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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천왕 23

제21장 帝王門과 熱火神尺

-흡혈마황검(吸血魔皇劍)!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유순하던 열화태세의 마음 속에 무서운 야심이
치솟았다.
흡혈마황검만 손에 넣으면 무림제왕이 될 수 있다는 전설(傳說)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오지 않던가?
그 본능적인 야심이 열화태세의 마음 속에 독버섯같이 돋아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사악한 상념이 바로 흡혈마황검에서 일어나는
마기(魔氣)가 자신의 대뇌에 침습하여 일어난 것임을 열화태세
독고횡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옛날, 저 위대한 태양성황조차도 그 흡혈마황검의 마성과 광기를
제어하지 못해 화산 속에 던지지 않았던가?
하물며 독고횡이 마성에 휘말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한데, 열화태세가 막 흡혈마황검을 손에 넣은 순간 흡혈마황검에
이상이 발생한 것을 감지한 태양여황 하란이 그곳에 나타났다.
결국 동문(同門)간인 이들의 무서운 일장혈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는 무공이 미미하던 열화태세는 태양여황의 검에
한 눈을 잃고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열화태세가 삼 년이 지난 지금 무서운 마인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흡혈마황검을 지닌 이상 누구도 열화태세를 상대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 자를 가둘 목적으로 이 금마궐을 지은 것인데 미처
금마궐이 완성되기도 전에 그 자가 습격해 온 거예요!"
태양여황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요?"
묵묵히 듣고 있던 막붕비가 히죽 웃으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주위의
기관장치들을 돌아보았다.
"금마궐이...... 단순히 열화태세라는 마인 한 사람을 상대하기에
너무 거창한 규모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의 억지일까요?"
"......!"
막붕비의 말을 듣고 하란은 흠칫했다.
(요 여우같이 영악한 꼬마녀석......!)
그녀는 자신이 결코 막붕비를 속일 수 없음을 깨닫고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녀는 한참 손아래 동생뻘되는 막붕비에게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 고소를 지었다.
"대형의 눈은 못 속이겠군요. 그래요, 이 금마궐은 열화태세 말고 또
다른 일단의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예요!"
하란의 말에 막붕비는 내심 느껴지는 것이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형이라는 칭호는 제게 과분합니다. 여황께서는 저보다 열 살 이상
연상이시니 말을 놓으십시오!"
"......!"
태양여황 하란의 표정이 흔들렸다.
이어 그녀의 봉목 깊숙한 곳에서부터 따스한 미소가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마와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그대 같은 믿음직한 사내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했어요!"
하란은 말을 하며 막붕비의 손을 섬섬옥수로 꼬옥 쥐었다.
타는 듯 붉은 그녀의 섬섬옥수에 두 손을 잡히자 막붕비는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꼈다.
손위누님 같은 그윽한 눈길, 바로 지척에서 숨결따라 일렁이는
은은한 살내음이 그의 숨을 막히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막붕비는 자신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급히 화제를 돌렸다.
"소제의 추측인데...... 태양도에 무엇인가 변고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그윽한 눈빛으로 막붕비를 바라보던 하란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벌써 십여 년 전에 우리 태양도에서 한 분 요인이
실종되셨어요!"
막붕비의 안색이 일변했다.
"설마...... 천일제왕 하백부님께서 실종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막붕비가 불길한 예감에 급히 묻자 하란은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아버님이 십 년 전에 도(島)에서 나가셔서 돌아오시지
않고 계세요. 거의 같은 시기에 사자천성(獅子天城)의
철사패왕(鐵獅覇王)께서도 의문의 실종을 당하셨어요!"
"아!"
막붕비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천일제왕 하륜!
-철사패왕 담철형!

