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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승천무[滄海昇川舞]

 


  창해 승천무[滄海昇川舞]
 
서문


중원의 동남해에는 항상 해적이 득실거렸고  동남의 왕들은 해적소탕이 치세의 지름길이란 말조차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수많은 군선으로 해적을 소탕하려고 하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몇백년전에는 군요충지로 청해반도에 수백척의 군선을 정박시킬수 있는 항구를 만들고
성을 쌓아서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청해진인데  성에 주둔한 병사들로는 
기습적으로  마을을 습격하는 작은 규모의 해적들을 처리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각각의
마을마다 장정들이 무술을 배워 해적에 맞서 싸웠기에  수십개의 무가도 생겨났고
그들의 무술은 매우 발달하였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이 험한 협곡을 끼고 있는 북쪽에 위치한 청해방이고
넓은 평야와 울창한 숲이 있는 남쪽에는 중장의 기마대로 유명한 철마표국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남쪽의 육로와 북쪽의 해로를  이용해서 많은 문물이 오고가는
풍부한 해산물과 진기한 문물들 그리고 풍요한 곡창지대까지 갖춘 청해현은 산쪽에 난공불락의 요새라 칭하는 청해성이 지키고 있고
한해에서 수천척의 범선들이 문물을 실어 날라 번화한 도읍이라
수만의 백성이 거주하는 청해현은 풍요롭고 화려한 곳이다.


 일장  물귀신 아소


북쪽의 청해방에는 청해반도에서도 유명한 노비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아소였다.
본래 그의 어미는 이름도 알수 없는 먼곳에서 노예가 되어 청해방에 팔려왔는데
그인물이 경국지색이라 청해방에 오기전에 숱한 겁탈을 당한 후였고
청해방에 왔을때는 만삭의 몸이었다.
그녀의 뛰어난 인물에 비해 그녀에 대해 아는것은 그녀를 산 방주나 그녀를 판 철마표국의 국주나 알까. 혀가 짤려 말을 못하는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고
그녀의 아들인 아소도 젖먹이때에 떨어져 누구도 그녀의 아들이 아소인지도 모르고 있다.


커다란 청해방의 배가 부두로 들어오자 짐꾼들이 우르르 배로 몰려가고 배안에서는 삼십대의 청의를 한 사내가 서둘러 배에서 내려 부두와 가까운 곳에 마련된 커다란 건물로 다가가자
활짝 열린 대문안에 대청에서 서성대는 한사내가 눈을 빛내며 서둘러 오는 사내를 맞이한다.
오십대중반이 되었을까.  건장하고 눈빛이 형형한 거친수염과 털을 가진 오십대사내를 보자
삼십대의 날렵하고 눈에 총기가 있어 보이는 사내는
"방주님....   안으로 드시지요." 하고 말하자 문득 오십대사내는 주변을 돌아보고
 주변의 사내들이 궁금한듯 쳐다보자 
滄海鮫劍[창해교검;일명 상어검]이란 별호로 이름을 떨친 청해방주는 슬며시 초조한 안색을 풀며
"음.  요번에 갔던 일이.... 해적들에게 많이 시달렸다고 하던데."
 하고 말하고 그에 젊은 나이로 청해방의 외총관의 자리에 오른 청라신궁이라는 별호를 가진 모서기는 
"예.  그렇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하고 말하자 방주는 주변을 물리치고는 조용한 서재로 그를 데려간다.


찻잔을 내려놓고 시비가 물러나자
"은빛해파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狂海[광해]군도라서 차마 쫒지 못하고
비전을 날렸습니다."
하고 청라신궁 모서기가 말하자
청해방주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 어느쪽으로 갔는지 흔적은 쫒고 있겠지." 하고 말하자
"예. 십여명의 어부가 흔적을 찾아 뒤쫒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또한 아소를 불러 어부들의 뒤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하자 방주는 눈살을 찌부리며
"아소?" 하고 묻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 청해기루에 있는 요화와 관계있다는..." 하고 사내는 슬며시 말꼬리를 흐린다.
문득 방주가 감추어둔 비밀을 건드린것 같기 때문인데
"아.... 그렇지. 그애가 아직 살아 있었나."
하고 옛일을 떠올린다.


