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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푸른 바다(4)

 

준우가 텅빈 면회실로 들어섰을 때 희영은 첫눈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군복을 입은 준우는 모양도 어색했고 행동또한 그만큼 어색했다.


 


“어떻게 알고왔어?”


 


“니가 그렇게 도망가면 모를줄 알았냐?”


 


희영은 준비해온 음식을 푸르며 준우에게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많이 먹어….음식 솜씨가 별루라 직접만들지는 못했어”


 


준우는 마치 처음본 음식이라도 되는듯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내 친구가 그러더라고… 남자친구 첫면회가면 짐승처럼 음식을 먹어치운다고”


 


준우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너 지금 먹는 모습이 짐승같아”


 


“고마워”


 


“뭐가 고마운거야? 음식이? 아님 내가온게?”


 


“둘다”


 


“나 안보고싶어할지 알았는데? 보고싶었어?”


 


준우는 웃으며 말이 없었다.


 


희영은 준우의 얼굴을 천천히 뜰어보았다.


 


얼굴은 좀 탔지만 오히려 윤곽이 뚜렷해 지면서 보기좋아 보였고 감정을 억제하는데 능숙해 보이는 눈은 더욱 깊어 보였다.


 


오개월만에 본 얼굴이지만 준우는 못보는 사이에 혼자서 몇번이나 탈피를 하면서 성숙해진 것 처럼 보였다.


 


“오늘 저 외박증 끊었으니까 하루종일 같이 놀아요”


식사를 마친 준우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같이 놀아주세요…그래야지….”


 


희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여름은 끝나가고 있었고 성급한 나무들은 벌써 낙엽을 반이나 떨궈내고 있었다.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따사로움이 느껴졌지만 해가질때쯤이 되자 바람이 계곡사이에서 불어오면 서늘함이 느껴졌다.


 


산속의 날씨를 모르고온 희영은 여름용 원피스만 입고 왔기에 금새 추위를 느끼며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부대 근처의 인적이 없는 마을을 준우와 팔짱을 끼고 산책하던 희영은 가끔씩 몸을 떨기 시작했다.


 


“누나 추운가 봐요”


 


“응 점점 추워진다”


 


준우는 희영을 멈춰 세우고는 주저하는듯 하다가 두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안았다.


 


희영은 너무나 갑작스런 준우의 행동에 잠시 당황 하다가 곧 준우의 품안으로 안겨져갔다.


 


이미 어둠이 내린 먼 숲속에서는 까마귀가 한두번 성의없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준우는 마치 작은 새라고 안고 있는것처럼 희영을 자신의 품안으로 조심스럽게 당겼다.


 


희영은 고개를 들지는 못하고 그저 조금씩 숨이 빨리질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준우와 얼굴이 마주치면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수가 없어서 고개를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길 저편에 갑자기 경운기 시동소리가 나자 둘은 자연스럽게 다시 떨어져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누나 추우니까 어서 차로돌아가요….일단 저녁먹고 잠잘곳을 구해요”


 


“응”


 


희영은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사람처럼 자신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준우가 방금한말도 한쪽귀로 들어와서 머릿속에는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반대편귀로 흘러나가버렸다.


 


준우에게 잠시 따뜻하게 안겼던 기억만이 머릿속 전체를 휘젓고 다니면서 원인을 알수 없는 아쉬움만이 몰려왔다.


 


둘은 식사후 오래 걸리지 않아서 오래되었지만 마음에 드는 모텔을 찾아냈다.


 


고급 시설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아늑했으며 무엇보다 깨끗했다.


 


거리는 이미 짙은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토요일 저녁이지만 다니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른 가을 특유의 공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성급하게 만들었지만 일단 묵을곳을 정하자 둘은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왔다.


 


희영은 처음가보는 모텔이 낯설었지만 티를 내지는 않기로 했다.


 


마치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는 주부처럼 침대시트와 화장대를 점검한 희영은 마지막으로 화장실까지 주의깊게 점검했다.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요?”


 


희영은 준우를 돌아보며 말없이 미소만 보였다.


 


희영은 용기를 내어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준우의 옆으로가서 앉았다.


 


준우는 멍하니 꺼져있는 텔레비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희영은 빽에서 하얀봉투를 꺼내서 준우에게 건냈다.


 


“이게 뭐에요?”


 


준우는 아무것도 씌여있지 않은 봉투를 둘어보다가 내용물을 꺼내 확인했다.


 


만원짜리 세장과 천원짜리가 몇장 들어있었다.


 


“오늘 아침에 집에가서 외삼촌 모시고 올라고 했는데…..외삼촌이 굳이 안가시겠다고 하시면서 이거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셨어”


 


준우는 한참이나 지폐와 돈봉투를 말없이 쳐다 보았다.


 


돈은 아무렇게나 구겨지고 헤어져 있었다.


 


희영은 준우가 울지 않기 위해서 어금니를 깨무는걸 볼수 있었다.


 


준우가 돈과 봉투를 아무렇게나 접어서 군복상의에 찔러넣자 희영은 두손으로 준우의 얼굴을 잡고 자신쪽으로 당겨서 아주 짧은 키스를 했다.


 


준우는 당황도 하지 않고 희영의 짧은 키스를 받아주었다.


 


희영은 초첨을 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준우를 응시했다.


 


“누나가 와줘서 너무 행복해요”


 


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서야 희영은 준우가 아직도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우의 짧은 머리를 한 모습이 보고싶어진 희영은 준우의 모자를 벗겼다.


 


“밤송이 같아”


 


희영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 일단 씻자….자야되니까…”


 


둘은 번갈아 샤워를 하고 나와서 침대에 기대고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희영은 신이나는 말투로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이 얼마나 놀랄정도로 재능이 있는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해서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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