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01
질주01
방 안의 풍경은 질탕했다.
불그스레한 조명과 공기 중을 떠도는 주향,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 헝클어진 침대 위에 얽힌 두 나신.
상앗빛 꿈틀대는 몸은 구릿빛 강건한 육체에 마치 먹이인 듯, 다리 사이에 꽉 물려 간헐적인 신음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아... 오빠..."
"..."
묵묵히 허리를 흔들다 등골을 타고 치솟아 오르는 쾌감을 느끼며 한껏 자신의 욕정을 여자의 안에 토해낸 그는 여운을 즐기는지 달뜬 몸을 부비며 여자의 가슴을 희롱했다.
"좋았어..."
"그래?"
사랑스럽다는 듯, 남자의 머리칼을 매만지다 살풋 풍겨오는 체취에 몸을 떤 여자는 미끄러지듯 연결을 풀고 하반신으로 내려가 서로의 액체에 범벅이 된 남성을 한껏 입에 물었다.
"어때?"
"하지 마. 출근해야해."
키킥 웃으며 귀두를 베어물다 어느새 남성의 옆을 훓어 내려가며 새하얀 손으로 슬쩍슬쩍 그의 물건을 흔들기 시작하자 다시 그의 분신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피곤하다니까."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다 부드러운, 그러나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의 남성에서 여자의 입을 떼어낸 그는 광란의 밤을 마감하려는 듯 샤워실의 문을 닫았다.
뜨거운 물이 어깨선을 타고 흘렀다. 이제 서른 남짓,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장 성숙하고 강건할 나이다. 너댓 번 쯤 하자면 좀 피로하긴 해도 못할 것은 없다만 저 여자의 민활한 움직임이 외려 그의 자제심을 발동시켰다.
"꼭 그럴까..?"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 매번 그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고뇌하게 만들고 이렇게 창녀와-애인이라는 게 더 적합하지만-놀아나게 만드는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워실을 나가자 희디흰 육체를 침대보에 감싸고 교태롭게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들어가."
"후우, 언제까지 그럴 거야? 수정이라고 다정하게 불러 달랬지?"
"모레 열 시. 시간 비워놔."
누가 뭐라건 제 할 말만 딱 하고 셔츠 단추를 잠그는 그를 수정은 새치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름다울 정도로 오만한 남자.
미형은 미형이다. 유부남 3년차에 아저씨라는 말이 어울리는 서른 둘이다. 그런데도 저리 여자의 심금을 울리는 눈을 할 수 있을까?
평소에 사람들은 그가 미남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가 가진 지위나, 풍겨나오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일까. 어느샌가 그레이 색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 이런건 여자가 매주는 거라며 몸을 감싼 침대보가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않고 넥타이 매듭을 고치자 그는 가볍게 이마에 입맞추고는 휙하니 방을 나가 버렸다.
침대 옆, 정사의 흔적이 아직도 적나라한 그 침대 옆의 탁상에 올려진 흰 종이 한 장. 그 수표는 그녀가 창녀라는 사실만을 드러냈다. 다리 사이를 타고 내리는, 그가 남기고 간 욕망의 흔적이 멍하니 섰던 그녀를 깨웠다.
"...재미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왜 그 말을 끝까지 꺼내지 못했을까?
새로 배정된 방의 페인트 냄새가 과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하루이틀이면 냄새도, 여기 있을 이유도 사라지겠지만 결제서류를 들여다보고, 도장을 찍어주고. 모든 것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 평소라면 눈치도 못 챘을 이 냄새가 그리도 역겹게 느껴졌다.
"미스 김, 나 좀 나갔다 오지. 자네도 좀 다른데 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 페인트냄새가 영..."
"네, 전무님"
고개를 꾸벅 숙이고 걸어 나가는 미스 김. 타이트한 정장치마에 감싸인 동그란 엉덩이가 살랑거리며 욕정을 돋궜다. 수정을 만나고 오긴 했지만 육체는 불만족한듯 그르렁대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비서라고 해봐야 대여섯 살 차이, 그의 아내 또래다. 그런데도 괜스레 무게를 잡게 되는 것은 있지만 애인처럼 대해도 무방할 텐데.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단조로운 화음이 울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슈트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볼 것 없이 바로 통화를 누른 그는 익숙한 목소리에 어쩐지 안도감마저 들었다.
