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26)
* * * *
엊그제 아침이다.
축 쳐진 어깨..기운이 더 빠진 듯한 뒷모습을 보이며 출근하는 남편,
내게는 그 모습이 너무 힘들어보이고 안쓰럽게 느껴져,
서준 그 남자와의 밀약을 은연중에 채근당하는 것 같았다.
동건씨는 물론 서준 그 남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모두 잊어버리고,
새롭게..민주의 협박에서 남편을 도로 찾아올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자..
그렇게 아프지도 않는 남편을 괜히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 시간을 멈춰두긴 했지만,
텅 빈 집에서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
일부러 생각지 않으려고 해도 채 몇 분 지나지않아 스멀스멀 피어나는 이상한 불안감,
조반도 굶었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도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 시가 조금 넘었을까...아파트앞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서준 그 남자의 전화가 왔다.
나란 여자는..천상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
별로 달갑지않은 외출준비를 하면서도 옷차림을 신경쓰는 나 자신이 좀 우습다.
한참 망설이다가 일부러 바지치마를 챙겨입었다.
의상실에 가서 남자의 사무실에서처럼 드레스류를 입어야 한다면..
그래서 내가 입은 바지치마를 벗어야한다면..이 옷을 벗을 때까지는,
예전의 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잠시후, 편안한 옷차림으로 현관을 나서는데..왠지 모르게 낯설음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눈에 밟히는 오빠의 실내화..그리고 현관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우리 부부 조깅화,
"여보! 나를...은애를 지켜줘요...꼭이요!! "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마을버스 정류장 못미처 차를 세우고 있던 남자는 내 모습을 확인하곤 운전석으로 몸을 실었다.
내 표정이 조금은 어두운 걸 눈치라도 차린 모양이다.
남자는 평소보다 더 살갑게 조수석으로 몸을 앉힌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준이.. 은애에게 많이 밉보였나 봅니다...]
[..알랑방구 그만 뀌고 운전이나 하세요]
[참..남편 아프다더니..어떻게 좀 나으셨나...?]
[............!?]
[한 배를 탄 사람끼리..너무 무겁게 그러지 말구..기분 풀어요!]
나쁜 넘..그 사이 본색을 드러내네...못믿을 건 사람 마음이라더니...
오빠의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을 배신한 나 자신,
이미 용서받지 못할..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에..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남편을,
나무라거나 원망하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 남자들이 다 바람을 피워도 오빠만큼은...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의지해 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 순간.
남편과 민주와의 그 정사를 훔쳐보게 되었고,
그 후론 누구 하나 제대로 믿음이 가는 인간이,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듯한,
심리적 불신사태가 그렇게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후~ 풀고 말고할 기분이.. 뭐 있어..]
[시디넣을까..라디오 켤까..? 흐,음..저번에 말했지...믿던 안믿던,
은애에게 향한 내 마음은 변함없구..내 말만 잘 들으면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구..말야 ]
[후우~세상 믿을만한 사람이 있어야지..믿던 말던 할거 아냐..]
[무슨 말이야...? 사무실에 안 나온 그동안..뭔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구나..
한숨만 푹푹 차바닥이 꺼져라 쉬어대고..왜..? 남편이 무슨 낌새라도 눈치챈 거야..?]
[아냐, 그런 건.. 내 문제니까...신경 안써도 돼!]
[음, 그렇담 다행이지만..솔직히 나도 불안해..은애 남편..먼발치로 한 번 봤지만...
운동깨나 한 남자같던데...그렇다고 이제와서 맞잡은 손을 뗄 수도 없구..
아무튼 이런 내 마음도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응?]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건씨도 일전에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내게 한적이 있었고..이 남자도 마찬가지로,
남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나에게 무대포로 집착하는 마음을 내보이고 있으니..
혹 내게 무슨, 남자를 홀리는 요부같은 기질이라도 있는 걸까.
[이해고..오해고 간에...날 만나서 하고 싶다는 그 얘긴 뭐에요..?]
[아~그거...광고주 만나기로 하구선 왜 약속을 펑크냈는지...그리구..]
마치 꿈에서 깨어나 달콤한 환상에서 눈을 뜨는 순간, 현실의 서늘함이 밀려오 듯이,
광고주 이야기만 나오면 내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린다.
