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 및 인물은 100% 가상입니다.
혹시나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연상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읽는 독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일 뿐
작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최동팔! 최동팔! 내려!”
한 남자가 온몸이 쇠사슬에 묶여 거칠게 차에서 내려졌다.
바로 앞에 허름한 배가 한 척이 있었고, 그 배에서 눈이 보이지 않게 모자를 눌러쓴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 중 한명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 확인 하겠습니다.”
“최동팔씨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주민번호.”
“861109-17xxxxx.”
본인 확인이 끝나자 동팔을 데려온 남자가 종이 한장을 모자를 쓴 남자에게 건냈다.
모자를 쓴 남자는 종이에 사인을 하고는 동팔의 팔을 잡아 배로 끌었다.
그렇게 배로 태워지는 동팔의 등뒤로 동팔을 데려온 남자가 소리쳤다.
“최동팔이, 여기 한번 쭉 둘러 보고 가라, 이제 육지로 나올 일 없을거니까. ㅎㅎ”
그러나 동팔에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주어 지지는 않았다.
모자를 쓴 남자들이 곧바로 동팔을 집어 던지듯 배에 태웠고 바로 출발을 했다.
배에서 한 남자가 아무감정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다시 이 배를 탈 일은 없다. 포기 할 수록 남은 니 인생이 편하다.”
그리곤 30여분간 아무런 말도 없었다.
동팔역시 모든걸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그냥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드디어 절벽으로 둘러 싸인 섬에 도착을 하였다.
절벽을 타고 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콘크리트 담이 있었고
보이는 거라곤 그 담 가운데에 높이 솟아 있는 마치 관제탑 모양의 타워만이 보였다.
무장을 한 군인들이 담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문을 열여 주었다.
역시 아무런 말도 없이 모자를 쓴 사내들이 문을 몇개를 더 거쳐 한 방에 동팔을 내 팽개 쳤다.
그 후, 아무런 말도, 이유도, 욕설 조차 없는 구타가 30분간 이어졌다.
동팔은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반항을 해 보았지만 온 몸이 쇠사슬에 묶여
고스란히 구타를 당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맞는 사람은 피 범벅, 때리는 사람들이 땀 범벅이 되었을 무렵, 다른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최동팔?”
“으…흐… 네…”
“요즘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때려도 돼!!! 이 씨발놈아 여기서는!”
“너 같은 쓰레기 새끼 하나 패 죽여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거 너도 알지?”
“뭐, 얼마나 살다 뒤질지는 니 하기 나름이니까 알아서 하고……”
“지금 소장님 뵈러 가는데 똑 바로 안하면 나와서 또 한 따까리 할거니까 뭐 그것도 알아서 하고…”
“아… 그리고 니가 밖에서 가수 였다면서? 에고…요즘은 그냥 개나 소나 씨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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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형제 존폐에 대한 논란이 드디어 결론이 났다.
각종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높았고, 또 그렇다고 사형을 집행을 하자니
국제적 압력 또한 무시를 할수 없었던 정부는 종신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선언했다.
국내의 인권단체에서도 사형제도의 폐지라는 큰 승리 때문에 종신형을
받은 죄수들에 대한 인권을 다소 침해하는 법안에는 크게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 시점에 사형수로 있던 죄수들은 전부 종신형으로 형이 바뀌었고,
이들을 따로 관리하는 교도소를 건립하기 시작해 2006년에 서해의 한 무인도에
최신 시설을 갖춘 최첨단 교도소가 완공을 하였다. 육지에서 배로 30분 가량 떨어진
이 섬에는 교도소와 육지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을 위한 임시 숙소, 그리고 경비를
서는 중대 규모의 군 부대가 다 였다.
일단 이곳으로 들어온 죄수는 죽어서야 이 섬을 빠져 나갈 수 있었기고 죽어도
교도소 내에서 화장을 한 후 가족들에게 전달을 하거나 찾아갈 가족이 없으면 그냥
섬 앞 바다에 뿌려졌기 때문에 ‘무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교도소가 세워지고 처음에나 조금 언론에 무덤의 이야기가 오르내리나 싶더니,
이내 사람들은 무덤에 대해 잊어 버렸다. 아니, 오히려 그런 쓰레기 처리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를 느끼고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덤의 폐쇠성과 특성 때문에 무덤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죄수들은 어떻게 취급을 받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도, 알려 하지도 않게 되었다.
