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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因緣] 8 ~10 by 선장

인연(8)[因緣] 글쓴이 : 선장


2002-06-30 오전 1:03:56



2001 년 7월 6일 (금)
주말에 사무실 일이 밀려 늦었다.
재인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다 돼 간다.
미리 전화를 했지만 재인도 무척이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현관문에서부터 인사도 나누기 전에 정신없는 키스 세례…
.
2001년 7월 7일 (토)
하루종일 집 바깥으로는 한 발 자국도 안 나가고 재인과 뒹군다.

2001년 7월 8일 (일)
서로의 얼굴만을 들여다 본다.
지난 이틀간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둘이 붙어 있었건만 그래도 아쉬어 서로의 눈을 바라본채 그렇게 서있다.
기차가 떠난다는 안내 방송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결국엔 역 안내원이 서로 붙어있는 우리에게 와서는 나를 밀어 기차에 태운다.
기차에 매달려 재인에게 손을 흔든다.
기차가 모퉁이를 돌아 서로가 안 보인 후에도 틀림없이 그녀가 한동안 그렇게 역 플랫 폼에 서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2001년 7 월 16 일 (월)
“박대리 요즘 뭐 재미있는 일이 그리 많아?
같이 좀 놀 자구”

장 부장이 아침 인사대신 나에게 던진 말이다.
사람 좋은 웃음을 띈 장부장의 얼굴에 악의란 없어 보인다.
아마 몇 주째 빠진 교회 때문에 하는 말 일게다.
“난 괜찮은데 말이지, 우리 마누라가 박대리 한테는 직접 말 못하고 나를 들볶아요.”
장부장, 그 형수님..두 분께 죄송하다.



2001년 7 월 21일 (토요일)

눈을 떠보니 그녀는 벌써 일어 났다.
한 껏 기지개를 펴고 게으름을 피운다.
“기다려. 커피 끓고 있어”
그녀가 저만치서 뭔가 준비한다.
내가 어제 저녁 벗어 놓은 라운드 티 셔츠 하나만을 헐렁하게 입고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역광의 빛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자세히 안보이고 그림자 처럼 검은 윤곽만이 뚜렷이 보인다.
티셔츠 밑으로 뻗은 다리가 체조선수를 연상시킨다.
그 두다리가 모아져 갈라지는 부분에 티셔츠 아래 자락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그곳에 그녀의 털이 옷 아래로 나와 가닥가닥 세세히 그림자 처럼 보인다.
커피잔을 들고 침대로 다가온다.
티셔츠 밑으로 살짝 나온 보지털이 더욱 선명히 보인다.

“이리와봐”

그녀를 침대 위로 잡아끈다.
무릎을 꿇게 한 자세로 그녀 몸을 내 얼굴 쪽으로 잡아 끈다.
그녀는 순순히 따른다.
그녀 엉덩이를 잡아 끌어 보지의 위치를 바로 내 입위에 맞춘다.
무릎 꿇은 자세에서 등은 곳게 세운채 눈을 감고 그녀는 가만히 보지털로 내 입술을 쓰다듬는다.
내 혀가 부드럽게 핥는다.
보지털의 감촉이 얼굴을 간지른다.
그녀는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이며 내 리듬에 맞춘다.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 지며 물이 적셔온다.
그녀의 엉덩이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촉촉했던 보지에서는 이제 물이 방울 방울 떨어진다.
갑자기 그녀가 몸을 돌린다.
보지는 내 입위에 여전히 얹어 놓은 채 업드려 내 자지를 입에 문다.
마치 굶주린 아이처럼 정신 없이 자지를 빨고 핥는다.
조금전의 부드러움은 어디로 가고 그녀의 세찬 동작에 자지가 아프기 까지하다.
그러자 나도 급격히 흥분이 오른다.
너무 빠르게 달아 올라 내 자신이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궁둥이는 내 얼굴 위에서 움직인다.
입에는 자지를 물고 아래 위로 빨면서 손은 불알을 열심히 주무른다.
나는 벌서 사정하고픈 욕망에 고통 스럽다.
“안돼…
고만…
못 참겠어
쌀 것 같애…”
그녀가 자지를 입에 문 채 말한다.
“그냥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냥 터뜨려 버린다.
“우우욱..”
울컥울컥..
유난히 많은 양의 정액이 그녀의 입안으로 터져 들어간다.
그녀는 그것에 아랑곳 없이 계속해서 자지를 빨아댄다.
잠시 후 그녀의 보지에서도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 얼굴을 덮는다.



2001년 8 월 4일 (토)
재인과 던포트 해변으로 수영하러 가기로 어제 약속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다음에 가자”
“영욱씨 비 맞으면서 수영해 봤어? 얼마나 재미있는데.
또 물 속이 얼마난 따뜻하다고…”


비가 오는 해변이라 피서객 몇사람 보이지 않고 그나마 물 속에 들어가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녀의 수영복은 흰바탕에 커다란 분홍색 무늬의 원피스다.

원피스 수영복.

