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무] 11부 聖女의 裸身
달(月)!
반월이 스산한 야풍에 수수롭다.
적막이........
암흑같이 짙은 철장비부를 가득히 채우며 흐르고 있었다.
천장비부의 수림 속........
[.........! ]
종리자강은 눈을 감고 조용히 서 있었다.
상체를 훌렁벗은 그는 한자루 목검을 중안으로 겨누고 있었다.
제법 우람한 상체,
그 위로 은가루같이 부서지는 것은 교교한 월광이었다.
나무(木)...........!
이 순간 종리자강은 흡사 나무가된듯이 보였다.
목검을 중앙으로 겨눈 그의 모습은 흡사 천년을 풍우에 초연하여 온 거목인듯이
보인다.
스스스.......
문득,
한가닥 야풍이 건듯 불었다.
펄------ 럭!
바로 그 순간 그의 손에들린 목검이 전면을 그어갔다.
너무나도 빠른 일검!
모든 군더더기가 제거된 지극히 빠른 일검이었다.
그러나 안목이 있는자라면 알아보리라.
극히 단조롭게 뻗은 일검에 만가지 변화가 움츠리고 있음을.....
그것은 물의 흐름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무엇인가가 검세를 방해한다면 종리자강의 목검은 그 방해물을 거슬러 베어
낼 것이다.
쾌(快)만이 있는것이 아니고 그중에 극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천류의 이치는 바로 이것이었다.
형을 갖추되 그 형에 속박되지 않는것,
그것이 천류의 이치인 것이다.
쩌------ 적!
우르르르........!
일섬검기가 스치자,
종리자강의 전면에 서있던 거대한 거목이 허리가 쩍 갈라지며 허연 속살을 내보
였다.
쿠쿠쿠.........!
높이 사십장둘레 이장의 거목이 굉음과 함께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흠...........! ]
번------- 쩍!
그때서야 종리자강의 눈이 떠졌다.
사자지안은 섬광을 흘리며 고목의 침몰을 바라보았다.
몸부림치며 형제들 사이로 천년고목......!
그 잘려진 부분에는 뇌전의 흔적이 있었다.
[흠......! 겨우 잘랐군! ]
종리자강은 씨익 웃었다.
그의 미소는 햇무리같이 거목의 수림 깊숙이까지 번져나갔다.
그는 목검을 둘러메며 거목의 잘려진 부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목검에 잘려진 부분이 거친 감촉으로 그의 손안에 느껴졌다.
[후훗! 천뢰전궁류의 극치는 바위로 유리판같이 매끄럽게 베면서 백판변을 일으키
는 것이다.]
종리자강은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뚜벅! 뚜벅!
그는 목검을 둘러멘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후훗! 나의 검이 아직 치졸하나.....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하! 검벽지존이란
분은 백년을 고심하다가 통곡하셨다고 하지 않는가? ]
그는..... 처음으로 내공의 힘이 강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마종천신단은 그의 상처를 완치시켜주고 적미불존이 남기고 떠난 뇌음지기를 힘의
모습으로 이용할수 있게 해준것이다.
종리자강이 유달리 가지가 무성한 거목의 아래를 지날때였다.
뾰로로롱!
[무어야, 무어야! 잠은 안자고 뇌아가 잠도 못자게 소란을 피우고! ]
아주 해맑은 목소리가 거목위에서 들렸다.
[하하! 뇌아! 잠을 방해했다면 미안하다! ]
종리자강은 거목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채뇌조!
타는듯이 붉은 뇌기를 두눈에서 뿌리며 외채뇌조가 종리자강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목의 중간쯤에는 큼직한 나무 구멍이 하나 있다.
그곳이 뇌아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뇌아 말을 명심해......! 달밤에 발광하고 싶으면 검지에가서 하라고! 벽운언니
도 그러니까......! ]
뾰로롱.......!
오채뇌조는 하품을 하며 종리자강을 흩겨보았다.
[미인이 될려면 잠을 많이자야 된다고.....! 한번만 더 뇌아의 잠을 깨우면 화낼
꺼야! ]
파르르르......!
오채뇌조는 으름장을 늘어놓고 자기의 보금자리인 옹이구멍으로 날아 들어갔다.
[이것 참......! ]
종리자강은 실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주인 행세를 해도 톡톡히 하는데.... 저런 수다스런 친구와 살아갈 생각을하니
걱정이군.]
종리자강은 오채뇌조가 들으라는듯이 크게 말하며 검지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뾰로로롱!
[무어라고? 뇌아가 수다스럽다고........? ]
오채뇌조가 발끈해서 잠자리를 박차고 날아나왔다.
[하하.....! 미인이 되려면 잠을 많이 자야된다며? ]
종리자강은 웃으며 거목의 그늘 사이로 사라졌다.
[그렇지......! 화내면 주름만 늘어 난다구! ]
파르르.....!
오채뇌조는 화를 풀고 급히 자기집으로 뛰어들어갔다.
