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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단편 - 태연이는 내 친한 친구 3부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자 내가 태어난 날인 12월 24일.



하필이면 생일과 특별한 의미의 공휴일이 겹치는 바람에 나는 늘 제대로 된 생일 파티를 열어본

적이 없을 뿐더러, 가톨릭을 믿는 집안 전통 때문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었다. 그런 나에게 가족도 아니면서 꼬박꼬박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축하해 주던 사람이 태연이었

고, 태연이의 오빠 태성이형이었다. 태성이형과 태연이가 우리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내 방에 들어가 케이크를 먹으며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유일한 생일의 낙이었는데...태연이가 SM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뒤로 그런 식의 생일 파티도 끊겼으니 어느덧 생일 파티를 못 한지가 7년이 되어가네...


이제 태연이가 내 방에 놀러와서 생일 축하를 해 주고, 밤새도록 즐겁게 노는 일은 더 이상 없겠지...

현수형에게 굳이 캐묻지는 않았지만, 태연이와 사귀게 된 이후로 처음맞는 크리스마스 인만큼 무언가 이벤트를

준비하는 눈치였다. 그러니,  이번 해도 태연이와 함께 생일 날을 함께 보내는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태


연이는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함께 거리를 걸어봤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기


전까진 실현되지 못 하겠지...



그리고 보니, 나도 서울 생활을 2년째 하고 있는데, 명동성당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구나!
사실 어렸을 때 부터 성당에 다니고, 가톨릭 신자로 자라온 나지만 대학을 서울로 온 뒤로는 꾸준히 성당에 가

서 미사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부모님도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시니깐 정말 다


행이고, 예전 군 생활 할 때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내 부탁으로 부모님이 보내주셔서 재미있게 읽


은 기억이 있다. 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나도 명동성당이나 한 번 가봐야 겠다.



아침에 조리해 둔 미역국을 다시 뎊혀서 간단히 늦은 점식 식사를 한 후 나는 명동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크리스마스 이브 날 명동에 간 것 자체가 너무 멍청한 일인게, 인파들 특히 팔짱끼고 나온 커플들이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는 명동거리를 해치고 지나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겨우겨우 인파를 해치고 명동성당에 도


착하고 나서는 약간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진과 TV에서만 보던 익숙한 외형의 건물이긴 한데, 그렇


다고 전주에서 보던 성당과 특별히 다른 건 전혀 없었으니깐...



살짝 실망감을 갖은 채로 다시 명동거리를 정처없이 걷다가 나는 헌혈의 집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향하였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오랜만에 좋은 일이라도 한 번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그곳에서도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태연이의 모습을 헌혈 포스터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오늘 명동에


와서 태연이가 나오는 포스터 혹은 광고판만 5개가 넘게 본 것 같은데...인기가 정말 대단하다. 그에 비해 나


는 나름 공중파까지 탄 뮤지션이지만 명동을 꽉 매운 인파 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니...이


렇게 마음대로 명동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채혈이 끝나고 나서 내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야 박나루! 나 강건웅이다."


"아! 오랜만이네. 왠일이야~"


"왠일이긴...생일 축하해 임마! 내가 너 생일도 잊어버릴 친구냐?"


"하하 그렇네...근데 너 아직 군대 안 갔냐?"


"아 나 공익으로 판정 났어~ 작년에 촛불시위 갔다가 귀 다쳐서 수술했잖아. 그거 재검하니깐 공익이 되더라고..."


"이야 이 자식! 데모하러 갔다가 팔자 고쳤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너처럼 촛불시위에 개근도 하고, 시위대

선두에 서는 건데..."



"그러게 진작에 열심히 참가하지 그랬냐...나는 지금 사귀는 애인도 촛불시위에서 만났거든!? 내가 얼마나 열

심히 싸웠으면 정부가 나한테 애인도 구해주고, 군 복무도 현역 안 가게 해주겠냐? ㅋㅋㅋ"



"아 씨발 부럽네...훈련소 입소는 언제인데?"


"어 한 달 후에 논산으로. 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오늘 시간 괜찮으면 같이 술 이나 한잔 하자"


"나야 할 일도 없고 뭐 괜찮은데...넌 애인이랑 데이트 안 하냐?"


"지금 애인이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서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중이시다."


"아 그래? 그럼 어디서 만날까? 나 지금 명동인데..."


"어 잘 됐네. 종로 쪽에 내가 잘 아는 맛집 있으니깐 거기 갔다가 술 한잔 하자. 종로3가역에서 40분 후에 만

나자. 콜?"