뭐가 좋는지 재인은 물장구를 치며 어린애 처럼 즐거워 한다.
내게 물을 끼얹더니 도망간다.
무릎 높이의 깊이지만 물 속에서 쫓아가는 것은 힘이 든다.
점점 깊은 곳으로 간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며 안잡힌다.
그녀는 깔깔거리며 도망간다.
물에 젖은 수영복이 그녀의 등줄기 , 허리 그리고 엉덩이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쫓아갈수록 이상한 흥분의 열기가 올라간다.
겨우 잡았다. 이미 물은 가슴 위 거의 목 까지 차 올랐다.
뒷꿈치를 들고 서 있어야 할 정도이다.
잡자 마자 그녀에게 격렬한 키스를 퍼붓는다.
그녀도 필사적으로 내 입술을 혀를 탐한다.
물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수영복 밑으로부터 손을 넣는다.
그녀도 내 수영복 속으로 손을 넣는다.
물이 너무 깊어 불편하다.
거칠게 그녀의 손을 잡아끈다.
그녀의 얼굴을 이미 발갛게 달아 올랐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저쪽에 몇 개의 바위가 있다.
둘이서 손을 잡고 바위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간다.
물속을 헤쳐 뛰어오니 숨이 턱에 까지 찬다.
주위에 눈에 띌 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은 아무것도 생각되지 않는다.
바위 뒤로 돌아가니 눕기는 커녕 변변히 앉을 곳도 안 보인다..
서로 미친 듯이 몸을 더듬는다.
물에 젖은 원피스 수영복을 벗기기가 불편하다.
너무 급하다.
서있는 자세에서 그냥 그녀를 돌려 세운다.
바위에 두손을 짚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게 한다.
원피스 수영복 아래 가랭이 부분을 그냥 옆으로 잡아 당긴다.
그녀의 보지가 드러난다.
털과 그 주위에 모래가 묻어있다.
내 수영복을 허벅지 까지만 내리고 자지를 꺼내 그냥 꼽는다.
옆으로 젖혀진 수영복이 자꾸 자지에 걸린다.
귀두에도 모래가 묻었는지 따끔거린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허리를 세차게 앞뒤로 흔든다.
더욱 빠르게..빠르게…
아아….!
몇 번 되지 않아 짧은 신음을 내며 사정을 한다.
아아…
그녀의 가슴을 뒤에서 부여잡고 그녀의 등위에 엎드린다.
빗방울이 내 등 위로 흐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이마에 키스한다.

비는 계속 내린다.




2001년 8월 5일 (일)
이틀 째 비가 그치지 않는다.
비오는 일요일 오후
창 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크다..
둘이 같이 안고서 침대에 누워 있다.

그녀의 작은 오디오에서 음악이 흐른다.
“…
breathe, breathe in the air
don’t be afraid to care
leave but don’t leave me
look around and choose your own ground

…”

어디 선가 들어본 듯한 곡이다.

그녀가 머리를 내 어깨에 얹고는 한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는다.
나도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눈을 감는다.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고요가 우리 둘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

“……
영욱씨가 ‘샤콘느’에 다녀갔다는 것 나중에 들었어.
그해 겨울에 바로 일본으로 건너갔어.
불법 체류였지.
거기서 악착같이 일만했어.
무슨 일인지는 그냥 영욱씨가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만 생각해.
서울에서 룸싸롱에 다니던 여자애가 말도 안 통하는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뭔지 뻔 하잖아.
….
돈 많이 모았어.
거기 같이 있던 한국 언니들이 나처럼 지독한 년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원래 그런 면이 좀 있어.
내가 봐도 징그러울 정도로 독한 것…
한국 돌아와서 영문과로 편입해서 영미 희곡 공부했지.
내가 왜 연극 하고 싶은지는 전에 얘기 했지?
거짓으로 가득 찬 내 인생을 연극이란 확실한 거짓말로 뒤집고 싶었지.
돈은 거의 필요 없었어.
장학금 받고 교수가 예쁘게 봐줘서 조교 아르바이트까지 했지.
내가 또 맘 먹으면 한 공부 하잖아? 후훗..
그리고 졸업하고 교수가 주선해 줘서 여기 오게 된거야
여기서도 전액 장학금이야. 생활비 까지.
그리고 일본에서 모아 놨던 돈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나 지독한 짠순이지?
….”


그랬구나.
그후 그렇게 살아왔구나.
그 운명의 밤 이후…
그러나 아직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가족과 영국으로 간다고 학교를 그만 둔 후 한국에서 술집에 까지 나가게 되기 까지 그녀의 사춘기 시절…

음악은 계속해서 흐른다.
음악이 마치 연극처럼 들린다.
그래서 그녀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창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더욱 커진다.
그녀 어깨를 조용히 감싼다.


2001 년 9월 15일 (토)

노천 까페에서 따가운 가을 햇살아래 와인을 곁들인 점심을 먹는다.
내 앞에는 그 가을 햇살보다도 밝게 웃고있는 그녀의 얼굴.
그녀의 아파트로 돌아와서는 등뒤에 문이 다 닫히기도 전에 바로 침대로 같이 넘어져 뜨거운 정사.