십여전전에 경국지색의 만삭의 노예를 거금을 주고 산 후에 밤낮으로 즐기자
중원제일무가의 딸이고 절정무공을 지닌 본처가 만삭의 여자를 겁탈한다고 질타한후에
그녀를 데려가 버렸다.
그리고 해산할때만 기다렸건만 해산하자 마자
아내는 그녀를 청해방이 운영하는 기루로 보내 버리고  그에 방주는  일년여를 시름에 잠겼던 일이 있는 것이다.


요화의 소식이라면 가끔 듣지만 생전 보지도 못한 노비의 아이에 대해 관심이 있을리 없지만
이년전쯤인가 십여세의 아이가 기이한 일을 겪는다는 소리에
잠깐 관심을 가진적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뱃일을 하다 해초에 휘감겨 죽을 뻔한 아이의 피부가 물밖에 나와
며칠이 지나자  피부가 마르면서 마치 거북이의 등처럼 갈라진다는 소문이 있었고
확인을 해보니 요화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알기로는 그때도 기식이 엄엄해서 살아날 수 없다는 진단도 내려져 있었다.


그런 회상을 하던 중
"그후에 수장을 지내려고 물속에 넣었더니..... 살아났습니다.
물론 지금도 거의 물속에서 살다싶이 합니다.  나오면 다시 피부가 말라서...
덕분에 지금은 청해에서 자맥질을 제일 잘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자 그제야 방주는 눈을 빛내며
"그래. 그럼 은빛해파리를 잡을 확률이 높겠네.
가자. 내가 직접 그놈을 잡는 모습을 봐야겠다."
 하며 서둘러 일어서고 그에 모서기도 따라 일어선다.


커다란 범선과 그것만큼은 못되어도 수백명도 탈수 있는 서너척의 판금선이 거칠은 파도가 넘실대는 수십만이 넘는다는 암초와 수천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광해군도를 바라보듯 서 있고
범선위의 갑판의 용머리에서 청해방주는 범선에서 내리는 작은 배들을 지켜보다가
"아소라는 아이는 어디 있나?" 하고 묻자 모서기는 슬쩍 눈을 돌려
뒤를 보더니
"아소.  이리 나오너라." 하고 말하자 두다리에 쇠사슬을 찬 아소가 철그렁 거리며 다가오고
방주는 그를 유심히 본다.


아소의 피부는 물컹거리는 투명한 제리같은 액이 감싸고 있고  군데 군데 거품이  가득한채로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그에 방주가 검집을 들어 그의 피부를 문지르자 제리같은 물질이 미끄덩거리자
방주는 눈쌀을 찌부리며 뒤로 물러서서
"그런데 왜 쇠고랑을 채웠지?" 하고 묻자 모서기는 피식 웃으면서
"꼴에 여자만 보면.... 양물을 세우니 여자들이 기겁을 하죠.
 얼마전에 현감의 세째 딸이 물놀이를 나왔다가 이놈 모습을 보고 기절을 했답니다.
그래서 현감체면을 세워 주느라고...."
하고 말하는데 방주가 아소의 사타구니를 슬쩍 보니 벌거벗다싶이 한 사타구니의 가운데가 불룩해 있자  발기했을때의 크기를 상상하고는 속으로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는 문득 저 놈이 여자를 덥치는 상상을 하자  소름이 돋고
물놀이하던중에 본 현감의 딸의 심정을 이해할수도 있었다.


