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 19 -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요정들의 오너 - 19 -

<19부>


#1.연금술.


"어...어?"

나는 후다닥 달려가 내 앞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새끼손가락이 들어갈만한 작디작은 구멍.게다가 그리 깊지
도 않다.내 생각이 맞다면...이거 분명히?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내팽겨친 악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성공이라면...만약 그렇다면 내가 생각했던 이론이
그닥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다시한번 눈을감고 마나를 느껴보았다.대기중의 마나...타원형의 마나를 둘러싼 더더욱 큰 한덩어리의 푸른기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의 형태를 느끼는것처럼 신비롭다.자...집중하는거다.화살모양을 만들고...그것을
대기중의 마나에 천천히 투입시킨다...천천히....

푸슛!

나는 깜짝 놀라 클라리넷을 떨어뜨려 버린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후다닥 구멍이 난곳으로 다가가 만
세를 불렀다. 크하하하하!비록 그 부분을 딱 노리고 한것도,그리고 큰 구멍이 난것도 아니었지만,일단 내 방식이
성공했다는거 자체가 너무 기뻤다.

"응?"

문득 어떠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 지는거 같아 고개를 돌린나는 깜짝 놀라 버렸다.분명...세라도 없는데...
기껏해야 지금 리미 혼자 뿐인데,내 옆에는 통나무집의 뼈대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이게 뭐야?"

리미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거칠게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리미는 모래
사장위로 털썩 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리미야!"

나는 황급히 리미에게 달려갔다.뜨거운 햇살을 받아서일까?벌게진 리미의 얼굴에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하아..."

얼른 리미를 안아 들었지만 그녀의 볼에서 식은땀이 계속해서 흐른다.매사 진지한 리미가 유나처럼 나를 골려주
기 위해 연기를 할리도 없다.왜지?어째서....

"주...인님.."

조그만 그녀의 입술이 열리며 나를 부른다.증폭된 내 마나의 양으로 인해,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중고생 정도로 성장해 있는 그녀.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리미는 마치 빈혈환자처럼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무슨일이야?"

"무리하게...연성을 해서...."

"뭐?"

나는 다시한번 거대한 원안에 있는 진을 바라보았다.진 위에는 그대로 내부작업만 하면 훌륭한 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멋드러진 통나무집 뼈대가 완성되어 있었다.

"설마...너...이걸 통째로?"

리미는 살짝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순간 멍해져버렸다.연금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분명
그것은 마나를 사용하는 일이다.게다가, 이렇게 통째로 큰집의 뼈대를 만든다면 꽤나 많은 마나를 소모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마나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서,마나량이 제로가 되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사실이었다.지금 내 품에 축 늘
어져 버린 리미도 필시 마나의 양이 줄어버려서 생긴 탈진과 비슷한 점일 것이다.

"리미야...정신차려봐!..정신..."

젠장..어쩌지?이런적은 없었는데....어떻게 해야....


-2차개화전의 페어리들은 주인과의 스킨쉽에서 마나를 흡수하는것이 가능합니다.-


문득,대회의 때의 차우의 말이 떠올랐다.유나가 마유미에게 마나량에서 밀려 숨을 헐떡일때,내 입맞춤으로 어느
정도 마나를 회복했던 일이 있었다.그렇다면...그렇다면 리미도 가능할까?

생각해 볼것도 없는 문제였다.리미가 어떻게 생각하던지,방법이 그것이라는 가정이 생기면 해봐야 했다.불과 이
틀전까지만 해도 꼬맹이였던 리미의 모습이 떠올랐지만,그런것까지 고려할 여유따윈 없다.

리미의 눈이 크게 떠졌다.앙증맞은 입술에 내가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다.내가 강제적으로 그녀의 몸에 마나를 주
입할수도 없는 노릇아닌가.그렇다면 이렇게 해서라도,그녀가 내 마나를 흡수해서 생명력이 돌아올수 있도록 많
들어야 한다.

리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로멘틱한 입맞춤이어서가 아닐것이다.점점...리미는 본능적으로 내 마나를 끌어당기
고 있었다.불과 3분전에 마나를 다뤘던 나는 예전 유나때와는 달리 확연히 느낄수 있었다.지금,내 마나는 리미
에게 점점더 흡수되고 있었다.

"괘...괜찮아?"

계속해서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맞춰주는....다소 우스꽝 스러운 응급처치를 한 나는 리미가 살짝 고개를 돌
리는 바람에 그제서야 무안해져서 리미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감사합니다."

다소 무안해 하는 나를 뒤로하고 리미는 벌떡 일어나 버렸다.하지만,마나를 흡수했다고 해서 금새 팔팔해지는 것
은 아닌 모양인지,리미는 잠시 통나무 기둥으로 드리워진 그늘에서 숨을 골랐다.

"말해줄수 있어?왜 쓰러진건지."

리미의 케릭터 상 지금의 입맞춤은 상당히 뻘쭘했던 모양인지,분위기가 싸늘해져서 나는 화제를 돌려 리미에게
물었다.그녀는 여전히 내 얼굴은 보지 않고 중얼거렸다.