아마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내가 침대위에 발가벗은 채 누워있다.
그녀는 팬티 위에 내 남방 셔츠하나만 걸치고 침대옆에 의자 하나를 놓고는 자고있는 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가을 날 오후의 햇살이 방안 깊숙히 들어와 있다.
벗은 나를 나도 몰래 누군가 보고 있었다는게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뭐하고 있는 거야??”

“잘 잤어?
잠자는 영욱 씨 몸을 보고는 남자 몸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
물론 내가 여자니까 더욱 그렇겠지?
영욱씨.
남자 몸 중에서 어디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생각 해 본 적 없어”

“ 그럴지도 모르지.
난 이 꼬추 같아.
왜 우스워?
내가 여자라 그런 건지 그리고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솔직히 아름답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 하고 신비스럽다고 말 하는 게 맞을 지도 몰라.
어쩌면 이렇게 생길 수 가 있지?
사람 몸의 어느 다른 곳도 이것과 닮거나 심지어 비슷한 곳도 없 잖아”


그녀는 조심스레 내 자지를 잡는다.
마치 소중한 보물인양 불알을 손바닥 위에 얹어놓고는 신기한 듯 들여다 본다.

“이 봐. 이렇게 길다랗고 그 끝에 요 작은 구멍.
부드러웠다가 딱딱해지고 그리고는 또 부드러워지고…
또 그 밑에 이 주머니. 이렇게 얇고 부드러운 살 가죽이 신기하지 않아?.
그리고 그 안에서 기분좋게 구르며 만져지는 구슬.”


어쩔 수 없이 내 자지가 서서히 꿈틀거리며 커진다.
나는 속으론 좀 우습기도 하지만 두 손으로 내 자지를 받쳐들고 경탄해 하는 재인을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가장 신비스러운 건 이렇게 서서히 커지는 모습이야.
경이스럽기 까지해.
그렇게 조그맣고 부드러웠던 것이 어떻게 이렇게 크고 딱딱해지는지..
마치 살아있는 또 하나의 생명체 같기도 하고….”


솔직히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수없이 보며 아름답기는커녕
때로는 흉물스럽다는 생각까지 한 그 물건을 재인은 아름다운 보석을 보고있는 것 처럼 소중해 하고있다.

“영욱씨 꼬추는 특히 예쁜 것 같애.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모양도 똑바르고 적당한 굵기에 곱게 생기고.”


그녀가 살며시 자지 끝의 표피를 잡아당겨 귀두가 완전히 들어나게 한다.

“그리고 이곳 맨 위 머리 부분의 둥근 곡선이 좋아.
성났을 때 빨갛게 되는 것도 예쁘고..”


창피하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우스운 찬탄을 듣는 것도 쑥스러워..

“그만해…”

이불을 덮으려 한다.

“안 돼.
더 보여줘”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것 같다.
그런 그녀를 말릴 수 없어 그냥 하는대로 내버려두고 물끄러미 바라다만 본다/
계속 자지를 소중히 들고 이리저리 보고있던 그녀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굴에 웃음을 띄더니 방구석에 책상으로 달려간다.
책상서랍을 이리저리 한참 뒤지더니 어디서 나왔는지 색종이 묶음 한다발과 가위 같은 것을 들고 온다.
다시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더니 가위로 종이를 길게 이리저리 오린다.
그러더니 그 오린 종이를 교묘히 몇번 접어 조그만 꽃모양의 리본을 만들어 그걸 내 자지털에 끼운다.
한 둘이 아니고 빨강, 연두,분홍,파랑…색색깔로 수십개의 꽃리본을 접어 끼운다.
그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열심이고 심각해 보여 나는 감히 말도 못 붙이고 보기만한다.
한 묶음의 색종이를 다 접었나보다.
내 자지는 온갖 색깔의 꽃리본으로 뒤덥혀 있다.
마치 자지 털 가닥가닥 마다 다 끼운 것 같다.
조금 기울어져 옆으로 누운 자지를 잡아 세우며 그녀가 말한다.

“어때 , 정말 예쁘지”

이제 그녀의 진지함에 나도 더 이상 농담 식으로 받을 수 없다.

“그래 예쁜 것 같아.”


그녀는 내 자지를 보고 그런 건지 아니면 자기가 만든 꽃리본을 보고 그런건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눈부신듯 한참을 바라본다.
그녀가 일어서더니 가만히 팬티를 벗는다.
침대위로 올라와서 내 자지위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자지를 잡아 자기의 보지속으로 넣는다.
약간 죽어있던 자지는 보지에 닿자마자 금방 커져 보지를 꽉 채운다.
재인은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등을 똑바로 세우고는 머리위로 셔츠도 벗어 버린다.
그리고는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인다.
마치 춤을 추듯 두팔을 머리위로 높이 들고 흔든다.
마치 속으로는 무슨 노래의 멜로디를 따라가는 듯
두눈을 감은채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팔도 흔들며 엉덩이도 돌리며
……

재인의 보지밑에 깔린 꽃리본들이 부서진다.


