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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야쿠자커넥션1-3

바다에서 돌아온 나가야마 유우끼찌는 해안에 있는 오두막집의 판자문을 열었다.
작고 어두운 집이었다. 다섯 평 남짓했다. 원래는 어구를 넣어 두는 곳이었는데 나가야마가 살게 되면서부터 마루를 놓았다. 반쯤 썩어 있었다. 겨울 바람이 판자로 둘러싼 벽 틈으로 들어올라치며 마음이 슬퍼지곤 했다.
판자문을 연 나가야마는 어두운 내부를 응시했다. 마루 구석에 검은 물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틈새에서 새어 들어오는 엷은 빛이 그것을 줄무늬 모양으로 가르고 있었다.
[야, 고로. 어때? 기운 좀 차렸어?]
나가야마가 말을 걸었다.
검은 물체가 움직였다. 일어서서 나가야마를 맞았다. 꼬리가 움직였다. 나가야마는 창문을 열었다.
개의 눈은 나가야마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꼬리가 찢어진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개의 눈동자는 다갈색이다. 그러나 이 개의 눈은 파랗게 보였다. 눈동자는 다갈색이었으나 그 주변은 엷은 물색처럼 보였다. 그만큼 날카로운 눈초리였다. 나가야마는 고로의 머리를 만져 주고 나서는 배에서 얻어 온 생선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개에겐 목걸이가 있었다. 목걸이에 고로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이 개의 이름이겠거니 생각했다. 고로라고 불러 보자 살짝 꼬리를 흔들었다.
고로와 나가야마가 만난 것은 사흘 전인 10월 12일이었다. 그날 저녁에 한 마리의 개가 해변에 나타났다. 그때 나가야마는 된장국에 넣을 해초를 주우려고 바다에 나왔었다. 황막한 해변이었다. 아쯔게시 만의 반도 바깥쪽에 있는 사루끼우시라고 하는 작은 마을 이다. 태평양에 휩쓸려 들어간 것 같이 보였다. 길다운 길도 없다. 그 개는 깡마르고 지쳐 있었다. 비틀거리면서, 그래도 한발한발 천천히 모래를 밝으면서 물가로 왔다. 가까이에 서 있는 나가야마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바닷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바닷물을 마시고는 되돌아섰다. 그러나 체력이 쇠진한 모양이었다. 물가의 딱딱한 모래 위로 엉덩이가 떨어졌다. 몇 번이나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 개는 체념한 듯 옆으로 눕고는 눈을 감았다. 늑골이 튀어나온 배가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옆으로 다가섰다. 개는 파랗게 보이는 두 눈으로 나가야마를 올려다 보았다. 구원을 애걸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무척 맑은 눈이었다. 운명이 다한 것을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나가야마는 한참 동안 개를 보았다. 문뜩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아주 늙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보기에 3,4세쯤 되어 보였다. 개의 3,4세는 인간의 30,40세에 해당된다. 장년에 막 들어선 나이다.
나가야마는 자신의 일을 생각했다. 이 개보다는 더 나이를 먹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38세이었다. 영락했다는 것은 걸맞지 않는 표현이다. 사정이 있어 도쿄를 떠난 것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유랑하다가 흘러 흘러 이곳까지 온 것이 석 달 전의 일이었다.
개의 목걸이에는 감찰이 있었다. 그 감찰에는 도쿄 도 메구로 구라고 씌여져 있었다. 왜 도쿄의 개가 이 멀리 떨어진 구석진 지방의 해변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개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나가야마는 애처로왔다. 동병상련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가야마는 개를 꺼안아 올렸다. 개는 이빨을 드러냈지만 대들지는 않았다. 마치 풍선처럼 가벼웠다. 그 가벼운 몸이 뜨거웠다.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오두막으로 데려와서 죽을 끓여 주었다. 개는 조금 핥았다.
고로는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가야마는 게를 잡는 어선에 고용돼 있었다. 고용됐다고는 하지만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오두막집을 빌이고 먹을 것을 받는 것뿐이었다. 게잡이는 7월부터 10월까지가 어기였다. 자망을 사용했다. 새벽 1시나 2시에 출항해서 아침 9시경에 귀항하곤 했다.
다음날 오두막에 돌아와 보니 고로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있었다. 놓고 간 생선 죽은 깨끗이 먹어치운 것이었다.
그날, 나가야마는 오두막의 판자 밑을 잘라서 헝겊으로 된 커튼을 달았다. 고로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기운이 되살아나면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다. 누구에게나 목적지는 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최종의 목적지를 향해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러나 고로는 떠나가지 않았다. 사흘째가 되자 잠깐 동안 뛰어다닐 정도로까지 회복되어 있었다. 어선에서 돌아와 밥을 주고 바닷가로 산책을 하러 데리고 나갔다. 들떠서 까불지는 않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나가야마의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때로는 나가야마가 달리면 같이 뛰었다. 나가야마의 가슴에 하나의 불빛이 켜졌다. 어둡고 갇혀 있던 마음에 희미하게 따스한 불빛이 켜지고, 몸속으로 그 따스함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게를 잡는 어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이 끝나면 가자미잡이가 시작된다. 11월부터는 명태잡이도 시작된다고 들었다. 둘 다 연안 3해리에서 12해리 근처까지 출어한다. 지금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11월에 들어 황천이 계속되는 북해에서의 조업에 몸이 견딜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조금만 바다가 거칠어지면 배멀미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5톤 정도의 어선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그렇게 되면 나가야마는 배의 한편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엎으로 누웠다. 고용주는 별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됐다는 표정으로 나가야마를 보곤 했다.
