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대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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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금요일이라 3장이 연속으로 올라갑니다.
第 三 章 毒皇竹訣
-----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 (葛煌)
무림인들에게 있어 가히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물,
그의 나이는 백 이십세.
천독곡(千毒谷)이란 신비문파의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의 출신내력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혹자는 그가 전설 속의 고금제일독종(古今第一毒宗)인 만독조종(萬毒祖宗)의 진전을 잇지 않았나 추측하기도 했다.
하나, 그것은 단지 추측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한달 내 중원인 모두를 독살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만큼 그의 용독술로 다루지 못하는 독이 없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의 독공(毒功)이었다.
이갑자동안 맹독을 상식(常食)해온 천독노조!
이제 그가 마음만 먹으면 숨결만으로도 십리내의 생명체를 몰살시킬 수도 있었다.
가히 독(毒)의 신(神)이라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
만일 만독노조가 마음만 먹었다면 전무림은 이미 그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나, 다행히 천독노조에게는 그런 야심이 없었다.
또한,
그의 천성이 고독하여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거처인 천독곡(千毒谷)에 칩거하여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삼십 년 내 출곡한 적이 없었다.
한데, 그 무서운 독의 제왕이 이 한적한 어촌에 홀연히 나타난 것이었다.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葛煌)이라 자칭한 마의노인.
그는 아쉬운 눈빛으로 능풍운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정말 아깝구나. 무림칠보(武林七寶)의 출토가 임박하지만 않았어도 한 번 이놈을 물건으로 만들어 보는 것인데......!)
이어,
그는 기광을 빛내며 능풍운에게 말했다.
[네녀석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선물을 주마!]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품을 뒤적뒤적했다.
[여기있군!]
이윽고 천독노조는 품속에서 한장의 죽편을 꺼내들었다.
폭이 두치, 길이 한자 정도의 죽편.
그것은 아주 오래된 물건인듯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옛다! 받아라!]
천독노조는 그 죽편을 거리낌없이 능풍운에게 내밀었다.
[노부의 신물이니 지니고 있다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아무나 붙잡고 보여주거라. 그럼 꽤 도움이 될 것이다!]
[......!]
능풍운은 천독노조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그 죽편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받아든 죽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죽편의 앞면,
꾸부정한 늙은이가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천독노조와 흡사한 느낌을 풍겼다.
하나,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새겨진 것으로 미루어 천독노조 자신의 모습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죽편의 뒷면,
그곳은 여러가지 색의 기묘한 얼룩이 찍혀 있었다.
적(赤), 황(黃), 흑(黑), 자(紫) 등의 색이 뒤엉킨 난해한 얼룩들.
능풍운은 죽편을 살펴보며 내심 고소를 지었다.
(이런 대나무 조각이 무슨 신묘한 능력을 지녔단 말인가?)
하나 그는 이런 내심의 생각을 내색치 않고 천독노조를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감사합니다. 노야!]
[허허! 고맙기는...... 인연이 다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천독노조는 곰방대를 뱃전에 대고 탁탁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능풍운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능풍운은 천독노조의 등 뒤에 대고 다시 한 번 포권을 했다.
하나,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광세의 기연을 만났다는 것을......!
----- 독황죽결(毒皇竹訣)!
천독노조가 능풍운에게 준 보잘것 없는 대나무 조각의 이름.
그것은 천독노조의 신물(信物)이었다.
천독노조는 젊은 시절 우연히 어느 산동(山洞)에서 그것을 얻게 되었다.
독황죽결(毒皇竹訣)에는 신묘한 용독심결(用毒心訣)이 숨겨져 있었다.
천독노조는 그 비밀을 풀어내어 우내제일독종(宇內第一毒宗)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무림에 전해지는 그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라지는 천독노조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능풍운.
문득 그는 수평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쯔읏, 벌써 해가 돋기 시작하는군!]
그는 나직히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천랑마검과 천독노조를 상대하다 보니 벌써 수평선 끝으로 불그스레한 불덩이가 치솟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하겠어요, 햇님!]
문득, 능풍운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습관적으로 두 손을 합장했다.
스으...... 스으......
점점 강렬해지며 눈부신 광휘를 뿌리기 시작하는 아침 햇살.
