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귀천사]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10)
∮색귀천사(色鬼天使)∮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10) - 김 현
**(원편집자 주) 본 글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이책>에 있으며,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재편집자 주) 2001년 02월에 하이텔 XDOOR에 올라왔던 소설입니다.
단숨에 꿰뚫어버릴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분명히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그곳은 단단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우뚝 동작을 멈춘 채 나는 다소 멋쩍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이게 왜 안 들어가는 거지?"
그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처음이니까 그렇죠. 내가 말했잖아요."
그녀의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하며 나는 몇 차례 더 아랫도리를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공하진 못했다.
거시기의 앞부분, 그러니까 귀두의 끄트머리만 겨우 그녀의 입구에 도킹했을 뿐 나머지는 움쭉달싹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완전히 뒤통수를 두드려 맞은 기분이었다.
"너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힘 빼. 힘주니까 안 들어가는 거잖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열패감에 나는 공연히 어깃장을 놓았다.
"힘주고 있는 거 아니란 말예요. 이런 상태로 내가 무슨 힘을 주겠어요?"
사실인즉 그랬다. 다리를 허공으로 뻗은 채 깔려 있는 주제에 힘을 줘봤자지. 그런데 왜 안 들어가는 거냔 말이다. 젠장!
그때서야 나는 그녀가 정말 처음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이 천하의 날라리가 말야?
그 순간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기분이 좀 묘했다.
내내 설마, 하는 기분으로 있었지만 막상 이 땅에서 처녀 하나를 내 손으로 없앤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책임감 같은 게 어깨를 짠하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객쩍은 생각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래봐야 안 할 것도 아니고.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소리다.
"야, 긴장 풀어. 이런다고 여기서 그만 둘 것도 아니잖아. 기왕 시작한 거, 우리 기분좋게 마무리짓자구.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나는 그녀를 다독거렸다. 그녀가 지긋이 눈을 감으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 씨이. 정말 이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그랬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될 일도 안 되는 거야. 잘 생각해 봐. 평소 나랑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잖아. 그럴 때 없었어?"
"내가 쥐약 먹었어요, 선배 같은 사람이랑 하게?"
그 소리를 듣자 나는 발끈했다. 그나마 쥐꼬리만큼 생기려던 연민이 뙤약볕 병아리 오줌처럼 바싹 말라버렸다.
요게 정신이 홀린 상태에서까지 사람 엿을 먹여?
"넌 그 놈의 주둥이 때문에 오늘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될 줄 알아. 니미랄!"
그러면서 나는 그녀의 넓적다리 안쪽을 콱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내 거시기를 그녀의 옥문 속으로 힘껏 밀어붙였다.
아악,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톱이 내 팔뚝에 와 박혔다.
시큰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아주 미세한 감각일 뿐이었다.
내 신경은 온통 그녀의 꽃잎속으로 파고 들어가 있는 내 거시기에 쏠려 있었다. 이런, 정말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아아… 아, 아파…!"
보기 민망할 정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가 신음을 토해냈다. 나는 시선을 다시 아래쪽으로 돌렸다.
내 거시기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절반쯤 박혀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양새로만 보자면 지독히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지만
나, 욕정이 치받쳐 있는 짐승의 수컷이었던 관계로 그 모습은 그저 황홀할 따름이었다.
칼로 사람을 찌를 때 순간적인 수축력으로 인해 웬만한 힘이 아니고서는
그 칼을 다시 빼내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험이 없어서 사실을 확인해볼 길은 없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왠지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사리 삽입을 하긴 했는데 더 이상 전진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몸이 너무 놀라서 본능적으로 방어 기전이 발동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잠시 호흡을 추스르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괜스레 억지로 끼워맞추려다 보면 상황만 나빠지게 될 게 뻔했다. 이런 건 굳이 경험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나는 거시기를 천천히 뒤로 뺐다가 다시 앞으로 밀었다. 물론 이번에도 끝까지 들이치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런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씨파, 이건 니 살 아니냐를 외치며 팔 뺄 때까지 두들길 것을 가르치던 조필(NO.3에서 송강호)의 무대뽀 정신을 떠올리며.
물론 지금은 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그러길 얼마나, 드디어 조여 있던 그녀의 몸이 열리면서 나는 그곳 깊숙이 내 거시기를 착륙시킬 수 있었다.
서로의 뿌리가 완전히 합체된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속으로 쾌재를 울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때쯤에 그녀는 거의 자포자기한 모습으로 고개를 옆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왠지 그녀의 모습이 좀 안 돼 보이기도 했다. 아주 조금.
"야, 괜찮아? 눈 좀 떠 봐."
나는 손등으로 그녀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가 실신했다 깨어나는 사람처럼 맥없이 눈을 떴다.
눈빛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이제 끝났어. 아니, 뭐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정말 너무 했어. 그렇게 싫다고 말했는데도 결국…"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떡하냐? 그리고 이게 싫다고 안 하고, 좋다고 하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니까.
넌 설명해도 잘 몰라. 그러니 빨리 마음 접어."