포근한 깃에 머리를 묻으며 오채뇌조는 나직히 중얼거렸다.
[어째든 됐어! 좀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군마지존의 재목감이란 말이야....
결국..... 뇌아는 노주(老主)의 말씀대로 천이백년만에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되겠
는걸.........! ]
알 수 없는......
무슨 소리인지 알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오채뇌조는 잠이 들었다.
[윽.........! ]
종리자강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이곳은 검지(劍池)!
교교한 월광이 비둘기의 속날개깃같이 보드랍게..... 검지위로 흐르고 있었다.
[.............! ]
그 검지를 바라보며 종리자강은 두눈을 휘둥그레 치떴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신비!
그것이 그의 앞에 있었던 것이다.
적나라하게........
촤르르르--------!
촤아아아--------!
조용조용한 물소리가 천장비부의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다.
옥액(玉液)인듯한 검지의 맑은 옥수!
그것이 방울져 흐드러져 뽀얀 나신으로 흐르고 있다.
옥수는 사슴의 목위로 시작하여 수밀도의 부끄러운 포도알에 부딪쳐 맑디맑게
흩어졌다.
바람을 맞은듯이 팽팽한 복부 위로도 흐르고 미끈하게 뻗은 두다리 위로도 옥수는
신비롭게 부서지고 있었다.
한줌의 허리,
이제 막 부풀어 오연히 출렁이는 수밀도 한쌍......!
그리고........
두다리가 모이는 곳의.......
[..........! ]
종리자강은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더 이상 밑으로 끌어내릴 용기가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벽운!
능벽운이라 이름 붙여진.... 푸른 구름의 소녀.......
그녀가 월광을 나신에 쏘이며 목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촤르르르......
그 녀는 두손 가득이 검지의 물을 떠서 수밀도의 가슴에 부었다.
그녀는 설마 종리자강이 지켜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쏴----- 아아!
옥수가 자줏빛 포도알을 부끄럽게 흔들며 흘러내렸다.
[울렁거림이...... 주체할 수 없는 울렁거림이... 벽운에게도 왔어...! ]
문득, 가슴에 물을 끼얹은 능벽운은 풍만한 젖무덤을 두손으로 꼬옥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반월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봉목이 꿈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반월에 잠겨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는 모양이었다.
[그에게라면....... 줄 수 있어.........! ]
촤------ 아!
능벽운은 중얼거리며 검지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촤르르--------!
물이 깊어지면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가슴까지 잠겨들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길고 윤기도는 머리카락은 검지의 물에 잠기며 커다란 수초
더미같이 넓게 흩어졌다.
그것은 환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에게라면.... 서슴없이 줄 수 있어... 십육년을 곱게 가꾸어온 벽운의 몸...
벽운의 시리도록 푸른 마음까지..... 무엇이라도....... ]
촤르르르----!
꿈인듯 중얼거리며 능벽운은 두 팔을 활짝 벌려 가슴을 열었다.
출렁이는 수밀도 한쌍이 검지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직 소녀이나.... 능벽운의 몸은 이미 여인이 되어가고 있엇다.
그녀에게는 어머니의 온화함과... 누님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호호... 벽운은 행복해! 살아갈 목적이 생겼으니... 그를 위해 밥을 짓고.....
그를 위해 옷을 기우며....! ]
촤----아아----!
능벽운은 비스듬이 몸을 누이며 은어같은 두팔을 활짝 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은어보다도 싱싱한 몸은 검지를 찌억 가르며 저만큼 나아갔다.
[호호... 집을 지을거야. 세파에 지치고.... 천하와 싸워 피곤한 그가 돌아와 편
히 쉴 수 있는... 작은 벽운의 집을 지을거야! ]
쏴----- 아아---!
검지를 헤쳐나가며 능벽운은 꿈에 잠긴 표정으로 교소를 지었다.
그녀의 짜랑짜랑한 교소는 맑게 천장비부의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
파문이 인 검지의 수면이 월광을 받아 고기비늘같은 물결을 이루었다.
[흠....! 누님의 마음속에.... 이미 누군가가 자리잡고 있는 모양인데.....! ]
종리자강은 다소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면서도 그의 시선은 검지를 헤쳐나가는 능벽운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공허함, 웬지 모를 서운한 그림자가 그의 눈가에 흘렀다.
그러나,
씨----- 익!
이내 종리자강의 얼굴에 장난기 가득 서린 미소가 흘렀다.
스--- 슥! 졸리자강은 장난기 서린 표정으로 목검을 든 채 한쪽으로 다가갔다.
검지가의 높직한 거목,
그곳에는 교룡과 태양화리가 머리만 남아 걸려 있었다.
태양화리와 교룡의 살은 능벽운이 곱게 저며 포로 만들어버렸다.
워낙 거물들인지라 교룡과 태양화리의 포는 산더미만큼이나 많았다.
그것들은 여기저기 널려져 말려지고 있었다.
