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받는 영약 6-5
6-5 혈사단 1
“당신 미쳤어요?”
“....”
“아니 어떻게 그런 아이에게... 내가 정말이지!!!”
“……. 그만 하구려!”
“당신 제정신이 아니에요. 어떻게! 어떻게 받은 열양단을...”
“입 다물라고 했소!!!”
팽식의 노기어린 말에 팽식의 본처의 입이 다물어졌다. 하지만 본처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아니 불만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가득했다.
“나가시오!”
“……. 당신 실수하신 거예요!! 분명 후회할 것이에요!!”
본처는 독기어린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팽식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팽식이 대호에게 열양단을 주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집안에서 퍼졌다. 그리고 그 사실에 팽가의 처들과 첩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만약 팽식이 스스로 열양단을 먹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팽식은 이 영약을 대호에게 주었다. 처들과 첨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 영약을 비천한 아이에게 주다니!! 특히 팽가의 본처는 직접적으로 하늘같은 남편인 팽식에게 따질 정도였으니.. 그 사태가 얼마나 팽식의 집안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팽식은 대호에게 열양단을 준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아직도 내공이 늘어난 대호가 자신의 무공을 확인하고 보여준 뿌듯한 표정과 자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던 장면은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난리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본처는 정말 대놓고 자신을 미쳤다고 말했고 다른 처와 첩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다른 아들들도 자신을 보는 눈빛이 ‘왜 그런 쓸모없는 일을 하셨습니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골치가 아프구나. 아파...”
팽식은 조용히 방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모된 내공을 채우기 위해 1주일동안의 휴가를 낸 상태였지만 운기를 하는 시간보다 바가지를 긁히는 시간이 많았으니..
“하하... 내공이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구나...”
대호는 연무장에서 도를 놀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있는 40년의 내공! 그 내공으로 초식을 펼치자 이전과는 격이 다른 무공이 펼쳐졌다. 일류무사가 확실했다. 아니 평범한 일류무사의 수준보다 높았다.
“크크크 열양단을 먹으니 좋으냐?”
자신의 무공에 심취하여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대호의 뒤에서 갑작스러운 말이 나왔다. 그리고 대호가 뒤돌아보자 그 곳에는 대호의 둘째형인 팽충이 서 있었다.
“충형님.. 오셨습니까?”
팽충은 대호의 인사는 받지 않고 마치 깔보듯이 대호를 위아래로 보았다.
“아버지는 이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런 영약을 먹이신 것인지..”
“.....”
본처의 아들인 팽충은 어려서부터 팽대호를 무시했었다. 그리고 그 무시는 팽충이 나이가 서른이 되서도 없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자신이 아버지의 후계자라고 생각했던 팽식은 열양단을 아들중에 한명이 받는다면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뜬금없이 팽식이 대호에게 열양단을 주자 당황스러우면서도 팽대호에 대한 시기심이 생겨났다.
“무공이 얼마나 되느냐?”
“네? 저 말입니까?”
“그래.”
“일류입니다.”
“일류? 고작 일류? 그 좋은 열양단을 먹고도 일류에 불과하냐?”
“.....”
“만약 내가 열양단을 먹었으면 벌써 초절정은 들었을 것이다! 어찌 아버님은 이런 녀석에게 그 귀한 것을 주셨단 말인가....”
팽충의 말에 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팽충이 절정의 경지에 들었다고 잔치를 벌인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런 팽충이 아무리 열양단을 먹더라도 초절정에 오를 수는 없었다.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는 단순히 영약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팽충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 팽충의 억지스러운 구박에도 대호는 조용히 있었다. 어차피 영약을 받은 것은 자신이었으니..
“꼴도 보기 싫구나..”
팽충은 대호의 모습이 보기 싫다면서 자리를 떠났고 대호는 그런 팽충을 보면서 걱정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호에 대한 핍박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본가에는 팽식의 2명의 처와 2명의 첩들이 있었고 그녀들이 낳은 아들이 무려 10명이나 되었다. 그런 대가족이 대호를 볼 때마다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으니 대호가 받는 압박이 심했다.
