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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역륜 - 1

 

 

두달쯤 전에 소라넷에 올렸던 글입니다.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2부는 나중에 시간 나면 쓸 생각입니다.

접속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빨간불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고자 올려 봅니다.

 

 

프롤로그

 

-인간은 자신들이 지구에서 가장 우월한 동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욕망에 휩싸였을 때, 인간만의 탁월한 능력인 이성은 본능이라는 안개에 가려 제빛을 잃게 된다.


이성을 잃은 인간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한낱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


치밀어 오르는 쾌락과 욕망에 잠식 되고 나면, 그들의 피지배 생물인 개나 돼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열등한 동물이 되어 버린다.


그러한 열등함은 스스로를 고등생물이라 인지하는 인간들의 사회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존엄함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 속의 욕망을 숨기려 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본능적인 욕구를 문화와 종교, 그리고 도덕심과 같은 껍질로 치장하여 가려 놓는 것이다.


마치 보석함 밑바닥에 깊게 숨겨 놓은 다이아반지처럼.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모든 인간들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감춰진, 그 뜨겁고 원초적인 불덩이는 결코 꺼지지 않는 다는 것을.


그리고 가려 놓은 장막을 벗겼을 때, 그들 내면에 꿈틀 거리는 욕망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 지를.


 



태어 났을 때 느꼈던 것은,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다는 것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도, 나를 안아 주는 간호사도 전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열기로 가득 찬 좁은 상자 속에 갇혀 있다, 막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숨 막히는 답답함이 일시에 사라지고, 속박의 끈이 풀렸을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자유다!"


구속에서 벗어난 상쾌함을 담아 크게 소리 내어 울음을 터트렸다.


손이 유달리 부드러운 간호사가 포근한 수건으로 내 몸을 감싼다.


간호사의 눈에 자기 자식을 보는 것 처럼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갓 태어난 아기 마저도 안심시킬 수 있는 자애로운 미소.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두번째 감동이 전해져 왔다.


"어둠."


그녀의 눈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한 없이 깊고 어두운 욕망의 그늘이 여과 없이 전해져 왔다.


그것을 느꼈을 때. 내 존재성을 자각했다.


"나는 포식자!"


나는 어둠이고, 또한 욕망이다.


인간의 감춰진 욕망의 굴레를 없애는 것은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자 목적이다.


나를 가리키는 많은 이름이 있을 것이다.


요괴, 괴물, 악마.


나를 지칭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내 목을 잡아 끌던 사슬은 이미 끊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머릿속에는 이미 나를 즐겁게 할 수많은 계획이 들어서 있다.


그것이 태어나서 간호사의 품에 안길 때 까지의 자각이었다.



생물학적인 부모들은 재산이 매우 많은 인간들이었다.


이곳에서의 돈이란 곧 권력이자 힘.


나는 애초 계획했던 것 보다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힘을 모두 내 손에 넣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나의 본질은 욕망과 탐욕.


눈 앞의 힘을 나누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가족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내 행동에 고삐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나를 막진 못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 되었을 때.


나는 그 시작으로 한 가족을 지목했다.


너무나도 가정적인 남편과 지극히 정숙하고 헌신적인 아내, 밝고 착한 딸과 얌전하고 순종적인 아들이 꾸려 나가는 행복한 가정.


그 가족의 욕망을 끌어 내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즐거움이다.


크크큿.


즐겁다.


그들의 욕망이 드러난 후, 가족이라는 관계에 묶여 있던 네 남녀가 보여줄 원초적인 행동들이.


그리고 그 타락의 끝에 나타날 관계의 파괴가.


그 즐거움이 이어지는 한. 나의 욕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희진

1.


따르르르르릉.


시끄럽게 울리는 시계 알람 소리에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던 새들이 날아 오른다.


"소영아! 학교 가야지!"


희진이 소리치자 2층에서 쿵쾅거리는 소음과 함게 대답이 들려온다.


"아악. 엄마. 나 오늘 당번이라니까! 빨리 좀 깨워 주지!"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지도 않고 뛰어 내려오는 것은, 열 대여섯살 가량 되어 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였다.


희진은 교복을 걸치는 등 마는 등 뛰어 내려오는 딸, 소영의 모습에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십 분 전 부터 깨워도 안 일어난 게 누군데?"


"에이. 몰라 몰라. 아침도 못 먹게 생겼잖아. 나 늦으면 다 엄마 책임이야."


