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음란한 집4
돌담 옆에 차를 주차시키며 서음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대문이 왜 열려있지...? )
열려진 대문으로 들어서자 아랫층 여자의 허리숙인 뒷 모습이 보였다. 어젯밤 화장실에서 보았던 그 옷차림 이었다.
허리숙인 그녀의 짧은 원피스 속으로 깊은 속살이 드러났다. 치마끝을 출렁이며 마당을 쓸고 있던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곤 뒤를 돌아다 본다. 서음희의 시선이 재빠르게 다른 곳을 향하다 그녀의 시선과 마주한다.
[ 네에... 일찍 오시네요? ]
[ 항상 그래요, 시원하게 입으셨내요.]
[ 옷이요. 호호. 집에선 늘 이렇게 입어요. 좋은일 하시나봐요, 일찍오시는걸 보면.]
[ 좋은일은요... 애들 가르쳐요.]
[ 아하, 선생님이시구나...]
[ 차 한잔 하실래요? ]
[ 어머, 제가 먼저 대접해드려야 하는데...]
[ 그런말 쓰지 마세요, 부담가요. 나이도 비슷할거 같은데... 어떻게 되세요? ]
[ 토끼에요. 선생님은요? ]
[ 그러세요. 그럼 언니시네요. 저 서른 둘이에요.]
[ 그래요오? 어떻게 그렇게 젊어보여요? 전 이십대 중반쯤으로 봤는데... ]
[ 지금 바쁘지 않죠? 올라가서 차 준비할께 바로 오실래요. 참 커피 좋아하세요? ]
[ 그럼요 좋아하죠. ]
[ 그럼, 올라오세요.]
[ 저, 왔어요. ]
현관 앞에 들어선 그녀를 바라보며 서음희는 반갑게 웃어주었다.
[ 들어와요 언니. 훗 언니라 불러도 되죠? ]
그녀도 웃으며 들어섯다. 서음희의 손가락은 거실의 소파를 가리켰다.
[ 앉아요 언니.]
그녀는 내부를 기웃거리며 소파로 다가갔다.
[ 예쁘게 잘 꾸몄네요.]
[ 훗, 아직 정리도 못 끝냈는데...]
[ 근데. 왜, 시집을 안갔어요? ]
두 잔의 커피가 담긴 쟁반을 들고 그녀 앞으로 다가가며 서음희가 웃었다.
[ 이혼했어요. 오래전에...]
[ 아... 그럼 재혼은요? ]
[ 안할거에요.]
[ 혼자 살면 심심하지 않아요? ]
[ 가끔은 지루해요. 나, 심심하면 언니네 집에 놀러가도 되요? ]
서음희는 이쯤에서 그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좀 늦는 편이에요.]
[ 그럼 잘됐다. 내일은 내가 놀러가야지.]
[ 그래요 와요. 대환영!]
양팔을 벌리는 아랫층 여자의 제스쳐를 보면서 서음희는 쟁반안으로 찻잔을 주섬주섬 챙겼다.
[ 장좀 보고 와야지. 언닌 시장에 볼일 없어요? ]
[ 네, 전 아직...]
서음희가 쟁반을 들고 일어서자 아랫층 여자가 따라 일어섰다.
[ 아무때나 심심하면 내려와요.]
[ 그럴께요.]
모녀의 죽음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정작 자신만 모르고 동네사람 모두가 알고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집의 구조도 그렇고, 무엇인가 의문이 있는 집은 분명하다고 서음희는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깊어지자 싸늘한 한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져가며 공포감이 몰려왔다. 어둑한 곳에서 무엇인가 툭 하고 나타날것만 같았다.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