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2부 2권-17 순정
17 순정
마사오가 있는 장소는 어두웠다. 그러므로 밖의 불빛이 들러든 모기장 안을 뚜렷히 볼 수 있었다.
상체를 일으킨 모도꼬가 흐트러진 잠옷을 바로 잡는 것이 보였는데, 역시 그 육체의 선은 농염했다. 게다가 아래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으므로 꽃밭은 뜨겁게 젖어 있을 것이다.
‘들어가서 모도꼬가 잠옷 아래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수학일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오는 모도꼬가 살며시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예, 하지만 밝을 때 오셔야 돼요.”
“예, 그렇게 하죠. 그럼 쉬시오.”
헤이기찌는 어디까지나 신사적이어서 모도꼬가 혼자 자고 있다는 안심과 이렇게 우두커니 침실을 바라보는 것을 나무라지 않는다는 기쁨, 그 두 가지만으로도 만족한 듯한 표정이었다.
“편히 자요.”
대답대신 모도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헤이기찌는 툇마루에서 내려 섰다.
“그럼, 이마,”
마지막 인사를 한 헤이기찌는 정원을 지나 사라졌다.
마사오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모기를 쫓으며 모기장 속으로 들어갔다.
모도꼬가 달려들어 안겨왔다.
“당신, 저 사람과 아직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짐작하시겠죠?”
“예.”
두 사람은 얼싸안으며 길게 누었다.
“아마도 저 사람, 내가 결혼을 허락해도 축하인사를 받을 때까지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을 것 같죠?”
“그래요. 그런 성격으로 보였어요.”
모도꼬는 마사오의 팬티를 벗기려 들었다.
“이젠 안 되겠어요.”
“하지 않아도 좋아요. 나는 벌써 만족했어요. 하지만 이것, 벗어 버려요. 부드러운 걸 쥐고 잘 거예요.”
마사오의 팬티를 벗긴 모도꼬는 말대로 보드라운 것을 살며시 잡았다.
“자아, 이제 자요.”
“예.”
수긍한 뒤 마사오는 물었다.
“왜 아직 결혼 승낙을 한 하신 거죠?”
“친절하고 생각이 깊어서 좋은 사람이예요. 하짐 어딘가 부족한 것 같아요. 친구로서는 좋지만 이제부터 일생 이런 것을 하기에는 어떨 것 같아요?”
“그럼, 결정하기 전에 한번 자보는 게 어때요?”
“그렇게 하고 싶어서 저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기색을 조금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뜻밖이군요. 그런 남자가 오히려 강한 법이예요.”
“하지만 섬 아가씨와의 구설수도 들은 적이 없고, 윤락녀도 가까이 않는 것 같아요. 도대체 저 나이가 되도록 욕망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제하든지 자신이 처리할 거예요. 여하튼 당신이 기다리는 것을 알리는 편이 좋아요. 그러기 위해선 제 3자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모도꼬는 긴 한숨을 뱉아냈다.
“그렇게 마음을 나눌 만한 사람이 없는 걸요. 섬에서는 하번 이상한 소문이 나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말해야죠.”
“글세.”
언제부터인지 모도꼬는 손을 미묘하게 움직이고, 그것에 따라서 마사오의 그것이 부풀어 올라 단단해졌다. 점점 결합이 가능할 정도로 되어 버렸다.
그 부리를 모도꼬는 꽉 쥐었다.
“저, 나..... 또 하고 싶어졌어요.”
모도꼬는 마사오에게 바싹 안겨왔다.
‘좋아, 이번에는 이 여자를 즐겁게 해주고 난 자제하자.’
그렇게 생각한 마사오는 모도꼬를 바로 뉘어 위로 향하게 한 뒤 위에서 안았다.
“당신, 또 할 수 있어요?”
“으음, 하고 싶어졌어요.” “기뻐요.”
쥐고 있는 채로 모도꼬는 양다리를 벌려 자신의 중심으로 마사오 끝을 꼭 대게하고, 한쪽 손으로 꽃잎을 펼쳐 조이게 하였다.