소영은 부랴부랴 신발을 신으며 소리쳤다.


희진은 혀를 차며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종이 봉투와 도시락을 내밀었다.


"자. 도시락. 이건 토스트니까 먹으면서 가."


"오옷. 토스트. 역시 울 엄마 센스 짱이라니까. 다녀오겠습니다!"


소영은 금새 기분이 풀어진 듯 희희낙낙하며 토스트를 꺼내 입에 물고는 후다닥 나가 버린다.


희진은 문이 닫히기 전에 잊지 않고 당부했다.


"오늘, 아빠 해외 출장 가는 날이니까 일찍 들어 오는 거 잊지 말고!"


"네에-"


문 밖에서 들려오는 씩씩한 대답에 희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의 딸이지만, 언제나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아이다.


누구한테 보여주더라도 자랑스러울 착하고 예쁜 딸이다.


희진은 소영이 대문을 닫는 소리를 들으며 주방으로 갔다.


단정한 머리에 잘 생긴 소년이 막 밥을 다 먹고 일어나고 있었다.


"어머니. 누나는 갔어요?"


"나원. 그렇게 깨워도 안 일어나더니. 결국 씻지도 않고 나갔다."


"누나 그러는게 하루 이틀인가요 뭐. 달리기 잘하니까 지각은 안 할 거에요."


소영이와 달리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말투. 희진의 또 다른 자랑인 아들 수빈이다.


수빈은 밝고 쾌활해서 주변 사람까지 들뜨게 만드는 소영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아빠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반말을 하는 소영과는 반대로, 엄마인 희진에게조차 항상 존댓말을 할 정도로 어른스럽고 예의가 바르다.


"친남매지간에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니."


가끔은 소영과 수빈의 성격이 반씩 나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저도 등교할게요. 오늘 모의고사날이니까 일찍 끝날 거에요. 끝나자 마자 올게요."


"그래. 시험 잘 보고."


시험이라고 해도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수빈은 전교 순위 5등 밖으로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잔소리를 해야 되는 소영과는 달리, 수빈은 특별히 간섭을 하지 않아도 뭐든 알아서 잘 했다.


어쩌면 소영에게 하는 잔소리의 삼분의 일만 돌리면 수빈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수빈이 나가는 것을 본 희진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신문을 보고 있던 남편 민재가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아침마다 요란스럽네. 애들 다 학교 갔어?"


"어휴. 매일 소영이 깨우느라 목이 빠질 것 같아요. 걘 대체 누굴 닮아서 그렇게 잠이 많은 지 모르겠어요."


"하하. 닮긴 누굴 닮아? 당신 나랑 연애할 때 내가 데리러 다니던 거 기억 안나? 그때 당신 매일 늦잠 자는 바람에 나까지 지각해서 교수님들한테 찍혔었잖아. 어휴. 그때 학점 메꾸느라고 고생 했던거 생각 하면."


"뭐에요? 이이가 언제적 이야기를?"


남편의 놀림에 희진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때렸다.


민재는 가슴을 두들기는 희진의 손을 잡아 채서 그녀를 끌어 안으며 말했다.


"하하. 벌써 이십년 가까이 됐나? 그때 당신 진짜 예뻤었는데 말야."


두 사람은 희진이 갓 대학에 들어갔을 때 부터 연인이었다.


사실 신입생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미모의 희진과, 많은 재학생들 가운데 최고의 킹가라 불리던 민재가 연인이 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워낙 뜨겁게 타오르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희진이 2학년이 되었을 때 계획치 못했던 임신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나이가 어린 것을 염려하여 결혼을 반대하던 양가 부모들도 임신 사실을 알리자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십팔년이 지났다.


지금 큰 딸 소영과 아들 수빈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원래 소영이 열일곱살이고, 수빈은 한 살 터울인 열여섯 살인데 수빈의 생일이 빠른 탓에 같은 학년을 다니게 되었다.


예전 추억이 떠오르자 희진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민재는 희진의 가녀린 어깨를 보듬었다.


"외국에 나가면 이런 소란이 그리울 거야. 특히 아침마다 애들 깨우는 당신 목소리가 많이 듣고 싶을 걸?"


"핏. 누가 들으면 영영 헤어지는 줄 알겠네요. 고작 육개월 나가 있는 거 가지고 생색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희진의 얼굴에도 섭섭함이 떠오른다.


