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여자로 (1)
1.
"넌 정말 복 받은 놈이야 인마~!"
준호 녀석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지껄여댔다. 나는 딱히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잠자코 있었다.
"도둑놈 같으니라고! 감히 열 살이나 어린 여자를 데리고 살아? 거기다가 뭐, 마누라가 생활비까지 대 준다며? 학교 선생이랬나? 죽일 놈. 그런데 살림방은 뭐가 이렇게 깔끔하고 정 갈 맞아? 도둑놈…. 그저 철모르는 여린 앨 침 발라 챙겨서는."
준호 녀석은 좀 지나치게 취해 있었다. 문득, 오래간만에 만나는 게 반갑다고 집까지 데려와 술을 먹이지는 말 걸 그랬나, 하고 생각했다.
아내가 나보다 열 살이 어린 건 맞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당시 내가 선생으로 있던 고등학교에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으므로.
사실 무어라 반박할 말이 없기도 하다.
어쨌든, 녀석이 하도 난리 오바를 해대길래 혹시 뭔 일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넌지시 찔러봤더니, 뭐 어쩌고저쩌고 횡설수설하다가 결국은 속내를 터놓는 것이었다.
"씨이팔. 실은 내가 요즘, 딴 것도 아니고 밤일 문제로 마누라한테 은근히 타박받고 있다는 거 아니냐. 이 인간 조준호가 말이야! 술을 너무 먹어선지, 아 요 녀석이 꼴리기는 그런대로 꼴리는데 도무지 오래 가질 못하는 거야! 지난번엔... 씨발, 무슨 아다도 아니고, 구멍에 넣은 지 이분? 그냥 끝나버리는 거야. 아. 인간 조준호, 나이 서른여섯에 도대체 이 꼴이 뭐냐 말이야! 한심해. 한심해."
어릴 적에 한량으로 여자깨나 후리고 다녔던 그래서 한때는 별명이 "정사노바"이기까지 했던 녀석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지경이었다.
보기에 딱했다.
"뭐 그게...... 하지만, 오래 간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야."
술기운 때문인지, 지루 또한 조루와 마찬가지로 참 괴로운 일이란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녀석은 별소리 다 듣겠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결혼 4년째에 접어들건만, 우리 부부한테는 아이가 없었다.
뭐 애 갖는 거에 그렇게 조바심 내는 것도 아니었고, 결혼 후 2년까지는 아내가 학생이었으므로 일부러라도 임신은 막아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 일의 원인이 오로지 나한테 있다는 거였다.
부부관계에 있어 소원이 뭐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나라면 망설이지 않고 "질내사정"이라 답했을 것이다.
톡 까놓고 말해,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는 도저히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는 거였다.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결혼하고 나서도 몇 년 동안 핸드플레이나 일삼고 있는 내 신세를 생각해 봐라.
내가 섹스에 둔감한 편이냐면 그건 아니고 오히려 어느 정도는 밝히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아내의 몸 안에서는 뜻대로 되지를 않는 것이다.
오래 하냐고? 아 오래야 하지! 너무 오래 해서 여자가 그만 지쳐버린다는 게 오히려 문제 아니겠나.
여자는. 아니 다른 여잔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아내는 말이다, 남자와 달라서 어디까지나 상대방과 함께 절정에 오르고 싶어 한다.
남자가 자기 안에 그의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온몸을 부르르 떨고 몸에 힘을 모을 때, 비로소 (내) 여자는 그런 남자의 경직된 육체를 꽉 끌어안은 채 오르가즘에 오르는 것이다.
몸 안에 들어와 그 느낌이 중간을 넘어서면 이미 그 긴장감을 잃어버리는 남자의 육체에서는, 설사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남자의 고기 방망이가 철봉같이 아래를 꿰뚫고 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하는 게 그녀였다. 적어도 아내는 그랬다.
뭐 이래서야, 잠자리에서의 내가 이 여자한테 각좆이나 딜도보다 나을 게 뭐란 말이냐.
