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6권-11재회
11.재회
수요일 오후, 대학교 정문 근처의 공중전화에서 묘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묘우미는 회사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사로운 전화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동안 자제하고 있었다.
다행히 묘우미가 있었다.
“이번 일요일에 갑자기 이사하게 됐어요.”
“어머, 어디로?”
“이번에는 아파트예요.”
쇼와 장이라는 아파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말해 주었다. 전화는 아파트 안에 한 대밖에 없고, 관리인이 연락해 준다.
“그래? 전화가 있어서 다행이군. 아사하는 거도와 줄까?”
“아뇨. 도움을 받을 만한 짐도 없어요.”
“그럼 새 방을 청소하러 가겠어. 그것보다, 꽤 오래간만이야. 오늘 밤 만날 수 있어?”
“당신은 어때요?”
“난 다섯 시 후면 자유야. 그리고 첫 봉급으로 산, 당신에게 줄 작은 선물도 있어.”
여섯 시에 약속한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묘우미가 나타났다. 옷차림이나 용모가 학생 시절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취직을 하고 두 번째 만나는 것이다.
마사오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묘우미가 말했다.
“여섯 시 반에 시루꼬가 올 거야.”
“허, 오래간만인데요.”
시루꼬는 중학교 교사가 되어 있었다. 자유분방한 학생 시절과는 다른 훌륭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마사오는 이미 시루꼬와의 하룻밤 장난을 거의 잊고 있었다. 아니, 잊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과거의 일로 돌리고 있었다.
“당신과 약속한 뒤 곧 전화가 걸려 왔어. 당신을 만난다고 하니까 꼭 함께 만나고 싶다고 했어. 괜찮지?”
“난 상관없어요. 졸업한 뒤에 그녀는 변화가 있나요?”
“착실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왜 이사를 하게 됐지? 지금 그 하숙집에서 잘해 주고 있을 텐데.”
마사오는 미야모또의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현실적으로 있군. 하지만 그 사람들 앞으로 괜찮을까?”
“나쁜 여자 아녜요. 마야모또도 악당이 아니고. 서로 적당히 협조해서 잘해 나갈 거예요. 문제는 미야모또에게 애인이 생기고, 그 애인을 집에 데리고 갔을 때죠. 서로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고 미야모또가 말하더군요.”
묘우미는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지금의 당신 하숙방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아파트니까 가도되지?”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이사하기로 한 거예요.”
“그곳에서 여러 여자를 재우게 되겠지.”
“아뇨.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어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밤엔 몇 시에 돌아가면 돼요?”
묘우미는 얼굴을 맞대고 속삭였다.
“당신만 좋다면 안 돌아가도 돼. 집에는 그렇게 전화했어.”
마사오가 끄덕였다.
“난 괜찮아요.”
얘기가 끝나고 얼마 안 있다가 시루꼬가 나타났다. 학생 시절에는 때때로 화려한 옷을 입었었는데 요번엔 곤색 투피스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정장 차림으로 손에는 검은 백을 들고 있었다. 둥글고 묵직한 가방이었다.
선배이기 때문에 마사오는 일어서서 맞이했고, 오래간만의 인사를 나누었다. 시루꼬는 눈을 반짝거리며 마사오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두 사람,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니 놀랐어.”
그야말로 시루꼬다운 솔직한 표현이었다.
마사오가 쓴웃음을 짓자 묘우미가 말했다.
“너하곤 달라.”
묘우미 맞은편에 시루꼬가 앉았다.
“이번엔 아파트로 이사한다면서요?”
“그래요. 자유롭죠.”
“그럼 한번 놀러 갈께요.”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때? 일은 익숙해졌어?”
“아냐, 매일 바보짓만 해. 넌 어때?”
“난 강심장이니까.”
먼저 시루꼬가 직장이나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본래 작가를 지망했을나 교사로서의 일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말투였다.
“나를 유혹하려는 사람이 적어도 셋은 있어. 하는 뻔뻔스러운 유부남이고 마흔이 다 된 남자야. 파티 때 접근해 와서는 ‘지금까지 어떤 남자를 맛봤지?’ 하는 거야. 기분 나빠서 ‘아직 경험이 없어요’하고 말해 줬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남자지만,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야. 또 하나는 체육 교사인데, 스물 일곱의 독신 남자야. 체격이 좋고 해서 몇 번 유혹을 받아 함께 마셔 봤지만, 머리가 안 좋아. 또 하나는 수학 선생이고 내성적인 사람이야. 직장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람이야. 후후후. 하지만 그쪽은 서두르지를 않아.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없어.”
결국은 남자 얘기가 되었다.
“묘우미는 어때?”
“지금은 아직 시키는 일만 틀림없이 하면 돼. 대학 선배들이 많은 회사니까 마음은 편해.”
“선배에게 유혹된 거 아냐? 그 회사, 사내 결혼이 많다는데.”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 너머로 마사오의 목덜미를 잡았다.
“당신, 묘우미가 이미 누구에게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사오가 끄덕거렸다.
“가능성은 있어요. 그 점은 학생 시절과 같아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목덜미를 쥐었던 손을 놓고 묘우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직하게 말해. 베팅 정도는 했겠지?”
“너하곤 달라. 그리고 쉬운 여자로 보이면 손해야. 아직 아무와도 무슨 일이 없어. 편집자 중에는 비교적 내성적인 사람이 많아.”
두 여자의 얘기를 들으며 마사오는 새삼 자신이 학생신분이라는 것을 의식했다.
‘역시 이 여자들은 시회인이 됐구나.’
그러나 그 일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리고 묘우미가 많은 남자들 틈에 속해 있는 것도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어엿한 애인을 갖게 되기 바랬다.
‘물론 농락만 당하는 남녀 관계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 누군가가 묘우미를 품는다면 결혼을 전제로 한 사이여야 한다.’
