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일기[娼女 日記] [6-10] + 덧글 모음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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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창녀일기[娼女 日記] [6-10] + 덧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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娼女 日記 ⑥


친구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그녀때문에 고민하는것들.
처음에는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창녀라는걸 알게 된후 경멸하게 된 이야기.
내자신의 치사함과 잔인함.
그리고 점점 더 그녀에게 막 대하게 되는 걸
어쩌지 못하는 괴로움.
내 친구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 너, 너무 빠져있는것 같다. 당장 그여자 만나는걸 그만둬라. "
난 술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말했다.
" 난 그녀한테 빠져있는게 아니야.
내가 고민하는건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녀로인해 알게되는
내 어두운 면때문이야.
난 내가 그렇게 못나고 치사하고, 정신병자같은 놈인줄은 몰랐어.
게다가 난
그녀에게 폭력까지 썼다구...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한테....
너도 알지....
난 학교다니면서도 싸움한번 해본적이 없어.
솔직히 맞을까봐 두려워서 못 싸운거야.
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열한 놈이야. "
술이 들어가자 말이 술술 나왔다.
내 친구는 피식 웃었다.
" 넌 기억 안나니? 내가 호수에 빠져서 죽을뻔했을때 네가 구해줬자나.
하하하..
너 그때 물 엄청 마셨지.
나때문에 너두 죽을뻔했어. "
친구의 말에 내눈에는 눈물이 스몄다.
그때는 그랬다.
나도 죽을까봐 겁이났지만 당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녀석을 보자 아무생각도 나지않았다.

풍덩 물에 들어가서 녀석을 붙잡았는데 이 녀석은 같이 죽을 심사였는지
날 붙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그래서 물속에서 치구 박구 .....
그때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났다.
그때 난 내 자신이 쓸모있는 사나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 자식, 그 일을 아직두 기억하냐.
너 솔직히 말해봐. 그때 날 죽일셈이었지.. "
" 하하하... 어떻게 알았냐. "
친구는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 네가 강문혁이 아닌 다른 친구였다면...
난 그 여자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했을거야.
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넌 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너의 입장을 나라고 생각해보고 신중히 말하는거다.
그 여자를 지금 받아들이고 결혼까지 간다면
넌 평생 그녀의 과거에서 헤어날수 없을거다.
평생 그녀가 같이 잤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괴로와할거야.
그 여자를 잊어버려.
네가 지금 이렇게 고민하는것도 따지고 보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거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냥 즐기고 말았지 그렇게 너 자신의 어두운 면까지 드러나면서 괴로와하지는 않았을거다. "

" .......... "
나는 고개를 숙인채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내 친구는 멋있는 녀석이다.
난 가끔 이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운동도 잘했고 공부도 잘했다.
생긴것도 멋있게 생겼고 박력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이 친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술을 진탕 마시고 새벽거리를 걸었다.
어깨동무를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노래도 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누라가 집에 있는 친구는 연방 손을 흔들면서
택시를 타고 가버렸고 난 어느새 진희의 오피스텔근처에 와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애쓰면서 한참을 걸어서
- 나야 한참걸었지만 거리상으로는 십분정도의 거리밖에 안된다 -
오피스텔 앞에 다다르니 웬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게 보였다.
검은 긴 치마에 굽높은 쓰레빠. 긴 생머리. 진희였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머뭇머뭇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 문혁씨. 술 많이 먹었네. "
이제 겨우 23살. 진희는 너무 어린 아이다.
난 시퍼렇게 멍이 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오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구역질이 난다.
내가 한짓은 정말 구역질 나는 짓이다.
말없이 내등을 두들기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 방울 흘러내렸다.
비틀거리며 날 부축해서 오피스텔로 들어간 그녀는
날 침대에 뉘여놓고 손을 닦아주고 발을 닦아주고, 얼굴을 닦아주었다.
내가 눈을 감고 누워있을때, 침대옆에 앉아서 날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 문혁씨. 나 잘못한거 있음 화를 내.
막 화를 내고 욕을 해도 좋아.
하지만...
때리지는 말아.
나,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어.
그래서....
무서워..
난 이 세상에서 때리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
진희는 울먹이면서 어린애처럼 주먹으로 눈물을 닦았다.
난 할말이 없었다.
진희는 그날밤 내 품에 꼭 안겨 잠이들었다.
진희가 잠이 든후, 난 살며시 일어나 앉아 담배를 물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때는 다큰 성인인것 같으면서도 어떤때는 어린아이같다.
그래서
미워할수가 없다.
난 주저하면서 일기장을 펼쳤다.
내가 그녀를 때린일에 대한 것이 적혀있을것 같아 보고싶지 않았지만
난 자석에 끌린것처럼 일기장을 넘겨 찾고 있었다.