남자는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는데도 은근히 사람을 주눅들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더군다나 이 남자의 성기를 입에 담았다는 부끄러움과 무안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무소불위의 광고주 금력앞에 내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히는 서글픔..
건성인양 차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면서도 나는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나야 뭐..어차피..홍보모델 선발대회에서..은애가 우승만 거머쥐게 하면 그만이야..
근데..그것만으로는, 내 수고비는 커녕 차 수리비도 건지지 못할테니...
그래서 광고주와의 만남을 주선한 거구..]
[수리비는..만약에 우승하면...스폰을 맺지않아도 충분히 변제할 수 있다고..하구선..]
[은애..정말 순진한 건지..뭘 모르는지..이해를 못하는 건지..내가 헷갈리네..]
[무슨 뜻이에요..?]
[현역의 잘나가는 톱스타라면 또 몰라..광고 한 편 찍으면 적게 들어와도..
하지만 뭐야..은애는...프로필도 변변챦은 신인..더구나 미시쟎아..아줌마! ]
[애초에..내게 말할 땐..참신한 미시모델을 구한다고..그래서 대회에...]
[하하! 나, 참..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백치같은 말을 하네..
물론 은애는..내가 첫눈에 반할 만큼 미모, 몸매, 스타일 다 뛰어난 거 인정해,
지금도 마찬가지구..근데...솔직히 은애정도 되는 여자는 쎄고 쎗어..알어?
내말 무슨 뜻인지..?]
[그거야..나도 모르는 거 아냐...]
[그뿐인줄 알아? 어떻게든 타이틀 하나 거머쥘려고 돈을 뭉치로 싸들고 와서..
제발 결선 후보에라도 올라가게 해주십사..매달리는 여자들이 얼마나 또 많은데..]
그제서야 나는 무언가 희미한 윤곽이 떠오르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미모의 젊은 여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와서 뎀벼드는 그런 대회에,
나란 여자는 돈 한 푼 들이지않고 달랑 얼굴 하나로 우승 운운하고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자신이 정말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럼...왜 나같은 여자를...?]
[광고주와 만남을 주선하면서..개략적인 사인은 내가 보냈쟎아...기억 못해?]
[글쎄..모델로 선발되면..상금이랑 계약금으로..수리비 충당하구..그냥 그걸로 끝나는..]
그동안 남자에게서 전해 들었던 말들을 더듬더듬 두서없이 주워 섬기던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근데 남자는, 야비한 모습의 전형처럼 입꼬리를 묘하게 비틀어 올리면서 피식 웃는다.
[어디..내 말이 잘못됐어..? 왜 비웃는 거에요? ]
[비웃긴 누가..그만큼 알아듣게 얘기를 했는데도 여전히 앞뒤가 꽉 막힌 깡통..]
[깡통이라니..치이~기분 상하게...
이리저리 빙빙 돌리지 말구...똑 부러지게 욧점을 말하면 될걸..]
[흐,음..좋아! 직설적으로 말해서 요점이 뭐냐면...]
[..............??]
[잘 들어..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을테니까..은애가 광고주와 스폰 맺는건..나도 속상해!]
[차..차 좀 천천히 몰아요! 사고나겠다..]
[사고라도 나서 은애랑 같이 "콱" 죽어버렸으면..좋겠다..솔직히..!
그 분의 의도가 뭐냐면..흐음! 선발대회 뒤풀이로 벌어질..축하 리셉션에..
은애를 당신의 파트너로 해서 참석했으면 하는...]
[아니..뭐...뭐라구요? ]
나는 그제서야 서준 이 남자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휘둥그레떴다.
이게 이게 무슨 말인가..
엄연히 결혼해 가정을 가지고..두 눈 시퍼렇게 뜬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그런 나를 보고 광고주의 여자가 되어 파티에 참석하라니..
내게 첫눈에 반했니 어쩌니 했던 서준이, 갑자기 사람이 아니라 교활한 짐승처럼 보였다.
[아무렴..다..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어..어? 뭔가 오해를 했나본데...그냥 그 분 파트너로 동반만 해주면 된다,
뭐 그런 의미에서 말했을 뿐야..은애가 뭘 잘못알구..그 이상으로 상상을..]
[그게 그말이쟎아...나더러 홍보모델을 시켜주는 댓가로 광고주와 스폰을 맺고..