"선배, 나 책임질 거예요?"
"책임? 얘가 잘 나가다가 웬 귀신 옆차기 하는 소리야? 내가 널 왜 책임져?"
"거 봐, 그럴 줄 알았다니까. 억울해. 너무 억울해."
그녀는 울먹일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젠장, 지니 이 자식은 최면을 걸려면 제대로 걸 일이지 왜 무시로 이런 소리를 듣게 만드는 거야?
원망스러운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지니의 전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잘못한 건 아나 보네.
"지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지 몰라도 내일이면 싹 잊을 테니까 신경 꺼."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난 평생 못 잊을 것 같은데."
"다 아는 수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야, 임마. 자, 이제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
그러면서 나는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저 내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소영과 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소영이 그것이 뚫린 터널을 휙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라면 류희의 그것은 내가 터널을 뚫으며 헤쳐나가는 느낌이랄까.
어휘력이 일천해서 더 이상의 표현은 아무래도 무리겠다.
아무려나 꽉 조이면서 살을 잘근잘근 씹는 듯한 느낌이 가히 일품이었다.
이래서 남자들이 곧 죽어도 아다라시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벌써부터 이런 맛에 길들여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피스톤 운동을 이어갔다.
처음엔 동작을 크게 해서 충분히 여유를 두고 움직이다가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내 동작에 맞추어 그녀의 신음소리도 비례해서 터져 나왔다. 아아아, 하던 소리가 아, 하며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진정 난 몰랐었네. 예전에 병걸인가 벙걸인가 하는 아저씨가 그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정말이지 그런 줄 몰랐었다. 여자의 신음소리가 그토록 남자의 행위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는 줄은.
이제 겨우 두 번째 여자를 접수 중인 내가 그런 걸 어찌 알았으랴.
하지만 나는 오늘 그것을 몸으로 절감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고통에 겨운 신음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 입장에서야 어디 그런가.
여자가 내는 소리는 모든 게 다 색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남자가 아닌가.
나 또한 그 남자라는 영역에 속해 있는 존재니까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뻥이지.
"아아아… 하아… 아아…"
글자만 봐서는 도무지 그 절묘한 리듬감을 표현할 길이 없다.
내가 으샤으샤 풀무질을 할 때마다 고저장단을 맞추어 비어져 나오는 그녀의 신음소리는
그대로 탁월한 BGM이 되어내 행위에 순풍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세일링~ 세일링~
뭐, 그녀를 홍콩, 마카오를 돌아 뉴욕까지 세계일주를 보내나의 절륜한 정력을 확인시킨 뒤
그녀의 가슴 속에 점 하나를 찍겠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이 행위를 그녀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어차피 그녀는 오늘이 지나고 나면 모든 걸 깡그리 잊게 될 테니까.
해서 내가 토끼처럼 3초만에 찍, 쪼그라들든 한 시간을 푸시업하든 그런 건 다 무의미한 것이었다.
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동안 가슴에 품고 있는 응어리를 이 한 방으로 날려버린다는 것과
그녀처럼 섹시한 여자를 내 마음대로 후릴 수 있었다는 점 ― 그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행위가 거듭될수록 왠지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날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잊어버릴 텐데, 난 그녀와의 이 행위를 계속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어떡하지?
그래서 그녀와 또 하고 싶어지면?
너무 쓸데없는 것까지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해.
그럼 다른 여자를 안아도 시시해질지도 모를 텐데. 아, 아무래도 난 마음이 너무 여린 것 같애. 착해 빠져가지고선.
― 지랄 벽차기하고 앉았네. 얌마, 엉뚱한 생각 좀 그만 하고 제발 하던 일에나 좀 신경 써라.
네가 지금 그 따위 걱정하고 있을 팔자냐? 이 자식은 제 꼴리는 대로 해줘도 난리블루스야.
간만에 재미 좀 보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한창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어디선가 지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면 그렇지. 어째 잠잠하다 싶더니만.
― 듣기 좋은 음악도 3일이고, 아무리 맛 좋은 음식도 세 끼라고 그랬어.
너 지금은 마음이 그럴지 몰라도 다른 여자 만나게 되면 또 달라져. 세상에 여자가 어디 걔 하나뿐이냐?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에 정력 낭비하지 말고 제발 집중 좀 해라, 응?
듣고 보니 그랬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여자이지 않은가.
지니는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세상 모든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면 곧 그녀를 잊게 될 것이다. 괜한 자기 연민에 빠져 마음을 눅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한결 마음이 개운해졌다. 더욱 기운도 났다.
나는 기지개를 켜듯 끄응, 하고 힘을 주며 더욱 힘차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자 귓가를 간질이던 지니의 목소리도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도 나와 더불어 이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행위를 즐기는 거지?
"아아아! 서, 선배. 나… 나… 하아악!"
그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온 그녀의 신음소리에 나는 화닥 정신이 들었다.
머리채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그녀가 힘에 겨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라, 이게 뭐야? 얘가 지금 죽어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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