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륜 - 3
5.
"조군. 검사는 다 마쳤나?"
하얀 가운을 입은 사내가 묻자 차트를 보고 있던 젊은 사내가 대답했다.
"네. 찰과상이 약간 있긴 하지만 특별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 정도면 넉넉잡고 일주일이면 낫겠군. 일주일 후가 기대되는 걸?"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 몸을 거의 안 쓸걸 보면 섹스하곤 담을 쌓고 살아온 것 같은데, 한 서너달은 버티지 않겠나?"
"에이. 그렇게 오래 버티기야 하겠습니까? 저 없으면 못 산다던 제 와이프가 "자지" 없으면 못 살겠다고 바꿔 말하는데 딱 한 달 걸렸는 데요. 아마 오래 버텨야 두달일겁니다."
"허헛. 그럼 내기 할까? 이기는 사람한테 한달간 장난감 하나 양도하기 어떤가?"
"좋죠. 안그래도 그년한테 질리던 참이었는데......어? 깨어나나 본데요?"
희진은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나이든 사내가 그녀의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특이하게 눈 부분을 가린 검은 나비 가면을 쓰고 있었다.
사내는 잠시 희진의 눈동자를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상 없군. 난 윤박사다. 부를 때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부하에게 말하듯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였다.
그의 목소리에 희진은 간신히 희진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살......려 주세요."
그녀의 애원에 윤박사는 혀를 차더니 희진의 턱을 매만졌다.
"쯧쯧. 아직 자기 처지를 파악 못하는 군."
젊은 사내가 히죽거리며 그 말을 받았다.
"원래 처음 들어오면 다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잖습니까? 그거 깨우쳐 주는 작업이 제일 오래 걸리기 마련이죠."
"그건 그렇지."
윤박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희진의 귀에 속삭였다.
"잘 들어라. 여기는 자의로는 절대로 빠져 나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니 괜한 희망 같은 것은 일찌감치 접어라. 시키는 대로만 잘하면 언젠간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게다."
윤박사의 말에 희진은 눈물 범벅인 얼굴로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다.
윤박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만약 자해를 한다던지 정신을 놓아 버리면, 가족들에게까지 해가 돌아갈 것이니 미치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있는게 좋을 거다. 하긴,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도 있으니 미친척 하려해도 할 수도 없겠지만."
윤박사의 어조는 시종일관 사무적인 말투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희진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녀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는데, 가족들까지 이렇게 된다는 것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고요."
희진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윤박사는 그런 희진이 재밌다는 듯 그녀의 귀를 만지작 거렸다.
"흥분하지 마라. 네년이 허튼 짓만 안하면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그나저나 몸이 정말 탐스럽군. 서른 여덞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야."
윤박사의 손이 조금씩 내려가더니 희진의 가슴을 움켜 잡았다.
"흑!"
그의 거친 손길에 희진은 고통을 느꼈으나 입술을 앙다물고 참았다.
윤박사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가족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협박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 시켰다.
고통을 애써 참는 희진의 모습에 윤박사의 바지가 불룩 솟아 오른다.
"이거 미치겠군. 이런 년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옥주도 정말 너무하는군. 매번 이렇게 상처를 내놓으니 참."
윤박사는 잠시동안 희진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더니 아쉬운 얼굴로 손을 뗐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젊은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박사님이 일주일 후에 제일 먼저 달려오시겠군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럼 이만 나가지. 다른년한테라도 풀어야 겠어."
"저번에 이십팔호관에 새로 들어온 장난감이 아주 좋다던데, 그리로 가보시죠."
"그럴까?"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며 방에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희진은 다시금 혼자가 되었다.
희진은 두렵고 서러워 다시 울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끝없이 흘러 나왔다.
희진은 반나절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하루 종일 형틀에 사지가 묶인 채 매달려 있어야 했다.
간혹 윤박사가 찾아와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먹을 것을 가져왔다.
