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23)
* * * *
[으,음..저녁 준비하느라..수고했는데..일찍 가봐..]
[킁! 치이! 옵바~는..무슨...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구...섭섭하게 가라마라야..]
대뜸 가라고 말하는 남편,
찌개냄비를 방열장갑 낀 손으로 식탁위에 들어올린 민주는,
그러나 화나거나 삐친 음성이 아닌 여전히 애교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콧방귀를 뀐다.
[저번 날처럼 나.. 곤란하게 만들지 말구..얼른 들어가서 백서방 챙겨]
[뭐야...김 새게스리.. 흰죽 그 인간은 왜 들먹여? ]
[이쁜이 들어오자마자 샤워하러 들어갔기 망정이지..어떻할 뻔 했냐..
서재 문이라도 열어봤으면 기겁을 했을텐데..]
[어떻하긴..머리끄댕이 한 번 휘어잡히고..옵바랑..쪽 나면..나는 얼씨구나 춤출텐데 뭘..]
"저번 날..? 아~ 내가 서준 그 남자랑...늦게 귀가한 날..그럼, 그때도 민주가 우리집에..?"
오빠의 대화를 미루어볼 때 이제사 그날 있었던 남편의 이상한 행동이 이해가 된다.
두 사람이 우리집에 함께 있다가 민주가 미처 나기기전에 내가 들어왔고..
그래서 서재방에 숨어있다가 내가 욕실로 들어간 사이 집을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근데..민주 남편을..백서방? 그럼 오빠와 민주 남편 관계가..?"
점입가경이 이런 것일까?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사연들이 많은 모양이다.
오빠가 민주 남편에게 "서방"이라고 호칭한다면 진짜 여동생의 관계이던지,
아니면 그와 유사한 친분이 있다는 얘긴데..
아내인 내가 모르는 여동생은 오빠에게 분명 없는데,
그렇다면 민주와 오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은애야.. 나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남편과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가끔 이야기끝에 내게 카운셀링을 원했던 민주,
지금 생각하니 그 모든 게 나를 떠보기 위한 연막작전이 아니었나 새삼 느껴진다.
[애리..너 이 기집애..남편더러 "흰죽" 그 인간이라니..? 내가 말 조심하랬지..]
[아무렴 어때, 옵바가 나를 떼밀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이제와서 내가 뭐라고 부른들 무슨 상관이야..]
"애리..애리...? 민주가 애리? 마사지샵에서 그 아가씨가 말한 윤애리 사모님이.."
남편은 내 앞에서는 민주라고 부르고, 지금 둘 사이에서는 "애리"라고 칭한다.
그러면 민주는 애리가 본명?
지는 거 싫어하고, 어디 가서 절대 손해 보는 타입이 아닌 민주,
근데 오빠 옆에서는 청순가련의 대명사처럼 고분고분 행동하고 있다.
[니 그 성격은 여전하구만.. 확 변신해서 그럭저럭 잘 살줄 알았더니..
내 앞에서 백서방 헐뜯는 그게 정상이냐?]
[남편 욕하는 뇬이 정상은....아니지..뭐..나두 알아..]
[잔말 하지말고 얌전히 지내..아니면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도 못하게 할거야..]
[치잇! 둘 다 불가능해...]
[암튼 니가 잘 알아서 생각해..호강에 겨워 요강에 헤엄칠 이 기집애야..]
["실연당한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달래 주는 게 제 맛.."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나를 꼬셔서 그 인간한테 떠다민 옵바가 무슨..말할 자격이나 있어?]
[애리 너..정말...?]
[흰죽 그 인간과 결혼해서 여태까지 잠자리같이 했던 날 수..그거보다 그래..
결혼전 옵바랑 사귄 거 하구.. 그동안 잔 횟수를 생각하면,
내겐 거의 옵바가 사실혼 관계였다고 봐야 하고...
그리구..내가 지금 얼마나 옵바를 원하는지도 잘 알면서..
은애..집에 붙어있는 삼일동안 기다리느라..내 목이 얼만큼 말랐는지 몰라서..]
[아무튼 백서방 이야기는 다음에 하구..
이쁜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쟎아..정해진 퇴근시간이 있는 것두 아닌데..]
내가 사흘동안 집에 붙어 있은 그 시간 내내 안달이 났었다구..?
