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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12)

 

 



                             <  낯선 풍경속의  자화상  >



             *          *          *          *


세탁용 고무장갑을 낀 내 손끝에서 물을 주르르 흘리며 들려올라오는 남자의 와이셔츠,


민주에게 빌려 입었던 원피스와 함께 물속에서 휘적거려진 그것은,


남편이 아닌 외간사내의 옷이다.


 


그는 막무가내로 만류를 하였지만,


하룻밤을 꼬박 내 몸에 휘감겨 여자의 체취가 흠뻑 벤 그 셔츠를,


차마 그냥 벗어두고 나오기가 민망스러웠다.


 


손빨래를 마치고 쪼그려 앉았던 다리를 길게 뻗어올린 순간,


어찔한 어지럼증이 피잉 눈앞을 스친다.



베란다의 빨래걸이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결코 가볍지 않은 그 현깃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걸음걸이 마저 휘청이게 했다.



평소 가끔씩 눈앞이 어질거리는 가벼운 빈혈 증세는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는데..


 


나만의, 아니 남편과의 보금자리에 낯선 타인의 흔적이 묻혀졌다는 자괴감 때문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내게.. 정신을 차리라고 넌즈시 일깨우는 작은 경고성 알림일까.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만히 가로저으며,


아직도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남자의 셔츠와, 민주의 원피스를 빨래 걸이에 널었다.



그리고 나는, 살포시 이마를 한 손으로 짚으며 베란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갔다.



 "휴우~~믿기지 않네..어제는 그렇게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온 몸이 내려앉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던 폭우,


그 속에서 꼼짝도 않고 사라지는 승용차를 바라보고 있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새삼스레 희미하고 낯설게 뇌리속에서 떠오른다.


 


창대같은 빗줄기가 길바닥의 고인 빗물위로 화살처럼 박힐 때마다,


마치 판자에 못질하는 것처럼 "타다닥"소리를 내며 무수한 분화구를 만들었었는데..



천둥까지 동반할 때는 꼭 나 자신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려,


가슴이 내려앉고 심장이 떨렸었는데...


그런데..그런데..불과 몇 시간도 채 지나지않아..


어처구니 없게도 그런 낯선 풍경속의 술집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할 수 있었는지..



 "후~~휘유~ 미쳤어...내가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그럴 수가.."



언제 그렇게 비가 왔냐는 듯 오후의 햇살을 가득 받은 아파트 단지는,


마치 황금가루를 뿜어내는 듯이 눈이 부신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단지의 녹색 푸르름.


아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노천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이,


마치 모형물처럼 자그맣게 보인다.


 


아른거리면서 또 다시 피어오르는 현기증에 얼른 고개를 들어올렸다.


햇살 사이를 비집고 한가롭게 흘러가는 몇 조각의 구름.


그것은 이제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케하여,


영락없이 환상속을 헤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색다른 세계속의 나란 여자는..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네.."
 


나는 비로소 부메랑처럼 현실로 돌아와,


천천히 거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곰곰히 그 남자를 생각했다.


             *          *          *          *


 


꿀물을 마시자 세탁조속의 빨랫감처럼 뒤엉켜 있던 속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간사한 인간의 몸은,


한 가지 불편함이 해결되면 또 다른 욕구를 생성시키는 모양이다.



갈증 해소와 함께 거북하던 뱃속이 진정되자 심한 허기가 느껴졌다.


나는 그제사, 어제 오후부터 그 독한 술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다는 걸 인식하고 무언가 조금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근데..마치 그런 내 식욕을 미리 알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자신의 거처인데도 똑똑 노크를 한 뒤에 다시금 얼굴을 내민 남자는,


쟁반에 받쳐진 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죽 그릇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마땅히 끓여드릴 게 없네요..야채 스픈데..이거라두 좀..]



매무새를 가다듬고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아 있던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불편하시면 나가 있을께요..아직 좀 이른 시간이라.. 지금 나가시면..]


[...............!?]



긍정도 그렇다고 부정의 의사표시도 하지않고, 나는 스푼을 들어 입가로 댄다.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에 커튼이 드리워져..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남자는 낯선 장소, 자신의 집에서 내가 벗어나는 것까지 신경을 써온다.