그 두 사람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지녔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 위대한 사대천왕 중 태양성황과 철사대제의 후예들.
또한, 환우를 통틀어 가장 강대한 두 가문, 태양도(太陽島)와
사자천성(獅子天城)의 지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 두 사람의 안위는 곧 무림전체의 안위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었다.
한데, 십여 년 전 천일제왕과 철사패왕은 거의 같은 시기에 중원의
모처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인간으로서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두 사람의
절대종사들을 누가 있어 위해를 했단 말인가?
만겁마종(萬劫魔宗) 패무극(貝無極)----!
자면천존(紫面天尊) 단목후(丹木吼)----!
오직 그 두 사람만이 비견될 수 있는 태양도와 사자천성의 두
가주......
과연 무엇이 천일제왕과 철사패왕을 십 년 넘게 귀환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일까?
태양, 철사, 그들 양 가문은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가주들을
찾아헤맸다.
하지만 중원의 어느 곳에서도 천일제왕과 철새패왕의 종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가주를 세우고 문호를 정비하여
닥쳐올 대변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태양여황(太陽女皇) 하란(河蘭)!
-철사자(鐵獅子) 담세황(潭世皇)!

바로 이들이 태양, 철사 양 가문의 패기만만한 신임가주들이었다.
무공 뿐만 아니라 기관토목지학에 박학한 재녀이며 태양삼매의
맡이인 태양여황 하란!
젊은 나이에 이미 아버지 철사패왕에 육박한다는 무공의 귀재 철사자
담세황!
그 두 명의 젊은 가주들은 상호협력하여 본격적으로 중원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물론 그 목적은 실종된 전가주들의 수색에 있으나 그 저변에는 천 년
간 기다려온 중원패권에의 야심이 깔려 있었다.
그런 점에서 태양도와 사자천성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신세라고 할
수 있었다.

(십 년 전이라면...... 만겁마가의 가주 만겁마종에게 변고가 생겼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츠---- 읏!
막붕비는 악마혈종(惡魔血鐘)에 쓰여진 만겁마종 패무극의 글을
회상하며 염두를 굴렸다.
그런 막붕비의 모습을 보며 하란의 두 눈에 탐욕의 빛이 흘렀다.
(볼수록 타고난 전사의 자질을 지닌 아이다. 이 아이를 잘 구슬리면
우리 태양도는 철사자 담세황을 능가하는 최강의 전사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하란의 지혜로운 머리는 빠르게 막붕비의 이용가치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낭만적인 성격의 여인이기보다는 수십만 명의 가족을 거느린
한 세력의 종사였다.
천일제왕 하륜이 실종되어 스무 살의 어린 나이로 태양도의
천년가업을 이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자신이 여자이기를 포기한
여장부였다.
츠---- 읏!
그녀의 눈이 모종의 결정을 하며 반짝 신광을 흘렸다.
(설매(雪梅)나 취국(翠菊) 중의 한 아이를 이 어린아이에게 안겨
주어 구워삶으면 충분히 본도의 충견이 되게 할 수 있다!)
생각을 하던 하란의 볼이 타오르듯 붉어졌다.
그녀에게는 하설매, 하취국이라는 어린 여동생들이 있었다.
그들 세 자매를 일컬어 태양삼매라고 한다.
그 두 여동생 중 한 명을 막붕비에게 정책적으로 짝지어 줄 생각을
하던 하란은 태양도의 규칙을 생각해내고 얼굴을 붉힌 것이다.
그것은 피를 나눈 자매는 그 수가 몇이 되든 한 남자를 섬기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 같은 규칙은 태양도에 남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만일 하설매나 하취국을 막붕비에게 줄 경우 하란은 그녀 자신도
막붕비에게 의탁해야 하는 것이다.
(그까짓 낡은 가규는 뜯어고치면 된다.)
하란은 자위하며 막붕비를 바라보았다.
"아우님! 제 부탁 한 가지 들어 주시겠어요?"
"무엇입니까, 누님?"
막붕비는 고개를 들어 하란을 바라보았다.
그때 하란은 뇌정신화액의 열기가 극한까지 퍼져 전신이 활활 타는
불덩이같이 된 상태였다.
그런 하란의 모습은 흡사 불의 여신을 보는 듯했다.
"나는...... 이곳 금마궐을 폐쇄하고 한 가지 신공절기를 연마할
작정이예요!"
하란은 몸이 뜨거워 견딜 수 없는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무림에 퍼져 있는 저희 태양도의 아이들을
지휘할 사람이 없게 되어요!"
"소제에게 태양군단을 지휘해 달란 말씀이십니까?"
막붕비가 놀라 물었다.
하란은 이에 가타부타 말도 없이 두 가지 물건을 막붕비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한 권의 인명부와 한 자루 두 자 길이의 검붉은
쇠막대기였다.
"이것은 열화신척(熱火神尺)이라는 저희 태양도의 제일신병이예요.
열화신척을 보여 주면 본도의 제자들은 아우님의 명령에 따를 거예요!"
하란은 검붉은 쇳덩이를 내밀며 말했다.

