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 남자의 남자 11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에 잠이 오지 않아 침대를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희준의 팔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알몸에 가운을 걸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새벽이었지만 커피를 내리기위해 물을 부었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있으려고 해도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아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다.
"뭐지?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거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느라 희준이 다가와 허리를 감싸 안는 줄도 몰랐다.
"나 때문에 깬 거예요?"
"자다가 당신이 옆에 없어서 찾으러 온 거요."
"아직 새벽인데 더 자야죠."
"당신 없으면 안 되잖소."
더할 나위없는 남편에게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내보일 수는 없었다.
확실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걱정을 끼칠 수 없었다.
"어디 아픈 거요?"
"아니요. 그냥 잠이 안와서 일찍 일어난 거예요."
"새벽까지 사랑을 나눴는데도 잠이 안온다고?"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마음을 읽은 것인지 희준이 다정히 안아주었다.
"당신 곁에는 항상 내가 있다는 것 잊지 마시오."
혁준의 일을 아직 잊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있는데도 불안해하는 세련이 안타까웠다.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같이 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회사에 같이 나갈까?"
"내가 왜요?"
"당신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어서 좋잖소."
"직원들이 욕해요."
"프랑스에서처럼 아르바이트하면 되잖소."
"억지인 것은 알아요?"
그의 키스를 환영하듯 받아들이는 세련을 끌어 당겨 안았다.
그녀의 팔이 목에 감기고 다가오자 희준의 손길이 변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키스하려고 했던 것인데 욕망이 짙게 깔려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운이 벌어지고 한 몸으로 얽혀들며 여명의 빛 속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테이블의 삐걱거림과 타이머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아침을 밝히고 있었다.
불안함과 사랑이 뒤섞여 격한 몸부림이 되어버렸다.
나른한 몸을 희준에게 기대고 무릎에 앉아있는 지금의 평화가 소중했다.
사랑을 나누면서 희준의 마음이 전해졌다.
"내려줘요."
"좀 더 자는 게 좋겠소."
"아침은요?"
"내가 준비하지."
조금만 자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격한 사랑에 나른함과 잠을 설친 것이 겹쳐져 잠이 쏟아졌다.
희준의 자리는 텅 비어있었고, 집안에서는 인기척도 없었다.
[일어난 거요?]
"지금요. 왜 안 깨웠어요?"
[피곤한 사람을 왜 깨워. 아주머니가 음식 만들어 놓으셨을 거요. 일어나서 식사하지.]
"당신은요?"
[난 알아서 먹었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되오. 퇴근할 때까지 든든하게 먹어두라고.]
희준이 암시하는 것에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 그런 말만 할래요?"
전화선을 통해서 희준의 굵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당신이 내지르는 신음소리가 듣기 좋던데.]
"자꾸 그러면 끊을 거예요."
[미안. 저녁에 외식할까?]
"싫어요. 밖에서 먹는 것 별로잖아요. 장이나 보러 갈 거예요."
[그럼 그곳에서 만나지. 차 보낼 테니까 그곳에서 만나면 되겠군.]
"알았어요."
주방으로 가니 테이블에는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언제 다녀가신 거지?"
희준의 사랑을 머금고 사는 것 같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왜요? 잊은 것 있어요?"
[흐흐 흐흐. 너무 티 나는 것 같지 않아?]
"...!"
당신 몸매 끝내주는데 평상시에 희준 앞에서 그렇게 가운만 걸치고 있나?
"딸깍!"
혹시 커튼사이로 쳐다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꼼꼼하게 여몄다.
불안했던 것이 이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왜 이러는건데?
그렇다고 섬뜩한 느낌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껍질을 벗기듯 하나하나 벗기고 싶군.
황급히 창가로 다가가 커튼으로 밖과 차단시켜버렸다.
너무 커.
희준 때문에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혁준의 전화로 혼자 있는 상황이 두려웠다.
다음에는 양가어른들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어때 내 전화가 마음에 들지? 커튼을 닫으면 내가 안보일거라고 생각했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내가 워하는 거라...원하는 거는 딱 한가지야.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그건 끝난 일이라고 희준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혁준의 목소리가 비아냥거림에서 거친 목소리로 바뀌었다.
[일방적으로 끝내는 관계는 절대 없어. 내가 끝내지 않았는데 끝냈다고 할 수 없지. 안 그래?]
혁준이 분을 삭이려는지 호흡이 거칠었다.
[내가 끝내지 않은 이상 희준은 내 것이야. 거기다 덤으로 너까지 탐하게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말이야.]
"꿈 깨요.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나오면 신고해 버릴 테니까."
책상위에는 일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것 보시오. 마나님."
"불렀어요?"
"매일 같이 붙어있어서 좋다고 했더니 서류만 쳐다보고 나는 볼 생각도 안하는 건가?"
"여긴 회사랍니다. 사장님."
희준은 화난 얼굴로 세련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일해야 해요."
"어허. 어서."
그녀를 끌어당겨 다리에 앉히고는 긴 목덜미에 코를 비벼댔다.
"이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군."
"간지러워요. 직원들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 아내 내가 안고 있는데 누가 뭐라고 그런다는 건가? 우린 불륜도 아니잖소."
세련이 움찔거리자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혀로 핥으며 살짝 빨아들였다.
"아앗...앗..."
입술은 쇄골을 지나 가슴 골짜기로 향했다.
"하흣..."
꽃잎을 쓸어주고 문질러주며, 손가락 한 개를 놔두고 질 안으로 다른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윽...만져줘."
지퍼를 내리고 벌어져있는 앞섶 안으로 손을 넣어 부풀어 오른 성기를 해방시켜주었다.
손가락을 조이는 느낌과 흘러내리는 정수에 참지 못하고 세련을 안아들어 다리를 벌리고 앉게 했다.
"아윽...앗..."
"너무 좁아."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이란 쉽지 않았다.
마그마는 화산입구로 끓어올라 분출해버렸다.
그렇다고 희준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었다.
"괜찮은 건가?"
"괜찮을 것 같은가요?"
힘들었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나눈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알지."
"아무래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요."
"많이 물러서 있는 거니까 다른 말은 절대 안 돼."
그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희준을 받아들일 때는 힘들다가 사랑이 격해질수록 뻐근함도 그가 크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