"무리해서....큰 연성을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큰...연성?"

"네."

다음에 무슨말이 올까...잠자코 기다렸지만,역시나 리미는 딱 잘라 답해 버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흠.
아무리 페어리와 오너의 관계지만,내 입맞춤이 불쾌했나?이도 잘 닦았는데...

"연금술에 대해...말해줄래?"

"네?"

또다시 적막이 흐르는 것이 싫어서,나는 그녀에게 막 질문을 던져 버렸다.너무 추상적이었는지,리미는 고개를
갸웃했지만,여전히 시선은 내가 아닌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궁금해서 그래.그냥...넌 너무 말이 없으니까."

리미는 그제서야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다른 페어리들과 사뭇 다른 리미이지만,이쁘다는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모
양인지,나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사실은...연금술이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신비의 소환술이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유나가 설명해줘서 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살짝 숨을 고른 리미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
하자 말을 이어갔다.

"연금술은 정해진 재료 안에서 제 마나와 연성진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술법입니다.즉, 예를 들어 제가 세라
의 검을 만드려면,그에 상응하는 광물들이 있어야 하고,거기에 제 연금술과 경량화 마법이 추가되는 식입니다.
이번에는 제 상응 마냐량을 뛰어넘는 집을 연성하려 하다보니,마나가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에 쓰러져 버린거
같습니다."

아...리미의 설명을 들은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일수 있었다.왜 출발전에 리미가 기상천외한 준비물들을 요
구했는지도 말이다.그럼...이 아이 섬으로 간다는 말 하나에 그렇게 많은 수를 미리 생각해두고 있었다는 말인
가?

확실히,내 예상은 맞았다.리미의 무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연금술도 있지만,더 큰 것은 바로 그녀의
두뇌였다는 것이다.

리미는 통나무집 기둥에 기대어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나는 그녀의 심정을 알수 있을거 같았다.약간
종류는 다를수 있지만,그것은 유나가 처음 마유미에게 졌을때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자신의 벽을 느꼈
을때 만큼 허무하고 허탈한 것은 없다.

리미역시 마찬가지였다.학자인 리미에게는 지금 한번에 집을 연성하지 못했던 것에 큰 회한을 느끼고 있을 것이
다.게다가 리미처럼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 무언가를 하는 아이가,자신의 계산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때
의 느낌은,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리미야."

가만히 아무말도 하지 않던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들었다.아직은 통통한 그녀의 볼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다.

"나도,자신의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질릴정도로 잘 알아. 태어났을때부터 고아였고,그거 자체가 나에겐 큰 벽이
었으니까."

리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나는 그녀에게 살짝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책에서 읽은건데 말이야.현자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데.벽에 부딪힐 정도로 앞만 보고 가지마.부딪히
면,가끔 뒤도 돌아봐 줬음 좋겠어.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벽에 부딪혀서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 줄게.너랑
나,그리고 세라도 유나도 노아도.우린 모두다 하나나 다름없잖아."

내 말에,리미는 처음으로 밝게 웃어주었다.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리미의 미소는 백마디의 말보다 강한 무언가
를 싣고 있는 거 같았다.나는 나도 모르게 유나에게 하듯이 리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게다가....너는 현자잖니?우리들중 그 누구보다 현명한...."



#2.노아에게 있어서의 2차개화의 의미.



"저쪽이다!"

내 외침에 아이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세라가 나무사이를 날아 목표물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나
갔다.마치 사냥의 여신처럼,달리는 속도 때문에 나풀거리는 그녀의 옷가지들은 신비로운 세라의 매력을 배가 시
켜주는듯했다.세라는 허리춤에 달린 검을 꺼내 들고는 속도를 높혔다.

스팟!

"꾸에에에에엑!"

순식간에 말로만 듣던 돼지 멱따는 소리가 이어졌다.세라의 검기가 우리가 추적하던 맷돼지의 숨통을 정확하게
끊어 버린 것이다. 검기를 날린 세라는 다시 공중으로 착지하며 몸을 빙글빙글 돌렸고, 그녀의 신형으로 부터 수
십가닥의 검기가 쓰러져 있는 맷돼지 위로 후두두둑 떨어져 버린다.

맷돼지가 세라의 검기에 의해 살과 뼈가 분리되는 가공과정(?)을 통해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 속성으로 분해되었
고,이윽고 유나의 시동어가 울려 퍼졌다.

"프로즌 에로우!"

딱 한끼 식사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고기덩어리들이 사이좋게 유나의 마법화살에 의해 냉동되었고,이어서 리미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연성구축!"

유나가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직육면체의 보기좋은 순도 100퍼센트 얼음 저장창고로 바뀌었다.이 섬의
무더운 기후상 저렇게 하지 않으면 고기는 바로 썪어 버릴 테니까.

"노아!어서!"

나의 다급한 외침에 노아는 풀숲사이에서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운디네!살라만더!"

