영민이와 여동생이 이 정도로 바르게 크고 또 가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부부사이는 이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 사이였지만 자식사랑은 항상 끔찍했었다는 것, 그것이 이 가정이 지탱 될 수 있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영민은 동생 설이 덕분에 엇 나가지 않고, 잘 성장 할 수 있었다. 6살이나 차이나는 동생, 그래서 싸우기보단 항상 챙겨주고 보살펴줘야 했던 꼬마였다. 동생을 위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슬픔은 자연스레 잊게 되었다
하나의 슬픔과 또 다른 슬픔이 만나 서로를 그렇게 지워버린 것이다. 둘의 슬픔이 만나지 못했다면 둘의 슬픔은 각자의 모습으로 남아 계속 커져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겠지.
영민은 아버지보다 날 더 따랐던 동생이 이런 일 생길 때마다 슬퍼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더 아껴 줄 수밖에 없었다. 광고에 나오는 그 어떤 꼬맹이의 웃음보다 웃는 모습이 예뻤던 설이... 오빠로써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동생은 자라면서 더욱 예쁘게 커갔다. 특히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설이의 마음이 비춰져서일까,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피부였다.
‘오빠... 흑흑...’
영민의 걱정대로 설이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새어나갈까 침대에 누워 가냘픈 손으로 입을 가린 체 끅끅 울고 있었다. 까맣고 맑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온 슬픈 빛깔의 물방울은 맑고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타고 옆으로 흘러내렸다. 울고 있었기에 약간 부은 눈도 설이의 청순한 얼굴을 망가트리지는 못했다. 티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실제로 골든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방송을 탄 후 팬카페가 생기고 기획사에서 연예인을 해볼 생각 없냐는 제의가 몇 번이나 들어올 정도였다.
짧고 딱 달라붙는 나시티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있는 모습은 아무리 오래 고행한 스님이라 할지라도 침을 흘리며 달려들 수밖에 없는 아찔한 모습이었다. 가냘픈 목선과 나시티로 채 가려지지 않는 봉긋한 가슴선, 군살 없이 들어간 배, 그리고 세상 어떤 선 보다 아름다운, 허리에서 엉덩이 이어진 선은 이미 완연한 여인의 그것이었다. 엉덩이 아래로 이어진 군살 없는 허벅지와 매끈한 종아리는 새하얀 피부 덕에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설이는 울다보니 오빠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자기가 슬퍼할 때 항상 곁에서 따뜻이 안아주었던 오빠...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창피한 집안일이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저 영민과 설 둘만이 서로에게 위안이고 휴식처였다. 타인에게 꽁꽁 싸매어 보여줄 수 없는 마음 그것을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
‘힘들어. 흑. 힘들어. 왜 우리 집만 우리 집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지?’
설이의 슬픔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얼굴은 더욱 슬픈 표정으로 변해갔다.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밖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거실에서는 잠든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만 커다랗게 울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긴 싸움이 되지 않았다.
영민은 고3이 되어 더욱 예민해진 동생 걱정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천천히 소리죽여 방문을 열고 나가 설이 방으로 향하였다 거실에는 술 취한 아버지가 대자로 주무시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좀처럼 깨는 일 없는 아버지기에 영민은 처음 방문을 열 때와는 달리 편한 발걸음으로 설이 방으로 향했다.
똑 똑
“설아, 자?”
“오빠.. 흑흑,,”
설이의 방문이 영민의 마음을 아는 듯 미세한 소리도 없이 아주 부드럽게 열렸다.
“이그, 이 울보야. 또 울었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은 퉁명스레 타박하는 오빠의 모습에 설이는 방금 전까지 애써 누르고 있던 슬픔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오빠 품에 꼭 안겼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오빠 품, 우리 오빠가 옆에 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
“다 큰 지지배가 덥썩 덥썩 안기기나하구!"
퉁명스러운 말과 다르게 영민이도 그런 동생을 꼭 안아준다. 풋풋한 동생 특유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왠지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진다. 부드럽고 여린 설이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동생이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이 영민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었다.
“오빠. 와줘서 고마워. 안 왔으면 나 또 밤새 혼자 울었을 꺼야.”