그래도 대호가 좋았던 것은 아버지의 관심이었다. 평생 동안 자신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팽식은 매일 약간이라도 대호의 무공을 봐주었고 열양단이라는 엄청난 영약도 주었다. 그런 팽식에게 고마워하며 대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귀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대호가 본가에서 참으며 지냈고 계절은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다.
“하하하..”
대호는 손에 든 도를 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웃으면서도 눈에 맺힌 눈물이 대호가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내가... 내가 도기를.. 마음대로 부리다니.... 내가 절정이라니...”
대호의 손에든 도에는 은은한 빛깔의 도기가 어려 있었다. 이제는 초식을 전개하지도 않고 도에 기를 자유자재로 주입하는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작 반년 만에 이류무사가 절정의 경지에 오르다니..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절박함과 꾸준했던 노력 그리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대호가 부족했던 내공을 채워주는 영약을 먹으면서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 기적.. 기적이 분명했다.
“하하하하...”
대호는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도에 서린 도기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물 때문에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참이나 대호는 서서 자신의 손에 있는 도기를 보았다. 계속.....
연호단의 부단주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 팽식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 대호가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팽식은 대호가 대견스러우면서도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아무에게나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팽식이었다.
“거.. 거참.. 그 녀석.. 대견스럽구나.”
대호는 18살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대호의 재능이 역시나 범상치 않다는 말이었다. 현재 대호의 무공 수준은 팽가로부터 많은 영약과 비급을 받은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자라난 최상위 계층의 유망주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지였다. 대호가 어려서부터 무공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공문제만 해결해주자 무섭게 성장하는 팽대호의 모습에 아버지로서 팽식은 뿌듯함을 느꼈다.
“허허허”
연호단의 부단주로서 팽식의 책상위에는 처리해야할 엄청난 서류들이 있었다. 그런 지루한 수많은 서류들을 처리하면서도 팽식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가 않았다.
얼마나 대견한 아들인가? 얼마 전에 어미가 죽는 커다란 슬픔을 격고서도 방황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무공을 수련하여 절정에 달하다니.. 이런 재능 있는 아들을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
그렇다고 팽식에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호가 열양단 덕분에 내공이 성장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하였지만 대호의 내공은 여전히 문제였다. 열양단 조차도.. 다른 무인이 먹었다면 30년의 내공을 얻었을 것인데 대호는 고작 20년의 내공밖에 얻지 못하였고.. 내공 수련하는 시간에 비해 쌓이는 양은 역시나 적었다. 결국에는 대호의 내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미래가 없는 것이었다.
“가문의 사재를 부어서라도 영약을 구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 않는가...”
영약으로 내공을 쌓는 것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대호의 성장이 너무나 아까운 팽식이었다. 무인이 성장하는 시기에 확실하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대호는 지금이 최고의 성장기였다.
팽식이 업무를 보면서 대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팽식의 방으로 한 검은 장막을 입은 인물이 창문을 통해서 조용히 들어왔다.
“팽식님”
“……. 혈사단의 분이시군요.”
갑작스러운 인물의 등장에 팽식은 당황하지 않고 인사를 하였다.
“흐흐흐 팽식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군요.”
“......”
“좋은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무.. 무슨 말이신지?”
“어허.. 왜 그러십니까?”
“.....”
팽식이 아무 이유 없이 대호가 절정에 올랐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팽식이 대호의 경지를 숨긴 것은 바로 혈사단이라는 팽가의 비밀결사단 때문이었다.
혈사단은 2년 전에 있었던 미희의 대탈주 이후에 팽가의 가주인 팽완이 만든 단체였다. 기존에 존재하던 비곡이라는 곳을 혈사단이라는 곳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혈사단의 목적은 팽가의 부흥.. 그리고 팽가의 무림재패였다.