촤아아아악!화르르르

유나의 얼음창고로 저장되지 않은 나머지 고기들이 물의 정령 운디네에 의해 급격하게 세척작업을 거쳐가기 시작
하는가 싶더니,이내 옆에서 머리를 긁으며 대기중이던(쩝...)불의 도마뱀 살라만더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남은 고
기덩어리를 향해 뛰어 들었다.

"와!맛있겠다!"

드디어 5인팀웍의 맷돼지 사냥은 훌륭하게 끝이 났다.으하하하하!난 뭐했냐고?흠...할말은 없지만...난 맷돼지를
발견했으니까 뭐 역할은 다한거 아닌가?....하하하하하!.....

간만에 주둔지가 아닌,숲속 한복판에서 식사가 펼쳐졌다.세라가 다시한번 검이 아닌 작은 나이프로 깔끔한 칼질
을 보여주었기 때문에,우리는 리미가 연성한 자갈 식기위에 하나하나 고기덩어리를 놓고 먹을수 있었다.뭐...
역시나 나는 한국인의 특성상 옆에 쌈장을 끼고 있었지만 말이다.하하하!

"유나유나!이거 해줘!"

역시나 노아는 고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어디서 구해온 야자수를 유나에게 내밀었고,유나는 육식주의자
답게 고기를 뜯으며 한손으로는 노아가 내민 열매에 하나하나 구멍을 뚫고,냉장 처리까지 해주는 센스를 보여주
었다.

"야생이라 조금 질긴데..."

육식계의 절대미각 유나선생이 투덜거리는 소리에 나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세라와 리미는 나름 나쁘지 않은지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았다.뭐...고기 말고도 야채들도 조금 가져왔으니까...내가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식사인
데 말이야.

노아는 질펀하게 벌어지는 대낮의 고기향연에는 정말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그러고 보니 노아가 고기를 먹는것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단 말이지...쩝.저렇게 과일만 먹어도 살수 있고,게다가 누가봐도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응?세라..왜그래?"

식사를 하던 세라가 문득 아무말 없이 검신을 매만지는 것을 본 나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내 말에 나와같이 그녀
를 바라보는 것은 리미 뿐이었다.

"너무...평온해서요."

"뭐?"

"이상하리만큼 조용합니다.물론 좋은현상이고,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너무나 평온합니다."

"당연하잖아?우린 수련하러 왔고,여긴 무인도니까."

내 말에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크룬은 욕심이 많은 종족들입니다.게다가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 매우 자연스럽게 자유자재로 이뤄지는 종족들
이기도 하지요.그런데 아직까지 이 세계로 넘어오지 않는게 이상합니다."

"프로센이...걱정되는거야?"

"물론 그것도 있습니다만,그리 쉽사리 점령되는 곳이 아닙니다.지금도 대치 상태겠지요.문제는 그들이 이 세계의
존재를 알고 있음이 확실한데,아직까지 잠잠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세라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하긴 그렇다.당장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이 계속 움직임이 없다니까 오히
려 더욱 불안한 법이겠지.

"쳇.쓸대없는 걱정일 뿐이야."

유나는 쌜쭉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늘 그녀의 말에는 대응을 보이지 않았던 세라가 처음으로 발끈했다.

"쓸대없는 걱정?그게 쓸대없는 걱정이라면 우리가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어."

"그게왜?적어도 지금이 평화롭다면 즐기면 되는거 아니야?왜 미리 걱정해?분위기만 망칠뿐이잖아."

나는 오랜만에 흐르는 세라-유나간의 갈등전선 가운데서 머리만 긁적거렸다.아...이녀석들...

"그건 니 가치관일 뿐이야.그렇게 즐기고 싶으면 너도 지금부터 수행하지말고 바닷가에서 놀던지.어차피 넌 그
생각으로 왔을 테니까."

"뭐야?"

유나의 주변으로 한기가 몰려들기 시작했고,세라는 묵묵히 검집의 후크를 끌렀다.순식간에 화기애애할뻔했던 식
사자리의 분위기는 냉동창고 처럼 급속 냉각되기 시작했다.

"세라 너,여기서 해보자는 거야?"

"니가 자신이 있다면."

아...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인석들아!우린 팀웍을 위해서 왔단 말이다!

"둘다 그만해."

내 조용한 말에 세라는 몸을 돌렸고, 유나역시 흥!하는 콧소리를 내어 버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젠가...너 이기고 말거야."

유나는 몸을 훽 하고 돌리더니,이내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가는 방향을 봐서는,자신이 연습하고 있던 곳으로
가려는것 같았지만,분위기는 이미 수습하기 힘든 지경이 되어 버렸다.

"저도...오늘안에 주둔지를 만들어야 하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리미역시 들고있던 포크를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노아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와 세라,그리고 멀어져가는 유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에휴....이런일이 있을줄 알긴했다.세라와 유나는 이상스럽게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원래 견원지간 처럼
프로센에선 원래 기사와 마법사가 사이가 안좋은건가?라는 생각까지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것이 아니었다.
유나에게 있어서 세라는 라이벌이었다.기사와 마법사의 1대1 대결이 펼쳐지면,왠만큼 레벨의 차가 나지 않는이상
기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마법이란 시동어 발동의 시간이 필요하고,기사는 빠른 체술로 접근하면 그만이니까.