마사오는 자신이 그러지 못하면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여덟 시가 지났을 때 시루꼬가 묘우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 오늘밤은 어쩔래?”
“아침까지 이 사람과 함께 있을 생각이야.”
“이미 집에 연락했어?”
“응”
“그럼 두 사람 다 우리집에서 자. 여관비가 아까우니까.”
묘우미가 머리를 흔들었다.
“안 대. 그건.”
“괜찮아.”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를 껴안았다.
“난 얌전하게 잘 테니까.”
“믿을 수 없어.”
“약속할 테니 그렇게 해. 불편하면 나는 이웃에 있는 야마시타의 방으로 갈께.”
“그 여자, 아직 있어?”
“응,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쩌지?”
“난 아무래도 좋아요.”
“그럼, 그런 조건으로 갈께.”
묘우미가 시루꼬에게 말했다.
“자, 이제 마른안주를 사가지고 내 방에서 마시자. 위스키는 있어.”
시루꼬가 신이나서 말했다.
시루꼬의 아파트에 도착한 것은 아홉 시경이었고, 현관을 들어서기 전에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 후에 이집에 왔었어?”
“아뇨. 처음이에요.”
“정말?”
“정말이에요.”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묘우미는 입술을 요구해 왔다.
서서 키스를 하고 있으니까 시루꼬가 되돌아와서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자, 이런데서 그리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해.”
그렇게 말하면서 재빠르게 마사오의 바지 가랑이를 더듬어 꽉 쥐었다가 놓았다. 키스를 하면서도 몸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묘우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재빠른 솜씨였다.
‘이런 판인데 과연 약속대로 이웃집 방으로 갈까?’
신을 벗고 들어가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시루꼬의 방 양쪽에 있는 이웃방에는 전등불이 꺼져 있었고, 문이 결려 있었다.
“어머! 야마시타 부인이 아직 안 돌아왔네? 곧 오겠지.”
시루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방문을 열었다.
마사오로서는 올ㄹ래간만의 방문이었다. 커텐 색이 푸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책들이 전보다 맣아진 것 같았았다. 훑어보니 교육관계 서적이 많았다.
‘과연 교사구나.’
감탄을 하고 있자니까 시루꼬가 묘우미의 어깨를 껴안고 마사오의 등을 손을 돌려 두 사람을 부딪치게 했다.
“자, 키스해. 그런 데서는 어두워도 남의 눈에 띄어.”
묘우미는 몸을 빼려 했으나 마사오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슴을 맞댔다.
묘우미도 굳이 저항하지 않고 마사오의 입술을 받았다. 시루꼬는 부엌으로 갔다.
오랜 키스 도중에 묘우미는 마사오의 불록 나온 것을 바지 위로 잡았다.
입술을 뗀 묘우미는 다시 강하게 잡고 마사오의 마사오의 입에 입술을 대었다.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이거, 오늘 밤은 내게만 해줘.”
“알았어요.”
시루꼬가 돌아와도 두 사람은 포옹한 채였고, 묘우미의 손도 그의 것을 놓지 않았다.
시루꼬가 말했다.
“이 아파트에도 전화가 있어. 복도 끝에 있어. 네 집에 전화해서 안심 시켜야지. 따라와.”
묘우미와 시루꼬가 나간 뒤 마사오는 방 가운데에는 놓여 있는 밥상 앞에 앉아서 턱을 받쳤다.
‘그런데 역시 시루꼬는 이 방에서 함께 자게 되겠구나. 아까의 그 불의의 습격을 보면 옆방으로 자러 갈 것 같지도 않아.’
이런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동거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여자가 지금은 이렇게 혼자 살고 있고,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어쩌면........’
묘우미도 시루꼬도 이미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아직 학생인 마사오로서는 무사히 졸업해서 취직하고,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하고 있는 두 여자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자기 손이 닿지 않는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주위에는 이제까지와 달리 지식인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성숙한 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두 여자도 마사오를 애숭이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묘우미가 나를 만나 주는 것은 학생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지 모르고, 나에게는 도오꾜에서 다른 상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위로해 주려고 하는 배려 때문일지도 모른다.’
걱기서 마사오의 생각은 비약했다.
‘사실은 묘우미가 같은 직장 사람과 연애를 하기 위해서 나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사한다는 것을 핑계로 전화를 한 것도 잘못이고,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시루꼬와 나는 심정적인 연결이 없었다. 모든 것이 그저 일시적인 장난이었다.오늘밤에 내가 시루꼬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묘우미는 화를 낼 것이다. 다시는 나를 만자지 않으려 할 것이고,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시루꼬도 은근히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 와서 나를 유혹하는 시늉을 할 리가 없다.’
팔짜을 끼고 있자니까 묘우미와 시루꼬가 돌아왔다.
“어머, 왜 마시지 않고 있죠?”
이미 밥상 위에는 위스키 따위가 놓여 있었다. 마사오가 묘우미와 키스를 하고 있는 사이에 모르는 척 하면서 시루꼬가 차려 놓은 것이다.
마사오가 다시 앉았다.
“두 분이 이미 일본의 문화나 교육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묘우미가 마사오 옆에 앉았다.
“그게 아니야. 난 아직 학생의 연장이야. 월급을 받고 공부하고 있는 거라구. 이 년 동안은 아무것도 아니야.”
배과 함께 가지고 다니던 종이상자를 묘우미가 밥상위에 놓으며 말했다.
“이게 당신 선물. 와이셔츠와 내의 한 벌이야.”
시루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남자 내의를 백화점에서 살 용기가 있었니?”
“어때, 이 사람은 집이에서 보내 오는 돈을 거의 술과 책을 사는 데 쓰고 있어. 독신이라도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스스로 옷가지를 사입는 다는 것을 알았어. 남자 학생은 그렇지 못해.”
“묘우미!”
자세를 똑바로 하고 그녀의 이름을 소리친 시루꼬의 눈이 빛났다.
