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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雨緣) (6)

오늘도 5편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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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벽 2시가 넘어섰다.


수아와의 키스에 환호하고서, 다가와 축하주를 한잔씩 따라주었던 사람들도 거의 다 빠져나가고, 이제는 Bar에만 몇 명 남아있을 따름이다.


아무래도 연일 계속되는 비 때문인지 다른 주말보다는 일찍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 같았다.


진철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런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카 세일즈를 했는지 가끔 의문이 드는 수아가, 평소의 수줍은 모습을 떨쳐버리고 진철에게 이것저것 열심히 묻고 있는 게 보였다.


 


‘ 내 친구라니까 편해서 그런가? 아니면, 진철이 녀석의 페이스에 말린 건가? 후후~’


 


아마 둘 다일 거다.


은은한 달빛 아래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벗과 맑은 술 한잔이면, 온 세상에 부러운 게 없다던 어느 옛 시인이 떠오른다.


비록 달빛은 없다지만 그걸 대신해서 차고도 넘칠, 쏟아지는 비와 좋은 음악이 있었다.


거기에다 사랑하는 연인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나야말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 궁금한 건 다 물어봤어?”


“ 네, 진철 씨가 너무 고맙게도 나중에 한번 놀러 와서, 직접 보고 또 이야기를 해주신데요.”


“ 하하하~ 이런 미인 형수님의 손까지 잡아봤으니, 그 값은 당연히 해야지?”


“ 아이~ 오빠도? 참....”


 


수아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술기운으로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에다, 눈까지 촉촉히 젖어 불빛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 진철아. 우리는 이제 그만 갈게.”


“ 그럴래? 내가 조만간 제수씨네 가게에 놀러 가면, 그때 소주나 한잔 하자..”


 


여기에 올 때면 대부분, 끝나고 난 다음에 둘이서 소주를 한잔하곤 했었다.


 


“ 어디로 갈 거냐?”


 


수아가 출입구 앞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진철이 갑자기 물었다.


 


“ 뭐...그거야, 나가봐서...왜? 비오니까 소주 생각나? 가볍게라도 한잔 할래?”


 


고대하고 고대했던 둘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위해 그 정도 시간도 할애 못할 건 아니었다.


 


“ 임마, 두고두고 제수씨한테 눈총 받으라고? 난 싫다~


  그게 아니라, 비도 오는데 괜히 길거리에서 헤매지 말고 이거나 받아...”


“ 어? 이건?”


 


진철이 내민 건 열쇠였다.


그게 무슨 열쇠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내가 전에도 종종 많이 늦었을 때는 진철의 방에서 자곤 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진철의 원룸열쇠였다.


 


“ 너, 임마, 제수씨한테 내 방에 있는 잡지나 포르노를 들키면 죽인다? 알았지?”


“ 임마...그러면 넌 어쩌려고?”


“ 하하하~ 자식이 별 걸 다 걱정하고 있어? 내가 귀찮아서 그렇지, 문 열어두고 기다리는 여자가 한둘이야?


  어쨌던, 난 오후에 가게로 바로 나올 거니까, 들러서 밥이나 같이 먹든지, 아니면 키 놔두는 데는 알지?”


“ 하~ 그래, 알았어...고맙다...”


“ 자식이? 쓸데없는 헛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가봐, 기다리잖아? 잘해봐라, 좋은 사람 같더라, 너하고 잘 어울려...”


“ 그래...갈게..”


“ 참~ 우산 하나 챙겨서 가라...잠깐 기다려...”


 


이래서 친구라는 존재가 소중한 모양이다.


가슴이 찡해왔다.


 


 


“ 출출하지는 않아?”


“ 아니 괜찮아요...”


“ 좀 춥지? 더 바짝 붙어, 빨리 가자...”


“ 네....오빠...”


 


그녀를 처음 본 그때처럼, 거센 빗줄기를 맞으며 우산 속에서 이렇게 하나가 되어 걷는 게 꼭 1주일만이었다.


