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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귀천사]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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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11) - 김 현


**(원편집자 주) 본 글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이책>에 있으며,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재편집자 주) 2001년 02월에 하이텔 XDOOR에 올라왔던 소설입니다.


"야, 너 왜 그래? 괜찮아? 정신차려!"

나는 공연히 놀란 토끼 가슴이 되어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왜 놀라지 않겠는가.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계집애가 한순간 쥐약 먹은 사람처럼 헐떡거리며 넘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겁이 났다. 혹시 내가 어딜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한동안 거의 실신할 것처럼 꺽꺽거리던 그녀가 겨우 눈을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라, 근데 얘가 눈빛이 왜 이래?
눈꺼풀을 절반쯤 내린 채 게슴츠레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빛이 여간 끈적끈적한 게 아니었다. 젠장, 뭐야?

"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제 괜찮은 거야?"
"왜 중간에 멈추고 그래요? 계속 하지… 나, 아무렇지도 않아."

눈빛만 끈끈한 게 아니라 목소리까지 촉촉하게 만들어서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제야 나는 아하, 하며 무릎을 쳤다. 그게 그러니까 죽어가고 있던 게 아니라 좋아서 그랬다는 뭐 그런 소리잖아.
그것도 모르고 괜히 쫄았잖아. 뭘 알아야 면장도 해먹는다더니, 까딱 잘못했으면 거사에 차질을 빚을 뻔했지 뭐야.

그리해서 일단 안심이 되긴 했는데, 그러고 나자 다음엔 요것 봐라?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다는 계집애가 푸시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몸을 배배 비틀면서 코맹맹이 소리를 내지른단 말인가.
비록 일천한 지식이긴 하지만 그런 건 꽤 경력이 쌓인 베테랑(?)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반응이 아닌가 말이다.

처음이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믿어주려고 해도 이런 걸 보면 도무지 신뢰감이 쌓이질 않았다.
나는 갈수록 점점 헷갈리고 있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녀가 나랑 처음으로 도킹을 하는 거라면,
그녀는 정말 타고난 섹스의 화신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하는 짓만 봐도 그랬다.

"으으응… 선배, 왜 그렇게 멍청하게 보고만 있어요? 설마 벌써 끝난 건 아니죠?"

엉덩이를 좌우로 살살 비틀어대면서 그녀는 그런 소리를 뇌까려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약 먹지 않은 이상 나 같은 남자랑은 죽어도 하기 싫다고 제 입으로 지껄이던 계집애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정말이지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 게 정상인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의 돌변한 모습이 적이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 었지만 반면에 꽤 흥미가 돋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잠자리에서만큼은 요조 숙녀가 아닌 테크닉 좋은 창녀를 원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말인가.
남은 뒈져라고 휘둘러대는데 지금 아래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꼬,
하며 귀나 후비고 있으면 그것처럼 비참한 일도 없을 터였다.
해서 결론적으로 배신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나로서는 지금과 같은 그녀의 반응을 못마땅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마음 한 켠엔 좀더 뜨겁게 반응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았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끝나긴 내가 왜 끝나? 난 그냥 네가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처음엔 좀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나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애."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섹시하기도 하지. 나는 어깨에 심을 콱 박은 채 목소리를 깔았다.

"그 정도로 벌써 정신이 나가면 안 되지. 이제 겨우 시작인데 말야."

그러면서 나는 다시 거시기를 폭폭폭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팍 오그라든 모습으로 몸을 웅크리며 입을 열었다.

"서, 선배. 설마 날… 죽이려는 건 아니죠?"
"내가 널 죽이긴 왜 죽여? 아주 끝내주는 여행이 될 테니까 안전벨트나 잘 하고 있어!"

나는 속으로 음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여자 앞에만 서면 칼바람 맞은 꼬추처럼 오그라들기만 하던 내가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여자를 가지고 놀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정말이지 전생에 난 너무 착한 놈이었나 보다. 그러니 하늘이 내게 이런 복을 내려줬겠지. 아무렴!

"아하, 선배. 좀 천천히 해요. 아파…"

내 기분에 취해 마구 거시기를 휘돌리고 있을 때 그녀가 문득 그런 소리를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좀 마구잡이로 휘젓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일단 페이스 조절을 위해 속도를 낮추었다. 세 번은 얕게 세 번은 깊게.

"끄응, 선배 나더러 뭐라 그러더니만 자기는 더한 것 같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쨌는데?"
"솔직히 말해 봐요. 선배, 도대체 내가 몇 번째예요? 한 50번째쯤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 얘기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그만큼 내 솜씨가 뛰어나다는 소리가 아닌가.
침대머리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기분좋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 앙큼한 것.

"왜, 내가 많이 해본 것 같애?"
"설마 아니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없어."
"솔직히 말하면 난 네가 두 번째야.
하지만 첫 번째는 얼떨결에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따지면 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지."
"말도 안 돼. 거짓말이죠?"
"자식이 속고만 살아왔나? 뭐, 아무래도 좋아. 네가 믿든 안 믿든 상관없으니까."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나는 피스톤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중간중간 신음을 지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거시기를 안으로 푹 밀어 넣는 장난을 쳐댔다.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른 채 억억 소리만 지르던 그녀도 곧 그것을 알고는 내 어깨를 치며 투정을 부렸다.