“으음.”
모도꼬는 허리를 들어 올려 마사오를 맞았다. 도중 머뭇거리면서 마사오의 것이 들어가서 두 사람의 몸은 뒤엉키게 되었다.
깊이 들어가서 정지한 마사오는 얼굴을 들어서 모도꼬를 보았다.
“정말 남편이 죽고 난 뒤 지금까지 아무하고도 한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때문에 헤이기찌 씨도 나에게 프로포즈하는 거구요.”
“그렇다면 어째서 날 여기서 자게 했지요?”
“한눈에 반해서요. 그리고 신용할 수 없으면 하루에 씨의 호의를 받지는 못했겠지요.”
“나와 이렇게 한 사실을 섬 사람들이 알아 버린다면 어떻게 되죠?”
“큰 지장은 없어요. 남편 없는 나는 자유의 몸이니까. 다만 평판이 나빠져서 헤이기찌 씨는 만나러 오지 않겠지요.”
말을 하면서 마사오는 모도꼬의 내부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사이를 두고 도모꼬도 신호를 되돌려왔다.
대화는 중단되고 서로를 밀착하며 신호를 보내는 미묘한 상태가 되었다.
오 분 정도 그 상태를 계속한 후 마사오는 천천히 물러가고, 모도꼬는 환성을 연발하며 달라붙으려고 하였다.
“아, 아.......”
모도꼬는 심하게 몸을 뒤로 젖히며 무의식중에 신음하듯이 말했다.
“아앗. 힘껏 와요!”
모도꼬는 계속 흐트러진 신음소리를 내었고, 마사오는 자신의 입으로 그 입을 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사오는 모도꼬가 완전히 힘을 다해 늘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었다.
방심한 상태에 있는 모도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 내부의 맛을 음미했다.
“하루에한테 부탁해서 헤이기찌 씨에게 말해 줄 것을 부탁해 봐요.”
마사오가 그렇게 제안했을 때, 아직 둘은 결합된 채였고 모도꼬의 손은 살며시 마사오의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래요. 아까도 그걸 생각했요.”
“이렇게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자를 즐겁게 해주지 않았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 자신도 인생에서 손해인 셈이고요.”
그 뒤에 한숨 자고 난 마사오는 날이 밝기 전에 모도꼬의 집을 나서서 하루에의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해수욕장으로 되어 있는 작은 해변을 지나게 되었다.
여유있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데 앞쪽에서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아니, 이 시간에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니, 이상한데?’
곧, 접근해 오는 형체가 여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안심하고 나아가서 보니 하루에였다.
“아니, 하루에.”
“어머, 당신. 정말 잘 만났어요.”
“어디 가는 거지?”
“당신 마중 나오는 길이예요. 잠이 들어 날이 밝으면 아주머니 집을 나서지 못할 것 같아서요. 어두울 때 집으로 모셔 오려고......”
하루에는 마사오의 팔을 잡고 모래사장으로 들어섰다.
“모처럼 이곳에서 만났는데 좀 쉬다 갈까요?”
두 사람은 바다를 향해 나란히 앉았다.
마사오는 하루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까모또는 뭐 하고 있지?”
“자고 있겠죠.”
“지금까지 함께 자지 않았어?”
“부모님이 있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어요. 밤중에 내가 몰래 가서 한 시간 정도 놀았지만, 곧바로 헤어져서 내방으로 돌아와 잤어요.”
“그러면.”
손에 힘을 주었다.
“아직 원하고 있어?”
“아뇨.”
하루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충분해요. 나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모도꼬 아주머니은 어땠어요?”
“아주 좋은 부이었어. 소개해 줜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게다가 모도꼬 씨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남자와 함부로 놀아나는 그런 미망인은 아닛 싶더군.”
“그래서 당신, 아무 일 없었어요?”
“그보다 그 아주머니, 지금 구혼 받은 모양인데......”
“아니, 했는지 안 했는지 우선 그것을 말해 봐요.”
