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알친구는 불알이 없다!? (8)
무슨 교육이 그렇게 많은지..
중간중간 10분씩 쉬는거빼고는 정말 쉴새없이 돌아다니면서
강연듣기..홍보영화보기..또 무슨 교육듣기..
후우..대부분 눈뜨고 자는 스킬로 떼우긴 했지만..
그래도 개운한게 아니라서 온몸이 찌뿌둥 하다.
그리고 모든 교육이 끝난 후..
남아있는 술자리.
후우..준석아..마음 독하게 먹자..
어떻게든 버텨야하는거야..
화장실에서 혼자 뺨을치며 각오를 다졌다.
"자~ 제가 국어과를~ 하면 위하여~ 해주십시오~"
"네~"
"국어과를~"
"위하여!!!"
크으~ 쓰다 써..
안주는 과자만있구나..
아! 저쪽 나이들어보이는 선배님들쪽에는 족발도 있네..
"야야! 니들 지금이 조선시대냐? 내외하게? 너! 너! 저쪽 사이에 가서 껴앉아!"
"네? 네.."
한 선배가 남자 신입생들을 가리키며 여자 신입생들 사이에 껴앉으라고 한다.
나는..어느새 내옆에 온 지혜 선배때문에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차라리 옮기고 싶다..으..
"자~ 짠~"
"네.."
지혜 선배는 나에게 계속 술을 권했다.
"자~ 아~"
술을 권하는거까진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게 문제다..
안주하나를 내 입 앞에대고 아~ 하라니..
아까 버스안에서야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으니 괜찮지만..
지금은 신입생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있는데....
그..리..고..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보겠다는 식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수민이도 있는데..
그런데 내가 어쩔 수 있을까..
지금 내입에 안주를 넣어주는 선배는..
선배인데..
나는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이고..
몇번 마다했지만..막무가내로 입앞에 대고 흔드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아~"하는 수밖에..
안주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나도모르게 시선이 수민이쪽을 향했고..
수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보다가..고개를..돌려버렸다.
이게..아닌데..
지혜선배는 술을 조금씩만 마시라고 하면서..가끔씩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지만..
난..술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이대로 적당히마시다가는 언젠가 지혜선배에게 끌려갈거란 생각도 있었지만..
취하고 싶었던 더 큰 이유는..
그 느끼한놈이..수민이 옆에 앉아서 계속 술을 권하는 모습을..
그리고..수민이가 그 선배에게..안주를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왔기 때문이었다.
술을 마시면 가슴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하며..
나는 술을 물마시듯이 마셔댔다.
"준석아~ 천천히 마셔~"
"괜차나요~헤..헤.."
"야~ 우리 아까 아쉬웠잖아~"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선배..
그말이 나에게 술을 더욱 빨리 마시게 했다는걸..선배는 알까..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만약....만약에....
여자 선배가 아니라 남자선배가..여자후배에게 이런다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수민이쪽을 바라보았다.
수민이는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상체를 비틀거리며 앉아있었다.
그러다 잠시후에 그 느끼한 상민이란 놈이 수민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얼핏 들리기로는 바람좀 쐬면서 술을 깬다고..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준석아 왜그래?"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는 나에게 지혜 선배는 지금이냐는 듯 물었고..
"아..술이 너무 취하는 것 같아서..나가서 찬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래? 같이 갈까?"
"아..아뇨..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올게요.."
"그래..금방와야돼~"
나에게 윙크까지 날리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을 한다.
후우..한숨만 나오네..
"네에.."
기운빠진 대답을 남기고 나는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지혜선배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디로 갔는지 주변에서 수민이와 그 놈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어디로 간거야.."
나는 건물 주변을 돌다가 산쪽으로 오솔길이 있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쪽으로 갔다.
2분정도 걸었을까..
"선배님!! 이..이러지 마세요.."
"수민아..사랑해..처음봤을 때부터.."
"그래도요..선배님..이..이러는건.."
오솔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내용이..수민이와 그 남자 선배같았다.
그 놈이..진짜..
나는 술기운에..똘기(똘아이 기운)까지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지만..
최대한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수민아~! 수민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대화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고..
잠시후에..
"어..?? 누구세요?? 준..석이니?"
"아~ 여기 있었구나~ 거기서 뭐해~?"
"어?? 아..아니..아무것도.."
"아까 어떤 선배가 너 찾더라~ 얼른가자~"
"그..그래??응..알았어.."
잠시 부스럭 거리다가 오른쪽 수풀을 헤치고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내팔에 매달리는 수민이..
"어..얼른 가자.."
"어..그래.."
내 팔에 느껴지는 수민이 가슴의 느낌보다....
비맞은 강아지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수민이의 모습에..
나는 내팔을 붙잡은 수민이의 팔을 풀고..
그 팔로 수민이를 꽈악 껴안아주었다.
"준석아.."
"...."
"...."
"가자..니..가 너무 추워보여서.."
건물앞에 도착했을때..
수민이를 안았던 팔을 풀고..
"많이 취한 거 같으니까..얼른 여자방 들어가서 자.."
"어? 나 찾는 선배는 어쩌구?"
"내가 잔다고 말해줄게."
"그래..알았어..그럼..갈게.."
"그래.."
"....준..석아."
"어?"
"....아니..술 조금만 마시라고.."
"어..알았다."
술 조금만 마시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퉁명스럽게 알았다고 하며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술에 나를 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