-열화신척!
그것은 화문제일신병이라 할 수 있는 신병이었다.
열화신척은 고금십중병(古今十重兵)의 서열삼위의 중병기였다.
그것에 내공을 주입하면 무쇠를 녹이는 무서운 열화강풍이 일어난다.
열화신척은 본래 오패천 중 열화마종의 소유였었다.
그러던 것이 천 년 전 열화마종이 태양성황에 패하면서 태양도의
수호마병이 된 것이다.

"알았습니다. 열화신척은 제가 잠시 보관하지요!"
막붕비는 열화신척과 인명부를 받아들었다.
"고마와요, 아우님!"
하란은 살풋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약 한 달 정도 이곳을 폐쇄하고 패양신공을......!"
번---- 쩍!
말하던 화란의 두 눈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화망이 작렬했다.
그녀는 의혹과 놀라움의 빛을 띄우며 막붕비가 이마에 두르고 있는
자색두건을 바라보았다.
"아우님, 그 두건을 어디서 구했지요?"
하란은 막붕비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아! 이것 말입니까?"
막붕비는 자색두건을 풀어 하란에게 건네주며 대충 음양흡열마갱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것은...... 분명 자부문(紫府門) 제왕건(帝王巾)이예요!"
하란은 신음하며 말했다.
"제왕건이라고요?"
막붕비는 그 두건을 돌려받아 이마에 두르며 되물었다.
태양여황 하란은 심각한 표정으로 막붕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것에는 자부천존 단목고황이 남긴 최후의
신공이 숨겨져 있다고 해요. 하지만 천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그것을 찾아내지는 못했어요!"
"아......"
하란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것 잘 간직해요. 그리고 이제 곧 금마궐을 폐쇄할 테니까 그전에
나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누님!"
막붕비는 선뜻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열화신척을 챙기며 석실을 걸어나갔다.
"하루 빨리...... 누님 다시 뵙기를 빌겠습니다!"
문가에서 싱긋 웃어보인 막붕비는 이내 어두운 밀로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
태양여황 하란은 막붕비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석실에서 막붕비가 사라지자 하란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는 듯한
허전함을 느꼈다.
"휴......!"
그녀는 쓸쓸하게 한숨을 토하며 하나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순간,
그그그긍......!
굉음이 울리며 금마궐 전체가 은은히 뒤흔들렸다.
이제 금마궐은 무엇으로도 돌파당하지 않을 최강의 요새로 화해가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계집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속속 차단되는 기관 저편에서 태양여황 하란의 고독한 음성이
쓸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연경 남방에 자리한 연산(燕山).
여명 무렵의 흐릿한 어둠이 연산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연산산록의 어느 토굴,
"크으......! 태영여황! 네 년에게 진 이 빚은 꼬옥 갚는다!"
상처입은 맹수같이 으르렁거리는 음성이 토굴에서 흘러나왔다.
그리 깊지 않은 토굴 속에 한 명의 혈의인이 앉아 있었다.
네모 반듯한 중후한 인상의 인물인데 기이하게도 얼굴색이 짙은
자색이었다.
파지직......!
자면인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번갯불 같은 핏빛 광망이 일 장이나
내뻗었다.
한데...... 자면인의 오른팔은 팔뚝 부근에서 싹둑 잘려져 나가고
없었다.
그 자는 바로 만겁마종으로 변장했던 자였다.
자면인은 태양여황의 암계에 속아 스스로 한 팔을 자른 뒤 이곳에서
운공요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득......! 천일제왕 하륜조차도 나 뇌황을 어쩌지 못했거늘
태양여황, 그 어린 계집에게 한 팔을 잃다니...... 이 대가는 천 배로
돌려 주겠다!"
그 자는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뇌황(雷皇)----!
이것은 그 자의 이름인가, 아니면 별호인가?
그 자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태양도주 천일제왕 하륜과 겨루어 본
듯이 이야기 하는 것일까?
"금마궐! 그곳도 반드시 깨뜨리고 만다. 만겁마가의 모든 고수들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뇌황은 운공을 마치며 잔혹하게 눈을 번뜩였다.
그런 그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뚝 떨어질 듯이 시뻘갰다.
팔을 한 차례 움직여 본 뇌황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였다.
"케...... 에엑!"
돌연 허공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쿠---- 웅!
이어 하나의 인영이 허공을 가로질러 토굴 앞에 털썩 떨어졌다.
(헉!)
그 자를 본 뇌황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신음을 토할 뻔했다.
토굴 앞에 떨어진 그 인물은 위맹한 인상의 한 명 노인이었다.
그는 얼굴이 온통 구레나룻에 덮인 흑의노인이었는데 두 손이 유달리
커서 보통사람의 두 배는 됨직해 보였다.
(장...... 마왕(掌魔王)!)
뇌황은 아연하여 흑의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흑의노인을 알고 있었다.