딱 한 집단만에 무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니 교도소 직원들 이었다.
워낙에 외진 곳이라 가족이 있는 교도원들이 꺼려하는 첫번째 교도소가 무덤이었다.
섬 자체에는 살 수가 없고 가장 가까운 육지 조차도 인구가 100명이 될까 말까한
깡촌이라 자녀들 학교 문제는 물론이요, 가족들이 버텨나지를 못했다.
특히, 교도소장급 고위직들은 온갖 뇌물과 술수를 써서 그곳에 발령을 안받으려 애를 썼고,
실제 그곳에 발령을 받고 차라리 사표를 쓰는게 낫다면서 관둔 사람도 둘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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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매질에 동팔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던가….
온몸이 쑤시고 코피가 나서 숨도 쉬기 힘들었지만, “또 맞을래?”
이 말 한마디에 빛의 속도로 남자가 던져준 파란색 죄수복으로 갈아 입고
남자를 따라 나섰다. 역시 온몸에는 쇠사슬이 감긴채로….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동팔을 태워 타워 위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갑자기 고급 호텔 로비와 같은 곳이 나왔고 문이 하나 보였다.
“소장실”
남자는 그 문에 노크를 하고는 동팔을 데리고 소장실로 들어 갔다.
괜히 또 맞을것 같은 두려움에 동탄은 땅바닥만 보고 들어갔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다 두고 나가서 일 보세요.”
“네. 마치면 부르십시오.”
동팔을 데리고 들어온 남자는 대답을 하곤, 의자에 동팔을 거칠게 앉히고는
의자 옆에있는 고리에 동팔의 쇠사슬을 자물쇠로 잠궈 버리고는 방을 나갔다.
한 5분여동안 소장의 컴퓨터 마우스 누르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렸다.
동팔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방을 둘러 보았다.
교도소장 방 치고는 너무 좋았다. 사방 훤히 뚫린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한눈에 교도소를 다 내려다 볼 수 있었고 멀리보면 끝없는 바다가 사방으로 보였다.
방에 있는 가구며, 장식 또한 무슨 기업체 사장실 같아 보이게 좋았다.
“에이, 씨발 졌네…..”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라이터 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책상에 있는 파일을 들고
동팔의 앞으로 와 앉았다.
30대 중반쯤 된 소장치고는 젊어 보이는 나이에 키는 160이 채 안되어 보였고, 배는 남산만큼 나온데다 온 얼굴은 여드름 자국에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추남이었다.
“스타 할 줄 알아요?”
“네…에??”
“스.타.크.래.프.트 할 줄 아냐고….”
“아…네… 조금….”
“난 늦게 배워서 잘 안되네, 오늘도 다 졌어 씨발…ㅋ”
“아…네….”
“뭐 그건 그렇고 난 백민우, 여기 소장이요.”
“네, 안녕하세요. 최동팔 입니다.”
“그래도 동팔씨는 첫번째 타입이네. 좋아요.”
“네?”
“여기 오는 인간들은 딱 두가지요. 첫째, 동팔씨처럼 첨부터 고분 고분한 사람.”
“그리고 졸라 쳐맞고 또 뒤지게 맞고 고분 고분해 지는 사람.”
“첫번째 타입으로 남아 있는게 죄수들 한테는 낫지요. 뭐 둘째 타입도 나쁘지는 않고.”
“보다 시피 여기 심심 하거든…. 졸라 심심해요…. 줘 패는것도 재미 있고 하니 뭐 알아서 하고.”
“네…에…”
“자, 신원 확인은 했고, 이제 왜 여기 왔는지 말해봐요.”
“종신형 받고 왔습니다.”
“아 씨발 그걸 누가 몰라? 종신형 받았으니 여기 왔겠지!”
“서류에 써 있는 대로 말고 본인 입으로 말해 보라고…. 서로 심심 하자나?”