하루엔ㄴ 마사오의 무릎에 손을 얹고 흔들며 재촉했다.
심각한 태도였다.
마지못해 마사오는 대답했다.
“했어. 그렇기 때문에 소개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 거야. 멋진 여자였어.”
“어디가 그렇게 좋았을까요?” “서비스도 좋고 기능도 좋았어. 그것보다 구혼 문제인데, 상대는 온화하고 좋은 사람 같더군. 그러나 나같이 스치는 관계와 틀려서 결혼 상대는 일생 교제인데, 가장 중요한 섹스가 어떤지 몰라 결혼하는 것이 두렵다는 거야. 여자 신분으로 스스로 그런 말을 꺼내기가 불편하겠지. 누군가 한 사람이 상대에게 그것을 넌지시 비춰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어. 하루에, 당신이 그 역할을 맡아 주겠어?”
“프로포즈한 사람은 누구?”
“헤이기찌라고 부르더군.”
“그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요. 대화를 나눈 적도 있구요.”
“무얼 하는 사람이지?”
“배 만드는 목수예요. 아주 성실한 직업인이죠. 그 사람이라면 아마 훨씬 전부터 아주머니를 좋아 했는지도 모를 일이에요.”
“아는 사이라면 더욱 잘 됐어. 부인의 의향을 어떻게든지 잘 전해주지 않겠어?”
“생각해 보죠. 자아, 돌아가요.”
두 사람은 모래사장을 뒤로 하고 하루에 집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오까모또 혼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매란 걸친 차림으로 모기장 속에서 들어가 나란히 옆에 누워 천장을 향했다.
오까모또가 눈을 떴다.
“어째서 돌아와 버린 거야? 혹시 잘 되지 않은 거 아냐?”
“아니, 밝아지면 나오기가 어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야. 쓰찌다 씨는?”
“아까부터 계속 보이지 앟던데, 이 집에는 없나 봐?”
“어쨌든 한숨 자야겠어. 수면부족이면 내일 해수욕도 불가능할 테니까.”
“나, 내일도 여기서 머루 거야. 섬 출발은 모래로 하겠어.”
“하루에에게 감정이 기울어진 거야?”
“음. 쓰찌다 씨와 담판 지어서 그 일과는 인연을 끊게 하고 싶어.”
“무리야. 쓰찌다 씨는 큰돈을 내 놓았어.”
오까모또는 벌떡 일어나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럼, 저렇게 좋은 여자가 몸을 파는 일에 연관된 것을 빤히 보면서 잠자코 구경만 하라는 거야?”
“본인이 인정한 거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거라구. 우리들이 아는 체 할 수는 없는 거야.”
“아니, 옆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려 할 때 그것을 제지하는 것이 젊은 우리들의 도리야.”
“아니지. 이번 선택은 그 여자에게는 바른 길인 지도 몰라.”
“바를 리가 없어. 난 막겠어. 쓰찌다 같은 뚜쟁이 생각대로 내버려 둘순 없어.”
“하지만 그 여자는 매춘부가 되는 게 아니야. 단순히 손님을 접대할 뿐이야. 쓰찌다 씨를 책망하는 말따위는 좋지 않아.”
“어쨌든 난 반대야!”
오까모또는 눈을 크게 뜨며 마사오를 노려보았다.
마사오는 오까모또의 말에 놀라면서 그의 어깨를 눌러 진정시킨 후 돌아누워다.
“여하튼 난 자겠어. 날이 밝을 때까지 내버려 줘.”
“냉정한 자식. 난 끝까지 반대야.”
오까모또는 위를 향해 누웠다.
흔히 여자는 일단 몸을 허락하면 그 남자에게 끌려 버리게 되기 쉽다고 말한다.
‘여자에 국한 되지는 않아. 이 오까모또 경우만해도, 여자 쪽인 하루에는 태연한데 남자인 오까모또가 반대로 그렇잖아.’
마사오는 긴 한숨을 쉬었다.