파틴가 뭔가 참석하는 자리에 늙은이의 여자가 되라는..]
[다른 의도는 없구...다만, 음..은애가 파트너가 되었으면 하고..스폰을 원하기 때문에
나는 그분 뜻을 전했을 뿐이야...뭐, 어차피 선택은 은애 몫이니까..
괜히 엉뚱하게 나에 대해서 오해는 하지마..그리고 말했쟎아..나두 속상한다구..]
내가 필요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보였나보다.
그치만 처음 남자의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자기도 내가 스폰을 맺는 건 속상한다..남자의 그 말 뜻은..?
그리고 여태까지 한 번도 사교적인 파티에 가본적이 없었던 내게, 파트너라는 의미는,
당연히 이차적으로 밤을 함께하는 그런 걸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오해는 풀렸으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의구심이 남아있다.
스폰 제의를 받아들이든 거절을 하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같다
남편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공장운영을 도우려면..그 방법밖에는 없는 걸까?
막상 그날은 눈 한 번 질끈 감기로 마음을 독하게 다잡아 먹었지만,
내앞에 그 일의 결정, 아니 선택을 강요당하면 혼자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굳이 거절한다구 해서..뭐, 꼭.. 우승을 못한다고 할 순 없지만...
은애가 원치 않는다면...내가 강요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서준씨는 잘 알거 아냐..스폰을 맺지않아도 선발된 모델이 광고주와 파트너가..되는 ?]
[글쎄..나도 잘은 모르지만..통상 그런 식으로..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광고주와 모델은 불가분의 관계니까..말야..]
[그러네..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참, 그날 약속 펑크냈다구..서준씨가 욕먹었어..?]
[욕을 먹었다기 보단...그건 그렇고..난 갑자기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은애가..]
[내 신상에 쫌 그럴 일이 생겼어..근데..그 남자, 왜 나를...?]
[그 분이 왜 은애한테 청을 넣나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이미 개략적으론 말했쟎아..
다만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음, 그 분 부인을 상처한 지가 꽤 된 걸로 알거든..
그리구 이건 여담이지만 나두 리셉션에 참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내용의 파티인지는 몰라...그래서..]
[광고주가 홀아비..라구?]
[으,응..여동생이 하나 있는데..아마 같은 집에서 사나봐...이제 대충 감이 잡히니..?
파티에 참석한 귀빈들은 모두 파트너를 대동하는데..
주최측인 그 분만 혼자 덩그라니..파트너도 없이 참석해봐..무슨 꼴인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의 마음은 이미 조금씩 기울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더 결정적인 말을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그럼, 정말 그냥 파티에 파트너로 참석하면 되는거야? 믿어도 되지? ]
[그렇지..뭐..은애 혼자 참석하는 파티는 아닐테니까..별일이야 있을라구..
솔직히 나도..은애가 그런 모임에 참석한다는 데는..마음이 안좋아..
아까도 말하구 그날도 말했지만..첫눈에 은애에게 반했다는 고백..진심이니까..]
[으응, 그리구...하나 더, 대회전에 정말..꼭 한 번 광고주를 만나야만 돼?]
[만사 불여튼튼이라구..돌다리도 두드려 보구 건너는, 가진자들의 확약아닐까?
내 생각은 그런데.. 뭐, 은애가 굳이 싫다면 파트너만이라두...]
그래, 이 남자...나를 구렁텅이로 밀어넣을 그런 나쁜 남자는 아니야..
내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뭔가를 한참 생각하는 동안,
서준은 잠시 동안 앞만 바라보며 운전에만 열중을 했다.
[약속 시간 다시 잡으려면...이번에는 내가 전화를..해야겠지..?]
[어? 어..아냐, 은애가 번거로울지 모른다고 걱정하시면서..그러더라..
저택에 와서 저녁식사 준비를.. 파출부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칫! 그 남자..취향도 별나네...임자있는 유부녀에게 요리를..?]
결국은 이것저것 모두 약속을 하고만 꼴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자의 반 타의 반..승락은 했으나 여전히 머릿속은 조금 혼란에 빠진 듯했다.
서준이나 광고주가 나의 취약점을 이용하고, 상황의 불리함을 교묘하게 엮어,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속으로 나를 몰아넣는지는 모르지만,
설령 내가 이성적으로 거부한다 해도 어차피 현실적으로 타협하게 마련이다.