민재는 회사일 때문에 뉴질랜드로 육개월 가량 파견근무를 가게 되었다.


몇주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전날이 되니 기분이 울적함은 어쩔 수 없었다.


민재는 그런 희진의 마음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가지 말까?"


"칫. 이제와서 무슨. 이번 출장만 다녀오면 부장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면서 기뻐 날뛸 때는 언제고. 그런 빈말은 이제 씨알도 안 먹힌다고요."


"오호. 전에는 이런 말 하나하나에 정색하더니, 많이 발전했는데? 이제 진짜 대한민국 아줌마 다 됐어?"


"그럼요. 애가 둘인데. 이제 시장에서 야채 값도 깎을 정도라고요."


그 말에 민재는 마음이 짠했다.


부잣집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 희진이었다.


지금 그의 수입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처녀 시절에 살던 삶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평생 공주님처럼 자란 그녀가 자신에게 시집 와서 풍족하지 못한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새삼 미안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짐짓 밝은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 당겼다.


"그럼 대한민국 아줌마 입술 맛 좀 볼까?"


민재는 기습적으로 희진의 입술을 덮쳤다.


"어멋?"


희진의 놀람성은 민재의 입에 막히고 말았다.


민재의 혀가 조심스럽게 희진의 입속으로 파고 들었다.


향긋한 희진의 냄새가 느껴졌다.


수줍은 그녀의 혀가 살포시 민재의 혀를 맞았다.


민재는 부드럽게 그녀의 혀를 훑었다.


그녀의 몸에서 피어 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민재의 손이 그녀의 가슴춤을 파고 들었다.


희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마치 붉게 물든 사과 같았다.


민재는 입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희진의 브라우스가 올려지고 하얀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브래이저가 벗겨지자 핏줄까지 비추어질 정도로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하얗다 못해 창백하기까지 한 그녀의 피부에 민재는 아랫도리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희진의 숨결을 느끼던 민재의 입술이 조금씩 아래로 향했다.


민재의 얼굴이 희진의 풍만한 가슴에 파묻혔다.


분홍빛이 드러나는 약간 거무스름한 그녀의 유두가 민재의 입속에 삼켜진다.


"아아......"


희진의 입에서 억누른 신음이 흘러나온다.


잠시 유두를 희롱하던 민재는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잘록한 허리와 배꼽 아래 하복부에 도톰하게 나온 애교스러운 뱃살.


도저히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몸매였다.


대학 시절 그녀의 전공이 무용이었는데, 학교를 그만둔 이후에도 무용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었다.


한때는 무용가가 되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때문에 무용을 포기하는 것은 꿈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기에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때문에 호강하는 것은 민재였다.


희진의 나이 서른 아홉. 


원래 얼굴이 동안이기도 했지만 무용으로 다져진 몸매는 이십대 아가씨들 못지 않았다.


덕분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고작 삼십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에 빗겨간 그녀가 있었기에, 민재는 결혼 생활 십팔년 동안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사랑을 담아 그녀를 쓰다듬었다.


민재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희진의 몸은 가늘게 떨려왔다.


마치 처녀와도 같은 흥분과 떨림이었다.


한껏 고조된 민재의 입술이 더욱 아래로 향했다.


가슴과 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손으로 치마와 팬티를 벗겨 놓았다.


눈 아래로 희진의 무성한 수풀이 보였다.


그의 얼굴이 향하는 곳이었다.


그것은 지금껏 해보지 않은 시도였다.


워낙 얌전한 희진이었기에 이런 노골적인 애무는 창피하게 여겼었다.


육개월이나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섭섭함과 당장의 흥분이 그를 과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지 다리를 오무린다.


"왜 이래요?"


희진은 얼굴을 붉히며 민재의 머리를 끌어 올렸다.


"그냥.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싫어요 그런거. 창피하단 말이에요."


민재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가끔은 남들처럼 과격하게도 해보고 싶었고, 다양한 체위로도 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평생을 올곧고 얌전하게 살아온 희진에게 무리한 걸 요구할 수는 없었다.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굳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른 때와 마찬 가지로 정자세로 일을 치루어야 했다.


그나마도 애무를 마치고 난 후에는 희진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눈을 감은 다음에야 삽입을 할 수 있었다.


삽입 후에도 희진은 매우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할 뿐,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성행위시의 모든 행동은 민재의 몫이었다.