"허. 그래.  많이 놀랬겠구만."
하고 짧게 말한 방주는 멀리 광풍노도처럼 몰아치는 파도를 감싼듯한 광해군도를 보며
"아소...   넌  저곳에 많이 가 보았다고 했지. " 하고 괴수와도 같은 아소에게 말을 걸자
"예. 지금의 모습이 된것도  저곳으로 휩쓸려 가서였다고 합니다.
 청해의 신의가 말하기를  일종의 해초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어떤 독인지는..." 하고 외총관인 모서기가 얼른 대답하고
아소는 아무말도 못들었다는듯 고개만 숙이고 있다.
그에 방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좋아. 물귀신이란 별명이 있다니 은빛해파리를 찾을수도 있겠군.
 찾아서 잡기만 한다면..... 일천냥의 금화와 노예를 면하게 해주겠다."
 하고 말하자 아소는 가만히 있고  그에 모서기가
"어때. 자신이 없냐?" 하고 묻자 그제야 모서기를 쳐다보며
"그놈은 몸통의  크기가 일장이 넘고 다리까지 합하면 오장은 돼오.
거기에 사는곳은 백장이 넘는 깊은 물속에 사니
내힘으로는 어쩔수 없소." 하고 말하자 그에 방주는 아소에게
"그럼. 넌 자주 보았나 보구나."하고 말하자 아소는
"뭐. 멀리서 보면 도망치기 바쁘지요.  다큰 상어라도 멀리 피하는 괴물인걸요."
하고 말하니 방주는 희색이 만연하여
"하하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넌.... 그놈의 근처에 이 낚시밥을 가져다 주기만 하면 돼니....." 하고 말하면서 가는 은사에 매어달린 낚시를 보여주고
그에 모서기가
"아.. 천잠은사로 짠 실이군요. 거기에 한철로 만든 낚시라 고래도 벗어날수는 없겠군요."
 하고 말하니 그제야 아소가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낚시줄을 만져본다.


밑에는 바위를 부술듯한 파도가 연실 밀어닥치고 산등에는 구름이 자욱한 칼처럼 솓은 고봉이 있는  광해군도의 중심이라 할수 있는 광룡도에는 중원의 어떤 왕가의 토벌에도
굴하지 않는 험악하고 잔인한 해적인 광룡도의 수적이 있었고 그들의 위에는 광룡도주가 있었다.
멀리 수천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해적질을 일삼는 그들이지만 코앞에 있는 청해진만큼은 쉽게 수탈하지 못하지만 또한 청해진도 그들을 토벌한 엄두도 못내는 상태였다.
그래서 항상 광룡도주는 청해진의 수군이나 청해방의 행동을 주시하던 중이라
청해방이 이곳에 온 이유를 간자를 통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청해방의 소선들이 천장벽의 근처로 왔을때에 소식을 들은 광해도주도 천장벽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허. 저놈은 아소 아니냐?" 하고 묻자 그의 세번째 아들인 완경이
"예. 그렇군요.  역시 은빛해파리가 문제인것 같군요." 하고 말하더니
"아무래도 그들을 쫒아 버려야 할것 같지 않습니까?" 하고 되묻자
도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흐흐. 아니지. 혹시라도 잡아 올린다면.... 아마 괴룡익조도 저것을 잡으려고 밑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싶다." 하고 말하며 하늘높이 쳐다보자
그제야 하늘높이 날고 있는 괴물체를 보며 완경이
"전설에서 말하는 괴룡익조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은빛해파리를 잡아 먹이려고
 나선다고 하더니....
 혹시 저놈도 그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고 완경이 도주에게 묻자
"흐흐흐. 아마 알고 있겠지. 그러니 이곳으로 바로 달려온것 아니겠냐.
아마 은빛해파리의 천향을 얻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난 틀려. 난 저 천익조라 불리는 괴조의 내단이 탐난단 말야."
하고 말하며 유심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에 문득 하늘의 천익조를 올려다보던 아소와 눈이 마주친다.
거리가 멀어 자신처럼 절정의 무공을 가지지 못한 아소가 자신을 볼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크크크.  저놈을 보면 항상 기분이 나뻐져." 하고 말하자 곁에서 같이 내려다보던 완경이
"헤헤. 그래도.. 저번에는 계집을 하나 내려 주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하자 광룡도주 완공은
"허허.  칠채진주를 헌상하는데.... 그정도도 안하면 체면이 아니지.
곧 죽을 계집하나 던져준것뿐이야. 아마 제대로 건드려나 보았겠느냐.
품에 안기면 멀쩡한 계집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지 않겠느냐."
 하고 만다.
사실은 수적질을 하다가 무인도에서 파도에 떠내려 온 계집을  잡아
못생기고 드센 계집을 혹독하다 다루다가 죽어가는 것을  멀리서 본 아소가
칠채진주를 바치고는 데려간 것이다.