그 찬란한 빛이 바다를 향해 우뚝 선 능풍운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X X X
능풍운. 그는 뱃전에 우뚝 선 채 먼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무엇을 발견한 듯 검미를 모았다.
[난파선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시간은 막 오시(午時)를 지나고 있었다.,
지금 능풍운은 해복진에서 남동쪽으로 오십여리 떨어진 해상에 나와 있었다.
한데,
막 그물을 내리려던 시야로 수평선 저쪽에 하나의 점이 들어온 것이었다.
능풍운은 호기심이 일었다.
(가볼까?}
그는 주위에 빠르게 그물을 쳤다.
이어 그는 수평선을 향해 배를 저어가기 시작했다.
건강한 갈색피부에 탄탄한 근육.
능풍운은 다 큰 어른에 못지않은 훌륭항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촤아......!
그가 노를 저을 때마다 주위의 물살이 세찬 격랑을 일으키며 좌우로 갈라졌다.
능풍운을 태운 배는 경쾌하게 파도를 가로지르며 전진해 나갔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곧 작은 점으로 보이던 물체가 뚜렷하게 능풍운의 시야에 들어왔다.
(역시 난파선이었군!}
능풍운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면에 보이는 물체, 그것은 한척의 배였다.
길이 이십여장, 높이 삼 장의 거선(巨船).
그것은 날렵한 모습으로 이층 누각까지 세워져 있었다.
실로 호화롭고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
하나 지금 그 화려한 거선의 한쪽은 몹시 기울어져 있었다.
아마 선체 어딘가가 꺼져 바닷물이 스며들어 침수된 듯했다.
촤-----아...... !
거선의 지척까지 접근한 능풍운, 그는 거선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하나, 거선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들려오지 않았다.
적막. 괴괴한 적막만이 거대한 거선을 휘감고 있을 뿐이었다.
능풍운은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올라가 보자!)
이어,
그는 거선의 뱃전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거선의 선체 위로 올라갔다.
한데,
[헉......!]
막 갑판위로 올라선 능풍운.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신음성을 발했다.
그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배 밑으로 거꾸로 떨어질뻔 했다.
[끔...... 끔찍하구나!]
능풍운은 신음성을 발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역겨운 피비린내에 구토가 치밀어 오른 것이었다.
아! 보라.
갑판위에는 온통 흥건한 피와 시체들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일견하기에도 이삼십 구는 족히 되어 보일 듯한 끔찍한 형상의 시체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진저리가 쳐질 정도였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자, 목이 부러진자,
허리가 끊어져 옆구리로 내장과 피를 꾸역꾸역 쏟고 있는 자.....
실로 그것은 목불인견의 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수없이 널려 있는 시체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시체들을 모두 누군가의 일격에 학살당했다는 것이었다.
능풍운은 눈 앞에 펼쳐진 지옥도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무섭구나. 인간이 어찌 이토록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의 발치 아래 하나의 동패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그 동패를 집어들었다.
피에 흠뻑 젖어있은 동패,
그것의 전면에는 정교한 교룡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교룡 문양을 본 능풍운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흑룡군도(黑龍群島)의 표기가 아닌가?)
------ 흑룡군도(黑龍群島)!
남해 일대를 횡행하는 해적단의 본거지.
흑룡선단(黑龍船團)이라 불리우는 흑룡군도(黑龍群島)의 해적무리들의 위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바다에서는 그들을 당할 세력이 전무했다.
황실의 힘조차 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 흑룡군도의 지배자는 독안용황(獨眼龍皇)이라는 인물이었다.
무공에 있어 가히 발군의 능력을 지닌 인물.
특히, 수중공부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자였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다고 한다.
독안용황(獨眼龍皇) 휘하의 흑룡선단(黑龍船團)은 먼 바다를 활동무대로 삼았다.
따라서, 그들이 육지에 가까운 이곳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능풍운도 흑룡선단의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흑룡군도의 표기가 이 난파선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가?
능풍운은 다른 시체에서도 몇개의 흑룡패를 더 찾아냈다.
(역시 이 배는 흑룡군도 소속의 전선(戰船)임에 틀림없다!)
능풍운은 시체사이에서 발견된 흑룡패를 살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몰살시켰단 말인가? 바다에서는 무적(無敵)이라 불리던 이자들인데......)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선실의 입구로 들어섰다.