유나는 그것에 대해 항상 불만을 갖고 있는듯했다.쑥쓰러운 말이지만,세라와 잠자리를 갖고 돌아오던 그때를 기
점으로 세라에 대한 유나의 쌀쌀함은 극에 달했다.뭘로 봐도,유나에게 있어서는 세라보다 자신이 한참 뒤지고 있
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에이...세라랑 유나 싸울줄 알았는데..."

으아아악!노아 너 지금 그런말 할때냐! 노아는 벌떡하고 일어났다.하늘하늘한 원피스 위로 드러나는 몸매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인이거늘...저녀석은 왜이렇게 어린아이 같은거야?

"나 과일먹으러 갈래요~"

언제나처럼 내가 말릴틈도 없이,노아는 쌩하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린다.크아아...골치가 지끈지끈 거린다.나..
역시나 리더의 자질은 없는거야?아이들이 너무나 개성이 강해 통합하기가 쉽지 않았다.

"휴...세라야."

"죄송합니다.제가 그런말을 꺼내서."

"아니야.그것보다...우리한테 필요한건 각자의 수련도 수련이지만 팀웍인거 같다."

"죄송해요."

"사과를 하라는 것이 아니야.개성이 너무 강해 각자가.게다가 노아는 몸은 다 컸는데 너무나 철부지이고..."

중얼거리며 카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피워무는 나를,세라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유나야 뭐...세라와 친해지기만
하면 큰 부딪힘없는 귀엽고 활달한 성격이지만,문제는 노아였다.가끔은 나역시 절대 통제가 되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성격에,천방지축인 저 초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것은 노아가...정령의 여왕이기 때문입니다."

"응?"

세라는 식사가 끝난 자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소리야?정령의 여왕이라 그렇다니?"

"본디...2차개화의 의미는 페어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어떻게?"

"저의 경우엔,체내 마나량이 늘어나게 되고,체력도 상승합니다.거기에 제 연습이 더해지면 더 크게 성장할수도
있구요. 유나의 경우에는,다룰수 있는 마나량과 마법클래스가 상승하지요.하지만,노아는 그렇지 않습니다.그 아
이는 저희처럼 마나를 다루지 않으니까요."

"그..그럼?"

"노아에게 있어서 2차개화는..."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세라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정령의 여왕...그 자아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뭐?"

이건 또 무슨말이야....자아라니?그럼 지금 노아가 싸이코패스라도 된다는 말이야?

"네.자아...지금 노아의 정신상태는 주인님도 느끼고 계시겠지만,저희보다 약간 어린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그
리고 정령력을 다룬다라는것은,정령과의 친화력과 동시에 강한 마인드가 필요하지요.지금 노아가 다룰수 있는
정령은 불의 정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급 정령까지들 뿐입니다.바로 정령의 여왕으로써 정신적인 성장이 이뤄지
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2차개화를 하게되면,노아의 정신적인 능력은 상승하게되고,또 그로인해 계약할수 있는 정
령의 단계가 한단계 위로 올라갑니다."

아...나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수 밖에 없었다.그랬구나....노아의 성격이 아니라,정력
력이라는 특성상 그것이 정신력이라는 매개체로 봉인되어 있었다는 말이구나....

"빨리...노아의 2차개화를 하심이..."

왜일까.그 말을 하는 세라의 표정은 약간 어두워 보였다.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저어버렸다.아무리 생각해
도 그건 아니다.노아의 정신적인 개화를 위해 내가 그녀를 불쑥 들쳐엎고 침대로 가라고?아아...그건 아니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야.

"노아와는...언젠가 느낌이 통하지 않을까?너와...내가 그랬던 것처럼."

"네?"

"세라야.나도 남자야.그게 싫을리 없어.가끔 뭐....내가 너를 원하는데 참았던 적도 있고..."

내 쑥쓰러운 말에 세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버린다.흠흠!아 이거 쑥쓰럽구만!

"그치만...노아가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을수도 있잖아?니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이라면,분명
노아와 나도 그런 교감이 일어날 날이...곧 올거야."

세라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역시나 이 야생에서도 절대 시들지 않는 저 환하고 아름다운 웃음.나와 세라는
그렇게 한동안이나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3.기본 체술의 필요성!



"그..근데 꼭 이게 필요한거야?"

"네...필요합니다.무례를 용서하시길."

으으으...세라야!그러지마!무섭잖아!세라와 나는 긴 나무 봉을 들고 서로 대치해 있었다.어설프게 봉을 잡고
있는 나와는 달리,세라의 모습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그녀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그럼...가겠습니다."

"으헉!"

세라의 봉이 미끄러지듯 그녀의 손을 빠져나오며 원형을 그린다.그리고 그것은 내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날아
들었다.아무리 봐도 초보인 나를 위해 봐주는 것이 역력한 동작이었지만,겨우겨우 봉을 틀어 막았음에도 묵직한
충격이 느껴진다.