처음엔 윤박사가 가져오는 음식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죽을 것 같은 굶주림을 억지로 참으며 윤박사를 보지 않으려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윤박사는 다시 그녀의 가족을 들먹이며 협박했다.
희진은 결국 그가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윤박사는 음식을 허리 높이의 간이 탁자에 올려 놓고, 그녀가 묶인 십자가 형틀을 회전 시켰다.
그러자 십자가 형틀과 그녀의 몸은 바닥과 수평이 되었고, 희진의 얼굴은 탁자 위의 음식에 높이가 맞춰졌다.
그 상태에서 얼굴을 음식 접시에 쳐박은 채 혀와 입술만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어야 했다.
마치 개가 밥을 먹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희진은 죽을 것 같이 수치스러웠다.
먹는 와중에도 눈에서는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음식을 먹는 것인지 눈물을 먹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이 형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하루 종일 매달려 있어도 버틸만 해졌다는 것이다.
사실 팔 다리를 묶고 있는 사슬은 꽤나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서 몸에 최대한 무리가 오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며칠 동안 묶여만 있는데 멀쩡할 리는 없었다.
윤박사는 가끔 그녀를 수면 시킨 후에 형틀을 풀어서 몸을 풀어주곤 했다.
구속과 음식에 적응되자 다음 고난이 찾아왔다.
몸 속에 뭔가 들어가니 생리 현상을 느낀 것이다.
처음에는 소변이었다.
희진은 다음 날 윤박사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소변을 참았다.
방광이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온몸에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윤박사를 보자마자 너무도 다급하게 소변이 급하다고 소리쳤다.
결혼한 지 이십년이 다 되어 가도록 남편 앞에서 방귀 한 번 껴본 적 없던 그녀였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오줌을 쌀 것 같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평상시의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도 절박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그런 모욕만큼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윤박사의 대답은 냉정했다.
"마려우면 싸! 뭘 그런걸 일일이 보고를 하나?"
그의 말에 희진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윤박사는 그녀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고 나가 버렸다.
희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이런 상황에 처했다 해도 마지막 남은 수치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런데 작은 것을 참다 보니 이번에는 큰 것이 급해졌다.
배가 싸르르하게 아파 온 것이다.
희진은 절망했다.
소변을 참는 것 만으로도 이미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인내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일을 볼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몇시간이 지났다.
다시 찾아 온 윤박사는 희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쯧쯧. 참을 걸 참아야지. 이 마당에도 창피할 게 있다는 건가?"
윤박사는 들고 있던 차트로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
종이 뭉치에 불과했지만 면적이 넓어 엉덩이에 전해지는 감각이 매우 따가웠다.
하지만 희진은 따가움보다 다급함이 먼저 들었다.
엉덩이로 전해지는 충격이 그녀의 뱃속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하, 하지 마세요!"
희진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윤박사가 비열하게 웃으며 서류철을 내려 놓았다.
"내가 조금 도와 주지."
윤박사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더니 가슴을 주물렀다.
"가슴이 참 보면 볼수록 탐스럽단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가슴에 볼 일이 있는 것이 아니지."
윤박사의 손이 가슴을 타고 점점 내려갔다.
명치를 지나 배꼽을 몇 차례 간지럽히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수풀에 다달았다.
"뭐 하는 거에요? 하지 마세요!"
희진은 기를 쓰고 몸을 비틀며 반항하려 했으나, 사지가 묶인 채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것 뿐. 그마저도 지친 상태로는 하기가 힘들었다.
윤박사는 무력한 그녀를 가지고 놀 듯 그녀의 음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외관 남자의 손길이 닿자 희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희진은 더 이상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모든 기운을 생리현상을 참는데 써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마지막 남은 수치심마저 버리게 될 것 같았다.
윤박사는 그런 희진을 괴롭히듯 손장난을 했다.