- 오늘은 아주 많이 슬픈날이다.
마담언니가 주선한 모임에 갔다 오느라 문혁씨를 몇일 못봤는데
오랜만에 만난 그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날 때리기 시작했다.
그가 미친것이 아닐까 생각될만큼 무섭게 때리고 또 때렸다.
난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났다. 내가 성폭행을 당한날, 찢긴 옷차림으로
들어와 엄마에게 추궁을 받고있을때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아버지는
화가나셔서 빗자루를 들고 날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그자가 날 끌고가서 성폭행을 한건데.
아버지는 날 더러운 물건 보시듯 보시면서 화를내셨다.
그전에는 한번도 맞은적이 없었는데...
난 그날이후로 아버지에게 종종 맞곤 했다.
어떤 남학생이 몰래 날 쫓아와서 대문밖에서 쳐다보던날도 난 맞았다.
애기를 가진사실을 부모님께 숨겼지만 헛구역질을 심하게 하는바람에 들통이 나버렸다.
그때도아버지는 날 때리셨다.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걸 그때 처음 보았다.
미안해서 나도 울었지만. 아버지는 내가 우는것조차도 보기 싫어하셨다.
그때는 이해할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버지를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아버지도 많이 속상하셨을것이다.

문혁씨는 아버지보다도 더 화가 나있었다.
난 무서워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때 난 문혁씨가 어디론가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 때리는 문혁씨가 미웠다.
아버지를 보는것 같아서 무서웠다.

문혁씨는 한참동안 날 때리더니 진정이되는것 같았다.
그는 내 얼굴을 닦아주다가 갑자기 내 옷을 벗겼다.
난 그가 팬티를 벗길때 강간당하던 때가 생각났다.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또 나를 때릴까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난 걱정이 된다.
내가 문혁씨를 좋아한것은 그가 순수하고 착한 남자이기 때문이었지만...
그와의 관계가 민주와 기준씨와의 관계처럼 될까봐 걱정이다.
설마 문혁씨가 그럴리가 없다.
기준씨와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기준씨는 민주가 창녀라는걸 알게되자 사람이 변해버렸지만.
그 사람은민주의 참모습을 보고 경멸하고 욕을했지만,
문혁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내가 창녀인걸 알게되면..
그가 날 버릴까.
 
맞은데가 몹시 아프다. 자꾸 눈물이 난다.
난 문혁씨에게서 너무 많은걸 바라지는 않는다.
난 그와 결혼하려고 하는것도 아니고,
그에게 다른 애인이 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난 단지 그가 나에게 다정한 연인이 되어주기만을 바란다.
내가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것일까.-

난 일기장을 덮었다.
진희는 내게 연인이기만을 바란다고 했지만 난 보통 남자고 가정을 가지고 싶다.
진희는 내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남자를 만날수 있을것이다.
일기장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것이다.
그녀가 창녀라는 것을 몰랐다면 난 아마 그녀에게 푹 빠져 결혼을 했겠지.
하지만 모든것을 아는지금은 그럴수가없다.
친구의 말이 맞다.
난 그녀를 포용할만큼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다.
난 진희의 몸을 덮고 있는 얇은 모시이불을 벗겼다.
그녀가 몸을 웅크리자 내쪽으로 엉덩이가 보였다.
진희는 알몸으로 쌕쌕거리면서 자고 있었다.
난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녀를 보지 못한다면 매우 슬플것만 같았다.
보고 싶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자 그녀가 깼다.
그녀는 날 쳐다봤지만 내 눈에 담긴 이별의 뜻을 읽지못할것이다.
진희가 나의 남성을 잡으며 웃었다.
그녀는 상반신을 일으켜 내쪽으로 데구르르 굴러왔다.
내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하자 그녀는 내 팬티를 벗기고 거기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장난을 하듯 할짝할짝 거기를 핥으면서 웃었다.
확실히 남자는 마음과 몸이 따로 따로 분리되어 있는것 같다.
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없었는데도 내 물건은 주인의 맘을 모르는듯 켜졌다.
아마 내 물건의 주인은 여자인모양이다.
진희는 내 몸을 구석구석 핥으면서 결국엔 날 쓰러뜨렸다.
우리는 침대위를 뒹굴면서 마지막 사랑을 나눴다.
난 그녀의 몸을 하나씩 하나씩 다 보면서 내 기억속에 남겨두려고 했다.
내 평생 진희가 아니면 그같은 미녀는 다시 못볼테니까...
영원히 내 기억속에 남겨두고 싶었다.
날이 밝아질 무렵이 되어서야 그녀는 잠이들었다.
난 메모를 한장 남겨두었다.
그리고보니그녀는 내 연락처를 하나도 알지못하고 있었다.
항상 내쪽에서 연락을 했던것이다.
이제 내가 찾지 않으면 그녀는 영영 날 보지못할것이다.