설이의 얼굴이 처음 방에 왔을 때 보았던 얼굴보다 많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영민은 자신이 군에 가있던 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설이에게 미안하면서 또 잘 버텨준 설이가 고마웠다.
‘오빠, 오빠가 돌아왔어. 이제 혼자가 아니야. 혼자 울지 않아도 되.’
떨어져 있다 보면 함께했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다.
설이는 오빠 품이 그리웠다. 오빠 목소리가 그리웠고, 오빠 품의 청량한 냄새가 좋았다.
“누가 울보 설이 아니랄까봐. 너 오빠가 그랬지? 매일 그리 울면 시집 못 간 다구”
“치.. 그깟 시집 안가면 되지. 오빠 자꾸 나 놀릴 꺼야?”
품에 꼭 안겨서 울던 설이가 고개를 들어 뾰루퉁한 얼굴로 되받는다. 다른 남자에겐 지어보이지 않는 표정이다. 잔뜩 찌푸린 얼굴마저 너무나 예쁘다.
영민은 아까 있었던 우울한 일도 잊은 체 동생의 그런 모습에 웃음 짓는다.
‘으~ 귀여워.’
“하긴. 이 울보를 누가 데려가겠니. 으구~.”
영민은 웃으며 설이의 이마에 살포시 뽀뽀한다. 설이가 아주 어릴 때 울음보가 터져 그치지도 않고 울고만 있을 때 동생을 달래주던 자신만의 방법이었다. 설이는 그런 오빠의 행동, 그리고 그 품이 참 따뜻했다.
‘오늘따라 얘가 더 꼭 안기네.’
설이의 그런 행동에 영민은 기분이 나쁠리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묘한 짜릿함이 들었다.
동생 같이 예쁜 여자는 만나본 적이 없다. 친구들 사이에서 눈 높다고 소문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너무나도 예쁘게 생긴 동생 탓이었다.
“설, 기분 좀 나아졌어?”
영민은 동생을 바라 볼 때면 항상 포근한 눈빛이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눈으로 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오빠. 봐~ 눈물 그쳤잖아.”
설이는 언제 찌푸렸나는 듯 밝게 웃는다.
불이 꺼져있고 창 밖에서 살며시 들어와 있는 가로등 불빛이 빛의 전부인 어두운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설이의 미소로 잠시 환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약간 충혈 되어 있는 눈, 살짝 부은 눈덩이도 설이가 웃는 순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울어서 촉촉해진 눈과 어우러져 묘한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영민은 설이 얼굴을 살짝 떼고는 고개를 숙여 설이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살짝 보이는 가슴으로 시선이 간다. 새하얀 피부에 잘빠진 쇄골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가슴 굴곡이 순간 눈에 들어 왔다.
설이의 가슴은 또래 여자애들보다는 확연히 굴곡 있고, 볼륨 있는 가슴이었다.
‘못보던 2년사이에 여자가 다됐네. 윽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아무리 오랜만에 본거라지만. 미쳤어 미쳤어.’
어제 동생이 당한일이 순간 떠올랐다. 동생의 슬픔을 자신은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이지‘,
영민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비록 본능이 만들어낸 짧은 순간의 욕구였지만 동생을 보고 흥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발생하면 안 되는 욕구였다.
‘정신차리자 김영민.’
영민은 애써 머리속의 생각을 지우며 시선을 위로 올리고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 동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다시 한번 자신을 질책하는 영민이었다.
“우리 설이. 못보던 2년 사이에 정말 예뻐졌는데? 이제 자~. 지금 자도 우리 이쁜 설이 낼 피곤하겠다.”
영민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설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스런 동생을
웃는 얼굴로 다독였다. 설이는 오빠의 예뻐졌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응. 그 대신 나 잠드는 거 보고가.”
“그래”
설이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하얗고 날씬한 설이의 다리가 침대위로 올라간다. 짧은 반바지는 설이가 뒤로 누우며 다리를 세우는 순간 살짝 흘러내렸다.
설이의 눈부신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살짝 드러났다.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보고는 또다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내가 자꾸 왜이러지’
설이는 영민의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영민은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책상에 있던 의자를 침대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 설이의 목덜미까지 이불을 올려 덮어주었다. 이제 설이의 그 청순한 얼굴만이 이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자. 이쁜 동생”
영민은 설이의 머리맡에서 지긋이 설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여 마셨다.