또 폭력이 가해 질까봐 동구는 소장이 지르는 소리에 몸이 움추러 들었다,
그리고 첫번째 타입의 사람으로 남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입을 떼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가 그만, 애 업고 가는 여자를 치었습니다. 치고 나서보니 여자가 고개를
들어서 제차 번호판을 보는듯 해서 술도 먹고 판단력도 흐려져 있고 무섭고 해서 그만…
다시 차로 쓰러져 있는 여자를 치고 뺑소니를 쳤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자도 애도
둘다 죽었다고… 그러다 잡혔구요.”
“쓰레기구만.”
“…………”
“뭐 하다가 왔어요?”
“가수… 였습니다.”
“가수? 이름이 뭐라고?”
“최동팔 입니다.”
“못들어 봤는데?”
“오래전에 활동 했었습니다. 이름도 다른 이름으로…”
“뭔 이름으로 활동 했는데?”
“Eight 이란 이름으로…”
“아! 아! 에잇! 들어 봤다 들어 봤어! 이야~ 유명한 사람이네!”
“…………”
“어쩐지 남자가 곱상하니 생겼다 했어 피부도 좋고 말이야.”
“…………”
“그때, 몇년 전에 군대 갔다가 어디서 떡치다 걸려서 좆되서 못나오고 있었지요?”
“네……”
“아이고…그때 그 사건 이후로 재기를 못하고 하니 술 쳐먹고 그러다 보니 쓰레기 짓하다가
여기까지 왔구나.”
“……………”
“거봐 참나… 남자는 잘나나 못나나 좆대가리 조심해야 한다니깐. 여기 있는놈들 중에
좆대가리 잘못 놀리다 온 놈들 많아요. 많아.”
“아무튼 됐고, 여긴 인권이니 뭐 그런거 없는거 알죠? 티비, 라디오, 신문, 잡지 그런거 없고,
그냥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방에 있는거야~ 뒤질때 까지.
면회는 직계가족만 일년에 한번 15분이고, 편지는 한달에 한번 부칠수 있고.
그냥 죽지 못해 산다 하고 살면 편할거에요. 뭐 일찍 뒤지고 싶으면 자살을 하던가,
그럴 용기도 없으면 살인자 새끼들 득실대는데 한놈 잡아서 엉겨보던가.”
“할 말 있어요?”
“없습니다.”
“그래 그럼 독방가서 세달 일단 있어요. 우린 무조건 들어오면 기좀 죽이느라고 독방 세달이거든.”
“…………”
“아참. 씨발 내 정신아! 연예인인데 싸인 하나 받아 야지~~~ㅋㅋㅋ”
소장은 일부러 약을 올리는듯 익살스런 걸음을 걸으면서 책상으로가 종이와 펜을 가져다 내밀었다.
동팔은 어이가 없었지만 종이를 잡아 싸인을 해 주었다.
“이야~ 역시 연예인이라 싸인도 멋지네~ 여기다 걸어 놔야겠다 ㅋ”
빈정거림의 연속이 었다.
동팔은 기가 막혔지만 구속된 이후로 계속 듣는 빈정거림이라 그려러니 했는데….
“아, 맞다. 에잇, 당신 결혼했지? 같은 연예인 말이야.”
“네……”
“그래 맞어, 이름이 뭐 더라?”
“………………”
“이름이 뭐냐고?”
“그 이야기는 안하는게 낫겠습니다.”
아무리 처지도 처지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하기는 싫었다.
“어? 안하고 싶다고?”
“네….죄송하…ㅂ… 억!!!”
동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뭔가 굉장한 충격이 느껴졌다.
소장이 동팔의 머리를 발로 차 버린 것이었다.
“야이 씨발 쓰레기 새끼야, 좋은 말로 하니까 못알아 쳐먹겠지?”
소장은 의자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동팔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연거푸 얼굴을 내리 찍었다.
한참을 그렇게 때리다 동팔의 입에서 이빨이 부러져 튀어나가자
소장은 큰 숨을 내 뱉고는 다시 담배를 물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씨발 연예인이라고 존대말도 써주고 말이야 응? 그랬는데 못알아 쳐먹네?”
“아까 그랬잖아, 여긴 인권 뭐 그딴 좆 같은거 없다니깐?”
