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져주겠니? -5부 실망
다음날은 학교도 가지 않는 주말이었다.
삼촌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지 한 1주일이 넘은 듯 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관계는 아니었기에
집에 잘 찾아오지 않는 삼촌의 행방이 궁금한 적이 없는 듯 보였다. 보통 생활비가 떨어 질 때
쯤이면 용돈과 생활비를 주러 왔다가 다시 돈만 두고 또 집을 떠나는 삼촌의 패턴이 너무 익숙
해서 인지 한번씩 낮잠을 자거나 며칠씩 집에 머무를 때면 대근 역시 어색해질 때가 많았다. 물
론어색함도 어색함이었지만 코딱지만한 고시원방에서 둘이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든 것이 사실
이었다.
대근은 무심코 자신의 카키색 반바지를 무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 아직 시큰거리는 고추는 그
래도 어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분명 어제 누나의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도 한몫 한 듯 보이지만.. 분명 어제 느꼈던 그 강렬했던
쾌감이 큰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대근은 고추 뿌리에서부터 밀려오는 엄청나게 간지러운 그 쾌감 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그의 반
바지위로 자신의 고추를 한번 살짝 움켜쥐었다..
아침은 낮의 강렬한 태양 비하면 한가로운 봄날의 햇살 같았다.
대근은 아직도 완전이 잠에서 깨지는 못했는지..세수도 못한 얼굴을 비비며 창문 밖 풍경을 보았다.
일이 바쁜지 부산하게 출근을 하는 이도 있고 새벽일을 마쳤는지 고단한 몸을 이끌고 골목길을
걸어 가는 이도 눈에 띄었다.. 그러던 대근은 자신도 모르게 맞은 편 그 누나가 사는 집을 쳐다
보았다. 여전히 커튼이 쳐져 있어서 인지 그의 눈빛은 아쉬움을 소리 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소
년은 짧게나마 다시금 어제 일을 생각했다. 분명 자신도 어제 처음부터 누나가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의 고추를 쉽게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며 자신의 정액을 그 이쁜 얼굴에 쏟아내는
일따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분명 모자를 너무 깊게 눌러써서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
기에 남자로 오해했고 무엇보다 고추를 보여달라고 한 것은 누나가 먼저였다. 애써 그 스스로
뭔가 죄지은 느낌에서 벗어나고픈 소년의 머리가 꽤나 복잡해졌을 즈음에 아침에 먹을 우유라
도 사기 위해 대근은 고시원을 나섰다. 그리고 고시원을 나와 골목길에 들어서자 꽤나 먼 거리
에서 짧은 분홍색 핫팬츠와 꽤나 타이트한 하얀 티셔츠를 입은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꽤나 신
경 쓰고 입은 게 소년의 눈으로도 분명히 느껴졌다.
“대..대균아?”
“네?”
“어제 잘 잤니?”
“네.?...네…..”
어제 일이 꽤나 부끄러운 듯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대근과 마찬가지로 옥희 역시 아직까
지 두 볼이 붉게 달아 올라 있었다. 힘없는 대근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걱정이 되는 듯 한 표정
으로 옥희는 말을 이었다.
“거기...거기는 괜찮니?”
“네…?..네....많….많이… 나아졌어요…”
“다..다행이다…..”
대근은 용기 내어 머리를 들어 옥희를 쳐다보았다.
작은 키 떄문인지 바로 옥희의 엄청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헉….”
꽤나 놀란 듯 보이는 대근에게 물었다.
“왜…..왜그래?.....”
“아…아니에요…”
옥희는 스스로도 자신의 옷차림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다시 땅 바닥으로 숙이며 대근의 발만을
주시했다. 분명 평소와는 다른 자신의 옷차림에 대근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
지만.. 그렇다고 항상 압박붕대만을 하고 외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근 역시 부끄러운지 아까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색했는데 그런 대근의 모습이 꽤나 귀엽
게 느껴졌다.
대근과 대화하면 할수록 그의 순수함에 호감을 느끼던 옥희는 이상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 싶
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느낌이 점점 강해질수록 그녀 역
시 부끄러웠는지 그 미세한 감정을 대근이 혹시 알아차렸을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 대근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아..아참…내 소개를 안했구나..”
“네?..”
“내 이름은 옥희라고 해..”
“오..옥희 누나요?”
“응..누나라고 불러..아니..아줌마라고 불러야하나?..”
“누..나라고..부를께요..:
“그..그럴래?......”
“네….”
대근은 고개를 들어 옥희를 바라보았다.