[입안이 깔깔했는데.. 어떻게 끓였는지..맛있네요.. 잘 먹었어요]



내가 한꺼번에.. 내 몸 상태랑, 음식 칭찬까지 늘어놓자,


컴퓨터가 두 대나 놓여있는 책상..그 앞 의자에,


엉덩이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치고 앉아 있던 남자는 여린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차사고 때문에 그러신겁니까..? 아니면..또 다른..? ]


[네에? 무슨...?]


[어제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첨엔..그냥 내버려둘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요?  은애씨 같은 분이...호스트바~에서 술을 마셨다는 건..]



[그럴 일이 있었어요.. 아니, 근데 가만 듣고보니.. 기분 나쁘네요..]


[기분이 나쁘다뇨..? 전 다만 저의 솔직한 속내를 말씀드린 겁니다.


 첫인상이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보였는데..가식으로..]



터무나 없는 차 수리비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왠지 이 남자만 만나면 사기꾼, 나쁜넘이란 인식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불과 세 번의 만남이지만 괜히 억하심정으로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곱지않았다.



남자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는 생전 처음 말꼬리를 비틀어 물었다.



[진짜 웃기네요..당신이 뭔데..


 남이사 바~에서 술을 마시던, 아니 거리에서 춤을 추던..


 왜 꼬치꼬치 캐묻고.. 실망 운운하세요..?]



퉁을 먹은 남자는 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니, 그리고..누가 여기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나요?


 길거리에서 쓰러져 자던 말던 내버려뒀으면..그만아녜요..


 그럼 꿀물 탈 일도 없었을테고..스프도..


 꿀물이랑 스프 값 얼만지 차 수리비에 보태서 청구서 보내세요.]


[그..그런...? 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나..참! 어이가 없습니다]



빈 그릇이 담긴 쟁반을 탁! 소리가 나도록 남자의 가슴팍에 안긴 나는 발딱 일어났다.


원래 미인에게는 약한 게 남자?


나는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일부러 지지않으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가 벤추의 차주란 사실이 더욱더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남자는 원피스를 가져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덩달아 몸을 일으켰다.



 "아~ 어머나...! "



순간적으로 내 차림새가 머릿속에 떠 오른다.


침대에 앉아 있을 때는 그럭저럭 셔츠 자락으로 아래를 가린 형태였지만,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는 순간, 마치 박스형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것처럼,


하얀 내 허벅다리가 거의 다 드러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 주저앉을 수도 없고..괜히 퉁명스럽게 남자에게 또 쏘아부쳤다.



[그리고 어떻게 된거에요..? 당신이..왜 하필 그 때..? ]


[우선..잠깐만 앉아 계십시요.. 은애씨..옷을 가져 올테니..]



하여튼 이 남자 눈치 하나는 빨라요.


내가 옷을 갈아입기를 기다려 다시 방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뭐, 호스트바는 자기가 아는 형이 운영하는데 지분을 투자했다나 뭐래나..


그리고 한물 간 모델이지만, 스포츠 에이전트처럼 신인 모델을 어떻게 한다나..


아무튼 착실하게 애널리스트 활동도 하는데..나중에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게 꿈이랜다.


근데 그 어려운 전문 용어를 내가 어떻게 이해해..



[본업은 명함에 적힌 그대로입니다.은애씨!]


[몰라요, 난 그딴 거..그날 핸드백에 구겨 넣은 뒤론..찾아보지도 않았으니까]


[하~ 그건 좀..너무하시네요, 명색 차사고 피의자가...]


[그래요, 나 그날 사고낸 직접 당사자맞아요.. 수리비만 물어주면 되지..


 내가 왜 당신같은 나쁜 너..ㅁ...직업이 뭔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데요? ]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 그래서, 아! 이 남자 내게 수작을 거는구나,


 무슨 꿍꿍이 속일까..왜 열흘 동안 전화도 안하고..지금 그 생각하시는 거죠?


 솔직히 툭! 털어놓고 모두 말씀 드릴까요? 네? ]



오해는 무슨..나쁜 넘! 사실이쟎아.


