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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10 -

<10부>



콰지직!

세라는 검을 들고,조금씩 파괴되기 시작하는 윌리엄스의 저택을 바라보았다.이미 건물에 남아있는 아군따윈 없었다.느껴지는 마나로 보건데,분명 살해당했거나 혹은 밖에서 싸우고 있는 자들만 있을 뿐이었다.

“리미.괜찮아?”

“그럭저럭.”

하지만 리미의 상태는 절대로 좋아보이지 않았다.급한대로 붕대를 풀긴 했지만,아직 저번전투의 피로가 남아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처럼 전투형 페어리가 아니었다.아무리 본인이 연성한 무기들로 무장을 하고 있어도,상대는 크룬,그것도 자잘한 녀석들이 아닌 최후의 전쟁까지 살아남은 강자들이었다.

“무슨 걱정하는지는 알아.짐은 되지 않을게.”

리미의 말에 세라는 잠시 움찔했지만,이내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널 짐이라 생각하지 않아 리미.”

까만 머리칼에 청순한 외모.그리고 갈색 브릿지가 들어간 머리칼의 도도한 외모의 두 미녀가 서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다만 한명은 큰 소드를,그리고 다른 한명은 온갖 무기가 장착된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리미는 방금전 세라가 처리한 크룬의 시체를 바라보았다.물론 세라가 강하긴 하지만,이상스럽게 너무 쉽게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환수일까?”

“그렇다면 소멸되겠지.이런식의 시체가 남을리 없어.”

“우선 주인님을 찾아야 해.아직 주인님 혼자서는 무리야.”

세라의 말에 동감한다는듯 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리미의 수첩에는 전장에서 본 페어리들과 오너에 대한 전투력분석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랭크는 알파벳A 부터E까지. 강한순서대로 적어놓은 노트였다.그리고 리미 특유의 관찰력으로 각각의 장단점이 상세히 분석되어 있었다.오너들중에서 최강이 되고 싶은자가 혹여나 있다면,무조건 리미의 노트를 빼앗고 싶을정도의 물건이었다.

우선 세라와 노아는 A랭크였다.다른 오너중에는 윌리엄스와 차우등이 속했으며,페어리 중에서는 차우의 페어리인 라이트닝 레이디 샤이가 속했다.B랭크는 유나와 마유미,그리고 차우의 소소나 버나드의 크리스틴등이 여기에 속했다.문제는 준이 C랭크라는 점이었다. 처음에 비하면 정말 일취월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겠지만,사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크룬의 상위그룹을 상대하기엔 벅찰지도 몰랐다. 물론,리미나 타유같은 비전투형 페어리들은 모두 E랭크였지만.

“동감이야.주인님은 지금 백업이 필요할거야.”

“리미.주인님의 마나를 따라가자.안내해주겠어?”

물론 세라도 마나를 다루지만,리미에게 맡기는 편이 정확할거 같았다.리미는 수천가지의 각기 다른 마나를 분류할수 있을정도의 분별력이 있었다.그녀는 마나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과학을 시전하는 연금술사기 때문이었다.

“좋아.내가 먼저 달려갈게.”

리미는 말을 마치고는 앞장서서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경량화를 비롯하여,온갖 마법적 옵션이 걸어 연성한 신발을 신고 있어 상당히 빠른 몸놀림이었지만, 세라는 여유있게 리미의 뒤로 붙어 가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제발…모두에게 아무일 없기를…그리고 내가 그들을 지킬수 있기를.’






트드드드…

파렐은 자신의 팔 한쪽이 피분수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역시…당신은 강하군요.”

애석하게도,파렐의 팔은 순식간에 복원되고있었다.체세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이기에 팔한쪽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노아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바람이란거…우습게 볼게 아니군요.”

노아의 손짓에 의해, 바람은 거대한 칼이 되어 파렐을 도륙하기도 했다.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를 말살시키진 못했다.세포분열을 이용한 그의 능력도 그렇지만,우선 파렐은 꽤나 강한 마법사였다.

“저번에 그 기술…다신 안쓰시는 겁니까?”

파렐의 말에 노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보며 파렐은 피식 웃어버렸다.