[진희. 이제 너에게 작별인사를 하려고 한다.
난 너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거같아 떠나려고해.
널 만나서 즐겁고 행복했다. ]


뭔가 더 쓰고 싶었지만 할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난 조용히 그녀의 오피스텔을 나왔다.


娼女 日記 ⑦


진희를 못본지 삼년이 넘었다.
나는 그새 결혼을 해서 아이가 하나있는 유부남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가 생각났다.
웃기게도 나와 결혼을 한 여자는 내가 선을 봤다.
거절을 했던 중학교 교사였다.
사람의 인연이라는것은 따로 있는 모양인지 우연히 지금의 아내를 보게되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나와같이 끝까지 독신을 주장하던 -주장이라기보다는 결혼을 못할만큼
능력이 없었던거지 뭐..- 그 친구는 날 배반하고 결혼을 했는데 신부의
친구가 바로 지금의 내 아내였던것이다.
피로연에서 그녀와 마주앉았었는데, 그녀가 그새 예뻐진건지 아니면 내가
전에 선볼때 그녀를 잘못본건지 꽤 봐줄만했다.
우리는 술잔을 건너거니 받거니 하면서 왕창마셨고 2차, 3차를
부르짖으면서 열댓명이 어울려다니며 술을 마셨다.
신부측 여자친구가 네명, 우리측이 일곱명이였다. 여자들이 술은 또 왜그렇게
잘먹는지.... 제일먼저 뻗은게 나였다.
일어나보니 여관이었고, 여기저기에 친구들이 널부러져있었다. 웃기는건
여자들도 있었단 것이다. 정말 간댕이두 크지.. 이런곳까지 따라와서 먹구
마시구 자다니...

그자리에 지금의 아내는 없었다. 나중에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슬그머니
빠져서 집에 가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것 같다.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엮어져 사귄지 넉달만에 전격적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요구가 많던 아내는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더욱더 요구가 많아졌다.
저녁에는 일찍와라, 이건 너무 무관심한거 아니냐, 아이랑 좀더
놀아줘야한다, 외식을 못해본지가 얼만줄 아느냐, 결혼하고 여태 한번두
영화를 보지 못했다, 등등...

난 점점 아내를 보는게 짜증이나고 싫어지기 시작했다. 겉으로 말을하지는
않았지만 -말을했다가는 본전도 못찾고 싸움만 일어난다. 내가 피할수밖에-
내 마음은 자꾸만 집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요구가 많은지, 결혼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나곤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이트클럽에서 진희를 봤다.
며칠전일이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왔다. 아니 더 아름다와진것 같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틀렸다.
나와 같이 있던 예전의 그녀는 항상 순수하고 청순한 모습이었지만 며칠전에
본 그녀는 당당하고 화려했다.
난 나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몸을 숨기고 몰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잘생긴 젊은남자와 같이 부르스를 추고 있었다.
눈을 감고 미소를 약간 띄운채 남자에게 몸을 밀착시키고 천천히 고개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남자는 척 보기에도 부잣집 아드님인게 티가 날만큼 삐까삐까했다.
그래서 내가 더 초라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누군가가 날 살며시 건드렸다.
돌아보니 유감적인 글래머아가씨 미라였다. 하하하.. 기가막히는 우연이었다.
" 강문혁씨 ? "
난 솔직하게 말해서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에는
난줄 아니, 거짓말 할 생각은 말라고 씌어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일밖에....
그녀는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진희와 남자를 쳐다보고 웃었다.
" 여기서 보고있었어요? 진희를 부르지 그래요. 반가와할텐데... "
난 휘휘 손을 휘저으며 당황함을 역력히 드러냈다.
" 호호호. 진희가 굉장히 보고싶어했어요. "

그녀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우와~ 그런데 이게 뭐지.. 이제보니 그녀는 속이 다 비치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엄청 야하군.
난 순간 헬렐레~란 말이 딱 어울리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단추가 하나 풀러져있어서 커다란 가슴이 다 보이는것이다.
일부로 풀어놓은건지는 알수없었지만 내 입에서 침이 뚝 뚝 떨어지는것
같았다. -민망한 일이다-
그녀는 파트너에게로 돌아가면서 나에게 명함을 한장 달라고 했다.
난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주면서 -이 명함이 진희에게 건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었다.
그녀가 진희와 친구라니까 혹시 전해줄지도 모르는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 눈치코치없는 미라라는 여자는 나에게 확인사살을 하고 있었다.
"이거, 진희에게 전하면 안되지요? "
"아, 네.. 모. "

그녀는 내 얼굴에 윙크를 해놓고 그냥 가버렸다.
난 직장동료들은 다 내팽겨쳐두고 진희의 춤추는모습만 쳐다보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내 속도 모르고 혼자 회식했으니 좋겠네 어쩐네 하면서 쫑알거리고
있었다. 아, 짜증나는 일이다.