"예. 장인어른"
이사회는 단조로웠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차기 임원들은 미리 정해져 놓은 살생부대로 지명되었고, 거수기 사외이사들과 내심 역전극을 꾀했을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이 판에서 무엇이 놀라울까.
모두가 퇴실하는 와중, 그에게 한 청년이 접근했다.
"최 전무님? 잠시 따라와 주시지요."
명찰을 보니 누군가의 비서다. 하지만 뭐지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그를 따라 발을 내딛게 하는 마력적인 목소리. 분명 무슨 일이냐고 권위를 내세워야 했건만 새파랗게 어린-그래봐야 너댓살 차이-놈한테 농락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쪽입니다."
"..."
이럴때는 침묵하는것이 제일이다. 마치 너희들이 날 얼마나 대접하는지 보겠다는 오만함으로 대하면 저쪽이 먼저 숙이고 들어오기 마련.
"여기입니다."
그렇게 말 없이 젊은 비서를 따라간 곳은 최고급 목재로 장식된 방문 앞. 이 문을 익히 잘 알고있는 그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들어오도록."
소파에 깊숙히 앉아 한 손으로 신문을 읽다 탁 접어 탁상에 내려놓은 여인은 마치 모델같은 걸음걸이로 거대한 탁상 뒤를 돌아나왔다.
"최 전무님. 제가 왜 전무님을 불렀는지는 아시겠지요?"
턱끝으로 젊은 비서를 내보낸 여인은 그때까지도 얼굴이 굳어있던 그가 소파에 앉자 비스듬히 그의 옆 자리에 앉았다. 분명 정장 차림의 세련되고 이지적인 모습이건만 왜 이렇게 색향이 풍겨나올까. 베이지색 블라우스 안에 숨겨진 풍만한 가슴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재킷을 압박하고, 벌어질락 말락 은밀한 부분을 감춘 우윳빛 허벅지가 그의 눈을 끌었다. 이제 마흔이 채 안된 채로 칠순이 넘은 노인의 미망인이나 다름없는 여인은 우아함과 색기를 아낌없이 내보이고 있었다.
"아시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싱긋 웃은 여인은 그의 넥타이를 잡아 끌었다. 왜들 이렇게 넥타이에 집착할까. 그렇게 그는 생각하며 달큰한 향내를 풍기는 입술이 그의 입술에 와닿는 상상을 해 버렸다.
"어머? 별 것 아녜요."
손톱으로 그의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그의 셔츠 맨 윗 단추를 푸르고 헐거워진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이정도만 해도 공적인 상황이 아니다. 둘 다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무슨 짓인가. 하지만 둘 다 개의치 않는 듯, 그는 그녀의 재킷을 벗겨 버리고 얇은 블라우스 위로 도드라진 가슴의 윤곽을 움켜쥐었다.
"날 안고 나면 알게 되겠죠?"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아니면 단지 급한 것 뿐인지. 허리띠를 푸른 그의 바지 앞섶을 젖힌 그녀는 생긋, 천진하게 웃었다. 벽을 두 손으로 짚고 선 채 하반신을 남자에게 전라로 내보이는 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애교와 청순함 어린 미소를 보며 그는 용트림하는 그의 물건을 천천히 은밀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글쎄요...? 그건 알아서 하셔야겠죠?"
분명 이 방 어딘가에선 이 장면이 녹화되고 있을 것이다. 여인의 얼굴은 몰라도 그의 얼굴과 물건만은 도드라지게. 허리를 흔들며, 그의 물건에 휘감겨 들어오는 살결의 향연을 즐기면서도 일말의 두려움은 남아 있었다.
절대 작지 않은 남성, 그리고 그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후배위. 전희도 없고 분명 제대로 된 성경험이 많지 않을 그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아이에게 젖을 주는 어미의 표정으로 그의 육봉을 받아내고, 그를 쾌락의 정점으로 인도하면서 일말의 고통이나 희열도 찾기 어려운 저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여자가 인간은 맞나 하는 심정마저 들었다.
"하아..."