-장마왕!
이것이 흑의노인의 이름이었다.
그는 바로 만겁마가의 팔대마왕 중 셋째인 장마왕이었다.
장법만으로는 천하무적이라는 일대마왕이 그였다.

하지만 뇌왕이 놀라는 것은 그 자가 장마왕이라서가 아니었다.
츠츠츠----!
장마왕의 우람하던 체격이 갑자기 바람빠진 공같이 쭈그러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다.
삽시에 장마왕의 몸은 뼈와 가죽만 남고 말았다.
"흡...... 혈마황...... 검이......!"
툭......!
장마왕은 쥐어짜듯 그렇게 말하고는 목이 꺾여 절명했다.
그 직후였다.
"캇캇캇캇----!"
내장을 긁어내는 듯 소름이 오싹 끼치는 언성이 장마왕이 날아온
곳에서 들려왔다.
이어,
파츠츠츠----!
저 멀리서 한 명 괴인이 칙칙한 피그림자에 뒤덮여 장마왕의
시체쪽으로 날아왔다.
그런 그 괴인의 오른손에는 한 자루 기형검이 들려 있었다.
손잡이에서 검 끝까지 피를 칠한 듯 시뻘건 혈검(血劍)......
그 혈검의 검신 가운데에는 사람의 눈을 닮은 녹색의 보석이 하나
박혀 음산한 살기를 수백 장까지 흩뿌리고 있었다.
(흡혈...... 마황검......!)
괴인이 들고 있는 기형검을 본 뇌황은 숨이 넘어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기형혈검은 바로 뇌황 자신이 팔을 하나 잃게 되는 계기가 된
바로 그 흡혈마황검이었던 것이다.
기형혈검을 든 독목(獨目)의 괴인----
그는 다름 아닌 마인(魔人)이 된 열화태세였다.