아내는 어여쁘다. 아무리 객관적인 기준을 흉내 내 보려 해도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나와 아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게다가 나이는 이제 이십 대 중반, 여자로서 그 아름다움이 가히 절정기에 다다랐을 시점이다.
그런데도 나한테 있어 아내는, 아직도 단색 교복에 머리를 단정히 묶은 병아리 여고생으로만 보이나 보다.
그래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아내를 성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첫날밤 침실에서 그녀를 안았을 때도, 예상보다 숙성하고 볼륨있는 (스무 살 넘은 여자를 두고 "숙성하다"는 표현 따위를 쓰는 것 자체가 그녀를 대하는 내 심리상태에 문제가 있단 걸 역설해 주지 않는가!) 육체를 확인했음에도, "3반 부반장 윤지혜"라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관계부터 우리의 결합은 쾌락을 나누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상당히 성스러운 것 같지만, 내가 아내와의, 아니 어떤 여자든 간에 성생활에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고!
심지어, 사제 관계를 정리한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품 안의 그녀를 향해 "지혜야~" 속삭이는 순간, 그 몸 안의, 혹은 바깥의 내 남근의 열기는 급속히 한 커플 식어 버리는 걸 종종 인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오늘따라 학교 일이 늦게 끝난 아내가,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수영장에 다녀와 귀가한 후에도 준호 녀석은 일어설 줄을 몰랐다.
일어서기는커녕 숫제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녀석이 그 새 술이 약해지긴 약해졌나 보다."
나는 아내를 향해 난처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어때요, 오늘 밤은 여기서 재워드리고 아침에 보내죠. 뭐."
아내는 여전히 가라앉은 표정이다.
우리 집은 원룸식 아파트다. 타인이 와서 자고 가는 게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아내는 싫은 내색은커녕 쓴웃음 한번 짓지 않았다. 아내는 나한테 너무나도 순종적인 것이다.
우리는 4년 동안 언성 높이는 부부싸움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아내는 아직도 나를 너무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녀한테 나는, 어쩌면 아직도 "밤마다 꿈에 나와 말없이 따스하게 어깨를 안아주시는, 우리 정 선생님" 이런 식의 이상형의 선생님, 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의 지루도, 아내의 그러한 태도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불을 깔고 녀석을 눕히는 동안, 아내는 말없이 술상을 정리하고 집안 단속을 한 후 욕실로 들어갔다.
무척 더운 밤이었다.
나는 옷을 벗고 선풍기를 튼 다음, (아내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 몸이 안 좋아 진다고 했다) 녀석 옆에 누워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목이 말라 잠이 깼다. 방은 어두웠고, 먼 바깥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이 방을 희미하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나는 냉장고로 가서 물을 마구 들이켠 후, 베란다에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다시 들어왔다.
눅눅한 바람이 살갗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베란다 방충망을 닫고 들어오는데, 누워있는 준호 녀석의 몸이 조금 움찔하는 것 같았다.
녀석도 잠을 깨었나 하고 보니 눈을 꼭 감은 것이 아무래도 곤하게 잠든 모양이다.
나는 아내 쪽을 돌아보았다.
더운 밤이었던지라, 아내는 이불을 걷어낸 채 자고 있었다.
아내의 파자마는 원피스였기 때문에 치마가 올라가 허벅지가 환히 들여다보였다.
내 친구를 옆에 두고 자는 모양으로는 좀 민망하다 싶어 바로 해 주려다가, 문득 드러난 허벅지를 손으로 쓸어내려 보았다.
아내의 싱싱함이 손끝에 묻어나는 듯했다.
가끔 아내의 어린 육체를 만지면서 나는 눈물이 치솟는 걸 느끼곤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도 목이 메어왔다. 아내와의 성관계가 잦지 못해서, 더더욱 아내의 육체를 눈부시게 보게 되는지도 몰랐다.
이상한 감동이 밀려와서, 나는 천천히 아내의 옷깃 사이로 손을 넣어 그 봉긋한 가슴을 꽉 쥐어보았다.
