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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풍(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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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장 나타난 빙천공주


그때, 마차 안에서 투명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빙월! 그분은 네가 상대할 분이 아니다. 물러서라!]
빙굴에서 흘러나온 듯 한 여인의 음성, 거기에는 놀랍게도
만인을 위압하는 위엄마저 은은이 배어있었다.
마차의 문이 활짝 열렸으며, 두 명의 녹의시녀가 나타나 한 여인을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 백의여인, 전신을 백설같은
나삼으로 휘감고, 마치 한 마리 우아한 학을 보는듯 현란한
자태였다. 하나, 애석하게도 얼굴은 면사로 가려져 있어 그 용모를
전혀 볼 수 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나자 주위는 마치
얼어붙은 듯한 냉기로 휩싸여 버렸다. 녹의시녀의 한기와 비교가
안될 지경이었다. 담천기조차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나, 그는 여전히 흥미있는시선으로 백의여인을 응시했다.
갑자기 그의 음성이 들렸다.
[빙천신궁에 공주가 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지. 그 공주의 용모가
북해제일미로 꼽힌다더니 과연 직접보니 명불허전이군!]
일순, 백의여인의 몸에서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
(아니! 저 사람은 빙잠사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아아.... 빙천공주! 진정 그 놀라운 여인이란 말인가?
하나, 그녀는 이내 싸늘히 웃었다.
[호호.... 금천공자의 위명이 하늘을 뚫는다더니 오늘 보니 역시
대한하군요!] [어디 공주만 하겠소?]
담천기는 짖궂게 웃었다. [나를 야밤에 찾아온 이유나 얼른 들어
봅시다.] [나는 당신 때문에 불원천리 달려왔어요.]
그녀는 면사 속으로 담천기를 직시했다. 그리고 싸늘한 냉음을
발했다. [지금 당신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겠어요.]
[제안?] 담천기는 점점 더 흥미있는 표정이었다.
빙천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어, 그녀는 전음으로 무슨 말인가 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문득, 담천기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공주는 내가 거기에 응하리라고 생각하오?]
[나는 금천공자가 바보가 아니라고 믿어요]
빙천공주의 만만찮은 대꾸, 담천기는 그녀를 바라보며 괴이하게
웃었다. [바보가 아니기에 거기 응하지 않으리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소?] [.....!] 빙천공주의 교구가 굳어졌다.
담천기는 미소했다. [그러나 좋소, 나의 조건을 들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소.] 일순, 빙천공주의 눈빛이 빛났다.
[무슨 조건인가요? 우리 쪽에서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응하겠어요.]
[물론! 가능한 조건이오.] [말해 봐요.]
일순, 담천기는 짖궂게 웃었다.
[공주가 내게 시집을 오면 되오.] [뭣!] 불시에 터지는 경악성!
빙천공주는 하도 어이가 없는지 잠시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하나, 그녀는 전신에서 이내 무서운 냉기가 피어올랐다.
[담공자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알고 지껄이는 소린가요?]
[무슨 소리요? 지금 내 처지가 어때서......?]
담천기는 태연했다. 그는 얄궂게도 그녀를 향해 음흉한 미소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이 자가 대체 무엇을 믿고 이러나?)
빙천공주의 신색이 더욱 싸늘해졌다.
[우리는 지금 담공자를 무력으로라도....!]
[아! 그럼 납치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경우에 따라선.....!]
[하하하.... 미인에게 납치된다? 그것 재미있겠는데... 하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텐데?]
[관을 보지 않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위인이군!]
순간, 스스---슥! 일진 바람이 일어나며, 주위의 무사들이
담천기를 향해 무서운 진형을 갖추었다.
하나, 담천기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며, 어둠 속
어딘가를 보며 괴이하게 웃었다.
[공주가 섣불리 움직이면 다른 사람만 좋아질 것이오.]
순간, 빙천공주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누가 숨어 있다는 말....?] 바로 그때, [와하하하....!]
어둠을 뒤흔드는 우렁찬 대소가 터졌다.
[담공자의 말이 맞소. 사내가 어찌 여인에게 납치될 수 있겠소이까?]
동시에, 숲속에서 하나의 청영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청삼인! [멈춰라!] 빙천신궁의 고수들이 냉갈을 터뜨리며 청삼인을 덮쳐갔다. 차--앙! 번쩍!