나는 애써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눈을 크게 뜨곤 귀를 바짝 곤두세운다.
"그 동안 잠 잔 횟수를 따지면 남편과 사실혼 관계였다고..?"
"남편이 민주...아니, 애리와.. 그..그럼 두 사람은 과거부터 지금껏..?"
나와 결혼전부터 두 사람이 사귄 것은 불문가지..였고,
그리고 결혼후에도 유부녀 유부남의 신분으로 관계를 이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앞에서,
내 몸과 마음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다말고 숫제 빳빳하게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지금 내 형편은.. 백원기(애리 남편)를 마다할 입장이 아니란 것도 알아..
그런데 옵바~가, 백서방 그 작자 얘기만하면.. 숨이 막혀 콱 죽어 버릴 것 같다구..
몰라? 내가 그 당시 옵바를 얼만큼 사랑했는지....내 목숨만큼 사랑했는데...
옛날에..은애 때문에..내가 떠밀리다시피 그 인간에게 팔려간게..억울하다구..]
[팔려가긴..그냥 복을 걷어차라.. 얼굴 잘생겨, 능력 출중해, 집안 괜챦아,
한 가지 흠이라면...밤일이 좀 시원챦다는 것 뿐인데..뭐가 불만야..]
[칫! 말 잘했네...내겐 다 필요없다구..돈이구 능력이구 그 딴거..밤일이 중요하지..]
[대체 네가 제정신이야? 밤일..밤일...결혼 생활이 섹스가 전부는 아니쟎아..]
[나도 이러는 내가 제 정신이 아닌 거 알거든? 근데, 나..도저히 백원기랑 못살겠어...
옵바가 그때 그 말 하는 순간 확실히 깨달았어..옵바에게 길들여진 내 몸..
이 결혼 오래가면..나..윤애리...말라서 죽어 버릴지도 몰라..]
앞치마를 벗어 아무렇게나 "틱!" 던져놓은 민주는,
남편에게 찰싹 달라붙 듯이 등뒤에서 포옹을 하고있다.
블라우스 밑에 브래지어도 입지 않았는지 젖가슴의 불룩한 볼륨이 "출렁출렁"
움직일 때마다 아찔하게 흔들리는 그것을 남편 몸에 부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모두 알아버린 나는 심하게 저려오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뻥" 뜷려 찬바람이 휑~하니 스쳐 지나가는 씁쓸한 마음.
나 때문에 떠밀리다시피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야했다..?
내 남편에게 길들여진 민주의 육체..? 그래서 유부녀 유부남이...불륜의 관계를 맺었다?
"민주야! 니 그 말을 믿으라구..? 아니야..아니라고...믿을 수 없어!! "
"난 남편을 사랑해..오빠를 죽도록 사랑한다고..내가 유철주의 아내란 말이야!!"
마음속으론 그렇게 외쳐대고 또 외쳐대고 있었지만..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가?
그래서 가슴이 아리는 것 같이 심하게 아파오고,
더운 여름인데도 얼음동굴속으로 한 발을 내딛은 것처럼 한기가 드는 걸까.
[우선 밥부터 먹어...옵바~ 볼 살이 요즘 들어 더 빠진 것같아..]
[밥은 내가 알아서 먹구..치울테니..집에 가란 말야..제발 말 좀 들어라..응?]
[좋아, 먹는 거 다 보구..식탁 치우고 갈게..]
그 사이에도 민주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남편의 몸을 슬쩍슬쩍 자극을 해댄다.
거부도 그렇다고 수긍도 아닌 동작을 취하던 남편은 천천히 식탁의자에 앉는다.
그 앞에 마주보고 앉아..남편 손에 수저를 집어주는 민주.
남편은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육류는 물론 애채나 생선류 등등..이것저것 잘 먹는데..
특히 꽃게탕과 소갈비, 활어 회, 생선찜 등을 즐기고 좋아한다.
근데 민주는 남편의 그 식성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했다.
요리에는 잼병인 민주가, 우리 집에 오면서 미리 주문해서 준비해 온 것일까?
식탁위에는..커다란 유리쟁반에 그득하게 담긴 생선찜과 함께,
구미를 돋구는 안주거리..그리고 반주까지 곁들여진 푸짐한 만찬이 차려져 있었다.