2001년 9월 16일 (일)
난 벽에 기댄 채 침대에 앉아있고 재인이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
둘다 옷은 다 벗은채로…
그렇게 앉은 채 난 런던에서 가져온 밀린 서류를 뒤적인다.
재인은 그런 날 장난스레 방해 할려고 내 자지를 톡톡 건드린다.

“ 그러지마…나 이거 내일 아침까지 다 읽어봐야 돼”
“누가 읽지 말래?
영욱 씨는 일하고 난 영욱씨 꼬추갖고 놀고…
그러면 되잖아…해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할 것 같아 그냥 내 버려 둔채 내 일만 한다.
재인도 심하게는 장난 하지 않고 뭔가 자기 혼자 생각에 잠긴채
그냥 가끔씩 살짝 톡톡 건드리기만 할 뿐이다.
서로가 별 말 없이 한참을 자기 일에만 그렇게 빠져있는데..

“영욱씨…..
영욱씨는 언제 여자와 섹스를 처음으로 경험했어?”


갑작스런 질문이다.
그날 ….
그날밤…
8년전 재인을 만난 날…
..재인과의 그밤

“그날…너랑”

“그것 말고…
섹스의 경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난 여자와 남자가 꼭 서로의 성기를 삽입하는 것만이 섹스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서로가 손을 잡거나 때로는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얼마든지 성적인 전율을 느낄
수 있다고 봐.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하지.
아무런 정신적 교감이 없다면 남자의 살덩어리 하나가 여자의 살속으로 들어간다고
꼭 그걸 두사람의 성접 결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냐? “

재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다.

“재수할 때 만난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둘이 아주 짙은 애무까지는 했었어.
그런데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생각해보지는 않았어.”
“그럼 그 상대편 여자는 어땠을까?”


거기까지는 생각 못 해봤다.
조금 당혹스럽다.

“글쎄….”

“난 어릴때 무척 조숙했나봐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 같애.
난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지식으로 나의 첫 생리를 애타게 기다렸어.
빨리 내가 다 성숙했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서…
그래서 엄마가 어린이 비타민을 먹으라고 줘도 굳이 엄마가 먹는 어른용 비타민을 먹었어.
그걸 먹으면 어른의 몸이 되는 것 같은 착각에…
그 덕분인지 5학년 되기 전 겨울방학에 첫 생리를 했어.
어떤 애들은 겁먹고 울기까지 한다는 데 난 정말 기뻤지.
엄마에게 은근히 자랑까지 했으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는 내 주위의 내 또래 아이들을 깔보기 까지 했어.
묘한 우월감에…
그런데 ..
그런데 말야…
내가 학교를 떠나기 직전 5학년 1학기 말 이었을 꺼야.
어느날인가 학교에서 무슨 시험인가를 봤어.
시험이 끝나고 뒤에서부터 답안지를 거두어 오는데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스치듯 짚었어.
그때 난 나도 모르게 내 아랫배에 그때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떤 찌르르한 전기같은전율을 체험했어.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지금도 그것이 내 최초의 성적 체험이라고 생각해.
….
그 손은 반장이었던 네 손이었어.”


그냥 재인의 얘기를 듣고만 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우연히 너를 만난 날.
그날 그 소주집에서 …
네가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화장실에 다녀오던 네가 자리에 앉으며 무심코 내 어깨를 짚었어.
그때 난 10 년 전과 똑 같은 경험을 했어.
뱃속 저 아래에서 위로 타고 오르는 전율….
…..
그 때부터 난 너와 함께 있는 게 겁이났어.
어떤 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너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
결국은 그 예감에 굴복해 내가 먼저 여관으로 들어갔지만…”


사랑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던 재인의 나에 대한 경험.
우리의 두번에 걸친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면
재인은 국민학교 5학년 그 짧은 순간의 경험을 그렇게만 간직한 채 살아갔으리라.
그렇다면 난 그 5학년 체육시간에 경험한 재인의 눈빛이 내 첫 성경험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좋다.
재인이 지금 나와의 사랑에 빠져 괜히 감상적이 돼서 모든 걸 과장되게 미화해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들 어떠랴.
어차피 사랑이란게 그런 스스로 과장시켜 부풀린 감정들 끼리의 만남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무수한 결점을 인정하고서라도 사랑은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 아닌가.

재인은 고개를 숙여 내 자지를 입술 사이에 지긋이 물고 난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쓰다듬는다.


인연(9부) [因緣]글쓴이 : 선장


2002-06-30 오전 1:19:41



9부


2001년 10 월 24 일 (수)
퇴근 무렵 장부장이 지나가는 말로 부른다.
“오랜만에 맥주 한잔 어때?”

