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4
축하파티(?)가 끝나고 어느새 한달이 지났고, 미희는 지난주에 개강을 했다.
방학이 끝날 때 기숙사에서 짐을 뺄 때는 당연히 일잘하는 내가 가서 짐을 날라주었고,
또다시 같은 지붕 아래에 살게 됐다.
한달동안 문자로 연락하고 가끔 만나서 밥먹고 학교를 돌아다녔다.
동네는 돌아다니기에는 경치가..주변에 모텔밖에 없어서 내 안의 악마가 조용하게 하기위해서라도 산책 코스로는 최악이었다.
학교를 돌아다닐 때는 항상..농대나 자연대 공대 그쪽으로 돌았고, 반대쪽으로는 인문대만을 갔다. 사범대랑 경영대는 혹시나 아는사람을 만나면 미희가 불편해 할까봐 자연스럽게 피하게 됐다.
그 축하파티이후로 달라진게 있다면..
해가 진 이후에 학교를 돌아다닐 때에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다닌다는 것? 좋은..현상이라고 본다.ㅎㅎ
휴우..오늘은 9월 8일..
어느덧..
내가 목표로 잡은 9월 15일이 딱 일주일 남았다.
휴우....
내가 생각한 계획은..
우선 오늘부터..미희에게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오늘부터 동원 훈련인데 그걸 미희한테 얘기하지 않았다. 훈련가서 핸드폰을 내서 내 손안에 핸드폰이 없어야 연락을
안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내 의지로는....못참을거 같아서..ㅠㅠ
매일 연락을 하다가 연락을 안하게 되면 궁금해 진다고 하는데..
그 궁금증이 극에 달하는게 일주일이 아닐까..내맘대로 생각해 봤다.
또, 훈련이 끝난 후엔 지나가다가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있으므로..그녀가 절대 다니지 않는 시간에만 밖에나가서 라면등을 3개씩 사다가 하루 끼니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준비할게..꽃다발이다.
으음..
초를 컵에다 꽂아서 하는 이벤트가 좋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거 했다가 개망했던 친구가 있어서..왠지 불길한 마음에 그방법은 패쓰.
그냥 꽃다발에..옷 차려입고..고백하는게..목표다.
시간은..
사람 많은 시간은 여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들었다.
고로..사람없을 저녁때..
장소는..
내가 처음 그녀를 마주치게된..모퉁이가 좋을 거 같다.
휴우..
이제 계획은 끝났다.
남은건 실행..
에효..훈련 언제받나..짜증나..ㅠㅠ
무협지나 빌려가야겠다.ㅋㅋ
D-6
매일 연락을 하다가 안하려니..
담배 참기보다 더 힘든거같다.ㅠㅠ
근데..혹시..나한테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을까??
만약 연락하면 어쩌지?? 지금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연락이 안될텐데;;
에잇. 훈련에 집중!! 아..더워..썅..
D-5
드디어 훈련 끝..ㅠㅠ
핸드폰을 받는순간 문자확인을 해봤는데..문자가 없다..ㅠㅠ
뭐..3일동안 없을 수도 있지..
항상 내가 먼저 연락을 해왔으니..
긍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이 일주일동안..
확실하게 될 것 같다..
나..아무래도..진짜 미희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정말 좋아한다..
D-4
"또각..또각.."
저 발소리라도 듣지않으면..그리움에..문자를 보낼거..같아..ㅠㅠ
아..오늘은 아래 꽃집에가서 꽃다발 예약해야지..
당일에 갔다가 꽃이 없으면 대략 난감이니까..
성수기도 아니니..꽃..싸겠지? -_-;
D-3
"또각....또각...."
젠장..3일 남았다;
시험 3일 남았을 때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는데..
그런데..정말 연락이 없네..ㅠㅠ
흑..난..설마..혼자 뻘짓중인건가..??
D-2
"또각 또각, 또각....또각...."
잉?? 희안하네?? 밤새고 지금 들어온건가?? 발소리가 올라오는 소리였는데..아..다시 내려가는 소리구나..