민재의 움직임도 워낙 조심스럽고 부드러웠기에 살부딪치는 소리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렇게 희진은 똑바로 눕고 민재는 그 위에 누운 정자세로 한동안 삽입질은 이어졌다.


희진의 뽀얀 피부와 민재의 구리빛 피부가 어울러져 자극적인 색감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민재는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다.


몇 분의 시간이 흘러 민재는 사정을 마치고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잠시 여운을 느끼던 민재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희진은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 나이 마흔에 결혼한 지도 십팔 년이 지났으면 이미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었을 나이인데도, 희진은 여전히 처녀때와 같이 수줍어 하고 있었다.


어떤때는 지루한 성행위에 답답함이 느껴져서, 그 정숙함이 지나치다 여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사랑스럽기만 하다.


민재는 흐트러진 아내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넘겨주며 속삭였다.


"우리 영원히 이렇게 살자. 당신도, 나도 변하지 말고 이렇게 서로 아끼면서."


그의 애정어린 목소리에 희진은 미소로 답했다.

 


2.


아이들이 하교한 후. 네 가족은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다음날 아침. 민재는 육개월간의 긴 여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소영은 특유의 명랑함으로 민재의 목에 매달리며 졸랐다.


"아빠. 딱 육개월이야? 육개월 넘게 있으면 딸 삐친다? 나 삐치면 말도 안하는거 알지?"


"어이쿠. 그럼. 우리 소영이 보고 싶어서라도 더 빨리 와야지. 아마 육개월도 못 채울걸?"


수빈은 평소와 같이 예의 바르게 아버지를 배웅했다.


"아버지. 건강 조심하세요. 음식도 조심하시고요. 어머니 쓸쓸해 하시니까 연락도 자주 주시고요."


"허헛. 여보. 내가 아들을 낳은 거야 우리 어머니를 낳은 거야?"


말은 그렇게 했어도 민재는 차분한 수빈의 얼굴에서 소영 못지 않은 섭섭함을 읽을 수 있었다.


민재는 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올 때 선물 사올 테니까 기대하고 있거라!"


그 말에 소영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어? 아빠. 나는? 내것도 사올 거지?"


"당연하지. 우리 공주님걸 안 사올 수야 있나? 아빠가 도착하자 마자 제일 먼저 살게."


"히힛. 아빠 사랑해!"


민재는 소영을 안아 준 후, 마지막으로 희진을 바라 보았다.


"금방 갔다 올께. 몸 조심하고 있고. 도착하자 마자 숙소 번호 보낼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우린 걱정 마세요. 당신이야 말로 건강 조심하시고요."


희진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떨렸다.


아마 울음을 참는 것이리라.


민재는 그녀를 힘껏 안아 주었다.


"사랑해."


민재는 귓전에 한 마디를 남긴 후, 차에 탔다.


희진은 민재가 탄 차가 멀리 사라질 때 까지 하염 없이 바라보았다.


"엄마. 우리 학교 갔다 올게."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소영과 수빈이 가고 난 후에도 희진은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떠올라 있었다.


전날 꾸었던 꿈 때문이었다.


꿈의 시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삼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림자 속은 온통 어두웠다.


바로 코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남편과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짐승의 울음 소리 뿐이었다.


그녀는 두려움에 울었다.


눈물을 흘리며 목 놓아 소리쳤다.


나중에는 목이 쉬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가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동안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을 때.


짐승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녀는 공포감에 얼어 붙었다.


꼼짝도 못하는 그녀의 앞으로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그러나 흉측하다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다가왔다.


-크르르르.


어둠을 집어 삼키는 울음 소리가 얼굴 앞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괴물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입을 벌렸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벌어진 그녀의 입으로 미끈거리는 것이 파고들었다.


괴물의 혓바닥이었다.


괴물의 혓바닥은 마치 뱀과 같았다.


아니, 뱀과 같다고 느낀 순간. 정말로 뱀이 되었다.


거대한 나무를 타고 오른 덩쿨처럼 길고 긴 뱀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뱀의 대가리가 그녀의 입속을 헤집었고, 몸통은 밧줄처럼 그녀를 포박했다.


뱀의 꼬리는 그녀의 치마속을 파고들었다.


치마를 지난 뱀의 꼬리 부분에는 어느새 또 하나의 머리가 나타나 있었다.


꼬리 부분의 대가리는 혀를 날름 거리며 팬티 위로 드러나는 계곡 사이를 핥았다.