자식에게 영양식을 챙겨 먹이는 엄마처럼, 두 눈 가득 정감을 줄줄 흘리며,
가위로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잔가시를 걷어낸 민주는,
젓가락을 가운데 큰뼈사이로 넣어 두툼한 살코기가 발라지게 한 후 수저위에 올려준다.
[같이 먹어..애리두...그리구 얼른 먹구는 가!]
[나, 참..먹어라, 먹구는 얼른 가라..치이!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게스리..]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응? 안 먹어?]
[됐네요..옵바~ 먹는 모습만 봐두..난 배 불러!! 그리구..이따.. 한 잔 더..?]
[음식은 식으면 맛 없어...이따가 언제...?]
[으, 응..그런 게 있어..]
무언가 꿍꿍이 속이 있는 듯 말꼬리를 흐리며 빈 술잔을 채운 민주는,
자연스럽게 혀로 아랫입술을 터치하 듯이 살짝 핥는다.
그렇지 않아도 촉촉하게 젖은 붉은 입술을, 혀로 적시는 그 동작은,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유혹하기에 효과적일텐데...
아니나 다를까 술잔을 들어올리던 남편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않고 술병의 주둥이를 "할할" 핥는 시늉을 해보이는 민주.
그러더니 어깨의 힘을 빼고 약간 뒤로 상체를 젖힌다.
그런 모습은 젖가슴 부분을 섹시하게 드러내면서 더욱 강한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데..
[그만해라.. 밥 좀 먹자..]
[킥! 누가 뭐래...하긴 뭐..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옵바..은애한테는 열부시니..]
[잘 알면서.. 왜 나를 못살게 구는데...으응?]
[잘 알긴..뭘..? 그때는 옵바가 나를 떼밀었지만 이번에는 결코 떼밀리지 않을거야,
찰싹 달라붙어 죽을 때까지 함께 갈거니까..각오하셔]
민주는 그러면서 젖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가,
반찬을 집어주기 위해 남편앞으로 상체를 숙이는데..
그런 움직임 하나하나는 모두, 남편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혹적이고 전위적인 행동들 같아보였다.
또한 가슴을 앞으로 모으면 유방의 크기가 부풀려져 보여,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성미를 연출한다는 것쯤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으,음..휴~ 언젠가 터질 줄은 알았다만...요즘은 내가 너무 힘들어..
너란 기집애는 이쁜이처럼..성격이 순종적이어서 남이 하자는 대로 마냥 따라 하는..
순둥이가 아니란 것쯤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그거야..뭐, 옵바가 나에게 죄를 지었으니...그 벌을 받는 것 아니겠어..안 그래?]
[글쎄다...남의 눈에서 눈물을 빼게하면..자기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게 된다는 옛말은 있지만..
여자 몇 명 울렸다고..그게 그렇게 죽을 죄는 아닌데..말야..
갑자기 왜 회사일도 꼬이고..후~~한 잔 더 부어봐!]
남편옆으로 자리를 옮겨앉은 민주는,
노골적으로 몸을 찰싹 밀착시키며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술병을 쥐어잡는다.
다정한 한 쌍의 연인들처럼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다시피 묻고는 잔을 채우는 민주.
처음 청순가련형으로 남편에게 다가가던 그녀가,
이제는 육향을 물씬 풍겨내는 농염한 유녀처럼 관능적인 교태를 활짝 드러내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충격적인 두 사람의 대화는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졌다.
[옵바~~아직도 그 약속은 유효한거지..?]
[약속이라니.. 갑자기 무슨...?]
[벌써 잊었어..? 말했쟎아..은애에게 애인이 생기거나..
진정으로 정을 주는 남자가 생기면.. 내 청을 고려해 보겠다는 그 언약말야..]
[에이..그건.. 그 당시에 니가 하두 성화를 부리니 내가 임시방편으로 둘러댄거지..
기집애! 요리도 못하는 게 그런 머리는 또 있네..]
[나 원래 그랬쟎아, 할줄 아는 거 아무 것두 없지만..이기적인 모습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거...아~딱! 한 사람 있긴 있네..수연이]
[쉬잇..! 수연이 얘기는 왜 또..꺼내..]
[크크, 옵바~는 수연이가 쥐약이네..뭐..어때 우리 둘뿐인데..누가 숨어서 엿듣는 것두 아니구..]