" 강과장님. 밖에서 어떤 여자분이 찾는데요. 엄청난 미인이에요. "
내 바로 밑의 직원하나가 눈이 휘둥그래해서 날 불러냈다.
나가보니 뜻밖에도 미라였다.
그녀는 머리를 긴 머리를 스카프같은걸로 묶고 샤프한 정장을 하고있었다.
마치 성공한 여변호사 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날 보자 마치 애인이라도 본것처럼 반가와해서 날 놀래키고있었다.
-이여자가 왜 이러는거지. 난 돈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들렸어요. "
" 하하..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기인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

그녀는 날 보고 빙글빙글 웃으며 명함을 흔들었다. 명함에 찍힌 주소를 보고
찾아온것이군..
" 퇴근시간 다 됐지요? 여기까지 찾아왔으니까 커피나 한잔 사주세요."
그녀의 말에 난 웃음이 나왔다.
몇년전 그녀와 잤던 일이 생각난것이다.
그녀는 지금 커피한잔 사달라는 말을 하는 그 표정을 하고 나와 잤었다.
그녀에게는 섹스도 커피한잔과 같은 의미를 갖는것 같다.
퇴근후 초저녁거리에는 웬 여관 간판이 그리 많은지. 내눈이 자꾸 여관
간판으로 가는걸 내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언제 말을 꺼내볼까 입안에서 말을 굴리고 있었다.
" 우리, 좀 편하게 쉴까요 ? "
이건 그녀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한 말이다. 난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 왜요, 불편하세요? "
나의 멍청함이라니, 그녀의 이끌림으로 우리는 어떤 여관으로 들어갔다.
간판에 불이 번쩍 번쩍한 요란한 곳이었는데 그녀는 창피한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는데.
난 사실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 지갑에 있는돈이 2만원. 내 형편에
여관이라니... 난 뛰쳐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쪽팔림을 각오하고 기다려도 돈달라는 말이 안들린다.
미라가 방안으로 쑥 들어간 틈을 타서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여자가 냈단다.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라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훌훌 벗었다. -저여자는 어쩌면 저렇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오히려 그녀에게는 그게 매력일수도 있지만- 나는 옷도
벗지않은채 머뭇머뭇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의 어색함을 없애준것은 미라의 밝은 웃음과 이 한마디였다.
" 우리, 전에 정말 좋았지요? 당신은 너무 부드러워요. "
나는 알몸으로 다가온 그녀를 안고 침대위에 넘어졌다.
그녀는 계속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나를 간지럼피우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녀와 있으면 모든일이 다 장난같고, 부담스럽지가 않다. 나는 그런점에
마음이 편해져서 정말 오랜만에 섹스의 즐거움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녀는 날 눕혀놓고 다리를 벌리게했다. -나참, 남자한테 그렇게하라고
하는여자도 드물것이다.- 그녀는 나의 거기부터 엉덩이있는곳까지 세세히
핥아주면서 나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끔했다.
나는 점차 아내와 자식과 직장, 아들이라는 지위로부터 멀어졌고
홀가분해졌다. 둘이 침대에 앉아 나란히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물었다.
" 난 사실 아무것도 볼게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러는거지?"
난 어느새 자연스런 반말을 하고있었다.
미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담배연기를 천정으로 내뿜었다.
" 글쎄, 아마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대할수있으니까. "

미라의 말은 나를 약간 기분나쁘게 했지만 -아무리 내자신이 그렇게
생각해도 그런말을 남에게서 듣는건 기분이 나쁘다- 그녀의 얼굴표정은 날
비웃거나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날 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것이다.
" 진희는 어때? 내가 떠난후... "
미라는 키득키득 웃었다.
" 진희가 당신때문에 괴로워했기를 바래요? 그래서 묻는거에요? "
난 할말이 없었다.
난 그녀가 괴로워하리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을거라고생각하고 있었다.
왜그렇게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진희는 당신이 없어도 잘 살고 있어요. 그애가 변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
" 좀더 화려하고 당당해진것 같아. 진희는... "
미라는 내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 진희는 원래 화려하고 당당하고 도도한 애에요. 그애는 껍질속에
자기자신을 감추고 살기때문에 누구도 진희의 초라한면을 볼수 없어요.
진희는 친구인 우리에게도 우는 모습을 보인적이 없어요. 당신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친구중에서 진희가 가장 자신만만하고 예쁘지요."