섹시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무언가 숭고한 느낌에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준호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녀석 쪽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분명히 보았다.
녀석의 눈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감기는 것이었다.
짐짓 내는 코 고는 소리도 부자연스러웠다.
녀석은, 어쩌면 나보다도 먼저 깨어 있었다. 그리고 보고 있었다! 아내를, 얇은 파자마로 위태롭게 가려진 아내의 몸을.
걷어 올려진 치마, 뽀얀 종아리와 허벅지, 파자마 천 위로 팬티의 윤곽이 거의 비추어 보이고, 어쩌면 봉긋한 가슴의 윤곽까지.
나는 급작스레 마구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분노로? 아니다! 그것은, 정욕, 그래 성욕이었다. 주체하기 힘들도록 뜨거운 성욕이었다.
나는 걷어 내리려던 파자마를 오히려, 배꼽까지 높이 끌어올렸다.
준호 놈의 시선이 이쪽에, 특히 드러낸 아내의 속살에 못 박혀 있으리란 걸, 난 이제 훤히 알고 있었다.
모를 것은 그로 인해 더 솟구치는 이 엄청난 욕정이었다.
완전히 드러난 그녀의 쭉 뻗은 다리, 귀여운 팬티,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아랫배와 앙증맞은 배꼽. 이 모든 것을 나는 준호와 함께 보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미친 듯 아내를 애무하고 있었다.
그녀가 잠결에 몸을 뒤틀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의 드러난 맨살 이곳저곳을 탐하고, 내 뜨거운 타액을 묻혀나갔다.
저 건너편에서 이 꼴을 보고 있을 준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파자마를 숫제 그녀의 가슴까지 끌어올리고 브래지어를 들춰낸 후 그녀의 보드라운 유방에 매달렸다.
"서, 선생님. 그만요."
(그녀는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하면, 저도 모르게 나를 예전처럼 "선생님"이라 부르는 습관이 있었다.)
자는 줄 알았던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제지했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걸까? 아무렇든 상관없다. 나는 오히려 더욱 달아올라서는, 그녀의 팬티까지 반강제로 끌어 내려 버리고는, 아내의 깊숙한 곳을 마구 희롱하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요. 치, 친구분. 친구분이......"
아내가 허리를 꺾었다.
나는 어느새 그녀의 아래 문에 충만해 있는 음습한 열기에 놀랐다.
그곳을 손가락과 혀끝으로 마구 헤집으면서, 아내가 이렇도록 흥분한 것은 내 열기가 그대로 전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아내의 몸에 이렇게까지 탐닉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앞뒤를 살피고, 상황을 재고, 상대방의 반응을 먼저 신경 쓰는 게 언제나 내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완전히 한 마리 짐승이었다. 아내의 알몸에 꽂히는 내 친구의 시선을 그대로 느끼면서, 나는 전에 없이 뜨거워진 몸으로, 전에 없이 끓어오르고 있는 아내의 샘 안에서 자맥질을 쳤다.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가누지 못하도록 흥분해서 허리를 움직여 댔고, 아내 역시 다리가 내 허벅지를 껴안아 오며 내게 매달렸다.
아내는 있는 힘껏 소리를 죽이려고 했지만, 방안은 이미 두 마리 짐승들의 소리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내의 몸 안에서 힘차게 요동치는 내 남성이, 이렇게까지 뜨거워졌던 적이 있었던가?
".........윽!"
그렇도록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참이라 그다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난 그때 옆에 누운 준호의 입에서 외마디 신음소리가 불거져 나왔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습을 바라보던 녀석의 양물이 혼자서든, 아니면 녀석의 손의 도움을 받아서든 이미 절정에 올라 뜨거운 것을 쏟아내 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믿을 수 없는 쾌감이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내 역시 온몸이 완전히 녹아나며, 마구 경련해 대는 내 몸을 억세게 안았다.
그리고 아내의 몸 또한, 사시나무 떨리듯 하다가 일순 경직되어 버렸다.