한데,
[......!]
부서진 선실 문으로 들어서던 능풍운. 그는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여자!)
그는 경이의 눈을 빛내며 선실 안을 주시했다.
널찍하고 호화로운 선실.
그곳 역시 마치 폭풍이 스쳐 지나간듯 온통 난장판이었다.
한데, 그 선실 안에서 능풍운은 처음으로 생존자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선실의 끝, 하나의 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
[......!]
한 명의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나이는 얼마나 된 것일까?
여인은 두터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나이는 물론 용모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하나,
의복의 겉으로 드러난 몸매로 미루어 그녀가 중년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여인은 일신에 칠흑같이 새카만 흑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 검은 흑의(黑衣) 때문에 소매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양손은 눈부시게 희어 보였다.
여인은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의 무릎 위, 한 자루의 장검이 올려져 있었다.
피를 머금은 섬뜩한 검신(劍身)의 장검(長劍).
그것을 본 순간 능풍운은 단번에 짐작이 갔다.
(저 여자가 이 배의 선원을 몰살시킨 장본인이구나!)
그는 해연히 놀란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능풍운이 아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능풍운은 여자가 살인을 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놀라움과 충격을 억누르며 이윽고 선실의 주위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선실 내, 흑의여인 외에도 세 명의 사내가 더 있었다.
하나, 그 세 사내들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비범하고 뛰어난 재질을 지닌 듯 보이는 인물들.
능풍운의 발치 아래, 한 명의 서생이 쓰러져 있었다.
하얀 얼굴에 단정한 용모를 지닌 인물,
하나, 어딘가 모르게 사악한 인상을 풍기는 자였다.
한눈에 그 자는 심기가 깊은 모사꾼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두 눈을 한껏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치명상은 그 자의 목에 나 있었다.
그 자의 목은 절반 넘게 베어져나가 건들거리고 있었다.
아마 그 자는 흑의여인의 일검을 미처 피해내지 못한 듯했다.
서생의 오른손, 한 자루의 부채가 꽉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 서생의 무기인 듯했다.
부채살이 투명한 벽옥으로 만들어지 부채.
그것은 일견하기에도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능풍운은 그 부채에 시선이 미치자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서생의 손에서 부채를 빼내어 펼쳐 보았다.
순간,
[......!]
그의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물들었다.
음양선(陰陽扇).
부채의 앞에는 그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 아홉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데,
그 그림이란 것이 실로 낯 뜨거운 것이었으니......
아!
그것은 보기에도 민망하게 남녀가 각각 다른 체위로 서로 뒤엉켜있는 그림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 그림은 더할 수 없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림 속에서 교합하고 있는 남녀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해 보일 뿐만 아니라 여인의 비소에 사내의 흉측한 일부가 끼워져 있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 요사하고 망측한 그림에 능풍운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못 볼 것을 보았군!)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급히 부채를 접었다.
그의 가슴음 심하게 쿵쾅거렸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그림에 정신마저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능풍운은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나 다음 순간, 그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눈을 감은 그의 뇌리로 음양선(陰陽扇)에 그려진 아홉폭의 그림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비단 떠오른 정도가 아니었다.
환희음양법(歡喜陰陽法).
그림과 함께 쓰여진 제목까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기?
능풍운은 당혹함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다음 순간,
[에잇!]
파앗!
능풍운은 화가 치밀어 쥐고있던 음양선(陰陽扇)을 선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다소 화가 풀렸다.
이어,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시선을 침상 위의 여인에게로 돌렸다.
(이 여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게지?)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무공에 문외한인 능풍운.
그로서는 흑의여인이 지금 운공요상 중임을 알 리 만무했던 것이다.
문득,
[어디 편찮으십니까?]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흑의여인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바로 그때,
번-----쩍!
굳게 감겼던 흑의여인의 눈이 면사 사이로 치떠지며 무서운 섬광이 작렬했다.
순간,
(헉!)
능풍운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숨을 죽였다.
찰나, 스악!
그는 마치 환상처럼 흑의여인의 손이 무릎 위의 장검을 쥐고 자신을 향해 그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흑의여인의 손짓이 마치 느린 동작처럼 선명해 보였다.
