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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야쿠자커넥션1-5

시라누까는 작은 마을이었다.
나가야마는 유우끼찌는 그날은 해변에 있는 창고 옆 그늘에서 노숙했다. 노숙을 하게 되면 해안으로 발길을 돌리는 자신이 우스워 쓴웃음을 지었다.
노숙뿐이 아니었다. 도피행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나가야마는 해안선만을 따라왔다. 산으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태고의 사람들은 우선 해변에 정착했다. 해안선에서 서서히 산간부로 펴져갔다. 해변이 생활하기 쉽기 때문이었을 거다. 바닷가에서는 해초나 고기가 떠밀려 온다. 조개류도 풍부하다. 바다 짐승들도 몰려온다. 해변에 있으면 긂주리는 일은 없다.
그런한 의식이 자기에게도 흐르고 있는 거라고 나가야마는 생각했다. 해안에 연한 국도를 걸으면서 식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밀려오지 않았는지 늘 시선을 물가로 돌렸다.
다음날은 10월 21일이었다.
추위를 느껴 눈을 떴다. 간장으로 볶아서 만든 주먹밥을 먹고, 나가야마는 마을로 향했다.
그날은 하루 종일 일거리를 찾아헤맸다. 직업안정출장소, 관청, 복지센터, 운송회사, 어선 등 일당거리가 있을 만한 곳은 모두 돌아 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일 거리는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고용할 만큼 바쁜 기업은 없었다. 게다가 복장에서부터 호감을 사지 못했다. 다만 한 운송회사가 내일이면 이틀분의 일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일당은 2천 엔인데, 그래도 좋다면 와 보라고 했다.
밤에는 같은 창고 옆에서 노숙을 했다. 추위가 혹심했다. 선잠을 자면서 나가야마는 연신 꿈을 꾸었다. 즐거운 시절의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은 현실ㅇ로 돌아와서는 깨었다.
비와 눈이 담요로 만든 침낭을 적시고 얼리는 꿈이었다. 가슴아픈 꿈이었다.
이 3개월간 나가야마는 자신의 무력함에 기진하는 느낌이었다. 기운도 없고 말재주도 없으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대체 도피행을 시작하기 전의 생활은 자신의 힘으로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누군가가 그늘에서 몰래 자기를 비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도 생각되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 틀림없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가, 사회에 나가서는 관청이 비호에 준 것이다. 자기의 힘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환상이었다. 분명하게 그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무일푼으로 집을 나와도 다음날부터 먹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남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자,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다음날 나가야마는 운송회사로 가 보았다.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이카타슈로 강 상류에서 목재를 실어나르는 트럭의 조수일이었다.
거기서 이틀간 일했다. 중노동이었다.
3일째는 일이 없었다. 나가야마는 4천 엔을 받을 때, 문뜩 굴욕을 느꼈다. 초라한 몸차림을 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하루 2천 엔은 너무 적었다. 그러나 불만을 표정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 일이라도 없으면 내일을 지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수의에게로 향했다.
항생물질이 효험을 보았는지 고로는 상당히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좁은 우리 속에서 나가야마를 보자 가는 목소리로 짖었다.
수의는 이제는 괜찮을 거라며 데리고 갈 것을 요구했다. 나가야마는 1만 엔을 내고 고로를 끌고 나왔다.
그날은 마을을 나와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노숙을 했다. 고로의 열이 다시 오를까봐 겁이 났다. 마을에서 사 갖고 온 힘줄고기를 바닷가에서 피우기 시작한 모닥불에 그을려서 고로에게 주었다. 나가야마도 먹어 보았지만 딱딱해서 목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몇 조각을 삼켰다. 다음날은 10킬로미터 가까이 걸었다.
가도 가도 단조로운 해안선뿐이었다. 지도를 보니 도까쯔의 아쯔나이 근처였다. 사루끼우시를 나와서 80킬로미터 정도 온 셈이었다. 아직 5백 킬로미터 이상의 노정이 남아 있었다.
고로가 기운을 차렸다. 걷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완전히 회복했다고 나가야마는 생각했다. 고로와 나가야마 사이에 있던 거리감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두 눈에 신뢰감이 나타나 있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은 오오쯔까지 걸었다. 국도는 아쯔나이부터 북상해서 오비히로 시를 향하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해안선의 좁은 길을 택했다. 오오쯔에서 그 도로는 굽어져서 내륙부를 우회하고 있었다. 그 근처는 습지대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크고 작은 늪이 점재해 있었다.