사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있었다.
분명 내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 일 게다.
아니 회사 근무도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온종일 넋 나간 사람처럼 말이 없고 업무상 실수를 저지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엊그제 월요일에는 헤어진 바로 다음날 하루만에 재인이 보고싶은 마음을 도저히 어쩔 수 없어
퇴근후 던포트로 달려갔다.
놀라서 반기는 재인과는 꿀맛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냈지만
다음날 아침 첫 기차로 런던으로 달려와도 회사에는 지각할 수 밖에 없었다.
혼 낼 줄 예상했던 장부장은 별 말이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무실내 직원 들 모두 내 눈치만 슬슬 보는게 뭔가 눈치들이 이상하다.

그러나 맥주집에서 정작 장부장은 뭔가 하려는 얘기는 피한 채 빙빙 것만 돌고있다.
축구 얘기, 골프 얘기에 한국내 정치 얘기 까지…
분위기가 어색하다.

“박대리…
아기가 첫 돌 지났다고 했지?
보고 싶겠구만.
예쁜 마누라도 보고싶고.
무척 보고 싶겠지.
……
그러나 박대리 나이 때는 몰라.
정말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저 보고 싶을 뿐이지.
그저 가족은 항상 거기에서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존재라고만 알지.
그러나 우리 나이 때가 되면 비로소 알게돼.
그런 가족도 사실은 내가 무한히 노력하지 않으면 지켜질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가족이란 그런 무한한 노력을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
늦었네.

그만 들어가세”
그저 그 얘기 만 나누고 우리는 헤어져 각자의 아파트를 향해 일어섰다.
몇걸음 가던 장부장이 갑자기 생각 난 듯 돌아서서 얘기한다.

“아..
그리고 우리 와이프 몇일 있다 한국에 다니러 가는데 자네 집사람에게 뭐 전해 줄 것 있으면 말하게.
자네 식구도 이제 얼마 안있으면 이리로 오게 되잖나?”

장부장 부인에게는 그 어느 것도 부탁할 것이 없다.



2001년 10 월 26 일 (금)
밴을 한대 렌트 했다.
재인과 오래 전부터 별러온 캠핑을 가기로 한 날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2박 3일
둘은 오래전부터 계획을 짰다.
마치 신혼 여행 처럼
그러나 둘은 모두 예감하고 있었다.
이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지를…
태연하게 내 아내와 아이에 대해 자연스레 묻고 얘기하던 재인이 얼마 전부터인가 일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실수로 서울 얘기라도 모르고 꺼내면 조금은 하얗게 얼굴색이 변하기 까지 한다.
이제 한달 정도 있으면 아내가 영국으로 오게된다.
그러면 우리의 만남도 끝이다.
아니 어쩌면 그후에도 아내 몰래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나와 재인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재인은 벌써부터 짐을 다 꾸려놓고 나를 기다리고있다.
랜턴에 스위스 칼에 어디서 구했는지 나침반 까지 챙겨 넣었다.
마치 평생 처음 캠핑 가는 걸스카웃 여학생 같아서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 나왔다.
재인은 창피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방실방실 웃는다.
슬리핑 백에 텐트까지 제법되는 짐을 밴 지붕에 얹고 출발을 했다.
먹을 것은 가다가 시장에 들러 샀다.
저녁은 간이 휴게실에서 간단히 때웠다.
목적지는 던포트 북쪽의 참나무 숲.
그리 멀지는 않으나 그래도 작은 산 하나를 넘어야 된다.
시내를 벗어나자 차창을 연다.
차가운 가을 저녁 공기가 얼굴에 와 닿는다.
그녀가 CD 를 한장 넣는다.

breathe, breathe in the air
…”

재인이 종종 듣는 곡이다.
그녀가 콧소리로 따라 부른다.
들떠있던 그녀도 어두워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표정이 가라앉았다.
이제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차는 산 위를 향해 구불구불 오른다.
아무런 불빛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길을 우리가 탄 밴의 헤드라이트 만이 비춘다.
그렇게 얼마동안 어둠 속을 오르자 산의 고갯 마루에 다다른다.
막 산 꼭대기에 오른 순간 우리 둘은 저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거기에는 우리가 두고 떠나온 던포트의 야경이 발아래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던포트 읍내의 오래된 노란 가로등 불빛이 마치 생일 케ㅤㅇㅣㅋ 촛불 마냥 옹기 종기 모여있고
항구에는 정박중인 각종 배의 등불이 현란하고 저 멀리 바다 위엔 어선인 듯 점점이 불빛이 보인다.
가슴이 벅차 오를 정도로 아름답다.
재인과 손을 잡고 차 밖으로 나온다.
언덕 위에 서서 불빛을 바라본다.
어린시절 그 언젠가 본 불꽃놀이가 생각 난다.
공중에서 터진 불꽃이 일순 정지한 채로 그대로 던포트 주변에 흩날려 뿌려진 것 같다.
어떤 경치는 사람을 차분하게 하지만 어떤 경치는 반대로 설레이게 만들기도 한다.
재인도 황홀한 경치에 가슴이 뛰는 듯 아무말 없다.
내 손을 꼭 잡더니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내 가슴을 한손으로 가만히 쓰다듬는다.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자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재인의 손을 잡아 끌어 내 바지 속으로 넣는다.
그녀의 손이 내 자지를 가만히 그러나 세게 잡는다.
바지 속에서 손을 뺀 그녀가 몸을 돌려 내 발 밑에 무릎을 꿇는다.
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지를 꺼내서는 입으로 가져간다.