* * *

(이게...... 웬 횡재냐?)
토굴 속에서 뇌황의 입이 양귀로 찢어졌다.
그는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날아오는 열화태세를 노려
보았다.
그는 한눈에 열화태세가 흡혈마황검의 마기에 침습당해 제정신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또한 열화태세가 흡혈마황검으로 다른 무림인들에게서 흡수한 내공이
이미 십 갑자의 수위에 이르렀음도 놓치지 않았다.
(힘으로 저 흡혈마황검을 차지하려다가는 장마왕의 꼴이 된다!)
뇌황은 힐끗 장마왕의 시신을 보며 염두를 굴렸다.
그때,
"크크큽!"
열화태세가 광기 서린 눈을 희번뜩거리며 장마왕의 시신 옆으로 비켜
섰다.
열화태세는 초점없는 눈으로 장마왕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발로
장마왕의 시체를 몇 번 걷어찼다.
그때였다.
우---- 위웅! 쩌러러렁!
갑자기 열화태세의 손에 들린 흡혈마황검이 유리가 갈리는 듯한
괴성을 울렸다.
흡혈마황검은 누군가 자기 주인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경고를 보낸
것이다.
(괴...... 괴물 같은 놈!)
그런 흡혈마황검을 보며 뇌황은 오싹 한기가 스치는 것을 느꼈다.
"어...... 떤 놈이냐?"
그때 열화태세가 버럭 일갈을 지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순간,
"여기다! 멍청한 놈!"
피---- 이잉!
음산한 일갈과 함께 무엇인가 시커먼 그림자가 토굴에서 튀어나왔다.
"카캇! 잘라져랏!"
빠---- 직!
열화태세는 야수같이 외치며 맹렬히 흡혈마황검을 휘둘러 그 물체를
쪼개갔다.
부---- 웅!
흡혈마황검이 허공을 가르자 요란하게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펄...... 럭!
흡혈마황검에 두 쪽이 난 한 벌 장포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열화태세가 벤 것은 한 벌의 빈 장포였던 것이다.
"억!"
열화태세는 흠칫하며 허공에서 몸을 세웠다.
그 순간,
"후핫핫! 늦었다. 멍청한 놈! 자전벽강풍!"
푸---- 하악!
요란한 광소와 함께 토굴 속에서 시뻘건 자색의 장풍이 터져 나왔다.
꽈릉!
반 고체화된 강기의 검이 십 장을 내뻗히며 열화태세의 검을 든
오른팔을 강타했다.
그 일격은 너무나 빨랐고, 또 한 차례 헛손질을 한 열화태세에게는
그것을 막을 여유가 없었다.
빠지직!
쇠와 쇠가 맞부딪친 듯한 굉렬한 폭음이 주위 십 리를 들썩였다.
"크---- 아악!"
따---- 당!
그 중에서 처참한 비명이 터지고 흡혈마황검이 퉁겨져 십 장 밖의
석벽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콰---- 당!
직후 강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피를 뿌리며 열화태세가 지면에
나뒹굴었다.
뇌황의 기습에 격다탕한 열화태세의 오른팔은 어깨까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상태였다.
막붕비의 전력을 다한 일격에도 끄덕않던 열화태세의 몸이건만
뇌황의 일격에는 처참하게 바스러지고 만 것이다.
"후하하! 드디어 흡혈마황검이 본좌의 손에 들어왔구나!"
번---- 쩍!
득의의 광소가 터지며 뇌황은 토굴 속에서 벼락치듯 뛰쳐나와 석벽에
박힌 흡혈마황검을 잡아채 갔다.
"아...... 안돼! 그것은 내 것이다!"
열화태세는 한 팔이 바스러진 상태에서도 벌떡 일어나 악을 쓰며
뇌황의 뒤로 덮쳐갔다.
그러나,
파---- 앗!
이미 흡혈마황검은 뇌황의 손에 들어간 상태였다.
"흐흣! 그 동안 수고했다! 멍청한 놈!"
피---- 잉!
흡혈마황검을 석벽에서 잡아뽑자마자 뇌황은 홱 돌아서며 달려드는
열화태세의 심장을 흡혈마황검으로 찔러 버렸다.
푸---- 욱!
"컥......!"
열화태세는 달려들던 기세대로 심장이 흡혈마황검에 관통당하고
말았다.
"이...... 이게 아니야!"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흡혈마황검의 핏빛 검신을 내려다보며
열화태세는 실성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으음...... 명불허전인데...... 흡혈마황검......"
뇌황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신음하면서도 히죽 웃었다.
우르르......!
열화태세의 심장을 관통한 그 마검은 무서운 속도로 열화태세의
정혈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근 십 갑자에 이르는 열화태세의 내공과 정혈이 흡혈마황검을 통해
폭포수같이 뇌황의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것은 뇌황의 전 내공에 맞먹는 것으로 뇌황은 심맥이 폭발하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그 고통은 곧 뇌황을 천년내공을 지닌 초유의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뇌황이 고통 속에서도 웃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츠츠츠......
그와 함께 뇌황의 전신피부가 급격히 핏빛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흡혈마황검의 악마혈기(惡魔血氣)가 뇌황의 몸으로 파고들며
일으키는 현상이었다.
"크...... 으......!"
열화태세는 고통스럽게 휘청하였다.
그의 몸도 다른 희생자들과 같이 급격히 삐쩍 말라갔다.
그와 함께 흡혈마황검의 마성이 풀리며 열화태세는 점차 제정신을
찾아갔다.
정신이 드는 순간,
(악...... 마의 검! 세상에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마황검을 보며 열화태세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남은 내공을 왼손에 끌어모은 뒤 흡혈마황검의
검신을 후려쳤다.
"부러...... 져랏!"
열화태세가 발악하듯 외쳤다.
그러나,
"캇! 어림없는 짓!"
꽝!
낌새를 알아차린 뇌황은 열화태세의 가슴에 자전신강의 일격을
후려쳐내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우드득!
"크---- 악!"
열화태세는 자전신강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크하하하! 이제는 정말 두려울 것이 없다!"
흡혈마황검을 움켜쥐고 뇌황은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웅웅웅......
흡혈마황검이 새로운 주인에게 동조하듯이 음산한 마성을 토해
내었다.
"한 팔은 잃었으나 그 대가로 무적의 흡혈마황검을 얻었으니 서운할
것도 없다. 핫하! 이제야말로 무림에 나 뇌황의 제국을 세울 때다!"
화드득......!
뇌황은 광소를 터뜨리며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여명의 하늘이 흡혈마황검이 토해내는 마기로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곧...... 천하인들은 나 뇌황을 무림제왕으로 경배하게 되리라!
곧......!"
고오오......!
뇌황은 광소로 하늘과 땅을 뒤흔들리며 아득한 남쪽으로 날아갔다.
그의 광기에 가득찬 부르짖음의 여운은 오랫동안 연산(燕山) 일대를
뒤흔들었다.