“새로운 연애를 하지 않을 생각이야? 이 사람은 고향에 약혼자가 있어.”
“알고 있어.”
묘우미의 목소리가 침착했다.
마사오와 묘우미의 사이는 어디까지나 ‘부담없는 사이’였다. 마사오는 묘우미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묘우미는 항상 자유인 것이다.
묘우미의 섹스 실험 상대로 마사오가 나타난 처음 단계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을 뿐이고, 두 사람은 ‘애인’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마사오와의 사이가 묘우미의 연애의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시루꼬는 이제와서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루꼬가 상당한 상식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의 내의를 사다니, 그런 짓은 망측해. 그건 마치 약혼자 같은 발상이야. 너하고 이 사람은 그저 노는 거야. 이젠 눈을 딴 남자에게 돌려.”
“난 말야, 회사에서 아직도 고양이처럼 얌전하지만, 사실은 안 그래.”
묘우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마사오 씨에게 고백했어. 졸업 전에 이 사람 이외의 남자와 논것을.”
“정말이야?”
시루꼬가 눈을 크게 떴다.
“난 그 말을 들었어요.”
마사오가 덧붙였다.
“재미있군. 왜 내게는 그 말 안 했지?”
“말해도 소용없으니까. 아무튼 내의를 산 것은 별 의미가 없어.”
“그래서 지금도 그 남자와 만나고 있니?”
당연히 그것은 마사오도 듣고 싶은 말이지만 계속 참고 묻지 않았다.
정식 애인이 없는 여자가 호감이 가는 남자와 결합한다. 그리고 그날 밤을 즐긴다. 누구도 그 남자와 계속 만나는 것을 방해할 필요는 없다. 계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세상에는 두 남자와 교묘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도 많다.
“그저 한 번뿐이야. 난 이 사람 이외의 남자를 아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그 남자, 좋지 않았어?”
“그렇지도 않아. 다만, 이젠 필요가 없어.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에게 빠져 있다고 생각하진 마.”
“어떤 남자였어?”
“평범하고 착한 학생이야.”
“당신은 어째서 묘우미의 외도를 용서했죠?”
시루고는 마사오를 보았다.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유부녀가 남의 애인이 다른 남자와 놀면 그것은 확실히 외도예요. 하지만 묘우미 씨는 자유로은 몸이죠.”
고백을 들은 밤, 애무를 하면서 무섭게 “다시는 다른 남자와 자면 안 돼”하고 묘우미에게 말했다. 묘우미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맺을 때 한 말은 흥분시키기 위한 것일 뿐, 책임질 필요는 없어다.’
“그래. 나는 자유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이 사람 이외의 남자와 자본 것뿐이야.간단했어. 그래서 안심하고 있어. 이 사람도 안심하고 있을 꺼야.”
묘우미는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럼, 왜 한 번뿐이야? 그 남자와 계속해도 좋고, 다른 남자를 찾아내도 좋을 텐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그래서 마사오는 물었다.
“정말 그 남자와 그 후 안 만났나요?”
묘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시루꼬가 말했다.
“그것 봐. 역시 마음에 걸리죠?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것이 구속 받는 거라구.”
“아녜요. 그냥 흥밋거리 정도죠.”
마사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후 세 번 만났어. 하지만 차를 마시고 헤어졌을 뿐이야. 약점을 보이진 않았어.”
“유혹을 받았지?”
“그래. 하지만 거절했어. 내가 사과했어. 여관에 간 것은 내 잘못이었다고, 잊어 달라고도 말했어. 나는 나 자신을 실험하기 위해서 그사람을 이용했을 뿐이야.”
시루꼬가 묘우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정은 없었어?”
“전혀.”
“그럼, 그 사람은 이 사람보다 너를 기쁘게 해주지 못한 거야.”
시루꼬는 비약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것뿐이 아냐.”
“괜찮아? 이번엔 내가 너의 그 실험인지 뭔지 하는 것에 적당한 남자를 소개하지. 그 남자하고 자봐. 다시 마음이 변할 텐니까.”
“이젠 됐어. 아뭏튼 나는 이 사람에게 아무것도 요구 안 해. 지장이 없는 한 이렇게 가끔 만날 뿐이야. 언제든지 만나지 않겠다면 안 만나. 단, 이 사람과 계속하는 동안은 외도 안 해. 여러 가지로 생각했지만, 나는 한 남자를 지키는 체질인가 봐.”
“그건 착각이야.”
“아니, 나는 그래.”
“역시 반하고 있는 거야.”
시루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떤 의밍에선 그럴 지도 몰라.”
“이봐요, 묘우미가 다른 남자와 잔 얘기를 듣고 곧 용서하고 품었죠?”
시루꼬가 눈을 빛내며 마사오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용서한다던가 안 한다던가 할 자격이 없어요.그러나 쇼크는 받았어요.”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독점욕이에요.”
“음, 그럴지도 모르죠.”
“자 좋아. 술을 마시라구.”
마사오의 글라승에 시루꼬가 위스키를 따랐다.
“아뭏튼 뜻밖의 뉴스야. 묘우미가 그런 일을 하다니.”
“그러니까 너무 얕보지 마. 그리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계속 교제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할 거야. 이젠 이 사람에게 매어 있지 않는 자신을 실증했어. 그러니까 나하고 이 사람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 하지 마.”
“그런 사이라면 오늘밤 나에게도 이 사람 빌려 줘.”
시루꼬가 묘우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싫어?”
“너희들, 나 몰래 계속하고 있어?”
“아냐, 그렇지 않아. 너하고 함께 있을 때 이외는 만나지 않아. 그러러니까 그 일 이후로는 계속 없어. 이봐, 셋이서 놀아, 응?”
“처음부터 그럴려고 우릴 여기 끌고 왔지?”
“그게 아냐. 점점 그럴 생각이 났어.”