“내가 여기 왕이야, 왕. 내가 하라면 하는거고 말라면 마는 거라고 알아?”
“……네……”
동팔은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혀를 움직여 간신히 대답했다.
“여기에 사람 20명 썰어 죽이고 쳐먹다가 잡혀온 새끼가 있거든?”
“그 새끼도 나만 보면 오줌을 지려, 그러니까 뒤질 용기 없으면 개기진, 말고 알았지?”
“……네…”
“거봐 좋잖아 말로 하니깐? 아, 씨발 간만에 몸 썼더니 땀 나잖아 씨발…미안하지?”
“…네…죄송합니다……”
소장은 담배를 깊이 쭉 빨아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그래, 와이프 이름이 뭐라고?”
동팔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고통과 무기력함에 지친듯 입을 떼었다.
“박…한빛 입니다.”
“아! 맞다 맞어 박한빛! 박한빛 이었어!”
“내가 얼굴하고 몸매는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말이야.”
“아…네….”
“씨발, 그여자는 무슨 죄냐? 너 같은 쓰레기 때문에.”
“………………”
“그때 너 군대에서 떡치다 걸렸을 때도 그여자가 봐주고 넘어갔는데
너 사고 칠때 너랑 같은 차 타고 있다가 괜히 그 여자까지 티비에 못 나오지 요즘?”
“………………”
“아깝네 아까와, 얼짱 출신이니 얼굴도 이뻐, 요가 한다고 몸매도 죽여, 그런데 남편이 쓰레기야. ㅉㅉㅉㅉㅉ.”
“………………”
“뭐, 이젠 다른 남자도 만나고 잘 풀리겠지. 우린 니 걱정이나 하자구.”
“네……”
그러더니 인터폰을 누르곤,
“다 됐어요, 쓰레기 치워 가세요.”
곧, 아까 동팔을 데리고온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에게 끌려 소장실을 나가려는데 소장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나가려던 교도원이 동팔을 세웠다.
“이 새낀 6달 독방에 넣으세요, 한번 개기더라구.”
소장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최동팔과 박한빛에 관한 사진과 기사들이 떠 있었다.
혹시나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연상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읽는 독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일 뿐
작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최동팔! 최동팔! 내려!”
한 남자가 온몸이 쇠사슬에 묶여 거칠게 차에서 내려졌다.
바로 앞에 허름한 배가 한 척이 있었고, 그 배에서 눈이 보이지 않게 모자를 눌러쓴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 중 한명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 확인 하겠습니다.”
“최동팔씨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주민번호.”
“861109-17xxxxx.”
본인 확인이 끝나자 동팔을 데려온 남자가 종이 한장을 모자를 쓴 남자에게 건냈다.
모자를 쓴 남자는 종이에 사인을 하고는 동팔의 팔을 잡아 배로 끌었다.
그렇게 배로 태워지는 동팔의 등뒤로 동팔을 데려온 남자가 소리쳤다.
“최동팔이, 여기 한번 쭉 둘러 보고 가라, 이제 육지로 나올 일 없을거니까. ㅎㅎ”
그러나 동팔에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주어 지지는 않았다.
모자를 쓴 남자들이 곧바로 동팔을 집어 던지듯 배에 태웠고 바로 출발을 했다.
배에서 한 남자가 아무감정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다시 이 배를 탈 일은 없다. 포기 할 수록 남은 니 인생이 편하다.”
그리곤 30여분간 아무런 말도 없었다.
동팔역시 모든걸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그냥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드디어 절벽으로 둘러 싸인 섬에 도착을 하였다.
절벽을 타고 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콘크리트 담이 있었고
보이는 거라곤 그 담 가운데에 높이 솟아 있는 마치 관제탑 모양의 타워만이 보였다.
무장을 한 군인들이 담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문을 열여 주었다.
역시 아무런 말도 없이 모자를 쓴 사내들이 문을 몇개를 더 거쳐 한 방에 동팔을 내 팽개 쳤다.
그 후, 아무런 말도, 이유도, 욕설 조차 없는 구타가 30분간 이어졌다.