뇌황이 사라진 일 다경 후,
"이곳에서 누군가 싸웠다!"
피---- 이잉!
청아한 음성과 함께 한 명 소년이 북쪽에서 훌훌 날아왔다.
탐스런 장발을 아침바람에 펄럭이며 날아드는 탈속한 모습의 소년!
그는 바로 막붕비였다.
"엇! 이게 누구지?"
토굴 앞을 날아넘으려던 막붕비는 경악성을 흘리며 다급하게
지면으로 날아 내렸다.
그는 장마왕과 열화태세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막붕비는 급히 열화태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한눈에 열화태세가 흡혈마황검에 당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열화태세를 쓰러뜨리고 흡혈마황검을 빼앗아 간 것일까?)
막붕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열화태세를 내려다 보았다.
그때,
"아직 죽지 않았군!"
막붕비는 열화태세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열화태세의 맥문을 움켜쥐었다.
우르르릉!
막강한 양극천강의 잠력이 열화태세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갔다.
"으으......"
열화태세는 전신을 격렬하게 떨었다.
막붕비의 양극천강의 힘은 거의 모든 정혈을 갈취당한 열화태세의
몸에서 마지막 생명의 불길을 끌어낸 것이다.
"그...... 그대는 금마궐의......"
힘겹게 눈을 뜬 열화태세는 막붕비를 알아보고 신음을 흘렸다.
"귀하를 해친 자가 누구요?"
막붕비는 열화태세가 제정신이 돌아왔음을 알고 급히 물었다.
"모...... 모르는 자였소! 그는 자칭...... 뇌황이라고?"
열화태세는 헐떡이며 말했다.
"뇌황(雷皇)?"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뇌황...... 그것이 흉수의 이름인가 별호인가?)
번---- 쩍!
염두를 굴리던 막붕비의 눈이 돌연 번갯불같이 광망을 작렬시켰다.
"서...... 설마 자면천존 단목후의 이복동생이라는 그 뇌황이란
말인가?"
막붕비는 격렬하게 전신을 떨었다.
그는 몽고의 음양흡열마갱에서 얻은 자부천세경의 내용을 떠올린
것이다.

-자면천존 단목후!