“너, 하루에에게 애착을 가지는군. 단지 놀이상대로 시작했는데 이젠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어 버렸단 말이지?”
“그래선 안 돼?”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진실한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해.”
‘불특정한 많은 남자들의 장난감이 될 여자는 아니야.“
“그 여자가 그렇게도 좋아?”
“그래, 근사한 여자야.” “그런 지도 모르지. 기능적인 면에서는 자신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네가 그처럼 열중하게 된 것은 그때문이 아니겠지?”
마사오가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너는 하루에의 기능이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씨에 감동한 거지. 정이 많은 점에 이끌려서 애정을 느낀 걸 거야.”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그렇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다만 난 감탄했어. 고등학생 같은 순정을 지닌 너에게. 좋아, 난 방해는 않겠어. 날이 밝으면 쓰쯔다 씨와 담판지어 보라구. 그럼, 그때까지 날 자게 해줘.”
눈을 감고 마사오는 드디어 잠에 빠져 들었다. 눈을 떳을 때는 모기장 속이 이미 밝아져 있었고, 오까모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기장에서 나와 툇마루에 서서 보니 정원 한쪽의 화단 속에 하루에가 들어가 있었다.
마사오를 보고 웃음을 머금은 모습으로 꺾어 든 노란 다알리아 꽃을 한 아름 가지고 나왔다.
“아주 잘 잤어. 오까모또는?”
“없어요?”
“응.”
“해변에라도 간 게 아닐까요?”
하루에는 다가와서 마루 끝에 앉으며, 헐렁한 잠방이 차림의 마사오 하복부 쪽에 다알리아를 내려 놓았다.
“오늘 돌아가는 것 그만 두세요. 하룻밤만 더 지내고 가세요.”
“오까모또는 그렇게 할 거야.”
“당신도 그렇게 해요.”
“그럼, 그렇게 하지.”
하루에는 한쪽 손을 마사오의 허벅지에 감고 허리에 얼굴을 밀착시켰다.
“오까모또가 승낙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대답한 후,
‘이 여자의 제안을 오까모또에게 말해 보면 재미있을 거야. 오까모또 생각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덧붙여 말했다.
“아니, 그래도 일단 말해 보는 게 좋겠어. 난 상관 없지만.”
“당신은 괜찮아요?”
“오까모또가 찬성하지 않는다면?”
“찬성할 거예요.”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그 녀석, 당신에게 반해 버린 것 같던데.” “설마.”
하루에는 소리내어 웃었다.
“여행에서 유희겠죠. 그리고 나로서는 지나친 욕심이지만 당신도 유혹하고 싶어졌어요.”
“오까모또는 그렇지 않아. 그 녀석, 마치 소년같은 외곬수가 되어 버렸어.”
그때 쓰찌다가 왔다.
“어? 어젯밤은 어디에서 잤어요?”
“사업 얘기 때문에 소주를 마시다가 늦어져서 그 집 신세를 졌지.”
“그래서 상담은 성립됐나요?”
쓰찌다가 다가와도 하루에는 어깨를 풀지 않았다.
그래서 떼기 위해 마사오는 다리를 움직여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마침내 하루에도 상체를 바르게 했다.
“음, 결정했어. 난 오늘 오오사까로 가야 해.”
“짐을 운반하러 가는 건가요?”
“그렇지.”
“신속하게 팔아치우는 방법이라도 있나요?”
“응, 그건 벌써 원하는 사람이 허다하지. 지금 장사꾼에게 중요한 것은 물건이야. 그것도 먼 곳에 있으면 필요없어. 눈 앞에 있다면 누구든지 달려들 거야.”
“아저씨, 그렇게 돈 벌어서 뭘 하죠? 이곳에 쉬러 온 게 아니었나요?”
“그렇게 마음 먹었지만, 물건이 이렇게 있어서..... 모든 것은 존재하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운반해야 되는 법이거든. 경찰이 뭐라고 하면, 이곳은 만물의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하겠어.”
“훌륭하군요.”
탄복하면서 하루에는 마사오의 허벅지에 팔을 얹고 상체를 기대어 왔다.