내게 절실히 필요한 건 차 수리비가 아니라 오빠를 도울 수 있는 금전적인 큰 보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뭔가 기대하거나 바라고 스폰제안을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게는 아무리 되돌아 보아도 그럴만한 능력은 없다고 스스로 판단되었으니까,
그래서 남자의 말 그대로, 모델에 선발된 내가,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몇 몇 사람들과 가지는 축하파티인데..
특별히 뭐 이상한 의도가 내재되어 있지는 않을 거라고 결론지었다.
그래, 그냥.. 하루 저녁.. 그 남자의 집에가서 준비된 식사를 함께해주고,
파티때.. 파트너로 동행해서... 자리만 채워주고 돌아오자!
"오빠를 위해서..마음편하게, 그래..은애야! 이왕 승락했으니..그렇게 하자..!"
승락도 하고 결심까지 했지만 아직도 마음 한켠에 걸리는 의문 한 가지는,
왜? 나같은, 파티에 데려가봐야 어색하기만 할 미시를 그 남자가 선택했느냐다.
의례히 그래 왔다느니..스폰사가 홀아비라..동반할 부인이 없다느니..등등
서준은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였지만..여전히 찝찝한 여운이 내 가슴속에 남아돌았다.
"하필이면..남편있는 미시를 원할게 뭐람..은혜만 입지 않았으면..."
나를 자신의 마음속에 담고있는 서준이, 그런 생각들을 하고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일부러 차창앞으로 다시 시선을 보낸다.
잠시동안 그렇게 눈앞으로 다가오는 거리의 풍경을 촛점없는 눈으로 바라보는데 ,
왠지 한 번 와 본듯 한 느낌이 퍼뜩 머릿속으로 스쳐간다.
그때 슬그머니 나의 허벅지위에 오른손을 얹어오는 남자.
왼손으론 능숙하게 핸들을 조작하면서 높낮이가 없는 음성으로 엉뚱한 말을 해온다.
[이제 스폰 문제는 끝났으니까 그쯤 해두고..지금부터 은애 버릇 좀 고쳐야겠어..]
[내 버릇을 고치다니..? 그리구.. 의상실 간다더니, 여긴...?]
난 내심으로 "뭐야? 이 남자..또 내 몸을..?"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랐지만,
여전히 바깥으로 눈길을 던져..큰길가에 늘어선 높다란 건물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언젠가 동건씨가 나를 마중나왔던 그 장소 근처였다.
"트윈..오피스텔... "
아직도 분양이 덜 끝난 형편인지 광고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사이로,
쌍동이 처럼 나란히 서 있는 두 동의 오피스텔 건물..
라운드형 티셔츠에 무릎부분이 얼기설기 찢겨진 청바지를 입었던 남자..
TV광고에 나오는 모델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동건씨!
대리석 계단을 저만치 보자 확연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는 사이,
스르르 하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 듯이 도로옆으로 차를 멈춰세운 남자.
닷자곳자 조수석으로 상체를 기울이더니 내 머리위로 손을 확 덮쳐온다.
[나중에.. 산수갑산에 갈땐 가더라도..우선은..오늘..은애를...!]
[흡 ! 우익..야! 가..갑자기...이러면...후~흐읍..]
반강제적으로 내 뒷머리를 와락 끌어당긴 남자는 자기 입술을 거칠게 찍어눌러오며,
허벅지위에 얹혀있던 손을 젖가슴쪽으로 옮겨 나의 유방을 꾹 움켜쥔다.
저항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입술과 젖가슴을 점령당한 나는,
두 손을 마구 허우적거리며 남자의 몸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힘껏 나를 옭죄어온 남자의 입술과 손.
어느새 내 이 사이를 헤집고 혀가 들어왔고, 블라우스 속으로 기어들어온 손은,
팽팽하게 매여있는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쏘옥 밀려들어온 혀를 꽉 깨물어버려야 하는데..그리고,
옷속으로 기어들어온 남자의 손등을 손톱으로 확 꼬집어 비틀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이 남자는 물론 동건씨에게도, 더 이상의 부적절한 관계는 허락하면 안된다.
그렇게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으며, 나 스스로 그 해괴한 욕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는데,
그 모든 다짐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사그라드는 것이다.