[혹시 아니..이쁜이 들어오다가 현관밖에서 우연히..엿들을지..]
[아무렴 그런 우연이 생길라구...내가 옵바를..요렇게, 맘 놓고 뽀뽀도 할 수 있고,
은애 몰래..응응하는 관계가 좋아진 그 일을....]
[너..너! 말조심 안할거야? 밤말은 도청기가 듣고..낮말은 위성이 다 수신한다는 속담도 몰러?]
[큭! 웃기셔..기회에 은애에게 확 꼬질러버리고.. 옵바를 그냥 꿰 차버릴까..보다]
"수연..? 민주 선배 수연이? 아니면..오빠가 언젠가 얼핏 언급했던..그 수연..?"
나는 여기에서 순간적으로 조금 헷갈렸다.
분명 남편에게 민주가 아닌 제 이의 여자가 있다는 것은 확인 되었는데..
그 인물의 실체가 과연 누굴까 하는 궁금증.
남편에게 수연이란 이름의 또 다른 여자가 있는지..
아니면, 내가 그날 호스트바~에서 술을 얻어마신 그녀 수연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민주의 말을 미루어 생각해 보니까..
남편과 저 앙큼한 뇬이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분명했지만,
내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모종의 건수를 민주가 잡았고,
뇬이 그걸 이용해 남편을 협박 비슷하게 옭아맨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다시 맺어졌는지 정확히는 짐작할 수 없는데..
나와 민주가 친하게 지내온 것이 불과 이년..
순간, 내 눈앞으로 민주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러 다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랬어..여우같은 뇬이 꼬리를 감추곤 나를..."
"그러면 그렇지..오빠가 어떤 남잔데..호락호락 민주뇬 유혹에 넘어갈라구.."
절망이란 이름의 높다란 절벽에서 마악 추락하려던 나는,
튼튼하게 뻗어나온 희망의 나뭇뿌리를 꼬옥 붙잡는 심정이었다.
"아아~~ 여보!! 미안해요..난, 그런 줄도 모르고..."
하마트면 남편을 원망할 뻔했는데..
민주가 지금 만지고 있는 오빠의 그 손을 내가 잡은 것처럼,
나는 망원경의 동그란 자루를 꼬옥 움켜잡았다.
남편은 평소보다 좀 과하게 술잔을 비운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무슨 걱정거리가 분명히 있는 것 같은 얼굴.
수연이란 이름이 들먹여졌을 때,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것으로 봐서,
아마 "회사일 보다는 그 여자와 관련이 있지않을까.." 나는 여자의 직감으로 그렇게 느꼈다.
[참, 옵바~~그거 알어?]
[............]
[헐뜯는 거 아닌데..은애..얘.. 애인이 생긴 모양이야...]
[아무렴 말이 되는 말을 해라...이 기집애야..]
[내 직감, 아니 여자들의 육감이란 건 무섭거든...은애 차 사고 난 거 옵바 모르지?]
[뭐..? 차 사고라니..금시초문인데...]
[것 봐...그것도 자그만치 수리비가..]
민주는 간이라도 빼내 줄 것처럼 남편 옆얼굴을 잠시도 놓치지않고 쳐다보면서,
연신 오빠의 몸 여기저기를 가볍게 스킨십을 해대고 있었는데..
어라? 가만히 자세히 보니 민주 뇬! 손 하나가 식탁밑으로 내려가 있네..!
여름철 주방 분위기에 맞추느라 하얀 레이스 식탁보를 깔끔하게 펼쳐둬,
망원경에는 두 사람이 앉아있는 아랫도리 모습도 짧은 식탁보때문에 다 비쳐보였다.
"저..저...나쁜 뇬! 어..어딜 만지는 거야..어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민주의 말에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그러나 남편의 허벅지위에 올려진 그 손때문에 열이 "확" 치밀어 오름을 느낀다.
여자의 좁은 소갈딱지가 이런 것일까?
여차하면 그 동안의 내 거짓말이 모두 들통나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남편 몸을 텃치하는 민주에게 질투의 감정을 "팍팍" 실어 눈총을 쏘아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귀에 들리는 두 사람의 대화보다는 눈에 보이는 민주의 손동작에 더 신경이 쓰였다.