음부의 털을 이리저리 매만지기도 하고, 그녀의 대음순을 살짝살짝 비틀기도 했다.
클리토리스를 매만지다가 질 속에 손가락을 슬쩍슬쩍 넣어 보기도 한다.
그럴 때 마다 희진의 몸은 격하게 떨렸다.
윤박사는 마치 애완견을 쓰다듬듯 부드럽고 여유있게 그녀를 자극했다.
희진은 치밀어 오르는 모멸감과 수치심,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생리현상을 참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야만 했다.
십여분간 이어지던 윤박사의 손장난을 어떻게 버텼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입술을 깨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의외로 잘 버텨내자 윤박사는 지루해진 모양이었다.
그는 희진의 음부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그가 포기하는 기색이자 희진은 안도했다.
그러나 그 순간.
윤박사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음부를 세게 내리쳤다.
찰싹!
"썅년아! 이제 그만 싸라!"
그의 외침이 주문이 되었음일까?
희진은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인내의 끈을 놓아 버리고야 말았다.
쏴아아아아-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노란 오줌.
희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런 좌절감을 넘어서는 극도의 쾌감이 찾아왔다.
꼬박 이틀을 참아왔던 용변이었다.
그런 용변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쾌감은 온몸의 잔털이 모두 곤두설 정도였다.
희진은 배설의 카타르시스에 빠져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희진은 방광에 차있는 오물을 찌꺼기까지 모두 쏟아 내기 위해 하복부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소변을 내뱉기 위해 너무 힘을 주었음일까?
뿌지지직.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배출감에 희진은 당황하여 눈을 떴다.
그제야 급한 것이 소변 뿐이 아니었음이 떠올라 급히 오므리려 했다.
그러나 윤박사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항문을 좌우로 활짝 벌려 버렸다.
"흐흐흐.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로군. 오줌이나 싸라고 했더니 똥까지 싸다니. 하나를 가르켜주면 둘을 아는구만. 크하하하하."
윤박사의 음흉한 웃음소리에 희진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이미 한 번 나오기 시작한 대변은 멈추지 않고 흘러 나왔다.
대장에 가득 차 있던 변은 이제 굳이 밀어 내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흘러 나왔다.
쏴아아아. 뿌지직. 빠찍.
방안에는 온통 그녀가 대소변 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그녀의 몸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그녀가 용변을 모두 보고 나자 윤박사는 흐뭇하게 웃으며 나갔다.
"크흐흐. 정숙한 부인이 똥오줌을 싸는 광경이라. 냄새는 심하지만, 좋은 구경했어."
윤박사가 사라진 후 나비 가면을 쓴 하수인 몇이 들어와 그녀의 용변을 치웠다.
희진은 그들이 나갈 때 까지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번 째 부터는 한결 수월한 법이었다.
희진은 참으려 애쓰다가 결국 하루만에 다시 대소변을 싸버렸다.
세번째부터는 더욱 쉬웠고, 네번 째 부터는 굳이 참지 않고 바로바로 용변을 봐버렸다.
그때마다 하수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와서 용변을 치워 주었다.
덕분에 그녀의 방을 찾는 사람이 윤박사 말고도 몇명이 더 늘게 된 것이다.
희진은 용변을 치우는 하수인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윤박사의 것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우린 네년 보지를 쑤시게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희진은 절망했다.
이곳에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희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울고 또 울었다.
6.
며칠이 더 지났다.
희진은 매일 울다 지쳐 잠드는 것을 반복했다.
꿈속에서는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가정 속의 그녀가 있었다.
믿음직한 남편에게 아낌 받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돌보던 행복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여전히 덩그러니 빈 공간에 홀로 묵여 있었다.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없는 좌절감은 몸을 옭아매고 있는 구속기구들보다 더욱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희진을 지탱하고 있는 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 이후를 상상하는 것 뿐이었다.