꽤나 짙은 화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예뻤고 귀였다. 언 뜻 보면 고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 동안이었고 이목구비가 작지만 꽤나 뚜렷한 것이 꽤나 보기 힘든 미인이었다. 그
리고 그 짙은 화장에서도 잘 가려지지 않는 아래 입술 끝 밑에 위치한 작은 점은 예전 유명미국
배우 마를린 먼로를 연상케 할만큼 섹시하게 보였다.
대근이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자 누나의 얼굴이 그 붉은 입술처럼 달아올랐다. 정말 너무나도
귀여웠다.
“대..대근아..”
“네..?
“오..오늘 뭐해?”
“네?.....”
그 누구도 자신의 일과에 대해 물어보는 이가 없었는데 처음 받는 질문에 놀랐는지 대답하는데
조금 망설였다. 분명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일이 태어나 한번도 없었기에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자..잘 모르겠어요…”
“너 오늘 특별한 것 없으면 누나 따라 올래?”
“누…..누나요?”
“그..그럼 누구겠니?...”
“어..어…디가는데요..?”
“싫으면 말고..”
대근은 천천히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직까지 부끄러워 하는 누나의 귀여운 얼굴이 눈에 들어오
자조금 방어적이었던 그의 마음이 조금 녹아 내린 듯 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용기 내어 말을
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주면 안돼요?...”
“사실 그게…누나 일하는 곳 같이 가자고..….”
대근은 꽤나 부끄러워 하는 옥희의 얼굴을 보고 내심 좀더 로맨틱하거나 재밌는 곳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조금 아쉬웠는지 실망한 투로 말을 했다.
“이..일하는 곳이요?”
“응...”
“갑..갑자기..왜.."
옥희는 밝은 표정으로 농담하듯 말했다.
“너 내…PT 고객으로 만들어서 돈 좀 더 벌려고 한다 왜~..?.!”
“PT…?”
“퍼스널 트레이닝을 PT라고 불러.. 누나는 트레이너고..”
“근데…정말.. 뜬금없이.. 왜..저를 거기에..”
“누나..발에 한번 차였다고..비실거리니까…진짜..남자 만들어줄려고 그런거야!”
대근은 정말 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싫어요.,..”
“걱정마..공짜로 해줄께”
“그..그래도 싫어요..”
“왜 ?……”
“그런 것 다 의미없어요........”
“왜 의미가 없니..?...”
대근은 그런 것을 배워봤자..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믿었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는 게 어
느새 익숙해졌고 자신의 현실을 타계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 어차피 자신
혼자 상황을 바꾸는건 무리이고 혼자의 개인이 다수의 아이들을 상대해서 이길 승산은 누가 보
아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잘못돼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 버린다면 더 괴롭힘을 당할
뿐이라는 계산도 있어 보였다.
그렇게 꽤나 망설이는 대근 앞에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귀여운 소녀가 다가왔다. 그냥
지나칠 것 같던 아무런 일면식도 없던 소녀는 대근앞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오..오빠…안녕하세요….?
옥희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는지 대근을 향해 물었다.
“대근아..누구?..”
“저도 잘….”
“오빠..우선..여기..”
길거리를 가다가 누구나 한번쯤은 쳐다볼 꽤나 귀여운 소녀였는데 정성을 다해 곱게 접은 파란
파스텔 색 편지를 대근에게 건네 주었다.
“근데…이..걸 왜..”
누가 보아도 고백이 담긴 듯한 풋풋하고 귀여운 편지에 대근은 조금 의아해 하였다. 그리고 그
와동시에 옆에 있던 누나가 꽤나 신경 쓰였는지 방금 까지 운동을 같이하자고 물어보던 누나를
쳐다보았다.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근의 눈엔 놀란 표정을 넘어 꽤나 질투심이 눈가
에 서려 보였다.
“오빠 혼자 있을 때 보세요……그리고 마음에 있으면...오늘 낮 2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봐요..”
“어…?”
귀여운 소녀는 편지를 건네주곤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대근은 지금까지 한번도 있지 않았
던 일이 어제부터 연속적으로 펼쳐지자 꽤나 믿기질 않는 지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어….어디간거지..”
정신을 조금 차렸을 때 대근은 주위를 돌아보며 누나를 찾았다.
대근이……그의 반경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자. 꽤나 멀리서. 뒤도 안보고……걸어가는 옥희가
눈에 들어왔다.
“어…………그냥 가네…”
쫓아가볼까 고민도 했지만…… 너무나도 멀어 져 버린 누나를 따라잡긴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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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코치님”
“아니에요 오늘 프로그램 조금 벅차셨을텐데 너무 수고많으셨어요”
“그럼 다음주에 뵈요”
“네 식단표 대로 꼭 드시고 몸무게도 기록해서 꼭 들고 와주세요. 다음에 뵈요!”