나는 미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오늘만큼은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가기에는 너무 일렀다.
난 문득 진희의 오피스텔이 그다지 멀지않다는것을 생각해냈다.
그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때문에 갔는지 아니면, 이사를 갔을테니
없을거다 라는 생각때문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진희의 오피스텔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열쇠를 넣었다. 문은 소리도 없이
열렸다.
가구가 조금 늘어난것을 제외하면 몇년전과 똑같았다.
난 침대에 그녀가 누워있을까 생각하면서 다가갔지만 침대는 텅 비어있었다.

난 조금 실망을 한것 같다.
침대위에 벌렁 누워 눈을 감았다. 몹시 피곤했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뭔가가 툭 떨어지는 느낌에 놀라 눈을 떴더니 진희가 날
보고 울고있었다.
내 얼굴위로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몹시 야위어있었다.
그녀는 아무말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손을 잡았다.
갸냘픈 새 한마리.. 문득 그녀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진희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보고싶었어요. 와줘서 고마와. "
난 왠지 모를 찡한 마음에 코끝이 시려왔다.
내가 그녀와 헤어져있는동안 가끔 보고싶기는 했지만 그녀를 사랑해서
미칠것 같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사랑했다고 생각한적도 없었다.
좋아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그녀의 우는 얼굴을 보니 내가 그녀를 몹시 사랑했고 그동안
쭉 그리워했던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감정이란. 얼마나 간사한 거짓말쟁이인지.
아침이 되도록 울고만 있는 그녀를 가만히 안고 눈을 감으니 모든 것이 다
사라지는것 같았다.


娼女 日記 ⑧


진희의 일기는 그동안 여러권으로 늘어나있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그녀가 없는 오피스텔에서 일기를 펼쳐들었다.
내가 떠났던 날의 일기를 펼쳐보았더니 맨위에 날짜대신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가 떠난후 첫날]
그녀는 내가 떠난이후 이런식으로 적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떠난 후 첫날, 그가 떠난후 둘째날, 그가 떠난후 세째날,,,,,,
그가 떠난후 백이십날, 그가 떠난후 백이십일일일날,,,,
그녀의 작고 깨알같은 글씨 군데군데에 눈물로 얼룩진자리가 있었다.
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사랑이라는 것은 일종의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할때부터 그것은 점점 더 나를 깊이 옭아매서
후일 상대방의 사랑이 이미 식은 후에도..
그 사람이 여전히 나를 사랑할거라는 생각을 갖게만든다.
그녀가 그런 함정에 빠진건지 내가 빠진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중에 한명이 그 마약에 익숙해져버린것은 분명해보였다.
어쩌면 둘다였을까.
진희의 일기는 그녀의 벗은몸처럼 감미로운 마약이었다.


- 그가 떠난후 첫날....
그가 날 떠났다. 난 한동안 주저앉아 멍하니 메모를 보고 또보았다.
틀림없는 그의 글씨였다.
눈물이 자꾸만 나온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가 날 떠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난....... 그래.. 자만했던거야.
난 내 자신이 예쁜 편이라는걸 알고있었고, 그가 보잘것없는
회사인이라는점에, 나이도 많다는 점에.. 자만하고 있었던거야.
그가 날 떠날리가 없다고 너무 자만하고 있어서..
미쳐 마음속에 방어를 치지 못했던거야.

내속의 나쁜 마음들을 그가 알아챘던 걸까. 그래서 날 떠난걸까.
내가 싫증이 난걸까.
하지만.. 어제도 그렇게 날 사랑스럽게 봐주었는데....
내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핥아주면서.... 사랑해주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떠날수가 있지...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 문혁씨.
당신을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당신이 떠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막히고 하늘이 무너진것 같은 생각이 들줄은 몰랐어.
지금.. 내겐 하늘이 보이지를 않아.
세상이 다 나와는 상관없는것 처럼 보여...

정말로 날 버린것은 아니겠지.. 그렇지??
다시 돌아오겠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
채 며칠이 되기도 전에 다시 내게로 돌아오겠지?
내가 때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화가 난거야?
다시는 그런말 하지 않을께. 당신이 때려도 난 그것마져 행복으로 알께.
내가 당신한테 맞을때 당신을 미워하는걸 알아서.. 그래서 떠난거야?
나, 정말로 당신이 미워진건 아니었어.
내 눈빛이 그랬다면.. 용서해줘.. 난.. 정말로.. 난.. 지금.. 반성하고 있어.
내가 잘못했어요. -

