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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풍(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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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장 당곡별부에서 생긴일


끼이--끽!
석문, 듣기 거북한 음향과 함께 하나의 돌문이 힘겹게 열리고
있었다. 하나, 열렸다고 느낀 순간 돌문은 다시 무서운 속도로
닫히는게 아닌가! 꽝----!
사방이 무너질듯 진동하며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기는 하나의 석실이었다. [아이고...! 빌어먹을 귀신들!]
흙먼지 속에서 투덜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누군가? 누구기에 천여년 동안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왔는가?
그때, 자욱한 먼지속에서 왜소한 인영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렇게나 뒤엉킨 은발, 먼지가 잔뜩 묻은 흑의
언뜻 보아 육순 가량의 노인이었다.
그런데, 지금 흑의노인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연신 왼발을 주무
르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흑의노인의 신발 하나가 석문에
끼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휴우! 조금만 늦었어면 한쪽다리가
개떡이 될 뻔했구나!]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문에 끼어있는
신발을 바라보았다. 아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황궁보고에서 슬쩍 실례해 온 후 오년밖에 안 신은 고급신인데...]
그는 입맛을 다시며 누군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우라질놈의 귀신같으니라구! 내전까지 교묘한 수작을 부려놓다니
.....] 곧 이어, 그는 사방을 휘휘 둘러 보았다.
그가 서있는 석실은 침실같아 보였는데, 그 치장이 어찌나 호화로운지 아찔할 지경이었다. 겹겹이 비단 휘장이고 벽이며 천장에 달린
장식들은 하나같이 진귀한 기보가 아닌가!
여기 있는 물건들만해도 평생을 놀고먹어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흑의노인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노부는 지난 십 년 동안 이곳을 발굴해 왔다. 무려 천발백종의
기관을 힘겹게 뚫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무서운 집념, 실로 놀라운 능력이 아닌가! 파===락!
그는 품속에서 누더기같은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바닥에 펼쳐 놓았다.
복잡한 도협이 마구 뒤엉켜 있는 양피지였다.
그는 도형과 석실을 번갈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이 보물이 내장되어 있다는 내전이 분명하다! 한데...?]
그는사방을 다시 둘러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당조의 보물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괴이한 눈빛,
[설마 여기 있는 하잘 것 없는 기보들이 전부란 말인가?]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는다시 바닥에 펼져진 장보도를
유심히 살폈다. 다음 순간, 그의 입가에 괴이한 미소가 스쳤다.
[흐흐.... 빌어먹을 귀신들이 노부가 누군지 도대체 모르는 모양인데......] 연신 코웃음을 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보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흐흐흐.... 노부가 이 방면에 전문가이신 야신인걸
안다면 귀신놈들도 기절초풍할 것이다!] 돌연, 그는 벌떡 일어났다.
무엇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한데, 정녕 기절할 일이 있었다.

야신 흑리풍----!
천하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실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고금제일의 도둑, 천하제일의 신투!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그는 그 방면에 완전한
전문가였으며, 실패란 아예 모르는 위인이었다.
그가 노린 것은 언제나 그의 수중에 있었으며, 그의 솜씨는 가히
환상적이라 귀신도 까무라칠 정도였다.

그런 놀라운 도둑이 이곳에 침입했으니.....
[....] 그는 실내 주위를 왔다갔다 하며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게도 그는 티끌만한 흔적도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깜? 돌연, [우하하하.....!]
야신 흑리풍은 느닷없이 광소를 터뜨렸다. 갑자기 미쳐버렸단 말인가?
하나, 그게 아니었다. [이거 별게 아니군! 이토록 간단한 걸 가지고!]
그는 품속에서 괴이한 연장 하나를 꺼내들었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연장이었다. 야신 흑리풍은 그 연장으로 한쪽
벽면을 돌아가면서 툭툭 건드렸다. 순간, 끼---이1
마찰음과 함께 대리석 하나가 이동하는 게 아닌가!
그와 동시에 벽면에 하나의 입구가 생겨났다.
그 순간, 그곳에서 휘황찬란한 보광이 눈부시게 쏟아져 나왔다.
[오....!] 야신 흑리풍은 그 자리에서 굳어지고 말았다.
엄청났다. 어마어마했다. [우와!]
야신의 입과 눈을 쭉 찢어졌다. 동시에 미친듯한 광소가 전신을
태양처럼 휩쓸었다. [우하하핫---! 드디어 찾았다! 드디어----!]
그는 신들린 사람처럼 아래로 내려갔다.