1주일이란 시간은 사람에 따라서 짧다면 짧고, 반대로 길다면 아주 긴 시간일 것이다.


내게는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수아를 만날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은 시계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초침이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막상 그 시간이 돌아오면 누군가가 심술을 부려서 시침을 한번에 확 돌려버리는 것만 같았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시간이 아니라 느려터진 내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마치 한걸음에 한 시간은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런데...지금 어디로 가는 거에요?”


“ 왜? 겁나?”


“ 아, 아니에요...오빠...”


“ 후후후~ 조금만 가면 돼, 다 왔어. 아참~! 당장에는 배가 안 고파도 혹시 모르니까, 뭐 좀 사가지고 가자...”


“ 네? 네....그래요..”


 


수아의 겨드랑이 아래쪽으로 넣어서 껴안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젖가슴의 언저리가 슬쩍 만져지는 촉감이 너무나 황홀했다.


지난 며칠 동안 스킨십을 즐기면서 몇 번 만져보긴 했지만, 여전히 손에 살짝 닿는 것만으로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진철의 원룸 바로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 눈에 띄자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 여기가 어디에요?”


 


당연히 모텔을 생각하고 있었을 수아는 – 어쩌면, 근사한 호텔을 기대했을지도, 그렇다면 미안해지지만 – 내가 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자 눈이 커졌다.


 


“ 이제는 진짜로 겁이 나? 후후~”


“ 아이~참~ 오빠는? 그만 놀려요...”


“ 하하하~ 미안, 미안...내가 수아랑 있으니까 너무 행복해서 자꾸 실없어지네?”


“ 오빠...저도...그래요...너무 좋아요...”


 


팔을 꼭 붙들고 있던 수아가 얼굴을 내 어깨에다 기대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가슴 속이 화끈해지면서 열쇠를 돌리는 손이 조급해진다.


 


‘ 찰칵~’


 


왠지 당장에라도 이 달콤한 꿈에서 깨버릴 것만 같던 불안함이, 잠금 장치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심호흡을 하고서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싸늘하고 매끄러운 금속의 촉감이 순간적으로 들뜬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켰다.


천천히 손목을 오른쪽으로 틀자 너무나 매끄럽게 돌아간다.


오히려 손목에 걸려서 달랑거리는 우산이 역기처럼 아주 묵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이 두터운 철문 너머에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 두근두근~ 쿵쿵~’


 


한계를 넘어서서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오른손목이 완전히 돌아가서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이 나고는 멈추었다.


팔뚝에다 힘을 잔뜩 주고서 잡아당겼다.


 


‘ 탕~’


 


파라다이스로 가는 입구가 열리는 소리는 생각보다도 굉장히 작고 짧았다.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나타난 건 아주 캄캄한 공간인데도,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느낌에 순간적으로 눈을 감아야만 했다.


 


 


“ 오, 오빠~! 진짜로 여긴 어디에요?”


 


얼떨떨해하면서도 다소곳이 따라 들어왔던 수아는, 내가 불을 켜고서 거침없이 올라서자 정말로 놀라는 것 같았다.


고급원룸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이만 없다면 신혼살림을 차려도 될만한 아담한 크기의 공간이었다.


거기다, 웬만한 살림살이는 다 갖추어져 있고, 아기자기한 장식과 귀여운 인형들도 몇 개 보였다.


물론, 그건 진철이 사다 놓은 게 아니라, 여자들이 선물한 거였다.


직업상 아무래도 여자들이 늘 주변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까 내게 잡지니 포르노니 하면서 너스레를 떨던 것과는 달리, 반짝반짝 윤기가 날 정도로 청소가 잘 되어있는 건 바로 진철의 솜씨였다.