묘우미가 젖은 눈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시루꼬하고 놀고 싶어?”
“난 아무래도 좋아요. 오늘밤은 묘우미 씨를 위한 밤이니까.”
“어머 좋아라.”
시루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났다. 이웃에 사는 야마시타 부인이 돌아온 것 같았다.
“어머, 돌아온 것 같아요. 잠깐 갔다 올계요.”
시루꼬가 단정하게 고쳐 앉으며 말했다.
시루꼬가 나간 뒤 묘우미가 마사오의 무릎에 손을 올려 놓았다.
“당신, 그 남자 얘기 오늘밤 처음 물었어.”
“.............”
“이제까지 잊고 있었어?”
“아니. 묻고 싶지만 참았어요. 정말 만나지 않아요?”
마사오는 묘우미를 안으며 젖가슴을 움켜 쥐었다.
“만나지 않아. 세 번 만나서 차를 마시고,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을 뿐이야. 난 당신만이 좋아.”
“안심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하겠어. 말하지 않는 이상은 남자 관계가 없다고 믿어 줘.”
“알아어요.”
묘우미가 마사오의 입술을 가볍게 키스하고 귀에다 속삭였다.
“오늘밤엔 시루꼬를 안아 줘도 좋아. 하지만 다른 때와 같이 끝내는 것만은 나에게 해줘.”
“예. 하지만 저 여자가 이웃집으로 간다면 보내는게 좋아요.”
“그래도 돼?”
“예.”
“기뻐.”
묘우미는 마사오의 바지 가랑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곳은 이미 젖가슴을 만질 때부터 부풀어 있었다. 그것을 더듬어 잡았다.
“오랫동안 못만났어.”
마사오는 그 손을 풀어 자기 것을 꺼집어 냈다. 묘우미가 잡앗다.
두세 번 힘껏 쥔 뒤에 묘우미는 머리를 숙여 그 동그란 끝부분에 입을 댔다. 혀를 굴렸다.
시루꼬가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떨어져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시루꼬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
“묘우미, 안심해. 난 베개를 가지고 옆방으로 갈래.”
마사오는 안심했다.
‘이제 쓸데없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과중한 노동도 강요 당하지 않고.’
그러나 그 뒤 시루꼬는 말소리를 낮추어서 사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야마시타 부인이 복도에서 소곤거리더니 남자를 끌고오는 거야.”
“어머!”
“게다가 아직 아무 관계도 없던 남자라는 거야.”
“허허, 그런데도 갈 수 있어요?”
“좀 들어 봐요.”
시루꼬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남자에게 끈질기게 설득 당하고, 여러 가지 비싼 물건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어서 데리고 왔나 봐요. 하지만 가능하면 아무 일도 당하고 싶지 않대요.”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러 온다고 말하니까 그녀가 아주 좋아했어요. 내가 가서 잠을 함께 자며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피할 수 없는 사정?”
이번에는 묘우미사 물었다.
“내 방에는 쿠우슈우에서 온 신혼여행 부부가 있다고 할 거야. 그녀가 남자에게 그렇게 말할 거라구.”
“신혼여행 부부가 왜 이 방으로?”
“그건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하지, 뭐, 돈이 떨어졌던가, 예정이 연장됐다던가. 그래서 잠시 후면 그쪽으로 가야 돼.”
“시루꼬 씨가 야마시타 부인 대신 그 남자를 상대하는 거 아닙니까?”
마사오가 말했다.
“후후후, 잘 아는군요. 남자를 보고, 괜찮은 남자라면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요.”
“반대도 생각해야죠. 당신이 있어도 그 남자가 야마시타 부인에게 덤빌 지도 모라요.”
“그것도 재미있죠. 그렇게 됐을 때 그녀가 언제까지 거절하는지 어쩌는지, 하나의 인간 관찰이 되는 거죠. 소설의 소재가 될 수도 있고. 자, 어떤 남잘까? 내가 들어가면 단념하고 얌전히 잘까? 아니면 가버릴까?”
“아직 시간이 일러요.”
마사오가 시계를 보았다.
열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상식이 있는 남자라면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그냥 돌아갈 겁니다.”
“글세, 어떨지........”
시루꼬는 뜻밖의 상황 발생으로 즐거운 모양이었다.
20분정도 가 지나서 노크소리가 났다.
일어나서 문을 연 시루꼬는 그대로 복도로 나가더니 곧 돌아왔다.
“그럼 나, 갈게.”
“그 남자가 갔대요?”
“아니. 시무룩해져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대요. 이미 이부자리 두 개를 깔아놓고, 나와 그녀가 자는 거예요. 하지만 밤중에는 꼭 무슨일이 일어날 거예요.”
시루꼬는 마사오 앞에서 옷을 벗고 피자마로 갈아 입었다.
“그럼 가겠어. 두 사람 즐겁게 지내라구. 단, 재미없는 일이 벌어지면 돌아올 거야.”
시루꼬가 나가고 마사오와 묘우미가 같이 밥상을 치우고 방안을 청소했다.
반침을 열자 이불이 깨끗하게 쌓여 있었다.
“시루꼬는 변덕스러워서 밤중에 돌아올 지도 몰라.”
묘우미가 말하며 이불을 두 개 깔았다.
“시루꼬가 야마시타 부인 대신으로 그 남자를 상대할 생각인지도 몰라요.”
“음, 어쩐지 그러 표정이었어. 후회돼?”
“아니, 둘이서 있게 되어 안심했어요.”
“정말?”
“음.”
짧은 키스 뒤 마사오는 작은 등을 켜서 방안을 희미하게 하고, 내의까지 모두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 분 후 묘우미가 브래지어와 팬틸를 걸친 채 마사오 옆자리에 들어와 누웠다. 마사오는 먼저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겼다. 그래서 양쪽이 다 알몸이 되고, 팔을 뻗쳐 꼭 안았다.