“꽤나 좋은 공격이었는데…정령술로 나무가 자라는건 본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노아는 파렐의 도발에도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저번에도 그를 죽이지 못했는데,지금 해봐야 먹힐리가 없었다.게다가 상급정령을 이용한 큰 공격은 파렐이 먼저 읽고 피해버리니 도리가 없었다.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그녀지만,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당신은 강한분입니다.그러기 때문에….제가 최선을 다할 가치가 있지요.”

파렐의 입가에 조금씩 주문의 영창이 울려퍼졌다.노아가 급히 물줄기를 쏘아 보냈지만,방어마법을 미리 쳐놓았는지 그것들은 허무하게 튕겨지며 물보라를 일으킬 뿐이었다.

“arel de fosism…”

시동어가 울려퍼졌는데도 별다른 일이 없자,노아는 황급히 시선을 머리위로 올렸다.공중에,그것도 노아의 머리위로 거대한 흑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마치 유나의 프로즌크래틱 에로우처럼,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검은 빛줄기가 노아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에스!”

지면이 순식간에 솟구치며,노아를 감싸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파렐의 마법은 노아를 감싼 바위위로 쉴새없이 떨어졌다.땅의 상급정령인 노에스 역시 끊임없이 지면으로 노아를 감쌌지만,파렐이 소환한 마법진으로 부터는 마치 장마칠 소나기처럼 끊임없이 검은 빛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콰콰콰콰…

파렐은 그 모습을 보며 침착하게 다음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어차피 노아가 방어를 할것이라는 것은 그 역시 예상한 바였다.하지만 파렐이 노리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노아가 방어에 전념하는 동안,그녀가 미처 신경쓰지 못할 부분을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팔 하나를 잃겠지만…뭐 괜찮겠지요.”

흑마법을 동시에 두개를 구현하는 것은,엄청난 댓가를 수반했다.그것은 바로 신체의 일부분의 붕괴였다.그것만큼은 파렐도 세포분열을 통해 재생할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노아정도의 실력자를 상대로 하려면 파렐은 그만큼의 희생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씩 하고 웃었다.

“tunaso! El solem!”

드드드드드….

노에스에 의해,땅속으로 몸을 감춘 노아는 문득 발밑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땅의 정령이 아니었다.자신은 그런 명령을 내린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구우우우….

노아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들었다.자신의 발밑으로 부터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치잇!”

노아는 황급히 땅의 중급정령인 노임을 불러내었지만,이미 자신의 온몸은 루비빛깔의 연기에 휩싸인 후였다.

“아…안돼…”

노아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신이 점점 혼미해지기 시작했다.점점 최면에 걸린것처럼 하늘은 노래졌다.노에스의 보호위로,아직도 파렐의 공격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굉음이 울려퍼지고 있었지만,노아는 땅속에서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안돼…..아…”

이번엔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일종의 독과 같은 마법인 모양이었다.차마 다른공격을 병행해서,그것도 지면 아랫쪽에서부터 할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노아이기에 그녀는 너무 빠르게 무너져 내려갔다.

“성공…인가요…”

파렐의 왼쪽팔은 이미 떨어져 나가며 피분수를 일으키고 있었다.하지만 파렐은 웃었다.어차피 나중에 싱싱한 재물을 하나 바쳐서,흑마법의 복원식을 거행하면 깨끗하게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그는 천천히 허공에서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붓는 마법진을 해제했다. 그리고 노아가 쓰러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거대하게 솟아오른 지면의 안쪽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방심하셨군요. 그것은 호흡하는 동시에 몸으로 침투하는 달콤한 독약이지요.결국엔 몸전체에 퍼져 다시 깨지 못할 잠을….자는 겁니다.”

파렐은 마법으로 왼팔을 지혈하며,비릿하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잡았군요….정령술사양…”





“너…왜 일로 온거야?”

“그런말할 시간 없어.주인님의 명령이야.”

“뭐어?주인니임?이게 굴러들어온주제에!”

자신을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펄펄뛰며 마유미에게 으르렁 거리는 유나를 보며,람스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아군인줄 알았는데…뭐 완전 아군은 아닌모양이군.”

하지만 그것은 람스에게 있어서 특별히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어차피 자신이 받은 명령은 ‘마법형 페어리의 몰살’이었고 고맙게도 또한개의 사냥감이 제발로 굴러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싸울시간이 없어.빨리 끝내고 주인님에게 가봐야 하잖아.”