군데군데 눈물자국이 있어서 알아볼수 없는곳도 있었다.
난 가슴 한편에 웬지모를 만족감과 흐믓함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걸 느끼고
기겁을 했다.
내 치사한 감정은 그녀의 고통을 보고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을
하는것이다.
그녀가 안됐다는 생각보다, 그녀가 안스럽다는 생각보다 "그것봐라, 내가
없으니 괴롭지 않더냐" 라는 감정이 더 앞선다.
새벽까지 진희를 꼭 껴안고 있다가 아침이 되었을무렵에 난 며칠 굶은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탐했었다.
약간 마른듯한 그녀의 몸은 못본새에 더욱 성숙해져있었다.
갸냘픈 허리는 더욱더 갸냘파졌다.
내가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려고 성급히 달려들자 그녀의 몸이 힘없이 뒤로
넘어졌다.
그녀는 어느새 이렇게 힘이 없이 픽픽 쓰러지는 여자가 되었을까.
그런데 그것이 나를 더 자극했다.
마치 힘없는 어린아이와 사랑하는것 같은 느낌을 자아낼만큼 그녀는
전과달리 여려져있었다.
약간 거칠하게 수염이 난 턱이 그녀의 몸에 부벼대지자 그녀는 갸냘픈
신음소리를 냈다.
난, 더욱더 비벼댔다.
나중에 그녀의 얼굴과 목 부분이 벌겋게 된것을 보고 미안한 감정이 조금
들었지만..
그녀에게 비벼댈때는 그때마다 나오는 약간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왜 그녀와 사랑을 나눌때마다 내가 약간씩 잔인해지는건지 모르겠다.
아마 이건 습관과도 같은 것일거다.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는사람들이 정상적인 성행위를 권태로와하는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한번 그녀의 고통스러움에 맛을들인 내 습관은 그녀와 관계할때마다 쉽게
보다 더 진전된 상태의 잔인함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녀는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나를 꼭 껴안고 아픔을 참아냈다.
난 그런점에 더욱 잔인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손가락을 그녀의 아래에
집어넣었다.
부드럽게 넣은게 아니라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가득차있었다.
신음소리를 좀더 내.. 더 아픈 소리를 내.. 난 어느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난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후 손가락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면서 헉헉 거리고 있었다.
즐거움에 겨운 소리가 아니라는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난 정말 어쩔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리고 신음소리를 내는 그녀의 가슴에 키스를 하면서 난 무리한
삽입을 시도했다.
젖어있지 않았다.
무리하게 삽입을 한후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매우 안스러웠다.
난 그녀에게 부드럽게 키스를 하고 얼굴을 만지면서 눈가에 스민 눈물을
핥아먹었다.
나의 갑작스런 부드러움에 그녀가 놀란것 같지만.. 그녀도 그때부터는
나와의 행위를 즐기기 시작했다.
얼마 안있어서 그녀도 젖어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삼년이 넘는 시간동안
못했던 사랑을 나누었다.




난 일기장을 계속 넘기다가 문득 내가 회사갔을동안 그녀가 썼을지도 모를
오늘새벽의 일기를 찾아봤다.

- 그가 떠난후 천이백이십이일, 그리고 그가 돌아온 날...
그가 돌아왔다.
새벽에 들어오니 그가 내 침대에 누워 자고있었다.
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를 이제 다시는 못볼줄 알았는데. 그가 내 침대에
누워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혼을 했을까. 이제 그의 나이 서른 여섯.. 결혼을 했겠지.
난 물어보지 못했다.
다시 떠날건지, 내곁에 있을건지 조차도 물어보지 못했다.
오늘 저녁 내가 들어오면 그가 있을까.
혹시 한번 나를 보고 그냥 가버리는게 아닐까.
겁이나서 집에 들어올수가 없을것 같다.

그가 나가기전 샤워를 할떠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의 명함하나를 몰래 감췄다. 혹시 그가 날 떠나도 내가 그를 볼수있도록...
그가 날 거부해도 몰래 내가 그를 볼수있도록..
이제 다시 그가 떠나면 난 견딜수 없을것이다.

아침무렵이 됐을때 그가 갑자기 나에게 키스를 했다.
난... 그와 그냥 껴안고 누워있는게 더 좋았지만 거절하지 못했다.
그와의 관계가 오랜만이라... 나도 그와 사랑을 나누고 싶엇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위해 배려하는것이 적다. 그래도 불평은 하지
않겠다.
그가 그걸 원한다면.. 내가 거기에 맞추면 된다.
그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데서 흥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난, 그가 원하는대로 과장을 해서 신음소리를 내고 더 몸을 비틀었다.
정말로 아파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고개를 돌려서 그가 보지 않도록 했다.
그가 날 좋아하는 방식대로..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그를 사랑하겠다.
그가 삽입을 한후 나를 위해 애무를 해주었다.
난 정말로 기뻤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 비디오에서 봤던 장면들을 상상해서 나
자신을 흥분시켰다.
내가 흥분해있지 않다는걸 그가 알고 기분나빠할까봐 필사적이었다.
난... 전에 있던 고객들과의 잠자리까지 상상해가며 스스로 흥분을 했고
그도 만족해했다.
그가 나간 침대에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있는것 같아서.. 눈을 감고
엎드려봤다.
그가 결혼을 안했으면 더 좋겠지만... 그가 결혼을 했더라도 상관없다.
난 많은걸 바라지 않는다.-