"이번엔 오른쪽입니다."

"오마이갓!"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주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그것들을 막아내고 있었다.게다가 두손으로 잡
아도 팔이 덜덜 떨리는 나와 달리,세라는 한손으로 여유롭게 봉을 돌리며 내 전신으로 여유롭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이번엔 다리."

"큭!"

진짜 놀랍다.오른쪽 어깨로 갔던 봉이 마치 코브라 처럼 급격하게 원형을 그리며 다리쪽으로 쇄도한다.역시나 가
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으로 손목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세라는 살짝 웃어주더니 봉을 거두었고,나는 그제서야 들고 있던 무식한 무게의 봉을 땅으로 내려놓았다.으으..
손목뼈가 아직도 찌릿하다고!

"잘하셨습니다.처음에 그정도면 정말 잘하신 거에요."

"그..근데 이게 왜 필요한거야?"

"주인님은 약간 차이점이 있지만,전체적으로 마법사의 공격방식과 흡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뭐...몸이 아닌 악기를 통한 마나로 이뤄지는 공격일 테니까.

"거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바로,술법이 발동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흠...확실히 그렇긴 하다.어느누가 나 피리 불면서 화살만들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겠는가.나는 아마 이대로 라면
실전에서 피리를 입에 대는 순간 목이 달아날 것이다.

"물론,제가 주인님곁을 지킬 것입니다.하지만 예외라는게 있을수 있지요. 게다가 유나의 경우에는 마법을 다루지
만,몸이 빠르고,체술 역시 뛰어납니다.마법을 운용하는 센스도 갖추고 있지요.때문에 문제될것이 없습니다."

크음...결론은 문제는 나다...이거로구나..하하핫!이거 조금 미안해 지는데.

"주인님이 기본적인 체술만 익힌다면,분명히 적에게 있어서는 더욱 성가신 상대가 될것입니다."

확실히...세라는 다른 아이들과 생각이 다르긴 하구나.나는 오너답지 않게 징징거렸던 것을 살짝 후회하며 다시
봉을 잡아 들었다.세라는 살짝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번엔.제가방어를 하겠습니다."

"호오!그렇단 말이지!좋아좋아!"

나는 의욕에 넘쳐 봉을 잡아 들었다.적어도 공격하는 쪽이라면,맞을 일은 없을거 아냐!크하하하!뭐...내가 세라
를 때릴수 있는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세라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 없었지만,온몸에는
빈틈이라곤 없었다.

"자..간다!"

"네."

약간은 평화롭기 까지 해서 힘이 빠지는 그녀의 대꾸였지만, 나는 세라의 앞으로 뛰어가며 봉을 횡으로 그었다.

타악!

세라는 손목을 까닥 하는거 하나만으로 내 봉의 궤도를 바꿔 버렸다.순간 내 목앞으로 세라의 봉끝이 겨눠진다.

"으윽..."

"동작이 너무 큽니다.그러면 이렇게 순식간에 헛점이 보이게 되지요."

"칫!그렇다면!!!"

나는 뒤로 살짝 물러나며 이번엔 세라의 허리쪽으로 봉을 휘둘렀다.손목이 묵직하니 아파왔지만,이것도 수련이니
까.

허나 나는 또 좌절에 휩쌓일수 밖에 없었다.내 쪽을 겨누던 세라는 봉을 손목의 힘으로만 빙글 돌려서 중단방어
를 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여지없이 내 봉을 쳐낸 세라의 봉은 또 한번 내 정수리에 겨눠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동작이 크면 적에게 주는 데미지도 크지만,실패하면 이렇게 큰 크로스카운터 기회를 주게 됩
니다."

으으..이봐 세라.너..너무 평소와 다르잖아.항상 얌전하고 순종적이던 너는 어디간거니?아무리 기사지만 너무 엄
한거 아니고?

세라의 지적에 만신창이(?)가 된 나는 다시한번 봉을 고쳐잡았다.좋아.동작이 큰것이 안된다면,휘두르는 것보다
약간 동작의 폭이 좁은 찌르기로 가는거다!내가 이래뵈도 올림픽 펜싱 열심히 본 사람이라고!

나는 봉을 길게 쥐고 이번엔 세라의 목을 향해 봉을 뻗었다.물론 세라의 실력이라면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에 맘놓고 하는 공격이지만,이번엔 세라가 가까스로 힘겹게 방어하길 원했다.

턱!

쳇!또 실패냐!세라는 어이없게도 찌르기로 들어오는 내 봉의 끝을 들고 있던 봉으로 툭 쳐서 올려버린것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내 봉이 허공을 향해 홈런을 치는 그 사이에 세라의 봉끝이 내 가슴쪽으로 겨눠진다.

"아시겠나요?이제?"

"응....너 강한거 알겠다."

"그거말구요."

세라는 내 농담에 살짝 웃으며 봉을 내렸고,나는 또한번 비명을 질러대는 손목을 부여 잡으며 길다란 봉을 내려
놓았다.