"그이한테 전화부터 할거야. 전화비 따위 얼마가 나오든 상관 없어. 그이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백년동안 통화해도 질리지 않을 거야. 소영이한테는 핸드폰부터 사줘야지. 최신 핸드폰이 갖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데. 수빈이는 된장찌개부터 끓여 줘야 겠어. 후훗. 내가 끓인 된장찌개를 하루라도 안 먹으면 밥을 못 먹겠다고 했었지? 아아. 애들이 밥은 잘 먹고 있을까? 내 걱정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을 텐데......"
아이들에게 해줄 것을 상상하다 결국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이 왈칵 치솟았다.
희진은 서럽게 흐느껴 울었다.
그 모든 상상들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를 잡아 온 자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를 그냥 돌려 보내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개인이 상대하기 힘든 조직력과 인력도 가지고 있었다.
당장 그녀를 관리하고 있는 윤박사만 해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윤박사 스스로 자랑삼아 말하긴 했지만, 그는 박사 학위만 일곱개나 지니고 있었다.
특히 개인심리와 정신분석에 관해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석학이라 했다.
그런 대단한 인물도 이곳에서는 일개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말로는 첫날 희진을 강간했던 인물이 바로 이곳의 수장이고, 사람들은 그를 옥주라 부른다고 했다.
희진은 남편과 경찰이 반드시 자신을 구하고 그 옥주라는 작자를 잡아 들일거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윤박사는 코웃음을 쳤다.
"경찰 따위에 잡힐 정도면 내가 이곳에 와있지도 않았지. 잘 들어라. 옥주의 권력은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그를 건드릴 수 없지. 단순히 돈과 배경 이상의 뭔가가 있어서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 하기도 하고 말이야. 특히 가진게 많은 자들일수록 대항할 수 없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기 보다 함께 하는 쪽을 택하게 되지. 게다가 그와 함께 하면 인세에서 경험하지 못할 온갖 쾌락을 즐길 수 있는데 뭐하러 그의 비위를 거스르려 하겠는가? 네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나 경찰이 너를 구할 일은 세상이 망할 때까지 없을 거다. 괜히 가족까지 끌어 들여서 모두 위험하게 만들지 말고 얌전히 운명을 받아 들여라."
그의 위협에 희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한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지만, 절반만 믿는다 쳐도 그녀는 도저히 벗어 날 수 없는 구덩이 속에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 윤박사가 말했던 일주일이 모두 지났을 때.
그녀는 처음 자신을 강간했던 옥주가 했던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전날과 같이 희진의 몸 상태를 살펴보던 윤박사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던 것이다.
"이제 깨끗해졌군. 시작해도 되겠어."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들어서는 십여명의 건장한 사내들.
그들은 모두 윤박사처럼 나비 가면을 쓰고 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사내들은 흉측한 물건을 덜렁 거리며 희진을 에워쌌다.
윤박사가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제치며 말했다.
"나부터다."
윤박사는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에 미끈 거리는 젤을 발랐다.
그동안 사내들이 희진을 형틀에서 풀었다.
풀려난 희진은 발악을 하며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묶여 있던 후유증으로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풀썩.
다리가 풀려 주저 앉자 윤박사가 다가왔다.
희진은 사지를 바둥거리며 악을 썼다.
"아아악! 저리가! 이 나쁜 놈들아!"
평생 욕을 모르고 살아온 희진인지라 할 수 있는 욕도 고작 그 정도였다.
윤박사는 그녀의 반항을 즐거운 눈으로 보며 자신의 성기를 가리켰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려움과 증오가 뒤섞인 눈으로 노려볼 뿐이다.
윤박사는 그녀에게 대답을 바라지 않았던 듯 자신이 말했다.
"자지라고 한다. 그럼 이건 뭐라고 할까?"
윤박사는 그녀의 음부를 가리켰다.
이번에도 대답은 그 스스로 했다.