"오케이! 콜! 그때 봐"


-뚝-


으아 건웅이 이 자식...진짜 오랜만이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태연이 다음으로 친한 친구가 건웅이었다. 건웅이는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때는 전학을 갖었고, 다시 전주예고에서 만난 친구인데...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보니깐 태연이와도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던 녀석이다. 예고에서는 특이하게 K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친구이고, 작년 내가 군 입대 하기 전에 촛불시위에 갔다가 우연찮게 만나서 같이 서울 도심을 쏘다니


던 절친이기도 하다. 군 제대 후에 홍대 근처 술집에서 본 게 마지막이니깐...벌써 9개월 전이다. 시간 참 빨


리도 흘러가네 이거...



그리고 40분 뒤...


나는 종로3가역에서 건웅이를 만나 굴보쌈에 감자탕까지 덤으로 주는 맛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가게 이름

도 적절하게 "전주집" 캬~ 술 한 잔 걸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야 박나루! 공중파 TV 프로그램도 나오고...너도 이제 연예인 되는 거야?"


"연예인은 무슨...내가 오늘 명동 거리를 돌아다녀도 한 명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데...그냥 음악으로 밥벌이


한 번 해볼까 고민하는 수준이지 뭐."


"그래도 내 주변에 인디나 락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면 "브룬펠지어"에 대해선 좋게 말하던데...내 생각도 마찬

가지고. 멜론으로 너네 데뷔 앨범에 있는 곡 다 들어봤는데...약간 오아시스 필이 노골적으로 나는 거 말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어."



"오아시스 필은 장르가 브리티쉬 락이니깐 그런 면이 있고, 음악성이야 인디 쪽에서도 괜찮은 편에 속하지. 그

런데 우리나라 대중음악계 자체가 아이돌 그룹 위주에 거대 기획사들 판이니깐..."


"야 갑자기 아이돌 이야기 하니깐 태연이 생각나네. 너 태연이랑은 어떻게 된거냐? 너도 이제 가수니깐 먼저

들이대면 태연이도 적당히 못 이기는 척 사겨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태연이 지금 우리 밴드 보컬 현수형이랑 사귀고 있어."


"뭐야!? 이 병신아...무슨 아이돌이나 인기 스타도 아니고 같은 밴드 멤버한테 태연이를 뺏기냐?"


"빼앗기긴 뭘 빼앗겨~ 태연이가 언제부터 내 꺼였는데? 그런 적 없어~ 씨발~ 내가 그냥 그렇게 착각하고 있던

거였지..."



"그래서...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태연이는 포기할 꺼야?"


"나 태연이 예전에 포기했어...솔직히 말해서 나도 공중파 프로그램에 몇 번 나오고 나름 앨범 좀 팔리니깐
한 번 들이대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지금은 그냥 깨끗히 포기했다. 지금 태연이랑 사귀는 사람

졸라 잘 사는 부자에, 얼굴도 잘 생기고, 음악도 잘 하고, 인간성 좋은 엄친아이거든...어쩌겠냐 내가 못 나서


이렇게 된 건데..."



"야 그래도 제대로 고백이라도 한 번 해보고 차이면 억울하지나 않지...이게 뭐냐"


"나는 억울한 건 없고...그냥 지금에서라도 정신차린게 다행이지 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태연이라도,

나 보다는 다른 남자를 먼저 생각하지...십수년 간 친구로 지내다가 이제와서 애인되면 그 어색한 걸 어떻게


감당하려고...그렇다고 내가 뭐 잘 난게 있는 것도 아니고...그냥 여기까지 하자...계속 말하면 속만 쓰리다."



"그래 니 생각이 정 그러면 나도 더 이상 말 안 할께. 그냥 오늘 죽도록 술이나 마시자"


내가 좋아하는 국순X 생막걸리에...서울장X막걸리...게다가 전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하이트 소주까지...


건웅이와 나는 2시간만에 떡이 되도록 술을 들어 부었다.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기듯이...태연이에 대
한 내 애틋한 감정도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로 아무런 사심없이 현수형과 태연이
의 사랑을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하아....



"아 맞다...나루야 너 칵테일이나 리큐르 이런 술 좋아하냐?"



"어...뭐 비싸니깐 자주 마시는 건 아닌데..."


"너 혹시 압생트라는 술 마셔봤어?"


"아니...무슨 술인데? 양주인가?"


"음 내 여자친구가 유럽 배낭여행에서 마셔봤다는데...예전에 1990년대 초까지 예술가들이나 문인들이 좋아하

던 술인데 마시면 환각이 보인다는 소문 때문에...제조가 금지되었다가 최근에 합법화되었대. 근데 실제로 마


시면 맛이 기가 막힌대다가, 예술적 영감이 막 떠오른다나 뭐라나..."



"그으래~? 내가 예술하는 사람이잖냐~ 우리 바에 가서 그거 마셔보자..."