<당곡별부>

휘황찬란한 현판이 눈에 들어오고, 방대한 분량의 신기재보를 본
야신은 다시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괴, 굉장하다! 설마... 이정도 일 줄이야?]
순간, 그는 앞에 있는 것을 덥석 움켜잡았다.
[이건 전설의 용보취옥소가 아닌가! 그리고 이건 묘안석...으하하하하하....!] 그의 입이 절로 찢어지고, 눈은 퉁방울처럼 벌어졌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이건 뭐지? 나는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불현듯 옆에서 들리는 음성, 그리고 손 하나가 무지개 빛 보광이
어린 구슬 하나를 야신의 코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야신 흑리풍은 아직도 흥분된 상태였다.
[아! 그건 바로 칠채보주라는 것인데 황금 백만 냥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천하의 기보다!] 입이 째지게 지껄이던 그는 칠채보주
를 덥썩 움켜잡았다.
순간, [....!] 엉겁결에 고개를 쳐든 그는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이랴? 그의 안색에는 핏기까지 싹 가셔버렸다.
[누...누구냐?] 마침내, 그는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안에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휘----익! 그는 번개같이 돌아셔며 사방을 한눈에 쓸어보았다.
한데, 아무도 없지 않은가?
(분명히 누군가 있었다!)
그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다시 한번 번개같이 사방을
쓸어보았다. 휘이익------! 지금 그가 전개하고 있는 신법!
그것은 절정고수라도 혀를 내두를 부운무영신법이었다.
그는 삽시간에 당곡별부 안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내부에는 아무도 없지 않는가?
(내가 헛것을 보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 순간,
[자네의 안목에 감탄했네. 그럼 이건 뭐라는 거지?]
흐느끼듯 괴이스런 음성, 그 음성을 들은 야신 흑리풍이 채 어떤
동작을 취하기 전이었다. [헉!] 이번에야말로 그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어느새, 그의 목덕미에 한 자루 섬뜩한 옥도끼가 닿아있는
게 아닌가! 그것은 바로 상고기물인 벽운부였다.
그러나, 지금 야신 흑리풍의 눈에 보물이 들어오겠는가?
[웬 놈이냐?] 그는 혼비백산해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벼락치듯
일장을 갈겼다. 그가 펼친 한수는 그야말로 벼락이었다.
파파팟! 기물들이 태풍을 만난듯 튀어오르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이... 이럴 수가?)
그가 경악하는 순간, 또다시 등뒤에서 괴이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으흐흐....옳지! 나하고 놀자는 말이구나?]
소름이 오싹끼쳤다. 야신 흑리풍의 등에 식은땀이 물씬 배어났다.
이거 환장할 일이 아닌가! 바로 그때, 한 가닥 괴이한 바람이
불어왔다. 쏴---아---아! 동시에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다.
석대 위에 놓여 있던 검과 도등 온갖 병장기들이 마구 춤을 추며
야신에게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
순간, 야신 흑리풍은 모발이 곤두섰다.
[누...누구요? 누가 감히 귀신 놀음을....?]
그는 대경실색 몸을 날리며 잇따라 장력을 뿜어냈다.
사실, 그의 무공 수위도 굉장한 것이었다.
펑! 퍼----펑! 병기들이 장력에 밀려났다.
그런데도 일장 가량만 밀려났을 뿐 허공에 계속 둥둥 떠있었으니...
야신의 얼굴에 핏기가 걷혔다.
(이럴 수가...? 노부의 일장에는 능히 천 근의 무게가 실렸거늘...)
그때, 어디선가 다시 괴음성이 일었다.
[내게 누구냐고 물었느냐?] (헉!)
야신 흑리풍은 내심 헛바람을 토하고 말았다.
괴이한 음성은 바로 그이 코 앞에서 들려왔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넌...대체 누구냐?]
순간, [으흐흐흐....!] 소름끼치게 웃는 소리와 함께 괴인한 음성이
들렸다. [네가 조금 전에 귀신이라 하지 않았는냐?]
[뭣이! 그럼 네가 당조의 귀신...? 말도 안되는...노부는 귀신같은
건 믿지 않는다! 썩 나타나라!]
야신을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하나, 그의 안색은 이미 백지장이었다. [으흐흐...귀신을 믿지않다니? 노부는 천년을 이곳에서 방황했거늘....!] 괴이한 음성에 이어, 스스.....
야신앞에 희끄무레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형체는 분명치 않았다.
[으흐흐...그럼 내가 누구로 보이느냐?]
순간, 야신 흑리풍은 괴이한 괴소를 터뜨렸다.
[헤헤헤...! 드디어 꼬리를 드러냈군! 네놈이 또 어디로 가는지
보겠다!] 동시에 그는 벼락치듯 덮쳐가며 일장을 내뻗었다.
가공할 장세! 그것은 그의 최후절기 야제비천이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악랄한 수법!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야신의 손은 분명 인영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푸---욱! 이런 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야신의 손에는 아무런 감촉도
전해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저 허공을 움켜잡은 것이다.
야신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만큼 놀라버렸다.
[으...으악! 이, 이게 진짜 귀신....?]
그는 손을 휘저어 보았다. 그래봐야 걸리는것이라곤 허공 뿐이었다.
[아이....고오1] 그이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지고,
휘----익! 그는 번개같이 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한데, (허----억!) 그는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흐흐...또 놀자고?] 괴이한 음성과 함께 괴인영이 문을 떠억
가로막는 것이었다. (꼴까닥-----!)
야신의 목구멍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만 눈을
까뒤집고 졸도하고 말았다.
꽈당! 그의 몸이 뻣뻣하게 넘어가고,
[쯧쯧...내가 너무 심했나?] 괴인영의 모습이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슷.....곧이어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미치도록 잘생긴 절세기남자의 모습, 그는 바로 당곡별부의 있던
담천기였다. 그가 펼친 장난이 밀교환술 중 유령환체술임을 그 누가
알겠는가? 밀교의 환궁밀전! 그것마저 그는 완벽히 연성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쯧쯧...이렇게 간이 작아셔야....!]
담천기는 혀를 차며 야신을 부축하며 허리를 낮추었다.
한데 그 순간, 야신의 눈이 번쩍 벌어졌다.
동시에 그는 벼락치듯 담천기의 맥문을 움켜잡았고, 통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 노부는 이미 그것이 사술인줄 알고 있었다!]
순간, 그의 안색이 다시 흙빛이 되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으며, 담천기의 모습은 그자리에서 유령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으으....귀신....!] 꽈----당! 이번에는 진짜 기절한 것인가?
그가 넘어지자 담천기의 모습은 다시 뚜렸해졌다.
[하하하... 그 정도를 예측못했다면 현령사부의 천기보록을 전수받을
자경이 없지 않은가?] 낭랑한 웃음이 당곡별부를 맴돌았다.