하나,
분명 눈으로는 보고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피해야할지 생각할 수 조하 없었다.
흑의여인의 느린 듯한 그 일검은 능풍운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제압하며 다가드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쩌-----엉!
날카로운 소성이 일어나며 장검의 검신이 쭉 늘어나 일장 길이가 되었다.
아니, 그렇게 늘어난듯 보였다.
장검의 검신에서는 거의 고형화된 검기의 덩어리가 폭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검신이 일장 길이로 늘어난듯 보였을 뿐이었다.
----- 의형검강!
그렇다! 그 찬연한 검기의 덩어리는 바로 검강이었다.
그것에 베이면 만년한철의 벽이라도 마치 종이짝처럼 찢어지고 말 것이다.
하물며, 무공이라고는 모르는 능풍운이 아닌가?
그의 목은 그대로 흑의여인의 일검에 두동강나버릴 것이다.
절대절명! 바로 그때였다.
[너는......!]
갑자기 흑의여인이 두 눈을 부릅뜨며 면사 속에서 날카로운 일갈을 터뜨렸다.
그녀는 운공중 누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장검을 들어 후려쳤다.
한데,
자신의 의형검강이 막 상대의 목을 치려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상대의 얼굴을 본 것이었다.
능풍운의 얼굴을 보는 순간 흑의여인은 아연실색했다.
상대가 무공을 전혀 모르는 소년이라는 사실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능풍운의 모습.
그것은 흑의여인의 뇌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한 명의 기인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안......돼!)
그녀는 내심 부르짖으며 사력을 다해 내쳤던 내공을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츠읏!
흑의여인의 검신에서 뻗혀나왔던 유백색 검강이 그대로 눈녹듯이 사그러들었다.
직후,
쩡......텅!
장검은 흑의여인의 손을 빠져나와 그대로 한쪽 나무의 벽에 꽂혀버렸다.
그것은 손잡이만 남기고 나무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그와 함께,
[크윽......!]
흑의여인의 입에서 문득 숨넘어 가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쿵!
그녀의 교구는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第 三 章 毒皇竹訣
-----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 (葛煌)
무림인들에게 있어 가히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물,
그의 나이는 백 이십세.
천독곡(千毒谷)이란 신비문파의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의 출신내력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혹자는 그가 전설 속의 고금제일독종(古今第一毒宗)인 만독조종(萬毒祖宗)의 진전을 잇지 않았나 추측하기도 했다.
하나, 그것은 단지 추측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한달 내 중원인 모두를 독살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만큼 그의 용독술로 다루지 못하는 독이 없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의 독공(毒功)이었다.
이갑자동안 맹독을 상식(常食)해온 천독노조!
이제 그가 마음만 먹으면 숨결만으로도 십리내의 생명체를 몰살시킬 수도 있었다.
가히 독(毒)의 신(神)이라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
만일 만독노조가 마음만 먹었다면 전무림은 이미 그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나, 다행히 천독노조에게는 그런 야심이 없었다.
또한,
그의 천성이 고독하여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거처인 천독곡(千毒谷)에 칩거하여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삼십 년 내 출곡한 적이 없었다.
한데, 그 무서운 독의 제왕이 이 한적한 어촌에 홀연히 나타난 것이었다.
천독노조(千毒老祖) 갈황(葛煌)이라 자칭한 마의노인.
그는 아쉬운 눈빛으로 능풍운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정말 아깝구나. 무림칠보(武林七寶)의 출토가 임박하지만 않았어도 한 번 이놈을 물건으로 만들어 보는 것인데......!)
이어,
그는 기광을 빛내며 능풍운에게 말했다.
[네녀석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선물을 주마!]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품을 뒤적뒤적했다.
[여기있군!]
이윽고 천독노조는 품속에서 한장의 죽편을 꺼내들었다.
폭이 두치, 길이 한자 정도의 죽편.
그것은 아주 오래된 물건인듯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옛다! 받아라!]
천독노조는 그 죽편을 거리낌없이 능풍운에게 내밀었다.
[노부의 신물이니 지니고 있다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아무나 붙잡고 보여주거라. 그럼 꽤 도움이 될 것이다!]
[......!]