파란 물속이 점점 검게 변하자 아소는 슬며시 눈을 감는다.
이제는 눈을 떠보아야 보이는 것이 없기에 물속에서 느끼는 감각으로 해파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이 가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해파리가 있고.....
그놈이 알을 까기 위해 이곳으로 내려온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알을 낳고 나면 먹이를 위해 해수면으로 떠오르고 그때만이 기회지만
그때는 움직임도 빠르고 모습도 투명해서 보이지 않기에 이곳의 심해만이
은빛의 존재를 찾을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가까이 가본것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수장에 이르는 커다란 물고기도 해파리의 독에 즉사하는 것을 보았기에 엄두도 못냈지만...
자유를 얻을수 있고 먹을것을 기다리는 여자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본다.
어느 물고기던지 알을 낳을때가 가장 힘들고 약한 때라는 것을 알기에
물속 바위벽에 알을 낳는 해파리의 밑으로 헤엄쳐가서 낚시줄을 늘어트리고 줄을 두어번 당겨준다.
그러자 줄은 번개같은 속도로 위로 올라가는데 여덟개의 낚시바늘중 하나가
살을 파고들자 아소는 얼른 그것을 빼내려고 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몸은 은빛해파리의 몸으로 빨려들고 은빛해파리와 한무더기가 되어
물위로 당겨져 올라가고 만다.
그리고는 아소는 살이 타는 느낌에 정신을 잃고 만다.
해파리의 독이.... 살속을 파고드는 것을 느낄새도 없이 서둘러 끌어 올려지는 수압의 변화를 못이겨 기절해 버린 것이다.


청해의 전설을 모르는 사람은 청해에 없다.
실제로 존재한다고도 믿지 않지만 하늘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괴조가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고 청해방주도 은빛해파리의 천향만 원한것은 아니었다.
괴조가 날아다니는 곳의 심해에는 은빛해파리가 있다면 괴조가 해파리를 노리는 중일것이라는 것을 짐작한 것이고
해파리가 끌어올려지자 방주는 어느새 검을 곧추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괴조에게 달겨든다.
그와 함께 모서기는 철패로 만든 물레를 힘차게 돌려 해파리를 끌어 올려 갑판으로 내동댕이치고 그와 함께 매달려온 아소도 같이 갑판에 내동댕이쳐진다.