난 그녀가 연기를 했다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섹스할때 연기를 하는 여자가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허허, 내 여자가....
난 기분이 나빠져서 일기장을 덮었다.
저녁을 진희와 먹고 가려던 생각을 바꿨다.

그냥 집으로 가서 오늘은 아이와 놀아주련다.


娼女 日記 ⑨


벌써 이주일이 넘게 아내를 안아주지 않았다.
피곤하기도 했고 펑퍼짐한 옷차림에 화장도 안한 누르끼리한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기 싫었다.
이제 아내는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원하거나 화를 내거나 한다. 문을 닫을
때도 쾅쾅 닫고 반찬도 시원치가 않다. 그러면서도 나를 유혹하기위한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는걸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여자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분위기 조성은 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어느 남자가 맨날 꼬질꼬질한 얼굴에, 집에서나 입을법한 티셔츠에, 일하는
여자들이나 입을법한 바지쪼가리를 입은 여자를 좋아할까.
그런 자신의 모습은 생각지도 않고 안아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내가
귀찮다.
계속 이렇게 나가다가는 내가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지거나, 아니면 잔소리와
아내의 화풀이로 귀에 딱지가 앉을것 같았다.

잠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자는 아내를 슬그머니 껴안았더니 꼴에 튕긴답시고
몸을 비튼다.
"이리와봐."
내가 아내를 끌어당기자 몸을 휙 돌리며 나를 때린다.
난 한순간 머리 꼭대기까지 화딱지가 났다.
한대 치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그랬다가는 당장 이혼이네 모네 하면서 덤빌
아내를 생각하고 꾹 참았다.
내가 아무말없이 등을 돌리고 잠을 청하자 조금있으니 아내가 감겨온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감겨오는건지.....
애기를 낳고 탄력없이 늘어진 가슴을 내 등에 밀착시키면서 내 물건을
만지작거리는 아내에게 한순간 구역질이 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걸 참은건 내 인내력덕분이었다.

아내는 내가 반응이 없자 또다시 약간 샐쭉해지는 모양이다.
난 내키지 않았지만 의무방어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아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내 손이 움직일때마다 아내는 나즈막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떨었다.
그런 것까지, 신음소리까지 난 역겨워졌다.
난 미라와 진희를 생각하면서 아내위에 올라탔다.
미라의 탄력있는 몸매를 떠올리고 흥분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갸냘픈 진희를
생각하고 아내의 몸을 더듬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내는 만족했는지 나를 껴안고 쌕쌕거리며 잠이 들었다.
이제는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남자로 보이는걸까..




배신, 불륜... 이런것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진희의 일기를 보면서 나는 문득 그런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없는동안 그녀는 무척 외로웠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매일 내 얘기를 써가며 나를 그리워했다.
처음 한두달정도는 내가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믿었던 모양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안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것같다.

- 그가 떠난후 백 육십 오일.
그는 여전히 연락이 없다. 그가 날 잊은것이 아닐까...
난 그가 없어지자 점차 마담언니가 주선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전처럼
즐거운 마음이 되지가 않는다.
전에는 그런 만남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무의미해보일 뿐이다.

마담언니가 어떤 남자를 추천하고 있다.
언니가 아는 사람의 아들인데 너무 순진해서 아버지 되는자가 여자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순진함을 없애줄, 아들에게 매달리지 않을 여자를 찾는다나...
사진을 요구했더니 오늘 아침에 마담언니가 가져왔다.
그런데.... 그 사람은 문혁씨와 많이 닮은 얼굴이었다. -