펄펄 뛰던 유나도,마유미가 준의 이야기를 꺼내자 금새 입을 다물어 버렸다.하지만 여전히 심통이 나있는지,입술을 살짝 씰룩 거리고는 이내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좋아.이번엔 너랑 협공하겠어.”

마유미는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유나는 완전 화해의 의지는 전혀 없는지,이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람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조심해.저 자식 엄청강하니까.”

마유미는 긴장된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람스를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손에 맺힌 백색기운을 돌리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나는 재빨리 마유미의 옆으로 다가가 살짝 소근거렸다.

“마유미.더블 카운터.할줄알아?”

“뭐?”

마유미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더블카운터란 마법사들끼리만 아는 용어라고 할수 있었다. 두 명이상의 마법사가 체술을 겸비한 적과 싸울때의 작전이자 행동강령이기도 했다.

그것은 곧 한명이 자잘한 마법으로 상대의 주위를 끌때,다른 한명이 뒤에서 큰 마법으로 공격하는 방식이었다.덧붙여서, 상대방이 그 큰 마법을 방어하고 있을때, 역할을 바꿔 다른 마법사가 또 큰 써클의 마법을 쏘는 연계공격이었다.

“해본적은 없어.”

“누군있냐!”

“아…알았어.소리좀 지르지마.”

“니가 주위를 끌어.내가 큰 써클 마법으로 얼려버리겠어.”

콰콰콰!

그들이 소곤소곤 작당모의를 하는틈을 타서 람스의 마법이 날아들었다.유나는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고.마유미도 서툰 움직임이지만 마법에 직격당하는 일은 피할수 있었다.그들이 서있던 자리는 다시한번 역한 냄새와 함께 지면이 녹아들고 있었다.

“마유미!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나의 앞을 막아섰다. 마유미의 양손이 허공에서 빠르게 교차했고,그것을 본 람스의 팔이 휘둘러졌다.

“트리플 플레임 스피어!”

화르르르!

마유미의 주문에 의해 화염의 창 세개가 람스에게 날아들었다. 사실 유나를 방어 하며 람스와 대적하는것은 마유미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가는것이었지만,문득 마유미는 유나가 몇써클까지 운용할수 있는지 궁금해 지기도 했다.

콰앙!

흑마법과 백마법이 부딪히며,강한 굉음이 울려퍼졌다.일반인이라면 그곳에 서있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충격과 후폭풍이 밀려왔다.

마유미의 보호를 받은 유나는 두눈을 감고 양손을 십일회 교차시켰다.전장에서의 경험.그리고 이상스럽게도 페어리들의 능력을 특화시켜주는 준이라는 존재 덕분에 쉴새없이 뛰어넘은 자신의 한계. 유나는 이제서야 그것을 시험해볼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즌 템페스트!”

마유미는 유나의 시동어를 듣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그것은 6써클 후반에 육박하는 고도의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람스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마나를 있는힘껏 쥐어짰다.자신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형성되며,이윽고 절대영도에 가까운 한기가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유나를 보며,마유미는 기가 질려버렸다.화염계에도 유나의 공격과 비슷한 플라즈마 템페스트라는 마법이 있었기에,그것이 얼마나 고등마법인지 마유미는 뼈가 저리도록 잘 알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이윽고 유나와 마유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완벽하게 람스의 심장까지 얼려버렸을 거라고 생각한 유나는 특히 충격이 컸다.

“마…말도 안돼..”

마유미는 질렸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나의 마법진은 흑마법에 의해 조금씩 깨져가고 있었다.그리고 엄청난 한기에 쌓여있던 람스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마치, 약간 놀랐을 뿐이라는 듯한 시크한 표정으로.

“플레임 스트라이크!”

마유미는 급한대로 주문을 외웠고,광범위 공격마법인 플레임 스트라이크는 일제히 람스에게 직격했다.

콰콰콰쾅!

‘성공인가..?’

마나의 지나친 소모때문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유나는 불덩이에 휩싸인 람스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마유미 역시 다음공격을 준비하는듯 미리 수인을 맺고 있었다.

“좋군….불과 얼음…음과 양의 협공이라..”

그 순간만큼은 살짝 지친 숨을 몰아쉬던 유나도,그리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마유미 마져도 기가 질려 버렸다.