남자의 거친 손길에 "톡.." 하며 힘없이 풀러지는 브래지어 호크,
이내 젖가슴을 쥐어잡으며 유두를 건드려오자 금새 단단하게 반응해버리는 내 젖꼭지.
내 마음의 의지와는 전혀 반대로 달아오르는 몸을 남자는 마구 주물럭거려왔다.
[흐읍..! 야아~~길가에서..후~흡! 이게 뭐하는 짓야..?]
[................!!]
남자는 대답을 대신하는 양..더 강하게 내 젖꼭지를 비틀어대며,
마치 젖이라도 쥐어 짜낼 듯이 유방을 꾹꾹 눌러 터쳐버릴 것처럼 부벼댄다.
얼마후..막힌 숨통이라도 튀어주는 것같이 입술을 내 귓불쪽으로 옮겨가는 남자.
순간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하아~하는 더운 숨결을 토해내고 말았다.
계속해서 내 귓볼을 핥아대고 입김을 불어넣던 남자는,
그 숨소리가 마치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한 손으로 내 옷을 위로 밀어 올린다.
[하아~~ 이..이 나쁜...여긴 사람들이..많이..]
[사람들..? 볼테면 보라지.. 난 쪽 팔릴 거 하나 없어..]
제대로 반항다운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앞유리 너머를 바라보는 나는,
혹시나 누가 지나가다 들여다보지 않을까 "조마조마" 마음이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다행히 한가한 오후 시간에,
날씨가 더운 탓인지 지나다니는 행인들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저번처럼 또 다시 차안이라는 묘한 상황에,
더군다나 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가의 노출된 장소라는 스릴때문인지..
귓불에서 아래로 타내린 남자의 입술이,
예쁘게 패인 나의 쇄골을 지나 덤썩 젖가슴을 베어물 때는,
마치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쾌감이 내 머리끝까지 치달려올랐다.
[헉! 아아~ 으으..으응!! ]
바짝 모두고 있는 허벅지 사이에서 감미로운 간지러움까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흐릅! 쭙..쬭쬭 !! 흐,음..그동안 은애에게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몰라?
사람이 좋게좋게.. 편하게 대해주면..쬭..쭙쭙!! 알아서 처신을 해야지 말야...
음..몇 번이나 말했어..? 내 말 잘 들어라구...]
무언가 모르지만 그동안 내게 쌓인게 많이 있었는지,
조수석 시트까지 신경질적으로 뒤로 "확" 젖힌 남자는,
마치 그 불만을 표시하는 것처럼 상당히 거칠고 강한 자극으로,
계속해서 내 젖과 꼭지를 입술과 혀로.. 쭐쭐 핥고 쬭쬭 빨아댄다.
[내 마음을 보일려구..응? 양아치 짓 했던 증거도 다 없애구..흐릅..쭙쭙!! 진심으로 대해줬더니..
뭐야..사무실에 며칠씩이나 콧배기도 비치질 않구..쬭! 좋다이거야...
은애가 원점에서 새로 시작한다면..나두 비인간적으로 행동..흐르릅! ]
[으으~~흐응!! 그..그건, 개인적으로..]
비음이 섞인 신음을 입안에서 억지로 씹어삼키던 나는,
남편에게 있었던 그 일들을 털어 놓으려다 말고,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그동안 남편과 민주의 부적절한 관계때문에 심경에 변화가 많았다."
남자에게 드러내놓고 그렇게 우리 부부의 문제를 말한다?
그것은 왠지 내 허물을 모두 들춰내 속마음을 홀랑 뒤집어 보이는 것 같았고,
그리고 상간남앞에서 남편을 헐뜯는 그런 치사한 말을 지껄인다는 것을,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냔 말이야..갠적인 사정은 누구나 다 있지..일을 시작했으면..마무리를..잘해야지..
응? 다 된 밥에 코 빠뜨릴려구..기회에 은애...
요기 요.. 높은 콧대를 확~주저앉혀..납작하게 낮춰놔야 되겠어..]
[흐~아아~~애..얘기 다 끝내구선...새삼 왜 못나게..내가 뭐 유치원다니는 어린애야...하으~~]
내 유방과 젖꼭지를 잠시도 쉬지않고 못살게 굴던 남자는,
꼭 모두고 있는 내 허벅다리 사이로 한 손을 쿡 밀어넣었다.