실로 우리 부부 최초의 진짜 오르가즘이었다. 나는 내 모든 것이 산산이 분해되어, 아내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준호 녀석의 눈이 퀭해져 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무심한 듯 해장국을 끓이면서, 사실은 얼굴 전체에 발그레한 홍조가 어려있던 아내가 그것을 발견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녀석을 보내면서, 나는 어제 나를 엄습하고, 이미 아내에까지 전해진 그 알 수 없는 열기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우리 부부의 관계가, 새로운 경험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2.
내 여자가 남한테 보여지는 것이, 내게 그렇게 큰 쾌감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이후 나는 갖가지 성적인 몽상에 시달렸다. 마침 큰 작업 하나가 끝나서 한가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묘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뭇 남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아내를 범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아내의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때로는 자리가 바뀌어, 다른 남자가 그녀를 유린하고, 나는 옆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눈으로 그것을 구경하기까지 했다.
꿈속의 상황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요는 내가 여러 남자와 더불어 아내를 유린하고 능욕하는 것이었다.
이런 꿈을 꾸며, 나는 심지어 몽정도 했다.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나는 정말로 그 망상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
얼마 동안은 나의 상식과 양식으로 그 망상을 눌러 보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금 아내를 안아보아도, 전과 다름없이 그녀의 안에서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망상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그녀를 범할 때, 보다 흥분이 고조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것들을 느끼면서,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의 망상, 그 비밀스러운 욕구를, 결국 실현해 보기로 마음먹는 데에는,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아내는 나한테 지나치리만치 고분고분하다.
나이 차가 많이 나기에 나를 아버지 대하듯 대하는 것도 있고, 사제 간이라는 옛 인연도 조금은 작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내 말 모든 것에 순종하는 그녀한테서, 그런데도 뭐랄까 어떤 범접 못할 위엄 같은 걸 늘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그녀한테 무리한 요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나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강박적인 욕구를 털어놓자, 그녀는 한동안 그 큰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후에야,
"정말로 내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난,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털어놓았다.
"나 자신이 그걸 원해. 미칠 정도로. 난, 뭐랄까? 당신과 나와의 관계가 끝없이 자유롭고, 모든 것을 공유했으면 좋겠는 거야. 생각해 봐. 나야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나름대로 여러 여자를 경험해 봤지만, (실은 그녀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다른 여자와 연애 중인 때였다.
그 여자와 헤어지느라 곤욕을 치르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착하고 순수한 아내 지혜와 달리, 참 나쁜 짓도 많이 저질러 본 인간이다) 당신은 나밖에 아무도 없었잖아? 평생 딱 한 명의 남자밖에 알지 못하는 거, 좀 답답하다고 생각 안 해?"
"............저는 그래도 상관없는데요."
"이 남자 저 남자랑 막 만나보라는 게 아니야. 당신은 나 말고 다른 남자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바라볼만한 비교 대상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내가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당신, 내가 왜 이렇게 이상한 요구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
"........."
자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에, 문득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내가 다시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는, `그래요, 나는 아직껏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당신은 처음부터 언제나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고, 나는 그런 당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어느 정도 체념하고 있었어요….` 라고 말없이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그맣고 따스한, 아내의 손.
"하지만 당신은 나를 완전히 이해하길 원하지? 내 이런 알 수 없는 구석까지도."
그녀가 한참 있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가 살짝 젖어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날 믿어줘. 웬만해선 진짜 그렇게까진 하려 하지 않지만, (글쎄?) 설마 혹시라도 당신이 다른 남자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긴다 그래도, 그건 당신과 나와의 일이지, 당신이 한눈을 팔거나 그러는 게 아니야. 당신이 다른 남자를 안더라도 그건 사실은 나를 안는 거라고. 우리가 서로 더 가깝게 끌어안을 수 있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이 일이 잘되면, 당신은 나를 완전히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거야."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며 나한테 기대어 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품 안에 꼭 안았다.
"하지만 난 선생님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