당대 자부문의 지존, 자부천세경의 기록에 의하면 단목후에게는
뇌황이라는 이복동생과 미려군이라는 부인, 그리고 한 명의 딸이
있다고 했다.
(흡혈마황검을 가져간 자가...... 자면천존의 동생인 단목뇌황이란
말인가?)
막붕비, 그는 강력한 충격에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음양흡열마갱에서 본 자면의 시체...... 자부천세경의 기록...... 그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뒤죽박죽이 되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때 열화태세가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태양...... 여황께 죄송하다고...... 부탁...... 하오!"
툭......!
열화태세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며 그의 목이 힘없이 뒤로 꺾였다.
흡혈마황검에 모든 생기를 갈취당한 열화태세의 몸은 흡사
목내이(木乃伊:미이라)같이 변해갔다.
"으음......"
막붕비는 신음을 하며 열화태세의 시체를 내려 놓았다.
열화태세는 비록 흡혈마황검의 마성에 침습당해 한때 마인(魔人)이
되었으나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태양도의 제자로 돌아와 죽은
것이다.
"흡혈마황검을 가져간 자가 단목뇌황이라면...... 음양흡열마갱에
있던 시체는......"
막붕비는 두 눈이 한 가지 놀라운 추측으로 뒤흔들렸다.
그는 신음같이 중얼거렸다.
"자면...... 천존 단목후! 그 시체는 바로 단목후이기 쉽다!"
막붕비는 쥐어짜듯 독백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어리석은 놈...... 너는 마침내 절대 알지 말아야할 사실을
알았구나!"
우울한 여인의 음성이 막붕비의 뒤에서 들렸다.
(읏!)
막붕비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누군가 바로 뒤에까지 다가섰는데 오갑자(五甲子)에 이르는 막강한
내공을 지닌 막붕비조차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막붕비는 모든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홱 돌아섰다.
그의 이 장 뒤, 한 명 여인이 유령같이 갈대끝을 밟고 서서 막붕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허무한 그늘이 드리운 회색의 눈동자, 전신에서 찌르는 듯한 우수와
고독의 퇴폐적인 내음을 흘리는 미소부, 그녀의 가슴에는 한 자루
고색창연한 고검이 안겨 있었다.
-천존(天尊)!
고검의 손잡이에는 그 두 글자가 설화석고로 새겨져 있었다.
그 여인은 막붕비가 아는 여인이었다.
"실혼...... 여제!"
쿵...... 쿵!
막붕비는 경악성을 흘리며 비칠 뒤로 물러섰다.

-실혼여제(失魂女帝)!

그렇다. 바로 그녀였다.
한 달 전이었던가? 옥문관의 천궐마황산에서 혈관음 빙화정을
추격하던 그 무서운 여고수, 실혼여제였다.
당시 막붕비는 그녀가 흘려낸 살기에 휘말려 자칫 크게 다칠 뻔하지
않았던가?
"그...... 렇군! 당신은 자부문의 고인이셨군!"
막붕비는 신음하며 실혼여제가 안고 있는 고검을 노려보았다.
그는 비로소 그 고검의 내력을 알아낸 것이다.