능풍운은 천독노조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그 죽편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받아든 죽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죽편의 앞면,
꾸부정한 늙은이가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천독노조와 흡사한 느낌을 풍겼다.
하나,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새겨진 것으로 미루어 천독노조 자신의 모습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죽편의 뒷면,
그곳은 여러가지 색의 기묘한 얼룩이 찍혀 있었다.
적(赤), 황(黃), 흑(黑), 자(紫) 등의 색이 뒤엉킨 난해한 얼룩들.
능풍운은 죽편을 살펴보며 내심 고소를 지었다.
(이런 대나무 조각이 무슨 신묘한 능력을 지녔단 말인가?)
하나 그는 이런 내심의 생각을 내색치 않고 천독노조를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감사합니다. 노야!]
[허허! 고맙기는...... 인연이 다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천독노조는 곰방대를 뱃전에 대고 탁탁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능풍운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능풍운은 천독노조의 등 뒤에 대고 다시 한 번 포권을 했다.
하나,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광세의 기연을 만났다는 것을......!
----- 독황죽결(毒皇竹訣)!
천독노조가 능풍운에게 준 보잘것 없는 대나무 조각의 이름.
그것은 천독노조의 신물(信物)이었다.
천독노조는 젊은 시절 우연히 어느 산동(山洞)에서 그것을 얻게 되었다.
독황죽결(毒皇竹訣)에는 신묘한 용독심결(用毒心訣)이 숨겨져 있었다.
천독노조는 그 비밀을 풀어내어 우내제일독종(宇內第一毒宗)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무림에 전해지는 그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라지는 천독노조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능풍운.
문득 그는 수평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쯔읏, 벌써 해가 돋기 시작하는군!]
그는 나직히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천랑마검과 천독노조를 상대하다 보니 벌써 수평선 끝으로 불그스레한 불덩이가 치솟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하겠어요, 햇님!]
문득, 능풍운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습관적으로 두 손을 합장했다.
스으...... 스으......
점점 강렬해지며 눈부신 광휘를 뿌리기 시작하는 아침 햇살.
그 찬란한 빛이 바다를 향해 우뚝 선 능풍운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X X X
능풍운. 그는 뱃전에 우뚝 선 채 먼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무엇을 발견한 듯 검미를 모았다.
[난파선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시간은 막 오시(午時)를 지나고 있었다.,
지금 능풍운은 해복진에서 남동쪽으로 오십여리 떨어진 해상에 나와 있었다.
한데,
막 그물을 내리려던 시야로 수평선 저쪽에 하나의 점이 들어온 것이었다.
능풍운은 호기심이 일었다.
(가볼까?}
그는 주위에 빠르게 그물을 쳤다.
이어 그는 수평선을 향해 배를 저어가기 시작했다.
건강한 갈색피부에 탄탄한 근육.
능풍운은 다 큰 어른에 못지않은 훌륭항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촤아......!
그가 노를 저을 때마다 주위의 물살이 세찬 격랑을 일으키며 좌우로 갈라졌다.
능풍운을 태운 배는 경쾌하게 파도를 가로지르며 전진해 나갔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곧 작은 점으로 보이던 물체가 뚜렷하게 능풍운의 시야에 들어왔다.
(역시 난파선이었군!}
능풍운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면에 보이는 물체, 그것은 한척의 배였다.
길이 이십여장, 높이 삼 장의 거선(巨船).
그것은 날렵한 모습으로 이층 누각까지 세워져 있었다.
실로 호화롭고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모습,
하나 지금 그 화려한 거선의 한쪽은 몹시 기울어져 있었다.
아마 선체 어딘가가 꺼져 바닷물이 스며들어 침수된 듯했다.
촤-----아...... !
거선의 지척까지 접근한 능풍운, 그는 거선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하나, 거선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들려오지 않았다.
적막. 괴괴한 적막만이 거대한 거선을 휘감고 있을 뿐이었다.
능풍운은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올라가 보자!)
이어,
그는 거선의 뱃전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거선의 선체 위로 올라갔다.
한데,
[헉......!]
막 갑판위로 올라선 능풍운.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신음성을 발했다.
그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배 밑으로 거꾸로 떨어질뻔 했다.
[끔...... 끔찍하구나!]