2년 전. 무림맹에서의 당한 수모를 팽완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수모가 팽가가 약해서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팽완은 팽가로 돌아와서 활동이 제한된 10년 동안 남아 있는 음녀들을 사용하여 숨겨진 고수들을 키우기로 작정하였다. 10년 후에 팽가가 무림에서 진출할 때 사용할 비수를 갈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숨겨진 고수들이 바로 혈사단이었다.
그런데 혈사단에서 무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혈사단에 맞는 무사들을 구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무공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으면서 팽가를 배신하지 않고 팽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이 혈사단의 자격이었다. 그래서 기존의 혈사단의 단원들은 새로운 혈사단원을 뽑기 위해 팽가직계의 간부들의 자제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팽식도 팽가직계에 연호단의 부단주였기 때문에 팽식의 아들들도 새로운 혈사단원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팽식은 자신의 아들중에서 어린나이에 절정에 오른 대호가 관심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대호의 무공수준을 숨기려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호는 그 이전부터 혈사단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호가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밤에 부단주님께서 직접! 방문하실 겁니다.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시죠.”
“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는 제 아들을 그곳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팽식은 이전에 혈사단에 대해서 들었을 때, 혈사단의 단원에게 자신의 아들들은 혈사단에 넣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표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혈사단원을 뽑는 것은 팽식의 의사와 상관이 없었다.
“하하하.. 제 귀가 이상한 것 같군요.. 잘못 들은 것 맞죠?”
“....... 나는 팽가의 직계로 팽가를 사랑하고 팽가가 나의 모든 것이오. 하지만 내 아들 녀석이 어둠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팽식의 말을 마치 못 들었다는 듯이 혈사단의 방문자는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고 녀석 참 대단하더군요. 혈사단의 부단주님께서 직접 시험하시기에 무언가 있는 녀석인줄은 알았지만 내공이 받쳐졌다고 고작 몇 달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하다니..”
“그.. 그것이 잠시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어차피 부단주님께서 직접 나서겠다고 하시니..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이만...”
팽식의 말은 마치 무시하듯이 자신이 할 말을 하고 혈사단의 무사는 다시 창문으로 사라졌다. 팽식은 그런 무사가 나간자리를 멍하게 보기만 하였다.
가을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해가 길었던 덕분에 저녁을 먹고 나서 대호는 황혼을 맞으면서 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자유자재로 도가 움직였고 그렇게 움직이는 도와 함께 무공을 연무하는 것은 대호에게 황홀한 기분을 주었다. 몇 년 동안 무공이 정체되어 있었던 대호에게는 최고의 쾌감이었다.
“이제.. 완전히 몸에 익었다.”
대호는 도기가 확실하게 익숙해졌다. 아니 편해졌다. 도기가 이제는 완전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공이 해결된 이후에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대호였다.
“대호야!”
“!!”
대호는 놀란 표정으로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팽식이 평소와는 다른 엄숙한 얼굴로 서있었다.
“죄.. 죄송해요 아버지..”
대호의 경지가 오르더라도 팽식은 늘 대호에게 초식보다는 내공을 수련하라고 하였다. 그것이 대호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었고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당장의 경지에 감탄해서 초식을 수련하다 보면 대호에게는 미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도.. 초식수련이 좋으냐?”
대호는 머뭇머뭇 거리다 대답하였다.
“네 아버지.. 하지만 저.. 오늘 하루 종일 내공 수련하다가 잠시 초식 수련한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래.. 널 탓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스스로의 미래를 버릴 정도로 멍청한 녀석은 아닐 테니....”
대호는 아버지가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자. 다행이라는 생각에 얼굴표정이 풀렸다. 그리고 그런 대호를 보면서 팽식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서렸다. 이제 표정이 밝아진 대호였다.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를 혈사단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이런 대호를 도저히 팽가의 어둠인 혈사단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팽식은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느끼면서 오늘 밤에 무조건 거절을 할 것을 다시 각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