여자는 질투 빼면 두 근(1근은 600그램)도 안 남는다는 속담이 있다지만..
나란 여자가 영락없이 그에 비견되는 것 같았다.
[그야..내가 걱정할까봐...말하지 않은 거 아닐까? 이쁜이는 성격이 그래..
해서 내가..회사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집에 와선 입도 뻥긋 안하쟎아..]
[아무렴..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구..아니 요즘은 가랑이 찍힌다나..뭐..
내가 두 사람 사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은애 너무 믿지마..
여자의 마음은 갈대구..조변석죽이라고..하쟎아..?]
[이 기집애..못하는 소리가 없네..그럴거면 당장 니 집으로 돌아가..]
[피! 내 말이 틀렸나 뭐...완월저수지 낚시갔을 때..전화가 왔었는데..
은애 걔..내게는 왠만한 거 모두 말하는데..그 날은 뭔가 숨기는 것 같았단 말야...]
[나 모르게 사고처리를 했다면 그럴 수도 있지...보험처리하면 내게 알려질테니..
흠, 그러고보니..좀 이상하긴 하네...]
순간 나는 간이 오그라드는 긴장감을 느껴야했다.
그러나 남편은 더 이상 사고건에 대해 언급을 하지않고..들고있던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휴~ 저 앙큼한 여우뇬이....수리비가 얼마니 어쩌구 말 했단 봐라..."
근데 이상한 점은.. 두 사람이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고,
지금도 살을 섞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라면, 굳이 나를 의식해서 경계하지 않아도 될텐데..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민주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살살 피해가면서, 손을 움직인다.
남편이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믿음을..스스로 회의를 일으키게 해서 의심을 하게 만들자..
애초에 뭐..민주의 속셈이 그런 것이었다면 벌써 무슨 사단이 났어도 났을텐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남편에게 안주를 집어 입안에 넣어주는 민주의 작태를,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저런..저런...천박한 여자들이나 하는 짓거리를..서슴치않네.."
"배시시" 미소를 머금으며 교태를 부리던 민주는,
과일 조각을 입술에 물어, 남편 입안으로 먹여주고 있었으니..
목하 그 꼬락서니를 보고있는 내 두 눈에서는 다시금 질투의 불꽃이 활활 피어오른다.
망설이면서 잠깐 멈칫 하던 남편은 무언가에 움찔 놀란 듯 입을 딱 벌렸다.
"아니..아니...저 뇬이 어디다 손을..아~ 확! 뛰어가서 내 그냥.."
그러나 분노하는 마음을 속으로 삭히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
주먹을 움켜 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애써 이성의 끈을 잡아갔다.
잘 한 것 하나없는 내가 달려가서 두 사람의 행위를 훼방놓으면..
아까 민주가 말했 듯이..내가 뇬의 머리끄댕이라도 휘어 잡으면...
그뿐인가..남편의 부정한 행동을 성토하고 과거까지 들먹이며 악다구니를 치면..
옳다구나..쾌재를 부르며 남편을 꿰 찰 여자는 바로 저 나쁜 뇬 민주일텐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그런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민주의 하얗고 예쁜 손은 어느새 남편의 팬츠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보드랍고 섬세한 여자의 손이 오빠의 심벌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팬츠에 가려져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대략적인 윤곽과, 남편의 표정 변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나만을 위해..나에 의해서만..발기되어야 할...내 꺼를..민주가..?"
민주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뇬을 죽이고 싶을만큼 화가 치민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관능적인 여자앞에서 팬츠 차림으로 앉아있는 남편을 향해
"제발..여보! 민주의 유혹을 이겨내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으,으응! 옵바~~그리구..참, 은애 요즘 일 나간다고 했지..]
[응, 저는 집에만 있기가 무료해서..까페 카운터만 본다고 나간다는데...
아마 그날.. 회사에 야식 가져왔다가 뭔 소릴 들은 모양야..
흐,으음! 내가 힘든 걸 눈치 차리지나 않았는지 모르지..]
[열부, 열부..하여튼, 옵바~ 바보아냐? 옛날 그 건달 기질은 다 어디다 팔아먹었남..
남편 사업이 힘들면 여편네가 한 푼이라도 벌어서 도와야지..]
[말 함부로 하지말랬지..건달은 무슨...