"끼아아악..."하는 하늘을 울리는 듯한 소리를 지른 괴조가 방주의 검을 무시하고
해파리를 낚어채고 하늘로 치솟자 선붉은 선혈이 하늘에 넓게 퍼지고 만다.
낚시줄이 당겨지자 물레를 잡고 있던 모조기의 손가락이 잘리면서 철패는 하늘로 치솟자
역시나 낚시줄에 얶혀있던 아소의 몸에서도 피줄기가 솟구치고
푸른빛이 감도는 검에 베인 괴조의 다리에서도 피가 솟구치니 별안간 하늘이 뻘개지도록
피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절벽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던 광룡도주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래로 뛰어 내린것도
그때였다.
괴조가 해풍을 이용해서 하늘높이 날아오르려면 절벽을 타고 오르게 되어있고
그곳이 바로 자신이 있는 이곳이었다.
그가 뛰어내리자 곧바로 괴조가 눈에 들어온다.
절정의 무공을 지닌 그가 설령 괴조를 놓친다하여도
상처하나 없이 심해로 입수할 수공을 익힌바에야 두려울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손에 쥔 작살을 힘껏  내질러 괴조의 몸에 박히는 것을 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작살은 천마삼으로 엮은 밧줄과 연결되어 절벽위의 바위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한번 몸에 박히면 결코 빠지지 않는 역린이 달린 창인 작살에 배를 관통당한 괴조가
지른 비통한 소리는 천장벽을 울리고 하늘높이 울려 퍼지고
작살에 꾀인 괴조는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었다.
작살에 묶인 줄을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마디끝의 줄을 당기면 되지만 괴조가 그런것을 알리는 없다. 하지만 아소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괴조가 날아가지 못하고 날뛰자 해파리와 괴조와 같이 엮인 천잠사가 살을 파고들어
고통속에서 정신이 든 아소는 손에 잡히는 작살에 묶인 줄을 잡아 당겨 풀어주고
그제야 추락하던 괴조가 해풍을 타고 날아올라 날개짓을 멈추자
죽음의 고통속에서 벗어나 기절하고 만다.


"끼익. 끼익."하는 소리에 혼절에서 깨어난 아소는 해파리의 독이 해독되었다는 것과
수압에 의해 오공에서 피가 흘러나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기적이군. 해파리의 독으로 죽을 운명이 감압에 의해 독을 배출해 살아나다니...."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슬며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본다.
아직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 괴조가 자신을 죽일 경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쉽사리 움직여 상처입은 괴조의 신경을 건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삼장이 넘는 날개를 가진 괴조라도 고래도 잡는 작살에 몸통이 관통되고도 살아서 이곳에 와 있다는 그 능력이 대단해 보인 것이다.
괴조는 둥지와 몇장정도 떨어진 곳에 업드린체로 둥지를 쳐다보고 있고
눈도 뜨지 못하고 깃털조차 나지 않은 두마리의 새끼가 끼익 끼익 먹을것을 달라고 입을 벌리는데 괴조는 눈을 뜬채로 죽었는지 가만히 있다.


바로 귀전에서 젖달라고 보채며 우는 아이를 몇시간이나 가만히 지켜볼수 있겠는가.
아소는 새끼괴조의 기성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슬그머니 움직이는데
그래도 괴조가 가만히 있자 그제야 해파리의 살을 찢어 새끼들에게 먹여준다.
그리고는 자신도 배가 고파 해파리의 살을 뜯어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해파리가 있었던 흔적조차 없어지고  자신이 광룡군도의 수많은 무인도중의 가장험한 절벽의 중간틈에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상처입은 괴조는 움직임없이 조용히 있다가 죽어 버리자
그제야 아소는 절벽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괴조새끼도 날아서 내리려고 한참 준비중이니...
물론 날아서 내려갈 준비는 아니고 천잠사와 낚시 바늘을   이용해 내려간다.
물밖에서는 며칠도 못버티던 아소가 이번일로 인해 피부에 미끄덩거리는것들이 꽤나 많이 사라져서 이제는 좀 봐줄만 하게 되었고
또 그것때문에 약간의 고민도 한다.
그가 광해군도를 마음대로 잠수하고 헤엄쳐 다녔던 것은 미끄덩거리는 피부덕에
억센 파도에 휩쓸려  어떤 날카로운 바위나 산호초에 부딧쳐도 상처없이 살아날수 있었기 때문이고 심해속에서도 추위에 버틸수 있었고 천잠사에 휘감겨도 살아남은 것이다.