그 녀석은 자신의 워낙 깔끔한 성격 때문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언제 다른 여자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문어발 생활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한 여자가 나가고 5분 후에 다른 여자가 찾아와도 전혀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오랜 경험에서만 가능한 고수의 노하우였다.


 


“ 자~ 일단은 이리 와서 편하게 앉아. 아니다, 몸이 척척할 텐데 개운하게 먼저 씻을래?”


“ 오..빠...?”


 


사온 먹거리들을 주섬주섬 냉장고에 넣고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손을 잡아 끌었다.


수아는 맥없이 내 무르팍에 걸터앉으면서도, 그 얼굴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미안해...사실은 미처 말하지를 못했었는데...”


“ 꼴깍~ 네...오빠...”


 


내가 차분히 입을 열자 수아가 긴장한 모습으로 침을 삼키는 게 보였다.


 


“ 내가 우리 집하고는 별로 안 좋아....”


“ 네? 왜?..”


“ 휴~~ 사실 난....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거든?”


“ 그거야...누구나 마찬가지죠...”


 


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따스하고 다정한 손길,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 ..내 힘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서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는 거...그런 게 정말로 싫었어...”


“ 오, 오빠?”


 


수아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 ..그런 아버지에게 거역하고 혼자 나와 산 지가 꽤 오래됐어...


  사실, 여기도 원래 아버지의 비서가 어머니의 부탁으로 몰래 준비를 한 건데...


  몰라, 과연 아버지가 정말로 모르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


  어쨌던, 가끔씩 진철이 녀석하고 술을 마시다 너무 늦을 때면 이용을 하긴 하지...


  그러고 보면, 나도 꽤나 비겁한 놈이야...자존심을 내세우면서도, 이런 건 또 모른 척...후후후~~”


“ ....오...빠....”


“ 미안해....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 그, 그게 아니라...저, 전....”


 


수아가 더듬거리면서 아주 크게 당황하는 게 역력히 보였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곤란한 것 같았다.


 


“ 어때? 이만하면 드라마를 써도 될 것 같지? 그럴듯하지 않았어?”


“ ...오빠?”


“ 하하하~ 여긴 진철이 원룸이야...아까 내가 열쇠를 받아온 거야...”


“ ...흑...너무 했어요...흑...정말...”


“ 수, 수아야?”


 


수아의 얼굴을 품에다 안으면서 장난스럽게 소곤거리자 뜻밖에도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화가 난다는 듯이 그 작은 주먹으로 내 가슴을 콩콩 두드리기까지 했다.


그래 봐야 그게 아플 리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그녀의 머리 속을 스쳐갔을 많은 생각들을 뒤늦게 떠올리자, 후회가 되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수아만이 아니라 나도 지나치게 흥분을 한 탓에 많이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 약간 풀어보자는 의도에 아무 생각 없이 장난을 친 게 화근이었다.


 


“ 미안해...정말 미안해...사랑하는 수아를 내가 또 이렇게 울리고 말았어...”


“ 훌쩍~ 아, 아니에요...제가 바보같이 자꾸 눈물을...”


“ 사랑해..수아야...”


“ 흐~읍~~”


 


계속 사과를 하자 수아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고서 좌우로 저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동자가 마치 보석처럼 불빛에 반짝거린다.


가슴 속을 축축하게 적시는 애달픔과 한없이 빨려 드는 것만 같은 청량함이 뒤섞인 눈빛, 이 유혹을 이겨낼 만큼 튼튼하고 굵직한 신경줄이 내게는 존재하지를 않았다.


촛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수아의 그 새빨간 입술에 달려들어 정신 없이 빨기 시작했다.


 


 


“ 아까 무슨 생각을 했었어?”


 


키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침대로 누웠었다.


그리고는, 제법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그 말랑거리는 젖가슴을 만졌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옷과 브래지어가 막고는 있었지만, 고무공처럼 부드러운 탄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살덩어리를 조몰락거리며 물었다.


 


“ ...그냥...”