그날 밤 깊은 참나무 숲 속에 텐트를 친 우리는 온밤을 서로의 몸을 탐하며 지새웠다.
몇번의 오르가즘을 넘나 들면서도 그녀는 지칠 줄 모르고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탐욕스럽게 내 몸을 요구 했다.

2001년 10월 27 일 (토)

시끄러운 새 소리에 잠을 깬다.
벌어진 텐트 틈사이로 강한 햇줄기가 텐트속 어두움을 가른다..
지난밤을 꼬박 새운 정사 후 두 사람에게 슬립핑 빽 속은 너무나도 포근한 안식처가 되 주었다.
그녀도 잠을 깬 모양이다.
“벌써 한 낮인 모양이네”
그녀가 슬립핑 백 속에서 빠져나와 텐트 문을 들춘다.
“어마…
밖에 좀 봐.
 이럴수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텐트 밖으로 나간다.
알몸인채로.
나는 아직도 슬립핑 백 속에 엎드려 텐트 밖 풍경을 내다본다.
밖은 온통 갈색의 참나무 숲이다.
어젯밤에는 너무 어두워 텐트 주위의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잠잔 곳을 둘러싼 주위가 이렇게 아름다운 숲일 줄이야…..
나뭇 가지 사이로 햇살이 가닥 가닥 내리 쏜다..
땅위엔 온통 참나무 낙엽으로 덮여있다.
그위로 계속 낙엽이 흩날리 듯 여기저기 떨어진다.
그녀는 한 동안 그 아름다운 숲의 정경에 넋 놓은 듯 서 있더니 천천히 그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녀의 알몸이…
어깨가, 등 줄기가, 엉덩이가, 길고 곧게 뻗은 다리가….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가끔 씩 밝은 한줄기 햇살이 그녀의 흰 몸뚱이 위에 내리쬔다.
그녀가 뛰기 시작한다.
나도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나도 쫓아 뛴다.
알몸의 두 몸뚱아리가 늦가을 참나무 숲 속을 달린다.
아무리 깊은 숲 속이라지만 혹시 누군가 숨어 엿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아예 머리속에 없다.
떨어지는 낙엽이 몸위에 부딪힌다.
이 숲의 끝은 어디인가?
그녀는 숲속의 공기를 다 마시려는 듯 두팔을 벌리고 달린다.
….
breathe in the air
….

그녀가 달리기를 멈춘다.
하늘을 본다.
두눈을 감는다.
두팔을 벌린채 선 자세 그대로 등 뒤로 똑바로 넘어진다.
푹신한 낙엽 더미가 부드럽게 그녀를 바쳐준다.
나도 달려와 선다.
몇발자국 떨어져 그녀 옆에 나는 엎드려 눕는다.
그녀는 손을 활짝 벌린 채로 하늘을 향해 누워있다.
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잡는다.


텐트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 을씨년 스럽다.
가을 바람이 제법 차다.
그녀가 내 팔짱을 끼고는 매달리듯 꼭잡고 걷는다.
발밑의 낙엽이 서걱거린다.
아무래도 추워보이는 그녀의 벗은 어깨를 감싼다.
이제는 팔짱을 풀고 그녀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싼다.
알몸의 둘이 그렇게 꼭 껴안고 걷는다.

텐트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는 호숫가를 산책한다.
싫다는 그녀에게 두꺼운 스웨터를 억지로 껴 입히고 둘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호수를 돈다.

“…
초등학교 때 영욱씨가 나 한테 관심있는 거 나 알고 있었어..
그런데 그 당시 나 검은 뿔테 안경 끼고 다닌 거 알지?
엄마 하고 다퉈 가며 궂이 내가 우겨 쓰고 다닌 거야.
왜 그랬는지 알어?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난 공부 잘하는 부잣집 아들 인 영욱씨가 속으로 좋았어.
그러나 자존심이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사람을 내 몰지.
내가 영욱씨 한테 공부는 따라 갈 자신이 없고 지성적인 면을 보일 수 있는 건
검은 뿔테 안경 뿐이라고 생각한 거야.
 
우습지?
국민학교 5 학년 기집애가 지 딴애는 스스로 조숙하다고 겨우 생각해낸게…”


그래 운명이란…
인연이란 그렇게 내 의지와 관계없이 흘러가는 구나….
그녀의 어린 마음에 지적이고 싶어 썼던 그 안경이 없었다면 나는 그녀의 두 눈빛을 언제 발견 했었을까…

스웨터를 입고도 추운지 재인이 내 팔을 꼬옥 잡으며 몸을 붙여온다..
한참을 걸으니 호수가 여울처럼 굽이쳐 들어간 좁은 호숫가가 나온다.
이곳은 다른 곳 보다 아늑히 들어가 더욱 조용히 느껴진다.
적막감이 감돈다.
잔물결 하나 없는 수면위로 이따금 떨어지는 낙엽이 아주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나무 등걸에 걸터 앉는다.
재인이 내 어깨에 머리를 걸치고 호수위를 물끄러미 바라다 본다.
둘이 아무 말 없다.
간간히 새소리가 들린다.
낮으막히 재인이 입을 연다.