“응 오빠”
설이는 그런 오빠의 눈을 바라보고 자신의 눈을 감았다. 오빠가 자신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영민은 그런 설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본다. 정말 예쁜 얼굴이었다.
동생이 아닌 여자 김이설로 바라봤다면 아마 이렇게 바라보고만 있지는 못했겠지.
“오빠 나 잠들 때 까지 가면 안돼”
목소리를 줄여 옹알이 하듯 옹알 거린다. 마치 새의 지저귐인양 영민의 귀를 즐겁게 한다.
몸을 뒤척이며 설이가 영민에게만 보여주는 그 애교 만점의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남자에겐 다소 쌀쌀맞은 동생은 오빠에게 만큼은 항상 애교 만점인 아이였다.
“오빠 나 잠 잘오게 입술에 뽀뽀해줘. 어렸을 때 나 자기 전에 항상 오빠가 뽀뽀 해줬잖아.”
어렸을 때 이야기다. 아무래도 설이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오빠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나보다.
‘많이 컸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 애네.’
영민은 설이의 그런 모습이 왠지 반가웠다. 자신이 군 생활 내내 가지고 있었던 사진 속 그 설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설이의 입술로 다가갔다.
아까 코끝을 스쳤던 설이의 산뜻한 향이 다시 영민의 코끝을 스친다. 점차 설이 얼굴에 다가갈수록 그 모호한 향기는 달콤한 향기로 변하며 점점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머리를 지나 촉촉이 가슴에 스며든다. 설이의 입술에 영민의 입술이 다가와 살며시 닿는다. 설이의 부드럽고 약간은 까실한 입술 감촉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민의 머릿속엔 감촉보다, 가슴에 스며들어 버린 동생의 향기가 더 진하게 남는다. 계속 빠져 있고 싶은 향기.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향기.
하지만 그 어떤 향기도 영원히 머물지 못한다. 영원 할 수 없는 찰나의 향기. 그래서 향기가 더욱 오래 가슴속에 남는지도 모른다.
영민은 순간 입술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성적인 욕구라기보다 그저 이 모호한 행복감을 좀 더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적막했던 집안에 큰 고성이 나기 시작했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작은 집. 영민의 가족은 다른 사람들이 참 부러워하는 가족이다.
타고난 말솜씨에 훤칠한 외모, 거기에 활발한 성격까지 갖춘 아버지, 5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으로 보일정도로 미모의 어머니, 그리고 둘 사이의 장점들만을 나누어 물려받은 25살의 영민과 19살의 여동생 설이는 평소에 친구같이 편안한 가족 분위기를 가진 참으로 단란한 가족이다.
영민과 설이의 집은 서울 외곽에 있었다.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2층의 전원주택은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교육목적으로 찾아올 정도로 잘 지어진 멋진 집이었다. 뒤에는 작은 동산이 있어 바람이 불 때면 사샤삭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울 같지 않게 철마다 조금이기는 하지만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름이라 꽃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람이 불어올 때면 바람에 풋풋한 풀 향기가 실려 오고는 했다. 그리고 2층의 건물은 그 자연과 자연스레 동화되어 있었다.
단란한 가족, 그림처럼 자연에 스며들어 있는 아름다운 집, 영민의 집은 얼 핏 보기에는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이는 그런 가정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이 일어나면 이 가정의 아름다운 모습은 산산이 깨어진다. 바로 영민의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오는 경우였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그렇게 되어버린다. 산산이 깨어져 몇몇 조각은 날카롭게 날이 선 채로, 몇몇 조각은 산산이 부서진 완전한 가루의 모습으로 그렇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다.
‘후... 또 시작이네.’
영민은 자기 방한구석에서 자는 척 누워있었다. 불을 꺼둔 방안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약간의 조명 불빛만 있을 뿐 많이 어두웠다. 하지만 그 어둠 보다 영민의 표정이 더 어두워 보이는 건 왜일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겪었던 일... 이제 초등학교 때처럼 울며 누워있지는 않지만 마음이 우울해지는 건 아무리 많이 겪어도 무디어지지 않는다. 이런 집에 이렇게 사랑하는 어린 동생을 두고도 군대에 있던 동안 백일휴가 이외의 휴가 때 집에 오지 않았던 것은 이런 일이 너무 지겨웠던 탓도 있었다. 또 다른 더 큰이유가 있었지만...