옥희는 마지막 PT 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오늘 고객의 운동자세 교정을 위해 시범동작을 연속
으로 보여줄 때도 많았는데 그 때문인지..평소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 그녀의 이마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옥희는 마지막 고객을 정문까지 정중히 배웅하고 정문 옆에 배치된 거울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압박붕대 없이 거울 앞에선 모습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름 파란색 머리핀을 이
용해 이마를 들어낸 그녀의 모습이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옥희는 이제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에 탈의실로 향했다.
“야 저 코치 죽이지 않냐??”
“그러게 가슴 터질 것 같다..저거 수술한 것 아냐? 저렇게 큰 게 말이 안되지 않나??”
“야 시발 수술해도 한번 주물러보고 싶다 저 정도면”
아직 총각딱지도 못 땐 듯 한 젊은 남자 트레이너들이 옥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라 생각
했는지 그녀에 대해 꽤나 외설적인 말을 쏟아냈다.
옥희는 워낙 많이 듣던 이야기라 처음에는 별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점차 신경 쓰였는지 최대
한 빨리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
그때였다. 그 둘 중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옥희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일하는 게 오늘 처음이죠?? 괜찮으면 술이라도 한잔해요”
꽤나 용기 내어 내 뱉은 작업 멘트에 옥희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죄송해요 저 술 못해서요”
“그러면 커피라도”
“죄송해요 커피도 안마시네요”
꽤나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단번에 거절하고 뒤돌아 서서 탈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
로 꽤나 불만 섞인 목소리로 불평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존나 비싸게 구네.. 한번 노는 게 뭐가 힘들다고”
“그러게 어차피 아쉬운 건 자기도 마찬가지 아닌가?ㅋㅋ”
보통이면 무시할법한 옥희는 조금 짜증이 났는지 다시 되돌아서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중 가장 덩치가 큰 트레이너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발을 꾹 짓밟으며 말을 이었다.
“같은 곳에서 일해서 좀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 몇 살이야?”
“26….”
“야 임마..너보다 한참 나이 많은 여자 희롱하면 좋으니?! 한번만 내 앞에서 껄떡이면 죽을줄알어”
“……….”
아무 말 못하는 둘을 뒤로하고 다시 뒤 돌아 탈의실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꽤나 자신감이
넘쳤고 당당하였다.
옥희가 탈의실에 완전히 들어가는 것을 본 후 남자들의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다시 금 말을 하
기 시작했다.
“얼굴만 반반하지 정말 성깔 더럽네”
“그러게”
“야 근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냐?”
“몰라 처음 보는데, 넌 좀 얼굴만 예쁘다 싶으면 어디서 꼭 봤다고 하더라”
“그런가?”
“그건 그렇고 좋겠다 저런 여자랑 사귀는 사람은”
“그러게 내가 사귀면 확실히 만족은 시켜줄 텐데”
“한번도 사귀어 본적도 없으면서 말은 존나 잘해요 ㅋㅋ”
“근데 진짜 본 것 같은데…”
“꿈에서 봤겠지 ㅋㅋㅋ”
“그런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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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는 그들을 뒤로 하고 탈의실에 와서 다시 금 겨울을 보았다.
자신을 두고 희롱하는 남자들이 너무나도 싫었던 듯 그녀의 미간은 아직도 조금 찌그러져 있었
다.
그러던 중 어제 일이 기억났는지 심장이 조금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본 남자의 물건과 그 물
건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정액…… 그리고 그 대상이 어린 아이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그 어떤
경험보다도 자극적임은 충분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옥희는 계속해서 이상한 기분이 들자..자신을 통제하려 애쓰는 듯 보였다. 하지만 쉽게 머릿속
에 잊어지기 쉽지 않을 듯 보였다.
대근은 오늘 여름 보충수업이 없었기에 동네를 한동안 서성였다. 그리고 2시가 가까이 되자 학
교로 발길을 옴겼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 어제부터 연속해서 일어나자 신기하기도 하였다. 정말 낯설고 평
생 일어나지 않을 신기한 느낌이라 어색했지만..그도 남자인지라 싫지는 않아 보였다.
여름방학이라 원래 운동장이 텅 비어 있었지만 보충수업도 없는 날이라 그런지 아주 한적해 보
이는 것을 넘어서서 삭막하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사실 대근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아이들이 많으면..또 놀림을 당
하거나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을테고..오히려 한적한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했다.
대근은 2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 소녀를 기다리느라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다... 조금만 더 기다
리다가 안 오면 가야지 라고 했었는데 혹시나 해서 기다린 게 벌써 30분이 지났다.
태양 빛은 아주 강렬했고 가만히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을 흘렸다.
“이제 집에 갈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소녀를 애타게 기다리며 혼잣말을 되뇌이던 대근은 이제 지쳤는지
학교 운동장을 떠나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침에 들었던 꽤나 반가운 소녀의 목소리가 그의
등뒤로 들려왔다.