“아저씨, 머지않아 큰 사장님이 되겠네요. 미찌로우 씨가 아니라 아쩌씨와 결혼한 것을 부인은 행운으로 생각할 거예요.”
“글세, 이 정도로 뭘.”
쓰찌다는 앉지도 않고, 하루에의 행동에도 전혀 관심을 나타내지 않은 채 재빨리 정원을 벗어났다.
“당신.”
새삼스러운 목소리로 하루에는 마사오를 부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동시에 한쪽 손이 빠르게 움직여 마사오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것, 오늘밤은 내 거예요.”
“난 그렇게 하고 싶지만 오까모또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분명치 못한 대답을 했다.
“그런 것은 상관없어요. 그 남자에게 내 행동을 규제받을 이유가 없어요.”
하루에는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머!”
하루에는 자신의 주위를 살폈다.
“커졌어요. 당신보다 이것이 훨씬 정직하군요.”
그 직후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자아, 아침 식사 시간이에요.”
하루에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소리와 함께 나타난 그녀의 어머니는 마사오 등 뒤에 섰다.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마사오가 인사했지만 하루에는 여전히 쥐고 있는 상태였다.
당황한 마사오는 하루에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맞붙여 얹었다.
비로소 하루에는 마사오로부터 손을 떼고 일어섰다.
"자, 식사하러 가요.“
하루에와 그녀의 어머니가 사라지자 마사오는 방으로 들어와서 모기장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오까모또가 돌아왔다.
“어디 갔다 왔어?”
“쓰쯔다 씨를 찾으로."
"쓰쯔다 씨는 벌써 들어왔었는데.“
“어디에 있지?”
“글세, 또 나가 버렸나?”
“바쁜 사람이군. 어떻게든지 담판짓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 전에.”
마사오는 오까모또를 타일렀다.
“하루에의 의향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은 안해 봤어?”
“그럴 필요 없어.”
“어째서?”
“좋아서 저런 장사꾼에게 따라붙는 아가씨는 없을 테니까.”
“아니지, 모를 일이라구.”
오까모도는 그대로 방을 나가 버리고, 이불을 개어놓은 마사오는 집 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실로 들어갔다.
오까모또도 쓰찌다도 없었다.
“어서 오세요. 그 두 사람, 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하면서 왔다갔다 하던데요. 자, 식사해요.”
하루에는 상냥하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식사 도중에 정원에서 갑자기 쓰쯔다의 큰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지금 장난치고 있나!”
계속해서 땅에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마사오가 젓가락을 놓고 정원으로 나왔다.
장승처럼 우뚝 서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은 쓰쯔다였고, 그 발아래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뒹굴고 있는 쪽은 틀림없이 오까모또일 것으로 속단한 마사오는 달려와서 땅에 무릎을 괴고 그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오까모또가 아니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낯선 남자는 시치미 떼는 듯한 눈으로 마사오를 쳐다보았다. 괴로워하는 얼굴이 아니라 마치 쓰쯔다를 속이는 듯한기분이 들었다. 마사오는 일어섰다.
“이 사람, 누구죠? 무슨 일이에요?”
“잘 몰라. 다만 섬 청년일 뿐이야. 하루에의 옛날 동창생인 것 같아. 나를 하루에의 남편으로 알고 함부로 지껄였어.”
“오까모또는?”
“글세, 모르겠는데.”
“식사나 하죠. 이 사람, 일부러 쓰러져 있는 것 같으니 내버려 두는게 낫겠어요.”
“그래, 별 우스운 사람인군.”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섬 남자가 쓰러져 있는 곳을 뒤돌아보니, 이미 일어나서 정원을 나가고 있었다.
마사오와 쓰쯔다는 나란히 자리에 앉아 하루에가 차려 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도중 오까모또가 돌아왔다.
오까모또도 쓰쯔다가 식사도중이었으므로 용건을 꺼내지 않고 마사오 앞에 앉아 식자하였지만, 가끔 쓰쯔다를 보는 눈에 도전적인 빛이 나타났다.