건웅이와 나는 전주집을 나와 근처에 있는 근사한 바로 들어갔다. 처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받은 느낌은 손님

들이 전부 남자들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속으로)"이야~ 나같이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내는 남자들이 이런 곳에 모여있었네..."


잔뜩 기대했던 압생트는 그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을 뿐더러, 바텐더의 말로는 그 술의 가격이 워낙 비싸서 다

른 가게에서도 취급하지 않는 다고 해서, 결국 데킬라와 리큐르를 홀짝 홀짝 마시면서 건웅이와 이런저런 이야


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간 화장실에서 난 문화충격을 경험하였다. 세상에!! 화장실에 아무


나 가져갈 수 있는 콘돔이 무료로 배치가 되어있다니!! 역시 성생활에 개방적인 서울 사람들답게 바에서 눈맞


으면 바로 콘돔을 챙겨갈 수 있게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 같다. 어차피 가져가도 쓸 일도 없는 나지만 왠


지 신기한 마음에 콘돔 하나를 챙겨 주머니에 쑤셔넣고 테이블로 향하였다. 그리고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찰나



"여! 이게 누구야...홍대에 떠오르는 락스타! 브룬펠지어의 박나루아니신가?"



"어...재윤이형!! 맨날 홍대에서 노시던 분이 여긴 왠 일이에요?"


"야...너야 말로 게이바에 무슨 일로 온거야? 설마...둘이 커플인가??"


"네..? 뭐라고요? 여기...게이바 였어요?"


"야...종로 이 근처에 있는 바는 거의 다 게이바 아니면 레즈바인거 모르나?"


"헉...저는 전주사람이잖아요...몰랐죠....하하....하...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형님! 저는 이만 나가
볼께요..."


"이자식! 가긴 어딜가! 내가 술 한잔 살테니깐 그냥 여기 있어"


"저...굳이 안 사주셔도 되는데...."


"짜식...게이바라고 쫄기는...걱정마 여기서 이성애자 건드리는 노매너남은 없으니깐..."


그렇게 해서 나는 평생 처음으로 방문한 게이바에서 게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재윤이형


은 홍대 인디씬에서 실력파로 알아주는 락 밴드의 보컬이지만, 사실 그거 보다는 귀공자스런 외모에 이성애와


동성애를 모두 즐기는 양성애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홍대 인디씬 남자가수들중에서 현수형과 재윤이형 정도가


아이돌 외모에도 전혀 꿀리지 않는 꽃미남으로 유명한데, 재윤이형은 괜히 방송나가서 얼굴팔리면 원나잇스탠


드로 마음대로 못 한다면서 끝까지 방송출연을 거부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비록 양성애자이지만, 원체 유머


러스하고 매너가 좋은 형이라서 우리 브룬펠지어 멤버들과는 친하게 지내는 뮤지션이다. 재윤이형과의 만남 덕


분에 나에겐 머나먼의 세계였던 게이들의 생활을 엿들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떠들썩한 술자리가 끝나고, 재


윤형이 술값을 다 내주었기 때문에 건웅이와 나는 기분좋게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시내 버스 좌석에 앉아 게이바에서 만난 재윤이형을 포함한 게이들과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야, 박나루...너 이제 22살이지...솔직히 까놓고 말해봐. 남자든 여자든 섹스 해 본 적 있냐?"


"아직 없는데요..."


"그럼 키스나 애무 정도라도 해 본적은 있는 건가...?"


"아니요..."


"야 그럼 여태까지 니 인생에서 너 좋다는 여자...가족 말고 한 명이라도 있었냐?"


"형...계속 제 아픈 곳을 찌르니깐 기분 좋으세요...?"


"야 정색하지마...걱정되서 하는 말이지..."


"무슨 걱정이요?"


"22살까지 동정에 너 좋다는 여자 한 명도 없다면서?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어 가는 거야, 임마"


"아니 왜 좋아하는 여자가 없다고 단정하는 건데요? 있어요!! 그것도 여자 연예인!! 형 저 소녀시대 태연이랑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인거는 아시죠? 태연이가 그 때 저랑 결혼해서 현모양처가 되는게 자기 장래희망

이라고 수업시간에 발표까지 했거든요? 내 말 맞지, 건웅아?"



"소녀시대 태연이 소꿉친구니깐...널 좋아한다고? 좆까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그럼 이 크리스마스에 태연하

고 데이트나 하지...남자랑 단 둘이서 게이바를 오나? 거참 웃긴 소리구만..."



"......."


"넌 아직도 어려서, 세상을 잘 모르는가 본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조건이 어느정도 비슷해야 사랑도 생기는


거야 임마...어렸을 때야 서로 조건이랄만한게 없으니 호감이 있었더라도 그게 아직도 유지될 것 같냐? 너랑


소녀시대 태연은 말만 같은 연예인이지 누가 봐도 서로 조건이 다른거야...내 말 알겠냐?"