하얀 팬티에 거무스름한 물자국이 생길 무렵.


뱀의 송곳니가 최후의 방어선인 팬티를 뚫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침내 희진의 계곡 사이를 파고 들었다.


"아악!"


희진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비명이었다.


공포와 혐오, 수치와 굴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 수 없는 열망.


음부를 제집처럼 헤집는 뱀의 움직임에 희진은 생전 처음으로 생긴 열망을 느껴야만 했다.


하복부에서부터 피어오른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그토록 징그럽고 두렵던 뱀의 몸통이 조금씩 부드럽게 느껴졌다.


뱀이 격동적으로 꿈틀거릴 때 마다, 뱀의 몸에 닿아 있는 곳에 기분 좋은 전율이 솟았다.


굳어 있던 가슴이 뱀의 몸짓에 따라 천천히 출렁이기 시작했다.


매끄러운 뱀의 몸통이 유두를 간지럽히듯 스쳐지나고, 음부에 파고든 뱀의 대가리고 이리 저리 움직인다.


생전 처음 느낀 열망은 조금씩 그녀를 점령해갔다.


두려움과 혐오감으로 닫고 있던 그녀의 경계심 역시 조금씩 풀어졌다.


경계심이 줄어들 수록 알 수 없는 열망은 몸집을 불려갔다.


커져가던 열망은 마침내 그녀를 지배했다.


희진은 참지 못하고 입 속에 파고든 뱀의 머리를 받아 들였다.


그녀의 혀가 두가닥으로 갈라진 뱀의 혀와 뒤엉켰다.


남편 민재와의 키스보다 더욱 격렬한 키스였다.


그와 함께 뱀의 머리가 앞뒤로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우웁."


뱀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볼이 이쪽 저쪽 부풀어 올랐다.


마치 남자의 것을 입으로 받아 들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뱀의 혓바닥은 계속해서 그녀의 혀와 얽혀 있었다.


음부를 파고들던 아래쪽 머리가 그에 질세라 더욱 격하게 움직인다.


위아래로 파고드는 뱀의 행위에 희진은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꿈에서라도 상상치 못했던 행위에 온몸의 털이 솟아 오르는 듯 했다.


뱀이 꿈틀거릴 때 마다 마치 전기에 감전 된 것 처럼 온 몸이 찌릿찌릿해져 왓다.


그리고 마침내. 뱀의 움직임이 절정에 달했을 때.


뱀의 머리가 울컥거리더니 그녀의 음부와 입에 따뜻한 액체가 차올랐다.


양쪽 머리에서 울컥울컥 솟운 액체는 거침 없이 그녀의 몸에 들어왔다.


그것이 하복부를 가득 채우는 동시에, 희진은 까무러칠 듯한 쾌감을 느꼈다.


"아아-"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천상의 쾌감이었다. 민재와의 성교에서는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희진이 그 쾌감의 여운을 떨치지 못하고 있을 때, 뱀이 그녀의 몸에서 빠져 나가려 했다.


"아아...안돼!"


희진은 아쉬움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금 더 그 열망을 느껴 보고 싶었다.


조금 전 까지 그토록 무섭고 징그럽던 뱀이 이제는 남편만큼이나 가깝게 여겨졌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뱀을 잡으려는 시도였다.


그때 눈 앞이 환해졌다.


주변을 잠식하던 어둠이 한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어둠이 물러난 공간에 환한 빛이 밀려들었다.


모여든 어둠은 알 수 없는 짐승 같은 형상으로 뭉친 채 희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둠의 목덜미에는 그녀를 희롱하던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희진은 자신도 모르게 어둠에게 다가갔다.


자신에게 쾌감을 안겨주었던 뱀이 바로 어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이성은 이미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꿈 속에서는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녀의 마음과 몸을 억제하던 규범 같은 것도 꿈 속에서는 상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옭매던 사슬이 풀린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평생동안 잠자던 열망이 일시에 솟구쳤다.


꿈속이라는 안도감이 그녀에게 과감함을 안겨 주었다.


이곳에서 만큼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었다.


"다시 해주렴."


희진은 부드럽게 손짓하며 말했다.


그러나 어둠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멀뚱 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희진은 다시 말했다.


"아, 아까처럼... 나를 기분 좋게 해다오."


어둠은 여전히 멀뚱거리며 서있기만 했다.


희진은 한참동안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나를...나를...범해줘."


