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음란한 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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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것 같기는 한데, 돈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요? ]
[이집보다 한단계 아래면 되겠는데...]
[음... 그럼 가봅시다. 직접 가서 보시고 결정하세요.]
서음희는 자신감있게 일어서는 중년 남자의 뒤를 따라 가방을 챙겨 일어섯다.
[ 먼가봐요? ]
[ 아니요. 10분 정도만 가면 됩니다. 타시죠.]
골목을 빠져나온 승용차가 대로변에 들어서면서 중년 남자는 집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 집을 보시면 마음에 드시긴 할겁니다만...]
[ 왜요? 문제가 있나요? ]
[ 네에... 수리는 생각하고 있어요.]
[ 음...]
중년남자는 집에 얽힌 소문을 말하려다 말머리를 돌렸다.
[ 미혼이신거 같은데... 큰 돈을 버셨네요.]
미혼이긴 했지만 동안으로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서음희는, 이따금 어려보임으로 인해 예우를 받지 못했던 적을 기억했다.
[ 저, 서른 넘었는걸요.]
중년남자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서음희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 그래요? 죄송합니다. 이십대 중반인줄 알았어요.]
[ 늘 듣는 말이에요. 괜찮아요.]
놀라와 하는 중년남자의 얼굴을 향해 서음희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대로변을 빠져나와 다시 골목으로 접어든 승용차는 높아 보이는 어느집 돌담옆에 주차했다.
[ 내리세요.]
차 에서 내린 서음희는 근처에 보러 온 집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그 돈에 어울리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언덕위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야 그 집이 있겠다 생각했다.
[ 어디가세요? ]
[ 집이...]
[ 하하. 왜요, 이 집이 마음에 안드시나요? ]
중개인이 가르키는 집을 바라보다 서음희는 다시 물었다.
[ 이 집이라구요? ]
[ 네.]
[ 저... 돈이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그 돈이면 됩니다. 우선 보시죠.]
서음희는 믿을 수 가 없었다. 아무리 못되도 가진돈의 두 배는 있어야 살 수 있는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 정말 이집이에요? ]
[ 그렇다니까요.]
[ 땅값도 안나올거같은데...]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중개인을 따라 들어서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자신이 늘 그림으로 그려왔던 그런 풍경이었다. 서음희의 가슴은 마치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뛰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만... 혹시 문제 있는 집 아닌가요? ]
[ 특별한 문제가 있는건 아니구요...]
[ 문제가 있긴 있나봐요? ]
잠시 생각에 잠긴 중개인은, 오래전 비슷한 경우의 집을 팔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서윤희의 의심을 가라앉혔다.
[ 실은... 모녀가 한날에 죽은 집이에요.]
[ 같은 날에요? ]
[ 딸이 나이든 에미를 죽이고 곧바로 자살을 했죠.]
[ 세상에... 왜 그랬대요? ]
[ 모르지요.]
서음희의 등골로 식은땀이 흐르며 소름이 돋았다.
[ 무서워요...]
[ 요즘 세상 머 그런일 한둘 일어나나요. 들어와 보세요,
똑같은 구조로 일 이층 이니깐, 한층은 세를 주면 될겁니다. 사시다보면 정이 들거에요.]
[ 단지 그 이유에요? ]
[ 예.]
서음희의 의심은 오히려 한층 높아졌다. 요즘처럼 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단지 그정도의 이유라면 아직까지 남아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개인의 다음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운좋은 사람에 속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 그래도 서 여사님은 운이 좋은 편이에요. 소유주한테서 오늘 아침 연락이 왔었거든요. 집에 대한 소문도 있고, 급하게 팔아야 하니 적당히 받아달라고... 경기가 좋을 때야 그 돈 가지고 어림도 없지만, 부동산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내 놔도 팔리지 않으니... 아주 적절한 시기에 집 장만하시는 겁니다.]
중개인은 서음희의 눈치를 살피며 없는 말을 꾸며됐다.
일층과 이층을 둘러본 서음희는 일층에서 독특한 특징을 찾아내었다. 천정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두꺼운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작은 방, 큰방 심지어는 거실과 화장실까지 천정은 모두가 그렇게 되어있었다. 마치 호화스런 성을 연상케했다.
[ 집 질때도 돈이 제법 들었을거 같은데...]
[ 돈 많은 일본 사람이 지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 저, 아무래도 생각 좀 해봐야 되겠어요.]
[ 그렇게 하세요. 집도 사람도 다 인연이 맞아야 만나는거니까... 하지만 빨리 결정하셔야 할겁니다. 이런 집은 아시겠지만 금방 작자가 나타나니까...]
몇개의 집을 더 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음희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 집을 계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음희는 서둘러 명함을 찾았다.
[ 네, 신라 부동산입니다.]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 부장님 부탁합니다. 유원택 부장님요.]
잠시 후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원택 입니다.]
[ 저 기억하시겠어요. 아침에 돌담집 보고 간 사람인데.]
[ 아, 서 여사님!]
[ 그 집 어떻게 됐어요? ]
[ 글쎄요... 다녀가시고 어느분이 보시고 금방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아직은 계약이 안된 상탭니다.]
[ 저... 집에 정말 문제있는건 아니죠? ]
[ 하하, 공인중개사가 왜 필요합니까. 걱정마세요.]
[ 유부장님 그럼 말에요. 제가 계약하러 지금 갈테니, 전화오면 계약됐다고 해주실래요? ]
[ 얼마나 걸리시는데요? ]
[ 30분안에 도착할거에요.]
[ 알았습니다. 빨리오세요.]
[ 고맙습니다. 이따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