"......."


"재윤이형..형이 계속 놀리니깐 나루씨가 그냥 해 본 말이 잖아요. 설교할 필요는 없는거 같은데...."


"있어봐...평소에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이 기회에 정신 좀 차리게 해줘야겠다. 야! 박나루!
대답해봐. 너 22살까지 동정에, 연애 한 번 못해본게 소녀시대 태연에 대한 짝사랑 떄문이지?
정신차려 임마...태연같은 애가 너를 거들떠 보기는 하겠냐? 그냥 친구로 대하는 거지."


"........"


"박나루 이 자식이 그래도 얼굴은 반반하게 생긴 편인데...평소에 숫기도 없고,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일도 없

더라고...솔직히 난 이 녀석도 성 정체성 문제가 있는가 생각했더니...말도 안 되는 짝사랑중이었네 이거"



"아 맞다...재윤이형...그 말 듣고 보니 나루씨...브렌트 코리건 닮지 않았어요?"


"어...그런가...눈매무새나 이목구비가 코리건 비스무리 하네..."


"저....코리건이 누구데요?"


"있어...미국에 유명한 꽃미남 배우..."


"(왠지 나를 놀리는 분위기인데)...."


"됐고!! 야 박나루! 너 성인의 기준이 뭔지 아냐?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야되는 일을 정확

히 구분할 수 있는 게 성인이야...내가 보기엔 넌 나이만 먹었지 정신적으로는 미성년자다. 너는 태연하고 사


귀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너한텐 그럴 능력이 없어. 여태까지대로 짝사랑만 계속 하고 있으면, 25살까지


동정으로 지내다가 결국 떠밀려서 게이나 동정인 독신주의자가 되는 거야, 임마. 그렇게 되기 싫으면 크리스마


스 때 남자랑 단둘이서 게이바가 올 것이 아니라 하다 못해 홍대에 힙합클럽이라도 가서 여자들한테 들이대고


작업걸고 그래야지. 정신 좀 차려"



"네...형 고마워요. 저 진짜 정신차리고 형 조언대로 노력해 볼께요."


"나도 반은 동성애자인데...니가 게이되는게 나쁘다는 건 아냐. 근데...요즘 여자들한테 외면당하다 당하다 결

국 떠밀려서 게이가 되는 찌질이들이 계속 게이커뮤니티에 들어와서 진상부리고 있거든. 너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되서 하는 말이니 세겨 들어~"



"재윤이형...끼어들어서 죄송한데. 연애에 이성애자 남자들이 떠밀려서 게이가 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잖

아요. 이성애자 여자들은 자신을 싫어하는데, 정작 자신은 이성애자 여자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삶의 질을 생


각해 보면 별로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한국여자들이 남자들한테 요구하는 조건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젊은 층


의 남녀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니깐 당분간 그런 이유로 게이가 되는 사람들을 기존 게이커뮤니티에서 위로해 주


고,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한 이슈인 것 같아요."



"흠...그건 니 말이 맞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이성애자 여자한테 당한 걸 게이나 레즈비언에게 푸는 찌질이들

이 한두명이 아니라서 좀 걱정이네."



(이하 생략)


내가 게이바에서의 대화를 떠올리는 사이에 버스는 어느 새 목적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다.
황급히 내려 반지하 자취방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자연스레 한 숨이 나왔다.


"후아...건웅이는 지금 애인하고 사귀기 시작한지 1주일만에 동정을 떼었다고 하던데...
부럽다...정말...."


사실 재윤이형이 술에 취해서 설교조로 말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에는 나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태연이는 군대가면서 포기했고, 현수형과 사귀면서 남은 미련도 없는 상태이지만...오랫동안의 짝

사랑과 그 상처 때문에 태연이가 아닌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도 위축감이 드는게 사실인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여자들에게 잘 먹히는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하는 체념을 지울수가 없다. "브룬펠지어"의 다른


멤버들은 홍대 클럽 밖에서도 싸인해 달라는 여성 팬들이 있는 반면에 나는 홍대 클럽 밖에서 나에게 싸인을


청한 여성 팬이 그동안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그래도 주변 남자친구들에게는 그럭저럭 못 생긴 편은


아니고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외모인데...왜 이럴까 에휴....나름 공중파에도 가끔씩 나오는 락밴드 멤버인


데 여전히 동정을 못 떼서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홍대 밤문화의 황제라고 평가받는 재윤이형에게는 내가 참


한심하게 보이는게 당연한 일이겠지...



괜시리 게이바 화장실에서 챙겨온 콘돔을 주머니에게 만지작 거리면서, 나는 언제 이 물건을 써볼 날이 올 것

인지 상상해 본다. 그래! 2010년 목표는 동정 탈출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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