"봉술에는 두가지 기본운동이 있습니다.모든 봉술은 이 두가지에서 파생되는 동작입니다."

"그게 뭔데?"

"바로 진자운동과 원운동 입니다."

"으응?"

뭐...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진자 운동이란 쉽게 말해 좌우로 움직이는 거고,뭐 원운동이야 말그대로 뱅글 도는
거잖아.내가 고개를 갸웃하자,세라가 말을 이었다.

"진자운동.즉,주인님이 방금하신 찌르기도 진자운동의 일종이라 할수 있지요.상대의 봉이 파고들면,그것을 쳐내
고 바로 찌르기로 들어가는 것이 쉽게 말해 진자 운동입니다."

"아...."

"그리고 두번째.봉은 검과 달리 칼날이 없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모든 면을 손으로 잡고 이용할수 있는 기초적이
고도 실용적인 무기지요."

"그래서?"

"즉,봉을 돌리게 되면 그 봉이 돌면서 그리는 360도의 원 전체가 공격범위이자 방어범위가 된다는 뜻입니다."

아하...나는 그제서야 무릎을 탁 하고 쳤다.아까 세라가 공격할때,나처럼 무식한 공격이 아니라,그녀의 봉은 우
아한 원을 그리며 쇄도 했었다.방어할때 역시,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휘두른거 같지만,그것은 모두 원의 형태로
그녀의 몸을 보호하곤 했었다.

"그럼.아셨으면 이번엔 다시 제가 공격하겠습니다."

"자..자..잠깐!"

나는 후다닥 봉을 집어 들었고,세라는 나에게 공격자세를 취해 보였다.나는 벌써부터 물집이 잡히려는듯 쓰라려
오는 손바닥 통증을 참으며 봉을 잡고 긴장된 표정으로 세라를 바라보았다.

"이번엔,제가 공격할 곳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뭐..뭐어?그건 너무 진도가 빠르...헉!"

세라의 봉이 정확하게 내 어깨쪽을 노리고 낙하하기 시작했다.물론 세라 입장에서는 평소의 속도의 반의반도 안
낸 것이겠지만,나에게는 거의 킬러가 휘두루는 칼과 다름없는 속도다.

타악!

아까 세라가 내 공격을 막았듯이,나에게도 경쾌한 소리가 나며 세라의 봉을 방어했다.원운동...이것만 기억하는
거다.다시금 세라의 봉이 내 반대편 하반신을 향했고,나는 얼른 봉을 빙글 돌려 내 허벅지로 봉을 위치시켰다.

탁!

세라가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그녀는 다시 두걸음 물러서더니,다시 봉을 천천히,그리고 우아하게 휘두르기 시작
했다.크억! 이번거는 뭔가 다르다.원래 어깨나 허벅지 같은 부상위험이 적은 곳만 공격하던 세라의 봉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황급히 원운동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듯,봉을 돌려 내 머리쪽으로 가져갔다.

"크억!"

나는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고대로 바닥에 추락해 버렸다.머리쪽으로 오던 세라의 봉이 기이한 움직임으로 변형
되며 내 허벅지를 쳤기 때문이었다.하체 부실의 정점인 나는 고 한방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괘..괜찮으세요?"

세라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나에게 다가왔다.이...이봐..너...

"아프다아!"

"죄송합니다.주인님이 워낙 빨리 배우시길래 그만..."

하하하.사실 그렇게 아프진않다.살이 많은 허벅지를 맞았으니까 통증은 없는데,평소와 달리 당황하는 세라를 보
자 장난기가 발동했다.

"으으..죽겠어....아아아악!"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어..어쩌지...어서 제게 업히시면..."

세라의 말이 뚝하고 멎었다.당황해서 얼굴이 창백해진 세라가 너무 귀여워,내가 그녀를 안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장난스럽게 씩 웃자,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한 세라는 살짝 눈을 흘긴다.

"또...가르쳐 줄거지?빨리 배운다고 했으니까."

세라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이름도 알수 없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싱그러운 숲의 풀냄새가 느껴
진다.그리고...늘 그녀만의 향기가 나는 세라의 머릿결도.

우린 그렇게 한참이나,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서로의 입술을 느끼고 있었다.



#4.너무나 빨리 다가온 노아와의 교감.



"우와아아아아!"

세라와 기본적인 체술을 열심히 익히고 그녀의 손을 잡고 오던 나는 노아의 환성소리에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
다.

"와...리미 짱이다!"

유나의 감탄사도 들린다.뭐야..도대체 뭐길래?나는 얼른 세라와 함께 희미하게 보이는 주둔지를 향해 달려갔다.

"어...어..."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때는 저녁.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며 어둠이 찾아오는 시기인지라,노아가 불러낸 불의
정령이 해변가에 캠프파이어처럼 타오르고 있었다.그리고....그 옆에 거대하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따라가 보니,
정말 팬션이라 해도 믿겨질 만큼 멋드러진 통나무집이 한채 세워져 있었다.

"맙소사...리미 너...."