[노노.... 공자를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야신 흑리풍, 그는 담천기의 앞에서 허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든 후 담천기를 수없이 공격했으나 번번이 나가떨어졌다.
더욱이, 모든 방면에서 담천기에게 완벽히 굴복했다.
담천기의 무공과 지혜, 그리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무한한 능력
앞에 배겨날 수 없었던 것이다.
급기야, 야신은 손발을 다 들고 말았다.
[제발 받아주시기 바라오.] 담천기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고 내 재산을 훔치려 했던 것을 용서할 것 같소?]
[흐흐.... 설마 공자가 당곡별부의 주인이 되어 있을 줄 어찌 알았겠소?] 야신은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담천기를 빙글빙글 웃었다.
[나를 따라다니면 앞으로 골치 아플 것인데 그래도 따르겠소?]
[흐흐... 골치 아픈 문제는 노노에게 몽땅 맡겨주시오.
노노는 전문가외다.] [혹시 내 재산을 노리고.....?]
(헤헤헤.... 그저 절반만 뚝 떼어주심녀 좋겠는데 말씀이야...!)
[.....!]
[쩝.... 사실은 십 년을 고생해서 겨우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그냥
포기하기가....!] 야신은 입맛을 다셨다.
그의 눈은 사방에 널려있는 재보들을 훔쳐보기에 바빴다.
천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담천기는 고소를 지었다.
[보물이 그렇게 탐나시오?] 순간, 야신은 질겁하며 펄쩍 뛰었다.
[아...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아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고...! 엄청난 구두쇠를 만났다? 고생문이 훤하다!)
그는 담담히 웃고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이거...노부가 잘못 생각할 게 아닐까?)
하나, 그것은 그이 진심이 아니었다.
그는 결코 담천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그의 그림자는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천기와 야신 흑리풍! 그들은 그렇게 맺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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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다음장에 담천기가 강호에 출도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야신 흑리풍 불쌍하군요.....
십년동안 그 고생해 들어왔는데....
정말 우연히 들어온 담천기때문에 보물을 얻지 못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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