차 수리비를 미끼로 멀쩡한 가정주부..꼬득여서 미시 모델이 어쩌니저쩌니..


그게 꿍꿍이구 수작이지..이 사기꾼아.



잠깐 그런 생각들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이, 남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애씨가..믿던 안믿던, 차사고와 어제 만남은 정말 우연입니다.


 한정식당에서 말씀드린 그 이야기와는 별개구요.


 하긴 뭐, 당장 모델일을 하신다고 해서 차 수리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 다만..워낙 뛰어난 은애씨의 참신한 모습이..그날 제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제의를 한 것 뿐이구요..]



[소문들으니까..당신같은 사람들..별루다 좋은 직업은 아니라구..]


[그건 그 바닥 생리를 나쁘게 받아들이는 일종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좀 복잡하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건 사실이구요.


 알고 계시겠지만..은애씨가 싫다고 하셨으니..저야 수리비만 해결되면 그만이죠.]


[그..그거야..그렇죠. 내가 그 돈만 지불하면...]



이 남자 내가 "돈이 궁할 것이다" 라는 말은 입밖에도 뻥긋않는다.



한편으로는 사기꾼에 나쁜 놈으로 보이는데,


접촉사고가 난 그날, 그리고 오늘까지 세 번 조우했지만..


그런 선입견만 아니라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왜.. 전화질도 안하시구..차 수리비 독촉도 하지 않아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보험처리하구 모자라는 부분은..은애씨가 어떡하던 알아서 하실테지만..왠지..]



[것봐요..그게 꿍꿍이구 수작이쟎아요.


 어떻하던 당신이 던진 미끼를.. 내가 덥썩 물기 바라는..]


[아~ 진짜, 답답하게...사람 말을 못믿으시네요..


[세상 믿을 사람이 어디있어요..? 허우대는 멀쩡해 가지구...


 어리버리한 아줌마한테 사기나 치는 사람이 수두룩한 요즘에..]



[하하..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옵니다.


 어딜봐서 은애씨가 어리숙한 겁니까? 다른 사람앞에서는 저 이러지 않습니다.


 은애씨니까 망정이지..벌써...]


[지금, 나..겁주는 거에요..? 고소라도 하시게..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던 남자는,


부수수한 앞머리칼을 한 번 쓰윽 긁어올리며 또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제가 현역에서 활동할 때부터..저를 후원해 주시는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제법 큰 기업체의 중역이십니다.. 이를테면 광고주라고 할까요..]


[더 이상 듣고 싶지않네요..시간도 많이 지났구..그만 가봐야겠어요]


[아니, 아직 제 얘기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실때 가시더라도 제 말 마저 듣고 가십시요]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방금전까지..상냥하고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하던 남자의 모습과 뭔가가 다르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잠이 모자란 듯 흐리멍텅했던 눈이,


마치 호수의 밑바닥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그런 눈빛을 쏘아낸다고 하면 맞을까.



그리고 남자의 그런 포스는 언젠가 꼭 한 번 남편에게서 느낀 적이 있었다.


오래전..내가 몸 담고  있었고 오빠를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자미정에서...


 


[사고가 난 벤추는 바로 그 분의 승용차입니다.


 하반기에 발표될 신제품 출시..네, 그 신제품 이미지에 걸맞는..


 이를테면 기존 광고시장에 얼굴이 팔린 모델은 과감히 배제하고,


 참신하고 때묻지 않은 미시 모델을 전격적으로 캐스팅하자는 게,


 광고주신 그 분의 뜻이죠.. 중차대한 그 임무가 제게 맡겨진 거구요..


 해서..그날도, 그 일때문에 어딜 좀 들렀다가.. 그 분을 뵈러가는 길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은애씨와 접촉 사고가 발생했던 겁니다..]


[..그..그런 일이...]


[이제 아시겠습니까?


 제가 왜.. 난생 처음 본.. 은애씨에게 그렇게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말입니다.]


 



[근데..정말, 나같은 여자도 모델이 될 수 있는 거에요?]