“ 후후후~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니까 포기해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


“ 오, 오빠...그, 그건...”


 


다시 한번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저런 생각만은 하지 않았기를 바랬는데, 결국엔 그랬던가 보았다.


내 무심한 실수로 이렇게 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잘된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는 알 수가 없지만, 수아는 아직도 자신이 날 힘들게 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도, 흔히 말하는 운명적으로 불행을 몰고 다니는 사람, 스스로를 이렇게 여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나야말로 재앙덩어리가 되겠지...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세상에 그런 건 없어...엄마, 내 말이 맞지?’


 


순간적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올뻔했다.


어쨌던,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이 기회를 빌어 확실하게 다짐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다시 무심결에 상처를 입히게 될지도 모른다.


 


“ 후후~ 역시 그랬나 보구나...미안해...마음을 아프게 해서...


  아~ 아니지!...내 입으로 말해 놓고는, 금방 까먹다니...사랑해..


  우리 약속을 했었지? 미안해, 고마워..이런 말 대신에 사랑한다고 하기로...”


“ 네...맞아요...”


“ 수아야...”


“ 네...오빠...”


“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어떻던? 자기 자신이 아주 장하고 뿌듯했어?”


“ .......”


“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지? 눈물이 나고?”


“ ..네...여기가 죽을 만큼 아파서...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수아가 내 손등을 누르자, 손아귀에 잡힌 젖가슴이 찌그러지면서 그 뭉클한 느낌을 더했다.


 


“ 날 사랑하지?”


“ 네...오빠...”


 


조금 전의 일이 약간은 약이 됐는지, 확신을 담은 수아의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 그런데, 수아가 지금 일이 엄청 잘돼서 갑자기 돈을 많이 벌면 마음이 변할 거야?”


“ 아, 아니에요..절대...”


“ 그래...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난 수아를 정말로 사랑해.”


“ 저도 알아요...”


“ 내가 사랑하는 건, 어떤 조건이나 배경이 아니라, 수아라는 한 여자 그 자체를 사랑하는 거야...


  이렇게 맑은 눈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 따스한 가슴도 포근해서 너무 좋아...


  그리고, 수줍은 모습이나 다정한 목소리도 못 견디게 사랑스러워...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수아 너의 영혼이야...”


“ 오...빠....”


 


침대에 누운 채 올려다 보는 수아의 눈가로 다시 눈물이 조금씩 고이고 있었다.


 


“ 착하고 예쁘기만 할 필요도 없어...


  네가 전에 말했듯이 고집이 있어도 좋고, 때로는 화를 내고 투정을 부려도 좋아...


  잘 나고 똑똑해도 좋지만, 바보스럽고 겁이 많다고 해도 아무 상관없어....


  그냥...있는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난 그 모든 걸 사랑할 테니까...알았지?”


“ 오....빠....”


 


수아의 목소리가 떨리더니 눈가로 고였던 눈물이 마침내 주르르 흘러내렸다.


 


“ 후후후~ 그렇다고 괜히 미안해하는 마음은 가지지마...나도 수아한테 그럴 거거든?”


“ 흑...그래요, 그렇게 해요...저한테 화도 내고, 고집도 피우고...흑...사랑해요...오빠...흑흑...”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눈물이 마치 시냇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수아가 두 팔을 쭉 뻗어서는 목을 안더니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입술을 가져와 아주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뜨거웠다.


수아의 온몸이 열로 절절 끓고 있었다.


보드라운 혀와 입술만이 아니라, 내 목덜미를 더듬는 손길과 심지어 젖가슴에서마저, 마치 감기몸살에라도 걸린 것마냥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 같이 씻을까?”


“ 네? 아, 아니...저 혼자..”


“ 후후후~ 어쩌지? 난 수아랑 같이 씻고 싶은데?”


“ 그, 그게...저, 저...”