다시 한번 욕정을 여인의 안에 토해 낸 그는 서서히 죽어가는 남성으로 마지막 느낌을 즐기며 안의 벽을 부볐다. 벽을 짚었던 흰 손으로 비부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닦아 혀 끝으로 햟는 모습에 다시 한번 육봉이 맥동했지만 무엇을 더 요구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를 말렸다.
빙긋 웃으며 아직도 벗은 하반신으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남성을 깨끗이 청소하는 그녀의 혀를 음미하며 그는 다음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장인의 실각, 이 여자가 쾌락의 대가로 요구한 것은 바로 그와 전 회장의 가장 큰 동맹자였던 장인의 실각이었다. 그에게 처음 안길 때부터 알 수 있었고, 매월 두 번씩 정보를 빼돌릴때마다 암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늙은 너구리와 여우의 싸움. 누가 이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다. 하지만 둘 다 순식간에 그를 파멸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희디흰 허벅지가 다시 타이트한 정장 치마 속으로 사라지고, 색향이 우아함 속에 몸을 감추었다. 싱긋 웃으며 넥타이를 매 주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고개를 까딱 하고는 나가버렸고 열린 문으로 다시 젊은 비서가 들어왔다.
"사모님. 다음 일정은.."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할 말만 하던 비서의 어깨가 짧게 떨렸다.
"알아요. 하지만 난 즐겁고... 당신에게도 돌아가는 것은 있으니까. 훗"
다시 턱짓으로 나가라고 신호한 그녀는 의자에 푹 파묻혀 거대한 탁상의 서랍을 열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남성으로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의 없었다. 조금 과장해 팔뚝만한 딜도를 꺼낸 그녀는 아까 그가 토해낸 정액으로 미끈미끈한 곳 속으로 딜도를 거칠게 밀어넣었다. 돌기들이 질벽을 스치며 고통과 함께 쾌감을 만들어냈다.
칠십대 노인의 후처, 팔려온 계집애. 박탈감은 욕망으로 표현되었고, 색기, 명기와 합쳐져 아마 그녀라는 괴물이 탄생했을 것이다. 권력을 탐하고 남자들을 잡아먹는 괴물.
그는 기사를 두지 않았다. 대기업의 전무이사쯤 되면 최고급 세단에 기사까지 두고 다닐 법한데도 그는 검소함인지 고집인지 모를 태도로 평범한 차에 항상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다. 그걸 가식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었고 검소하다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딩동 딩동"
그의 집이지만 그는 항상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군가에게 문을 열라 요구할 수 있는 권위와, 항상 누가 있다는 확신. 다소곳하게 문을 여는 아내가 그 확신을 항상 증명하곤 했다.
"다녀오셨어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정중한 인사와 슈트 재킷을 받쳐 들고 벽에 거는 모습.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슨 가부장적인 모습이냐고 하겠지만 지난 몇 년의 세월에 걸쳐 그는 이런 모습만을 봐 왔고 처음엔 놀랐어도 이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늘이 수요일이지?"
"예."
오늘따라 아내의 목욕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의무방어전 날이 암묵적으로 이렇게 정해진 것은 그조차도 꺾을 수 없는 아내의 고집 때문. 하필이면 회장 부인을 만나는 날과 겹치는 것을 어찌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면 꼭 아내는 보리차나 숭늉 한 사발을 주발에 담아 그의 오른편에 내려놓는다. 계절에 맞는 과일 몇 조각을 미리 썰어 놓았다가 냉장고에서 꺼내와 내려놓고 다 먹은 반찬그릇을 설거지통에 치워놓는다. 마치 기계처럼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신혼 시절에는 말리려고 했지만 고집스런 것은 장인어른을 꼭 닮았다. 철저히 순종적인 면도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 하는-말로는 아니지만-꿋꿋한 태도.
"여보."
짧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내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가녀린 허리와 손에 꼭 잡히는 아담한 가슴. 집이라 그런지 수수한 면티와 면바지 차림이라 안에 손을 집어넣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이따가... 해 주세요."
"아니."
훗. 이것을 절단마공이라 부르던가요? 좋으시면 경방 글에 가서 +4 꾹 눌러주세요. 회원색좀 바꿔보렵니다.
그나저나 글을 이렇게 쓰긴 했어도 여자입장에서 맘에 들진 않네요...
방 안의 풍경은 질탕했다.