자미정 선혜 이모랑 약속하고 은애 데려와 살림차리면서 그 딴 거는 다 잊어먹었어...]
나는 이어폰이 꽂힌 귀로는 한 마디 빠짐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고양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으론 남편의 얼굴 표정과 민주의 손 움직임을 낱낱이 살펴갔다.
여자의 손길이 익숙한 탓일까?
오빠의 얼굴은 분명 술기운 때문만은 아닌 듯한 열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내 손이 아닌 다른 여자의 손에 남편의 심벌이 만져지고 있다?
눈앞에 보여지는 상황..
그리고 그런 생각때문인지 이상한 흥분감이 질투의 감정에 섞여 생겨난다.
남편 얼굴을 상기시키는 그 열기처럼 순식간에 내 사타구니 깊은 곳에서 번져나오는 물기.
"아~ 나란 여자..이게 무슨 병은 아닐까? "
서준 그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음부가 젖지를 않나..
방금전까지 젊은 연하남을 상대로 두 차례나 격렬한 오르가즘을 느꼈는데,
새삼 다리 사이가 비비 꼬일 정도로 이상한 흥분감에 가랭이가 근질거리니..
나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애써 그 감각을 지워보려 입술까지 깨물었다.
[잊어먹은 거 좋아하신다..앞으론 절대 주먹쓰지 않겠습니다.
치! 그래 놓구선..오메가에서 파업할 당시 왜 그랬는데...학교까지 다녀오구..
또 하나있지...다른 여자에게는 절대 한눈 팔지 않겠습니다..
은애만 데려나가게 해주신다면...그렇게 약조했다지? 근데 왜...나랑..그리구...]
[이 기집애가..정말, 오늘따라 왜 이리 사람 심사를 못긁어놔서 안달이지..?
당장 손 떼고...일어나 니 집으로 가버려!!]
[아, 아냐..그 말은 취소..히히! 그래 ..화도 내고 그래야 옵바~~답지...
난 그런 옵바~~가 디따 좋거든...거칠구..강한..여기 이 좆대처럼..크크! ]
민주가 말한 두 가지의 약속은 나도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오빠가 선혜 어머니앞에서 나와 결혼을 전제로 약조했던 그 내용을 내가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근데 철썩같은 그 약조를 깨드릴 정도로 오빠가 민주에게 힘을 못쓰는 이유가 뭘까?
"수연..수연이 남편에게 쥐약이라구...? 내게 꼬질르고 오빠를 꿰 찬다..?
"아~ 그렇다면 오빠는 무언가 모를 수연과의 그일 때문에 민주에게 약점을 잡혀..?"
내가 혼란스런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는 동안,
민주는 어느새 벗겼는지 남편 팬츠를 손끝에 걸고선 깃발처럼 흔들어대고 있다.
눈으로는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이어폰을 꽂은 귀로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며,
민주 뇬의 내밀한 의중을 분석하려고 하고 있으니,
눈앞에 현깃증이 어질어질 일어날 정도로 어지럽고 복잡해진다.
머리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은 탓인지 두통까지 "띵" 하고 생겼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문 하나는 왜 마사지샵 갔던 일은 감추고 있을까? 하는 거였다.
그날 호스트바~에서 술을 마실 때도 민주가 동건씨의 파트너를 했었는데..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아직 동건씨와 나와의 관계를 민주는 모르고 있다는 뜻일까?
근데 왜 나에게 애인이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남편에게 운을 띄웠을까..?
서준..서준...그 남자와의 사이를 혹시 눈치 차린 것은 아닐까?
아냐, 그럴리 없어! 그처럼 은밀한 일을 민주가 어떻게..알리가 없어! 절대..!
불안한 가운데..몇 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문제는 민주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제 이의 그 여자에게 있다는 것을 나는 감지했다.
[옵바~~내가 아까 말했지..? 난 이따 먹는다구..]
[너, 너..집에 가라니까..이쁜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데..기어코..나를...?]
[크크!! 삼일 동안 못 먹은 거.. 오늘 저녁에 다 빨아삼키고..갈까나..할할]
여우같은 민주 뇬이 한 손으로 남편 심벌을 슬슬 어루만지면서, 빨간 혀를 길게 내민다.
그리곤 "날름날름" 마치 구미호가 사람 간을 빼먹을 때처럼, 입술가를 적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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