인간의 몸을 빌린지라,람스의 몸은 대다수가 녹아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괴기스럽게도, 백색 빛무리가 녹아내리는 신체를 대신해 채워지기 시작하며 더욱 음산한 기운을 자아냈다.

“괜찮은 시도라고 칭찬해 주지…하지만…”

유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람스의 얼굴은 반 이상이 녹아내려 흉측하기 그지 없었고,그와는 정반대로 침착하고 음산한 그의 음성이 울려퍼진다.

“난…누군가가 죽어 나갈수록 다룰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거든…”






‘알겠어…느껴진다..’

준은 쉴새없이 쏟아지는 휴가의 창을 피해 뒤로 이동하며,자신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한기를 컨트롤 할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페어리와 오너의 교감에 의한 속성전이-

준의 페어리중 유일하게 마법형 페어리인 유나.그리고 그녀와 준의 교감과 궁합.서로에 대한 신뢰가 극상이 되었을때 나타나는 속성전이를,준은 이제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차우가 샤이의 힘을 이용하여 뇌전의 기운을 담아 가전무공을 시행하는 것만큼 능숙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적어도 준은 어느정도 감은 잡을수 있었다.

“처음보는 기술이군.마법사인가?”

휴가의 물음에 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휴가는 피식 웃으며 육중한 무게의 창을 집어 들었다.

“뭐…아무래도 좋아.그 기사를 베는 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둬야겠군.”

휴가는 살짝 하늘을 바라보았다.윌리엄스 저택에 있는 수많은 조명등과,곳곳에서 마법의 충돌로 인한 섬광때문에 밤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조금만 데리고 놀다가 끝내야 겠군.’

명령을 받은 시간내에 페어리를 말살해야 했다.이 세계는 제2의 프로센이 될 기반.
프로센의 무한한 영지를 빼앗기 위해서는 프로센 최후의 대안인 이곳을 파괴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부우웅..

휴가의 눈에,아까보다 훨씬 길어진 뮤즈를 빙빙 돌리는 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완력승부라면 시시할정도의 상대지만,마나로 겨루자면 구합이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우우우웅..

휴가의 창이 허공에서 회전하며,엄청난 공명음을 울려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것은 곧,검은색 빛깔을 띈 링의 형상으로 바뀌며 이글거렸다.

준은 황급히 뮤즈에 입술을 대고 공명음을 일으켰다.대기의 흐름이 뮤즈의 연주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휴가를 옥죄어갔지만,그는 그와 동시에 창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 버렸다.

콰콰콰콰…

또다시 대기를 찢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휴가의 마나공격이 이어졌다.그와 동시에 준의 몸주변의 공기가 모여드는가 싶더니,이내 그것은 엄청난 두께의 얼음장벽으로 바뀌며 준을 막아섰다.

콰아아앙!

얼음의 장벽과 휴가의 공격이 부딪히는 찰나,휴가의 몸이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잠시 준의 시야가 사각으로 된 사이,그의 머리위를 치려는 생각이었다.

‘한수로 끝내긴 지루하지만…뭐 할수 없지.’

허공에서 밑으로 자유낙하하는 자신의 눈에, 무너져버린 얼음장벽뒤에서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찾는 준의 모습이 들어오자, 휴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창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찍듯 휘둘렀다.

채앵!

휴가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그리고 그 놀라움은 이내 미소로 바뀌었다.머리통부터 깔끔하게 절반으로 잘려있어야할 준은 무사했다.그리고 자신의 창은 검정색 바스타드 소드에 막혀 있었다.

“세..세라.”

준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을 막아서서,휴가의 창을 막아내고 선 세라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공기의 파공성과 함께 무언가가 쉴새 없이 날아들었다.

채채챙!

휴가는 세라와의 경합에서 떨어져,신속하게 창을 회전시켜 리미가 쏘아낸 탄환들을 튕겨내 버렸다. 순식간에 1대 3의 경합이 되었지만,휴가는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아니,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블랙소드의 나이트..”

휴가는 만면에 추악한 미소를 지으며 세라를 바라보았다.굳이 찾을필요가 없이,다스를 베었다는 나이트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다치신 곳은?”

“없어…”

이번에도 세라에게 도움을 받은 준은 안도의 한숨을 쉴 여유따윈 없었다.찰나의 순간 휴가의 창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세라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채챙!

“네년인가…?”

