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대협(5)
第 五 章 女魔家의 肉體
푹풍일과(暴風一過).
[......!]
[......!]
두 남녀는 침상 위에 나란히 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능풍운.
그는 부끄러움에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차마 뜰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방금 전 선실을 온통 뜨겁게 달구었던 폭풍이 마치 꿈만 같이 느껴졌다.
하나,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아직도 나른한 몸의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쾌락의 흔적이 그것이 사실임을 말해 주었다.
문득,
능풍운은 죄책감과 함께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동정을...... 잃었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소리없이 탄식했다.
하나,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윽고,
능풍운은 조심스레 상체를 일으켰다.
막 몸을 일으키던 능풍운.
[......!]
일순 그는 움찔했다.
그는 보았다.
눈물,
면사 사이, 꼭 감은 흑의여인의 눈꼬리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그것을 본 능풍운은 흑의여인에게 연민지정을 느꼈다.
(그렇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은 바로 이분이다.)
최음제에 중독되어 본의아니게 아들과 같은 자신과 살을 섞어야만 했던 기구한 여인......
그녀는 얼마나 상심했는지 벌거벗은 아랫도리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문에,
능풍운은 본의 아니게 흑의여인의 아랫도리 속삭을 다시 한 번 보고 말았다.
대리석같이 미끈하고 풍만한 허벅지,
그 허벅지는 능풍운과 교합하던 그 자세 그대로 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비소도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무성한 체모로 뒤덮힌 둔덕과 그 아래의 계곡,
그곳에는 능풍운과의 격렬한 교합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물기에 젖어 희디흰 살갗에 달라붙은 보드랍고 검은 체모들,
그 사이로 크고 색이 짙은 여자의 그것이 물기를 머금고 자리하고 있었다.
살짝 입을 벌린 쾌락의 옹달샘에서는 희끄무레한 액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 액체는 흑의여인의 살찐 허벅지의 안쪽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능풍운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 방금전 거푸 세차례나 여인의 자궁에 토해낸 양기의 상징이었다.
자신의 정액이 흘러나오는 흑의여인의 은밀한 그곳을 보자 오그라들었던 능풍운의 일부는 다시 불끈 용을 썼다.
능풍운은 자신의 그런 변화에 내심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내...... 내가 무슨 망상을......!)
그는 스스로 나무라며 급히 허리 위로 올려진 흑의여인의 검은 치마를 끌어내려 그녀의 민망한 아랫도리를 가려주었다.
이어,
그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그는 죄책감 어린 음성으로 사죄했다.
[......!]
그의 말에 흑의여인의 눈물 젖은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지금 그녀는 내심 격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었다.
그것은 능풍운에 대한 처리문제 때문이었다.
(죽여야만 한다. 내 정절이 더럽혀졌다는 사실을 숨기려면......!)
그녀의 가슴 속에는 짙은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하나,
능풍운은 지금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사실 조하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 어떤 처벌을 내리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는 침상 아래에 무릎을 꿇고 침통한 음성으로 말했다.
[으음......!]
그의 그런 모습네 흑의여인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의 가슴 속에 독버섯처럼 피어오르던 살기가 허망하게 사그러들었다.
(부끄럽구나. 나운영(羅雲影)아......!)
그녀는 자신의 순간적인 살심(殺心)에 대해 더할 수 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렇게 순후한 아이를 알량한 내 체면을 세우기 위해 해칠 생각을 하다니...... 하물며 무공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를......!)
그녀는 심한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사실 사죄해야 하는 것은 내쪽이다. 나 때문에 저 아이는 동정을 상실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탄식하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내게 죄를 빌 것 없다. 아이야!]
나운영(羅雲影)이라 자칭한 흑의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힙을 열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그윽한 눈길로 침상아래 무릎을 꿇은 능풍운을 주시했다.
[너는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다. 하물며 어찌 내가 네게 죄를 묻겠느냐?]
[감.....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능풍운은 나운영의 그윽한 눈길을 느끼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절로 붉어졌다.
나운영은 능풍운의 그 모습에 문득 파르르 눈꼬리를 떨었다.
(볼수록 그이를 닯았다.)
그녀는 눈빛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젖어들었다.
(그와 맺어지기만 했으면 내게도 지금쯤 이 아이만한 아들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길게 탄식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때,
[그런데...... 어쩌다 이런 일을 당하셨지요?]
능풍운은 나운영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나운영은 움찔하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모두 내가 부주의한 탓이지!]
그녀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그녀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운영(羅雲影) ----- !
그녀는 남해 어딘가에서 한 가지 보물이 출토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 전설상의 보물은 남해의 한 섬에서 출토될 것이라고 했다.
나운영은 그 섬으로 가기 위해 항주에서 한척의 배를 세내었다.
대해로 나가려먼 큰 배가 필요할 것 같아서 선원들만도 수십 명의 거선(巨船)을 통째로 빌린 것이었다.
그 배가 능풍운이 발견한 난파선이었다.
사실,
그 배는 남해 흑룡선단(黑龍船團)의 해적선이었다.
남해 흑룡선단 측에서는 어떻게 나운영의 본래 신분을 알았는지 그녀를 암습하려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다.
