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패팅을 즐기는 사람
봄바람이 분다고 해서 거리로 나간 댄다. 손발이 자유로운 젊은 연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철 이른 봄 차림으로 한껏 이성과의 간격을 밀착시키고 있다.
“엄마, 저기 걸프랜이 사랑하고 있어요.”
5살 딸이 헬륨풍선을 날리며 놀다가 깔깔 거리며 내 곁으로 왔다.
뒤를 돌아보니 피크닉 장소에 대여섯 가족이 돗자리를 펴고 있는 가운데, 한 쪽 구석에 중간 키쯤 되는 소나무 아래에서 남녀가 돌돌 말려 꿈틀거리고 있었다.
“ 그래, 그래 이리와 방해하지 말고. 언니랑 삼촌이랑 장난치는 거야.”
“ 아니예요. 사랑하고 있어요.”
입술을 쭈욱 내밀고 이젠 대놓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벚꽃도 개나리도 피었는데 오늘 따라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피크닉을 잘못 나왔다고 생각하는 찰나였는데, 이 날씨에 쟤들은 저러고 싶을까.
얼른 애들에게 군것질을 보낸 난 한 동안 관음욕에 사로잡혀 아예 선 글래스를 사이에 두고 맘껏 그들의 밀애를 훔쳐 보다, 그 남녀가 꽤 과감한 패팅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깔고 있는 돗자리 위에서 남자는 자켓을 벗어 하반신을 가린 여자를 가랑이에 앉히고 등 뒤에서 속삭이고 있다.
재미있는 농담을 하나 싶었는데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당황스러워 보이더니 입술을 깨물며 눈이 감긴다.
남자의 손이 자켓 속에서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의 과감한 애정표현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해도, 아예 작정을 하고 섹스에 가까운 패팅을 즐기는 연인들도 적잖이 보인다.
침대보다 밖이 좋다는 건가? 수입 성인용품 중에는 휴대용 바이브레이터를 홍보하며 속옷에 장착하여 외출 시 리모콘을 작동해서 즐기라는 물건들도 나온다.
사랑을 하면 둘만의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원할 거라는 상식은 쾌쾌 묵은 생각인지 모른다.
겨울이 되면 알몸에 모피코트만을 입고 외출한다는 여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극장이나 공원에서 애인을 만나 그의 손이 자유롭게 자신의 몸을 탐닉하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나란히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남친의 코트 주머니 속에서 그를 발기시켰다가 달래곤 하는 짓꿎은 유혹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데이트다.
막내의 헬륨 풍선이 바람에 밀려 그 파렴치한 연인에게 따지듯 다가간다.
막내가 사탕을 물고 뒤 따라 가길래 딴청을 피웠다.
“어, 꼬마야 삼촌이 잡아줄게”
연인은 겨우 떨어져 주변을 추스르더니 아이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사랑을 하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어느 한쪽을 욕보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건 아름다운 행위다. 그리고 남몰래 거리에서 애인에게 은밀한 성추행을 당해본 이라면 그 일탈의 짜릿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혀를 차는 어르신들이나 힐끔거리는 어린아이들,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험담 속에서 무슨 사랑의 도피여행이라도 나온 불륜의 연인들이 된 듯이 즐기고 있다.
돈이 없어 뚜벅이 데이트를 즐기던 대학시절 교정의 연못가에 가면 짜릿한 볼거리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타인의 시선이 때로는 연인의 사랑을 견고하게 해주는 강화제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금 무료한 연애를 하고 있다면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