창피함에 머뭇거렸으나 끝내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둠은 계속해서 멀뚱거리며 서있기만 한다.


마치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내,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니?"


희진은 어둠의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둠이 원하는 것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 희진은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희진에게 있어 상상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비록 조금 전의 쾌감을 다시 얻고 싶었지만, 어둠이 원하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사십 평생 지켜왔던 그녀의 도덕심이 그 말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우물쭈물하자 늑대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대로 가버리려는 것 같았다.


희진은 다급해졌다.


어둠이 가고 나면 다시는 그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꿈인데, 아무려면 어때?"


희진은 다시 한 번 그 쾌감을 느끼기를 원했다.


그 간절함이 마지막까지 그녀를 규제하던 도덕심을 버리게 만들었다.


"내 보지를 거칠게 쑤셔줘!"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였다.


일순간 희진은 자신의 목소리가 꿈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자신의 입에서 그런 저속한 말이 나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내 사라졌다.


더욱 큰 기쁨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버리려던 어둠이 다시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희진을 얽메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희진은 다가오는 어둠을 받아 들이려 몸을 눕혔다.


브라우스와 치마는 벗어 던졌고, 팬티는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나서 음부의 일부만 드러나 있었다.


그런 상태로 어둠을 향해 몸을 개방했다.


"아아-"


곧 다가올 쾌감에 대한 기대감에 떨리는 신음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희진은 타오르는 듯 한 열망을 주체하지 못해 어둠을 향해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음부가 어둠을 향해 꽃잎을 벌렸을 때.


진한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걸어 나온 것은 벌거벗은 소년과 소녀였다.


두 사람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서로 부둥켜 안은채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희진은 놀랐으나 벌린 다리를 닫지는 않았다.


어둠은 형태가 없는 존재. 사람 형태도 조금 전의 뱀과 같이 어둠의 일부분이라 여겼다.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다루어 줄 지 은근히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희진은 비명을 질렀다.


어둠의 일부라 여겼던 두 사람은 바로 그녀의 아들과 딸, 소영과 수빈이었다.


소영과 수빈은 생김은 그대로였으나, 먹물에 닿은 하얀 종이처럼 온몸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어둠에 삼켜진 모습이었다.


"소, 소영아. 수빈아!"


희진은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수빈이 달려들더니 그녀의 몸을 깔고 앉아 버렸다.


"흐흐흐. 어머니. 이런걸 원했었군요."


"아, 아니야! 이건......"


희진은 급히 변명을 하려 했다.


그러나 소영의 숨넘어가는 듯 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말을 막았다.


"깔깔깔깔. 엄마는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더니, 이게 뭐야? 수빈아. 엄마가 조금 전에 뭐라고 외쳤더라?"


"누나. 어머니는 보지를 거칠게 쑤셔달라고 하셨어."


"그래? 그럼 내가 엄마 소원을 들어줄께."


소영은 크게 인심 쓰는 표정으로 희진의 양 발목을 잡았다.


희진은 두려움에 울면서 애원했다.


"소영아. 이러지 마. 엄마가 잘못했어!"


그러나 소영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희진은 어떻게든 반항하려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소영이 그런 희진의 배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씨발년아. 벌려라. 쑤셔줄게."


상상할 수 없었던 소영의 거친 욕설에 놀라고, 뒤이어 복부의 고통에 힘이 빠진 순간.


소영이 하체를 희진의 음부로 밀어 붙였다.


그리고 뜨거운 불기둥이 하복부를 관통했다.


"아악!"


희진은 비명과 함께 꿈에서 깼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축축하게 젖은 속옷이었다.


마치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침대시트까지 흥건히 젖어 있었다.


다행히 그녀가 일어났을 때, 민재는 샤워를 하고 있어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침 내내 민재가 집을 떠날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희진은 간밤의 꿈을 떨쳐내지 못해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이제 민재가 떠나고 나자 불안함이 치솟았다.


미신 같은 것은 믿지 않는 그녀였지만, 지난 밤의 꿈은 단순한 악몽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보다 더욱 실제 같은 느낌들.


잠에서 깬지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감각들.


"괜찮을 거야."


희진은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쇼파에 몸을 눕혔다.


몇시간이나 신경을 써서 그런지 두통이 느껴졌다.


"오후에 무용실에 가서 기분전환이나 해야겠어."


희진은 오랜만에 무용실에 가서 땀이나 빼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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