수요일 오후, 대학교 정문 근처의 공중전화에서 묘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묘우미는 회사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사로운 전화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동안 자제하고 있었다.
다행히 묘우미가 있었다.
“이번 일요일에 갑자기 이사하게 됐어요.”
“어머, 어디로?”
“이번에는 아파트예요.”
쇼와 장이라는 아파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말해 주었다. 전화는 아파트 안에 한 대밖에 없고, 관리인이 연락해 준다.
“그래? 전화가 있어서 다행이군. 아사하는 거도와 줄까?”
“아뇨. 도움을 받을 만한 짐도 없어요.”
“그럼 새 방을 청소하러 가겠어. 그것보다, 꽤 오래간만이야. 오늘 밤 만날 수 있어?”
“당신은 어때요?”
“난 다섯 시 후면 자유야. 그리고 첫 봉급으로 산, 당신에게 줄 작은 선물도 있어.”
여섯 시에 약속한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묘우미가 나타났다. 옷차림이나 용모가 학생 시절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취직을 하고 두 번째 만나는 것이다.
마사오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묘우미가 말했다.
“여섯 시 반에 시루꼬가 올 거야.”
“허, 오래간만인데요.”
시루꼬는 중학교 교사가 되어 있었다. 자유분방한 학생 시절과는 다른 훌륭한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마사오는 이미 시루꼬와의 하룻밤 장난을 거의 잊고 있었다. 아니, 잊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과거의 일로 돌리고 있었다.
“당신과 약속한 뒤 곧 전화가 걸려 왔어. 당신을 만난다고 하니까 꼭 함께 만나고 싶다고 했어. 괜찮지?”
“난 상관없어요. 졸업한 뒤에 그녀는 변화가 있나요?”
“착실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왜 이사를 하게 됐지? 지금 그 하숙집에서 잘해 주고 있을 텐데.”
마사오는 미야모또의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현실적으로 있군. 하지만 그 사람들 앞으로 괜찮을까?”
“나쁜 여자 아녜요. 마야모또도 악당이 아니고. 서로 적당히 협조해서 잘해 나갈 거예요. 문제는 미야모또에게 애인이 생기고, 그 애인을 집에 데리고 갔을 때죠. 서로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고 미야모또가 말하더군요.”
묘우미는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지금의 당신 하숙방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아파트니까 가도되지?”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이사하기로 한 거예요.”
“그곳에서 여러 여자를 재우게 되겠지.”
“아뇨.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어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밤엔 몇 시에 돌아가면 돼요?”
묘우미는 얼굴을 맞대고 속삭였다.
“당신만 좋다면 안 돌아가도 돼. 집에는 그렇게 전화했어.”
마사오가 끄덕였다.
“난 괜찮아요.”
얘기가 끝나고 얼마 안 있다가 시루꼬가 나타났다. 학생 시절에는 때때로 화려한 옷을 입었었는데 요번엔 곤색 투피스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정장 차림으로 손에는 검은 백을 들고 있었다. 둥글고 묵직한 가방이었다.
선배이기 때문에 마사오는 일어서서 맞이했고, 오래간만의 인사를 나누었다. 시루꼬는 눈을 반짝거리며 마사오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두 사람,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니 놀랐어.”
그야말로 시루꼬다운 솔직한 표현이었다.
마사오가 쓴웃음을 짓자 묘우미가 말했다.
“너하곤 달라.”
묘우미 맞은편에 시루꼬가 앉았다.
“이번엔 아파트로 이사한다면서요?”
“그래요. 자유롭죠.”
“그럼 한번 놀러 갈께요.”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때? 일은 익숙해졌어?”
“아냐, 매일 바보짓만 해. 넌 어때?”
“난 강심장이니까.”
먼저 시루꼬가 직장이나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본래 작가를 지망했을나 교사로서의 일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말투였다.
“나를 유혹하려는 사람이 적어도 셋은 있어. 하는 뻔뻔스러운 유부남이고 마흔이 다 된 남자야. 파티 때 접근해 와서는 ‘지금까지 어떤 남자를 맛봤지?’ 하는 거야. 기분 나빠서 ‘아직 경험이 없어요’하고 말해 줬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남자지만,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야. 또 하나는 체육 교사인데, 스물 일곱의 독신 남자야. 체격이 좋고 해서 몇 번 유혹을 받아 함께 마셔 봤지만, 머리가 안 좋아. 또 하나는 수학 선생이고 내성적인 사람이야. 직장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람이야. 후후후. 하지만 그쪽은 서두르지를 않아.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없어.”
결국은 남자 얘기가 되었다.
“묘우미는 어때?”
“지금은 아직 시키는 일만 틀림없이 하면 돼. 대학 선배들이 많은 회사니까 마음은 편해.”
“선배에게 유혹된 거 아냐? 그 회사, 사내 결혼이 많다는데.”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 너머로 마사오의 목덜미를 잡았다.
“당신, 묘우미가 이미 누구에게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사오가 끄덕거렸다.
“가능성은 있어요. 그 점은 학생 시절과 같아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목덜미를 쥐었던 손을 놓고 묘우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직하게 말해. 베팅 정도는 했겠지?”
“너하곤 달라. 그리고 쉬운 여자로 보이면 손해야. 아직 아무와도 무슨 일이 없어. 편집자 중에는 비교적 내성적인 사람이 많아.”
두 여자의 얘기를 들으며 마사오는 새삼 자신이 학생신분이라는 것을 의식했다.
‘역시 이 여자들은 시회인이 됐구나.’
그러나 그 일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리고 묘우미가 많은 남자들 틈에 속해 있는 것도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어엿한 애인을 갖게 되기 바랬다.
‘물론 농락만 당하는 남녀 관계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 누군가가 묘우미를 품는다면 결혼을 전제로 한 사이여야 한다.’
마사오는 자신이 그러지 못하면서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여덟 시가 지났을 때 시루꼬가 묘우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 오늘밤은 어쩔래?”