그리곤 그 보드랍고 탄력있는 살집을, 세게 움켜 꼬집을 듯이, 손끝을 구부렸다.
[선발대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몸에 시퍼렇게 멍자국이 나봐야 정신차릴거야?]
[하~~몰라..거..거길! 꼬..꼬집기만 해봐...소리 지를거야..사람살려..하구..]
그러나 남자는 내게 겁만 줄 요량인지 정작 더 이상은 거칠게 행동하지 않는다.
근데 손에 별로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꼭 붙이고 있던 허벅지가 슬슬 벌어지고 있다.
애초에 이럴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하고있었던 걸까?
남자의 애무, 내 몸은 너무 쉽게 그 손길에 빗장을 풀고 열려버린다.
조금 더 깊이, 통이 넓은 바지치마 가랑이 속으로 남자손이 들어왔다.
촉촉하게 젖어버린 음부중심이 남자에게 들킬 것같아 나는 서둘러 엉덩이를 뒤로 뺐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내가 취한 그런 움직임은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유혹의 몸동작일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준비고 뭐고 그냥 확 손 떼버린다]
[치사하게..이랬다 저랬다.. 지금 나 협박하는거야..?]
[내게 아둥바둥 대드는 그 버릇 못고치지...뭐야..젖어 있으면서...]
[아이~ 모..몰라! 저..젖기는..치! 다..땀인거지..]
남자의 손가락이 팬티위로 슬슬 기어다니며 꼬옥 맞물린 살틈새를 살살 긁어댄다.
나는 음부둔덕에 느껴지는 그 부드러운 간지럼에 허리를 꿈틀하며 엉덩이까지 움찔거렸다.
마치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 해변 물가에..두 발을 가만히 담그고 서 있으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 조각이 내 발을 간지럽히며 포말로 부서지듯,
그렇게 쾌감의 근원들을 잠에서 일깨우며 잔물결을 일으키는 남자의 애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놨는데..그래, 땀이나서 팬티가 젖었다구..?]
[더..덥단말야...나는 ]
[하여튼..그 넘의 내숭은...으,음..! 엉덩이 좀 들어봐!]
입으로는 반대의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내 몸은 어느새 남자의 명령에 따르고 있다.
내가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올린 순간,
옷앞에 달린 지퍼를 찍 내린 남자는 순식간에 바지치마를 벗겨버린다.
[뭐..뭐야...치마는 왜 벗겨? 저..정말 여기서...?]
화들짝 놀란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휘돌아보며 불안하게 눈을 굴렸다.
[은애가 싫다는데..누가 여기서 그 짓거리를 한대...? 좋다구..어디..]
모든 움직임을 갑자기 딱 멈춘 남자, 차문을 거칠게 밀치더니 이내 차에서 내려버린다.
그리곤 내게서 벗긴 치마를 둘둘 말아 한 손에 쥐어잡은 채 조수석쪽 문을 벌컥 열었다.
[내릴 거야..말거야..? 뭐해...? 안 내려..?]
[어..? 으,응! 오..옷 이리줘, 입고 내릴게..]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는 그 야비한 미소를 또 다시 그려보이며,
차에서 안 내릴 거냐고 채근을 해 오는 남자..
미친 넘..블라우스는 다 말려 올라가 있고, 더군다나 브래지어까지 풀어진 채,
달랑 팬티 하나만 입고 있는 차림인데..차에서 내리라니...
바지치마를 내게 줘야 입고.. 내리던 말던 할거아냐.
"나쁜 넘, 하려면 그냥 차안에서 하지..굳이 오피스텔로 갈 모양이네.. "
나는 별다른 생각없이 손을 내밀곤 남자가 내 옷을 건네주기만을 기다린다.
[은애 너.. 정말 바보아냐..돌려줄 걸, 내가 왜 벗겨 들고 나왔을까..]
[아니, 뭐라구..? 그럼 아랫도릴 벗은 채 차에서 내리란 말야..?]
[나, 참..이거 아무래도 안되겠군....내리던 말던..
그러구 그냥 그대로 집에 돌아가던지.. 은애 너.. 맘대로 해..]
내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릇을 고쳐 놓겠다고 큰소리친 게 바로..
나는 그제서야 남자의 양아치같은 그 속내를 눈치차렸다.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