현감의 세째딸을 놀라게 한 아소는 사실 여자옷을 얻기 위해 접근했다가 혼찌검을 당한것이고  그 여자옷이 필요한 여자를 숨겨놓은 곳으로 아소가 헤엄쳐가고 두마리의 새끼괴조도
마치 어미를 따르는 새끼처럼 아소의 뒤를 도마뱀처럼 헤엄을 쳐서 따라온다.
전설로만  알려진 괴조는 도마뱀에 날개가 달린 모습인데 헤엄을 치자
어떤 물고기도 따를수 없는 속도를 내곤 한다.
그러자 아소도 기분이 좋아 깊숙이 잠수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하면서 여유만만하게
광풍노도같은 광해군도의 파도를 헤치며 수영을 하다가 절벽사이에 쪽배를 꺼내
능숙하게 배를 몰아 절벽속으로 들아가 버리고 두마리의 괴조도 펄쩍 뛰어
배전에 올라 출렁거리는 배의 흔들림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폴짝거리며 뛰어다닌다.


새하얀 피부의 투명한 물질로 번질거리는 아소와는 달리
새까만 피부와  매마른 살결. 앙상한 해골만 남은 모습에 눈만 반짝이는 나체의 소녀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동굴밖을 바라보다 아소가 들어오자 살짝 눈을 감는다.
그에 아소는 몇마리의 물고기를 동굴한쪽에 마련한 모닥불자리에 불을 피우고는
고기를 고치에 꽤어 얹어 놓더니
"헤헤. 며칠동안 못 보았더니...  더 말랐네. 내가 만들어 놓은 건량은..... 다 먹었지."
 하고 말하자 검은피부의 소녀가 눈을 뜨더니
"너도 많이 변했네.  내가 가르쳐준 선무심결대로 운기한거야?" 하고 말하자 아소는 뒤머리를 끅적이면서
"아니... 뭐. 춤을 추진 않았지만 자맥질을 할때에 써보니 정말 좋더라구.
물속에서 한식경을 있어도 숨이 차지 않아...
하지만 내껍질이 벗겨지는 것은 좀 그래.
파도에 밀려 바위에 부딧치면 위험하거든." 고 말하자 소녀가 눈을 흘기며
"흥. 그 껍질 벗겨지기 전에 내근처에도 못올걸..."
 하고 대답하자 아소는 입을 헤벌적 벌리며
"히히. 그럼 내일부터는 열심히 씻어야겠다." 하고 말하고 그에 소녀가
"흥. 씻어서 되는것이 아니라니까.
해저침액은 천익조의 피나 은빛해파리의 독이 아니면 안 없어져. "
하고 말하자 아소가 눈을 빛내다가
"그럼 선무심결도 소용없는 것야?" 하고 묻자 흑미라고 불리는 소녀는 우물쭈물하다가
"몰라.  선무심결을 대성하면 탈태환골할테니 당연히 없어지겠지."
 하고 말하자 아소가
"그럼.  넌 어려서 부터 했다고 했는데...  탈태환골은 언제 되지."
 하고 말하자 해골같은 모습에 눈만 아름다운 흑미가 눈을 흘기면서
"흥. 말꼬리 잡기는...." 하고 팽 토라지자
 아소는 불쑥 손에 쥔 물건을 내놓는데 반투명한 껍질에 담긴 오색빛이 나는 물체였다.
그에 흑미가 곁눈으로 보다가
"아.. 천향...  " 하고 말하고 그에 아소가 환히 웃으며
"그래. 천향이야. 네몸이 정상으로 돌아올수 있다는..."
하고 말하자 흑미라고 불리는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두손으로 고이 받아들고
그에 아소가
"자. 약속대로 넌 내종이야."하고 말하자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해남 패르국의 공주로 태어나면서 천혜의 지혜를 타고 났지만  또한 피가 마르고 살이탄다는 절맥증도 같이 타고 나서  그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전설의 광해군도로 왔건만
군선은 암초에 부서지고 자신도 무인도에 떠밀려 왔던 것이다.
그리고 해적들과 싸우다가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준 아소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대뜸 종이 되라는 것이었고 그에 아르미도 천향을 구해주면 시키는데로 한다고 했다.
흑미는 아소가 부르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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