"보지라고 하지. 순수한 우리 말인데도 왠지 단어가 천박하고 꺼림칙 하지? 아마 그럴 거야. 네년처럼 정숙한 년들은 이런 말들은 쓰지 않거든. 대신에 성기라던가 음부 따위의 단어를 쓰더군. 아니면 꼴에 영어랍시고 페니스니 버자이너니 하지. 하지만 이제부터 네년 입에서는 이 자지, 보지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게 될 거야. 이제부터 네년이 가장 천박하게 여기던 단어들을 거리낌 없이 쓰게 될거라고 장담하지."
말은 마친 윤박사는 곧바로 희진에게 삽입했다.
쑤욱.
윤활유가 발라진 윤박사의 성기는 매끄럽게 희진의 속으로 파고 들었다.
"꺄아아악!"
희진은 비명을 질렀다.
가래가 끓듯 탁해진 목소리가 뾰족하게 울렸다.
발버둥치는 희진을 사내들이 붙잡았다.
꼼짝도 할 수 없는 무력함 속에 희진은 그저 비명만 지르는 수 밖에 없었다.
윤박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희진의 비명을 들었다.
"그래. 그렇게 계속 발버둥 치라고. 그래야 내가 즐거워지지."
윤박사는 웃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손으로는 희진의 왼쪽 가슴을 주물럭 거렸고, 입으로는 다른 쪽 가슴을 빨았다.
쫍쪼옥.
윤박사는 혀로 희진의 유두를 살살 간지럽히며 노련하게 빨아제꼈다.
하지만 겁에 질리고 불안정한 희진의 몸이 반응할 리가 없었다.
윤박사의 애무에도 희진은 조금의 흥분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빨리 윤박사가 떨어져 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윤박사 역시 그녀의 반응 따위는 상관치 않고 그녀의 가슴을 희롱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는 동안 윤박사의 성기에서 왈칵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희진은 정액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이젠 윤박사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일말의 안도감 마저 들었다.
그러나 윤박사는 그녀의 눈물과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 번으로 끝나진 않지. 미리 약을 맞고 왔거든."
그의 말대로 한 번의 정액을 방출하고도 그의 성기는 조금도 줄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꼿꼿하게 서 있었다.
"뒤집어라."
윤박사의 명령에 희진을 잡고 있던 하수인들이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가 하늘로 향하는 자세였다.
윤박사는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잡고 다시 삽입했다.
그의 펌프질에 희진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흐윽."
윤박사의 성기가 깊숙히 뿌리 끝까지 파고들자 희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신음을 토했다.
그녀의 신음에 흥분했는지 윤박사는 허리를 흔들 때 마다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철썩철썩. 찰싹찰싹.
살과 살끼리 마주치는 소리와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기묘하게 어울렸다.
얼마가지 않아 윤박사는 다시 사정했다.
"후우. 무용을 하던 년이라 그런지 조임이 장난아니구나. 내가 이렇게 빨리 싸다니."
윤박사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끝났구나."
희진은 눈물을 흘리며 엉덩이를 낮추려 했다.
그러나 윤박사의 손이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왔다.
"이번엔 후장으로 해봐야겠다."
희진은 항문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감촉에 비명을 질렀다.
윤박사는 그녀가 소리를 지르던 말든 그녀의 항문에 골고루 젤을 발랐다.
그리고 그대로 삽입했다.
윤활유를 덕지덕지 발라서 그런지 옥주라는 사내에게 당했을 때 처럼 죽을만큼 고통스럽진 않았다.
그러나 고통보다 더한 수치와 모멸감에 희진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윤박사는 한참동안 그녀의 항문을 유린했다.
그의 성기는 그녀의 항문에 세 번이나 사정하고 나서야 사그라 들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운 윤박사는 그녀의 엉덩이를 놓고 일어났다.
"후. 근래 들어 이렇게 무리한 건 처음이군."
그가 일어날 때 까지도 희진은 여전히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있었다.