경쾌한 금속성과 함께 섬전과도 같은 검세가 격사되었다.
다음 순간, [으---악!]
덮쳐가던 고수들이 검과 함께 박살나 십 장 밖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저자가 누구이기에 본궁의 일류무사들을...!)
빙천공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청삼인 조금도 멈추지
않고 장내로 진입했다.
[빙천신궁의 호위고수가 허깨비였다니....!]
그의 어조는 매우 침착했다. 비로소, 담천기는 청삼인의 용모를
볼수 있었다. 당당한 체구를 가진 청삼대한, 나이는 대략 이십대
중반이었고, 전신의 위맹한 기세에 비해 눈빛은 매우 심기가 깊어
보였다. [멈추지 못할까!] 무사들이 호통치며 다시 벼락치듯
덮쳐갔다. 차가운 한선이 쏟아지듯 검날이 섬뜩한 광채에 휩싸여
허공을 갈랐다. 번---쩍! 파---츠츠츳!
[불나비 같은!] 청삼인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동시에, 번---쩍! 그의 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무서운 위세를
떨치며 쏟아져 나왔다. 광채가 오륙 장을 뒤덮는 순간,
땅--따당! 검이 무우 토막처럼 잘려나가며, [으---악!] [크윽!]
처절한 비명과 함께 선혈이 무지개처럼 피어올랐다.
[빙천사령진을 펼쳐라!] 스스---슥! 휘리리---릭!
무사들 사이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지며 빙천신궁의 고수들이
흩어졌다. 청삼인은 냉소를 발했다.
[이들을 물리치지 않는다면 내 손이 독랄하다고 탓하지 마시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눈부신금도가 들려져 있었다.
그의 기세는 마치 천신같았다.
순간, [물러서라!] 냉랭한 빙천공주의 외침이 들려왔다.
스슷스--슥! 빙천신궁의 고수들이 썰물처럼 물러섰다.
청삼인은 빙긋이 웃었다.
[공주의 현명한 판단에 찬사를 보내오!] 그의 신색은 당당했다.
물리치지 않았다면 빙천신궁의 고수들은 모조리 죽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빙천공주는 냉소했다.
[귀하의 도법이 보기 드물게 패도강맹하지만.... 감히 자신이
있는가요?] [자신없다면 여기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오!]
[호호호....!] 빙천공주는 차갑게 웃었다.
[그래요? 당신이 여기 나타난 이유는?}
[아마 공주도 알고 있을 것이오.] 여전히 태연자약한 모습
그의 뜻은 명백했다. 결국 그의 목표도 담천기인 것이다
그 광경에 당사자인 담천기느 어이가 없었다.
[이거 졸지에 물언이 된 기분이군...!]
청삼인은 담천기를 돌아보며 괴이한 미소를 띠었다.
[담공자는 아마도 당금 천하에서 가장 큰 값어치의 물건일 것이외다!] 그와 동시, 담천기의 귓전으로 미세한 전음이 흘러들었다.
[혈사제!~ 내가 빙천공주를 막는 동안 속히 여기를 떠나라!
너는 빙천공주의 상대가 아니다!] 순간, 담천기는 내심 경동을
금치못했다. 그가 놀라는 이유, 그것은 청삼인이 두 가지 말을
한꺼번에 하는 최상승의 양의전음기공을 전개해서가 아니었다.
(저자가 설마 사대공자 중 하나란 말인가?)
아아.... 혈사천의 사대공자----!
그때, 사방에서 소리도 없이 인영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비수처럼 날카로운 안광을 쏟으며 포진했다.
그들의 수효는 빙천신궁의 고수들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청삼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빙천공주를 응시했다.
[공주가 양보한다면 우리 일은 좋게 매듭될 수도 있을 것이오.]
하나, 빙천공주는 냉소를 터뜨렸다.
[이젠 내가 당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겠어요!]
동시에, 그녀의 몸 주위에서 무서운 강기가 회전을 일으켰다.
쏴--아! 뼈를 깎는 듯한 한풍이 십 장 방원을 뒤덮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소매가 벼락치듯 청삼인을 덮쳐갔다.
꽈르르르----! [한천수로군!]