<자허천존검(紫虛天尊劍).>

이것이 그 고검의 이름이었다.
고금십중병의 서열 제일위의 무적신검!
고금을 통틀어 가장 날카롭다는 신검이 그것이었다.
어떤 호신기공이나 신병이기라도 자허천존검에 스치면 종잇장같이
찢기고 수수깡같이 부러지고 만다.
그 옛날, 사대천왕의 한 사람이던 자부천존은 그 한 자루의
천고기병으로 하늘 아래 적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천년신검, 자허천존검을 실혼여제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자부문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바로 자면천존과 미려군이라는 분의 딸이로군!"
막붕비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너는...... 너무 똑똑하구나! 그래서 영원히 입을 다물어
주어야겠다."
실혼여제는 회색눈을 우울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로 격렬한 고통과 번뇌의 빛이 흘렀다.
"살인...... 멸구 하겠다는 얘기신가?"
막붕비는 침중하게 되물었다.
"나를...... 용서해라, 애송이!"
츠---- 읏!
실혼여제는 탄식하며 한 걸음 막붕비에게로 다가섰다.
순간 막붕비는 휘청하며 뒤로 물러섰다.
고오오......!
다가서는 실혼여제의 몸에서 무서운 예기가 폭발하듯 치솟는데 그
때문에 그녀의 몸 자체가 한 자루 거대한 검(劍)인 듯이 느껴진
것이다.
(이것은...... 전설 중에나 존재하던 심극천형검강이다!)
막붕비의 이마도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심극천형검강!
일명 심검(心劍)!
그것은 어검술(馭劍術)의 다음 단계이며 검도의 마지막 단계라고
일컬어지는 경지였다.
검(劍)이 필요없는 경지......
살기가 이는 순간 마음 속에서 무형의 검이 일어나 천 리 밖의 적도
격살해 버릴 수 있는 단계가 그것이었다.
고금 이래...... 그 단계에 이른 고인은 결코 없었다.
한데 지금 실혼여제라는 여인이 아무렇지 않게 그 심극천형검강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계집...... 어쩌면 고금제일인일지도 모른다!)
막붕비의 눈빛이 얼어 붙었다.
도무지 실혼여제를 상대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그 만큼 실혼여제의 검기는 끔찍할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다.
"이제...... 죽어라! 본녀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대가로......!"
실혼여제는 한숨을 쉬며 슬쩍 소매를 흔들었다.
순간,
푸---- 하악!
무형의 검강이 폭죽 터지듯 일어 막붕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우웃!"
동시에 막붕비의 입에서 맹렬한 함성이 터졌다.
피---- 잉!
막붕비는 용수철같이 몸을 퉁겨 오히려 실혼여제에게 폭사해 갔다.
(이 애송이가 미쳤나?)
실혼여제는 순간 흠칫했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고 마음의 검을 그대로 막붕비의 가슴에
작렬시켰다.
"벽력...... 참!"
막붕비는 수정천둔을 들어 가슴을 방호하며 허리춤에 쥐고 있던
오른손을 맹렬히 후려쳐내었다.
번---- 쩍!
흡사 빛살 같은 속도로 그의 허리춤에 숨겨져 있던 염황도가 그대로
실혼여제의 가슴을 그어갔다.
그 일도(一刀)에는 막붕비의 모든 내공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능히 하나의 산을 두 동강 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다.
빠---- 직!
순간 실혼여제의 호신강벽이 박살나며 염황도는 그녀의 젖무덤을
그대로 그어 버렸다.
당연히 선혈이 튀어야만 했다.
그러나,
퍼---- 엉!
막붕비의 전공력이 들어간 염황도는 쇠를 두드리는 듯한 금속성과
함께 어이없이 퉁겨지고 말았다.
펄럭......!
실혼여제의 저고리가 싹뚝 잘리며 모양좋고 풍만한 젖무덤이
출렁이며 드러났다.
하지만 염황도는 그녀의 저고리만 베었을 뿐 출렁이는 젖무덤에는
조그만 흔적조차 내지 못했다.
"불...... 불사지체로군!"
막붕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직후,
콰---- 드득!
무서운 충격이 막붕비의 왼손에 들린 수정천둔에 작렬했다.
실혼여제의 무형심극검이 막붕비를 강타한 것이다.
빠---- 직!
"크---- 윽!"
무형심극검은 그대로 막붕비의 수정천둔을 든 왼팔을 팔뚝 부근에서
분질러 버렸다.
이어 그것은 그대로 막붕비의 왼쪽 가슴, 심장 부위로 강타했다.
화드득!
막붕비의 몸이 피를 뿌리며 이십 장 저편으로 날아갔다.
쿠---- 웅!
이어 그의 몸은 한 그루 고목을 박살내며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나의...... 호연천강을 깨뜨리다니......!"
스---- 읏!
실혼여제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막붕비에게로 날아갔다.
염황도에 저고리가 베어져 젖가슴을 보이고 말았다는 사실이 오래
전에 죽은 그녀의 마음에 한 가닥 수치라는 자극을 준 것이다.
휘르르...... 실혼여제는 폭풍 같은 살기를 토하며 막붕비의 옆으로
내려섰다.
막붕비는 처참한 모습으로 기절해 있었다.
그의 왼팔은 팔뚝 부근에서 무참히 부러져 있었으며 오공에서는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스러진 그의 장포 사이로 반투명한 갑옷이 드러나 보였다.
그것은 바로 유리성의 보물인 유리보갑이었다.
실혼여제의 무형심극강은 일차 수정천둔에 부딪혀 위력이
반감되었었다.
그 후에 다시 유리보갑에 부딪쳐 현격히 약해진 상태에서 막붕비의
몸을 강타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직접 막붕비의 몸에 작렬했으면 지금 막붕비의
가슴은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나쁜 자식! 정말 죽이겠다!"
실혼여제는 수치로 목까지 빨개진 채 섬섬옥수를 쳐들었다.
쩌---- 저정!
그녀의 손 끝에서 일 장 길이의 검형강이 일어났다.
츠---- 읏!
실혼여제는 파리한 입술을 잘근 깨물며 그 검형강을 쳐들어 막붕비의
목을 겨누고 내리쳤다.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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