나는 어느새 그 남자의 진솔한 자세에 마음이 솔깃해,


어이없게도 긴가민가하고 되묻고 있었다.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나란 여자가..


또 다시 영영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속으로,


한 발을 내 딛는다는 사실은 꿈에서 조차 모르고..말이다.



[물론입니다..은애씨만 오케이 하시면 지금이라도 당장..]



 "남자의 말을 믿어도 될까? 하긴 뭐..이상한 걸 시키면..당장 그만 두면 되겠지"
 


셔츠를 쇼핑백에 챙겨 담은 나는, 이미 환하게 날이 밝은 바깥으로 나왔다.



 "으헉!! 여..여기는...?! "



어딘가 낯이 익은 풍경이다.



[아니, 은애씨!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아무 것도..그럼! ]



아아~어쩜, 이런 기막힌 우연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불과 며칠전, 동건씨로 부터 뜨거운 입술 마사지를 받아들였던 바로 그 장소.


나는 허둥지둥 도망치 듯 그 식탁옆을 스쳐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동건씨가 말했던 그 선배라는 남자가..서준...맙소사!!


             *          *          *          *


 



어제 저녁이다.


본사 납품건으로 여전히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남편은 몹시 초췌한 표정으로 귀가를 했다.



식사도 뜨는 둥 마는 둥 서재로 들어간 남편은,


한참 동안이나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지 풀이 죽은 목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온다.



[여보! 당신 좋아하시는..복숭아...후식]


목소리가 잦아들 무렵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노크했다.



[으, 응.. 곧 나갈께..잠깐만 ]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음성톤을 올리지만 내 귀에는 너무나 어색하게 들려온다.


그러고도 10여 분쯤 뒤에 어깨를 으쓱하며 서재에서 나오는 남편.



[요즘, 일이 많이 힘드신가봐요?]


[사업이란 게 다..그렇지 뭐..어려운 고비가 있으면 설렁설렁 쉽게 걸을 수 있는


 내리막도 있는 법이니까..우리 이쁜이가 걱정할 정도는 아냐..염려마..]



[내가..도울 일은 없어요? 당신 부쩍..]


[어허~ 떽! ]


복숭아 한 조각을 집어 든 남편은, "우걱우걱" 입안에서 씹으며 거실 소퍼에 풀썩 앉았다.
 


[시디 걸까.. 음악 들으실래요? ]


[어..? 아냐...TV나 좀 켜봐...뉴스할 시간이쟎아..]



남편은 일부러 힘든 내색을 감추려는 듯 "탁탁" 소퍼바닥을 한 손으로 두드리며,


마치 그 장단에 맞추 듯 콧소리까지 흥얼거린다.


 


 <사건 사고 소식입니다..오늘 오전 경찰은.. J시 모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4개월전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30대 모씨를 납치..


 성기와 엄지 손가락..둘 중 하나를 선택케하여..결국 엄지손가락을 택한


 모씨의...절단..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구속 수감 어쩌구..>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사르르 엄습해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이,


주방쪽으로 슬그머니 걸음을 옮겨놓았다.


 


[하하..우리나라 법은 참 묘해요..오죽하면 상간남 손가락을 잘랐을까..


 아니, 그리구 분명 아내가 잘못했네.. 6살이나 어린 남자와 바람을 피다니..


 나같아도 가만두지 않겠다..뭐, 손가락 한 토막 잘른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구속 수감이라니...이쁜아..여보! ]



남편은 중얼거리듯이 말했으나 내 귀에는 마치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잘못을 저지른 나는,


마치 그 죄를 정통으로 들킨 사람처럼 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이쁜이는 어떻게 생각해..? 어..? 이제 설거지 하려구..?]


[네에..? 네..무슨 말인지..모..못들었어요]



이래서 죄를 짓고는 못사는 모양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만 쳐다봐도 놀란다더니...


심장이 갑자기 벌떡거리며 놀라 뒤집어지고, 내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나온다.



다행이 주방과 거실소퍼와는 거리가 있어서 남편이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무슨 소식인데..그러세요? 설거지는 당신 전화하시는 것 같아서..아까..


 덜그덕거리는 소리가..미뤘어요..시끄러울까봐..]