- 그가 떠난후 백 칠십일.
김 선주.
마담언니가 추천한, 법대를 다닌다는 남자의 이름이다.
오늘 그사람의 아버지를 만났다.
중후한 느낌의 남자였는데 미라의 고객이었다고 한다.
그는 날보자 여기저기를 뜯어보더니 말했다.
" 진희라고 했지? 예쁘군. "
그는 두둑한 돈봉투를 내놓더니 차근차근, 아주 차갑게 말을 했다.
" 내 아들은 여지껏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이 없으니 잘 대해주어야 할거요.
내가 아가씨한테 부탁하고 싶은건 절대 그놈을 사랑하지도 말고 붙잡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요.
만일 그런일이 생긴다면.... 나중에 날 원망하지 마시오.
또 사귀다 보면 그녀석이 아가씨를 사랑하게 될건데 그때 잘 대처해서
떠나주기를 바라오.
아들녀석이 너무 순진해서 아무여자한테나 걸려들어 인생을 망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부탁을 하는거니 가능한한 떠날때는 매정하게
떠나길 바라오.
다시는 여자라는 존재를 믿지 않도록... 그리고..... 아들과 사귀는동안 잘
보살펴주기를 바라겠소.
지금 주는 돈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중간중간 아들녀석의 반응을 봐서 마담을
통해 추가로 더 주도록 하겠소. 아가씨가 떠날시기가 되면 내가 알 려주리다.

그때도 역시 충분한 보상이 있을거요. "
그 남자는 그런 이상한 요구를 하고 가버렸다.
마담언니는 나를 꼭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 진희야. 명심해. 사랑에 빠지면 안돼. "

사랑이라..... 난 이미 사랑에 빠졌고, 배반당했다.
문혁씨는 날 떠남으로써 날 배반했고, 난 그런 그를 죽을때까지
기억함으로써 배반하련다.
내가 잊어주기를 바라겠지. 지금쯤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서 나의 존재조차도
기억하지 못한채, 길거리에서 만나도 모른채 해주기를 바라겠지.
하지만..... 난 언젠가 우연히라도 그를 만날날을 위해 매일 화장을 한다.
길거리를 걸을때도, 음식점에 들어갈때도, 춤을추러 갈때도 언제나 한번쯤은
그를 만날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언제나 아름답게 치장을 한다.
이런 나를.. 그는 알아줄까.. 생각이라도 한번 해줄까... -

그 김선주라는 남자에 대해서는 그날의 일기이후 매일 적혀있었다.
나를 무척 많이 닮았다고 써있어서 일기장과 서랍 같은데를 다 찾아봤다.
혹시 사진이 있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한장의 사진을 찾아냈다.
사진 뒷면에 < 사랑하는 진희에게.. 선주가> 라고 적혀있어서 알아볼수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은테안경, 크고 마른 체형에 한번 본것만으로도 얼마나
순진한지를 알수 있는 사람이었다.
난 그사진을 보고서 의아해할수밖에 없었다.
나와는 전혀 닮지 않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나와
닮았다고 한것일까...
난 어느새 얼굴이 굳어있었다. 내가 보고있는것은 그와의 첫키스를 한일을
적어놓은 날의 일기였다.

- 그가 떠난후 이백 구십팔일.
선주는 정말루 순수하고 순진하다. 내가 처음 문혁씨를 봤을때처럼...
순수하고..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하고...
오늘 그와 만난지 백일이 되는날이었다.
그가 나에게 첫키스를 했다.
그는 나에게 자기학교의 캠퍼스를 보여주겠다며 다리가 아프도록 날 끌고
다녔다.
난...... 그와의 만남이 즐거웠다.
문혁씨가 떠난이후 처음 맛보는 즐거움이다. 그의 순수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는 매우 수줍음을 잘탔고 여러번 나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는걸 눈치챌 수
있었지만... 난 왠지 그에게 죄를 짓는것 같아서 그동안은 모른채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선주도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학교 캠퍼스를 구경시키다
나무가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키스를 해주었다.
그가 손을 떨면서 내 어깨를 잡았기 때문에 난 가만히 있었다.
그에게 무안함을 주기가 싫어서 그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아직 키스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게 분명했다. 후후.. 왠지 웃음이
나온다.
그는 내입에 자신의 입술을 댄후 그냥 강하게 밀어붙이고만 있었다.
내가 그의 얼굴을 잡아 부드럽게 밀어내자 몹시 당황해하고 있엇다.
내가 키스를 거부한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난 이번에는 내쪽에서 키스를 해주었다.
천천히 혀를 이용해서 입을 열게 했다.
그는 처음에는 가만있다가 조금 지나서야 눈치를 챘는지 입을 열었다.
키스만으로도 사람을 흥분하게 할수 있다는것, 그것도 나 자신이
흥분한다는걸.. 오늘 처음 깨닫게 되었다.
오늘은 키스로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선주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


난 일기장을 덮으면서 한동안 원인모를 불안감과 분노에 방안을 서성였다.
그녀가 다른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난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일이지만.... 그녀의 일기를 보면 알수있었다.
그녀도 그 샌님같은 자식한테 마음이 있는것이다.
난 진희가 오기를 정말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녀는 열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들어오는 그녀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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