"으씨! 자꾸 장난칠 거예요? 사람 말도 못 하게…"
"야, 너 솔직히 말해 봐. 나랑 하니까 좋지? 그렇지?"

상체를 숙여 그녀의 몸을 살짝 끌어안으며 내가 말했다.
약간 움찔하던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며 흥, 하는 표정으로 콧대를 세웠다.

"좋은지 안 좋은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요런 고양이 같은 계집애를 봤나. 죽을 듯이 헐떡댈 때는 언제고 벌써 내숭을 떨다니.
내숭의 달인인 건 알고 있었지만 최면이 걸린 이런 순간까지 그런 저력을 발휘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이건 신도 어쩔 수 없는 영역인가 보다.

"너, 방금 한 말을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팔로 동여 안은 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다.
딸랑딸랑 방울을 흔들며 내 거시기가 그녀의 꽃잎 속으로 팍팍 내꽂혔다.
순식간에 그녀가 자지러지기 시작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음이다.

"하아아…! 서, 선배. 아프다니까. 살살 해요. 살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그런 식의 말로 주도권을 잡은 채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지금 그녀에게 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주도권은 내게 있어야 했다.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나는 열심히 거시기를 흔들어댔다.
처음엔 고통스러운 낯빛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던 그녀도 차츰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박에 표정이 확 펴진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느낌이 달랐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통증에서 쾌감으로 넘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아래쪽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죽 밀려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을 때 나는 온몸이 바싹 조여드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경험했다.
이윽고 잔뜩 조여들었던 그것은 빛처럼 산란하며 나를 열락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갔다.
폭발 같은 사정의 순간이었다.

"으으으윽!"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는 엉덩이를 잔뜩 수축시켰다.
거시기를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최대한 밀어 넣은 상태로 나는 펄펄 살아 날뛰는 체액을 울컥울컥 쏟아냈다.
한껏 고무되었던 감각이 버터처럼 흐무러지기 시작한 건 한순간이었다. 조금 허무했다.

아스팔트 위에 내동댕이쳐진 개구리처럼 그녀의 몸 위에 쓰러져 있다가 나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어찌나 용을 썼던지 머리가 다 어찔할 지경이었다. 형편없이 나가떨어진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보기 좀 흉물스러울 정도로 그녀는 넉 아웃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았어야지.

나는 거시기를 천천히 뽑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 그 때! 짧은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는 전율을 경험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전율이었다.
그녀의 다리 밑, 그러니까 엉덩이와 엉덩이가 접합해 있는 지점 아래로 가는 핏줄기가 흘러 있는 게 아닌가.

피는 상당히 넓은 면적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었다.
덩어리가 진 부분이 조금 있었고 나머지는 파편처럼 주변으로 튀어 있었다. 그리고 내 거시기에도 피는 묻어 있었다.
그 모습만 보자면 내가 무슨 살인이라도 저지른 것 같은 형국이었다. 나는 살이 떨렸다.

"너… 정말 처녀였구나?"

넋을 놓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나는 어렵사리 한 마디를 끄집어냈다. 그녀가 맥없이 눈을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복잡미묘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시트에 묻어 있는 자신의 혈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속시원해요?"

그녀가 비스듬히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멋적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냥… 그렇지, 뭐."

젠장, 어쩐 일인지 나는 다시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설마 지니의 마법이 풀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벌써 그러면 안 되는데. 그녀는 무릎을 곧추 세운 채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또 다시 한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머뭇거리는 동작으로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괘, 괜찮냐?"

"괜찮아요. 그냥 기분이 좀 이상해서 그래요. 머리도 좀 아프고…. 미안하지만, 선배 먼저 가줄래요?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녀를 혼자 여관방에 내버려두기가 좀 뭣했지만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뒤이어 지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 야, 빨리 옷 주워 입고 튀어. 걔, 이제 제정신이 들려고 해. 머뭇거리다간 뒷덜미 잡혀!

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도망치듯 여관을 빠져 나왔다. 지니가 여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내손목을 잡고 한길로 나갔다. 어디선가 여자의 절규 같은 게 들린 듯 싶기도 했다.

"야, 재미 좀 봤냐? 어땠어?"

빙글빙글 웃음을 돌리며 지니가 물었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다 보고 있었으면서 뭘 물어? 너야말로 꽤 즐긴 것 같은 표정인데, 좋았나 보지? 내가 잘해야 너도 좋은 거라면서?"
"그렇지, 뭐. 흐흐!"
"근데 류희 걔, 그렇게 내버려두고 와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싸가지 없는 년 응징하겠다고 방방 뜰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연민이라도 생긴 모양이지?
둘이 만리장성을 쌓았다 이거냐? 신경 꺼. 지금쯤 정신이 들어서 자기 몰골을 보고는 경악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너한테 당한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할 걸? 이 얼마나 완벽한 범죄냐? 크흐!"
"아무리 생각해도 넌 천사가 아니라 악마인 것 같애. 어쩌면 그렇게 사악할 수가 있냐? 넌 양심도 없냐?"

그 때 그가 정색을 하며 내게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그래봐야 너와 난 이미 한 몸이야. 너라고 뭐 별 수 있을 것 같애?
공연히 어쭙잖은 양심 운운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 해, 임마.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구!"

순간 나는 그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설마 늘 이런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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