능풍운은 신음성을 발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역겨운 피비린내에 구토가 치밀어 오른 것이었다.
아! 보라.
갑판위에는 온통 흥건한 피와 시체들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일견하기에도 이삼십 구는 족히 되어 보일 듯한 끔찍한 형상의 시체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진저리가 쳐질 정도였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자, 목이 부러진자,
허리가 끊어져 옆구리로 내장과 피를 꾸역꾸역 쏟고 있는 자.....
실로 그것은 목불인견의 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수없이 널려 있는 시체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시체들을 모두 누군가의 일격에 학살당했다는 것이었다.
능풍운은 눈 앞에 펼쳐진 지옥도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무섭구나. 인간이 어찌 이토록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의 발치 아래 하나의 동패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그 동패를 집어들었다.
피에 흠뻑 젖어있은 동패,
그것의 전면에는 정교한 교룡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교룡 문양을 본 능풍운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흑룡군도(黑龍群島)의 표기가 아닌가?)
------ 흑룡군도(黑龍群島)!
남해 일대를 횡행하는 해적단의 본거지.
흑룡선단(黑龍船團)이라 불리우는 흑룡군도(黑龍群島)의 해적무리들의 위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바다에서는 그들을 당할 세력이 전무했다.
황실의 힘조차 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 흑룡군도의 지배자는 독안용황(獨眼龍皇)이라는 인물이었다.
무공에 있어 가히 발군의 능력을 지닌 인물.
특히, 수중공부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자였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다고 한다.
독안용황(獨眼龍皇) 휘하의 흑룡선단(黑龍船團)은 먼 바다를 활동무대로 삼았다.
따라서, 그들이 육지에 가까운 이곳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능풍운도 흑룡선단의 이름만 들었을 뿐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흑룡군도의 표기가 이 난파선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가?
능풍운은 다른 시체에서도 몇개의 흑룡패를 더 찾아냈다.
(역시 이 배는 흑룡군도 소속의 전선(戰船)임에 틀림없다!)
능풍운은 시체사이에서 발견된 흑룡패를 살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몰살시켰단 말인가? 바다에서는 무적(無敵)이라 불리던 이자들인데......)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선실의 입구로 들어섰다.
한데,
[......!]
부서진 선실 문으로 들어서던 능풍운. 그는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여자!)
그는 경이의 눈을 빛내며 선실 안을 주시했다.
널찍하고 호화로운 선실.
그곳 역시 마치 폭풍이 스쳐 지나간듯 온통 난장판이었다.
한데, 그 선실 안에서 능풍운은 처음으로 생존자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선실의 끝, 하나의 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
[......!]
한 명의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나이는 얼마나 된 것일까?
여인은 두터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나이는 물론 용모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하나,
의복의 겉으로 드러난 몸매로 미루어 그녀가 중년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여인은 일신에 칠흑같이 새카만 흑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 검은 흑의(黑衣) 때문에 소매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양손은 눈부시게 희어 보였다.
여인은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의 무릎 위, 한 자루의 장검이 올려져 있었다.
피를 머금은 섬뜩한 검신(劍身)의 장검(長劍).
그것을 본 순간 능풍운은 단번에 짐작이 갔다.
(저 여자가 이 배의 선원을 몰살시킨 장본인이구나!)
그는 해연히 놀란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능풍운이 아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능풍운은 여자가 살인을 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놀라움과 충격을 억누르며 이윽고 선실의 주위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선실 내, 흑의여인 외에도 세 명의 사내가 더 있었다.
하나, 그 세 사내들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비범하고 뛰어난 재질을 지닌 듯 보이는 인물들.
능풍운의 발치 아래, 한 명의 서생이 쓰러져 있었다.
하얀 얼굴에 단정한 용모를 지닌 인물,
하나, 어딘가 모르게 사악한 인상을 풍기는 자였다.
한눈에 그 자는 심기가 깊은 모사꾼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두 눈을 한껏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치명상은 그 자의 목에 나 있었다.
그 자의 목은 절반 넘게 베어져나가 건들거리고 있었다.
아마 그 자는 흑의여인의 일검을 미처 피해내지 못한 듯했다.
서생의 오른손, 한 자루의 부채가 꽉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 서생의 무기인 듯했다.