 


한바탕 홍역을 치르듯이 눈물과 함께 뜨거운 키스가 지나간 뒤에, 서랍장과 싱크대를 뒤져서 수건과 새 칫솔을 꺼냈다.


그리고는, 손에다 그걸 건네주며 소곤거리자 수아가 목덜미까지 벌개져서는 허둥거렸다.


발그레해진 연약한 살결을 보자, 저 옷 속에 숨겨진 나머지 속살들은 얼마나 보드랍고 아름다울 지가 상상되면서 가슴이 벌렁거렸다.


 


“ 수아는 이제 정말로 큰일이 났는걸?”


“ 네, 네? 뭐, 뭐가요?”


 


어미를 놓쳐버린 병아리처럼 안절부절을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볼끈 안으면서 귓가에다 소곤거리자, 정말로 겁이 난 건지 아니면 입김에 간지러웠는지는 몰라도 잘게 몸을 떤다.


 


“ 아까 그랬지,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며? 사실, 난 야한 짓을 꽤나 좋아하거든? 어쩌지? 무를래?”


“ 아, 아니...그건 아니고요...”


“ 그러면? 어떻게 해? 후후후~”


“ 아앙~ 나, 나중에...”


 


귓구멍에다 ‘훅~’ 하고 바람을 불어넣자 고개를 잔뜩 움츠리면서 교성을 토한다.


가뜩이나 흥분으로 딱딱해져 있던 성기가 그 신음소리에 부르르 진동을 했다.


 


“ 나중에? 나중에는 괜찮겠어?”


“ ....네...오빠하고 같이 씻는 거...싫지는 않아요...아니, 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지금은....제발...아직은 너무 부끄러워서 자신이 없어요..”


“ 하하하~ 알았어...그러면 먼저 씻어...”


“ ...네...금방 나올게요...”


“ 후후후~ 천천히 해...시간은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 네...”


 


수아의 수줍은 성격상 쉽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반은 장난으로 던진 말인데 의외의 소득이었다.


사실 애초부터 약간은 걱정스러운 점이 있었다.


나는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조금 과하다 싶게 탐닉하는 측면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비정상적이거나 이상한 쪽으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었다.


단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유달리 스킨십을 즐기고, 둘만의 공간에서는 말이나 행동에서, 꾸밈이 없이 모든 욕구를 솔직히 드러내기를 좋아했다.


욕설 같은 걸 하지는 않지만, 대신 신체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하고, 애무를 주고받을 때도 터부시하는 행위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유달리 수줍음이 많은 수아로선 과연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 지가 솔직히 우려가 되기는 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의 반응으로 볼 때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지, 딱히 그런 행위들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 후~ 어디 보자...그러면 일단 저것만 켜두고 나머지는 꺼는 게 낫겠지?’


 


욕실 문틈으로 새나오는 불빛과 물소리가 자꾸만 유혹을 하고 있었다.


저걸 더 지켜보고 있다가는 욕실 안으로 달려갈 것만 같아,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 애를 썼다.


 


 


듣지 않으려 해도 끊임없이 귀를 파고들던 물소리가 그치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그리고 마침내, 욕실 문이 열리고 수아가 나타났을 때는 정말로 숨이 턱 막혔다.


놀랍게도 작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몸에도 역시 큰 수건만이 둘러쳐져 있었던 것이다.


가슴에서 허벅지 위쪽까지 그 사이만 간신히 가린, 그런 차림으로 벗은 옷가지를 조심스럽게 손에다 들었다.


특히, 그 속에서 아주 작고 하늘하늘한 천 조각을 언뜻 발견하자, 자꾸만 침이 고이면서 손이 나가려 한다.


주방의 작은 등만 하나 남겼는데도 모든 게 너무나 똑똑히 보였다.


 


“ 개운해?”


“ ..네...오빠...”


 


내 방에서 잘 때의 그 모습에서 어깨부분만 더 드러난 정도였지만, 그때와 지금 느낌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모욕이 될 것이다.