들어 올린 그녀의 항문과 질에서는 윤박사의 정액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윤박사는 자신의 손바닥에 맞아 붉게 물든 그녀의 엉덩이를 만족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아참. 걱정할까봐 미리 말해두지만, 네년 잡아온 첫날에 피임기구를 심어 놨으니까 임신 같은 건 걱정 안해도 된다. 물론 검사도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 병 같은 것도 염려 안해도 되고."
아마 첫날 팔에 주입되던 것이 피임기구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희진은 그의 말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윤박사가 추악하게만 느껴졌고, 그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녀의 바램대로 윤박사는 옷을 걸쳐입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잡고 있는 사내들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 마음대로 해라. 물론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는 건 말 안해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가장 먼저 언어부터 무너뜨려야 되는거 잊지 말고. 확실히 각인시키란 말이다."
그의 말에 사내들 중 한 명이 음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닌데, 걱정 마십시오. 확실히 교육시켜 놓겠습니다."
말을 한 사내의 가면 구석에는 1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하긴, 일조장 자네가 일처리 하나는 확실하지. 그럼 자네만 믿고 가보겠네."
윤박사는 웃으며 방을 나갔다.
1조장이라 불린 사내가 다른 사내들을 보며 말했다.
"바닥이 너무 딱딱하군. 매트부터 깔고 하지."
그의 말에 사내들이 밖으로 나가서 커다란 메트를 가져와서 깔았다.
다른 사내들이 희진을 들어 메트 위에 올렸다.
아마도 1조장이 그들 중에서는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과연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내들의 나비 가면에는 2번부터 15번까지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럼 시작하지."
1조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내들은 그녀를 범하기 시작했다.
희진은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자신에게 몸을 싣는 사내들을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풍랑에 흔들리는 조각배처럼 그녀의 몸은 사내들의 몸짓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부하들이 그녀를 범하는 와중에도 1조장은 그들과 합류하지 않고 희진의 머리맡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방은 사내들의 욕망으로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1조장의 눈길은 냉정하기만 했다.
마치 실험용 동물을 관찰하듯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은 희진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열 네명의 사내들은 몇시간에 걸쳐 그녀의 몸에 정액을 쏟아 부었다.
그동안 희진은 몇 번이나 기절했다.
눈을 뜰 때면 항상 주사기를 들고 있는 1조장과 눈이 마주치곤 했다.
아마 의식을 잃을 때 마다 그가 뭔가 주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싸늘한 눈과 마주칠 때 마다 희진은 절망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내들이 모두 나가 떨어지고 마지막 사내가 그녀를 범하고 있을 때, 내내 침묵을 지키던 1조장의 입이 열렸다.
"지금 네 년을 쑤시고 있는 게 뭐지?"
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의도로 묻는 지는 상관 없었다.
그녀는 철저히 무시하는 것으로 대항하기로 결심했다.
1조장은 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더니, 돌아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그의 명령에 사내들은 일사분란하게 방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하수인들 몇이 물이 가득 든 통을 들고와서 그녀의 몸을 씻겨 주었다.
희진은 손가락 하나 꼼짝 할 기운도 없어 그들의 손길을 거부할 수조차 없었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말라 버렸는지 울 수 조차 없었다.
빨갛게 부어 오른 성기가 너무도 아파왔다.
다행히 다음 날은 사내들이 오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부어 오른 성기가 가라앉았을 때.
사내들은 또 찾아왔다.
그들에게 범해지고, 마지막에 1조장은 또 물었다.
"지금 네 년을 쑤시고 있는게 뭐지?"
희진은 이번에도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1조장은 무심하게 그녀를 내려다 보고는 사내들을 이끌고 나가 버렸다.
그들은 이틀 간격으로 찾아와 그녀를 범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항상 1조장의 질문으로 끝났다.