이틀..
무념무상....
괜찮아~ 잘~ 될~거~야~~
D-1
"또ㄱ..또ㄱ.."
내일.......
찹쌀떡이라도 사먹을까..
합격하듯이 찰싹 붙어다니게..
아..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돌아다니다가 마주칠까봐 새벽에 밥(라면)살 때말고 나가질 않으니..
몸에 곰팡이가 피는 것 같다....-_-
D-day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과연..
어? 그러고 보니..아침에 구두소리를 들었나?? 못들었나??
희안하네..
이런적이..정말 드문데..
아..너무 익숙해져버린건가..
자..나가서 전화를 하자~ 지금 시간이면..점심시간이겠지? ㅋㅋ
전화를 하러 3층과 2층사이 계단으로 갔다.
"쑈리쑈리쑈리쑈리~ "
아..나도모르게 부비적 부비적..-_-;
밥먹는 중인가~?
오랜만에 전화하니까 떨리네..으흐흐~
타타타탁~ 어? 2층에서 누가 뛰어다니나..아~ 개념없게..고시원에서 누가 뛰는거야?
어라; 나..옷차림이 조금..그런데..전화하려고 반바지는 챙겨 입어서 다행이네..
(지금 옷차림이..편한 나시티에 반바지..슬리퍼..머리는..다행히 뻗치진 않았다. 미희얼굴 확인한 이후로 혹시나 만나게 될까봐..
머리는 항상 단정하다;;근데 옷차림은 영;;)
"여보세요? 헉헉~"
엥?? 내 귀가 잘못됐나? 전화기가 잘못됐나?
왜 목소리가 울리지? 것도 양쪽 귀에서......
이상한 생각에 2층쪽을 바라보니..
그곳엔 미희가 푸시시한 머리에..편해보이는 핑크색 추리닝 바지와 노랑색 반팔티를 입고 나와 전화를 들고 있었다.
"어? 미희야..?? 너..오늘 학교 안갔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오빠~ 히잉~"
달려와서 내품에 안기며 우는 소리를 한다..
"미희야!! 왜그래?? 무슨일 있어?"
"히잉..오빠야말로 무슨일 있었어?? 연락도 안하고..ㅠㅠ 공부하는데 방해될까 싶어서 연락도 못하고..ㅠㅠ"
헐..미희가 나를 이렇게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만 좋아하고 있던게 아니었던가..?? 그런건가?? ^^*
"아~ 미안해 미희야~ 오빠가 지난주에 동원훈련갔다오느라.."
"훈련을 일주일동안 받아??"
"아..그건 아니고.."
사실대로 말하느냐..마느냐..에잇! 어차피 미희맘을 알았으니..선의의 거짓말은 좋은거야..그럼그럼..
"훈련때 휴대폰을 냈는데..훈련 끝나고 와서 켜보니까 고장났더라구..그래서 수리맡겼다가 오늘 찾아와서 찾자마자 전화한거야~"
"잉~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걱정했는데..ㅠ"
"근데 오늘 학교 안갔어?? 아침에 구두소리가 안들리던데.."
"아..오늘은 늦잠자서 운동화신고 뛰어갔어..어젯밤에 망설이다가 잠을 늦게자서.."
"아..그래..??그래서 지금도 자다가 나온거야? ㅎ"
뭐땜에 늦잠잤는지 물어보고싶었는데..으음..나중에 꼭 물어봐야지..
나는 소심한 남자~
"췌~ 누구때문인데..-_- 근데 왜 전화했던거야???"
아! 그러고보니..중요한..본론이..-_-;
아..이를 어쩌나..지금 상황..옷차림..모든게..참나..
"아..으응..다른게 아니라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오늘 저녁?? 그래~ 오늘 두고봐~ 맛있는거 얻어먹을꺼야~"
"헐~ 그래 알았어..이따 7시 30분에 요 앞에 세탁소에서 보자~"
"너무 늦은거 아냐?? 그리고..오늘은 왠일로 요앞??"