“너무 아름다워.
우리둘만 지금 지구가 아닌 어느 별에 와 있는 것 같애.”


재인이 일어나더니 물가로 걸어간다.
한참을 조용히 서서 호수를 바라보던 재인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스웨터. 신발. 바지. 티셔츠. 팬티…그러더니 조용히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무척 차가울 텐데.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그러나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그 모습을 바라다 본다.
나도 따라 옷을 벗는다.
재인이 있는 곳 까지 따라 들어간다.
물이 차다.
물은 가슴께 까지 올라 와 있다.
입술이 파랗게 질린 재인이 덜덜 떨고있다.
다가가 그녀를 꼭 안아 준다.
입맞춤한다.
그녀의 두팔이 내 목뒤로 감싸안는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린다.
가볍게 들린 그녀의 두다리가 물 속에서 내 허리를 등뒤로 감아 깍지 낀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손으로 바치고 나에게 당긴다.
자지를 조용히 보지 속으로 밀어 올린다.
물속에서 둘은 아주 조용히 움직인다.

저녁 식사후 텐트를 가까운 물 가로 옮겼다.
내일 아침엔 꼭 일찍 일어나 새벽 호수를 보자고 둘이 약속을 하고선.
텐트를 다시 치고나니 이미 어둑어둑 해졌다.
내가 그녀에게 제안한다.

“우리 무드 한번 잡아 보자.
모닥불에 커피 끓여 마셔 봤어?”


커피를 각자 한잔씩 들고 커다란 모포 하나를 둘이 함께 뒤집어 쓰고는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걸 바라보고 있다.
타오르는 모닥불에 그녀 얼굴이 붉게 물든다.
두 눈동자가 더욱 영롱한 불빛을 발한다.
탁…탁..
가끔 나뭇가지가 불꽃을 내며 튀어 오른다.

“…
look around and choose your own ground
…”

그녀가 조용히 흥얼거린다.
노래가 뚝 끝친다.
돌아보니 눈물이 맺혀있다.
내가 쳐다보니 얼른 눈물을 훔치고선 쌩긋 웃는다.

“영욱씨 소원대로 무드 한번 잡아줬다.
왜?
됐냐? “

하곤 다시 씩 웃는다.
모닥불을 바라본채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연다.

“국민학교 5 학년 때 나 영국에 간 것 아니었어”


나도 모닥불만 보고 말없이 듣는다.

“…
아빠가 3년째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어.
병든 아빠를 눕혀둔 채 엄마가 도망을 쳤어.
새아빠에게.
새아빠는 여수에 사셨어.
나도 엄마에게 끌려 여수로 갔지.
난 그 얘기를 학교 친구들에게 하기가 너무너무 싫었어.
그래서 영국에 간다고 엄마에게 거짓말하도록 시켰어.
엄마도 담임 선생님한테 말하기가 그게 더 편했을거야.
왜 내가 그 어릴 때 미국도 아닌 영국이라고 했는가 모르겠어.
그 나이에 영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뭐 였을까 지금도 가끔 궁금해.
그 영국에와 이렇게 영욱씨랑 만난 걸 인연이라고 해야하나? ”


인연

우연

숲 속에는 이따금씩 어디선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게 간간히 들리는데
그것이 오히려 주위를 더욱 고요히 느껴지게 했다.

“……
새아빠는 좋은 사람이었어.
우리 모녀를 잘 돌봐주고 아빠 치료비 까지 대 주셨으니까..
비록 6 개월 뒤에 아빠가 돌아가셨지만.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엄마 마저 돌아가셨어.
그후 나는 집을 나와 자취를 했지.
2학년 올라가서 얼마 안됐는데 자취방으로 새아빠가 찾아 오셨어.
자주 찾아와 돌봐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며…
그리고는 내 교복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어.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어.”


“더 얘기 안해도 돼”


“괜찮아.
그 때를 아무렇지도 않게 기억하게 된 건 벌써 오래됐어.
나를 죽고 싶게 만든 건 겁탈당했다는 사실이 아냐.
새아빠는 돈을 놓고 갔어.
앞으로 종종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날 짐을 싸서 난 서울로 왔어.
올라오는 기차에서 창밖을 보니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구.
그때 나는 맹세했어.
-.

앞으로 누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진정 사랑하는 단 하나의 사람을 만나
그와 사랑의 행위를 나누기 전에는 결코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섹스는 하지 않으리라.
나에게 섹스는 곧 돈이다.
그리고 오늘 이것이 마지막으로 우는 것이다.
그 사랑하는 그 사람 품 속에서 비로소 다시 울리라.
-

기차 창밖으로 전신주 하나 하나가 지나갈 때 마다 난 거기에 대고 이 말을 속으로 계속 맹세했어”


모닥불이 거의 사그라져 간다.