비스듬히 모로 서있는 수아의 발그레해진 귀밑과 우아하게 선을 그린 목덜미의 보드라운 살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 윤기가 흐르다 못해 광택까지 비치는 둥근 어깨가 하늘하늘하게 늘어진 매끄러운 팔로 이어졌다.


손에다 아찔한 감촉을 주던 봉긋한 젖가슴이 가려져 안타깝게 만들면서, 그곳에다 겹쳐 끼워진 수건의 끝단을 확 풀어버리고만 싶어진다.


그런 마음이 두려운 듯이 시선을 급히 아래로 옮기자, 오히려 그 충동은 더 커져버렸다.


곧게 내리 뻗은 새하얀 다리의 가장 위쪽에서, 짧은 수건 탓에 미처 못 감춘 둥그스름한 엉덩이의 일부분이 보였던 것이다.


허벅지와 엉덩이의 경계가 확실히 느껴지는 급격한 경사, 손으로 쥐면 그대로 손가락이 파고드는 것만 같았던 아찔한 느낌이, 바로 눈앞에서 그 실체를 살짝 드러냈다.


 


“ ...나도 씻을게....”


“ ...네..오빠....”


 


내 시선에 꽁꽁 얼어붙어버렸던 것인지, 한참을 아래위로 오가며 정신 없이 훑어보는데도 수아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서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마치, 목구멍 한가운데 커다란 돌멩이가 걸린 것만 같았다.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던지 간신히 대답을 한다.


욕실을 향해 몸을 돌리는 것조차 힘에 겨워할 만큼 온몸이 뻣뻣했다.


 


 


“ 자?”


“ 아니에요...오빠...”


 


무슨 정신으로 양치를 하고 샤워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어찌 끝내고는 어쩔까 잠시 망설이다가 팬티만 입고서 나머지는 손에 든 채 나왔다.


침대 안쪽으로 눈을 감고 누워서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린 수아가 보였다.


옷을 책상 위에다 내려놓고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조용하게 대답을 한다.


 


“ 저것도 마저 끌까?”


“ 그냥 둬요...오빠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 그래...”


 


그제서야 눈을 뜨면서 대답을 해왔다.


늘 투명하고 맑던 눈동자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를 내보였다.


 


“ 다 벗은 거야?”


“ ...네....”


 


내 눈에다 고정시킨 수아의 눈동자가 한층 더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녀가 한 대답은 그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이 얇은 천 아래에 그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버리고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감미로운 나신이 떨고 있었다.


 


‘ 부스럭~ 부스럭~’


 


이불 위에 누운 채로 팬티를 벗어 내리자 천이 스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수아도 그걸 들었는지, 순간 눈빛이 흔들리고 울대가 움직이면서 침이 넘어가는 게 보였다.


 


“ 하아~”


“ 수아야...”


“ 네...오빠...”


 


드디어 알몸이 되어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수아에게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 사랑해...”


“ 저도 사랑해요...오빠...”


 


한 팔을 수아의 목 밑으로 넣어서 안았다.


매끄럽고 따스한 살결이 감겨오고, 수아에게서 달뜬 숨결이 쏟아진다.


뭔가를 원하는 듯한 뜨거운 눈빛과 촉촉한 저 입술, 그 순간 온몸으로 소름이 돋는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입 안이 바짝바짝 타오는 걸 느끼면서, 상체를 일으켜 수아에게 얼굴을 천천히 가져갔다.


 


“ 아~”


 


그때, 쇠막대처럼 단단해진 성기가 허벅지를 건드리자 수아에게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너무나 아찔했다.


이렇게 직접 살결끼리 닿는 건 처음이었다.


비록, 천을 사이에다 두기는 했었다지만 성기끼리 맞댄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도, 부드러운 허벅지에 살짝 접촉을 한 것만으로 아래쪽의 구슬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으며 요동을 치고 있었다.