혀..혀가 꼬인 것인지 말이 앞뒤 순서가 맞지않는다.


어떻하지..나, 남편이 이쪽으로 오고 있쟎아.


등뒤에 온 신경을 집중해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에 레이다를 세우는 나.


후식으로 먹은 복숭아 담았던 접시를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서는 남편.



이런, 이런.. 글쓰는 저도 앞뒤 문장이 엇갈리네요.



[으, 응..이렇고 저렇고..이만 저만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우리 이쁜이 생각은 어떤가 하고 물었던거야..


 착한 색시 앞에서..절단..폭행 뭐..그런 단어는 쓰지 말아야겠지..


 질문 취소..설거지 내가 해줄까..?]



[아~ 네에..전 또.. 아니, 됐어요.. 피곤하실텐데..]


[훗!! 아내가 바람들지 않게 하려면..이렇게...]


[..............!!?]



남편은 내 등뒤에서 살며시 허리를 감아오며 아랫도리를 은근히 밀착해 들어왔다.


거절할 수도 주방설거지를 하면서 응할 수도 없는 난처한 내 입장.



[힘들지 않으세요? 며칠 야근까지 하시구선..]


[후후..노동이랑 섹스랑은 틀리지..아암, 술배 밥배가 따로 있듯이..


 일할 때 사용하는 힘이랑..으..응? 우리 이쁜이 사랑하는 기운은 엄연히 틀린다구..]



[아, 참..저번에 거실에서...]



나는 어떻게 핑게를 댈까 이리저리 궁리를 해대다가,


처음으로 남편에게 립서비스를 해 주던 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우리 아파트 앞동인가 어디서 요란한 소리가 났었던 그날..



[하하, 왠 미친 넘이, 좀 훔쳐보면 어때..나 모처럼 저속한 말, 한 마디할까? 색시야?]


[...무슨..]


[후훗! 우리 떡치는 장면 훔쳐보다가 그 넘 자지가 꼴려 죽으라구..]


[아이, 몰라요! ]


[기분이 이상한데..옛날 건달 시절 말투가 입에서 나오니..음, 못참겠어]


[그, 그럼 베란다 문에..커튼이라두..]


[염려마..좀전에 커튼 닫았어..]



두 겹인가? 속팬티에 천이 얇디 얇은 여름치마, 그 위로 와닿는 남편의 하체.


잔뜩 긴장된 내 몸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서 있는 탓인지,


팽팽한 엉덩이살이 더욱더 딴딴해진 느낌이다.



[으~흐흐!! 좋은데..후우~당신,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힙살이..돌덩이야..으, 응]


[도..돌이라뇨..물렁살인걸요...저기.. 여보! ]



나시티속으로 곧장 들어온 남편의 손은 쉽게 브래지어를 밀어올린다.


엉덩이 골짜기 사이에 밀착된 남편의 성기가 급속하게 팽창하는 감촉이,


고스란히 치마위로 전해져 느껴져왔다.



그 와중에도 몇 번 망설이든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남편은 대답을 대신 하는 듯 팬티 고무줄에 손가락 하나를 걸었다.


 


[아이, 으, 응..저어..나..일 좀 하면 안될까요? 여보!]


[갑자기..일이라니, 처음 내가 했던 그 약속 벌써 잊은거야..?]


[잊지않았어요..하지만...]


[쓸데없는 생각하지마..우리 이쁜이 일 내보낼 정도로..나 죽은 거 아냐..


 그리구, 여자랑 유리 그릇은 바깥으로 내 돌리면 깨진다는 내 신조..변함없어.]


 


[그..그건 알지만.. 저어..그게 아니라...그냥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도 그렇구..]



여전히 긴장을 풀지못하는 내 몸, 남편의 뜨거운 입김이 귓불을 핥아온다.



[취미 생활 즐기면서 여태 잘 지내오구선..새삼..일이라니..그래, 무슨 일인데..]


[저기..당신은 모르실거에요. 민주 선배 수연이라구..]


[수연이..? 혹시..민수연? ]


[어..? 네, 성은 잘 모르는데..이름은 수연이에요..그런데 어떻게 당신..그 여자를..?]