불그스레한 조명과 공기 중을 떠도는 주향,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 헝클어진 침대 위에 얽힌 두 나신.
상앗빛 꿈틀대는 몸은 구릿빛 강건한 육체에 마치 먹이인 듯, 다리 사이에 꽉 물려 간헐적인 신음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아... 오빠..."
"..."
묵묵히 허리를 흔들다 등골을 타고 치솟아 오르는 쾌감을 느끼며 한껏 자신의 욕정을 여자의 안에 토해낸 그는 여운을 즐기는지 달뜬 몸을 부비며 여자의 가슴을 희롱했다.
"좋았어..."
"그래?"
사랑스럽다는 듯, 남자의 머리칼을 매만지다 살풋 풍겨오는 체취에 몸을 떤 여자는 미끄러지듯 연결을 풀고 하반신으로 내려가 서로의 액체에 범벅이 된 남성을 한껏 입에 물었다.
"어때?"
"하지 마. 출근해야해."
키킥 웃으며 귀두를 베어물다 어느새 남성의 옆을 훓어 내려가며 새하얀 손으로 슬쩍슬쩍 그의 물건을 흔들기 시작하자 다시 그의 분신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피곤하다니까."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다 부드러운, 그러나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의 남성에서 여자의 입을 떼어낸 그는 광란의 밤을 마감하려는 듯 샤워실의 문을 닫았다.
뜨거운 물이 어깨선을 타고 흘렀다. 이제 서른 남짓,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가장 성숙하고 강건할 나이다. 너댓 번 쯤 하자면 좀 피로하긴 해도 못할 것은 없다만 저 여자의 민활한 움직임이 외려 그의 자제심을 발동시켰다.
"꼭 그럴까..?"
자정이 지났으니 오늘, 매달 둘째, 넷째 주 수요일. 매번 그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고뇌하게 만들고 이렇게 창녀와-애인이라는 게 더 적합하지만-놀아나게 만드는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워실을 나가자 희디흰 육체를 침대보에 감싸고 교태롭게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들어가."
"후우, 언제까지 그럴 거야? 수정이라고 다정하게 불러 달랬지?"
"모레 열 시. 시간 비워놔."
누가 뭐라건 제 할 말만 딱 하고 셔츠 단추를 잠그는 그를 수정은 새치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름다울 정도로 오만한 남자.
미형은 미형이다. 유부남 3년차에 아저씨라는 말이 어울리는 서른 둘이다. 그런데도 저리 여자의 심금을 울리는 눈을 할 수 있을까?
평소에 사람들은 그가 미남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가 가진 지위나, 풍겨나오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일까. 어느샌가 그레이 색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 이런건 여자가 매주는 거라며 몸을 감싼 침대보가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않고 넥타이 매듭을 고치자 그는 가볍게 이마에 입맞추고는 휙하니 방을 나가 버렸다.
침대 옆, 정사의 흔적이 아직도 적나라한 그 침대 옆의 탁상에 올려진 흰 종이 한 장. 그 수표는 그녀가 창녀라는 사실만을 드러냈다. 다리 사이를 타고 내리는, 그가 남기고 간 욕망의 흔적이 멍하니 섰던 그녀를 깨웠다.
"...재미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왜 그 말을 끝까지 꺼내지 못했을까?
새로 배정된 방의 페인트 냄새가 과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하루이틀이면 냄새도, 여기 있을 이유도 사라지겠지만 결제서류를 들여다보고, 도장을 찍어주고. 모든 것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 평소라면 눈치도 못 챘을 이 냄새가 그리도 역겹게 느껴졌다.
"미스 김, 나 좀 나갔다 오지. 자네도 좀 다른데 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 페인트냄새가 영..."
"네, 전무님"
고개를 꾸벅 숙이고 걸어 나가는 미스 김. 타이트한 정장치마에 감싸인 동그란 엉덩이가 살랑거리며 욕정을 돋궜다. 수정을 만나고 오긴 했지만 육체는 불만족한듯 그르렁대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비서라고 해봐야 대여섯 살 차이, 그의 아내 또래다. 그런데도 괜스레 무게를 잡게 되는 것은 있지만 애인처럼 대해도 무방할 텐데.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단조로운 화음이 울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슈트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볼 것 없이 바로 통화를 누른 그는 익숙한 목소리에 어쩐지 안도감마저 들었다.