그녀는 대답대신 날보며 살짝 웃어주었다.오늘따라 리미의 미소를 많이 보는구나...하는 실없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아까만 해도 뼈대만 있던 통나무 집이,이제 완벽한 2층 집으로 변해 있었다.산에 있는 산장같은 분위기
마져 감돌았다.

"순수목재와 철물만 이용했지만,여러번 연성을 해서 튼튼할 겁니다.해안 지역인지라 강풍이나 비바람이 오면,저
텐트는 너무나 허술하니까요."

"너...괜찮은거야?"

"괜찮습니다.신중하게 했어요.주인님 말씀대로....마음만 급하면 안되니까요."

내가 리미를 향해 씩 하고 웃어줄 그때,신이나서 각자의 짐을 챙겨 가는 노아와 유나가 보였다.

"유나,노아.1층은 주인님이 쓰실거야.2층에 조그만 방이 여러개 나뉘어져 있으니까 2층으로 옮겨줘.그리고 늦었
으니까 저녁은 각자 챙겨온 간단한 음식으로 각자 해결하자."

"응응!"

"알았어!"

천방 지축 자매 노아와 유나는 리미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집으로 향한다.나는 그제서야 집의 구
조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우선,크기는 크지 않지만 2층으로 된 집이었다.내가 쓸 것이라는 1층도 지면위에 1~2미터 정도 올라가 있는 구조
였다.와...사상누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모래밭위에 이렇게 훌륭한 집이 세워질수 있다니...이것은 순전히 마나
라는 것을 이용한 연금술이 아니면 절대 사람손으로 이뤄질수 없는 일이다.

나는 가만히 서있는 세라에게 짐을 옮기라고 말해주고는,나역시 내 짐을 가지고 1층으로 향했다.가구따위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지만,눅눅하고 비좁은 텐트에 비할바가 아니다.게다가 야생의 특성상 달려드는 벌레들로 부터도
이제 어느정도 해방된거 아니야?

"와...생각보다 디테일한데...."

뭐 장농이나 이런건 당연히 없을수 밖에 없지만,진짜 하루반나절 만에 만든 집이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
였다.바닥보다 약간 높은 공간도 있어서,그것은 테이블 대신 무엇을 올려놓기 좋게 되어 있기도 했다.순수 목재
만 이용해서 이 정도 한것도 대단하지만,더 대단한것은 리미가 이것을 모두 설계하고 계산한후에 연금술로 연성
을 했다는 점이다.

"고마워 리미.너무나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이제 리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그녀도 나를 보며 환히 웃는것을 아끼지 않았으니까.왠지 오늘
리미와 더욱 가깝고 친해진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와우~짱이다 짱!"

분명 유나일 것이다.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나는 짐을 뒤적여 양초를 꺼내고는 라이터로 촛불을
켜서 선반위에 올려놓았다.뭐...섬 생활치고는 리미덕분에 꽤나 럭셔리하게 하는구나!

땀을 뻘뻘 흘렸었지만,세라가 알려준 호수에서 대략 적인 샤워를 했기에 그닥 찜찜하지 않았다.나는 가벼운 옷
차림으로 갈아입고는,나무 바닥에 침낭과 이불을 펼치고 털썩 하고 누워버렸다.

"주인님?"

고개를 살짝 드니 세라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문쪽에 사다리가 달려서,그것을 통해 오르내리는 방식인 모양
이다.물론...이 아이들은 가볍게 점프로 오르락 내리락 하겠지만...하하하하!

"응?"

"식사 안하세요?"

"아..너 먹어.난 조금 피곤해서..."

"네...오늘 피곤하셨을 텐데...편히 주무세요."

"아..그래.고마워 세라야.너도 잘자."

내 말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위로 올라갔다.으으으...아까의 그 세라와의 빡센 수련으로 아직도 팔이 덜덜 떨린
다.손목이 찌릿찌릿하기 까지 하다.간만에....아주 잠이 술술 오겠구나아!

역시 사람이란 간사한 존재다.텐트에서 자다보니,이런 급조된 집이 세상 그 어떤 별장보다 편하고 아득하게 느껴
진다.심지어,윌리엄스의 호화저택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게다가 리미는 통나무집 옆에 창고까지 마련해 두는 센스를 발휘해 주었다.오늘은 늦었으니 필요한 짐만 옮겼지
만,내일부터 텐트를 포함해서 윌리엄스의 보조금으로 잔뜩 사온 물자들을 창고에 저장할수 있을 것이다.

"주인니임."

스르르 눈을 감으려던 찰나에,누군가의 앙증맞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또 한번 몸을 일으켰다.

"노아?"

토끼모양의 거대한 베게를 들고,역시나 큼지막한 야옹이가 그려져 있는 원피스를 입고 눈을 비비는 노아가 보
인다.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노아에게 물었다.

"응?저녁 안먹어?"

"배 안고파요.과일많이 먹어서...주인님은요?"

"나는 별로.조금 졸려서."

아까 리미의 지휘(?)하에 짐을 옮기다가,저녁식사는 각자 간단하게 해결하자는 간단한 합의가 이뤄졌기에,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나도 졸려요."