쾅.. 부르르..
쾅.. 쾅..
“야 이년아, 안나와?”
영민의 아버지가 거실 미닫이 문을 발로 차면서 외친다. 영민의 심장은 거실에서 큰 소리가 날 때다 같이 심장이 덜컹거렸다. 이번엔 특히 오랜만에 겪는 일이라 그 강도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전역하는 날에 축하는커녕 이게 뭐야. 후’
영민도 남들처럼 전역 날 온 가족이 모여 2년 고생에 대해 축하 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 반대의 상황이 되었고, 영민은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영민의 어머니가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울며 손을 싹싹 빌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잘못한게 없어보이는 어머니가 마냥 빌기만 하고 있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안다. 너무 취해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사실을 이야기하려 하면 할수록 주사 부리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었다. 말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말리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는 것을 영민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비겁해보일지 모르지만 그저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비는 것만이 이 상황에서 영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설이 또 방에서 울고 있으려나.’
영민은 여동생 설이가 걱정이었다. 아까 지하철에서 있던 일 때문에 안 그래도 심란해하던 동생이었다. 물론 집안의 이런 소동은 설이도 지겹도록 많이 겪었던 일이지만 마음이 여린 설이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방에서 소리를 참아가며 울고는 했다. 초등학교 땐 매일같이 벌어졌던 일이고,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같은 방을 쓰며 지냈었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영민의 초등학생 시절이 두 분 사이가 가장 극으로 치달았던 시기였다. 매일 매일 아버지의 술주정과 가정폭력이 이어졌다. 아마 평범한 다른 가정이었다면 벌써 가정이 깨어졌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영민이와 여동생이 이 정도로 바르게 크고 또 가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부부사이는 이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 사이였지만 자식사랑은 항상 끔찍했었다는 것, 그것이 이 가정이 지탱 될 수 있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영민은 동생 설이 덕분에 엇 나가지 않고, 잘 성장 할 수 있었다. 6살이나 차이나는 동생, 그래서 싸우기보단 항상 챙겨주고 보살펴줘야 했던 꼬마였다. 동생을 위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슬픔은 자연스레 잊게 되었다
하나의 슬픔과 또 다른 슬픔이 만나 서로를 그렇게 지워버린 것이다. 둘의 슬픔이 만나지 못했다면 둘의 슬픔은 각자의 모습으로 남아 계속 커져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겠지.
영민은 아버지보다 날 더 따랐던 동생이 이런 일 생길 때마다 슬퍼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더 아껴 줄 수밖에 없었다. 광고에 나오는 그 어떤 꼬맹이의 웃음보다 웃는 모습이 예뻤던 설이... 오빠로써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동생은 자라면서 더욱 예쁘게 커갔다. 특히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설이의 마음이 비춰져서일까,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피부였다.
‘오빠... 흑흑...’
영민의 걱정대로 설이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새어나갈까 침대에 누워 가냘픈 손으로 입을 가린 체 끅끅 울고 있었다. 까맣고 맑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온 슬픈 빛깔의 물방울은 맑고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타고 옆으로 흘러내렸다. 울고 있었기에 약간 부은 눈도 설이의 청순한 얼굴을 망가트리지는 못했다. 티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실제로 골든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방송을 탄 후 팬카페가 생기고 기획사에서 연예인을 해볼 생각 없냐는 제의가 몇 번이나 들어올 정도였다.
짧고 딱 달라붙는 나시티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누워있는 모습은 아무리 오래 고행한 스님이라 할지라도 침을 흘리며 달려들 수밖에 없는 아찔한 모습이었다. 가냘픈 목선과 나시티로 채 가려지지 않는 봉긋한 가슴선, 군살 없이 들어간 배, 그리고 세상 어떤 선 보다 아름다운, 허리에서 엉덩이 이어진 선은 이미 완연한 여인의 그것이었다. 엉덩이 아래로 이어진 군살 없는 허벅지와 매끈한 종아리는 새하얀 피부 덕에 더욱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설이는 울다보니 오빠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자기가 슬퍼할 때 항상 곁에서 따뜻이 안아주었던 오빠...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창피한 집안일이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저 영민과 설 둘만이 서로에게 위안이고 휴식처였다. 타인에게 꽁꽁 싸매어 보여줄 수 없는 마음 그것을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
‘힘들어. 흑. 힘들어. 왜 우리 집만 우리 집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지?’