“아침까지 이 사람과 함께 있을 생각이야.”
“이미 집에 연락했어?”
“응”
“그럼 두 사람 다 우리집에서 자. 여관비가 아까우니까.”
묘우미가 머리를 흔들었다.
“안 대. 그건.”
“괜찮아.”
시루꼬는 묘우미의 어깨를 껴안았다.
“난 얌전하게 잘 테니까.”
“믿을 수 없어.”
“약속할 테니 그렇게 해. 불편하면 나는 이웃에 있는 야마시타의 방으로 갈께.”
“그 여자, 아직 있어?”
“응,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쩌지?”
“난 아무래도 좋아요.”
“그럼, 그런 조건으로 갈께.”
묘우미가 시루꼬에게 말했다.
“자, 이제 마른안주를 사가지고 내 방에서 마시자. 위스키는 있어.”
시루꼬가 신이나서 말했다.
시루꼬의 아파트에 도착한 것은 아홉 시경이었고, 현관을 들어서기 전에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 후에 이집에 왔었어?”
“아뇨. 처음이에요.”
“정말?”
“정말이에요.”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묘우미는 입술을 요구해 왔다.
서서 키스를 하고 있으니까 시루꼬가 되돌아와서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자, 이런데서 그리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해.”
그렇게 말하면서 재빠르게 마사오의 바지 가랑이를 더듬어 꽉 쥐었다가 놓았다. 키스를 하면서도 몸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묘우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재빠른 솜씨였다.
‘이런 판인데 과연 약속대로 이웃집 방으로 갈까?’
신을 벗고 들어가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시루꼬의 방 양쪽에 있는 이웃방에는 전등불이 꺼져 있었고, 문이 결려 있었다.
“어머! 야마시타 부인이 아직 안 돌아왔네? 곧 오겠지.”
시루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방문을 열었다.
마사오로서는 올ㄹ래간만의 방문이었다. 커텐 색이 푸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책들이 전보다 맣아진 것 같았았다. 훑어보니 교육관계 서적이 많았다.
‘과연 교사구나.’
감탄을 하고 있자니까 시루꼬가 묘우미의 어깨를 껴안고 마사오의 등을 손을 돌려 두 사람을 부딪치게 했다.
“자, 키스해. 그런 데서는 어두워도 남의 눈에 띄어.”
묘우미는 몸을 빼려 했으나 마사오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슴을 맞댔다.
묘우미도 굳이 저항하지 않고 마사오의 입술을 받았다. 시루꼬는 부엌으로 갔다.
오랜 키스 도중에 묘우미는 마사오의 불록 나온 것을 바지 위로 잡았다.
입술을 뗀 묘우미는 다시 강하게 잡고 마사오의 마사오의 입에 입술을 대었다.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이거, 오늘 밤은 내게만 해줘.”
“알았어요.”
시루꼬가 돌아와도 두 사람은 포옹한 채였고, 묘우미의 손도 그의 것을 놓지 않았다.
시루꼬가 말했다.
“이 아파트에도 전화가 있어. 복도 끝에 있어. 네 집에 전화해서 안심 시켜야지. 따라와.”
묘우미와 시루꼬가 나간 뒤 마사오는 방 가운데에는 놓여 있는 밥상 앞에 앉아서 턱을 받쳤다.
‘그런데 역시 시루꼬는 이 방에서 함께 자게 되겠구나. 아까의 그 불의의 습격을 보면 옆방으로 자러 갈 것 같지도 않아.’
이런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동거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여자가 지금은 이렇게 혼자 살고 있고,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어쩌면........’
묘우미도 시루꼬도 이미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아직 학생인 마사오로서는 무사히 졸업해서 취직하고,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하고 있는 두 여자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자기 손이 닿지 않는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주위에는 이제까지와 달리 지식인으로서도 남자로서도 성숙한 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두 여자도 마사오를 애숭이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묘우미가 나를 만나 주는 것은 학생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지 모르고, 나에게는 도오꾜에서 다른 상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위로해 주려고 하는 배려 때문일지도 모른다.’
걱기서 마사오의 생각은 비약했다.
‘사실은 묘우미가 같은 직장 사람과 연애를 하기 위해서 나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사한다는 것을 핑계로 전화를 한 것도 잘못이고,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시루꼬와 나는 심정적인 연결이 없었다. 모든 것이 그저 일시적인 장난이었다.오늘밤에 내가 시루꼬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묘우미는 화를 낼 것이다. 다시는 나를 만자지 않으려 할 것이고,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시루꼬도 은근히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 와서 나를 유혹하는 시늉을 할 리가 없다.’
팔짜을 끼고 있자니까 묘우미와 시루꼬가 돌아왔다.
“어머, 왜 마시지 않고 있죠?”
이미 밥상 위에는 위스키 따위가 놓여 있었다. 마사오가 묘우미와 키스를 하고 있는 사이에 모르는 척 하면서 시루꼬가 차려 놓은 것이다.
마사오가 다시 앉았다.
“두 분이 이미 일본의 문화나 교육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묘우미가 마사오 옆에 앉았다.
“그게 아니야. 난 아직 학생의 연장이야. 월급을 받고 공부하고 있는 거라구. 이 년 동안은 아무것도 아니야.”
배과 함께 가지고 다니던 종이상자를 묘우미가 밥상위에 놓으며 말했다.
“이게 당신 선물. 와이셔츠와 내의 한 벌이야.”
시루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남자 내의를 백화점에서 살 용기가 있었니?”
“어때, 이 사람은 집이에서 보내 오는 돈을 거의 술과 책을 사는 데 쓰고 있어. 독신이라도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스스로 옷가지를 사입는 다는 것을 알았어. 남자 학생은 그렇지 못해.”
“묘우미!”
자세를 똑바로 하고 그녀의 이름을 소리친 시루꼬의 눈이 빛났다.