“장작 좀 더 넣어줄래?
그리고 나 커피좀 더 줘”


그녀가 빈 커피잔을 내민다.

“ 그런데 그때 그 맹세를 하면서 미래에 내가 사랑할 그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아주 잠깐 순간적으로 네 얼굴이 스쳐 지나갔어.
물론 국민학교 어린 시절 마음 속으로 품고 있던 남학생을 유치하게 간직할 수야 있겠지만
그 절박한 순간에 왜 하필 네가 떠 올랐는지.
물론 그건 아주 잠깐 이었고 난 금방 잊어 먹었어.

어쨌든 난 그후 그 맹세를 철저히 지켰어.”


그녀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
그런데 그날 ..바로 그날 학교 과 사무실에서 영욱씨를 만난거야.
가슴이 덜컹했지.
왜 그랬는지 몰라.
내 맹세가 지켜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받았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날 밤 나는 섹스와 돈을 교환 하겠다는 약속은 이를 악 물고 지켰는지 모르지만
울지 않겠다는 맹세는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던거야. ”

그날 밤 우리의 섹스는 조용했다.
마치 던포트에서의 첫밤 처럼.
아니 길고 긴 애무의 행위는 있었다.
그러나 그날 보다는 오히려 더욱 조용히..
어쩌면 무슨 종교 의식이라도 치루는 것 처럼 어찌보면 경건하기까지 하게 서로의 몸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2001년 10 월 28 일 (일)
아침에 눈을 뜨니 슬립핑 백 속에 재인이 없다.
나가보니 저기 호숫가에 재인이 쪼그리고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아아!
호수위에는 여지껏 내가 한번도 못 본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호수 위에서 마치 뜨거운 물 처럼 수증기가 피어올라 온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
물안개…
말로만 듣던 물안개가 이토록 신비스러울 줄은 몰랐다.

조용히 재인 뒤로 다가간다.
인기척을 들었을 텐데도 재인은 그냥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있다.
곁에가 재인의 어깨를 팔로 감싼 나는 깜짝 놀랐다.
재인의 몸이 뜨겁다.
열이 있다.
아마 어제 찬 호수에 들어간 것이 결국에는 탈이 난 모양이다.

서둘러 짐을 꾸려 던포트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차에서 재인은 내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말리고 짐짓 화내는 시늉까지 해 봤지만 재인은 굳이 차창을 열고 바깥 바람을 얼굴 가득 맞았다.

“…….
breathe, breathe in the air
don’t be afraid to care
leave but don’t leave me
look around and choose your own ground
…….”

드디어 생각났다.
그녀의 아파트에서 줄곧 흐르던 이 음악은 8년전 우리가 운명처럼 스쳤던 그 밤 그 소주집에서 나오던 음악 이었다.
핑크 플로이드.
그녀는 그 곡조를 그날 밤 계속 흥얼 거렸었다.


재인의 아파트로 돌아온 후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쉬게 했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말렸건만 재인은 내게 꼭 저녁을 직접 만들어 먹여서는 런던으로 떠나 보내야 겠다고 우긴다.
둘이 서로 양보를 하지않고 자기 주장 만 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재인의 두 눈에 눈물마저 그렁그렁 맺히고
나를 원망하는 눈치다.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창문 앞에서 무언가 음식을 준비하나 보다.
요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늘 즐거워 보인다.
손놀림이 항상 경쾌하다.
무엇인가 썰고있다.
왠일인지 아까부터 아무말 없다.
그냥 조용히 음식만 만든다.
칼 소리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유난히 또박또박 천천히 들린다.
그녀가 그 자세 그대로 얘기한다.

“영욱씨
우리 그냥 이렇게 둘이 같이 살 수 없을까 ?”


아아!…
아무 말 못하고 그녀의 뒷 모습만 바라 본다.

그녀가 몸을 홱 돌리더니 쪼르르 달려온다.
썰고있던 당근을 내입에 쑤셔넣으며 까르르 웃는다.

“쫄았지?
농담이야…농담.
내 연기 어때?
역시 나 연극 잘 하지?
 깔깔..”

그녀는 춤추듯 팔짝팔짝 뛰어 가서는 다시 칼질을 열심히 한다.
경쾌하게….


인연(10)[因緣] 글쓴이 : 선장


2002-06-30 오전 6:56:03



10부

2001년 10월 29일 (월)
아침에 출근 하니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 졌다.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본다.
그래도 평소에 친한 조 대리가 말한다.

“..
어디가 있었어?
휴대폰도 꺼 놓고…
메일도 확인 안해 보고…
자네 찾느라고 휴일내내 장 부장 한테 시달렸어.
빨리 들어가봐.”


재인과의 완벽한 여행을 위해 모든 통신 수단을 끊었다.
그 기분을 유지하고자..
그리고 피곤하기도 하고…
어제 런던 아파트로 돌아와서도 메일 확인 안 한채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장 부장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있다.
그러나 목소리는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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