동팔은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반항을 해 보았지만 온 몸이 쇠사슬에 묶여
고스란히 구타를 당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맞는 사람은 피 범벅, 때리는 사람들이 땀 범벅이 되었을 무렵, 다른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최동팔?”
“으…흐… 네…”
“요즘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때려도 돼!!! 이 씨발놈아 여기서는!”
“너 같은 쓰레기 새끼 하나 패 죽여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거 너도 알지?”
“뭐, 얼마나 살다 뒤질지는 니 하기 나름이니까 알아서 하고……”
“지금 소장님 뵈러 가는데 똑 바로 안하면 나와서 또 한 따까리 할거니까 뭐 그것도 알아서 하고…”
“아… 그리고 니가 밖에서 가수 였다면서? 에고…요즘은 그냥 개나 소나 씨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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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형제 존폐에 대한 논란이 드디어 결론이 났다.
각종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은 높았고, 또 그렇다고 사형을 집행을 하자니
국제적 압력 또한 무시를 할수 없었던 정부는 종신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선언했다.
국내의 인권단체에서도 사형제도의 폐지라는 큰 승리 때문에 종신형을
받은 죄수들에 대한 인권을 다소 침해하는 법안에는 크게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 시점에 사형수로 있던 죄수들은 전부 종신형으로 형이 바뀌었고,
이들을 따로 관리하는 교도소를 건립하기 시작해 2006년에 서해의 한 무인도에
최신 시설을 갖춘 최첨단 교도소가 완공을 하였다. 육지에서 배로 30분 가량 떨어진
이 섬에는 교도소와 육지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을 위한 임시 숙소, 그리고 경비를
서는 중대 규모의 군 부대가 다 였다.
일단 이곳으로 들어온 죄수는 죽어서야 이 섬을 빠져 나갈 수 있었기고 죽어도
교도소 내에서 화장을 한 후 가족들에게 전달을 하거나 찾아갈 가족이 없으면 그냥
섬 앞 바다에 뿌려졌기 때문에 ‘무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교도소가 세워지고 처음에나 조금 언론에 무덤의 이야기가 오르내리나 싶더니,
이내 사람들은 무덤에 대해 잊어 버렸다. 아니, 오히려 그런 쓰레기 처리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를 느끼고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덤의 폐쇠성과 특성 때문에 무덤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죄수들은 어떻게 취급을 받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도, 알려 하지도 않게 되었다.
딱 한 집단만에 무덤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니 교도소 직원들 이었다.
워낙에 외진 곳이라 가족이 있는 교도원들이 꺼려하는 첫번째 교도소가 무덤이었다.
섬 자체에는 살 수가 없고 가장 가까운 육지 조차도 인구가 100명이 될까 말까한
깡촌이라 자녀들 학교 문제는 물론이요, 가족들이 버텨나지를 못했다.
특히, 교도소장급 고위직들은 온갖 뇌물과 술수를 써서 그곳에 발령을 안받으려 애를 썼고,
실제 그곳에 발령을 받고 차라리 사표를 쓰는게 낫다면서 관둔 사람도 둘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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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매질에 동팔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던가….
온몸이 쑤시고 코피가 나서 숨도 쉬기 힘들었지만, “또 맞을래?”
이 말 한마디에 빛의 속도로 남자가 던져준 파란색 죄수복으로 갈아 입고
남자를 따라 나섰다. 역시 온몸에는 쇠사슬이 감긴채로….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동팔을 태워 타워 위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갑자기 고급 호텔 로비와 같은 곳이 나왔고 문이 하나 보였다.
“소장실”
남자는 그 문에 노크를 하고는 동팔을 데리고 소장실로 들어 갔다.
괜히 또 맞을것 같은 두려움에 동탄은 땅바닥만 보고 들어갔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다 두고 나가서 일 보세요.”
“네. 마치면 부르십시오.”
동팔을 데리고 들어온 남자는 대답을 하곤, 의자에 동팔을 거칠게 앉히고는
의자 옆에있는 고리에 동팔의 쇠사슬을 자물쇠로 잠궈 버리고는 방을 나갔다.
한 5분여동안 소장의 컴퓨터 마우스 누르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렸다.
동팔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방을 둘러 보았다.
