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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내 남자의 남자 13

세련은 그 줄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동공이 팽창되고 두려움에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둘러보았다.
어딘지 역겨운 곳이었다. 한기에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에는 보기에도 민망하게 온통 속이 비치는 얇은 천으로 뒤덮여있었다.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낯선 곳에 왜 그녀가 묶여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곳은 아니란 생각이었다.
두려움에 가슴이 거칠게 방망이질치고 있었다.
조용히 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발자국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일어나셨나? 너무 오래 잠들어있어서 심심 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준비해."


혁준의 모습은 악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시에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혁준이 침대로 다가오는 모습에 신경이 곤두서도 시트로 몸을 가리려고 해보았지만 그의 조소 띈 얼굴에 얼어붙고 말았다.

"저런 그렇게 얼어붙을 것 없어. 궁금한 게 많겠지? 마음 좋은 내가 궁금증을 풀어줘야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겠지? 희준이 회의 들어간 사이에 청소부로 변장해 들어가서 소파에 잠들어있던 당신을 마취시켰어.
그리고는 청소함에 넣어 유유히 회사를 빠져나왔지. 그 후에는 보는 것처럼 화려한 침실이고 말이야.
평상시보다 더 화려하고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거야. 참! 한 가지 알려줄게 있는데 당시남편은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어.
그러니 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걸 거야. 이제부터 네가 당할 일들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테니까 구경하면서 공포의 쾌감을 느껴보라고."

혁준의 말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날아들었다.
말이 끝났을 때 남자둘이 여자를 끌고 들어와 기둥에 묶고 있었다.
사지가 벌어진 여자의 얼굴에선 공포와 함께 고통이 역력히 들어나 있었다.
혁준은 만족스럽다는 듯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세련은 스멀거리고 공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잘 봐두라고. 그래야 어떤 일을 겪을지 알 것 아니야? 여기서 최대한 즐기고 다른 남자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히히 히히."

혁준의 말에 서늘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사이 남자한명은 사라지고 다른 남자가 여자의 옷을 목부터 움켜잡더니 한 번에 찢어 버렸다.
남자의 손이 거칠게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자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여자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찬 몸부림은 세련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저런 짓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혁준이 세련의 생각을 눈치 챈 것인지 재갈을 가져와 거부하는 그녀의 입에 물렸다.

"마음대로 안 되지."


혁준은 세련의 얼굴을 토닥이고는 기둥에 묶여있는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차가운 눈은 여자가 아닌 세련을 향해있었다.
옷들을 하나하나씩 벗으며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없어 눈길을 돌려야 했다.

"네가 눈을 돌리면 이 여자가 고통을 더 당할 테니까 알아서 처신해."


세련은 힘들게 눈을 들어 혁준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자랑하듯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어때 근사하지 않아? 나중에 천천히 맛볼 기회를 주지."


혁준의 말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을 때 다른 남자를 끌어당겨 입술을 겹치고 있었다.
눈은 여전히 세련에게 향해있었다.
두 남자의 얽힌 모습은 충격이었다.
희준도 저랬을 것이란 생각에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넌 절대 눈길을 돌리면 안 돼."


혁준은 파트너를 자신의 물건 쪽으로 내려 입에 가득 담게 했다.
파트너는 게걸스럽게 물건을 핥고 빨아대며 쾌락의 나락으로 끌고 갔다.
두 남자가 거친 호흡을 내뱉을 때 파트너가 물건을 빼더니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으윽...!


혁준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파트너의 엉덩이를 잡고 거칠게 안으로 삽입해 들어갔다.
두 남자의 짐승 같은 모습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안 그러면 며칠 전에 먹은 음식물까지 모두 게워낼 것 같았다.
두 남자가 절정에 다다랐는지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깊은 곳에서 울리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두 남자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혁준은 물건을 급하게 빼더니 기둥에 묶여있는 여자의 몸에 정액을 뿜어댔다.

흐윽...!


여자는 그 행위에 질린 듯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리며 서있었다.
만족한 신음소리를 내며 혁준이 움직였다.
벽에 걸려있는 채찍과 이상한 기둥모양의 방망이를 내려 여자 쪽으로 향했다.
여자에게 가해진 것은 채찍이 먼저였다.
알몸에 감기는 채찍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가 온 방안에 가득 찼다.

"아악..."
 

어두운 욕정의 손길

희준은 모든 것이 불안했다.
세련이 떠나려고 하는 것도 불안했고, 혁준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했다.
희준은 아무래도 세련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아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며 세련의 모습이 들어오자 안도감과 함께 그의 곁을 떠나려 한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이 화가 치밀었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어딜 다녀온 거요?"


세련은 희준이 집에 들어와 있자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콩닥거려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장본 것만 내밀었다.


"장 본다는 소리 안했잖소."


희준의 말에 속으로 찔끔거려 미안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그녀가 떠나면 한동안 희준이 아파할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미안했다.

희준은 세련의 미소에 더 불안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로 세련이 그의 곁에서 떠나지 못할게 할 것이다.
강제로라도 세련을 붙잡을 것이다. 두 번 다시 헤어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희준은 팔을 뻗어 세련을 품에 안았다.