“새로운 연애를 하지 않을 생각이야? 이 사람은 고향에 약혼자가 있어.”
“알고 있어.”
묘우미의 목소리가 침착했다.
마사오와 묘우미의 사이는 어디까지나 ‘부담없는 사이’였다. 마사오는 묘우미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묘우미는 항상 자유인 것이다.
묘우미의 섹스 실험 상대로 마사오가 나타난 처음 단계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을 뿐이고, 두 사람은 ‘애인’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마사오와의 사이가 묘우미의 연애의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시루꼬는 이제와서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루꼬가 상당한 상식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의 내의를 사다니, 그런 짓은 망측해. 그건 마치 약혼자 같은 발상이야. 너하고 이 사람은 그저 노는 거야. 이젠 눈을 딴 남자에게 돌려.”
“난 말야, 회사에서 아직도 고양이처럼 얌전하지만, 사실은 안 그래.”
묘우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마사오 씨에게 고백했어. 졸업 전에 이 사람 이외의 남자와 논것을.”
“정말이야?”
시루꼬가 눈을 크게 떴다.
“난 그 말을 들었어요.”
마사오가 덧붙였다.
“재미있군. 왜 내게는 그 말 안 했지?”
“말해도 소용없으니까. 아무튼 내의를 산 것은 별 의미가 없어.”
“그래서 지금도 그 남자와 만나고 있니?”
당연히 그것은 마사오도 듣고 싶은 말이지만 계속 참고 묻지 않았다.
정식 애인이 없는 여자가 호감이 가는 남자와 결합한다. 그리고 그날 밤을 즐긴다. 누구도 그 남자와 계속 만나는 것을 방해할 필요는 없다. 계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세상에는 두 남자와 교묘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도 많다.
“그저 한 번뿐이야. 난 이 사람 이외의 남자를 아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그 남자, 좋지 않았어?”
“그렇지도 않아. 다만, 이젠 필요가 없어.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이 사람에게 빠져 있다고 생각하진 마.”
“어떤 남자였어?”
“평범하고 착한 학생이야.”
“당신은 어째서 묘우미의 외도를 용서했죠?”
시루고는 마사오를 보았다.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유부녀가 남의 애인이 다른 남자와 놀면 그것은 확실히 외도예요. 하지만 묘우미 씨는 자유로은 몸이죠.”
고백을 들은 밤, 애무를 하면서 무섭게 “다시는 다른 남자와 자면 안 돼”하고 묘우미에게 말했다. 묘우미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맺을 때 한 말은 흥분시키기 위한 것일 뿐, 책임질 필요는 없어다.’
“그래. 나는 자유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이 사람 이외의 남자와 자본 것뿐이야.간단했어. 그래서 안심하고 있어. 이 사람도 안심하고 있을 꺼야.”
묘우미는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럼, 왜 한 번뿐이야? 그 남자와 계속해도 좋고, 다른 남자를 찾아내도 좋을 텐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그래서 마사오는 물었다.
“정말 그 남자와 그 후 안 만났나요?”
묘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시루꼬가 말했다.
“그것 봐. 역시 마음에 걸리죠?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것이 구속 받는 거라구.”
“아녜요. 그냥 흥밋거리 정도죠.”
마사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후 세 번 만났어. 하지만 차를 마시고 헤어졌을 뿐이야. 약점을 보이진 않았어.”
“유혹을 받았지?”
“그래. 하지만 거절했어. 내가 사과했어. 여관에 간 것은 내 잘못이었다고, 잊어 달라고도 말했어. 나는 나 자신을 실험하기 위해서 그사람을 이용했을 뿐이야.”
시루꼬가 묘우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정은 없었어?”
“전혀.”
“그럼, 그 사람은 이 사람보다 너를 기쁘게 해주지 못한 거야.”
시루꼬는 비약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것뿐이 아냐.”
“괜찮아? 이번엔 내가 너의 그 실험인지 뭔지 하는 것에 적당한 남자를 소개하지. 그 남자하고 자봐. 다시 마음이 변할 텐니까.”
“이젠 됐어. 아뭏튼 나는 이 사람에게 아무것도 요구 안 해. 지장이 없는 한 이렇게 가끔 만날 뿐이야. 언제든지 만나지 않겠다면 안 만나. 단, 이 사람과 계속하는 동안은 외도 안 해. 여러 가지로 생각했지만, 나는 한 남자를 지키는 체질인가 봐.”
“그건 착각이야.”
“아니, 나는 그래.”
“역시 반하고 있는 거야.”
시루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떤 의밍에선 그럴 지도 몰라.”
“이봐요, 묘우미가 다른 남자와 잔 얘기를 듣고 곧 용서하고 품었죠?”
시루꼬가 눈을 빛내며 마사오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용서한다던가 안 한다던가 할 자격이 없어요.그러나 쇼크는 받았어요.”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독점욕이에요.”
“음, 그럴지도 모르죠.”
“자 좋아. 술을 마시라구.”
마사오의 글라승에 시루꼬가 위스키를 따랐다.
“아뭏튼 뜻밖의 뉴스야. 묘우미가 그런 일을 하다니.”
“그러니까 너무 얕보지 마. 그리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계속 교제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할 거야. 이젠 이 사람에게 매어 있지 않는 자신을 실증했어. 그러니까 나하고 이 사람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 하지 마.”
“그런 사이라면 오늘밤 나에게도 이 사람 빌려 줘.”
시루꼬가 묘우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싫어?”
“너희들, 나 몰래 계속하고 있어?”
“아냐, 그렇지 않아. 너하고 함께 있을 때 이외는 만나지 않아. 그러러니까 그 일 이후로는 계속 없어. 이봐, 셋이서 놀아, 응?”
“처음부터 그럴려고 우릴 여기 끌고 왔지?”
“그게 아냐. 점점 그럴 생각이 났어.”