교도소장 방 치고는 너무 좋았다. 사방 훤히 뚫린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한눈에 교도소를 다 내려다 볼 수 있었고 멀리보면 끝없는 바다가 사방으로 보였다.
방에 있는 가구며, 장식 또한 무슨 기업체 사장실 같아 보이게 좋았다.
“에이, 씨발 졌네…..”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라이터 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책상에 있는 파일을 들고
동팔의 앞으로 와 앉았다.
30대 중반쯤 된 소장치고는 젊어 보이는 나이에 키는 160이 채 안되어 보였고, 배는 남산만큼 나온데다 온 얼굴은 여드름 자국에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추남이었다.
“스타 할 줄 알아요?”
“네…에??”
“스.타.크.래.프.트 할 줄 아냐고….”
“아…네… 조금….”
“난 늦게 배워서 잘 안되네, 오늘도 다 졌어 씨발…ㅋ”
“아…네….”
“뭐 그건 그렇고 난 백민우, 여기 소장이요.”
“네, 안녕하세요. 최동팔 입니다.”
“그래도 동팔씨는 첫번째 타입이네. 좋아요.”
“네?”
“여기 오는 인간들은 딱 두가지요. 첫째, 동팔씨처럼 첨부터 고분 고분한 사람.”
“그리고 졸라 쳐맞고 또 뒤지게 맞고 고분 고분해 지는 사람.”
“첫번째 타입으로 남아 있는게 죄수들 한테는 낫지요. 뭐 둘째 타입도 나쁘지는 않고.”
“보다 시피 여기 심심 하거든…. 졸라 심심해요…. 줘 패는것도 재미 있고 하니 뭐 알아서 하고.”
“네…에…”
“자, 신원 확인은 했고, 이제 왜 여기 왔는지 말해봐요.”
“종신형 받고 왔습니다.”
“아 씨발 그걸 누가 몰라? 종신형 받았으니 여기 왔겠지!”
“서류에 써 있는 대로 말고 본인 입으로 말해 보라고…. 서로 심심 하자나?”
또 폭력이 가해 질까봐 동구는 소장이 지르는 소리에 몸이 움추러 들었다,
그리고 첫번째 타입의 사람으로 남아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입을 떼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가 그만, 애 업고 가는 여자를 치었습니다. 치고 나서보니 여자가 고개를
들어서 제차 번호판을 보는듯 해서 술도 먹고 판단력도 흐려져 있고 무섭고 해서 그만…
다시 차로 쓰러져 있는 여자를 치고 뺑소니를 쳤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자도 애도
둘다 죽었다고… 그러다 잡혔구요.”
“쓰레기구만.”
“…………”
“뭐 하다가 왔어요?”
“가수… 였습니다.”
“가수? 이름이 뭐라고?”
“최동팔 입니다.”
“못들어 봤는데?”
“오래전에 활동 했었습니다. 이름도 다른 이름으로…”
“뭔 이름으로 활동 했는데?”
“Eight 이란 이름으로…”
“아! 아! 에잇! 들어 봤다 들어 봤어! 이야~ 유명한 사람이네!”
“…………”
“어쩐지 남자가 곱상하니 생겼다 했어 피부도 좋고 말이야.”
“…………”
“그때, 몇년 전에 군대 갔다가 어디서 떡치다 걸려서 좆되서 못나오고 있었지요?”
“네……”
“아이고…그때 그 사건 이후로 재기를 못하고 하니 술 쳐먹고 그러다 보니 쓰레기 짓하다가
여기까지 왔구나.”
“……………”
“거봐 참나… 남자는 잘나나 못나나 좆대가리 조심해야 한다니깐. 여기 있는놈들 중에
좆대가리 잘못 놀리다 온 놈들 많아요. 많아.”
“아무튼 됐고, 여긴 인권이니 뭐 그런거 없는거 알죠? 티비, 라디오, 신문, 잡지 그런거 없고,
그냥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방에 있는거야~ 뒤질때 까지.
면회는 직계가족만 일년에 한번 15분이고, 편지는 한달에 한번 부칠수 있고.
그냥 죽지 못해 산다 하고 살면 편할거에요. 뭐 일찍 뒤지고 싶으면 자살을 하던가,
그럴 용기도 없으면 살인자 새끼들 득실대는데 한놈 잡아서 엉겨보던가.”
