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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가장푸른 바다(1)

 

제대한 첫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 준우는 마음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보았다.


천천히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면 군생활이 마치 영화속 한장면처럼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대학이학년까지 마치고 자연스럽게 입대를 선택했지만 가장 큰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였다


그럭저럭 장학금도 타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학 이년간을 버텨냈지만 삼학년을 앞두고는 더 이상 버틸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육십이 넘은 나이에 기술하나 없이 공사판을 전전하는 아버지의 수입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에도 벅찼고, 그나마 일감도 줄어들고 있어서 아파트 관리비며 전기세가 한달씩 두달씩 밀리기 시작했고 준우에게 꽤 좋은 수입원이었던 과외조차도 삼학년이 되자 모두 끊겨버렸다.


당시 준우 수중에 남은돈은 이백만원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보태면 오학기 등록은 가능할지 몰랐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중에 남은 이백만원을 대학에 털어놓고 나면 당장 차비조차 구하지 못하리라는 위기감이 들자 준우는 군입대를 선택하였다.


입대전날까지도 공사판과 공장에서 악착같이 일하여 삼백만원을 만들었고 모두 아버지에게 드리며 “저 제대할때 까지만 무슨수를 쓰던지 버티세요”라고 말하며 아쉽고 서러운 마음에 안주없이 소주를 마시고 있는 아버지에게 잔을 올렸다.


혼자서 논산으로 향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웃음이 나왔고 한발 한발 훈련소 앞으로 걸으면서 그 웃음은 소리까지 내며 더욱 커졌다.


입대하는 순간에 이렇게 웃음이 나는건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가족들의 눈물속에서 이별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게되자 자신이 왜 웃고 있는지 어렴풋한 상상이 가능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포병으로써 바득바득 군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오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침대에 눕자 지나간 시간이 마치 아름다운 꿈처럼 느껴졌다.


자신은 그꿈속에 한번도 존재한적 없고 슬픔도, 괴로움도, 눈물도, 분노도 먼지처럼 사소하게 느껴졌다.


집은 더 누추해져있었다.


준우가 있을때만 해도 부지런히 청소하고 정리해서 남자둘이 사는 모습을 거의 찾기 힘들었지만 아버지 혼자 지내시게 되면서 집은 그야말로 버림받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준우가 누워있는 침대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올라왔고 이불은 얼룩이 지어져있었다.


화장실과 거실의 형광등은 들어오지 않았고 벽지는 여기 저기서 축 늘어져 있었다.


오히려 군생활을 했던 내무반이 더 깔끔하고 호화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버지는 요즘도 새벽이면 인력시장에 나갔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일을 할수 있을뿐 나머지는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고 있었다.


오랜기간의 막노동은 그의 몸을 망쳐놓았고 이제는 푸른색 진통제가 아니면 일을 할수도 잠을 잘수도 없었다.


그가 갖은 것은 더 이상 어쩔수 없는 자신의 육체와 다허물어져가는 지은지 이십오년이 넘은 20평짜리 아파트와 그 만큼이나 말수가 없는 아들뿐이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아니 그는 준우를 면회갈수 없었다.


이미 귀도 어두워졌고 대인기피 증세가 심해져서 혼자서는 도저히 면회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준우의 사촌누나인 희영이 일요일 아침 차를 갖고와 몇번이나 같이 면회를 가자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을 면회가지 않았다.


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서 희영에게 건네 주며 가서 맛있는거 사먹어라 하고 돌아설뿐이었다.


준우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몸을 뒤척이는 중에 키가 조금 더 큰 것을 알수가 있었다.


몸에는 근육이 적당하게 붙었고, 얼굴은 젖살이 빠지면서 신중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실에 삼십년도 넘은 시계가 열한시를 알리는 종을 치자 아버지가 가래침을 뱉는 소리가 연이어 몇번 들려왔다.


준우의 방은 불을 꺼놓았지만 거리의 조명과 창문쪽으로난 도로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차들의 조명으로 여러가지 색깔의 불빛이 일렁대며 춤을 추고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경찰차 싸이렌 소리, 마당에서 들여오는 할머니의 불평소리, 원인을 알수없는 여자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길건너 어디에서간 잠결에 들려오는듯 했다.


준우는 눈물이 날정도로 졸음이 몰려오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 누구도 근무서라고 새벽에 깨우지는 않겠지…”


준우는 오래간만에 깊은 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어쩌면 잠으로 추락했다는 말이 더 적당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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