“진짜 왔네?”
이제 중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4명이 대근도 모르게 대근의 주위를 에워쌌다.
“무슨…일…”
대근이 말 한마디도 제대로 내뱉기 전에 무리 중 리더라고 보이는 꽤나 뚱뚱한 아이가 손을 들
어 대근의 머리를 선생이 제자를 훈계하듯 내려쳤다.
-팍-
“왕따 새끼 진짜 나왔네”
“무..슨 …짓이야…”
꽤나 험상 굳게 말을 내뱉자 대근은 조금 겁에 질렸는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재미있는지 아침에 봤던 소녀와 그 무리 친구들은 대근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이 새끼 정말 골 때리네 ㅋㅋ 너 같은 전교 왕따 새끼를 좋아할 사람이 있다고 믿은 거야?ㅋㅋ”
“…”
“존나 웃기네 ㅋㅋ 동네 초당들한테도 맞고 사는 병신 새끼가ㅋㅋ”
대근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상황에 놀랐다. 물론 평상시면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비
일비재 했기에 당연하게 받아 들였겠지만.. 어제 밤에 있었던 자신의 첫 경험과..오늘 아침 누나
의 핑크 빛 미소는..분명 자신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 가 하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명 오늘 운동장에서 또 다른 고백을 받는 게 아닌가 하며 내심 기
대하고 있었는데..또다시 자신을 희롱하며 괴롭히기 위한 함정임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절망 속
에 빠져들었다.
“너..희들…나보다 나이 어린 것 같은데..이제 그만해…”
“허 이 새끼 전교 왕따가 말도 할 줄 아네 ㅋㅋ”
대근은 재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앞에 있는 아이들이 자신만큼 키가
작은 어린 여자 애들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어 보였다.
대근은 뒤 늦기 전에 뒤 돌아서 재빨리 도망가려고 하였다.
그때였다.
“거기 뭐하냐 대좆새끼”
“어?”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분명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대근의 다리를 얼어붙게 만든 이
는 병재가 분명 해보였다. 이 아이는 병재다. 병재는 꽤나 마르고 키가 대근만큼 작을 뿐더러 검
은 뿔테 안경까지 써서 얼핏 보면 범생처럼 보이는 그러니까 2학년 짱 이라는 이미지는 맞지
않은 애인데.. 단순히 3학년 학교 짱의 친동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
며 자신을 괴롭힌 악랄한 아이였다.
“너 거기서 뭐하냐 딸치냐?ㅋㅋ”
“…………..”
대근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여자 아이들이 꽤나 기분 나쁘게 웃으며 병재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재미있다는 듯이 떠벌렸다.
“아 이 새끼 너 여기오면서 좆나 좆 새우고 이상한 상상했지?
“아..아니야..”
“이 새끼가 말 대꾸하네 ㅋㅋ 짜증나게 ㅋㅋ”
병재는 대근의 하복부를 발로 찼다.
-퍽-
“읔….”
“이 새끼 넌 오늘 좀 맞자”
대근은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운동장 한복판에서 맞기 시작했다. 정확히 그도 얼마나 맞은 지
모르겠지만.. 꽤나 정신 없이 맞은 듯 했다.. 그리고 얼마에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 때리는 것
도 실증 났는지 병재는 누워있는 대근을 향해 다시금 욕을 내 뱉더니 여자애들을 뒤돌아보고
서 있게하였다.
“야 너네 들 잠시만 뒤로 돌아서있어 봐봐”
"왜요 오빠?”
“잠시만 ㅋㅋ”
여자 아이들은 뒤로 돌아섰고 병재는 누워있는 대근을 향해 침을 뱉더니 바지를 내려 대근의
얼굴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오줌 싸게 새끼 ㅋㅋ”
치욕적인 굴욕을 당한 대근은 너무나도 화가 났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빨
리 이 지옥 같은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몇 시간을 더 조롱하다
쓰러져있는 대근의 돈을 모두 뻇고 자리를 떠났다.
대근은 그때부터 참아왔던 눈물을 서럽게 흘렸다. 아무리 작은 기대와 희망이더라도 기대와 희
망 속에서 행복을 찾는 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권리일 텐데..그것마저도 쉽게 허락되
지 않은 자신의 삶에 초라함을 느꼈다. 대근은 텅 비어있는 운동장에 홀로 누워 그 억울함을 계
속해서 울분과 함께 토해냈다.
“나 같은 찌질이를 좋아할리 없잖아…..괜히 희망을 가진 내가 바보지…”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그 강렬한 해가 학교 뒷산으로 넘어가는 저녁쯤이 되어서 그는 울음을
멈추고 운동장을 조용히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