“할 말 있어요?”
“없습니다.”
“그래 그럼 독방가서 세달 일단 있어요. 우린 무조건 들어오면 기좀 죽이느라고 독방 세달이거든.”
“…………”
“아참. 씨발 내 정신아! 연예인인데 싸인 하나 받아 야지~~~ㅋㅋㅋ”
소장은 일부러 약을 올리는듯 익살스런 걸음을 걸으면서 책상으로가 종이와 펜을 가져다 내밀었다.
동팔은 어이가 없었지만 종이를 잡아 싸인을 해 주었다.
“이야~ 역시 연예인이라 싸인도 멋지네~ 여기다 걸어 놔야겠다 ㅋ”
빈정거림의 연속이 었다.
동팔은 기가 막혔지만 구속된 이후로 계속 듣는 빈정거림이라 그려러니 했는데….
“아, 맞다. 에잇, 당신 결혼했지? 같은 연예인 말이야.”
“네……”
“그래 맞어, 이름이 뭐 더라?”
“………………”
“이름이 뭐냐고?”
“그 이야기는 안하는게 낫겠습니다.”
아무리 처지도 처지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하기는 싫었다.
“어? 안하고 싶다고?”
“네….죄송하…ㅂ… 억!!!”
동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뭔가 굉장한 충격이 느껴졌다.
소장이 동팔의 머리를 발로 차 버린 것이었다.
“야이 씨발 쓰레기 새끼야, 좋은 말로 하니까 못알아 쳐먹겠지?”
소장은 의자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동팔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연거푸 얼굴을 내리 찍었다.
한참을 그렇게 때리다 동팔의 입에서 이빨이 부러져 튀어나가자
소장은 큰 숨을 내 뱉고는 다시 담배를 물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씨발 연예인이라고 존대말도 써주고 말이야 응? 그랬는데 못알아 쳐먹네?”
“아까 그랬잖아, 여긴 인권 뭐 그딴 좆 같은거 없다니깐?”
“내가 여기 왕이야, 왕. 내가 하라면 하는거고 말라면 마는 거라고 알아?”
“……네……”
동팔은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혀를 움직여 간신히 대답했다.
“여기에 사람 20명 썰어 죽이고 쳐먹다가 잡혀온 새끼가 있거든?”
“그 새끼도 나만 보면 오줌을 지려, 그러니까 뒤질 용기 없으면 개기진, 말고 알았지?”
“……네…”
“거봐 좋잖아 말로 하니깐? 아, 씨발 간만에 몸 썼더니 땀 나잖아 씨발…미안하지?”
“…네…죄송합니다……”
소장은 담배를 깊이 쭉 빨아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그래, 와이프 이름이 뭐라고?”
동팔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고통과 무기력함에 지친듯 입을 떼었다.
“박…한빛 입니다.”
“아! 맞다 맞어 박한빛! 박한빛 이었어!”
“내가 얼굴하고 몸매는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말이야.”
“아…네….”
“씨발, 그여자는 무슨 죄냐? 너 같은 쓰레기 때문에.”
“………………”
“그때 너 군대에서 떡치다 걸렸을 때도 그여자가 봐주고 넘어갔는데
너 사고 칠때 너랑 같은 차 타고 있다가 괜히 그 여자까지 티비에 못 나오지 요즘?”
“………………”
“아깝네 아까와, 얼짱 출신이니 얼굴도 이뻐, 요가 한다고 몸매도 죽여, 그런데 남편이 쓰레기야. ㅉㅉㅉㅉㅉ.”
“………………”
“뭐, 이젠 다른 남자도 만나고 잘 풀리겠지. 우린 니 걱정이나 하자구.”
“네……”
그러더니 인터폰을 누르곤,
“다 됐어요, 쓰레기 치워 가세요.”
곧, 아까 동팔을 데리고온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에게 끌려 소장실을 나가려는데 소장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나가려던 교도원이 동팔을 세웠다.
“이 새낀 6달 독방에 넣으세요, 한번 개기더라구.”
소장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최동팔과 박한빛에 관한 사진과 기사들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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