[음..내가 알고있는 사람과 틀린가..?]



남편은 확실한 대답을 회피한 채 내 팬티를 도르르 말아 내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침실을 벗어난 성관계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텐데..


맨살이 드러난 젖무덤과 귓불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하는 내 몸과 마음은,


어느새 촉촉히 젖어들며 열려가고 있었다.


 


[쬐끄만한 까페를 오픈했는데..별로 힘든 일은 아니래요..


 그리구..오후 시간만,  참..그건 미처 생각을 못했네..당신 퇴근시간..]



비록 나의 외모는 여리고 순박해 보이지만,


간혹 고집스런 내면의 한 부분도 있다는 걸 잘 아는 남편은,


내가 한쪽 발을 들추어 팬티 벗기는 걸 도우자 마지못한 듯 승락을 한다.


 


[내 퇴근 시간은 걱정말구..그 대신 힘들거나 뭣하면 당장 그만 두는거다..


 내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알아요..서빙하는 아가씨 따로 두고..카운터만 맡는 거니까.. 절대 힘든 일 아니래요]



어려운 담판이라도 성사시킨 듯한 마음이다.


그러나 내심, 그 이상한 불안감과 함께, 또 다시 남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내내 내 마음 한구석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나는 뇌리에서 맴도는 그 불안한 감정을 망각속으로 떨쳐버리 듯이,


좀 더 대담한 동작으로 남편의 손길을 맞이해 간다.


세제 거품이 묻은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곤 싱크대의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남편은 내 젖무덤의 전체적인 모양을 가늠하 듯이, 손아귀 가득 한 웅큼 거머쥐고는 주무른다.


손가락끝에서 뒹구는 유두가 금새 단단하게 뭉치며 지릿한 그 느낌이 하복부로 전해진다.



[아아~ 오옷..간지러워...하아..흡..읍읍]



순식간에 내 입을 열어젖히며 한 가득 터져 나오는 환희의 거친 숨결,


살짝 뒤로 젖힌 목이 아플 정도로, 남편의 입술이 강하게 덮어왔다.



싱크대를 쥐어잡았던 한 손을 들어올려 남편의 뒷머리를 끌어당긴다.


다시 한 번 급박하게 팽창하는 단단한 이물감의 감촉,


나는 그 촉감을 좀 더 깊숙히 느끼려고 엉덩이 골짜기를 넓게 벌렸다.



남편의 몸이 완벽하게 느껴지자, 내 온 몸이 환영의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동그란 엉덩이를 감싸는가 싶더니 치맛자락이 위로 당겨 올라간다.


쇠기둥같은 남편의 허벅지,


부채살처럼 가지끈 옆으로 벌어진 내 두 다리 사이에 교각을 세워왔다.



[으, 으응..무..무서워요..! 뒤로 하는 자세는..하아~아아~~]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편,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긴장감,


그제서야 나는 이 수치스러운 후배위 체위가,


얼마나 여자에게 스릴과 흥분을 안겨오는 지를 알게되었다.


 


딱, 두 번째..그 처음은 무엇인가에 홀려 내 스스로 엉덩이를 들춰주었고,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내가 정말 사랑하는 남편,


근데..내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작은 공포마저 느껴진다.



[음음..그렇네..우리 이쁜이..부끄럽다구, 이런 자세는 피해왔는데..]


[그, 그게 아니라...저..정말 아흣!! 너..넣은 거에요?]


[이런..겁쟁이..살짝 맛만 뵈였는데.. 놀라긴.. 걱정말구 힘 빼..!]



치맛자락을 내 허리위로 올린 남편은,


개구장이 악동처럼 쿡! 한 번 맨살을 맞대곤 이내 슬슬 계곡주변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불에 달군 홍두깨마냥 뜨겁고 뭉턱한 살자루가 음부둔덕을 위아래로 아우르니,


내 살틈새는 잘 익은 밤송이처럼 저절로 쩍! 벌어져버린다.


토실토실한 밤톨대신 미끈덩대는 맑은 수액을 "주루룩" 흘려내면서...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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