쓰쯔다도 그것을 누치챘다.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나?”
“아뇨.”
오까모또는 손을 내저었다.
“이야기는 식사후에 해도 돼요.”
식사가 끝나자 오까모또는 쓰쯔다를 불러내어 집 밖으로 나갔으나 마사오는 나가지 않았다.
식기를 부엌으로 운반한 하루에가 다가와서 마사오 허리 앞에 앉았다.
당황한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켰다.
“오까모또는 지금 새로운 사업에 당신이 나서는 것을 그만두게 하려고 쓰쯔다 싸와 담판짓고 있는 중이야.”
“어머, 왜요.”
“당신에게 반해서 독점하고 싶어서겠지.”
“그런 쓸데없는 짓을.......”
“순진한 남자에게 잘 보이면 그렇게 되는 거야.”
“소용없어요. 돈을 받아서 이미 써버렸는데.”
“돈을 돌려 주는 게 좋아.”
“그럴 수가 없어요. 부모님도 실망하실 텐데...... 그리고 그런 말 쓰쯔다 씨에게 소용없어요. 그 사람은 허락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돌아온 오까모또는 기운이 찬 표정으로 하루에에게 악수를 청했다.
“좋았어. 잘 해결됐어!”
그 뒤에 쓰찌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피곤한 모습느로 들어와 앉았다.
“내가 져버렸어.”
“어떻게 됐어요?”
할후에가 오까모또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잘 들어 줘. 하루에, 당신은 새로운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 거야. 괜찮아. 내가 다른 사람을 대체하기로 했지. 게다가 여유가 있어. 여름휴가 중에 찾겠어. 몇 사람 가능성이 있어.”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돈은 돌려 주지 않아도 좋아. 준비금이 없어도 가능한 여자를 찾으면 되니까.”
“당신, 무엇을 생각하는 거죠? 나, 이번 일을 싫어하지 않아요. 기쁘게 여기고 있어요.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에요.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아요.”
오까모또에게 그렇게 다짐한 뒤 쓰쯔다를 향했다.
“내게 양해 없이 이상한 말은 하지 마세요.”
“난 아무래도 좋아. 미인을 도와 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 물론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해. 당신은 부족한 점이 없는 여자니까.”
쓰쯔다는 태평스레 말했다.
“하루에.”
오까모또는 하루에에게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당신, 잘못 생각하는 거야. 절대 그런 일에 취직하면 안 돼. 어떤식으로 말하더라도 결국은 접대부가 아닌가? 난 허락할 수 없어!”
“듣기 거불한 소리는 삼가 하세요.”
하루에의 눈이 날카로웠다.
“접대부하고는 전혀 다른 일이에요. 당신,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군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아니면 침실에 들지 않아요. 지금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불특정한 많은 남자들과 자게 될 거야.” “틀려요. 특정 다수예요. 게다가 당신이 내 취직에 트집 잡을 자격이라도 있나요?”
“부탁해. 다시 생각해 줘. 쓰쯔다 씨도 다른 사람으로 대치해도 좋다고 말했어.” “당신, 나의 남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지 마세요.”
“난, 당신에게 반해 버렸어. 정말 당신을 좋아해.”
“난 그렇지 않아요. 오늘밤은 나 이 사람과........”
하루에는 마사오를 안으며 쏘듯이 말을 이었다.
“함께 할 거예요. 당신은 그 미망인 집에 가도 좋아요.”
“아!”
오까모또는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자신을 속이고 있어. 당신의 본심은 그렇게 닳고 닳은 여자가 아냐. 어젯밤 확실하게 그것을 느꼈지.”
오까모또는 마사오로부터 하루에를 떼어 놓으며 하였다.
“나쁜 여자인 척 하는 짓은 그만 해. 이봐 미야자끼, 방을 나가줘!”
“안 돼요. 나간다면 어느 곳이든 나도 같이 가겠어요.”
하루에는 마사오에게 상체를 밀착시키며 고집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