작은 여자가 그의 품에서 날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프고 답답했다.
왜 이렇게 자신을 학대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오늘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를 놓아준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
장본 것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세련의 턱을 잡아 그를 바라보게 했다.

"당신을 안고 싶소."


희준은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세련은 희준과 마음이 같았지만 망설였다.
그녀의 더러운 몸을 희준에게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여태껏 그의 손길에 주춤거렸었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나니 가기 전까지 만이라도 희준을 원 없이 갖고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 마음이 강해 세련은 굴복하고 말았다.

발끝을 들어 희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두 사람에겐 말이 필요 없었다.

희준은 세련의 응답에 핀으로 고정되었던 그녀의 머리를 풀어서 흘러내리게 했다.
그 안에 손을 묻으며 입술을 겹쳤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세련을 맛보았다.

오랜만의 느낌에 손놀림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읍."


희준은 지금 당장이라도 세련의 안을 꽉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한동안 사랑을 나누지 않았기에 걱정이 앞섰다.

"당신 안을 가득 채우고 싶소."


세련이 대답 대신 손을 내려 바지 지퍼를 내렸다.
희준은 진한 키스를 하며 손을 놀려 세련의 옷을 찢듯이 벗겨버리고 그의 옷도 벗어버렸다.

하지만 속옷만은 그대로 두었다. 갈망으로 부풀어 오른 성기를 해방시켜줄 사람은 세련뿐이었다.

속옷위로 지나가는 세련의 손길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녀는 속옷 위로 문지르다가 성기를 한손에 꼭 쥐었다.

"윽...세련..."


희준의 거친 숨소리에 세련은 쥐고 있던 그의 성기를 놓고 계속 팽창해지는 것을 해방시켜주었다.
성기는 기다렸다는 듯 커지며 그 위용을 자랑하듯 고개를 들었다.

세련은 그 모습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런 세련을 보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세련을 들어 올려 다리로 허리를 감게 한 후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를 받아들일 수 있게 충분히 젖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손가락을 질 입구로 가져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와 촉촉이 젖어있는 질 안은 희준을 미치게 만들었다.

손가락을 조여 오는 느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수가 흘러내릴 때까지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세련의 눈에는 갈망이 가득했다.

손을 내려 성기를 움켜쥐고 입구로 안내하는 모습에서 요부가 보였다.

세련의 초대에 손가락을 빼내고 그 안에 성기를 밀어 넣었다.

질 안은 비좁고 뜨거워 재가 될 것 같았다.

"으윽..."


희준의 등줄기로 짜릿함이 번져갔다.
그녀의 쇄골에 입술과 혀로 핥으며 낙인을 찍듯이 세게 빨아들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좁은 곳이라 빠져나왔다가 들어가기가 여간 자극적인 게 아니었다.

세련이 옥죄어 오는 느낌에 희준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입안에선 뜨거운 숨결이 내뱉어졌다.

"나에게 팔을 두르시오."


희준은 세련의 팔을 그의 목에 감아 잡게 하고는 두 손을 잘록한 허리로 가져가 잡고 거칠게 움직였다.
세련의 질 안으로 끝까지 삽입했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세련을 두 동강이 내려는 듯 몰아갔다.


세련은 희준의 움직임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리듬에 맞추어 더 옥죄며 그의 입술을 찾았다.
두 사람의 혀가 얽혀들고 타액이 범벅이 되었다.

호흡이 정지될 때 더욱 거센 움직임과 함께 희준의 짐승 같은 포효가 세련의 입 안 가득 퍼지며 질 안에

모든 것을 터트리듯 쏟아내며 분신들로 가득 채웠다.

그녀도 희준의 성기를 조이며 모든 근심을 떨쳐내 버리며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과 함께 절정을 맛보았다.

온몸에 퍼지는 환희에 세련의 두볼 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희준은 엉켜있던 혀를 풀고 흐르는 눈물을 혀로 핥아 닦아주었다.

"미안. 당신을 내가 너무 거칠게 안은 건가?"


세련은 희준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그의 쇄골에 고개를 묻고 잔잔한 키스를 뿌려주었다.
희준은 세련의 키스에 다시 질 안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세련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몸을 눕히기도 전에 몸을 움직이며 사랑을 나누었다.

몇 번의 사랑으로 갈증이 해소되리라던 생각은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세련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갈증은 안타까움으로 변해버렸다.

두 사람은 온몸을 불태우려는 듯 그렇게 밤이 깊도록 서로의 몸을 탐하며 안타까움을 행동으로 표출해냈다.

서로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랑하고 나서야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

"사랑해. 세련아."


세련은 희준이 피를 흘리며 끔찍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희준의 아파하는 모습에 다가가려고 했지만 온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발가벗은 몸에 밧줄로 꽁꽁 묶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있어 소리를 내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희준을 불러보고 싶어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희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희준이 소리쳐 부르는데도 그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에 아픔만 증가했다.