"예. 장인어른"
이사회는 단조로웠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차기 임원들은 미리 정해져 놓은 살생부대로 지명되었고, 거수기 사외이사들과 내심 역전극을 꾀했을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이 판에서 무엇이 놀라울까.
모두가 퇴실하는 와중, 그에게 한 청년이 접근했다.
"최 전무님? 잠시 따라와 주시지요."
명찰을 보니 누군가의 비서다. 하지만 뭐지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그를 따라 발을 내딛게 하는 마력적인 목소리. 분명 무슨 일이냐고 권위를 내세워야 했건만 새파랗게 어린-그래봐야 너댓살 차이-놈한테 농락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쪽입니다."
"..."
이럴때는 침묵하는것이 제일이다. 마치 너희들이 날 얼마나 대접하는지 보겠다는 오만함으로 대하면 저쪽이 먼저 숙이고 들어오기 마련.
"여기입니다."
그렇게 말 없이 젊은 비서를 따라간 곳은 최고급 목재로 장식된 방문 앞. 이 문을 익히 잘 알고있는 그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들어오도록."
소파에 깊숙히 앉아 한 손으로 신문을 읽다 탁 접어 탁상에 내려놓은 여인은 마치 모델같은 걸음걸이로 거대한 탁상 뒤를 돌아나왔다.
"최 전무님. 제가 왜 전무님을 불렀는지는 아시겠지요?"
턱끝으로 젊은 비서를 내보낸 여인은 그때까지도 얼굴이 굳어있던 그가 소파에 앉자 비스듬히 그의 옆 자리에 앉았다. 분명 정장 차림의 세련되고 이지적인 모습이건만 왜 이렇게 색향이 풍겨나올까. 베이지색 블라우스 안에 숨겨진 풍만한 가슴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재킷을 압박하고, 벌어질락 말락 은밀한 부분을 감춘 우윳빛 허벅지가 그의 눈을 끌었다. 이제 마흔이 채 안된 채로 칠순이 넘은 노인의 미망인이나 다름없는 여인은 우아함과 색기를 아낌없이 내보이고 있었다.
"아시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싱긋 웃은 여인은 그의 넥타이를 잡아 끌었다. 왜들 이렇게 넥타이에 집착할까. 그렇게 그는 생각하며 달큰한 향내를 풍기는 입술이 그의 입술에 와닿는 상상을 해 버렸다.
"어머? 별 것 아녜요."
손톱으로 그의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그의 셔츠 맨 윗 단추를 푸르고 헐거워진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이정도만 해도 공적인 상황이 아니다. 둘 다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무슨 짓인가. 하지만 둘 다 개의치 않는 듯, 그는 그녀의 재킷을 벗겨 버리고 얇은 블라우스 위로 도드라진 가슴의 윤곽을 움켜쥐었다.
"날 안고 나면 알게 되겠죠?"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아니면 단지 급한 것 뿐인지. 허리띠를 푸른 그의 바지 앞섶을 젖힌 그녀는 생긋, 천진하게 웃었다. 벽을 두 손으로 짚고 선 채 하반신을 남자에게 전라로 내보이는 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애교와 청순함 어린 미소를 보며 그는 용트림하는 그의 물건을 천천히 은밀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글쎄요...? 그건 알아서 하셔야겠죠?"
분명 이 방 어딘가에선 이 장면이 녹화되고 있을 것이다. 여인의 얼굴은 몰라도 그의 얼굴과 물건만은 도드라지게. 허리를 흔들며, 그의 물건에 휘감겨 들어오는 살결의 향연을 즐기면서도 일말의 두려움은 남아 있었다.
절대 작지 않은 남성, 그리고 그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후배위. 전희도 없고 분명 제대로 된 성경험이 많지 않을 그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아이에게 젖을 주는 어미의 표정으로 그의 육봉을 받아내고, 그를 쾌락의 정점으로 인도하면서 일말의 고통이나 희열도 찾기 어려운 저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여자가 인간은 맞나 하는 심정마저 들었다.
"하아..."