부채살이 투명한 벽옥으로 만들어지 부채.
그것은 일견하기에도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능풍운은 그 부채에 시선이 미치자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서생의 손에서 부채를 빼내어 펼쳐 보았다.
순간,
[......!]
그의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물들었다.
음양선(陰陽扇).
부채의 앞에는 그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쪽, 아홉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데,
그 그림이란 것이 실로 낯 뜨거운 것이었으니......
아!
그것은 보기에도 민망하게 남녀가 각각 다른 체위로 서로 뒤엉켜있는 그림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 그림은 더할 수 없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림 속에서 교합하고 있는 남녀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해 보일 뿐만 아니라 여인의 비소에 사내의 흉측한 일부가 끼워져 있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 요사하고 망측한 그림에 능풍운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못 볼 것을 보았군!)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급히 부채를 접었다.
그의 가슴음 심하게 쿵쾅거렸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그림에 정신마저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능풍운은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나 다음 순간, 그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눈을 감은 그의 뇌리로 음양선(陰陽扇)에 그려진 아홉폭의 그림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비단 떠오른 정도가 아니었다.
환희음양법(歡喜陰陽法).
그림과 함께 쓰여진 제목까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기?
능풍운은 당혹함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다음 순간,
[에잇!]
파앗!
능풍운은 화가 치밀어 쥐고있던 음양선(陰陽扇)을 선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다소 화가 풀렸다.
이어,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시선을 침상 위의 여인에게로 돌렸다.
(이 여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게지?)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무공에 문외한인 능풍운.
그로서는 흑의여인이 지금 운공요상 중임을 알 리 만무했던 것이다.
문득,
[어디 편찮으십니까?]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흑의여인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바로 그때,
번-----쩍!
굳게 감겼던 흑의여인의 눈이 면사 사이로 치떠지며 무서운 섬광이 작렬했다.
순간,
(헉!)
능풍운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숨을 죽였다.
찰나, 스악!
그는 마치 환상처럼 흑의여인의 손이 무릎 위의 장검을 쥐고 자신을 향해 그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흑의여인의 손짓이 마치 느린 동작처럼 선명해 보였다.
하나,
분명 눈으로는 보고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피해야할지 생각할 수 조하 없었다.
흑의여인의 느린 듯한 그 일검은 능풍운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제압하며 다가드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쩌-----엉!
날카로운 소성이 일어나며 장검의 검신이 쭉 늘어나 일장 길이가 되었다.
아니, 그렇게 늘어난듯 보였다.
장검의 검신에서는 거의 고형화된 검기의 덩어리가 폭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검신이 일장 길이로 늘어난듯 보였을 뿐이었다.
----- 의형검강!
그렇다! 그 찬연한 검기의 덩어리는 바로 검강이었다.
그것에 베이면 만년한철의 벽이라도 마치 종이짝처럼 찢어지고 말 것이다.
하물며, 무공이라고는 모르는 능풍운이 아닌가?
그의 목은 그대로 흑의여인의 일검에 두동강나버릴 것이다.
절대절명! 바로 그때였다.
[너는......!]
갑자기 흑의여인이 두 눈을 부릅뜨며 면사 속에서 날카로운 일갈을 터뜨렸다.
그녀는 운공중 누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장검을 들어 후려쳤다.
한데,
자신의 의형검강이 막 상대의 목을 치려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상대의 얼굴을 본 것이었다.
능풍운의 얼굴을 보는 순간 흑의여인은 아연실색했다.
상대가 무공을 전혀 모르는 소년이라는 사실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능풍운의 모습.
그것은 흑의여인의 뇌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한 명의 기인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안......돼!)
그녀는 내심 부르짖으며 사력을 다해 내쳤던 내공을 거두어 들였다.
그러자,
츠읏!
흑의여인의 검신에서 뻗혀나왔던 유백색 검강이 그대로 눈녹듯이 사그러들었다.
직후,
쩡......텅!
장검은 흑의여인의 손을 빠져나와 그대로 한쪽 나무의 벽에 꽂혀버렸다.
그것은 손잡이만 남기고 나무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그와 함께,
[크윽......!]
흑의여인의 입에서 문득 숨넘어 가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쿵!
그녀의 교구는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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