설이의 슬픔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얼굴은 더욱 슬픈 표정으로 변해갔다.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밖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거실에서는 잠든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만 커다랗게 울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은 긴 싸움이 되지 않았다.
영민은 고3이 되어 더욱 예민해진 동생 걱정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천천히 소리죽여 방문을 열고 나가 설이 방으로 향하였다 거실에는 술 취한 아버지가 대자로 주무시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좀처럼 깨는 일 없는 아버지기에 영민은 처음 방문을 열 때와는 달리 편한 발걸음으로 설이 방으로 향했다.
똑 똑
“설아, 자?”
“오빠.. 흑흑,,”
설이의 방문이 영민의 마음을 아는 듯 미세한 소리도 없이 아주 부드럽게 열렸다.
“이그, 이 울보야. 또 울었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은 퉁명스레 타박하는 오빠의 모습에 설이는 방금 전까지 애써 누르고 있던 슬픔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오빠 품에 꼭 안겼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오빠 품, 우리 오빠가 옆에 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
“다 큰 지지배가 덥썩 덥썩 안기기나하구!"
퉁명스러운 말과 다르게 영민이도 그런 동생을 꼭 안아준다. 풋풋한 동생 특유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왠지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진다. 부드럽고 여린 설이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동생이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이 영민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었다.
“오빠. 와줘서 고마워. 안 왔으면 나 또 밤새 혼자 울었을 꺼야.”
설이의 얼굴이 처음 방에 왔을 때 보았던 얼굴보다 많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영민은 자신이 군에 가있던 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설이에게 미안하면서 또 잘 버텨준 설이가 고마웠다.
‘오빠, 오빠가 돌아왔어. 이제 혼자가 아니야. 혼자 울지 않아도 되.’
떨어져 있다 보면 함께했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다.
설이는 오빠 품이 그리웠다. 오빠 목소리가 그리웠고, 오빠 품의 청량한 냄새가 좋았다.
“누가 울보 설이 아니랄까봐. 너 오빠가 그랬지? 매일 그리 울면 시집 못 간 다구”
“치.. 그깟 시집 안가면 되지. 오빠 자꾸 나 놀릴 꺼야?”
품에 꼭 안겨서 울던 설이가 고개를 들어 뾰루퉁한 얼굴로 되받는다. 다른 남자에겐 지어보이지 않는 표정이다. 잔뜩 찌푸린 얼굴마저 너무나 예쁘다.
영민은 아까 있었던 우울한 일도 잊은 체 동생의 그런 모습에 웃음 짓는다.
‘으~ 귀여워.’
“하긴. 이 울보를 누가 데려가겠니. 으구~.”
영민은 웃으며 설이의 이마에 살포시 뽀뽀한다. 설이가 아주 어릴 때 울음보가 터져 그치지도 않고 울고만 있을 때 동생을 달래주던 자신만의 방법이었다. 설이는 그런 오빠의 행동, 그리고 그 품이 참 따뜻했다.
‘오늘따라 얘가 더 꼭 안기네.’
설이의 그런 행동에 영민은 기분이 나쁠리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묘한 짜릿함이 들었다.
동생 같이 예쁜 여자는 만나본 적이 없다. 친구들 사이에서 눈 높다고 소문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너무나도 예쁘게 생긴 동생 탓이었다.
“설, 기분 좀 나아졌어?”
영민은 동생을 바라 볼 때면 항상 포근한 눈빛이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눈으로 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오빠. 봐~ 눈물 그쳤잖아.”
설이는 언제 찌푸렸나는 듯 밝게 웃는다.