바다에서 할 수 없던 몫까지, 나가야마는 어항에 돌아와서 했다. 배의 청소나 그밖의 자질구레한 일이었다. 자기가 부탁해서 임금도 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나가야마는 스스로도 임금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때로는 자기가 어부들에게 거치적거리는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두막에서 기거하며 식량까지 얻어먹으면서 산다는 게 몸을 배어내듯이 괴롭게 느껴졌다. 이 변경의 마을을 떠날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때에 만난 고로였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나가야마는 고로의 처지를 상상했다. 북해도의 개가 도쿄의 목걸이를 차고 있을 리가 없다. 고로는 어떤 사정 때문에 주인과 함께 북해도에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버림을 받았거나 서로 길이 엇갈렸을 것이다. 아마도 길이 엇갈렸을 게다. 버릴 생각이었다면 신원을 알 수 있는 목걸이는 벗겼을 것이다.
어디서 엇갈렸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곳은 아닐 거다. 더 먼 곳인 시레도꼬, 아바시리 아니면 몬베쯔 근처일 거라고 생각했다.
동물에게는 귀소본능이 있다. 개는 특히 그것이 강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눈을 가리고 일부러 삥 돌아서 먼 곳으로 운반되어도, 개는 2,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다음에 자기 집이 있는 방향을 알아낸다. 그 다음에는 본능이 이끌리는 대로 길을 떠난다.
고로의 수척한 정도로 보면 고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곳 아쯔게시의 한촌까지 오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거의 먹지도 못하고 필사적으로 남쪽을 향하여 내려왔을 것이다.
고로는 도쿄를 향하고 있었을 거라고 나가야마는 생각했다.
격렬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과 비교해 보았다.
돌아갈 집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세다가야 구의 변두리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집이 있다.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집을 떠나기 두 달 전까지 나가야마는 통산성(우라나라의 상공부)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분 청의 과장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나가야마는 집을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신변에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인생으로부터의 도피였다. 몸을 숨길 변경의 땅을 찾아서 이 아쯔게시의 한촌에 온 것이었다.
고로와는 정반대였다. 고로에게도 돌아갈 고향은 있다. 하지만 고로가 혼자의 힘으로 도쿄까지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바다를 건너갈 방도가 없다. 설형 건널 수 있다 하더라도 하꼬다데까지 고로가 갈 수 있을까? 고로는 본능적으로 고향을 운연만리의 저편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앞길에 난관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도...... 그런데도 고로는 길을 나섰다.
자기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도쿄로 돌아가야만 하는 게 아닐까? 난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자신과 죽음을 걸고 난관에 맞서고 있는 고로와의 기력의 차이를 나가야마는 생각했다. 도쿄에 돌아가면 사고를 위장해서 밀살될 우려가 크다. 그러나 방황을 계속해도 타향에서 거리귀신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생활이 과연 인간다운 것일까?
고로가 일어서서 판자의 개구멍바지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얼마 있다가 나가야마는 고로를 부르려고 밖으로 나왔다. 식사 준비가 끝난 것이다. 고로는 흰 파도가 부서지는 물가에 엉덩이를 내리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그 옆에 섰다. 고로는 입을 다문 채, 바다를 보고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는 그 눈에 바다가 비춰져 있었다. 바다 저 끝에 신청옹이 날고 있었다.
나가야마는 그 옆에 앉았다.
어두운 바다였다. 계절이 겨울을 향해 줄달음치면 바다는 검어진다. 하늘이 낮아지고 쥐색이 짙어진다.
파도소리가 들렸다. 희미한 포효가 되어 전해졌다. 그것을 들으면서 나가야마는 팔짱을 꼈다. 문뜩 바닷물 냄새가 났다. 그것은 자기의 옷에서 나는 냄새였다. 습기를 머금어서 무거웠다. 생선과 기계 기름과 바닷물이 뒤섞인 복잡한 냄새였다. 옷깃에 닿은 살갗이 고수감에 떨듯이 차가왔다.
[고로.]
나가야마는 말을 걸었다.
[함께 도쿄로 돌아가 볼까?]
고로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고로는 말을 걸자 살짝 꼬리를 움직였다. 시선은 바다로 향한 채였다. 나가야마는 고로가 본능적으로 이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고향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가야마는 무일푼에 가까왔다. 이 한촌에 왔을 때에는 도망 자금은 거의 다 쓰고 난 후였다. 고로를 데리고 여기를 떠난다고 해도 버스 등의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은 바랄 수가 없었다. 그날의 양식을 벌면서 노숙을 거듭해서 하꼬다데까지 걸어갈 수 밖에 없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구시로, 하다까, 도마고마끼, 무로란으로 해서 6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야만 한다.
틀림없이 고난의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가야마는 도전해 보리라 생각했다.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몰라도 고로조차 고향을 찾아 이 한촌까지 남하해 오지 않았는가? 자기가 이곳에 머문다면 고로 혼자 체력을 회복하는 대로 망향의 정에 사로잡혀 길을 떠날 것이 분명했다. 겨우 나흘간의 교정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 나가야마는 인간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을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고로를 데리고 먼 고난의 길을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면, 거기에는 휜히 열린 인생이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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