다시 한번 욕정을 여인의 안에 토해 낸 그는 서서히 죽어가는 남성으로 마지막 느낌을 즐기며 안의 벽을 부볐다. 벽을 짚었던 흰 손으로 비부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닦아 혀 끝으로 햟는 모습에 다시 한번 육봉이 맥동했지만 무엇을 더 요구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를 말렸다.
빙긋 웃으며 아직도 벗은 하반신으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남성을 깨끗이 청소하는 그녀의 혀를 음미하며 그는 다음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장인의 실각, 이 여자가 쾌락의 대가로 요구한 것은 바로 그와 전 회장의 가장 큰 동맹자였던 장인의 실각이었다. 그에게 처음 안길 때부터 알 수 있었고, 매월 두 번씩 정보를 빼돌릴때마다 암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늙은 너구리와 여우의 싸움. 누가 이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다. 하지만 둘 다 순식간에 그를 파멸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희디흰 허벅지가 다시 타이트한 정장 치마 속으로 사라지고, 색향이 우아함 속에 몸을 감추었다. 싱긋 웃으며 넥타이를 매 주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고개를 까딱 하고는 나가버렸고 열린 문으로 다시 젊은 비서가 들어왔다.
"사모님. 다음 일정은.."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할 말만 하던 비서의 어깨가 짧게 떨렸다.
"알아요. 하지만 난 즐겁고... 당신에게도 돌아가는 것은 있으니까. 훗"
다시 턱짓으로 나가라고 신호한 그녀는 의자에 푹 파묻혀 거대한 탁상의 서랍을 열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남성으로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의 없었다. 조금 과장해 팔뚝만한 딜도를 꺼낸 그녀는 아까 그가 토해낸 정액으로 미끈미끈한 곳 속으로 딜도를 거칠게 밀어넣었다. 돌기들이 질벽을 스치며 고통과 함께 쾌감을 만들어냈다.
칠십대 노인의 후처, 팔려온 계집애. 박탈감은 욕망으로 표현되었고, 색기, 명기와 합쳐져 아마 그녀라는 괴물이 탄생했을 것이다. 권력을 탐하고 남자들을 잡아먹는 괴물.
그는 기사를 두지 않았다. 대기업의 전무이사쯤 되면 최고급 세단에 기사까지 두고 다닐 법한데도 그는 검소함인지 고집인지 모를 태도로 평범한 차에 항상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다. 그걸 가식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었고 검소하다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딩동 딩동"
그의 집이지만 그는 항상 현관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군가에게 문을 열라 요구할 수 있는 권위와, 항상 누가 있다는 확신. 다소곳하게 문을 여는 아내가 그 확신을 항상 증명하곤 했다.
"다녀오셨어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정중한 인사와 슈트 재킷을 받쳐 들고 벽에 거는 모습.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슨 가부장적인 모습이냐고 하겠지만 지난 몇 년의 세월에 걸쳐 그는 이런 모습만을 봐 왔고 처음엔 놀랐어도 이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늘이 수요일이지?"
"예."
오늘따라 아내의 목욕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의무방어전 날이 암묵적으로 이렇게 정해진 것은 그조차도 꺾을 수 없는 아내의 고집 때문. 하필이면 회장 부인을 만나는 날과 겹치는 것을 어찌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면 꼭 아내는 보리차나 숭늉 한 사발을 주발에 담아 그의 오른편에 내려놓는다. 계절에 맞는 과일 몇 조각을 미리 썰어 놓았다가 냉장고에서 꺼내와 내려놓고 다 먹은 반찬그릇을 설거지통에 치워놓는다. 마치 기계처럼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신혼 시절에는 말리려고 했지만 고집스런 것은 장인어른을 꼭 닮았다. 철저히 순종적인 면도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 하는-말로는 아니지만-꿋꿋한 태도.
"여보."
짧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아내를 뒤에서 감싸안았다. 가녀린 허리와 손에 꼭 잡히는 아담한 가슴. 집이라 그런지 수수한 면티와 면바지 차림이라 안에 손을 집어넣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이따가... 해 주세요."
"아니."
훗. 이것을 절단마공이라 부르던가요? 좋으시면 경방 글에 가서 +4 꾹 눌러주세요. 회원색좀 바꿔보렵니다.
그나저나 글을 이렇게 쓰긴 했어도 여자입장에서 맘에 들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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