"희준씨. 어떻게..."


세련은 묶인 몸으로라도 옆으로 굴러가려고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어버렸다.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혁준과 그의 파트너가 음흉한 눈빛으로 세련의 몸을 묶고 있는 끈의 끝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세련은 거부하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혁준은 그 모습에 흥분을 하는지 손을 세련의 몸 쪽으로 뻗고 있었다.

혁준의 손길이 그녀에게 닿는다고 생각하자 치욕스러움에 몸을 떨며 물러나려고 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세련아! 세련아!"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간신히 뒤를 돌아보았다.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던 희준이 사라지고 사랑을 가득담은 눈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웃고 서있는 그가 보였다.

세련은 혁준이 잡을 세라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제야 조금씩 세련의 몸이 움직이며 눈물로 앞을 가렸던 시야가 트이며 희준의 걱정에 찬 얼굴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꿈을 꾼 거요?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거요?"


희준은 그녀의 품에서 잠들어있던 세련이 말을 하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것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세련을 흔들어보았지만 억눌리고 억제된 목소리에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꿈에서 혁준이라도 나타난 것 같았다.

세련의 얼굴표정과 몸부림에 희준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눈을 뜨고 희준을 바라보아도 눈동자 속엔 공포와 수치심, 치욕스러운 복잡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희준은 세련의 땀으로 젖은 몸을 그의 몸에 가두어 다독여주었다.

세련의 고통스러운 눈에서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해주고 싶었다.

"모두 꿈이오. 악몽을 꾼 것뿐이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오. 당신 옆에는 항상 내가 있잖소."


희준의 다독이는 말에 세련은 서서히 긴장해있던 근육들을 풀었다.


"아무래도 속이 비어서 악몽을 꾼 모양이요. 내가 음식을 만들어오지."


세련은 기운이 없었지만 희준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고개를 흔들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작고 여린 여인이 견디기엔 버거울 것이다.
어찌 해야 혁준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 누구라도 도움을 받고 싶었다.

혁준이 잡힌다면 세련에게 안심하라고 말할 수 있지만 도주한 이상 단호하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세련은 그의 곁을 떠나려고 준비 중이니 희준으로선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었다.

"뭘 좀 먹어야 하지 않겠소?"


세련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 다시 눈을 붙일까?"


희준의 말에 움찔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세련을 눕혀 끌어당겨 안았다.
그의 품에 파고들어 불안함을 떨치려는 세련이 안쓰러웠다.

"배고프면 말하는 거요.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맛있는 것 해먹읍시다."


세련은 잠을 잔다고 했지만 워낙 생생한 꿈에 소름이 돋아났다.
눈만 감으면 희준이 피범벅이 된 모습이 보였다.

혁준의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희준이 물어보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지금 상태로는 물어본다고 해도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너무 처참하고 끔찍했기에 더 말할 수 없는지도 몰랐다.

 여기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희준의 체온과 다독임에 살포시 잠이 들었다.

희준은 낯선 인기척과 옆에서 느껴져야 할 세련의 체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뭐지?"


손가락만 움직여질 뿐 사지가 묶여있었다.
순간 두려움에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세련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을 비틀어 세련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련아? 세련? 어디 있는 거요?"


"킥킥 킥킥. 너무 애타게 찾는 것 아니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낯설면서도 많이 들어본 듯 한 목소리였다.

"누구지?"


"이거 섭섭한데. 어떻게 나랑 몸도 섞었었는데 그세 저런 년 때문에 날 잊을 수가 있는 거야?"


그제야 감이 잡혔다. 탈출했다던 혁준이 지금 자신들의 침실에 있는 것이다.


"혁준?"


"감개가 무량한데. 이제야 날 기억해 주다니 말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히히 히히. 내가 내 집에 들어오는데 누구 허락 받고 들어와야 하는 줄은 몰랐네."


갑자기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혁준이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었다.

어떤 모습인지 보기위해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이런. 이런 내가 너무 헐겁게 묶은 건가?"


"..."


혁준의 말보다 희준은 세련이 걱정됐다.

분명 세련을 얌전히 놔두었을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아내는 어디 있나?"


"자기 걱정이 먼저인 것 아니야? 왜 저런 싸구려 여자 때문에 자신 걱정은 하지 않는 거야?"


"너라면 사랑하는 사람 걱정이 안 될 것 같나?"


"나도 걱정하니까 이렇게 당신들 곁에 돌아왔잖아. 저번에 저년을 못 안아서 그런지 너무 갖고 싶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너무 아이러니하니 않아? 흐흐 흐흐."

혁준의 말에 희준은 심장이 옥죄어 오는 것 같았다.
혁준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련을 사랑한다는 말에는 탐욕과 함께 강한 소유욕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사랑을 한다면 저런 마음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했다.

하지만 혁준은 희준이나 세련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고, 자신의 탐욕만을 채우려 했다.

그건 절대로 사랑이 아니었다.


혁준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희준을 갖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발밑에 나뒹굴고 있는 물건들이 보였었다.

몇 시간 전 세련이 장을 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기에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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