나운영이 그 배를 세내었던 것도 물론 흑룡선단 측의 음모였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드디어 그 자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삼십여 명의 선원들은 흑룡선단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또한,
그 배에는 흑룡선단의 사대고수(四大高手)중 세 명이 타고 있었으니......
----- 음양수재(陰陽秀才)!
----- 흑해쌍교!
바로 그 자들이었다.
그 자들은 독안용황(獨眼龍皇)과 함께 남해를 주름잡는 거물들이었다.
이름하여 남해사천왕(南海四天王) ----- !
흑의여인 나운영의 신분은 아주 대단했다.
그래서 남해사천왕(南海四天王) 중 셋이 한꺼번에 출동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음양수재는 만일을 대비하여 은밀하게 나운영을 강렬한 미혼독으로 중독시켰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들의 말로는 비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음양수재(陰陽秀才)와 흑해쌍교는 물론 삼십 명의 흑룡선단 최강자들이 나운영의 무서운 마검법(魔劍法)아래 불귀객이 되고 만 것이었다.
아무도 그녀의 일검을 받아내지 못했다.
음양수재 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운영이 미혼독에 중독되어 내공이 삼할 밖에는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인 신위라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녀의 내공이 온전한 상태라면 어떠했을지는 가히 짐작도 못할 것이다.
나운영은 그윽한 시선으로 능풍운을 주시하며 말했다.
[나는 너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몸이란다. 설명해 줘도 이해 못할 것이다!]
그녀의 부드러운 눈빛과 접한 능풍운은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 분의 눈길은 어머니의 그것과 같다!)
나운영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능풍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한데,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와 함께,
번쩍!
그녀는 봉목에 무서운 신광을 폭사하며 창밖을 주시했다.
[흥! 제발로 목숨을 바치러 오는구나! 어리석은 놈들!]
[......!]
갑작스런 그녀의 그런 모습에 능풍운은 흠칫하며 창 밖을 바라 보았다.
그런 그의 시야,
남쪽으로부터 한척의 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배의 크기는 오히려 난파선보다 더 컸다.
하나,
그섯은 선폭이 좁고 날렵한 형상으로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배 전체는 온통 칠흑같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 흑선(黑船)의 돛대 위,
한 마리의 황금빛 교룡이 새겨진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본 능풍운은 흠칫 놀랐다.
(저것은..... 혹시 용황선(龍皇船)이 아닐까?)
용황선이란 바로 저 흑해용황의 전용선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해를 통틀어 가장 빠른 배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용황선에는 서역으로부터 수입한 고성능의 홍의포(紅衣砲)까지 십여문이나 장착되어 있었다.
탁월한 해전(海戰) 능력을 지닌 전선(戰船)
그것은 가히 남해 일대의 무적전선(無敵戰船)이라 할 수 있었다.
촤아......
용황선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마리 거대한 상어가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듯한 기세였다.
그 용황선의 선수(船首).
한 명의 장한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구척의 장신.
그 자는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애꾸였는데 구리빛 피부에 일견하기에도 호방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사위를 압도하는 일대 효웅의 풍도.
그 애꾸장한을 본 능풍운은 놀라움에 물든 얼굴로 신음성을 발했다.
[독안용황(獨眼龍皇)......!]
나운영은 그의 중얼거림에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저자가 바로 남해를 주름잡는 해적왕 독안용황(獨眼龍皇)이다!]
그녀는 전혀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없었다.
두려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은은한 조롱의 눈빛을 짓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능풍운은 내심 놀라움과 함께 의아함을 느꼈다.
(이분은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독안용황(獨眼龍皇)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일까?)
그때,
[흥! 가엽구나, 독안용황(獨眼龍皇)! 네놈의 파란만장했던 인생도 오늘로 막을 내려야 하다니......!]
나운영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장검을 집어들었다.
이어,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서며 능풍운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구경하거라. 괜히 밖으로 나왔다가 유시(流矢)에라도 맞으면 안되니까!]
그 사이,
콰아......!
용황선은 질풍같은 기세로 난파선의 삼십여 장 앞으로 다가섰다.
독안용황(獨眼龍皇).
그 자는 눈 앞으로 급격히 다가오는 난파선을 바라보며 외눈을 찡그렸다.
(이상하군! 인기척이 하나도 없으니......!)
비스듬히 기운 채 괴괴한 적막에 싸여있는 난파선.
그것은 마치 유령선과 같이 음산해 보였다.
독안용황은 괜스레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수십 년동안 남해의 격랑을 헤치며 살아온 그 답지 않은 느낌이었다.
문득,
[아무도 없느냐?]
독안용황은 내심의 불안을 없애려는 듯 난파선을 향해 사납게 외쳤다.
그 사이,
난파선과 용황선의 거리는 불과 십여장 정도로 좁혀지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흥! 잘왔다! 미친 해적놈!]
돌연 독안용황의 귓전으로 싸늘한 여인의 일갈이 들려왔다.
동시에,
슥!
난파선의 선실에서 한 명의 여인이 선뜻 몸을 드러냈다.
물론 그녀는 바로 나운영이었다.
그 순간,
[헉!]
나운영을 본 독안용황의 외눈이 찢어질듯 부릅떠졌다.
[죽...... 죽지 않았구나, 마모(魔母)!]
그 자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발하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은 실로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남해를 주름잡는 해적왕 독안용황.
그 자가 나운영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마치 독사를 본듯 기겁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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