[헤헤.......! ]
종리자강은 태양화리의 육포 사이를 지나 교룡의 껍질쪽으로 다가갔다.
교룡의 머리부분이 나무에 걸린 채 흉칙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놀래 주어야지........! ]
종리자강은 높직이 걸려있는 교룡의 머리를 목검으로 끌어내렸다.
스스스------! 본래 물에 몸이 익숙한 종리자강이다.
그는 미끌어지듯이 물에 잠겨 들어갔다.
그리고는 소리없이 수중에서 능벽운을 향해 나아갔다.
[호호호.......! ]
그것을 알리없는 능벽운은 흥에겨워 콧노래를 부르며 검지위를 헤엄쳐 다녔다.
(다 왔다! )
스스스------!
은밀히 수중을 전진하던 종리자강은 씨익 웃었다.
화르르......!
긴 삼단같은 머리카락이 종리자강의 바로위에서 수초같이 펄럭인다.
종리자강은 능벽운의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것이다.
수초같이 넓게 퍼진 머리카락 아래로 은어같은 능벽운의 나신이 싱싱하게 율동
을 일으키고 있었다.
(윽........! )
능벽운을 올려다보던 종리자강은 아찔해져 휘청하였다.
출렁이는 수밀도.....
대리석같이 미끈한 능벽운의 두다리가 흐느적거리며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거...... 내가 왜 이러지? )
종리자강은 급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랫도리가 뿌듯해지며 무엇인가 뜨거운 열기 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는 모습이... 궁금한데....! )
종리자강은 이내 장나꾸러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몸은 크지만 그는 아직도 순진한 아이인 것이다.
그는 미련없이 능벽운의 나신에서 눈을 떼며 수중에서 능벽운을 앞질러갔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달빛속에 수영을하던 능벽운의 그 신비롭고 깨끗한 모습,
그것이 가슴에 각인으로 새겨져서 평생을 지니게 됨을........
스스스------!
삽시에 종리자강은 수중에서 능벽운을 십장정도 앞질러갔다.
(이쯤이면 적당하겠지! )
종리자강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촤----아아!
교룡의 머리를 안고 수면으로 떠올랐다.
[꺄-----아악! ]
비명, 옥구슬이 깨지는듯이 맑은 비명이 다음 순간에 터져나왔다.
조용하던 검지의 수면!
그것이 쩍 갈라지며 흉측스럽기 이를데없는 교룡의 머리가 불쑥 치솟은것을 생각
해 보라.
아무리 철석같은 간담을지닌 장부라도 기절초풍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핫하! 누님! 놀라....... 어......! ]
유쾌하게 웃으며 교룡의 머리를 옆으로 치우던 종리자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응당 있어야할 능벽운의 모습이 수면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런........!]
촤르르---------!
종리자강은 당황하여 교룡의 머리를 집어던지고 자맥질을 하였다.
그러자,
[............! ]
능벽운이 사지를 추욱 늘어뜨린 채 검지의 깊은곳으로 가라앉는것이 눈에 들어
왔다.
(내가 지나쳤나.........?)
종리자강은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놀란 능벽운이 그만 까무러치고만 것이다.
촤------아아----!
종리자강은 빗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검지의 깊은곳으로 나아갔다.
그곳은 얼마나 깊은지 바닥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 시커먼 검지 바닥으로 기절한 능벽운이 그림같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우르르르........!
[차----- 앗! ]
화르르-------!
종리자강은 벼락같이 물살을 헤치고 내려가 능벽운의 허리를 나꾸어 챘다.
뭉클.......!
한줌밖에 아니되는 능벽운의 탄력있는 허리가 종리자강의 손안에 가득한 느낌으
로 잡혀졌다.
[빨리 나가야지......! ]
촤----- 아아-----!
종리자강은 능벽운을 안은채 벼락같이 윗쪽으로 몸을 퉁겨 올랐다.
용수철같은 그의 허리가 퉁겨지며 종리자강은 일시에 십장을 상승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 ]
위로 치솟던 종리자강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어두운 검지의 바닥,
그 지옥의 입구같이 침침한 곳에서 무엇인가가 반짝이는 것을 본 것이다.
(서기 같은데.......! )
촤----- 아아!
종리자강은 검지의 바닥에서 치솟는 광채를 내려다보며 급격히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 광채는 언뜻보아 어떤 보기같았다.
그러나 종리자강은 호기심을 누르고 급히 수면으로 치솟았다.
지금 그에게 있어 능벽운의 안전만큼 중요한것이 없는 때문이다.
촤----- 아아!
물결이 쩍쩍 갈라졌다.
빗살같이 치솟는 종리자강의 모습은 흡사 해룡이 승천하는것 같았다.
[누님을 ..... 깨우고.... 다시 와봐야지...... ]
촤---- 아아!
마침내 수면에 이른 종리자강은 흘낏 검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월광(月光)이 흐트러진.....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