세라는 소드를 들어 휴가의 창을 막아선 채로 침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휴가는 너무나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다스를 베었다는 실력….한번 보도록 할까?”

이제 휴가의 눈에는 준과 리미는 안중에 없었다.오로지 자신의 앞을 막아선,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기사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준은 재빨리 뮤즈를 휴가에게 휘둘렀고,리미역시 뒤로 몸을 빼며 총알을 장전했다.

준은 놀랄수 밖에 없었다.휴가의 손목이 살짝 뒤틀리며 세라의 검을 쳐냄과 동시에 자신의 공격을 방어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손목의 스냅만으로,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창을 흡사 젓가락을 움직이듯 휘두르고 있었다.

‘강하다.’

온몸에 있는 세라의 전투세포들이 위험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휴가와 단 한번의 경합을 했을 뿐인데도,검끝으로 그에대한 정보가 세라에게 전달되어 왔다.

‘아차!’

세라는 황급히 몸을 날렸다.준의 창을 쳐내는 휴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아쉽지만 준은 휴가에게 체술로서 상대가 되지 않을게 자명했다.

드드드드…

준의 발이 점점 땅속으로 박히듯이 들어가고 있었다.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려오는 휴가의 창을 양팔로 막아섰을 뿐이지만,그의 힘이 워낙 엄청난 탓이었다.하지만 이윽고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세라의 검에 휴가는 뒤로 물러설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자…생각해 내야 한다.’

리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3대1.지금 이상황이 자신들에게는 분명히 유리했다.허나,숫적강세가 언제든지 메리트로 작용할수는 없는 것이었다.리미는 총구를 휴가에게 겨눈채로 꼼꼼하게 생각을 검토했다.

우선,세라는 강했다.페어리들중에서도 A랭크. 그녀는 소드마스터 특유의 검기와,동양무예를 접목시킨 전무후무한 페어리였다.하지만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엄청난 파괴력에 있었다. 준과 팀을 이루기엔,세라의 기술들은 너무나 크고 화려했기 때문에,팀으로 같이 호흡을 맞추기엔 무리가 있었다. 세라의 기술이 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라는 누구보다도 준을 사랑하고,또 그에게 충성하는 페어리였다.분명 준을 의식해서 큰 기술을 쓰지 않을 것이다.그점은 오히려 마이너스라 할 수 있었다.

‘만약 주인님과 나…단 둘이 남아있다면.’

애석하게도 자신은 과학자이지,기사나 마법사가 아니었다.연성한 아이템으로 상대할수 있는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간간히 지원사격을 날리면 되겠지만,문제는 준과 세라 모두를 피해서 휴가만을 노려야 한다는 열악한 전투 환경이었다.

리미는 결론을 내렸다.지금 이곳은 세라를 혼자 두는 편이 어느쪽으로 봐도 효율적이었다.그리고 자신은 준과 함께 움직이며 준의 보조및 작전을 세우는 것이 적합하다.

“주인님.”

준은 통신구로 들려오는 리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녀가 말을 걸어온다는 것은,작전이 있거나 어떠한 행동강령이 있다는 뜻이다.그것을 잘 알고 있는 준은 뮤즈를 들어 경계하며 살짝 리미쪽을 돌아보았다.

“이곳은 세라에게 맡겨야 합니다.”

“세라 혼자?그건 무리야.”

예상한 대답이 나오자 리미는 살짝 한숨을 쉬었지만,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세라에게 있어서,저희 둘은 방해물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세라역시 통신구를 착용하고 있으니,대화가 들릴것이었다.그녀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자신의 눈앞에서 준을 지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기사 특유의 정신 탓이다.

“세라.주인님이 걱정된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우리쪽으로 합류해줘.”

준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리미가 충분한 분석을 통해 내놓은 결론일 것이다.그리고 계속해서 체술로만 휴가와 싸우는 세라의 모습을 보니,자리를 비켜주는게 낫겠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수 있었다.그녀가 자신을 의식해서 큰 기술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채채챙!

세라와 휴가가 서로에게 접근했다가 몇번의 경합을 주고받고 다시 떨어져 서로를 경계하는 탐색전이 계속되었다.뮤즈를 꽉 쥔 준은 리미쪽을 바라보고는,다시한번 세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꼭…이기고 합류해줘.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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