방안에서 정확한 시간의 지남은 알 수 없었지만, 대략 삼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희진의 몸은 그들의 폭력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전처럼 죽을 것 같이 아프지도 않았고, 의식을 잃지도 않았다.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을만한 기력이 생기자 그녀는 탈출을 떠올렸다.
"이곳을 벗어 나야 해."
희진은 기회를 엿보려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 올 기회란 없었다.
그녀가 익숙해졌음을 알아 챈 1조장이 다음 단계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제 두 명씩 가지."
그 말에 매일 한 명식 돌아 가며 그녀를 범하던 사내들이 두 명씩 달라 붙었다.
그들은 희진의 성기와 항문을 동시에 범했다.
희진은 다시 녹초가 되었다.
그리고 사내들의 움직임이 모두 잦아 들 무렵 어김없이 물어 오는 질문.
"지금 네 년을 쑤시고 있는 게 뭐지?"
다시 십여일이 지났다.
사내들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이젠 대여섯 명씩 동시에 그녀에게 달라 붙었다.
그들은 희진의 몸을 이리저리 핥고 빨았다.
그녀의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사용했다.
성기와 항문은 물론이고 그녀의 입에까지 범하려 들었다.
8번이 그녀의 입을 벌렸고, 7번이 자신의 성기를 집어 넣었다.
커다란 고깃덩어리 같은 것이 파고 들자 희진은 구역질을 하고 싶었다.
사내들의 정액과 그녀의 것으로 범벅이 된 성기.
조금 전 까지 그녀를 범하던 물건이었다.
희진은 그것을 뱉어 내고 싶었지만, 무자비하게 밀고 들어오는 사내의 힘을 거역할 수 없었다.
입을 지나 목구멍까지 파고드는 사내의 흉물에 희진의 목이 울컥울컥 부풀어 올랐다.
토하고 싶은데 사내의 성기에 막혔기 때문이다.
조그만한 그녀의 입을 가득 메운 성기 좌우로 누런 토사물이 찔끔찔끔 흘러 내렸다.
희진은 더 이상 인내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행해지던 폭력이 대항 할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입을 범하는 것 만큼은 쫓아 낼 수 있었다.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희진은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희진은 턱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 입을 다물었다.
8번이 억센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는 있었지만, 안에서 작용하는 힘을 밖에서 막는 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희진이 사력을 다해 힘을 주었으니.
콰드득.
"끄아아아아악!"
7번이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물건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희진이 입을 벌리지 않았기에 그럴수도 없었다.
7번의 비명에 사내들이 모두 놀라서 쳐다 보았다.
희진을 잡고 있었던 8번이 뜻밖의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으아아아악! 이런 개년!"
7번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주먹으로 희진을 내리치려 했다.
터억.
어느새 다가온 조장이 그의 주먹을 낚아 챘다.
"상처를 입혀선 안 돼!"
조장의 말에 7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연신 비명만 질러댔다.
"으아아아악!"
결국 7번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풀어 줘라."
조장의 말에 사내들이 달려 들어 그녀의 입을 벌렸다.
희진의 입에서 흥건한 피와 함께 잘려진 고기덩이가 뱉어졌다.
사내들이 7번을 데려 나가고, 피를 닦는 등의 수습을 하느라 분주해졌다.
희진은 누운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타고 더운 피가 흘러 내렸다.
평소엔 피만 봐도 기절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던 그녀였지만, 지금 만큼은 끔찍하다는 생각 보다 통쾌함이 들었다.
그녀를 괴롭히던 자들 조금이나마 복수를 한 것 같았다.
조장은 그런 희진을 내려보다 혀를 찼다.
"쯧쯧. 쓸데 없는 짓을 했군."
그 날은 그걸로 끝이었다.
조장은 별다른 말 없이 나갔고, 사내들 역시 대충 수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뒤늦게 구역질이 밀려왔다.
"우욱."
희진은 입 안에 남아 있는 피냄새에 하루 종일 토악질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