 


“ 느껴져?”


“ 하아~ 네...”


“ 널 뜨겁게 사랑하길 원하고 있어, 네 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해...”


“ ..알아요...기뻐요...저도 원해요...오빠를...”


“ 그래...사랑해...”


“ 사랑해요...”


 


하체를 좀 더 밀어붙이면서 살기둥으로 지긋이 눌렀다.


수아의 허벅지가 바짝 긴장하면서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선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밀려날까 두렵다는 듯이 힘을 주면서 버티고 있었다.


조금씩 입술이 가까워지자 수아가 손을 들어 내 뺨을 더듬으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에 푸르스름한 실핏줄이 비친다.


그리고, 반달처럼 둥글게 휜 길다란 속눈썹이 더욱 크게 떨고 있어 왠지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 흐응~”


 


보들보들하고 연약한 살결이 촉촉하게 붙어왔다.


수아에게서 콧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따스한 숨결과 함께 입술이 열렸다.


상큼하면서도 싸한 치약의 맛을 느끼며, ‘뽀드득~’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은 매끄러운 이빨을 혀끝으로 더듬어보았다.


내 뺨을 쓰다듬던 수아의 손이 스칠 듯 말 듯 미끄러져서는, 어깨를 지나 팔로 흘러내렸다.


그 손길이 지나는 자리마다 오톨도톨하게 소름이 돋아나면서,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려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쳐진다.


아직 본격적인 애무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등줄기를 따라서 전기가 통하는 것만 같은 아찔한 감각이 퍼져나간다.


치열을 따라서 꼼꼼히 훑어보던 혀를 안으로 집어넣자, 왜 애를 태웠냐고 원망이라도 하는 양 말캉한 살덩이가 달려와 덥석 안아버렸다.


 


“ 후륵~ 쓰읍~”


“ 흐응~ 응~”


 


뜨겁게 엉겨 붙은 두 혀가 승천이라도 할 듯이 용트림과 함께 치열하게 싸웠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두 사람의 타액이 서로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도 넘쳐흘러 입술의 틈새로 새나왔다.


팔뚝을 붙들고 있던 수아의 손이 어느새 내려와서는 내 엉덩이를 더듬으면서 당기고 있었다.


그건 마치, 그녀의 허벅지에다 비벼대고 있는 성기에게 뭔가를 재촉하는 것만 같이 느껴져, 날 숨가쁘게 만들었다.


조바심에 손을 앞으로 내려서 천 위로만 만져보던 그 탐스러운 살덩이를 살며시 잡았다.


 


“ 으으응~ 흐응~”


 


수아의 비음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끈적한 느낌마저 주었다.


혀를 아프게 빨아들이면서 내 엉덩이를 더욱 강하게 당겼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허벅지를 움직여 내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손에 쥔 젖가슴을 슬쩍 쥐었다 놓자, 너무나 부드러운 살덩이가 마치 물이 가득 찬 풍선처럼 출렁거렸다.


손바닥을 간질이는 오뚝한 꼭지, 작은 포도알처럼 탱글탱글한 유두가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젖가슴의 크기를 재보기라도 할 것처럼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손가락 사이에다 꼭지를 끼우고 꾹 거머쥐자 수아의 하체가 크게 꿈틀거렸다.


 


그때였다.


수아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있던 구부려진 내 무릎으로, 보슬거리는 털과 함께 축축하면서도 매끄러운 살결이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당장에 알 수가 있었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고 있는 곳, 한없이 부드럽고 연약하면서도 또한 너무나 뜨겁고 강인한 그곳, 수아를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할 입구였다.


다른 곳과는 온도부터가 달랐다.


화산처럼 뜨거운 그곳에서 미지근한 물기가 무릎으로 묻어났다.


수아가 흥분을 한 것이었다.


나를 간절하게 원하면서 애타고 부르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지면서 숨마저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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