묘우미가 젖은 눈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시루꼬하고 놀고 싶어?”
“난 아무래도 좋아요. 오늘밤은 묘우미 씨를 위한 밤이니까.”
“어머 좋아라.”
시루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났다. 이웃에 사는 야마시타 부인이 돌아온 것 같았다.
“어머, 돌아온 것 같아요. 잠깐 갔다 올계요.”
시루꼬가 단정하게 고쳐 앉으며 말했다.
시루꼬가 나간 뒤 묘우미가 마사오의 무릎에 손을 올려 놓았다.
“당신, 그 남자 얘기 오늘밤 처음 물었어.”
“.............”
“이제까지 잊고 있었어?”
“아니. 묻고 싶지만 참았어요. 정말 만나지 않아요?”
마사오는 묘우미를 안으며 젖가슴을 움켜 쥐었다.
“만나지 않아. 세 번 만나서 차를 마시고,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을 뿐이야. 난 당신만이 좋아.”
“안심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하겠어. 말하지 않는 이상은 남자 관계가 없다고 믿어 줘.”
“알아어요.”
묘우미가 마사오의 입술을 가볍게 키스하고 귀에다 속삭였다.
“오늘밤엔 시루꼬를 안아 줘도 좋아. 하지만 다른 때와 같이 끝내는 것만은 나에게 해줘.”
“예. 하지만 저 여자가 이웃집으로 간다면 보내는게 좋아요.”
“그래도 돼?”
“예.”
“기뻐.”
묘우미는 마사오의 바지 가랑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곳은 이미 젖가슴을 만질 때부터 부풀어 있었다. 그것을 더듬어 잡았다.
“오랫동안 못만났어.”
마사오는 그 손을 풀어 자기 것을 꺼집어 냈다. 묘우미가 잡앗다.
두세 번 힘껏 쥔 뒤에 묘우미는 머리를 숙여 그 동그란 끝부분에 입을 댔다. 혀를 굴렸다.
시루꼬가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떨어져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시루꼬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
“묘우미, 안심해. 난 베개를 가지고 옆방으로 갈래.”
마사오는 안심했다.
‘이제 쓸데없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과중한 노동도 강요 당하지 않고.’
그러나 그 뒤 시루꼬는 말소리를 낮추어서 사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야마시타 부인이 복도에서 소곤거리더니 남자를 끌고오는 거야.”
“어머!”
“게다가 아직 아무 관계도 없던 남자라는 거야.”
“허허, 그런데도 갈 수 있어요?”
“좀 들어 봐요.”
시루꼬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남자에게 끈질기게 설득 당하고, 여러 가지 비싼 물건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어서 데리고 왔나 봐요. 하지만 가능하면 아무 일도 당하고 싶지 않대요.”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러 온다고 말하니까 그녀가 아주 좋아했어요. 내가 가서 잠을 함께 자며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피할 수 없는 사정?”
이번에는 묘우미사 물었다.
“내 방에는 쿠우슈우에서 온 신혼여행 부부가 있다고 할 거야. 그녀가 남자에게 그렇게 말할 거라구.”
“신혼여행 부부가 왜 이 방으로?”
“그건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하지, 뭐, 돈이 떨어졌던가, 예정이 연장됐다던가. 그래서 잠시 후면 그쪽으로 가야 돼.”
“시루꼬 씨가 야마시타 부인 대신 그 남자를 상대하는 거 아닙니까?”
마사오가 말했다.
“후후후, 잘 아는군요. 남자를 보고, 괜찮은 남자라면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요.”
“반대도 생각해야죠. 당신이 있어도 그 남자가 야마시타 부인에게 덤빌 지도 모라요.”
“그것도 재미있죠. 그렇게 됐을 때 그녀가 언제까지 거절하는지 어쩌는지, 하나의 인간 관찰이 되는 거죠. 소설의 소재가 될 수도 있고. 자, 어떤 남잘까? 내가 들어가면 단념하고 얌전히 잘까? 아니면 가버릴까?”
“아직 시간이 일러요.”
마사오가 시계를 보았다.
열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상식이 있는 남자라면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그냥 돌아갈 겁니다.”
“글세, 어떨지........”
시루꼬는 뜻밖의 상황 발생으로 즐거운 모양이었다.
20분정도 가 지나서 노크소리가 났다.
일어나서 문을 연 시루꼬는 그대로 복도로 나가더니 곧 돌아왔다.
“그럼 나, 갈게.”
“그 남자가 갔대요?”
“아니. 시무룩해져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대요. 이미 이부자리 두 개를 깔아놓고, 나와 그녀가 자는 거예요. 하지만 밤중에는 꼭 무슨일이 일어날 거예요.”
시루꼬는 마사오 앞에서 옷을 벗고 피자마로 갈아 입었다.
“그럼 가겠어. 두 사람 즐겁게 지내라구. 단, 재미없는 일이 벌어지면 돌아올 거야.”
시루꼬가 나가고 마사오와 묘우미가 같이 밥상을 치우고 방안을 청소했다.
반침을 열자 이불이 깨끗하게 쌓여 있었다.
“시루꼬는 변덕스러워서 밤중에 돌아올 지도 몰라.”
묘우미가 말하며 이불을 두 개 깔았다.
“시루꼬가 야마시타 부인 대신으로 그 남자를 상대할 생각인지도 몰라요.”
“음, 어쩐지 그러 표정이었어. 후회돼?”
“아니, 둘이서 있게 되어 안심했어요.”
“정말?”
“음.”
짧은 키스 뒤 마사오는 작은 등을 켜서 방안을 희미하게 하고, 내의까지 모두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 분 후 묘우미가 브래지어와 팬틸를 걸친 채 마사오 옆자리에 들어와 누웠다. 마사오는 먼저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겼다. 그래서 양쪽이 다 알몸이 되고, 팔을 뻗쳐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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