"아~ 그냥~ㅎㅎ"
"그..래?? 알았어~ 그럼 이따 봐~"
"그래~"
탁~탁~탁~탁~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보이는데..기분좋아보여서 나도 좋다.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토이-좋은 사람"
전체가사는 별로지만..저부분은 좋네~ 지금 내 마음을 딱 나타내는 부분.
7시 15분..
나는 나가서 꽃집에 가서 꽃을 찾아왔다.
장미꽃 한다발..
몇송이를 살까 고민하다가..
50송이를 샀다.
23 27=50.
미희와 내 나이를 합친 수 50.
만약..내 고백을 받아준다면 둘이 합친다는 의미인데..
마침 50으로 딱 떨어지니..숫자도 좋고..ㅎㅎ
"또각 또각.."
모퉁이에 서서 꽃다발을 뒤로 감춘채 구두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미희를 보자, 처음 이 자리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살짝 긴 머리는 여전히 찰랑거렸고, 짙지만 잘 다듬어진 눈썹, 동그랗고 눈꼬리가 살짝 처진 큰 눈.
오똑하고 적당히 높은 코. 뚜렷한 인중. 작고 귀여운 입..
160정도 되는 키..
평소에 날 만날 때에는 정장은 불편하다고 안입었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정장스타일의 흰색 치마와 검정 무늬가 있는 쟈켓을 입고 나왔다.
나도 단정한 니바지 청바지에 평소같았음 더워서 절대 안입는 여름용 정장마이를 입고 나와서..
같이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 될 것 같다.
(솔직히 얼굴은....미희가 아깝다..인정인정.)
"이야..미희야..너..오늘 정말 이쁘다.."
"에이~ 언젠 안이뻤나~ 뭐~ 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이게 아닌데....장난으로 시작하면..
"미희야.."
진지한 목소리로..미희를 불렀다.
진지한 목소리에 조금은 놀랐는지..눈을 크게 뜨고 대답한다.
"으..응??"
꽃다발을 내밀며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미희야. 다른 어떤말로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일주일 너랑 연락하지 못하면서 확실하게 내 마음을 깨달았다.
나 이성호는 강미희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사랑을 받아주십시오."
"어머.."
놀랐는지 미희는 순간 가만히 있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네..저도 오빠가 좋아요..지난 일주일 연락 안되서 힘든게..저뿐만이 아니었나보네요.."
아~ 아까 그래서 우는 소리를 했구나....
혹시....
"미희야..너..혹시..그저껜가..아침에..3층 올라오지 않았어??"
"어머?? 오빠 어떻게 알았어?? 그날 봤어? 봤으면서 왜 안나왔어~!!!"
"아니아니~ 본게 아니라..그날 발자국 소리가..희안하게 너가 학교에서 돌아올때 소리처럼 점점 커지다가 다시 내려가더라고.."
"아이 참..그날..사실 오빠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나도모르게 올라가볼까? 하는마음에 올라갔다가..그때 오빠가 사람들 팬티만 입고 다닌다는 게 생각나서 내려갔지.."
"하하~ 그래..그랬구나.."
나 혼자만의 사랑이 아니었어..ㅠㅠ
"그럼 아까 맛있는거 사달라고 한것도...."
"흥! 그래! 오빠땜에 고생한거 보상받으려고 일부러 그랬어! 오늘 아침 지각한것도..으음..에잇 말 안해"
"뭔데..음..어젯밤에 고민하다가 늦게 잔것도..나때문인거야?"
"응..사실..어제 오빠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할까말까 망설이다가 늦잠잔거거든.."
아..얼굴이 빨개진 미희를 보니..나도모르게 와락!! 안아버렸다.
"고맙다 미희야..고마워..우린..사귀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통했구나..ㅎㅎㅎㅎ 고마워..우리 이쁜사랑 하자.."
"응..오빠..나도 고마워.."
그날 우린 밥을 맛있게 먹고..평소처럼 데이트를 하고..평소처럼 고시원으로 함께 돌아왔다.
단지..평소와 달랐던것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과..
서로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그길을..
팔짱을 꼭 끼고 걸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