저녁이 되어 이름도 없는 늪가에서 야숙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늪에 몇 마리의 물오리가 있었다. 고로는 늪가에 서서 물오리를 보고 있었다. 나가야마도 보고 있었다. 저 물오리를 잡을 수만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절약해도 하루 7백 엔은 들었다. 최소한 그만큼의 에너지를 보급하지 않으면 걸을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의 중노동으로 번 돈은 이제 2천 엔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3일분뿐이다. 물오리를 잡으면 적어도 이틀은 걸을 수 있다.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고로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고 있던 나가야마는 고로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네 다리를 가지런히 하고는 뛰어오르고 있었다. 스톱핑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참 동안 그짓을 계속했다. 말을 걸어 볼까 하고 나가야마는 생각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망설여졌다. 고로의 돌연한 광태가 기분나빴다. 그러다가 고로는 풀 숲을 구르기 시작했다. 우로 좌로 몸을 뒤틀었다. 나다야마는 망연히 보고 있었다. 고로가 무엇을 주워 먹은 줄 알았다. 그것이 독이 있어 죽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고로의 움직임은 차츰 완만해졌다. 사지를 하늘로 뻗히고 떨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몹시 괴로운 듯 반전해서 그 근처를 배를 깔고 기어다니기도 했다.
나가야마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치료할 방법은 없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발을 내디디려고 하던 나가야마는 그 순간 발을 멈췄다. 세 마리의 물오리가 고로의 광태에 얼이 빠져 물가로 다가와 있었다. 목을 길게 빼고 고로를 보고 있었다. 고로는 물오리가 있는 근처의 갈대 사이의 풀 숲에서 곧 죽을 것 같은 시늉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오리는 고로의 죽어가는 모습을 잘 보려고 점점 그쪽으로 다가왔다.
고로는 여전히 뒹굴고 있었다. 물오리는 바로 그 옆에까지 다가왔다. 거리로 따져서 2미터나 될까? 갑자기 고로의 동작이 달라졌다. 몸을 날쌔게 일으켰다. 그리고 일어났다고 생각된 다음 순간에는, 고로는 물오리를 겨냥해서 도약했다.
노을이 질 무렵의 늪에서 소리가 일었다. 세 마리의 물오리가 물을 찬 날개소리였다. 퍼덕퍼덕하는 격한 소리가 났다. 물보라가 솟아 올랐다. 고로가 물에 뛰어든 것이었다. 물방울이 튀었다. 고로가 물오리 한 마리의 날개 끝을 물고 있었다. 물오리는 필사적으로 날개를 치고 비명을 질렀다.
[놓지 마, 고로. 놓으면 안 돼!]
나가야마는 늪가로 달려갔다.
고로는 물오리를 물고 헤엄쳐 나왔다. 물가에 올라와서는 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내고 물오리를 다시 입에 꽉 물었다. 물오리는 간단하게 숨이 끊어졌다.
나가야마는 물오리를 고로한테서 받았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고로는 모닥불 옆에 누워서 자기 몸을 핥기 시작했다. 물오리를 요리하고 살을 꼬챙이에 끼어 그슬리면서, 나가야마는 고로를 보았다.
----굉장한 개를 만났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 개의 전신이라고나 할까, 전력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니 어딘지 보통의 일본 개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늑대 비슷한 체구를 하고 있었다. 일본 개로 꼬리가 쳐진 것을 나가야마는 본 적이 없었다. 눈꼬리가 찢어져 있었다. 몸집도 컸다. 기슈 견이나 시바 견 등의 순종 일본 개가 있다. 아이누 견, 가이 견, 아끼다 견 등도 일본 개이지만 고로는 그 어떤 종류의 개들과도 닮은 데가 없었다. 그렇다고 서양 개의 피가 섞여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일본 개의 잡종에 세퍼드 등의 피가 먼 과거에 섞여 있는지는 몰라도 어떻든간에 지금의 그 재주는 천성일 것이다. 그런 재주는 가르친다고 할 수 있는 이차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주 귀중한 개를 만났다고 나가야마는 혼자서 감탄했다.
_____사냥개였나?
문득 그렇게 생각되었다. 사냥개였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재주를 부릴 수는 없다. 그래도 사냥개라면 보통 개에는 없는 습성이라 할 천부의 자질을 이어받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고로가 사냥개라면, 도쿄 도의 감찰을 단 개가 어째서 북해도를 방황하고 있는지 알 만하다. 북해도는 수렵 해금이 내지보다 45일이나 빠르게 10월 1일부터 시작된다. 매년 많은 사냥꾼이 모여든다. 고로도 그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주인은?
사냥개는 정조관념이 별로 없다. 산중에는 주인과 헤어지면 누구에게나 따라간다고 한다. 그점에 있어 일본 개는 충직하다. 후각도 날카롭다. 일본 개가 주인과 헤어졌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헤어지면 주인의 발 냄새를 더듬어서 대번에 찾아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한 개가 주인을 읺은 것을 보면 주인이 무슨 사고로 죽은 것일까?
그밖에 다른 사정이 있어 헤어졌다면 주인은 이 개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가야마는 고로를 버리지 않은 자기 자신에게 안도감을 느꼈다.
믿음직한 친구였다. 어쩌면 고로에게는 나가야마가 짐이 될는지도 모른다. 물오리가 타는 향긋한 냄새를 맡으면서, 나가야마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고로를 내버려 두고 떠나서 이곳에 이렇게 혼자 노숙하고 있을 것을 상상해 보자, 그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외롭고 쓸쓸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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