"그럼...좀 자지 그래?"

"위에....방이 막 나뉘어져 있어서 혼자있어서 심심하단 말이에요.그리고 세라가 가면 주인님이 놀아줄 거라고
하던데..."

으으윽...세라...너 무슨이야기를 한거야..응?

노아는 동화책 읽어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내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누워버린다.하하하하.다 큰 녀석이..
이봐 노아야.보통 너 정도 되는 애가 그러면 그건 어리광이 아니라 대부분 유혹으로 받아들인다구.

뭐...아무렴 어떠랴.노아도 내 소중한 아이들중 하나가 아닌가.대자로 뻗어 있는 내 팔위에 베게를 올려놓은
노아는 이내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방이 점점 어두워져요."

"별수 없지뭐.여기선 촛불로 대신하는 수밖에."

노아는 동글동글한 눈을 굴리며 나를 바라보더니,이내 다시금 촛불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중얼거린다.

"윌로 위스프."

허...갑자기 방이 환하게 밝아진다.무언가 동그란 원형의 빛무리가 우리의 머리쪽으로 생겨났기 때문이었다.마
치 스탠드 처럼 꽤나 밝은 그 빛무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와...저건뭐야?"

"빛의 정령이요!"

노아는 촛불을 불어 꺼버리더니 애교있는 목소리로 내게 파고 들었다.와...빛의 정령도 부릴수 있는 거구나...
그럼 저거 상급정령 부르면 드래곤볼 천진반 처럼 태양권 쓸수 있는거야?....하하하...

"근데 노아 너........수련하고 있는거야?"

뭐가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내 품에 안기던 노아의 몸이 잠깐이지만 우뚝 하고 멈췄다.노아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더니 말했다.

"으음....네!"

하하하하..그런 리액션을 보이면 누가 믿냐!내가 계속해서 쳐다보자 노아는 다른곳을 응시하며 휘파람을 부는 극
악무도한 짓을 하고 있었다.

"아야!"

내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 치자,노아는 입술을 삐죽내밀며 웃었다.마치 수련안해도 강하니까 봐줘요...하면서
애교를 부리는거 같아서,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내일부터는 꼭 해야해.너도...왜 이리로 왔는지 알지?"

"네!알아요!수행하러!"

"그거 말구.이 세계에 온 이유말이야."

평소에 노아를 보면 너무나 천진난만하기만 해서 겁을 전혀 안내고 사는거 같아 내가 한 말이었지만,노아는 그
질문에도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주인님 만나러?"

".....말을 말자......"

노아는 꺄르르 웃으며 그때 텐트에서처럼 내몸위에 올라타고는 장난을 쳤다.다른것과는 달리 형태가 없는 빛무
리,빛의 정령 윌로위스프가 노아가 움직일때마다 조금씩 그녀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럼 아니에요?"

"응?"

"주인님 만나러 여기 온거 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노아는 내 질문에 아닌가...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한다.하하하.진짜 죽겠다.엄한 오너가 되고 싶어도,노아
의 순수한 애교 앞에선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노아의 볼을 살짝 꼬집어 버렸다.그게 아
픈지 노아는 얼굴을 찡그려 보였다.

아..근데 내 배위에 올라탄거 까지는 좋은데 자꾸 방방 뛰며 장난을 치는 노아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이봐..
내 배의 근육량은 0퍼센트에 가깝단 말이야.자꾸 그러면 나 아프다!

"그럼 뭔데요?전 왜 온건데요?"

문득 장난을 치던 노아가 방금전 질문의 답이 궁금한지 나에게 바싹 얼굴을 들이 민다.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맞아.너흰 전쟁을 하러 온게 아닐지도 몰라.나를 만나러 왔다는 니 말...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너희를 만나서 나 자신도 소중하단걸 알았으니까.

"맞아.니말이..."

빛의 정령이 조용히 흔들린다.노아의 볼에 있는 내 손도 떨리고,동그란 눈으로 날보고 있던 노아의 눈동자도 흔
들린다.

내 착각일까.윌로 위스프의 빛무리가 우리로 부터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노아의 고개가 점점 숙여진다.나도 모르
게 노아의 찰랑이는 단발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아의 얼굴이 가까워져 입술에 말랑말랑한 감촉이 들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그렇게 조용히,우리의 입맞
춤이 시작되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즐감하시구요~~ ^^



추천111 비추천 16
관련글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完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6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5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4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3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2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1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0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9 -
  •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8 -
  • 실시간 핫 잇슈
  • 굶주린 그녀 - 단편
  • 고모와의 아름다운 기억 5 (퍼온야설)
  • 모녀 강간 - 단편
  • 단둘이 외숙모와
  • 아줌마사장 수발든썰 - 하편
  • 그녀들의 섹슈얼 판타지
  • 학교선배와의 만남 - 단편
  • 위험한 사랑 - 1부
  • 엄마와 커텐 2
  • 학생!!다리에 뭐 묻었어~! - 1부
  • Copyright © www.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