불이 꺼져있고 창 밖에서 살며시 들어와 있는 가로등 불빛이 빛의 전부인 어두운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설이의 미소로 잠시 환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약간 충혈 되어 있는 눈, 살짝 부은 눈덩이도 설이가 웃는 순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울어서 촉촉해진 눈과 어우러져 묘한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영민은 설이 얼굴을 살짝 떼고는 고개를 숙여 설이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살짝 보이는 가슴으로 시선이 간다. 새하얀 피부에 잘빠진 쇄골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가슴 굴곡이 순간 눈에 들어 왔다.
설이의 가슴은 또래 여자애들보다는 확연히 굴곡 있고, 볼륨 있는 가슴이었다.
‘못보던 2년사이에 여자가 다됐네. 윽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아무리 오랜만에 본거라지만. 미쳤어 미쳤어.’
어제 동생이 당한일이 순간 떠올랐다. 동생의 슬픔을 자신은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이지‘,
영민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비록 본능이 만들어낸 짧은 순간의 욕구였지만 동생을 보고 흥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발생하면 안 되는 욕구였다.
‘정신차리자 김영민.’
영민은 애써 머리속의 생각을 지우며 시선을 위로 올리고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 동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다시 한번 자신을 질책하는 영민이었다.
“우리 설이. 못보던 2년 사이에 정말 예뻐졌는데? 이제 자~. 지금 자도 우리 이쁜 설이 낼 피곤하겠다.”
영민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설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스런 동생을
웃는 얼굴로 다독였다. 설이는 오빠의 예뻐졌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응. 그 대신 나 잠드는 거 보고가.”
“그래”
설이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하얗고 날씬한 설이의 다리가 침대위로 올라간다. 짧은 반바지는 설이가 뒤로 누우며 다리를 세우는 순간 살짝 흘러내렸다.
설이의 눈부신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살짝 드러났다.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보고는 또다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내가 자꾸 왜이러지’
설이는 영민의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영민은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책상에 있던 의자를 침대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 설이의 목덜미까지 이불을 올려 덮어주었다. 이제 설이의 그 청순한 얼굴만이 이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자. 이쁜 동생”
영민은 설이의 머리맡에서 지긋이 설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여 마셨다.
“응 오빠”
설이는 그런 오빠의 눈을 바라보고 자신의 눈을 감았다. 오빠가 자신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영민은 그런 설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본다. 정말 예쁜 얼굴이었다.
동생이 아닌 여자 김이설로 바라봤다면 아마 이렇게 바라보고만 있지는 못했겠지.
“오빠 나 잠들 때 까지 가면 안돼”
목소리를 줄여 옹알이 하듯 옹알 거린다. 마치 새의 지저귐인양 영민의 귀를 즐겁게 한다.
몸을 뒤척이며 설이가 영민에게만 보여주는 그 애교 만점의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남자에겐 다소 쌀쌀맞은 동생은 오빠에게 만큼은 항상 애교 만점인 아이였다.
“오빠 나 잠 잘오게 입술에 뽀뽀해줘. 어렸을 때 나 자기 전에 항상 오빠가 뽀뽀 해줬잖아.”
어렸을 때 이야기다. 아무래도 설이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오빠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나보다.
‘많이 컸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 애네.’
영민은 설이의 그런 모습이 왠지 반가웠다. 자신이 군 생활 내내 가지고 있었던 사진 속 그 설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설이의 입술로 다가갔다.
아까 코끝을 스쳤던 설이의 산뜻한 향이 다시 영민의 코끝을 스친다. 점차 설이 얼굴에 다가갈수록 그 모호한 향기는 달콤한 향기로 변하며 점점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머리를 지나 촉촉이 가슴에 스며든다. 설이의 입술에 영민의 입술이 다가와 살며시 닿는다. 설이의 부드럽고 약간은 까실한 입술 감촉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민의 머릿속엔 감촉보다, 가슴에 스며들어 버린 동생의 향기가 더 진하게 남는다. 계속 빠져 있고 싶은 향기.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향기.
하지만 그 어떤 향기도 영원히 머물지 못한다. 영원 할 수 없는 찰나의 향기. 그래서 향기가 더욱 오래 가슴속에 남는지도 모른다.
영민은 순간 입술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성적인 욕구라기보다 그저 이 모호한 행복감을 좀 더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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