청삼인은 흠칫 놀라며 금도를 휘둘러 막아갔다.
파--츠츳! 그이 도세는 실로 막강했다.
순간, 쾅--! 째--앵! 주위의 경물이 가루가 되어 하늘로 치솟았다.
한 순간, 느닷없이 빙천공주의 소매속에서 옥수가 튀어나왔다.
쓰슥! 그녀의 옥수! 그것은 얼음처럼 투명하여 눈이 시릴 지경이었다. 그녀의 옥수와 금도가 삽시간에 뒤엉켰다. 따---땅!
불꽃이 퉁기며 굉음이 터졌다. [음.....!]
한 가닥 신음과 함께 청삼인이 비틀 물러섰다.
그는 경악에 찬 시선으로 빙천공주의 옥수를 바라보았다.
[빙천명옥수! 그것까지 터득했다니.....?}
그때, 담천기의 놀람도 대단했다.
[빙천명옥수는고금칠대고수 중 빙천후의 삼대절학의 하나가 아닌가?]
가공할 빙천명옥수! 하나, 빙천후가 사라진 이후 누구도 연성한
인물이 없다고 알려진 무서운 절학이었다.
그 순간, 빙천공주는 소매 속으로 옥수를 넣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적패도법... 과연 큰 소리 칠만한군.....]
그녀의 음성에는 조금도 놀람의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섬뜩할 지경이었다.
[내가 듣기에 혈사천에 금은철혈 사대공자가 하나같이 일기당천의
고수라더니... 오늘 보니 과연 대단하군!]
순간, 청삼인은 기절할만큼 놀랐다.
(본천의 존재는 강호에 아무도 모르거늘.....!)
빙천공주는 차분한 시선이었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귀하는 사대공자 중 한명일것 같은데?]
[으....음!] 청삼인은 신음했다. 담천기의 놀라움도 대단했다.
(빙천공주!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을 줄이야?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때, 청삼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공주는 대단하오! 본인이 바로 철공자요!]
철공자! 사대공주 중 또 한명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내 신분을 안 이상 공주는 살아서 돌아 갈 수 없소!]
츠----파팟! 금도가 폭풍을 휘몰고 느닷없이 빙천공주를 덮쳐갔다.
전력을 다한 듯 그 위세는 전과 비교가 안될 지경이었다.
동시에, [쳐라!] 꽈르르르--르릉! 파파---파팟!
싸늘한 호통이 터지며 빙천신궁과 혈사천의 고수들이 뒤엉켰다.
그 가운데 우뚜선 담천기, 그는 갑자기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는 웃음과 함께 빙천공주를 향해 씩 웃었다.
[공주! 오늘은 바빠 이만 가겠소. 하나 다음에 만나면 내 조건을
잘 생각해 보시오!] 순간, 쏴--아!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숫구쳤다. [게 서요!]
빙천공주가 빛살처럼 추적해 왔다. 순간, [어딜 가려고!]
철공자가 무섭게 그녀를 덮쳤다. [물러서라!]
빙천공주의 일성과 함께 쾅-----!
굉열한 폭음이 터졌다. 빙천공주는 멈칫했으나 그대로 담천기를
가로 막았다. 하나, [하하... 미안하오!]
스슥....! 담천기가 불가사의하게 몸을 뒤틀며 그녀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빙천공주의 신법 또한 가공할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림자가 번뜩이는 순간, 그녀의 신형은 담천기를
따라잡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담천기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지름 일신의 절기를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입은 여전히 태연했다.
[공주! 내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소! 너무 따라붙지 마시오!]
[닥쳐---!] 빙천공주의 노성과 함께 가공할 장력이 등뒤로
밀려들었다. 순간, 쾅! 휘--익!
폭음이 자욱히 일며 담천기의 신형이 단숨에 삼십여 장을 날아가고
있지 않는가? 교묘히 반도을 이용한 것이다.
[하하하! 고맙소!] [흥! 그런다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바로 그때, 퍼--펑! 갑자기 폭음이 터지며 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순간, 스스--스슥! 휘리리--리릭!
담천기의 전면에 수십 개의 인영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담천기는 곤혹스러웠다.
(이건 또 뭔가? 이렇게 되면 본 실력을 계속 숨기기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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